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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녀 볶음밥 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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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06:35 조회 39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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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 http://www.ttking.me.com/313784

"야, 이주임, 이거 재고 파악 다시해라. 왜 안맞아. 너 내일 이사님 오시는 거 알아? 몰라?"


"야! 지게차 여기다 세워놓으면 어떻게? 오후에 물건 들어온다고 했지..애들 관리 어떻게 하는거야..버러럭..."




한국직급으로는 만년부장인 50대 법인장이 황소처럼 공장 앞마당을 뛰어다니고 있었어.




3월 정기인사 때 이사 못달면 나가거나... 아니면 다시 계약직으로 재입사하겠지.


나이 어린 이사가 수두룩한데..이사 중에 삼분의 이는 어차피 외부에서 날라와. 지분가진 대기업에서 이사 못달고


퇴사하는 사람 배려차원에서 압력을 넣거든 헬조센이 원래 그래.




그래서 그런지 법인장은 신경이 예민해져서 엄청 우릴 갈궜어.




나도 눈코 뜰새 없이 보냈어. 그렇게 이국 땅에서 겨울이 지나 새 봄이 오고 있었어.




민경이는 민경이대로 바빴어. 4학년 마지막 학기라서 실습도 나가고 영어학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했어.


중국학교들은 가을에 입학하고 졸업하거든.




"오빠, 한국에서는 중국 대학 출신 잘 안 알아준다면서요? 나 아무래도 대학원까지 가야 하지 않을까.


나도 공부 좀 더 하고 싶고...."




민경이는 '중국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대학원 진학을 염두해 두고 있었어. 민경이 말이 맞아. 이왕 


공부한 거 끝장을 봐야지.


한편으로는 나랑 떨어지기 싫어서 그런 것도 있어. 




가끔 민경이가 농담삼아 그런 말을 하곤 했거든.




"나 졸업하고 먼저 귀국하면 오빠 누가 챙겨요..."




예전에 짝사랑하던 독일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오빠, 그 오빠가 자기랑 있었으면 그렇게 안죽었을거라고 믿었어.


소녀다운 감상과 확신이지. 그래서 트라우마가 있나봐. 내가 어디 먼 지역으로 출장가고 그러면 떨어지기 싫어


하고 불안해했어.




난 본사로 출장 겸 잠시 귀국해서 아버지에게 민경이 사진만 보여드렸어. 난 어머니가 안계신 외아들이야. 


아버지는 그냥 며느리감만 데꾸와라 이거야. 많이 묻지도 않으셨어.




"햐, 얘 이빨이 희고 가지런하네. 그럼 됐다."  그걸로 끝.




아버지는 평생 집에 생활비 제대로 안갖다주신 술꾼으로 엄마 속만 썼혔고... 그래서 나는 거의 고학으로 대학졸업했어.


그래서 아버지가 나한테 뭐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못돼.




민경이가 졸업하고 대학원을 가면 난 민경이랑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어. 어차피 사랑하는 사람끼리 이렇게 외국에서까지


떨어져 살아야 할 필요가 있나 생각했어. 유학생 사회에 학생 부부도 꽤 많았어. 물론 대충 동거하는 애들도 많았지만.




언젠가 한번 민경이에게 "우리 그냥 같이 살까?"하고 던져봤는데 자긴 싫대.




민경이도 나도... 결혼도 안하고 동거하는 젊은 대학생들 보면 흉봤거든. 자긴 정식으로 혼인신고하고 같이 살고 싶대.


나도 동의했어. 민경이는 그렇게 반듯한 애야.




민경이가 다시 대학원 마칠 무렵에 얼추 나도 중국 근무 임기가 끝날 것 같으니 그때 함께 귀국할 계획도 세웠어.




그 해 봄은 민경이와 함께 참 행복했어. 우린 걸핏하면 자전거를 타고 이 도시 구석구석을 누볐어.


중국 사람들도 자전거를 잘 타고 다니거든. 교외시골길 다닐 때면 시골 사람들이 참 때묻지 않고


순박했고 거리에 피어나는 들꽃이 민경이처럼 아름다웠어.




전엔 나같은 주재원들은 술먹고 가라오케에서만 놀 줄 알았지 ...이렇게 손바닥 한번만 뒤집으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을 몰랐지.







