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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으로 해외여행 다녀온 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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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02:46 조회 35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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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바둑을 접한 것은 집안에 바둑을 열심히 두던 아버지와 외삼촌(A)으로 부터였어월남에서 돌아온 해병대 외삼촌(A)은 젊었을때 주먹으로 날리던 대구 사나이였어
하지만 귀국후 별다른 직업을 못구하고 누나의 집에 얹혀 살면서 가끔 주말에 아버지와 바둑을 두는일과동네 아가씨들을 만나는데에 흥미를 갖고 있었지 나를 돌본다고 해놓고 데리고 온동네 여자들을 만나러 다녔어

어려서 그게 뭐 어떻게 운영되는건지는 몰랐지만 바둑돌이 마치 어렸을때 바둑껌처럼 흰색에 검정색이었다는 것 정도만알고 유년기를 배움하나 없이 그냥 지나쳤지

바둑껌은 그 당시에 인기있던 껌인데 가끔 바둑돌을 이에 물어보며 혼자 어릴때를 상상할때도 있다아버지께 10원을 얻으면 얼른 가게에 달려가서 사먹곤 했다

세월이 흘러 중학생시절에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다른 외삼촌(B)이 우리집에 기거하며 자신의 월급을 가지고 우리 집안을일으키는데 일조를 한 일이 있어

고맙게도 그때 그 외삼촌(B)은 좋은 마음씨를 가진 총각이었지장가들기 전까지 우리집안을 위해 애써준 점을 잊을 수 없어지금은 돈에 무척 민감해져서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이 달라졌지만....

주말이면 같이 축구를 하러 새벽같이 외조카 둘을 데리고 놀아줬으며 아침을 먹고나면아버지와 형 그리고 외삼촌이 세명이서 번갈아가며 바둑을 두곤 했어

역시 그때에도 나는 옆에서 바라만 보고 내용을 이해못하는 수준이고누구도 가르쳐 주려고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나는 장기에 소질이 있어서 장기가 월등히 재미있다는 생각에그다지 배울 욕심을 부리지 않았지

알다시피 바둑이란게 처음 접하기가 장벽이 너무 높다뭔가 확끌어당기는 맛도 없어보이고 지루하게 계속 둬나가야하는 통에 이해하기도 어렵고자칫 죽기라도 하면 왜죽었는지도 모르고 신경질만 나기 딱 좋은 놀이같아 보이기 때문일거다

학창 시절에 단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돈독한 우정으로 같이 어울리던 친구가 하나 있었어유순하고 친구에게 따듯한 마음으로 대하던 녀석인데 단지 공부를 좀 못하고 담배를 피며 학창시절을 겉돌던 애지만뽄드를 분다거나 껄렁거리며 침이나 뱉고 다니든가 껌을 가지고 여자애들을 꼬시는 그런 애는 아니었지

우리때는 껌하나가지고 여자애들을 꼬시는 양아치들이 판을 치는 시절이었다놀랍겠지만 사실이야껌신공이 그때는 노는 애들 사이에서는 획기적이고 참신한 특정한 신호를 지닌 아이템이었다

그 애가 형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애 어머니께서 나와 친구에게 형을 좀 찾아오라고 해서 친구따라 당구장에 가게 되었지지금같으면 휴대전화로 문자를 날리면 될것이지만 그때는 그딴건 없었던때라 물어물어 찾아다니거나 주로 자주 머무는만화방이나 전자오락실 또는 당구장등의 아지트 같은곳을 뒤지는게 빠른 해결책이었지

학생이 당구장을 들락거리면 최소 정학감인것은 확실했을 시절이야

어머님께서 찾는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아랑곳안하고 담배를 옆으로 문 채 당구에 집중하고 있어서 아마도 내기가 걸린 당구인듯해서기다리는 동안에 기웃거리며 당구장안을 둘러보는 데 바둑판이 보였어주인아저씨가 당구큣대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손질해주는 아저씨와 바둑을 두고 있었지

