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사랑한 그녀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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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8:03 조회 757회 댓글 0건본문
2002년, 온 나라가 들썩이던 그 해.
펑퍼짐한 교복이 아직은 어색했던 나에게도 첫 사랑이 찾아왔다.
그리고 10여년이 흘러 교복은 양복으로,
땀 냄새는 향수와 담배 냄새로 바뀌어버린
작년 겨울,
그녀를 다시 마주 했을 때, 나는 그 때의 그 여드름 소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10여년 전,
창가에 빼꼼 고개를 들이민 벚꽃처럼 풋풋했던 그녀는
그 해 여름 유행하던 Be the Reds 티셔츠를 가끔 입고 왔었다.
터질 듯 부푼 티셔츠와 긴 생머리, 하얀 피부, 높은 콧날, 큰 키
당시 전교 모든 학생들의 상상 속 재료로선 그보다 완벽할 수 없었다.
식사 당번이었던 어느 날, 나는 국을 퍼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낑낑대며 팔을 주무르던 그 때, 1학년들과는 아무 연관이 없던 그녀가
복도 끝에서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국자를 들고 대신 배식을 해주었다.
허리를 숙인 그녀의 뒤엔 짓궂은 놈들이 소리 없는 미소를 지으며
치마 속을 염탐질 하고 있었다.
그저 우물쭈물 서 있던 나는 배식이 다 끝난 후에도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자리를 피했다.
막 겨울이 찾아올 무렵, 1년 내내 학교엔 심심찮게 싸움판이 벌여졌고
그 날은 내가 주인공이었다. 상대를 흠신 때려주고 나서 보니
그 녀석의 안경알이 깨져 내 손에 생채기를 내어놓았다.
방과 후 교무실에 남아 무릎을 꿇고 훌쩍이며 반성문을 쓰고 있었는데
수업자료를 복사하러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선혈이 낭자한 반성문을 보더니
크리넥스와 밴드를 가져와서 내 손을 감싸주었다.
피 묻은 휴지로 콧물 훔치기에 여념 없던 나는 또다시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곤 얼마 후 겨울방학이 찾아왔다.
학원을 파하고 텅 빈 방에 이불 덮고 몸을 녹이며 천장을 바라볼 때면
그녀의 얼굴과 따뜻했던 손의 감촉이 떠올라 한바탕 쏟아내지 않으면
그대로 밤을 새우기도 하였다.
어느덧 새 학기를 맞이했을 때, 그녀가 우리 반 수업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첫 수업 전날 밤을 하얗게 지새웠고 하루 종일 비몽사몽임에도 그 시간만큼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칠판이든 그녀의 얼굴이든 모든 곳에 레이져를 뿜어댔다.
수업용으로 개설된 카페에 숙제를 핑계로 이런저런 게시물을 올리며
존재를 각인 받고 싶어 했고, 발표 준비를 할 때엔 다른 과목은 모두 제쳐두고
몇 날 며칠을 매달려 칭찬 한 마디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짧은 1년이 지나고, 다시 맞는 새 학기.
교정에서 그녀의 모습을 다시는 찾을 수 없었다.
한 달여간 혼자 끙끙 앓던 중에 우연히 전근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고,
거의 폐쇄 직전인 그 카페에 들어가 근황을 물으며 핸드폰 번호를 알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남들보다 뒤늦게 미니홈피를 만들었고
방과 후엔 그녀의 미니홈피만 하루 종일 들락날락하며
가끔씩 업데이트 되는 그녀의 새로운 제자들과 찍은 사진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등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방명록엔 아주 가끔씩 짧은 안부만 전하며 그렇게
흔한 제자들 중 한 명으로 그녀와의 인연의 끈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에게도 여자친구가 생기고 재수를 하고 대학에 들어가는 등
이런 저런 일이 겹치면서 매일 접속하던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몇 개월에 한번이던 안부의 글도 일 년에 한번으로 줄어갔다.
하지만 그 동안 사귀었던 이성들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걸을 때도
그녀의 감촉을 계속 갈구했고
질펀하게 밤을 보내는 동안에도 쾌락에 젖은 그녀의 얼굴을 상상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같이 잠들고 눈을 떴을 때
여자친구가 아닌 그녀로 바뀌어 내 옆에 누워있었으면 했다.
겉과 속이 다른 채로 관계를 이어가다보니
항상 종지부를 찍을 때면 속을 알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술잔을 연거푸 들이키곤
자조섞인 눈물을 흘리며 술집 벽에 머리를 계속 찧어 피를 본 적도 있었다.
뜬금없지만 내겐 나름 고상한 취미가 있는데, 소묘이다.
연예인이나 지인 등 수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나의 주 모델은 항상 그녀였다.