주말에 민경이는 꼬박꼬박 우리 집에서 자고 갔어. 민경이와 잠자리 때문에 주말이 항상 기대가 되었어.




민경이는 항상 불을 끄게 했어.




"아 쫌..오빠가 네 예쁜 몸 좀 보자...보고 싶다니까.."


"불 꺼도 다 보여요..."




"우리 민경이 가슴 좀 많이 컸나..우유좀 나오려나.."


"저 원래 커요. 헤헷."




민경이에게 이런 저런 체위도 가르쳐 주고 속궁합도 맞춰 나갔지.




"부부는 다 이렇게 하는 거야.."




민경이는 그쪽 방면에는 쑥맥이고 쑥스러워 했지만...  남자가 하자는 데로 순순히 잘 따라주었어.




민경이는 내가 봇빨을 할 때면 소리내는 것도 부끄러워했어.




흐응..후우..하아..아아..




"민경아, 괜찮아. 소리 더 크게 내..."




그제서야 신음사운드가 더 올라갔어.




"이 자세로 하면 오빠 안불편해요?"


"괜찮은데...."




민경이는 섹스도 자상하고 배려심이 많은 애 였어.




"오빠, 오빠 같은 젊은 남자들은 최소한 1주일에 1번이상은 해야 한다면서요?"


"3번은 해야지"




"그렇구나...."




민경이는 토요일 저녁이면 항상 목욕 깨끗히 하고 내 침대에 누웠어.


그날은 의례히 우리가 섹스하는 줄 알고 있었어.




잘 안들어가던 민경이 봊이도 점점 내 잦이와 잘 맞기 시작했어. 연인은 함께 맞춰가는 거잖아.


처음에 아파하던 민경이도 자꾸 섹스를 하다보니 어느새 적응이 된 눈치였어.




"아하흣..아아...오..오빠, 빨리 빼야지..."


"엉..."




내가 콘돔 끼는 거 별로 안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노콘으로 하다가 발사가 임박하면


민경이가 벌써 알아차리고 센스있게 빼라고 알려줬어. 여자들은 그걸 아나봐...




"헉헉..핥핥....민경아, 이번에는 가슴에다가 싼다.."


"엉..오빠..."




민경에게 사까시를 시키기 좀 쑥스러웠지만 민경이가 먼저 얘기했어.




"오빠, 그거 해드려요?"


"그거? 뭐?"




"오럴이요.. 남자들은 좋아한다는데...오빠도 내것 해주잖아. 나도 오늘 해줄게요 오빠.."


"너 하고 싶어?"




"네....."




민경이는 생활도 착하고 몸도 착하고 섹스도 착했어.




"오빠, 저 중국에서 유학하면서 많이 외로웠는데...다 오빠 만나려고 그랬나봐요..."




민경이를 팔베게로 끌어안고 아침에 눈을 뜰 때... 민경이의 귀여운 얼굴 위에 창틈으로  봄 햇살이 내리고 있었어.




"오빠, 나 맨날 이렇게 오빠랑 같이 아침마다 눈 뜨고 싶다.."


"나도...우리 조그만 더 기다리자."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내 청춘을 스쳐갈 때 드디어 부활한 일리단과 불타는군단이 찾아왔어.







현선이는 그 사건 이후 주변 유학생 사회에서 거의 왕따 당하는 분위기였어.


형표가 워낙 신망이 두터운 친구고 현선이는 여학생들사이에 시샘의 대상이었거든.  




모든 비난의 화살은 민국이보다 현선이를 향했어. 


현선이가 민국이를 꼬셔서 민국이와 형표의 우정도 갈라놓고..본인도 형표와 헤어졌다는 소문이 파다했어.




형표와 이별 후에도 현선이가 민국이를 계속 만난다는 소문이 돌았어.


더 웃긴건 민국이도 중국인 여친이 있었다는거야.




민국이는 쪽팔려서인지 학교에 나오지도 않았고 ...얼마후 현선이도 갑자기 안보였어.


미친뇬 처럼 술만 마시고 다닌 다는 얘기도 있고...클럽에서 봤다는 애도 있었어.


이친구 저친구에게 1,000위안(15만원)씩 돈을 빌린다는 소문도 들렸어.




