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나기의 첫사랑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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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09:03 조회 352회 댓글 0건본문
7편… http://www.ttking.me.com/361209
내 동네 친구 민규라고 있다. 성격이 완전 오지라퍼 아줌마다. 넉살이 얼마나 좋은지 옆반 가서도 잘 놀다 오고, 처음 만난 사람 이랑도 두 세시간 정도 거뜬하게 떠들어 제낄 수 있는 그런 놈이다. 학교에서 여자애들하고 하루 종일 붙어서 수다 떨어도 절대 스캔들이 나지 않는 유일한 놈이었다. 그냥 아줌마 그 자체였으니깐… 썩을 놈… 이 자식만 아니었어도 난 그냥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두 번 변한 지는 모르겠고, 나는 조금 변했나…? 말수가 적고, 잘 웃지를 않는다. 어쩌다 한번 웃어도 웃는 모양이 영 어색하다. 사진관만 갔다 하면 항상 듣는 레파토리가 있다.
“어디 화났어요?”
어쩌라고? 이렇게 생겨먹었는데… 그래도 어렸을 땐 곧잘 웃기도 하고 그랬는데…
때는 4월, 21살의 나는 1학년을 마치고 휴학계를 낸 뒤 입영 날짜만 기다리고 있다. 이제 한달 남았나? 방학을 감안해서 타이트하게 맞추면 2년만에 복학할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복무기간이 26개월이었던 당시에는 3년만에복학하는 대신 여유 있게 놀다가 가고, 갔다 와서 또 놀고 그랬다. 뭐, 알바 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나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만화책을 쌓아놓고 보고 있는데 민규녀석한테서 전화가 왔다. 휴대폰이 아니라 집전화다 집전화. 당시에는 열에 아홉이 삐삐를 가지고 다녔는데 그 나머지 하나가 바로 나였다. 삐삐도 귀찮아서 안 키웠다. 거의 뭐 세상과 담을 쌓고 살고 있었다.
“여보세요.”
“어이~ 변태!” (민규 이색기…)
“뭐 임마?”
“또 집구석에 처박혀 있네?ㅋ”
“그래서 우짜라고?”
“아니 뭐, 그냥, 오랜만에 얼굴이나 한번 볼까 하고...ㅋ”
“쓸데없이 뭐 할라고?”
“새끼… 형님이 오랜만에 얼굴 한번 보자 그라면 ‘네~’ 하고 튀어나오면 되지…말하는 꼬라지 하고는…ㅋ”
“됐다. 귀찮다. 끊는다?”
“야야야~ 잠깐만! 형님이 오랜만에 우리 동생한테 줄게 있어서 그러자나…ㅋ”
“뭔데?”
“받아적어봐라…012.XXX.XXXX” 적으라 그런다고 또 그걸 적고있다…;
“누군데?”
“니 지은이라고 기억 나나? 민지은? 왜 우리 국민학교4학년때 생활부장 이었는데 전학 갔던…”
“……”
“여보세요?”
“……”
“여보세요?”
“……”
“뭐고? 왜 갑자기 말을 안하노? 하여튼 이 또라이새끼…ㅋ 뚜…뚜…뚜…뚜…”
심장이멎는 줄 알았다. 손에 든 쪽지를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뚝 하고 떨어진다. 시장 보러 갔다가 이제 막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마가 돌처럼 굳은 채로 눈물만 흘리고 있는 나를 보고는 뭔가 애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고서는 내 뒤로 살금살금 다가와 손에 든 쪽지를 어깨너머로 쓱 한번 훔쳐본다.
난참 무난한 아들이었다. 좀 무뚝뚝해서 그렇지 사고 한번 안치고 제법 잘 컸다. 초등학교 4학년때 그 일만 제외하고 말이다. 그 일 있고 나서 한달 동안은 진짜 이러다 얘 죽는 거 아닌가 걱정들 하셨겠지만…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엄마는 지금도 가끔 내가 이상한 모습을 보이면 잔뜩 긴장을 하신다.
“혹시 걔 번호가?” 어떻게 아셨을까?
“걔 누구요?” 불만 가득한 어투로 받아친다. 어무이한테… 이런 싸가지 없는 넘…
“아이다. 내가 괜히 쓸데 없이 참견은…… 근데… 인제는 한번쯤 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너거 둘다 인제 다 크기도 컷고… 뭐, 니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근데 엄마. 도대체 그때 지은이 엄마가 뭐라 그랬는데요?”
“몰라~~~! 그건 나도 인제 하도 오래돼서 기억도 잘 안 난다. 근데, 그라고 또 한참 지나서 전화 와서는 그때 자기가 좀 오해한 게 있었다면서 미안하다 그라기는 했는데… 엄마는 진짜 오래돼서 한 개도 기억 안 난다.”
엄마는분명 알고있다. 그런데 왜 나한테 가르쳐 주지를 않는 걸까? 뭐 켕기는거 있나?
그날저녁, 부산대 앞의 한 커피숍, 나는 지금 지은이를 기다리고 있다. 민규한테 받은 번호로 삐삐를 쳤더니 1분도 안돼서 전화가 온다. 좀 전까지 나는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얘는 참... 나는 끝까지 그냥 내일 보자고 우겼는데 씨알도 안 먹힌다. 무조건 오늘 보잔다. 하루 종일 씻지도 않았는데…; 솔직히 나는 겁이 났다. 변한 내 모습, 변했을 지은이 모습, 그리고 혹시라도 꼬맨 자리 터지듯이 또 마음이 터져 버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엄두가 안 났다.
“야! 권정현!”
날어떻게 알아봤을까? 그나저나, 참 많이도 컸다. 족히 170은 돼 보인다. 힐을 안 신고 나와준 게 천만 다행이다. 나? 176. 그래도 이젠 내가 얘보다 좀 더 크기는 하다. 내가 얘기 했었나? 지은이가 객관적으로 그렇게 예쁜 얼굴은 아니었다고. 좀 미안한 얘기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혹시 그래서 몰입에 방해라도 되나?ㅋ 내 눈에만 이뻐 보이면 그만이다. 흥~! 그나저나 많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막상 만나보니 진짜 어색하다; 어쨌든 일단 한마디 던져 보자.
“잘 지냈나?”
“응. 니는?”
내가잘 지냈을리가… “뭐, 그럭저럭…”
“얼굴 많이 삭았네?ㅋ”
좀당황스럽다. 뭐라고 해야하나? ‘덕분에?’ 아무튼, 뭔가 익숙하다. 지은이는 약간 짓궂고, 나는 여전히 어리버리하고… 어색함을 조금 달래고 나니 지은이는 세월의 공백만큼이나 긴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뭐, 대부분 소소하고 신변잡기적인 얘기들 뿐이지만 이렇게 오랜만에 마주 앉아서 지은이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물론, 사귄 지 1년된 남자친구가 있다거나, 2학년 마치고 유학 갈 준비를 하고 있다거나 하는 내용들은 조금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하긴 뭐, 나도 곧 군대 가는데… 가끔 지은이가 말이 끊기면 내가 조금씩 거들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딱히 풀어 낼만한 이야기가 없었다. 그 후로 진짜 밋밋하게 살아왔으니깐… 그런데 말입니다, 지은이가 하는 얘기를 가만히 듣다 보니 그냥 순전히 다 자기 얘기만 하고있다. 보통 오랜만에 만난 친구끼리 대화를 하다 보면 옛날 추억도 좀 꺼내 가며 분위기도 돋우고 그러는데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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