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님포마니아다 3. > 썰게시판

눈을 떳을때 어젯밤 일이 꿈인것 같았지만 100통은 넘게 와있는데 문자와 부재중 전화를 보니 진짜 말 그대로 기분 엿같더라.

샤워하면서 생각해봤어.

진짜 기분 더럽고 엿같아도 그렇게 취할정도로 술을 마신건 내 잘못이란 생각이 들었거든..
식은땀 흘리면서 사과하던 모습도 생각나고... 그놈이 사정한 기억은 없어서...

내 실수다 더러운 똥 밟았다 다 잊자 생각했지만 그놈과는 그 어떤 대화도, 꼴도 보기 싫어서 연락은 씹고있었어. 

한동안 멍하니 생각하다 세탁물 정리하는데 어제 입었던 스커트 안쪽에 허연게 잔뜩 묻어있는거야.
평소 욕같은거 안하는데 육성으로 "아 씨발!!!" 이란 말이 서슴없이 나왔어.
죄책감에 피스톤질을 멈춘게 아니라 볼일 다 보구 급하게 빼느라 스커트에 정액까지 뿌려놓구 현자타임이 온거였단게 너무 소름돋는거야.
정말 이런 쓰레기는 절대 용서해주면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고, 나 끌려들어가는데 방치한 그 모텔 프론트에 있던 놈도 같이 고소 할 생각으로 알아보니 날 같이 객실로 옮긴게 아니라 처벌은 불가능 하다더라.    
여튼 그놈에게 전화해서 절대 합의 안해줄꺼라고 말해놓고 세상이 무너진것처럼 계속 울었던것 같아.

그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용서 할 생각을 했단게 남자에게 또 속은것만 같아서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생각했어.

근데 막상 신고하려고 하니 내가 20살 21살 어린나이도 아니고.. 
이 나이에 강간당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너도 맘에 들어서 따라간거 아냐?ㅋ"라는 말을 듣게 될까봐.... 그건 날 두번 죽이는거잖아..
피해자는 난데 왜 내가 사람들 시선을 두려워 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너무 서럽기도 하고.. 

혹시나 내 주변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될까 무섭고, 직장이나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날 쳐다볼때마다 내가 강간당한 일을 꿰뚫어보는것 같아 수치심이 들어서 아무 뜻 없는 타인들의 시선에 스스로 상처받고 두려웠어.
도무지 아무것도 손에 안잡히고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지질 않나, 누가 내 목을 조르는것 처럼 숨이 막혀 호흡곤란이 오고.. 

내가 죽을것만 같은 공포심도 들었어.
한발 한발 걸을때마다 내가 뒤로 고꾸라져 쓰러질것만 같은 그런 느낌... 
지금은 이렇게 글로 얘기하지만 그땐 정말 정말 너무 힘들었어.

내 상태도 안좋은데 겁먹은 그놈이 매 시간 매 분 마다 용서해달라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는 전화와 문자를 보내며 내게 정신적인 2차 피해를 가했고, 내가 더 화낼까봐 말 못했는데 유부남이라고 하더라구.. 
성폭행으로 신고 접수가 들어가면 피해자와의 합의와 상관없이 자긴 강간범 낙인 찍힌다고.. 
지금 와이프 임신중인데 태어날 아이에게 강간범 아버지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자긴 죽일놈이지만 아이는 무슨 죄냐며 제발 살려달라고 하는데 헛웃음만 나오더라..

살면서 남을 크게 미워해본적도 없고 남에게 해를 끼친적도 없고... 죄 안짓고 정말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내가 왜 이런일을 겪어야 하나 싶었고..너무 힘들고 지쳐있는데 털어놓고 얘기하고 싶어도 누구에게 말할수도 없고.... 
내 삶은 지금 이렇게 끔찍한데 그놈은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낼걸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솓는것 같아 전화해서 온갖 욕을 퍼부어주고 울고 소리지르고를 몇번은 반복한것 같은데 그럴때마다 네 기분이 풀린다면 자긴 다 감당할수 있다고, 
너가 오죽 힘들면 이러겠냐며 내가 아무리 지랄을 해도 다 받아주는데 그놈의 그런 말들과 행동들에 위로받고 상처가 치유가 되는듯한 느낌이 들었어.

내 지금 힘든 맘을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란 생각에 자꾸만 기대고싶어졌고 미움과 증오가 아닌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것 같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