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좁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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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23:55 조회 404회 댓글 0건본문
남자들이 연애를 할 때, 가장 듣기 무서운 말이 그거잖아. 여자들이 애를 가지고 싶다고 할 때 말이야. 그 여자를
사랑하는 것과 그 여자의 뱃속에서 내 애를 만들어 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지.
물론,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아이를 참 좋아하는 편이야. 귀엽고 예쁘며 사랑스럽잖아. 뭐, 기혼자들이 아이
들을 1시간만 돌보면 지옥을 맛 본다 뭐한다고 하지만, 그냥 보기에는 좋은 건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은영이 입에서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말이 나왔을 때, 진짜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 그래, 솔
직히 말해서 은영이가 내 또래이고 미혼이었으면 크게 놀라거나 당황하지도 않았을 거야. 이미 충분히 결혼하고도
남을 나이였으니까. 그런데는 그런 여자가 아니잖아.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더라. 내 아이를 갖겠다는 은영이는 그러면 이혼을 하겠다
는 건가? 그렇다면 내가 어디까지 어떻게 그 여파를 견뎌내야 하는가? 우리 가족은 용납을 할까? 내 인생에 큰 걸
림돌이 되는 건 아닐까? 과연 나는 끝까지 은영이를 지킬 수 있을까? 그건 그렇고 내일 모레 지천명이 되는 은영이
가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는 있는 건가? 가진다면 건강한 아이가 나올 수 있는 건가?
이외에도 별의별 생각과 고민들이 머릿속을 지나가더라. 당연히 내 표정은 변화무쌍이었겠지. 그리고 은영이는 그
것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고. 일단 내 표정에서 당황을 넘어서 황당함까지 볼 수 있었을 것이니.
“자기 놀랐어?”
“아... 아니....”
“에이... 표정은 거짓말 안 하는데....”
“그... 그게 아니라...”
“나 자기 아이 가지면 안 돼?”
은영이의 표정을 보아하니, 진심 같은 거야. 내가 분명 그녀를 마음속에 두고 있지만, 아이를 가지고 가정을 꾸
리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거든. 그래, 가끔 상상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에 가깝잖아. 차라리
나이라도 비슷하면, 애라도 없다면, 견뎌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니까. 그리고 은영이 남편은 둘째치고,
다 큰 자식들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까? 도저히... 상상이 안 가더라.
“그... 그게...”
“호호... 농담이야... 내 나이가 몇 인데....”
내가 어쩔 주 몰라 하니까, 갑자기 은영이가 마구 웃더라. 난 아주 심각했는데, 그녀는 정말 꺄르르 웃고 난리였어.
“장난이야.... 장난... 가끔 그런 생각도 해봤지만... 자기도 알잖아. 그럴 수 없다는 거...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웃으며 장난이라는 은영이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녀의 속마음은 장난이 아닌 것 같더라. 여자의 마음을 다 알 수
는 없다지만, 그래도 그녀와 몸을 섞어가면서 정을 나눠서 그런지, 나도 어느 정도 눈치는 생겼거든.
“..... 미안...”
“괜찮아... 장난 이래도....”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따뜻하게 은영이를 안아주는 것 뿐 이었어. 그 후로 은영이는 내 앞에서 다시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 그저 하나의 헤프닝으로 끝날 사안이긴 했는데...
이상하게 난 조금 두렵더라. 이전에 언급을 하긴 했지만, 난 전혀 피임을 하지 않았고, 신경 쓰지도 않았거든. 날짜
를 맞추며 질내사정을 하기도 했고, 위험한 날에는 은영이가 사후피임약을 먹었으니까. 섹스를 하면서 피임에 대한
전혀 고민을 하지 않았단 말이야.
그런데 은영이 입에서 ‘아기’라는 말이 나온 후에 그러면 안 되지만, 조금씩 의심이 되기 시작하더라. 내가 내 욕구
대로 시원하게 질내사정을 하면, 과연 은영이가 꼬박꼬박 사후피임약을 먹는 걸까? 만약에 먹지 않고 자연스럽게
아기가 생겨버리면... 이렇게 하지 말아야 생각들이 머릿속에 드는 거야.
이런 의심이 들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 한 번 헤어지고 다시 만나니까 이전과 다르게 은영이가 나에게 올인
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했거든. 더욱더 적극적인 연애 태도도 그렇고, 형식적이나마 꾸리고 있는 가정에 대한 소
홀함을 내가 느낄 정도였으니까.
예를 들어, 언젠가는 은영이 남편이 작은 교통사고로 이 주정도? 입원을 했었지. 그러면 평일에는 은영이가 퇴근을
하고 병원을 들리고, 주말에는 병원에 거의 붙어있다시피 해야 할 거 아니야? 아무리 교통사고가 미미했다고 하더
라도 이 주 가량 남편이 입원을 하긴 했으니까.
그런데 그 이 주 내내 우리 집에 있는 시간이 엄청났어. 오히려 기회가 이때다 싶어서 외박을 매일같이 했지. 아들은
군대에 있고 딸은 대학을 다니기 시작했으니까, 남편이 입원한 사실이 더욱더 은영이에게 자유를 주게 된 거지. 퇴근
후에 병원에 잠시 들렸다가 우리 집에서 나랑 반 결혼 생활을 했으니까.
