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터미널의 그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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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4 06:03 조회 881회 댓글 0건본문
누군가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그 말을 했던 위인을 오늘만큼은 한없이 칭찬해주고 싶다.
그녀가 말 그대로 "변신" 상태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우와..."
멀찍이서 호프집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첫인상의 촌스러운 화장과 복장은 어디가고 한쪽으로 풀어 묶은 삐삐머리 (였던 것) 와 캐릭터에 안맞을 듯한 수줍은 볼터치. 그리고 안경 대신 컬러렌즈라는 훌륭한 선택지에 감색 코트와 회색 스커트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를 빛나게 해주는 건...
"우와..저게 대체 몇 컵이야....."
거대한 유방이었다.
"기다렸찌!"
호프 입구에서 잠시 두리번 거리던 그녀는 이내 나를 발견하고는 반갑다는 듯이 돌진해왔다. 나는 돌진해오면서 출렁이는 그녀의 가슴을 보며 그녀가 첨 만날때 입었던 멜빵바지는 여자의 유방을 짖누르는 흉악한 의상이라는 점을 가슴에 새기며 어색한 미소를 띄워 그녀를 맞아주기로 하였다.
한시간 전, 썸녀에게 쿨하게 까이고 혼자남겨 진 채로 그녀의 문자를 받았던 나는, 강탈해간 아이팟의 A/S를 주장하는 그녀의 황당무계한 주장에 강한 유감과 이의를 제기했고 더불어 비어있던 만원의 행방에 대해서도 캐물었으나, 이내 그녀는 "어쨌든 만나서 따져야겠다"는 괴랄한 답변과 함께 내 위치를 물어왔고, 마침 강남에 서식해있었다는 그녀는 지하철을 타고 한시간만에 내가 있는 호프집으로 튀어오기에 이르른 것이었다.
"3일만에 보네요..ㅎ.ㅎ"
"왠 존대? 잘있었어? 누구랑 마시고 있었던거 아냐?"
"누구? 나 축구보러 여기 온거임..ㅎㅎ"
"500을 두개나 시켜놓고? ㅋㅋㅋㅋ"
"...........시발..."
그녀는 흥미 진진하다는 표정으로 오늘 있었던 내 사건들을 캐묻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리는 경기가 대패로 끝난 축구경기로 인해 혼돈에 빠진 호프집 한 가운데에서 맥주를 퍼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그렇게 된거야. 뭐 요약하자면 까인거지."
"근데 그 조교언니는 왜 니방에서 그런걸 했대?"
내가 썸녀에게 까인 사실은 쿨하게 접어두고 내 자취방 레전설 일화에 더 관심을 보이는 그녀였다. 그래..그 얘기가 좀 쎄긴 하지..근데 이 분은 오늘 두번째 만나는건데 이런 수위 높은 야한얘기까지 해도 되는건가..
"뭐 혈기왕성한 남녀가 정분을 나누려다보니 마땅한 공간이 없어 마침 도서관을 사랑하는 공부벌레 새내기의 자취방 키를 갈취해서 거기서 사랑을 나눈게 아닐까..싶은데.."
"디게디게 웃긴다...ㅋㅋㅋ 쪽팔려서 어떻게 학교 다니냐ㅋㅋ"
한시간 전 썸녀에게는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했던 화제가 이리 발랄해질 수 있다니 나도 썰을 풀면서 신이 나기 시작했다.
"그치그치?? 근데 더 대박인건 말야 들어바바..."
그렇게 이야기 꽃을 피워가면서 맥주는 3000cc를 가볍게 두번이나
리필하게 되었는데,
"근데 아이팟이 고장났다니..선물한거 아니었어?"
너무나 늦고 새삼스럽게 내가 먼저 꺼낸 본론.
"야야!! 들어봐!! 대박!! 내가 아이팟을 선물해줄라고 승재오빠를 딱!! 만났거든?? "
"아아..(그남자 이름이 승재였구만..)"
"근데 만났는데 뭘 차고 나온지 알아??"
".............설마 아이팟?"
