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를 조교하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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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4 08:15 조회 779회 댓글 0건본문
소싯적에는 나름대로 공부 좀 한다고 자부했었다.
적성 안 맞다며 때려치운다고 까불다가 제적 먹고 고졸로서 2,3년 사회에서 뒹굴다가
군대를 갔는데 그 때 다시 학교가 가고 싶더라.
제대하고 스물다섯의 나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학교로 복적했다.
그 땐 몰랐다.
다시 다녀도 그렇게 재미 없을 줄은.
그리고 또 몰랐다.
대학 생활 말미에 이런 재미가 있을 줄은.
다섯살 어린 동생들과 다시 1학년 수업부터 들으며 학사 커리큘럼을 밟아나가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애들과
학교 한번 짤리고 사회 생활, 군대 생활까지 하고 온 나와는 아무래도 조금 거리가 있었다.
그래도 우연찮게 더럽게 재미없는 줄만 알았던 경영학 전공에서도
나름 흥미를 발견해 빠르면 N년이라는 많은 공부량을 요구하는 전문자격사 시험에 도전하게 되었다.
1차 시험을 한번에 붙었다.
동차로는 절대 안 된다던 시험이었기 때문에 떨어져도 본전이니
내친 김에 2차까지 동차로 한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시험을 쳤고 아깝게 떨어졌다.
다음 해는 무조건 합격할 거라는 자신감이 붙었다.
그런데 세상 일이 마음 먹은대로 그렇게 쉽게 풀릴리가..ㅋ
다음 해 2차 시험에서 0.02점 차이로 낙방하게 되었고,
세번째 2차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다.
세번째 2차 시험 보던 때에는 많이 힘들었다.
돈도 떨어졌고, 몸도 아팠고, 가세는 기울었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노력한다고 했지만 시험을 치룬 후 이제는 그만 두기로 했다.
나이는 곧 서른을 바라보는데 이룬 것이라곤 군필 오직 하나인, 한심한 초고학번 4학년 복학생이 되었다.
해맑은 20대 초반 친구들의 싱그러움, 변해가는 계절 속의 아름다운 캠퍼스의 풍경들 모두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얼른 학교를 떠나고 빨리 돈을 벌고 싶었다.
우리 지도교수님은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
가끔 밥도 사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교내에 알바 자리도 하나 만들어주셨다.
과사 빈 자리에 앉아 가끔 교수님의 잡일을 서브하게 되었다.
과사에는 2명의 교직원 선생님이 있었다.
한 분은 교직원 생활 20년차가 넘는 베테랑 선임 선생님이었고,
한 분은 이제 갓 입사한 공무직 조교 선생님이었다.
선임 선생님은 예전에 근장하던 곳에서 날 매우 예쁘게 봐주셨고, 엄마처럼 날 잘 챙겨주셨다.
조교 선생님은 복학하니 바뀌었어서 초면이었다.
듣자하니 새 조교가 배우 조보아를 닮았다더니 거짓은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예뻤다.
그렇다고 첫눈에 반하거나 눈이 확 돌아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나는 먹고 살 일이 가장 걱정인 고시낭인이었니까.
새 조교는 드라이 하게 학생들을 대하면서도 꼼꼼하게 알려줄 것은 잘 알려줬다.
전임자에 비하면 훨씬 훌륭했다.
10월에 2차 시험 결과 발표일까지 당연히 떨어질거라고 생각한 나는 다크한 기운을 내뿜으며
수업도 듣고 과사에서 일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시험 합격을 해버렸다.
도무지 어떻게 합격을 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붙었다.
합격자 발표일 이후,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예전의 활발하고 명랑했던 나로 돌아갔다.
4학년 1년 남은 거 적당히 학점 뽑아내고 룰루랄라 놀면서 다닐 생각에 신났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별 생각은 없었다.
그냥 친한 교직원 선생님?
그러던 날 선임 선생님이 합격 축하한다며 저녁을 사주시겠다고 해서
새 조교와 셋이서 함께 고기를 먹으며 술도 곁들였다.
그 때 조교의 나이를 처음 알게 됐는데
나보다 두 살 어리더라...ㅋ
좀 부끄러웠다. 쟨 학교 졸업하고 직장 다니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학교를 더 다녀야 하는 학생이다니.
그렇게 어린 줄 몰랐다고 깜짝 놀라며 말해줬더니
좋아하더라.
술 한잔 받아서 텐션이 업 됐는지 무슨 말만 하면 꺄르르 웃는데 평소에 잘 안 웃어서 그랬는지
그게 예뻐 보였다.
왜 애들이 조교쌤 예쁘다고 수군거렸는지 그제서야 알겠더군.
선임 선생님이 저녁 사주셨고, 좋은 분이셨지만 오늘은 이쯤 집에 가주시면 좋을텐데... 하는 양심 없는 생각도 했다.
분위기가 나름 괜찮아서 둘만 남으면 한 잔 더 할 수 있었거든.
그렇지만 그건 역시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고
그런 일은 없었다.
일을 핑계로 자연스럽게 번호를 교환하게 된 게 그 날의 작은 수확이었다.
그 다음 날, 학식에서 밥을 먹고 잔반을 버리다가 조교를 마주쳤다.
적당한 굽의 웨지힐을 신고 있었으며,
까만 스키니진에 까만 브라가 은근히 비추는 하얀색의 밟은 반팔 티를 입고 있었다.
가슴이 크지 않았지만 맞은 편에서 똑바로 걸어오는 모습을 보며
몸선이 곱다는 느낌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얇고 길게 빠진 다리 위로 제법 넓게 퍼진 골반과 얇은 티셔츠 안으로 비추는 가녀린 허리가 시선을 확 잡아끌었다.
허리선 따라 시선을 쭉 위로 올려다보면
그 끝에는 조보아를 닮은 까무잡잡한 피부와 동그란 눈, 작은 입이 반듯하게 모아져있는 예쁜 얼굴이 있었다.
불과 몇 초 안 되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정신을 잃고 스캔했다.
그리고 나는 조교와 인사를 하고 식당 문을 나오며 결심했다.
은근히 비추는 저 얇은 티셔츠를 벗기고 싶다.
검은 스키니진으로 덮인 잘 빠진 하체 라인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다.
침대에 기필코 눕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