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여간부와 운행한 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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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21:08 조회 894회 댓글 0건본문
* 편의를 위해서 인사담당관을 그냥 여간부로 부를게
그 뒤로는 자주 마주치진 못했지만서도, 오고가고 인사정도는 웃으면서 하며 지냈어.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을이 되었고, 우리 대대에서는 체육대회가 열렸어.(축구, 족구대회 ㅡㅡ)
구기종목은 젬병인 나이기도 했지만, 역시 체육대회라고 택시대기는 열외되지 않았기에, 친한 사람들이랑 같이 구경만 했지.
체육대회를 좀 성대하게 한 편이라서 솜사탕이나 분식, 아이스크림에 면류를 취급하는 노점까지 열어둔거야.
내가 당장 수중에 인출해둔 현금도 없고해서 구경하면서 냄새나 맡고 있었거든 ㅠㅠ
그러던 와중에 누군가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어.
"야 2호차야! 뭐 사먹으려고?"
칙칙한 군대에서 하이톤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몇 없었기에, 여간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지.
나 : "뭐, 어떤거 팔고있나 그냥 궁금해서 보고있는 중이었습니다 ㅎㅎ... 담당관님은 뭐 드시고싶은거 있으십니까?"
여간부 : "저거 샌드위치 먹고싶은데 사줄게 같이먹자~"
나 : "...잘먹겠습니다."
솔직히 군대에서 먹기 힘든 음식들이라서 사준다는데 굳이 거부할만큼 내 자존심이 높지는 않았던 것 같다...
동기들을 버리고, 둘이서 스탠드 그늘에 앉아서 축구 구경하며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말주변 없는 나는 어색한 분위기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어.
그냥 눈치가 보였달까? 같이있는데 재미없는 남자가 될까봐...
지금 생각해보니 병사와 간부 사이인데 별 쓰잘데없는 생각을 했던것 같네 ㅋㅋㅋㅋㅋㅋㅋ
난 나름 매너랍시고 속도 맞춰가며 먹었는데, 야금야금 먹는달까, 아무리 먹어도 양이 줄어들지 않는거야 ㅋㅋ
샌드위치를 오물오물 먹는 모습이 마치 토끼나 다람쥐 같았달까? 그 모습도 귀여웠지만 뭐...
그러던 와중에 의문이 생겼겼는데
같이 운행 갔을때는 수다가 끊이질 않았는데, 오늘따라 조용한게 이상하지 않겠어?
그냥 오랜만에 같이 있으니까 피차 어색한 거겠거니 생각하며 대화를 걸어보자 했어.
나 : "전에도 햄버거 사주시고, 오늘도 저는 얻어먹기만 하니까 미안해서 어떻게 합니까?"
여간부 : "병사가 돈이 어딨다고 그래~ 됐어."
나 : "병사라고 너무 무시하시는거 아닙니까? 저 이래봬도 돈 많습니다? 사회에서 시급 6000원짜리 알바 하다 왔습니다ㅡㅡ"
여간부 : "헐 대박? 어린나이에 대단하다! 나 먹고싶은거 생기면 너한테 사달라고 해야겠다 ㅋㅋㅋㅋㅋㅋ"
뭐지... 분위기좀 풀어보겠다고 농담한건데, 이게 대단하다고? 시급 6000을 연봉 6000으로 이해한건가... 예상못한 리액션에 내가 더 당황스러웠지만 패스.
그렇게 시덥잖은 얘기 하면서 어색함을 지우고 있을 때 쯤, 뒤에서 여간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는데
여군혐오증이라던 그 인사과장이더라.
인사과장 : "담당관 나좀 보자"
여간부는 짜증난다는 듯한 표정을 내게 보이면서, 먹다남은 샌드위치를 내게 떠넘기고 인사과장에게 갔어.
금방 돌아오려나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진 않더라.
뭐, 급한 업무라도 생겼거니 하면서 넘겨받은 샌드위치를 먹어치웠다...
체육대회가 끝나고, 저녁시간부터 개인정비 취침 전까지 회식이라며 막사앞에서 전 대대 간부 및 병사들 대상으로 삼겹살파티를 한다는거야.
우리 대대장이 어떻게 공수해온거랬나? 솔직히 그딴건 관심없고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는게 중요했지.ㅋㅋㅋ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소주와 맥주도 풀어준다는 거야...
미친거 아니냐? (우리부대 말고도 부대에서 술마신적 있으면 댓글 달아줘)
왜 병사들에게도 주류를 제공하는지... 관심 없다.