나도 그 사건 이후 정떨어져서 배드민턴 모임에는 아예 발을 끊었어. 친했던 유학생들과도 서서히 거리를 두었지.




어느날 전화가 왔어. 모르는 번호야..




"오빠..."


"누구세요?"




"나, 현선이.."




난 현선이와 그때까지도 그렇게 나쁜 감정이 없었어. 오히려 안쓰러워했어. 현선이의 바람 핀 행위는 밉지만..


나도 공범이었고...형표와 같이 어울리면서 알게 모르게 현선이와 미운정, 고운정도 많이 들었어.




그 때 현선이가 형표 애인만 아니었다면 나도 애교있는 현선이 좋아했을지 몰라.




민경이와 현선이도 한 때는 꽤 친했어. 현선이의 제안으로 같이 살면서 서로 알게 모르게 갈등이 생기고


멀어졌지만.... 무슨 웬수지간은 아니었어. 민경이도 기숙사 생활이 단조로울 때 마침 룸메이트 구한다는


현선이의 제안에 쾌히 응낙한거래.




"그래, 어떻게 지냈니?"




현선이와 카페에서 마주 앉았어. 현선이는 나를 보더니 가만히 눈물을 흘렸어.


이내 손수건으로 닦더니 말했어.




"잘 지냈어요. 학교는 많이 빠졌는데 이제 메꿔야죠."


"그래, 이제 졸업반인데 신경써야지."




얼굴도 헬쑥하고 안색도 창백한 것을 보니 마음이 짠했어.  그래도 미모는 여전했어.


현선이 마주보고 있으니 현선이와 떡치던 때가 생각나 가슴이 조금 떨렸어.




신이 주신 이 예쁜 용모를 왜 클럽 같은데 부지런히 다니면서 낯선 남자들 앞에서 뽐내려고 하는지....




현선이가 조심스러운 눈길로 나를 살피더니 말했어.




"오빠, 나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돈? 왜? 얼마나 필요한데?"




"그냥 묻지 말고요. 3만위안(약 500만원) 정도요.."


"글쎄..그럼 오빠가 알아볼게"




"무슨 주재원이 그만한 돈도 없어요...."




내가 선뜻 응하지 않자 현선이의 말에는 어딘가 날이 서있었다. 돈관계로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지만 야윈 얼굴이 안쓰러웠어.




현선이의 불행에는 나역시 일말의 책임이 있는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었어.


현선이와 섹파로 한참 지내다가 민경이 만난거잖아. 내가 현선이 멀리하자 현선이는 또 민국이 꼬신거고..


가엾은 계집애..




"그래, 알았어. 며칠만 기다려봐라.."




난 며칠 있다가 돈을 마련해서 다시 만났어.




100위안을 100장씩 세뭉치로 묶어서 봉투에 담아 현선에게 건넸어.




"오빠, 고마워요. 제가 좀 빚이 있어서 그래요.."


"학생이 무슨 빚을 그리 지는데..."




"저  수술 받았거든요..."


"수술? 너 어디 아파?...무슨 수술....."




젊은 여자애가 갑자기 수술이라면 퍼뜩 짚이는 게 있었다. 그러고보니 현선이가 


어느날 사라졌지.




"맞아요.오빠가 생각한거.."  현선이는 내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어.




가슴이 철렁했어. 휴....난 오래전에 현선이와 관계를 끊었으니 아니구나..


형표와는 관계를 안가졌으니 그럼...




"혹시 민국이?"


"맞아요. 그 새끼 그래서 도망갔어요. 더러운 새끼. 자기 애가 아니래요."




현선이가 담배를 꺼내 물었어. 전엔 형표 몰래 피우는 건  알고 있었는데 형표와 헤어지고 대놓고 피우나봐.




"오빠, 나 술한잔 사줄래요?"




현선이는 거침없이 양주잔을 기울였어. 술도 전보다 많이 마시는 것 같았어.




"오빤 정민경이랑 행복해요?"


"응..."




난 그즈음 민경이 얘기만 하면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어.




나는 술을 자제했는데 현선이는 빠르게 취해갔어. 어느덧 슬그머니 내 옆자리에 앉았어.


현선이는 손바닥을 가만히 내 허벅지위에 올렸어.