하지만 언제나 종이에 담아 놓고 보면 마음에 들지 않아
찢어버리기 일 수였으므로 그녀에게 그림을 보여준 적도
존재했었다는 사실도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그릴 것이라는
한 마디 말도 아직까지 전하지 못했다.
카카오톡이 생겨난 이후엔 미니홈피 대신 가끔 톡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전하였는데 언제나 그녀의 어조는 어린 제자를 대하는 고집스러움이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톡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그녀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교사를 그만두고는 다른 직업을 찾았다고 했다.
사실 예전부터 느껴왔었지만 그녀의 쾌활한 성격과 미소 짓는 얼굴 속에 역설적이게도
약간의 그늘이 있는 듯 해 보였었다. 하지만 난 그저 연애 문제라든지, 업무 스트레스 등
모든 사람들에게 있는 이유들로 인해 생겨난 줄로만 알고 있었다.
톡을 이어가는 중에 만나 뵙고 싶다는 말을 건넸고 그녀도 수락하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녀의 집 근처에서 같이 저녁을 하기로 구두약속을 잡았다.
당시 나에겐 사귄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전과 같은 이유로 관계의 종말을 맞이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되기 전인, 쌀쌀한 바람이 부는 어느 거리에서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정리 되었고 그 날 바로 그녀와 날짜와 시간 등의 약속을 잡았다.
몹시 추웠던 작년 겨울,
현재 방영하는 드라마의 인턴생활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힘들게 보내던 나는
주제넘게 회식을 뿌리치고 그녀와의 약속장소로 달려갔다.
한 시간여를 기다리다 그녀의 전화를 받아 10여년 만에 다시 목소리를 듣게 되었고,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그렇게 고대하던 그녀를 만났다.
세월을 비켜간 듯이 그녀는 예전처럼 사랑스러운 미소로 나를 반겨주었고
난 다시 그 시절 그 소년이 되어버렸다.
그녀가 운전하는 차를 같이 타고 가는 동안 수줍은 소년처럼 우물쭈물하던 나는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더니 그 동안 살아온 얘기나 과거에 있었던 일,
자신이 원래 품은 꿈 얘기 등을 서로 털어 놓고 있었고
어느새 그동안 미치도록 다시 느끼고 싶었던 그 손을 꼭 잡곤 절대 놓지 않을 것처럼
술에 취해 풀린 건지 감정에 젖은 건지 모르는 내 눈을 그윽하게 그녀에게 맞추었다.
그녀는 연애가 하고 싶다며 투덜거리기도 하고
갑자기 결혼식에 와주겠냐며 물어보기도 하였다.
그때 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장소를 바꾸어 걸어갈 때, 처음엔 각자 따로 걸었는데
술이 한잔 들어가자 손을 잡고 두잔 들어가자 팔짱을 꼈다.
카페에서 커피를 쏟은 그녀에게 손수건을 꺼내어 닦아주고는
두 손을 꼭 잡으며 점점 밀착해갔다.
내 속셈을 알았는지 그녀는 내 눈을 바라보면서 오늘은 안 돼 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진한 커피에 술이 깨어 가는지 그녀가 자리를 이만 파하자고 했다.
팔짱을 끼고 버스정류장까지 서로 투닥 거리며 걸어왔다.
나를 태워 보낼 버스를 기다리는 그녀의 모습이 안절부절 해보였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그녀의 그 모습에 나도 덩달아 초조해졌다.
그리고 차가운 바람에 홍조를 띈 볼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쪽! 그리곤 한 번 더 쪽!
아무렇지 않은 듯이 다른 곳을 바라보는 그녀가 조금 괘씸해졌다.
그래서 벽에 툭 밀치곤 거칠게 입술을 탐했다.
굳게 닫힌 입이 어느새 사르르 맞이해줬다.
달달한 침과 부드러운 감촉의 혀가 섞이면서
또 다른 나는 단단해 지고 있었다.
그러다 내 차가운 손이 그녀를 만지는 그 순간 그녀를 잠깐 떠나있었던 이성의 끈이
냉기와 함께 돌아옴을 느꼈고 그녀는 날 피해서 뒤돌아 잠깐 생각을 하더니
버스 쪽으로 날 밀어붙여 태워 버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 벤치에 앉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후회를 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그렇게 갈구했던 것이 이렇게 허망했던 건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얼마 후 그녀는 한번만 봐주겠다는 말과 집에 잘 들어가라는 톡을 남겼다.
하지만 도저히 이런 기분으론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결국 막차를 놓치고 지하철역 앞에서 줄담배를 태우며 내 스스로를 저주했다.