나는 지금 술을 마실 수 있다.
사실 2호차 당직대기여서 술 마시면 안됐지만, 수송관에게 특별히 허락받아서 후임에게 2호차 떠넘겼다 ㅋㅋㅋㅋㅋㅋㅋ
간부 병사들 다 어울려서 형동생 같은 느낌으로 쌈도 싸주고 건배도 하고... (이 때가 내 군생활 베스트3에 드는 이벤트였다.)
도중에 여간부 생각이 나서 주위를 둘러보긴 했는지, 아직 업무중이었는지 보이질 않았더라...
어느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즈음에는 좀 난장판이긴 했어.
근처에서 턱걸이 하고있고, 여자친구한테 전화하는 애들도 있고, 술취한 채로 족구하는 무리도 생기고...(간부포함)
난 딱히 할것도 없어서 조용한 흡연장 찾아서 담배나 피우러 갔지.
식당 옆 흡연소로 가고 있는데 뒤에서 여간부가 날 부르더라고.
여간부 : "2호차야~ 혼자 어디가?"
나 : "자기 전에 담배나 피우려고 했습니다. 여간부님은 여기엔 어쩐일이십니까?"
여간부 : "너 술취해서 탈영 하려는지 알고 따라왔지~ㅎㅎ..."
이유야 어쨌든 나 따라왔다니까 괜히 설레더라 ㅋㅋㅋㅋ
평소에도 자주 못 보는 사이었는데, 샌드위치 같이 먹다가 갑자기 가버리니까 아쉬웠기 때문에 다시 보게 되니까 기쁘더라.
나 : "그러고보니 아까 인사장교님이 왜 부르신겁니까?"
벤치에 앉으면서 물어보는 날 보면서 여간부는 대답하기를 망설이다가 입을 뗐어.
여간부 : "인사과장이 하는 말이, 병사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안좋다면서 잔소리를 그렇게 하더라. 요즘 성군기에 대해서 사단에서 지시사항 내려온 것도 있고하니까 여자들이 더 조심해야한다면서... 재수없어."
그 때까지는 내가 여간부와 친하게 지낸다는게 그런 문제가 생길지는 꿈에도 몰랐어. 평소에 다른 간부들과도 두루 친했기 때문이라 해도...
나 : "괜히 저때문에 한 소리 들으신 것 같아서 죄송스럽습니다."
여간부는 내 탓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지으며 내 옆자리이 앉았어.
확실하진 않은데, 여간부도 술을 좀 마셨는지 술냄새가 났었던 것 같아.
여간부 : "군대가 이렇게 힘든 곳인줄 몰랐어... 너희는 오고싶지도 않았을텐데 고생이 많다..."
전부터 여간부가 힘들다는 얘기를 했었지만 늦은 저녁이라 그런지 더 지쳐 보이더라.
기운나게 해주고 싶어서 "아닙니다! 조국을 지키기위해 온겁니다 하하!"라고 시덥잖은 소리를 내뱉어 봤는데 별 효과가 없어보였어.
여간부는 한숨을 쉬며 "힘들다..."라고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말하며, 내 어깨에 기대었어.
연인처럼 기댄건 아니고, 어깨가 맞닿는 느낌으로
그정도로도 나에겐 안아주고 싶다는 자극으로 와닿았어.
그렇더라도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이도 저도 못하고 있을 뿐이었지.
그렇게 잠깐 있자니 여간부가 말하더라.
여간부 : "요즘 너랑 얘기하다보니까 또래 친구들이랑 얘기하는것 같아서 편하고 좋았어. 오랜만에 정감있게 대화하는 느낌? 여기 간부들은 천성 군인인지 정도 안들고 유도리도 없어서 사람같지가 않아."
이런 진지한 얘기를 듣고 있자니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더라. 아니, 선뜻 내 생각을 말하는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았어.
여간부 : "군대에 오래 있으니까 나도 저 사람들이랑 똑같아 질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해. 그래서... 나 수능보려구. 예전부터 유치원교사 하고싶기도 했고, 대학가서 공부할거야."
하긴, 내가 아는 여간부의 성격이라면 군인보다는 유치원교사가 확실히 어울리긴 했어. 하지만 전역을 한다면 내가 전역할 때 까지는 못보는게 되잖아? 아니 어쩌면 앞으로 만날 일이 없을지도 모르지.