"오빠....."


"왜?"




"나 오빠랑 예전 처럼 사귀면 안돼? 나 지금 너무 힘드네. 한국들어가기도 싫고.."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리고 난 전에도 현선이와 사귄 적이 없어. 그저 육체관계일뿐...




많은 중국 유학생들이 졸업하면 중국에 남고 싶어했어. 중국 생활에 젖다보면 다시 한국들어가기 싫어했어.


주재원이 되어서 다시 중국으로 나오는게 거의 모든 유학생들의 꿈이었어.


그래서 주재원은 유학생의 금배지인거야.




"현선아..."




내가 타이르듯 말했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봐도 이 바닥에 오빠만한 사람이 없더라. 오빠처럼 돈 빌려주는 사람도 없고....


미친새끼들..나 좋다고 물고 빨때는 언제고..몸만 좋아하는 것 같아.."




현선이가 많이 취했어. 난 이 자리가 부담스러웠어. 현선이가 가만히 내 어깨에 몸을 기댔어.


옆에서 힐끗보니 술기운에 얼굴이 발그스레한게 향수 냄새까지 은은히 풍겨 나도 마음이 좀 떨렸어.


내 팔에 현선이가 은근히 가슴을 비비면서 말했어.




"오빠, 나 오늘 오빠 집에서 잘까?"




비너스같은 가슴을 가진 애인데..그 말이 얼마나 매혹적이던지.. 예전 같으면 이게 왠떡이야 라고 생각하고 집에 데꾸가서 밤새도록 떡쳤겠지.


그렇지만 이제는 달랐어. 그리고 나한테는 무엇보다 사랑하는 민경이가 있었어. 난 단호해지기로 했어.




"현선아, 오빠한테 이제 그런 얘긴 안했으면 좋겠어..."




현선이 표정이 홱 변했어




"그래? 오빠 민경이 때문이야?"




내가 대답대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어.




"그래? 오빤 나 좋다고 따먹을 땐 언제고 이젠 민경이가 더 맛있니?  하긴 민경이가 나보단 가슴하난 크더라.


그 기집애 왕내숭떨더니 오빠는 꽉 잡았나보네..."




"현...현선아..!"


민경이를 그렇게 비하하니 난 기분이 나빴어.




"왜 나는 불행한데..민경이와 오빤 행복해야돼?"




현선이 눈에 이상하게 독기가 품어져 나오고 있었어. 아, 이건 병리적 현상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형표와 헤어지고...민국이는 도망가고..애까지 떼고..경제적으로 곤궁하고...현선이는 뭔가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 같았어.




"그런 말이 어딨니?"


"오빤 나랑 그렇게 즐기고...난 이렇게 불행한데 왜 오빠는 행복해져야 하는거냐고?


오빤 민경이랑 행복한데..난 왜 형표오빠랑 헤어지고 왜 불행해야 하는거고? 누구 때문에.."




술기운과 분노가 어우러져서 현선이 눈빛은 이상한 광채를 내고 있었어.




난 현선이의 그런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했어.




"그건 네가 잘못한거잖아. 왜 하필 민국이랑....."




내 말을 끊고 현선이가 말했어.




"오빤 그럼 깨끗해? 오빤 내가 뻔히 형표오빠랑 사귀고 있는 거 알면서 나랑 그짓 안했니..?


그리고 오빤 나 만나면서... 또 은영이랑도 잤지? 내가 그거 모를 줄 알아?"




그..그건 어떻게 알았지? 난 별로 할말이 없었어. 가만히 눈앞의 술잔을 들이켰어.




"똑같이 그렇게 놀아나고 오빠는 행복한데 난 불행해야 하는게 이해가 안돼."




현선이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어. 현선이가 다시 나를 노려보면서 말했어.




"오빠, 내가 형표오빠랑 다시 만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더니..오빤 오히려 헤어지라고 했지?"


"그건 또 무슨소리야?"




"오빤 내가 그렇게 부탁했는데... 형표 오빠 한국 몰래 갈때 왜 나한테 귀뜸이 없었니?"


"그....그건....."




"민경이랑 손잡고 공항가서 형표 오빠보고 '현선이 오기전에 빨리 도망가..'라고 얘기하고 싶었니?"


"현선아.....!!!"