그전엔 그렇게 관심없었지만 갑자기 왠 일인지 그 바둑을 한참 바라보다가대국이 끝나고 당구장 주인 아저씨에게 바둑가르쳐 달라고 말을 건냈더니당구장에 왔으면 당구를 쳐야지 무슨 바둑이냐....라고 할 줄 알았지만 선뜻 가르쳐 주겠다고 말해주셔서 고마왔다

평소 동네를 다닐때 나이키가 대세였던 시절이지만, 흰 고무신을 신고다녀서 유별나게 생각을 했다고 하셨다당구장에서도 친구를 기다릴뿐 전혀 당구를 치려고 하지 않았으니.... 아마도 관심을 좀 끌었던것 같다사실 당구칠 돈이란게 없어서 였는데.....

나중에서 알았지만 내 친구가 워낙 당구를 열심히 쳐서 당구장 매상을 올리는데도 일조를 하고새로운 손님오면 맞상대를 해서잘대해주셨던거 같다

바둑을 가르쳐주는 대신 조건이 있었어그래서 약간 겁을 먹었지만 조건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박카스 두병을 주말에 바둑두는 날 사가지고 오라는 것이었지
이유인즉 한병은 와이프것 하나는 자기것이라는데 듣고나니 그리 까다로운 조건이 아니어서 좋다고 그렇게 하겠다고하고바둑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당구장 주인은 기력이 상당했어아홉점을 놓으라고 해서 그렇게 시작해서 두달정도 지났다

사실 처음 둘때 아홉점은 말도 안되는 칫수야. 하지만 그렇게 시작해서 조금씩 나아져서결국 2집인가 이기는 날이 왔다

주인왈 너는 이제 9급이야 하고 말하고는 잘 뒀다고 칭찬을 해주셨지이제 제대로 9점이 맞는 칫수가 된거야

"내가 기원2급인데 너는 이정도면 어디가서 바둑둘때 9급이라고 말하고 두면 된다" 라고 말해주셨다단시간에 18급에서 9급까지... 지금 생각하면 일취월장을 한 셈이다

사실 요즘도 가끔 기원에 가긴 하지만 2급을 본적이 한번도 없다다들 삼급강 이라던가 1급이라고 하지 2급이라고 하는 아재를 본적이 없는데 왜그런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바둑수준을 누구에게 다시 테스트겸 둬보지도 않고 두어달후 영장을 받고 군대에 입대를 했다논산을 거쳐 팡주상무대 기갑 조종수 교육을 받고 의정부에서 대기 타다가 하이바 네개가 부대마크인 곳에 배치를 받았다전쟁이 나면 절딴을 내는 부대라고 들었다

자대에 오니 할줄아는게 뭐냐고 묻는 고참들의 성화에 팡주상무대에 있을때 가족들에게서 돌려받은 운동했던 결과물인합기도 단증과 태권도 단증을 보여줬다 보여줬더니 군화발과 주먹이 날아왔다염병.... 그것들은 내가 앞으로 대들까봐 먼저 선빵을 날린건가.... 사실 대들 생각도 없었는 착한 청년인데 말이지.

어쨌거나 줘터지고 있는데 선임하사가 불러서 행정반에 끌려갔다안불렀으면 더 맞았을지도 모르는데 선임하사가 고마왔다

선임하사가 신입사병이라서 이것저것을 인사계대신 물어가며 메모를 했어인사계가 할일을 대신하고 있던건데 책꽂이에 바둑책으로 보이는게 있어서 물끄러미 봤더니 행마에 관한 책이었지
한참 눈길을 주며 묻는것에 대답하고 있는데 너 뭘보냐고 해서 바둑책이 있어서 보고있다고 했더니바둑 둘줄 아느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다(9급정도라고 했다)

전문대가 최종학력인데 이 망할 우리부대엔 가방끈이 없었어보통 인사업무를 보는 애들은 대재들이어야 하는데 대학나온애들이 거의 전무했던터라내가 가진 재주도 아닌 재주가 가 이사람들 보기엔 재주로 보였는지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계속나눴다