그 순간 만큼은 내가 너무 아쉽더라. 착하고 귀엽고, 같이있으면 즐거운 사람을 잃게 될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
미친 척 하고 번호라도 알려달라거나 하려다가 내 신분을 자각해서 물어보진 못했어...
그리고 얼마 뒤, 그 여간부는 정말 전역해버렸다.
내 나름 친한 친구라도 된 지 알았는데 인사도 못하고 떠나보냈어...
어쩌겠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건 택시기사 노릇밖에 없는데.
나중에 운행하면서 간부들이 여간부 얘기를 하는걸 들었는데,
'여군들은 멘탈이 약해서 일을 진득히 하는 꼴을 못봤다. 빈 자리 메우고 가르치려면 또 고생이다. 책임감이 없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
어떻게 보면 다 맞는 말일수도 있는데 듣는 내가 다 기분이 나빴어.
그렇게 조금은 우울한 일상을 보내던 중에, 나한테 편지가 한 통 왔어.
발신자 이름이 적혀있지 않아서, 친구가 장난치는거라 생각하며 냉담하게 편지를 꺼내 읽어봤다.
------------------------------------------------------------------'2호차야! 잘 지내? 나 안보고 싶어? ㅋㅋㅋㅋㅋ어쩌다 보니 인사도 못하고 전역해버렸네~ 난 요즘 재수학원 다니고 있어. 안하던 공부 다시 하려니 머리가 깨질 것 같애 ㅠㅠ 그래도 공부 열심히 하면 나도 6000만원 벌 수 있겠지? ^-^; 집 근처에 맥날만 보면 예전에 너랑 같이 햄버거 먹던 생각 나더라~ 너 전역하면 누나가 또 햄버거 사준다! 전역하면 꼭 연락해 안뇽!'
010-xxxx-xxxx------------------------------------------------------------------
이런 내용의 편지였어.
누가 봐도 잘 썼다고는 말 못할 글씨체였지만, 나에겐 너무나도 반가운 귀여움이었어
당장에라도 전화해보고 싶었지만 전역하고 연락하라는 내용을 의식해서인지, 공부하는데 방해될 것 같다는 배려였는지 전화는 하지 않았어.
전역하고나서 만나러 갈 생각으로 하루하루가 정말로 뎌디게 느껴지더라.
그 당시 나의 계급, 상병 2호봉이었다.
그 뒤로는 자주 마주치진 못했지만서도, 오고가고 인사정도는 웃으면서 하며 지냈어.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을이 되었고, 우리 대대에서는 체육대회가 열렸어.(축구, 족구대회 ㅡㅡ)
구기종목은 젬병인 나이기도 했지만, 역시 체육대회라고 택시대기는 열외되지 않았기에, 친한 사람들이랑 같이 구경만 했지.
체육대회를 좀 성대하게 한 편이라서 솜사탕이나 분식, 아이스크림에 면류를 취급하는 노점까지 열어둔거야.
내가 당장 수중에 인출해둔 현금도 없고해서 구경하면서 냄새나 맡고 있었거든 ㅠㅠ
그러던 와중에 누군가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어.
"야 2호차야! 뭐 사먹으려고?"
칙칙한 군대에서 하이톤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몇 없었기에, 여간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지.
나 : "뭐, 어떤거 팔고있나 그냥 궁금해서 보고있는 중이었습니다 ㅎㅎ... 담당관님은 뭐 드시고싶은거 있으십니까?"
여간부 : "저거 샌드위치 먹고싶은데 사줄게 같이먹자~"
나 : "...잘먹겠습니다."
솔직히 군대에서 먹기 힘든 음식들이라서 사준다는데 굳이 거부할만큼 내 자존심이 높지는 않았던 것 같다...
동기들을 버리고, 둘이서 스탠드 그늘에 앉아서 축구 구경하며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말주변 없는 나는 어색한 분위기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어.
그냥 눈치가 보였달까? 같이있는데 재미없는 남자가 될까봐...
지금 생각해보니 병사와 간부 사이인데 별 쓰잘데없는 생각을 했던것 같네 ㅋㅋㅋㅋㅋㅋㅋ
난 나름 매너랍시고 속도 맞춰가며 먹었는데, 야금야금 먹는달까, 아무리 먹어도 양이 줄어들지 않는거야 ㅋㅋ
샌드위치를 오물오물 먹는 모습이 마치 토끼나 다람쥐 같았달까? 그 모습도 귀여웠지만 뭐...