현선이는 점점 더 분노하고 있었어.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것 같았어.




"오빠가 정말 나를 생각한다면... 형표 오빠 붙잡아 놓고 날 불렀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형표 오빤 


내가 붙잡고 애걸하면 안떠나고 남을 사람이라고!!!!!""




현선이가 발악하듯 소리를 질렀다. 카페에 몇 안되는 사람들이 우릴 쳐다봤어.




"오빠가 내 인생 망친거야..."




현선이는 이상하게 나한테 화풀이 하는것같았어. 나도 은근히 화가 나기 시작했어.


기껏 만나서 돈까지 빌려줬더니..




"너랑 별로 할 말 없다. 나 일어선다..."




내가 간다는 말에 갑자기 현선이가 애교섞인 목소리로 내 팔을 잡았어.




"오빠..나 오늘 오빠 집에서 가고 갈게..."




확실히 조울증인 것 같았어..얘 지금 제정신이 아니구나.... 나는 팔을 뿌리치고 돌아섰어.




"먼저 간다.."




뒤에서 현선이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어.




"오빠, 정민경 졸업하면 결혼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더라...내가 그냥 보고만 있을것 같아?"




뭐?




내가 발을 멈추로 뒤돌아서서 현선이를 쳐다봤어.




"난 그 꼴 못봐..복수할거야...민경이한테도 오빠랑 있었던 일 다 말할거야...오빠는 그런 사람이라고.."




"야!!!!!"




내가 화가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어.




"그게 민경이랑 무슨 상관인데....너랑은 무슨 상관인데..네가 뭔데 왜 우리 사이를 방해놓는데...."




"민경이 이 계집애..나한테 전화 한통화도 없어. 아마 고소해하겠지..형표오빠한테 내가 시집가서 잘 사는 모습..


보기 싫은데 잘 됐다고 생각하겠지.."




민경이는 걱정했으면 걱정했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


현선이 얼굴에 뿜어나오는 이상한 광기...어? 많이 보던 얼굴인데...그건 일리단이었어. 여자 일리단..




그때까지만 해도  난 그냥 현선이가 술기운에 엉뚱하게 나한테 화풀이로 그러는 줄 알았어. 설마 민경이에게 그런 얘기를 해서 남의 행복까지 망쳐놓을까...


아무리 현선이 멘탈이 불완전해도...그렇게까지는 안하리라고 생각했어... 그건 나의 착각이었어.







현선이는 그 뒤로 연락이 없었어. 조용히 졸업준비를 한다는 후문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햇어.




나는 민경이에게 프로포즈를 하기로 했어. 졸업하면 같이 귀국해서 민경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리려고 했어.




이미 민경이는 내 존재에 대해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어.




당시 금값이 무척 높을 때로 기억해. 반짝반짝에 금반지에 살짝 보석이 박힌 반지를 샀어.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지만 결혼을 위한 프로포즈는 따로 해야 하는 것 같았어.




마지막 학기가 끝나가고 있었어. 내가 민경이 학교로 찾아갔어.


난 그즈음 주말에도 잦은 근무를 하기 때문에 평일날 쉬는 날이 많았어.




졸업고사 끝나고 학교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어.


민경이 웃는 얼굴로 교문을 나올 때.... 교문 앞에서 내가 민경이를 살짝 안아줬어.




"우리 민경이, 수고했어. 이제 다 끝났네. 졸업이네...."


"오빠, 고마워요...."




"졸업선물 뭐 해줄까.."


'아무거나요..."




어, 누가 내 옆을 휙 지나갔어. 찬 바람이 일었어. 현선이와 아직도 현선이와 친한 몇몇 패거리였어.


현선이에게는 저학년 위주로 클럽다니는 추종자들이 있었거든.


워낙 현선이가 있는 척 하기도 하고 얼굴도 예뻤기 때문에 언니....언니 하면서 따르는 무리.. 고등학교 때 적당히


놀다가 도피성 유학을 온 것 같은 애들로 추정되는 정현선 그룹...그것은 바로 불타는 군단이었어.




"쟤 현선이 아냐?" 민경에게 물었어. "맞아요. 요즘 사람들이랑 말도 안해요. 나랑도 말안하고요. 얘가 조금 이상해졌어요."


