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좁다22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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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23:59 조회 460회 댓글 0건본문
은영이와의 이별은 나에게도 큰 고통이었어. 부적절한 관계를 한 주제에 고통이 무슨 말이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괴로운 나날을 보냈던 것은 사실이야. 그 사이 은영이와 나는 단 한 번도 연락을 한 적이 없었어. 진짜로
헤어졌으니까. 연락처마저 삭제를 했거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몰라. 반복되는 일상을 무미건조하게 보내기 시작했는데... 그럼에도 은영이가
잊혀 지지는 않더라. 내 말이 너무나 잔인했던 건 아닐까? 굳이 그런 방법을 선택해야 했나? 후회가 되기도 하고,
미련스런 나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고...
집에 있는 은영이 물건은 차마 치우지 못했어. 미련이 남아서 그런지, 그녀의 흔적을 지우는 게 쉽지는 않더라. 그런데
날을 잡아서 치우긴 해야 할 터인데... 은영이에게 돌려줄 수도 없고, 그녀 역시 찾지 않을 테니, 버려야겠지?
어느 일요일에 난 결심을 했어. 은영이의 흔적을 지우기로... 그리고 집안 구석구석 자리를 잡고 있는 은영이를
찾아내서 쓰레기 봉투에 담기 시작했어. 한 시간이 지나고, 또 한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를 않더라. 마치 보물찾
기라도 하듯이, 이곳저곳을 뒤지면, 은영이가 나오더라고.
은영이의 흔적을 거의 지웠을 무렵, 내 휴대폰이 울기 시작했어. 어라... 이거 받아야 하나? 나에게 연락을 한
사람은 지연이었어.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지만, 뒷 번호 네 자리가 눈에 익었으니까, 지연이임을 알 수 있었지.
그런데 더 이상 연락을 할 이유가 없는데... 몇 초간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는데...
“무슨 일이야?”
인사를 하는 것도 어색했기에 곧바로 질문을 던졌어. 전화를 왜 한 건지...
“난 평생 선생님을 증오할 것 같아요.”
“...... 미안하다.”
“너무 하셨어요.”
“.........”
“어머니가 충격을 많이 받으셨나 봐요. 사람 같지가 않았어요.”
“.... 미안...”
“결국... 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뭐라고?”
“걱정말아요... 오히려... 좋게 끝났으니까... 어머니랑 한참을 붙잡고 울었어요. 저를 붙자고 미안하다면서...”
결국 은영이도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딸인 지연이에게 큰 상처를 줬음을 깨달았을 것이고...
그로인해 이제는 은영이와 나는 영원히 만나서는 안 될 사이가 되어버렸지.
“난 아직도 선생님이 미워요.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 할 말이 없다... 내가...”
“어머니가 전해 달래요.”
“응?”
“다 버리라고... 모든 걸... 다 버리라고....”
“그래... 알았다.”
지연이와 간단한 통화를 마쳤지. 굳이 전하지 안했어도 이미 모든 걸 버리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 날 이 후,
나는 은영이의 흔적이 보이는 족족,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던 것 같아. 치워도, 치워도 하나씩 나오는 은영이의 손길이...
그녀와 나의 관계가 얼마나 깊었는지, 반증을 하긴 하더라.
“아... 씨발... 외롭다.”
나이는 먹어가고 있었고, 함께 있던 은영이가 사라지자, 참으로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그렇게 외로움을 느끼며 한 달, 또 한 달, 그리고 또 또 한 달... 이렇게 시간을 보내야 했지.
몇 개월 정도 지나고, 난 이사를 가야했어. 전세 계약이 만료되어서,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더라. 나가라고 하니,
나가야 하겠지. 집을 따로 구하고, 이사 날짜를 정하고, 그 사이 난 혼자서 짐을 꾸려야 했어. 어느 정도는 이사
준비를 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지난 몇 개월간 버리고 또 버려서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한 은영이에 대한 흔적을 여기서 또 발견하게 되었어.
“하하....”
헛웃음이 나오더라. 졸업앨범은 아니야. 작은 사진첩이었지. 그 사진첩에는 몇 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내 중학교 때 모습이 남아있는 사진이더라. 그리고 사진 뒷면에는 이렇게 쓰여 있더라.
- 그대가 나에게 솔직할 날을 기다리며...
은영이 글씨겠지. 그녀는 우리 집에 살다시피 하면서, 나도 잊고 있던 사진첩을 발견했을 것이야.
나의 존재를 알게 되고,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고, 꽤나 당황했을 수도 있었지만,
내가 스스로 진실을 말하기까지 그녀는 기다렸던 거야.
그녀 말대로...
이미 사랑해버렸는데... 어떡하겠어?
자... 이제 여기서 기나긴 내 이야기를 진짜로 끝내려고 해.
과거의 담임 선생님과 사랑에 빠져버린 이야기...
이 글을 읽는 당신들은 헷갈리겠지? 이게 진실인가? 아니면 거짓인가?
진실과 거짓... 뭐가 중요해?
이미 봐 버렸는데...
이만 ‘세상은 좁다’라는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으려고 해.
그럼 이만.
개인적으로는 계획하지 않았지만, 댓글을 통해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고 해서,
‘세상은 좁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짧게 정리하려고 해.
허나, 명심할 건,
지금의 이야기가 만족스러웠고, 지금의 이야기가 충분했던, 이게 진실이든, 거짓이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굳이 숨은 이야기를 볼 필요는 없어.
여운이 있었다면, 이 여운을 그저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세상은 좁다’의 숨겨진 이야기,
이건 ‘세상은 넓다’를 통해 밝힐 거야.
다시 말하지만,
굳이 볼 이유는 없어.
그러면...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