담배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3줄요약1.화자가 여주인공 좋아했음2.그녀가 거의 신격화되서 뭘해도 그녀 생각만났음 근데 그게 10년지속3.10년만에만났는데 남자가 술먹고 정신놔서 일저지름
펑퍼짐한 교복이 아직은 어색했던 나에게도 첫 사랑이 찾아왔다.
그리고 10여년이 흘러 교복은 양복으로,
땀 냄새는 향수와 담배 냄새로 바뀌어버린
작년 겨울,
그녀를 다시 마주 했을 때, 나는 그 때의 그 여드름 소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10여년 전,
창가에 빼꼼 고개를 들이민 벚꽃처럼 풋풋했던 그녀는
그 해 여름 유행하던 Be the Reds 티셔츠를 가끔 입고 왔었다.
터질 듯 부푼 티셔츠와 긴 생머리, 하얀 피부, 높은 콧날, 큰 키
당시 전교 모든 학생들의 상상 속 재료로선 그보다 완벽할 수 없었다.
식사 당번이었던 어느 날, 나는 국을 퍼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낑낑대며 팔을 주무르던 그 때, 1학년들과는 아무 연관이 없던 그녀가
복도 끝에서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국자를 들고 대신 배식을 해주었다.
허리를 숙인 그녀의 뒤엔 짓궂은 놈들이 소리 없는 미소를 지으며
치마 속을 염탐질 하고 있었다.
그저 우물쭈물 서 있던 나는 배식이 다 끝난 후에도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자리를 피했다.
막 겨울이 찾아올 무렵, 1년 내내 학교엔 심심찮게 싸움판이 벌여졌고
그 날은 내가 주인공이었다. 상대를 흠신 때려주고 나서 보니
그 녀석의 안경알이 깨져 내 손에 생채기를 내어놓았다.
방과 후 교무실에 남아 무릎을 꿇고 훌쩍이며 반성문을 쓰고 있었는데
수업자료를 복사하러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선혈이 낭자한 반성문을 보더니
크리넥스와 밴드를 가져와서 내 손을 감싸주었다.
피 묻은 휴지로 콧물 훔치기에 여념 없던 나는 또다시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곤 얼마 후 겨울방학이 찾아왔다.
학원을 파하고 텅 빈 방에 이불 덮고 몸을 녹이며 천장을 바라볼 때면
그녀의 얼굴과 따뜻했던 손의 감촉이 떠올라 한바탕 쏟아내지 않으면
그대로 밤을 새우기도 하였다.
어느덧 새 학기를 맞이했을 때, 그녀가 우리 반 수업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첫 수업 전날 밤을 하얗게 지새웠고 하루 종일 비몽사몽임에도 그 시간만큼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칠판이든 그녀의 얼굴이든 모든 곳에 레이져를 뿜어댔다.
수업용으로 개설된 카페에 숙제를 핑계로 이런저런 게시물을 올리며
존재를 각인 받고 싶어 했고, 발표 준비를 할 때엔 다른 과목은 모두 제쳐두고
몇 날 며칠을 매달려 칭찬 한 마디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짧은 1년이 지나고, 다시 맞는 새 학기.
교정에서 그녀의 모습을 다시는 찾을 수 없었다.
한 달여간 혼자 끙끙 앓던 중에 우연히 전근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고,
거의 폐쇄 직전인 그 카페에 들어가 근황을 물으며 핸드폰 번호를 알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남들보다 뒤늦게 미니홈피를 만들었고
방과 후엔 그녀의 미니홈피만 하루 종일 들락날락하며
가끔씩 업데이트 되는 그녀의 새로운 제자들과 찍은 사진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등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방명록엔 아주 가끔씩 짧은 안부만 전하며 그렇게
흔한 제자들 중 한 명으로 그녀와의 인연의 끈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에게도 여자친구가 생기고 재수를 하고 대학에 들어가는 등
이런 저런 일이 겹치면서 매일 접속하던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몇 개월에 한번이던 안부의 글도 일 년에 한번으로 줄어갔다.
하지만 그 동안 사귀었던 이성들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걸을 때도
그녀의 감촉을 계속 갈구했고
질펀하게 밤을 보내는 동안에도 쾌락에 젖은 그녀의 얼굴을 상상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같이 잠들고 눈을 떴을 때
여자친구가 아닌 그녀로 바뀌어 내 옆에 누워있었으면 했다.
겉과 속이 다른 채로 관계를 이어가다보니
항상 종지부를 찍을 때면 속을 알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술잔을 연거푸 들이키곤
자조섞인 눈물을 흘리며 술집 벽에 머리를 계속 찧어 피를 본 적도 있었다.
뜬금없지만 내겐 나름 고상한 취미가 있는데, 소묘이다.
연예인이나 지인 등 수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나의 주 모델은 항상 그녀였다.