"형표와 헤어지고 마음이 휑해서 그럴거야.."




난 민경이에게 프로포즈 할 날을 정하려고 주역을 폈어.


어릴 때 주역을 좀 배운 적이 있었거든. 그런데 괘가 좆같이 나왔어. 불길한 예감이 들었어. 괜한 걸 했나보다 했어.




민경이는 졸업이라서 유학생들이 흔히들 그러듯이 학교 유학생회에서 수십명 단체로 떼지어 기차여행을 갔어.




중국의 각대학마다 한국인 유학생회가 조직돼 있었어. 전체 외국인학생회도 있고..조선족이나 몽고족 같은 소수민족 학생회도 


각각 따로 존재했어.




난 이제나 저제나 민경이 올 날만을 기다렸어. 




하필 현선이도 그 여행에 따라 가는게 찝찝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여행이라도 다녀서  마음이 안정되면 좋다고 생각했어. 


당시 현선이는 새롭게 좋아하던 남학생도 그 여행멤버에 있었던 것 같아.




민경이 오는 날 기차역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민경이 전화가 안돼. 어제 밤까지만 하더라도 '오빠, 여기 모기 많아요. 내 피만 좋아하나봐.저도 오빠 빨리 보고 싶어요.


빨리 갈게요'라고 하던 애였거든.




계속 전화를 해도 안받다가 밤 늦게서야 연결이 되었어.


그런데 민경이의 태도가 조금 이상했어.




"오빠..나 좀 아파요...속상한 일도 있고..."


"아프다고? 어디가 아파?  병원 가보자. 오빠가 지금 기숙사로 갈게.."




민경이가 아프면 내가 아팠어.




"오지마세요. 그리고 제가 연락할게요. 한 1주일간만 연락하지마세요.부탁드려요."




난 내심 섭섭했어. 그래도 우리가 결혼할 사람인데...아프거나 안좋은 일 있으면 서로 터놓고 상의해야 하는거 아닌가...




민경이네 기숙사로 찾아갈까 하다가 젊은 여자들은 가끔 저럴 수 있나보다 하고 그만두었어.




다음날 곰곰히 생각해보니 역시 예감이 안좋았어.




이상하다...한번도 이런 적이 없는 애인데.....




며칠 있다가 한국에서 우리 회사 품질팀 엔지니어가 몇명 왔어. 중국에서 한국 본사 직원들 오면 의례히 술자리 후 가라오케에 가거든.




민경이 일도 있고 난 영 내키지 않았는데 박과장이 마침 일이있다고 나보고 접대하래.




난 술을 먹는 둥 마는 둥 적당히 분위기만 맞췄어.


내일까지 민경이한테 연락없으면 민경이네 기숙사로 찾아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어.




무엇보다도 며칠 못보니 민경이가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어.


지갑 속 민경이 사진 꺼내놓고 얘기했어. 민경이와 어깨동무 하고 교외 들꽃 속에서 찍은 사진.




'민경아..무슨 일인거야? 오빠한테 뭐가 삐진건데..'




- 어, 그거 누구야?  이주임 애인이야...?


- 와,  예쁘다. 진짜 착하게 생겼어. 이주임 이쁜 애인있으니 한잔 마셔라.




난 한국의 품질팀 사람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취했어. 안내기사식으로 춘룡이가 회사 차 운전해서 손님들 호텔까지 다 모시고 늦었다고 우리집에서 자기로 했어.


숙소 호텔도 한인촌에 있고 어차피 내일 또 데리러 가야 하거든.




난 아침에 눈을 떠서 생각했어. 오늘은 출근하고 오후에 업체 나간다는  핑계로 외근 나갔다가 민경이네 기숙사 들르자...


아직 졸업식 전이라 유학생들 일부는 한국들어가고 일부는 기숙사에 남아 있었어.




뒤척이다가 일찍 눈을 떴는데 잠도 안왔어. 샤워하고 조깅이나 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어.




"오빠, 저 민경이에요..."


"민경아..."




근 1주일만이야.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어. 그런데...




"오빠, 저 지금 공항이에요.."




응? 이게 무슨소리야..




"공항...공항에는 왜?"




"오빠 저 다 정리하고 오늘 한국들어가요. "


"갑자기 왜? 오빠한테 말도 없이..무슨 일이야...."