그러던 와중에 의문이 생겼겼는데
같이 운행 갔을때는 수다가 끊이질 않았는데, 오늘따라 조용한게 이상하지 않겠어?
그냥 오랜만에 같이 있으니까 피차 어색한 거겠거니 생각하며 대화를 걸어보자 했어.
나 : "전에도 햄버거 사주시고, 오늘도 저는 얻어먹기만 하니까 미안해서 어떻게 합니까?"
여간부 : "병사가 돈이 어딨다고 그래~ 됐어."
나 : "병사라고 너무 무시하시는거 아닙니까? 저 이래봬도 돈 많습니다? 사회에서 시급 6000원짜리 알바 하다 왔습니다ㅡㅡ"
여간부 : "헐 대박? 어린나이에 대단하다! 나 먹고싶은거 생기면 너한테 사달라고 해야겠다 ㅋㅋㅋㅋㅋㅋ"
뭐지... 분위기좀 풀어보겠다고 농담한건데, 이게 대단하다고? 시급 6000을 연봉 6000으로 이해한건가... 예상못한 리액션에 내가 더 당황스러웠지만 패스.
그렇게 시덥잖은 얘기 하면서 어색함을 지우고 있을 때 쯤, 뒤에서 여간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는데
여군혐오증이라던 그 인사과장이더라.
인사과장 : "담당관 나좀 보자"
여간부는 짜증난다는 듯한 표정을 내게 보이면서, 먹다남은 샌드위치를 내게 떠넘기고 인사과장에게 갔어.
금방 돌아오려나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진 않더라.
뭐, 급한 업무라도 생겼거니 하면서 넘겨받은 샌드위치를 먹어치웠다...
체육대회가 끝나고, 저녁시간부터 개인정비 취침 전까지 회식이라며 막사앞에서 전 대대 간부 및 병사들 대상으로 삼겹살파티를 한다는거야.
우리 대대장이 어떻게 공수해온거랬나? 솔직히 그딴건 관심없고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는게 중요했지.ㅋㅋㅋ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소주와 맥주도 풀어준다는 거야...
미친거 아니냐? (우리부대 말고도 부대에서 술마신적 있으면 댓글 달아줘)
왜 병사들에게도 주류를 제공하는지... 관심 없다.
나는 지금 술을 마실 수 있다.
사실 2호차 당직대기여서 술 마시면 안됐지만, 수송관에게 특별히 허락받아서 후임에게 2호차 떠넘겼다 ㅋㅋㅋㅋㅋㅋㅋ
간부 병사들 다 어울려서 형동생 같은 느낌으로 쌈도 싸주고 건배도 하고... (이 때가 내 군생활 베스트3에 드는 이벤트였다.)
도중에 여간부 생각이 나서 주위를 둘러보긴 했는지, 아직 업무중이었는지 보이질 않았더라...
어느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즈음에는 좀 난장판이긴 했어.
근처에서 턱걸이 하고있고, 여자친구한테 전화하는 애들도 있고, 술취한 채로 족구하는 무리도 생기고...(간부포함)
난 딱히 할것도 없어서 조용한 흡연장 찾아서 담배나 피우러 갔지.
식당 옆 흡연소로 가고 있는데 뒤에서 여간부가 날 부르더라고.
여간부 : "2호차야~ 혼자 어디가?"
나 : "자기 전에 담배나 피우려고 했습니다. 여간부님은 여기엔 어쩐일이십니까?"
여간부 : "너 술취해서 탈영 하려는지 알고 따라왔지~ㅎㅎ..."
이유야 어쨌든 나 따라왔다니까 괜히 설레더라 ㅋㅋㅋㅋ
평소에도 자주 못 보는 사이었는데, 샌드위치 같이 먹다가 갑자기 가버리니까 아쉬웠기 때문에 다시 보게 되니까 기쁘더라.
나 : "그러고보니 아까 인사장교님이 왜 부르신겁니까?"
벤치에 앉으면서 물어보는 날 보면서 여간부는 대답하기를 망설이다가 입을 뗐어.
여간부 : "인사과장이 하는 말이, 병사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안좋다면서 잔소리를 그렇게 하더라. 요즘 성군기에 대해서 사단에서 지시사항 내려온 것도 있고하니까 여자들이 더 조심해야한다면서... 재수없어."
그 때까지는 내가 여간부와 친하게 지낸다는게 그런 문제가 생길지는 꿈에도 몰랐어. 평소에 다른 간부들과도 두루 친했기 때문이라 해도...
