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이 처음이었던 내게 그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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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4 05:22 조회 623회 댓글 0건본문
너와 내가 마주섰던 그 자리에 서서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다.
학교 오른편 모퉁이에 있던
6각의 정자는 이제 없다.
발걸음을 옯겨 너와 걷던 골목길을
따라간다.
학교를 벗어나고,
너와 처음 입을 맞추었던 그곳을 지나 ,
네가 살고, 너의 가족이 살고
그 틈속에 내가 있던
그 오래전 너의 집 앞에 섰다.
서울의 끝없는 재개발의 손길이
이곳은 닿지 않은것인지
대문만 녹슬어 있을뿐 그대로 있다.
초인종을 눌러볼까,
대문을 두드려 볼까,
네 이름을 아주 큰소리로 외치면
네가 나올까.
10년도 넘은 지금 ..
고등학교 2학년이던 나도,
고등학교 1학년이던 너도
이제없다.
너는 나를 완전히 지웠을 터였다.
나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발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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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겨울이 가고
우리는 나이를 한살 더 먹었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너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대신,
열 여덟이 되었고,
검정고시를 보기위해 학원을 다녔다.
마음은 여전했지만
전처럼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서로가 없이는 숨도 제대로 못 쉴것같던
우리에게 ..
이별은 너무나도 쉽게 찾아왔다.
4월의 봄.
아주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시내로 나갔다.
거리에 울려퍼지는 서영은 노래를 듣고,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지
며칠 되지않은 그곳에 가서
우리는 잠시 눈을감고 고개를 숙였다.
밤에는 네 어머니, 오빠가 모두 나가고
비어있는 너의 집에서
입술과 혀가 다 부르트도록 키스를 하고,
허리가 끊어지고 아랫배가 아려올만큼
사랑을 나누었으며,
향기가 나는 네 품안에서
얼굴을 묻고 잠을잤다.
다음 날 늦은 오후.
우리는 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를
기다리며 야외벤치에 앉아있었다.
- 안갔으면 좋겠다
" 나도, 더 같이 있고싶어 "
- 그래 가지마
" 안되는거 알면서 .. "
- 칫
동대구에서 온 서울행 버스가 멈춰섰다.
" 갈게 "
- 안돼
너는 내 팔을 잡아끌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네 팔을 뿌리치고
차에 올랐다. 나는 .. 가야했으니까.
창가쪽에 앉으면 너는 언제나 창가에 매달려
내게 손짓으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곤했는데
어쩐지 네가 보이질 않았다.
버스가 출발하고 ..
저만치 걷고있는 너를 찾아냈지만
너는 고개를 숙여 울고있는것 같았고,
끝내 이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 미안해 .. 조만간 또 내려올께 "
나는 문자로 네게 사과했다.
- 됐어.
그 사람 많은곳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내 손을 팍 치워버리고
그렇게 가면, 내가 뭐가 돼 ?
" 아 .. 미처 몰랐어. 내가 그랬는지 .. "
- 모르긴 뭘 몰라. 니가 평소에 얼마나
잘난 사람이면, 늘 매달리는 것도 나고
너는 한번도 날 붙잡아 본적도 없잖아
그래. 어련하시겠어
" 그렇게 말하지 마
그런거 아닌거 잘 알면서 "
너는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고,
내게 평소에는 하지않던 거친말들을
문자로 쏟아냈고, 비꼬았다.
나는 .. 차마 입밖에 내지 말았어야할
헤어짐을 네게 이야기했다.
그 이후로 너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나도, 그 이후로 먼저 네게 연락하지 않았다.
한 일주일이 지났을 즈음 ..
- 별일없어 ?
정말 먼저 연락도 안하는구나
그렇지만 .. 난 이렇게 너랑 헤어질 수 없어
내가 미안해. 너에게 그렇게 말하는게 아닌데
미안해 ..
너에게 온 모든 문자, 전화를 나는
받지 않았다.
네가 싫어진건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내게는 고3의 무게가,
나를 온전히 홀로 키워내신 내 아버지가,
너의 곁에 있는 너의 가족들이
그 모든것들이 내게는 ..
힘겨움으로 다가왔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 우리는 영원히 이별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고,
내가 군대를 다녀오는 그 모든 시간동안에도
너는 언제나 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매 순간 네 생각이 앞섰고,
어떤때는 엉엉 울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언젠가 네가 적어놓은
글귀를 보았다.
- 나는 천천히 갑니다.
하지만 .. 뒤로는 가지 않습니다.
끝.
* 사실 다 써내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리고 끝맺음도 이것은 아니지만
서둘렀습니다.
민폐가 될 순 없지요
끝까지 보아주신 분이 계시다면
그것으로 고맙게 여기겠습니다.
다음에는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음담패설로 와 볼까도 고민해 보지요 !
물론 글씨체를 완전히 바꿔야 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