"오빠, 저 이제 중국으로 안돌아와요..."


"뭐라고?.."




나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어.




"오빠...저는요..오빠가 조금 더 진실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응? 뭐...뭐라고?"




민경이 목소리 말미에는 울음이 섞여있었다. 설마.....




"오빠.. 아프지말고요..꼭  행복하세요.."


"잠깐만..민경아! 민경아!!!" 




전화기가 끊어졌다. 다시 전화를 했다. 역시 꽌지(핸드폰 꺼놓음)였어.


직감이 왔다. 현선이 이 개같는 뇬....일리단같은 뇬......민경이가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거다....




민경이는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삶의 바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애야. 하필 민경이가 그렇게 난잡하다고 흉보는 룸메이트 현선이와 내가 섹파관계였다는 것을...


더구나 민경이가 좋아하고 존경하고, 나와 가장 친한 후배 형표 애인 현선이와 그렇게 지냈다는것을 절대 용납하기 힘들 거야.




아마 나를 굴단과 같은 사악한 짐승으로 보겠지..




안된다. 절대 안된다. 그럴 수 없다. 민경이 그냥 보낼 수 없다....






"춘룡아...야,  임마 춘룡아 일어나...."


"왜그럼까? 아직 이른 시간 아임까.."




춘룡이가 눈을 비비면서 소파에서 일어났어.




"빨리...빨리 공항으로 차몰아라..빨리 임마..."


"또 손님 누가 옴까?"




"누가 오는게 아니라 가는거다. 빨리 임마!"




한인촌에서 공항까지 대략 승용차로 1시간 걸린다. 잡아야 한다. 아직 탑승 전일거야. 공항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자. 


아니, 무릎이라도 꿇자. 한순간의 실수였다고...




한번만 봐달라고.. 민경이는 착하고 여린 애라서 분명 내가 잡으면 돌아올거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와 춘룡이는 공항으로 내달렸어.




"춘용아!!! 빨리...빨리 밞으라고..더 밞아..임마.. "


"아따 지금 110킬로 넘었슴다."




"야!!! 임마...150킬로 밞아.. 타이어에 불이 나도록 밞아..."




난 제정신이 아니었어. 톨게이트에서 잔돈도 제대로 안받고 달렸어. 거의 다 왔다..


출국 직전에 잡기만 하면 된다.




제발..민경아....조금만 기다려라....오빠가 잘못했어.


오빠 진짜 이제 잘 살게..너한테 참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게...




민경아...민경아.....




조금만...조금만.....공항 다 도착해서 창문으로 얼핏보니 동쪽 하늘로 비행기 한 대가 뜨고 있었어. 난 시계를 봤어.




어어어....




"춘룡아, 차 세우고 잠깐 갓길에 대봐..."




난  차에서 내려 비행기를 바라봤어. 아, 아시아나다.....




그래...민경이는 아시아나만 탄다고 했지....




공항에 잘 다니는 해외 교민이라면 대충 알거야.  난 공항에 손님 배웅하고 맞으러 자주 가기 때문에 한국으로 뜨고 오는 비행기의 웬만한  시간..


적어도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시간은 대충 외우게 돼.




이미 늦었다.... 분명히 시간 낭비하지 않는 민경이가 이미 탔을 시간이야.... 


아마 저 비행기 안에 타고 있겠지... 비행기는 서서히 동쪽 하늘 멀어져가고 있었어.  그리고 내가슴도 내 사랑도 쟂빛처럼 무너지고 있었어.




민경아...그냥 가면...어떻게 하니.....


오빠가 미안하다는 말 못했는데.....프로포즈도 못했는데..이 반지 너한테 꼭 끼워줘야 하는데...




난  비행기가 사라진 하늘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어.




일리단과 불타는군단이 지나간 자리에는 눈물과 한숨과 잿빛과 절망이 남는다고 했지...


그 말이 맞구나... 




말퓨리온과 티란데의 사랑을 시기한 일리단...난 여자 일리단 정현선을 용서할 수가 없었어.


유물 무기와 티탄의 성물을 이용해 군단에 맞서야지. 일리단, 넌 또 다시 검은 사원에서 처절한 최후를 맞이해야 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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