모든것이 처음이었던 내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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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4 05:00 조회 512회 댓글 0건본문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수학을 잘한다고 했던 너는,
나중에 커서 수학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던 너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 새로운 학교에
다니고 있을터였다.
여전히 너의 연락은 없었다.
나의 전화를 받지도, 문자에 답장을 하지도 않았다.
게임에는 들어오지도 않았고
어디에서도 너를 찾을수는 없었다.
내가 너에 대해 알고있는것은
너의 이름 .. 네가 새로 다닐것이라던 고등학교 이름
그리고 네가 내게 보낸 초코렛 상자에 적힌
너의 집 주소가 전부였다.
우리집은 가난했다.
학교에 다니는 내내 나는 돈이 많지 않았다.
매점에서 매일같이 맛있는 것을 사먹으러 가자는
친구들과 함께 매점을 내려가면
나는 늘 얻어먹는 처지였다.
학교에서 점심 급식과 저녁 급식을 먹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했다.
나는 .. 밥을먹으라고 아버지께서 주신 돈으로
점심 급식만 신청해놓고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먹어야 할
저녁 급식비는 신청하지 않은 채 지갑에
넣어 두었고, 저녁을 굶었다.
3월 14일 화이트데이가 되던 날
집에 오자마자 교복을 벗어 던졌고,
마을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 하얀색 사탕이 가득담긴 바구니를 샀고,
그대로 지하철을 탔고,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로 갔고,
서대구로 고속버스터미널이 목적지인 13400원 짜리
일반고속 버스표를 구매했다.
가슴이 그토록 세차게 뛰어 본 일은 ..
내 생애에 단 한번도 없던 경험이었다.
설레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가슴이 미치도록 뛰어서 터질것만 같은것이
무슨 느낌인지 .. 평생을 잊을 수 없는 두근거림 이었다.
집에서 옷을 벗어놓고 출발해서 서대구터미널에
도착하기까지 꼭 6시간이 걸렸다.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내 스스로 혼자서
집에서 부터 이렇게 먼 곳 까지 온 일은
처음이었다.
난 여전히 답이없는 네게 문자를 넣어두었다.
"네가 다닌다던 .. 그 학교에 가 있을께.
아마 .. 10분후면 도착할듯 해
혹시 네가 나오지 않아도 내가 기다릴 수 있을만큼
기다려볼게 "
나는 택시를 불러 세웠다.
" xx 고등학교로 좀 가주세요 "
택시비는 기본요금이 거의 끝나갈 때쯤
나를 학교 정문앞에 세워주었다.
학교는 내가 고개를 위로 한참 쳐다보아야 할 만큼
언덕 위에 있었다.
나는 왼손에 사탕바구니를 들고
정문을 지나 천천히 걸어 올랐다.
학교 안쪽에는 벌써 늦은 밤이었는데도
내 또래의 학생들이 모래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학교 건물이 있는곳까지 올라서서 뒤를 돌으니
내가 올라온 학교 정문길이 한눈에 보였다.
네가 이곳에 올지 안올지는 섣불리 장담 할 수 없었다.
여전히 너는 답장을 하지 않았고,
나는 너의 얼굴도, 그 어떤 모습도 알지 못했다.
한 10분쯤 학교 가장자리를 둘러 보았고,
한 5분쯤 정문 주변을 내려다 보다가
갑자기 나는 심장이 멎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부른것도, 내게 뭐라고 한것도,
그 어느것도 변한것이 없는데
나는 마치 롯데월드 자이로드롭 맨 꼭대기에 앉아
떨어지기를 기다리기 직전의 상태처럼
숨이 멎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듯한 착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