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이 처음이었던 내게 7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4 05:05 조회 478회 댓글 0건본문
방안에는 셋이었다.
너와 나, 그리고 집 주인인 너의 친구.
방안이 그리 좁지는 않았다.
네 친구의 책상이 있었고,
네 친구의 침대가 있었고,
너와 친구는 침대 위에서 자기로,
나는 혼자 침대 아래에서 자기로 했다.
혹시나 아버지가 깨실까봐 씻고 잘수는 없었다.
화장실에 조용히 가서 안경대신 끼고 온
렌즈만 빼서 케이스에 담았다.
우린 불을 끄고 누웠다.
평소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었던 나는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집이 아닌 대체 어디서 잠을
자게 된 것인지 ..
내가 만든 일이지만, 쉬이 믿어지지도 않았다.
내가 눈을 감고 있은지 한참이 지난듯 했다.
언뜻 잠이 들었다가,
너와 친구가 소곤대며 이야기 하는것을 잠시 들었다.
'정말 쟤가 서울에서 여기까지 온거야?'
- 응. 나도 믿기지가 않아
'오늘 그럼 처음본거야?'
- 얼굴도 몰랐어. 오늘에서야 처음 본거야
.. 잠결이어서 인지 조용히 이야기 해서인지
내용은 거의 들리지가 않았다.
언뜻 네가, 잘생겼다고 한것도, 아닌것도 같았다.
그리고는 아침이 밝았다.
친구 아버님은 이미 나가시고 안계신듯 했다.
아마도 내가 제일 늦게 일어났나보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친구가 아침겸 점심상을 차렸다.
계란후라이에 밥, 김치가 전부였지만
나를 위해 신경써준 너와, 네 친구에게
한없이 고맙고, 미안했다.
'상은이 실제로 보니까 어때?'
친구는 밥을먹다, 내 얼굴을 빤히 보고는 물었다.
" .. 예뻐. 많이 "
너는 그저 수줍게 웃었다.
'그럼 나는 ?'
"응? 아 .. 너도 엄청 예쁜데,
그래도 상은이보다는 .."
'야, 밥 먹지마'
친구는 내 밥그릇을 잡아당겼다.
밥을 먹고, 간단히 씻고 너와 나는 집을 나섰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네 친구는 우리에게 우산을 내어주었다.
'다음에 오면 또 우리집으로 와. 내가 재워줄테니까'
"고마웠어. 너무"
- 이따 연락할께
우리는 우산을 쓰고 걸었다.
내게는 누군가와 한 우산을 쓰고 걷는것이
처음이었다. 남자와도 한 우산을 써본적은 없었다.
네 오른편에 서서, 왼손으로 우산을 들고 있자니
너의 신발이, 너의 오른쪽 어깨가 젖을까
나는 자꾸만 우산을 오른쪽으로 기울였다가,
오른손으로 우산을 바꾸어 들고 왼팔로
너의 어깨를 살며시 잡았다.
"괜찮아?"
- 뭐가?
"아니 .."
- 좋아.
동네를 벗어나고, 큰 도로변을 지나고
다시 골목길을 걸었다.
- 지금 갈거야 ?
" 버스가 5시에 있어. 그거 타려고 "
- 아직 두시간은 남았구나.
길을 걷다가, 앞에 보이는 곳을 네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저게 내가 나온 초등학교야. 가볼래?
" 그래. 가보자 "
네가 나왔다던 초등학교는, 네가 지금 다니고 있을
고등학교, 그리고 네가 나왔다던 중학교와
나란히 붙어있었다.
오는동안 비는 이미 그쳐있었다.
우리는 운동장 가장자리를 나란히 걸었다.
"어때 ?"
- 뭐가?
"나 .."
- 음 .. 사실 나는 네 얼굴을 한번 본적이 있어
"진짜 ? 난 보여준적이 없는데"
- 네 주변으로 이곳저곳 찾아보다 우연히
네 얼굴이 나온 사진이 있었어.
" 아 .. "
- 좋아. 그리고 좋아한다고 먼저 말한건 나잖아
" 응 .. 미안해. 나는 사실 겁이 났어
네가 나오지 않을까봐, 어쩌면 영원히 만날 수
없는건 아닐까, 네가 나오지 않는다고
너의 집까지 찾아 갈 수는 없으니까. "
운동장 가장자리를 한바퀴 돌고,
다시 한바퀴를 더 돌고 난 후
정문 앞에서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너도 나를따라 자리에 섰다.
나는 한발짝을 앞으로 내딛은 후
뒤로 돌아서 너를 향해 마주섰다.
처음이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나도 알 수 없었다.
네게 한걸음 다가섰고,
너는 나를 마주보다가 눈을 감았고,
나는 네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훗날, 나는 그것이 내 첫키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는 내게 말해주었다.
- 입술만 맞대고 있으면 그게 키스니?
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 처럼
아주 길게, 입술을 맞대고 있으면
그게 키스인줄 알고 있었는데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