"아니!! 아이리버!!!! 아이리버 목걸이 엠피쓰리!! ㅠㅠㅠㅠㅠ"
당시 한창 유행하던 초콜렛 엠피쓰리라고 불리던 목걸이형 아이리버 엠피쓰리를 차고나온 승재오빠덕에 그녀의 원대한 선물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린 듯 했다.
"설마...너 그래서?..."
"주지도 못하고!! 그냥 와버렸지!!"
"헐......."
그녀는 그렇게 우리를 만나게 해준 하얗고 영롱한 아이팟을 꺼내 들어보였다. 아아..아이팟...영롱하구나.. 몇일전까지 한때는 내것이었던 너의 영롱한 자....ㅌ..ㅐ.....
"썼네."
"응...그래서 내가 쓰고 있지 뭐..."
다분히 그녀의 취향일 것이라고 추정되는 휘향찬란한 프리즘 스티커들로 무참히 테러당한 아이팟 본체를 보며 머리를 쥐어 감싸게 된 나는
"줘 바바.."
"웅..."
도무지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운명을 달리한 상태였다.
"아니 뭘 어떻게 썼길래..."
"그냥 욕조에서 몇번 갖고 놀다가..."
"............거기까지만..."
욕조물에 빠트린 후 당황해 하는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했다.
"A/S는...안되겠지요오??"
"저기 고갱님 내가 애플입니까?"
"안되?"
"안.돼. 서비스 센터 알아봐줄게."
그 말이 유효타가 된 것인지 그녀는 매우 기뻐하며 자리를 내 옆으로 옮겨 앉아 잔을 채우기 시작했다.
"고마웡, 헤헤..꼭 보답할게, 자자, 일단 한잔들이켜...사장님! 여기 이슬이좀 주세요!!"
신이 난 그녀가 주종목을 맥주에서 소주로 바꾸기 시작했다.
"야 나 오늘 너무 마셨는데..."
잔에 입술을 갖다 대고 있을 쯔음 나는 내 주량의 한계를 이미 훨씬 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랬다, 내 말을 너무 재밌게 들어줬던 그녀, 그리고 뭔가 반가웠던 그녀와의 대화속에서 술이 물처럼 그렇게 술술 넘어갔던 거였다.
"자꾸 어깨에 닿아...너..."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내 과음의 원인은 내 어깨에 자주 닿던 그녀의 훌륭한 유방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 화장실 좀.."
그렇게 몇잔의 술이 오고가고, 방뇨감이 순식간에 치밀어 올라 본능적으로 화장실을 향해 일어 섰을 때..
"어라라.."
일순 세상이 흔들거리며 발 밑이 꺼지는 느낌이 엄습해왔다.
.
.
.
.
"이어서 mbc 다큐멘터리, 버섯의 신비를 시청하시겠습니다."
버섯의 신비 좋지...몸에도 좋고...약으로도 달여먹고...
노루 궁뎅이버섯이 그렇게 남자한테 좋다던데...근데 노루궁뎅이가 어떻게 생겼더라...
"!!"
순식간에 눈이 떠졌다.
그러나 눈만 떠졌을 뿐, 몸은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무언가 엄청난 것이 나를 덮치고 있는 것 처럼.
가위에 눌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시야에 보이는 것은 낮선 유리 벽...그리고 그너머로 보이는 샤워기..
욕조...아아..저건 욕조구나...그럼 저기 보이는 건...테레비..테레비였어..버섯의 신비가 뭔지 조금은 알거 같구만...그럼 내 가랑이 사이로 느껴지는 이건....
"(나무아미타불....)"
"야 !! 정신좀 차려! 바지에 토해놨단 말야 너!!"
나는 사력을 다해 겨우겨우 시선을 아래로 향했고 거기에는 내 속옷과 바지를 힘겹게 벗기는 그녀가 보였다.
"야! 힘빼!!"
찰싹 내 엉덩이를 두드리는 그녀..그걸 신호로
하반신에 힘을 빼자 내 바지가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관세음보살.....)"
몽롱한 의식 가운데 바지가 벗겨지는 서늘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