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준 콘서트 보러갔다가 여자번호 딴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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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10:42 조회 407회 댓글 0건본문
평소에 버스커버스커를 정말 좋아했는데 운좋게 장범준 콘서트 티켓을 한장 구했다. 단 한장.
표는 이미 매진되었고 중고나라에 간다고 해도 내 옆자리를 구할 수는 없으니까..(어차피 같이 갈 여자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랑 가기는 싫고..)
5월14일. 나는 혼자 장범준 콘서트를 가기로 했다.
한시간이나 빨리 도착한 나는 입장까지 시간이 남아돌아서 기다렸다.
역시나 사방에는 커플들 투성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여자들은 다들 꽃 하나씩을 들고 있었다, 아, 오늘이 로즈데이였던가.
나 혼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기다리다가 공연 30분 전부터 방송이 나와 콘서트장에 입장했다.
나는 자리를 찾아 앉았고, 다른 사람들도 자리를 채워갔다.
커플, 커플, 커플
내 주위에는 커플밖에는 없었다.
내 앞자리와 뒷자리에 전부 커플이 앉았고, 오른쪽에도 커플이 앉았다.
이대로 왼쪽까지 커플이 앉게 된다면 정말.. 슬플 것 같았다.
역시 콘서트를 혼자 오는 게 아니었는데..
그런데 왠걸, 내 왼쪽에는 어떤 여자가 혼자 앉게 되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혼자 콘서트를 보러 온 사람은 나와 그녀밖에는 없는 듯 했다.
아니 이렇게 예쁜 여자분이 왜 콘서트를 혼자 보러 온 거지?
'잠시 뒤에 공연이 시작되겠습니다.'
무대 준비를 마친 것 같았다.
나는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아니면 옆자리의 그녀 때문인지 심장이 빠르게 뛰어왔다.
장범준의 공연은 정말 대단했다. 그의 무대 장악력, 노래실력, 그리고 관중들을 웃기는 의외의 유머감각까지.
그녀는 공연을 보며 정말 즐거워했다.
신나는 노래가 나올 때면 흥에 취해 몸을 들썩였고, 장범준이 농담을 하면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녀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장범준 콘서트의 '사랑에 빠져요'라는 이름처럼 나는 그녀에게 빠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눈과 귀로는 공연을 즐기면서도 머리속으로는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콘서트에 혼자 왔다는 건, 남자친구가 없다는 뜻이 아닐까?
무슨 말을 어떻게 걸어야 하지?
말 걸었는데 싫어하면 어쩌지?
어느새 장범준은 공연을 마쳤다.
모두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도 일어났다.
나도 그녀를 따라 일어났다.
하지만, 말을 걸지는 못했다.
역시 나는 바보 병신이었다. 호감 있는 여자에게 말 한마디 걸지도 못하는 병신.
집으로 향했다. 핸드폰에 이어폰을 꽂고 아무 노래나 재생시켰다.
핸드폰은 내가 장범준의 공연을 보고 온 것을 알았다는 듯이 장범준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제목은 '사랑에 빠졌죠'
그리고 고개를 드니 저 앞에 그녀가 보였다.
그녀도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나보다.
순간 머리가 번뜩였다.
어차피 실패한다고 해도 오늘 보고 말 사람이잖아?
이대로 시도도 못 해보고 집에가서 후회하는 것보단 해보고 후회하는게 낫잖아?
그녀에게 속도를 높여 다가갔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
"저기.."
"어.. 네?"
나는 그녀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일생동안 가장 용기있는 말을 내뱉었다.
"아까 옆자리에 앉았었는데, 번호 좀 주실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