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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랑 아파트 입주민회의 가본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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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17:39 조회 48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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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아파트 입주민 회의 가봤는진 모르겠는데 거기가면 온갖 이상한 아줌마 아저씨들 모여서 티비에 나오는 청문회 따라하는 마냥 논리는없고 무작정 소리치고 욕하고 완전 도떼기 시장이 따로없다. 
우리 아파트가 나름 지방에선 제일 고급진곳인데도 아버지랑 우연히 입주민회의 가보고 정말 실망했다. 당시에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날씨가 화창한 날이었는데 아파트 우리동이 200여 가구정도되는데 아파트 앞에 어린이공원 같은곳에서 수십명이 모여서 동회의를 하고있었다. 
주말이라 아버지랑 밖에 산책가는겸해서 잠깐 나가보기로 했다. 아파트 지상권에 관한 내용이었던거같은데 한 30분을 아줌마 아저씨들이 내가맞니 니가맞니 내친구가 변호사니 검사니 실없는 소리만 목청이 터져라 해대고 있었다. 
그때 한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기차 화통 삶아먹은 목소리로 '내가 법쪽에서 일해서 잘안다! 내말이 맞다!' 는 논리로 분위기를 조금씩 장악해 가고 있었다. 당시 삼수생이었던 나는 법 얘기가 나오자 아버지의 눈을 쳐다봤다. 가정에서야 야구빠따를 들고 폭력을 쓰시던 일찐이시지 밖에선 누구보다 인자하고 덕망높으신 판사님께선 그저 그장면을 인자한 눈으로 바라보고 계셨다. 그래 우리 아버지가 이런데 나설리가 없지..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아버지도 그 법좀 잘안신다는 아저씨한테 '나도 법을 좀 아는데 그얘기는 사실이 아닌것 같다.' 이렇게 말하시고는 극딜을 맞고 지긋이 당황스러운 미소를 지으셨다. 내가 우리아부지 판사요! 라고 말해주고싶은 그때 같은 아파트 다른동에 사시는 아마 법원에 다니시는 공무원 아저씨께서 지나가시다가 우리 아버지를 보시고는 '아이고 X판사님 동회의 하고 계십니까?' 라고 반갑게 한마디 하시는 그순간! 진짜 BGM이라도 깔아주고 싶을정도로 그 떠들썩 하던 수십명의 인파가 모조리 입을다물고 고개를 돌려 우리 아버지를 쳐다보는 장관이 연출되었다. 
진짜 과장좀 보태서 원피스에서 미호크가 돈클리크의 배를 단칼에 두동강 냈을때 '뭐 저런 괴물이 다있나?' 하고 쳐다보는 해적 조무래기들의 모습을 보는것 같았다. 아아.. 판사.. 명예란 것이 참 대단한 거구나싶었다. 
삼수해서 지잡대에 입학한 나도 그 명예와 권력을 손에지고 싶었기에 아버지에게 무슨직업이 적합할것 같냐고 물어보았다. 아버지께서는 헛소리하지말고 법원직 준비나 하라고하셨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로 법원직 공부를 시작하여 13개월의 긴여정을 떠날 생각이다. 명예를 위하여.. 수십년 후 또 한명의 미호크가 되기 위하여..
참고로 그 법 좀 안다는 아저씨는 복덕방 사장님이셨고 그 후로 지나가다 우리아버지를 만나면 너무나 안타까워보일정도로 티나게 헛기침을 하며 동공이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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