어쨋거나 그때 옆에서 줏어듣던 우리 내무반 최고참 병하사가 주말이면 일직을 마치는 아침에 나와 바둑을 뒀지기상과 동시에 내무반에 끌려와서 일요일 내내 바둑을 두는 사역을 했다

이 내무반장의 기력은 나와 얼추 비슷했어하지만 짬밥이 있어서 절대 흑을 쥐지 않고 백을가지고 뒀다
사실 내가 백을 잡으면 승률이 30퍼센트 아래로 곤두박질 칠것같은 기력을 가졌어흑이어서 거의 절반에 가까운 승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고참들 눈치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아주 죽을맛이지만 계급이 깡패라 제대도 몇달 안남은 내무반장인 이 하사가 두겠다는데 누가 터치를 하겠냐마는바둑사역을 마친 다음엔 이리저리 불려가서 얼차려들 엄청 받았다
결국 세월이 흘러 이 하사가 재대를 해버렸어자기딴엔 내가 고마왔다고 말해주었다
군대시절 내내 바둑을 두고싶었는데 무식?한것들만 잔뜩있어서 바둑둘 기회가 없었는데 네녀석덕에 잘 놀다간다고 해줬지고맙기도하고 괴롭기도하고 이 하사의 제대가 내게는 여러 생각들로 만감이 교차했어

그가 제대하고서 한참을 바둑을 두지못했다계급이 바뀌고 일병 말쯤되었을때중고참들이 병장을 달거나 식기군번이 되어서 부대를 장악해갈 무렵이었다
그들의 입김이 쎄질무렵 바둑둔다고 그렇게 괴롭히던 그 중고참들이 서무계에게 압력을 넣어 서로 나와 근무를 서게 해놓으라고으름짱을 놨다
서무계도 누구를 나와 근무를 서게 해야할지 무척 고민스럽다고 내게 말하곤 했지이놈을 넣자니 저놈이 갈구고 저놈을 넣으니 요놈이 와서 악다구니늘 쓰고....

이유인즉 이 자들이 바둑을 두기시작했다는건데식기군번이거나 병장 1호봉은 되야 바둑알을 만질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거였다
이상한 부대 시스템이었다 장기알정도는 상병달면 만지작거릴 수 있는데바둑알은 그렇지 못했어

얘네 기수가 9명정도 되었는데 아주 잔혹한 녀석들이라 밤마다 기재실이나 보일러실 뒤에서 곡소리가 났다얘네들에게 하도 얻어터져서 후에 제대한다음 집까지 찾아간 후임(내게는 선임)들도 있었다고 들었어

오늘은 A에게 삼삼을 가르치면 그 다음날 A가 기분좋은 얼굴을 하고 내가 와서 초코파이를 군복 상의주머니에 넣어주었고다음날 B에게 고목을 가르치면 B가 베지밀을 야상 주머니에 찔러주고 그랬다

배운지 얼마 안되어서 한번 뭔가 가르쳐주면 그걸 써먹고 좋아 히히덕대는것이 꼭 애들같았지서로 도토리 키재기 였지만 즐거워들 했어그리고는 밤근무까지 같이 서면서 바둑테크닉을 전수하느라 웃기기도 하면서 이것들의 승부욕에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한번은 C가 근무설때 첫마디가 야이새끼야 너 A한테 바둑가르쳐주지마내가 그새끼한테 꼴아서 기분이 말이아니다라며 자기한테만 가르쳐주기를 원했다

이럴줄 알고 미리 맨트를 준비했었지A병장님과 그렇게 이기고 지고 하면서 여태까지 두신 바람에 C병장님의 기력이 높아졌지말입니다서로 장단점이 있고 장점에 밀리면 이런 경우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시면 다음번에설욕을해서 이길수 있지말입니다그러니 화내지마시고 가르쳐드리는 수를 숙지하시고 다음 번에 제대로 받아치면 됩니다
그랬더니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는지 발끈하다가 웃으며 오늘은 뭘배우지 하고 내게 물었다
단순한 애들이 성질을 부릴땐 불같다는걸 그때 배웠다걔들은 내게 바둑을 배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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