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터미널의 그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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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4 06:02 조회 859회 댓글 0건본문
지금으로 부터 약 20여년전.
대학 새내기 시절, 첫 여친과 풋내기 섹스를 통해
동정을 막 졸업했던 나는, 젊음을 핑계삼아 무서울것 없이
이여자 저여자를 찝쩍대며 낮에는 세이클럽과 스카이러브를...
밤에는 나이트를 전전하며 오입질을 위해 몸과 영혼이 혈안이 되어 있었다.
누구나 인생에 한번은 그런 시기가 있었겠지만,
그야말로 뇌수까지 정액으로 차있었던 그런 시기였다.
돈없는 20대 초반의 평범한 키에 안경남, 누가 봐도 매력이라곤 없다.
그래도 간간히 홈런까진 아니더라도 안타를 칠 수 있었던 건
지금 돌이켜 보면 앞뒤 안재고 들이댔던 혈기, 객기..
젊음이라는 무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야말로 조금이라도 "꼴리는" 여자를 보면 다짜고짜
자기소개부터 시작해서 호구조사 끝에 폰팅 친구가 되어있었고
그 폰팅 친구들은 수십번의 통화가 오고간 뒤..하룻밤 애인으로
끝을 맺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동기들 사이에서 나는 "여자 전화번호로 가득찬 새끼"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그렇게 반년가까이 성욕에 미쳐 살던 내게 운명적인 만남이 찾아왔다.
당시 막 출시했던 애플사의 최신 아이팟을 구입하기 위해
수소문한 끝에 서울에 있는 남부터미널 근처의 국제전자 센터에서
원했던 아이팟 재고가 딱 한대남았다는 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남부터미널로 향했다.
에스컬레이터를 뛰다 싶이 올라간 후 매장에도착해서 카드부터 내밀고 서둘러 결제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헉헉 거리는 가파른 숨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돼헤에!!.....헉....헉..."
놀라 뒤를 돌아보니 아이팟을 개봉해서 제품 필름을 벗겨내고 있던 내 모습을 애가 타는 시선으로 훑어 보며 실망 가득한 표정으로 탄식하는 그녀가 보였다.
(우와..삐삐머리..)
지금도 흔히 볼 수 없는 흔히 삐삐머리라고 하는 양갈래 머리.
약간 촌스러운 화장과 두꺼운 안경. 그리고 골덴 멜빵바지.
짐이 가득 차있는 듯 한 이스트백팩 가방.
나이키 덩크를 신고있던 그녀.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 그녀의 첫 인상은.
(촌녀....ㅋ)
였다.
서울사람같이 보이지 않는 약간 과한 화장에
메이커와 보세를 적절히 섞은 패션.
그리고 무엇보다 쇼킹했던 삐삐머리..
"아저씨!! 십육기가 재고 더 없어요?!"
날카롭게 본론부터 꺼내 묻는 그녀.
"어 이 친구가 산게 마지막 한대야.."
"안돼는데!!!! 아깐 재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녀는 자기 주장이 엄청 확고하고 분명한 성격인듯했다.
"그러니까 그 한대를 지금 이 친구가 사간거잖아."
"아우...."
뭔가 엄청나게 분하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씹는 그녀.
나는 괜히 포장을 뜯던 손이 민망하게 느껴져서 작동테스트를 하려던
손을 황급히 수습하고 아이팟을 가방에 쑤셔넣었다.
"히잉..."
나는 힐끔 그녀를 쳐다보았는데 그녀는 내 일련의 과정을 분하다는 듯이 훑어보고 있었다. 서둘러 결제를 마치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나려는 내게
"저겨"
"...."
"저겨저겨저겨"
혀짧은 그녀의 부름에 나는
"안팔아요."
"!!!!!"
아까도 말했지만 자기 표현이 확실한 여자였다. 실망이라는 감정을
저렇게 안면윤곽에 확실하게 표현해낼줄이야. 굳이 제목을 붙여야한다면 나는 저걸 "좌절"이라고 부르겠어. 라는 생각을 곱씹으며 하행 에스컬레이터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정확하게 3미터 뒤에서 그녀가 따라오고 있었다.
4층...3층...2층...
(뭐,뭐지...)
그리고 1층..
"저겨!!!"
에스컬레이터를 다 내려올 즈음에 큰 소리로 등뒤에서 그녀가 나를 불렀다.
"아 그러니까 안판...."
"탕수육 대짜!!!!"
순간 나와 그녀의 말이 동시에 교차했다.
?!?!
내가 친절하게 상황 파악이 안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이자
"대짜요!! 중도 소도 아니고 무려 대!!!!"
라며 굳이 밥먹는 제스쳐를 크게 취해보이는 그녀.
"사준다고요?!"
"정가에 탕수육 대짜까지 얹어준다구요!!"
"아...네...맛있게 드세요.."
"어휴 잠깐만요. 지금 한시반인데 아직 밥 안먹었죠?"
"먹었는데요?"
"그래도 또 먹어요! 이 근처에 맛있는 짱께집이 있어요!"
"아 그러니까 안판...다...니...까아...아앗!!"
어느 샌가 내 손을 낚아 채서 입구로 끌고 가는 그녀..
맷돼지 같이 저돌적인 완력...당돌하고 우렁찬 목소리..
그럼에도 내 몸을 스쳤던 풍만한 가슴과 옷에 배어있던 과일향 샴푸냄새..
그것이 그녀 염혜진양과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