나 : "괜히 저때문에 한 소리 들으신 것 같아서 죄송스럽습니다."
여간부는 내 탓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지으며 내 옆자리이 앉았어.
확실하진 않은데, 여간부도 술을 좀 마셨는지 술냄새가 났었던 것 같아.
여간부 : "군대가 이렇게 힘든 곳인줄 몰랐어... 너희는 오고싶지도 않았을텐데 고생이 많다..."
전부터 여간부가 힘들다는 얘기를 했었지만 늦은 저녁이라 그런지 더 지쳐 보이더라.
기운나게 해주고 싶어서 "아닙니다! 조국을 지키기위해 온겁니다 하하!"라고 시덥잖은 소리를 내뱉어 봤는데 별 효과가 없어보였어.
여간부는 한숨을 쉬며 "힘들다..."라고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말하며, 내 어깨에 기대었어.
연인처럼 기댄건 아니고, 어깨가 맞닿는 느낌으로
그정도로도 나에겐 안아주고 싶다는 자극으로 와닿았어.
그렇더라도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이도 저도 못하고 있을 뿐이었지.
그렇게 잠깐 있자니 여간부가 말하더라.
여간부 : "요즘 너랑 얘기하다보니까 또래 친구들이랑 얘기하는것 같아서 편하고 좋았어. 오랜만에 정감있게 대화하는 느낌? 여기 간부들은 천성 군인인지 정도 안들고 유도리도 없어서 사람같지가 않아."
이런 진지한 얘기를 듣고 있자니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더라. 아니, 선뜻 내 생각을 말하는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았어.
여간부 : "군대에 오래 있으니까 나도 저 사람들이랑 똑같아 질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해. 그래서... 나 수능보려구. 예전부터 유치원교사 하고싶기도 했고, 대학가서 공부할거야."
하긴, 내가 아는 여간부의 성격이라면 군인보다는 유치원교사가 확실히 어울리긴 했어. 하지만 전역을 한다면 내가 전역할 때 까지는 못보는게 되잖아? 아니 어쩌면 앞으로 만날 일이 없을지도 모르지.
그 순간 만큼은 내가 너무 아쉽더라. 착하고 귀엽고, 같이있으면 즐거운 사람을 잃게 될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
미친 척 하고 번호라도 알려달라거나 하려다가 내 신분을 자각해서 물어보진 못했어...
그리고 얼마 뒤, 그 여간부는 정말 전역해버렸다.
내 나름 친한 친구라도 된 지 알았는데 인사도 못하고 떠나보냈어...
어쩌겠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건 택시기사 노릇밖에 없는데.
나중에 운행하면서 간부들이 여간부 얘기를 하는걸 들었는데,
'여군들은 멘탈이 약해서 일을 진득히 하는 꼴을 못봤다. 빈 자리 메우고 가르치려면 또 고생이다. 책임감이 없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
어떻게 보면 다 맞는 말일수도 있는데 듣는 내가 다 기분이 나빴어.
그렇게 조금은 우울한 일상을 보내던 중에, 나한테 편지가 한 통 왔어.
발신자 이름이 적혀있지 않아서, 친구가 장난치는거라 생각하며 냉담하게 편지를 꺼내 읽어봤다.
------------------------------------------------------------------'2호차야! 잘 지내? 나 안보고 싶어? ㅋㅋㅋㅋㅋ어쩌다 보니 인사도 못하고 전역해버렸네~ 난 요즘 재수학원 다니고 있어. 안하던 공부 다시 하려니 머리가 깨질 것 같애 ㅠㅠ 그래도 공부 열심히 하면 나도 6000만원 벌 수 있겠지? ^-^; 집 근처에 맥날만 보면 예전에 너랑 같이 햄버거 먹던 생각 나더라~ 너 전역하면 누나가 또 햄버거 사준다! 전역하면 꼭 연락해 안뇽!'
010-xxxx-xxxx------------------------------------------------------------------
이런 내용의 편지였어.
누가 봐도 잘 썼다고는 말 못할 글씨체였지만, 나에겐 너무나도 반가운 귀여움이었어
당장에라도 전화해보고 싶었지만 전역하고 연락하라는 내용을 의식해서인지, 공부하는데 방해될 것 같다는 배려였는지 전화는 하지 않았어.
전역하고나서 만나러 갈 생각으로 하루하루가 정말로 뎌디게 느껴지더라.
그 당시 나의 계급, 상병 2호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