하지만 언제나 종이에 담아 놓고 보면 마음에 들지 않아
찢어버리기 일 수였으므로 그녀에게 그림을 보여준 적도
존재했었다는 사실도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그릴 것이라는
한 마디 말도 아직까지 전하지 못했다.
카카오톡이 생겨난 이후엔 미니홈피 대신 가끔 톡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전하였는데 언제나 그녀의 어조는 어린 제자를 대하는 고집스러움이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톡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그녀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교사를 그만두고는 다른 직업을 찾았다고 했다.
사실 예전부터 느껴왔었지만 그녀의 쾌활한 성격과 미소 짓는 얼굴 속에 역설적이게도
약간의 그늘이 있는 듯 해 보였었다. 하지만 난 그저 연애 문제라든지, 업무 스트레스 등
모든 사람들에게 있는 이유들로 인해 생겨난 줄로만 알고 있었다.
톡을 이어가는 중에 만나 뵙고 싶다는 말을 건넸고 그녀도 수락하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녀의 집 근처에서 같이 저녁을 하기로 구두약속을 잡았다.
당시 나에겐 사귄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전과 같은 이유로 관계의 종말을 맞이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되기 전인, 쌀쌀한 바람이 부는 어느 거리에서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정리 되었고 그 날 바로 그녀와 날짜와 시간 등의 약속을 잡았다.
몹시 추웠던 작년 겨울,
현재 방영하는 드라마의 인턴생활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힘들게 보내던 나는
주제넘게 회식을 뿌리치고 그녀와의 약속장소로 달려갔다.
한 시간여를 기다리다 그녀의 전화를 받아 10여년 만에 다시 목소리를 듣게 되었고,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그렇게 고대하던 그녀를 만났다.
세월을 비켜간 듯이 그녀는 예전처럼 사랑스러운 미소로 나를 반겨주었고
난 다시 그 시절 그 소년이 되어버렸다.
그녀가 운전하는 차를 같이 타고 가는 동안 수줍은 소년처럼 우물쭈물하던 나는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더니 그 동안 살아온 얘기나 과거에 있었던 일,
자신이 원래 품은 꿈 얘기 등을 서로 털어 놓고 있었고
어느새 그동안 미치도록 다시 느끼고 싶었던 그 손을 꼭 잡곤 절대 놓지 않을 것처럼
술에 취해 풀린 건지 감정에 젖은 건지 모르는 내 눈을 그윽하게 그녀에게 맞추었다.
그녀는 연애가 하고 싶다며 투덜거리기도 하고
갑자기 결혼식에 와주겠냐며 물어보기도 하였다.
그때 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장소를 바꾸어 걸어갈 때, 처음엔 각자 따로 걸었는데
술이 한잔 들어가자 손을 잡고 두잔 들어가자 팔짱을 꼈다.
카페에서 커피를 쏟은 그녀에게 손수건을 꺼내어 닦아주고는
두 손을 꼭 잡으며 점점 밀착해갔다.
내 속셈을 알았는지 그녀는 내 눈을 바라보면서 오늘은 안 돼 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진한 커피에 술이 깨어 가는지 그녀가 자리를 이만 파하자고 했다.
팔짱을 끼고 버스정류장까지 서로 투닥 거리며 걸어왔다.
나를 태워 보낼 버스를 기다리는 그녀의 모습이 안절부절 해보였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그녀의 그 모습에 나도 덩달아 초조해졌다.
그리고 차가운 바람에 홍조를 띈 볼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쪽! 그리곤 한 번 더 쪽!
아무렇지 않은 듯이 다른 곳을 바라보는 그녀가 조금 괘씸해졌다.
그래서 벽에 툭 밀치곤 거칠게 입술을 탐했다.
굳게 닫힌 입이 어느새 사르르 맞이해줬다.
달달한 침과 부드러운 감촉의 혀가 섞이면서
또 다른 나는 단단해 지고 있었다.
그러다 내 차가운 손이 그녀를 만지는 그 순간 그녀를 잠깐 떠나있었던 이성의 끈이
냉기와 함께 돌아옴을 느꼈고 그녀는 날 피해서 뒤돌아 잠깐 생각을 하더니
버스 쪽으로 날 밀어붙여 태워 버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 벤치에 앉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후회를 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그렇게 갈구했던 것이 이렇게 허망했던 건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얼마 후 그녀는 한번만 봐주겠다는 말과 집에 잘 들어가라는 톡을 남겼다.
하지만 도저히 이런 기분으론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결국 막차를 놓치고 지하철역 앞에서 줄담배를 태우며 내 스스로를 저주했다.
담배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3줄요약1.화자가 여주인공 좋아했음2.그녀가 거의 신격화되서 뭘해도 그녀 생각만났음 근데 그게 10년지속3.10년만에만났는데 남자가 술먹고 정신놔서 일저지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