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좁다18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23:56 조회 397회 댓글 0건본문
그저 중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이었던 은영이를 성인이 되어 우연찮게 만난 것이 시작이었지. 그리고 중학교 시절
상상 속으로만 품었던 은영이를 혹시나 안아볼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나를 자극시켰던 것이고...
정말 처음에는 은영이와 이런 관계까지 갈 지는 전혀 몰랐어. 눈을 감아도 넘어야 할 산이 엄청나게 보이는데, 난
그녀와 결혼 결심까지 하게 된 거야. 그 결심이 얼마나 굳건한지 알길 은 없었지만, 그저 중요한 건, 결심 후에 너
무나 행복했다는 거야.
분명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욕할 거야. 삿대질을 할 것이고... 은영이와 나는 인생의 많은 타격을 받겠지. 서로를
가지게 된 만큼, 내려놓아야 할 것들도 많을 것이야.
우리는 차분하게 준비했어. 은영이는 이혼을 해야 할 것이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소송도 감당해야겠지. 그와 더불
어 은영이와 나는 서로의 직업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고, 이것저것 생각할게 너무나 많았어. 최악의 경우 우리
손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도 고민했지.
그래도 참 웃긴 게, 남들에게 욕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은영이와 나는 행복했어. 인생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걱
정거리를 서로 고민하면서도 즐거웠으니까. 미친 것 같지? 정말 우리는 미쳤던 것 같아.
한 편으로는 굳이 은영이가 이혼을 해서 나랑 결혼을 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일을 진행하기로 했어.
서로 평소에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평소에도 불안한 마음을 가지면서 살았거든. 평생 할 것이라면, 그 불안한 마음을
아예 없애버리고 싶었어. 그저 크게 한 방 얻어맞고, 다시 일어나고 싶었을 뿐이었지.
나름 시나리오를 짜듯이 계획을 세웠어. A의 방안이 안 되면, B로 가고, B가 안 되면, C를 선택하자. 뭐, 이런 식으로
계획을 세웠어. 그리고 온갖 비난은 그대로 다 맞기로 했어. 왜냐하면, 우리도 사람이잖아 우리가 부적절한 관계로 시
작한 것을 인식하고, 인정하고 있었으니까.
모든 것이 결정이 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했지. 단지 하나 걸렸던 점은 은영이의 자식들이었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은영이도 꽤 고민을 했었어. 이해를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엄연하게 은영이의 자식들이었으니까.
그들의 자신의 엄마인 은영이를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를 해주면 어떨까
싶었어. 물론, 우리의 욕심뿐인 바람이었지만...
겨울이 지나갔어. 그리고 다시 따스한 봄이 찾아왔지.
우리는 이제 서로의 사랑을 위해서 남들에게 비난을 들을 각오가 되어 있었어. 은영이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기로
했지. 그런데 그쯤 무슨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남편이 또 다시 교통사고를 당했어.
이번에는 지난번과 다르게 다리가 하나 부러졌더라. 그래서 최소 한 달은 입원을 해야 했던 것 같아. 자연히 은영이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없었지. 그럴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병원에 입원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건, 아무래도
좀 아니잖아.
조금만, 남편이 다시 정상적으로 걸을 때까지만, 기다리기로 했어. 그녀의 남편도 정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회는 줘
야 했으니까. 몸도 아픈데, 정신까지 어지러우면, 그건 사람 사는 게 아니잖아.
물론, 이런 말 하는 내가 우습지만...
시간이 흘렀고, 은영이의 남편이 퇴원을 했지. 그런데 나이가 있어서 재활도 좀 해야 하는 것 같았어. 그래도 조금 더
시간을 기다리기로 했지. 사실 기다리는 건 문제가 아닌데, 결심을 한 후, 실행에 옮기지 못하니까, 조금은 초조해지기 시
작하더라.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라는 말이 있잖아. 매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시기가 길어지니까, 괜히 불안한 거야. 그리고
그 불안함은 곧 현실이 되었지.
다시 또 여름이 되었어. 그리고 방학을 맞은 은영이는 역시나 우리 집에서 살다시피 하기 시작했어. 행복했지. 참 행복했
던 것 같아. 약간은 미래가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어.
그러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을 거야. 토요일이었지.
친구들과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면서 놀았던 것 같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라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지. 그렇게 부어라,
마셔라하고 놀았는데, 친구 하나가 입을 열더라.
“너희들... 영석이 알지? 최영석이 말이야.”
“아... 준석이 너랑 친하지 않았냐?”
영석이라는 이름이 갑자기 튀어 나오니까, 순간 당황스럽더라. 그래, 생각해보면 정말 친했던 친구였는데, 어느새 난
녀석을 잊고 살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왜 갑자기 영석이라는 이름이 흘러나온 거지?
“아... 지금은 연락 안 돼... 몇 년 된 것 같은데...”
“그래? 그러면 준석이 너 그거 모르겠구나?”
“그거라니?”
“그 녀석 좆됐잖아.”
“좆되다니... 무슨 말이야?”
영석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 새끼... 나이 많은 유부녀 만나다가 지금 그 남편에게 민사 걸렸잖아. 그 남편이 영석이 집이랑 직장까지 찾아
가서 난리를 피웠다는데...”
“미친놈이네... 나이 많은 유부녀를 왜 만나... 파릇파릇한 애들이 천지인데...”
“새끼... 대학 다닐 때부터 병신 같더니... 쩝.”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난 정말 깜짝 놀랐어. 순간 머릿속에 지숙씨가 떠올랐어. 그래, 아마 그녀였을 거야.
영석이는 지숙씨를 만나다가 결국 탈이 나버렸던 거야. 그런데 분명 나에게, 그리고 나에게, 진짜 나에게 마지막
으로 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영석이도 결국 지숙씨를 정말 사랑해버렸던 것일까?
한동안 친구들은 영석이를 안주 삼아 술을 마셨어.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들의 씹는 소리가 불편했지만, 그래도 티
를 낼 순 없었지.
희선이를 언급하면서 바르게 살라던 영석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녀석의 말이 꼭 맞지도 않았던 것 같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당연한데, 그것을 숨기고, 못 본 척 하는 것이 꼭 바르게 사는 걸까?
물론,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는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사는 것도 올바른 일은 아닐 거 아니야.
우리가 알파고처럼 감정이 없는 기계도 아니고...
그 날 집에 들어온 후, 영석이 생각에 잠이 안 오더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
지만, 이미 없는 번호라고 나오더군.
녀석이 지숙씨를 사랑하는 건 자유지만, 왜 하필 상대가 지숙씨였을까? 여자 자체는 별로 좋은 여자는 아닌데 말이야.
그런 것을 떠나서 영석이는 분명 힘든 싸움을 하고 있을 거야. 지숙씨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엄청나게 비난 속에서 헤
메고 있겠지.
녀석은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까?
그런데 무슨 상관이랴. 내 일도 아닌데 말이야. 내 코가 석 자인데 말이야. 미래가 어떻게 되든, 그저 마음속으로 잘되
라는 말만 할 뿐이었지.
잘 되거라, 친구야. 잘 풀려라, 친구야.
내가 눈을 떴을 때, 일요일 오전이 훌쩍 지나 있었어. 벌써 정오였으니까. 은영이는 친정에 일이 있어서 이번 주말에는
나와 함께 할 수 없었어. 주말을 계속 함께 하다가 이렇게 혼자 눈 뜨니까, 참 어색하더라.
결혼을 한다면 더더욱 그러하겠지? 어느 날, 눈 떴을 때, 집에 달랑 혼자면, 그것 자체로 어색하고 낯설 수 있잖아.
일어나서 물 한 잔을 마시고, 습관적으로 텔레비전을 켰을 때,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하네. 아, 내가 사랑하는, 나를 보
고 싶어 하는 은영일 거야. 통화를 시작하면, 보고싶다고, 사랑한다고 말을 해줘야지.
“음?”
모르는 번호였어.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 누굴까? 내심 불안하드라.
“여보세요.”
“저... 저기...”
뜻밖에도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어. 누구지? 감도 잡히지 않더라.
“누구시죠?”
“한준석씨... 맞나요.”
어라? 내 이름도 알고 있네... 정말 누구지?
“네.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음... 저는....”
그 젊은 여자는 자신을 소개했어. 그리고 난 깜짝 놀라서 움직일 수도 없었어. 정말 예상치도 못한 일이 발생한거야. 나... 이제 어쩌면 좋지?
“저는... 김은영씨 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