이 사실도 외박을 며칠 째 하는 은영이에게 물어서 알게 된 거야. 아무리 내가 좋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유부녀인
그녀가 며칠 연속 외박을 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이 점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하고 뭔가 두렵기도 해서 물었더니, 그
제야 남편이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더라.
여러 번 말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해. 몰랐으면 모를까, 그 사실을 알고 나니까 굉장히 기분이 찝찝하더라.
따지고 보면 은영이 남편에게 내가 죽을죄를 계속 짓고 있는 건 맞지만, 그동안 무심했기에 죄의식이 거의 없었거든.
은영이와 나는 서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했으니까.
그 뒤로 조금은 내 심경에도 변화가 찾아왔어. 무언가 이래서는 안된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쉽사리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는 않더라. 그러기에는 은영이 자체가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하는 행동이 너무나 매
혹적이었으니까.
한 번은 콘돔을 처음으로 써보려고 했는데, 은영이가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어. 서로의 살갗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진
정한 사랑행위인데 왜 콘돔을 쓰려고 하냐고 난리인거야.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다고 하니까, 자신이 피임약 잘
먹고 있는데 왜 그러냐면서, 혹시 아기 때문이냐고, 그것 때문에 부담되냐면서 펑펑 울더라.
이 콘돔 사건 하나로 은영이를 달래는데 무려 이틀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어. 자신을 의심하느니 뭐니, 이런 말까지
나왔거든. 은영이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어찌 됐든 내가 계속 빌어야 했지.
결국에는 그 후에도 콘돔을 쓴 적은 없었어. 언제나 다량의 두둑한 정액을 은영이 몸속에 뿜어야 했어. 매우 즐겁고
짜릿하고 행복한 행위였어. 질내 사정이라는 행위 자체 하나만 놓고 보면 말이야. 그런데 질내 사정 후에 매우 찝찝한
마음을 감추기는 힘들었던 것 같아. 마치 매우 맛있는 사과를 먹는데, 그 사과 속에 독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라는 불안감을 가지며 먹는 느낌이랄까?
남들이 욕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 속의 불안함에 대한 이 불씨가... 어쩌면 은영이와 나의 미래에 대한 결과를
예고했는지도 모르겠네.
진짜 우리 집을 은영이가 들락거린 후에는 밖에서 조차 별 다른 데이트를 하지 않았어. 마치 집돌이와 집순이가 된 것
처럼 그녀는 틈만 나면 우리 집에 와서 나와 함께 시간을 보냈지. 밥도 해먹고, 설거지도 하고, 텔레비전도 같이 보다가,
침대에서 몸을 섞으며 사랑도 나누고... 그래서 반쯤 결혼생활을 경험하고 있었다고 말한 것이야.
은영이가 우리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하나 둘 익숙하지 않은 변화가 찾아왔어. 대표적으로 예를 들자면, 혼자
살던 집에 여자가 들어와서 살게 되니까, 은영이가 쓰는 물건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지. 간단하게 칫솔을 시작으로
머리빗, 화장품, 거울, 그녀가 입는 옷 등 사실상 집에 있는 물건의 반쯤은 은영이 것이었지.
속옷, 양말, 스타킹, 구두 같은 평소에도 굉장히 자주 쓰는 물건부터 이불, 베개 등 잠자리에 필요한 것들까지 전부 은영
이가 하나둘 가지고 왔으니까. 이쯤 되면 애만 낳지 않았지, 사실상 결혼 생활이었지.
우리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한 마음에 은영이게 물었어. 도대체 집에다가 무슨 말을 하고 시간을 만드는 것
이냐고... 은영이가 웃으면서 말을 하더라. 주말에는 교회도 나가고, 교회 사람끼리 등산도 한다고 말을 한다네. 은영이
남편은 종교라면 지긋지긋해 하고, 산이라면 진절머리 나게 싫어한다고 하니까.
이 사실을 알고 나니까, 괜한 자책감이 더 들더라. 그런데 내 속도 모르고 은영이는 평일 저녁에 시간을 많이 내는 이유
는 남편에게 거짓말을 또 했다고 하네. 은영이가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데, 담임을 맡았다고 남편에게 거짓말을 했
데. 그것도 고3 담임 말이야....
그래, 이런 은영이의 모든 행동의 결과물이 너무나 달콤하긴 했어. 한 시간이라도 은영이와 함께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
고, 나야 당연히 좋을 수 밖에 없지. 그런데 부적절한 관계에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자연스럽지가 않은 거야.
자연스럽게 만날 수도 있겠지만, 인위적으로 꼬아서 시간을 만들어 내고, 다른 사람을 두 번, 세 번, 더 속이고 있는 거잖아. 도둑질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굉장히 마음이 불안하더라. 그래서 은영이에게 굳이 거짓말을 계속 할 필요는 없다고 말을 했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하면서 삐치더라.
그때 너무 깊은 늪에 빠져버린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어. 알고는 있었지만, 충분히 기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턱밑까지 잠겨버린 거야. 꼼짝도 못하게...
그 후로 난 고민이 깊어졌어. 당장 은영이와 헤어진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헤어질 확률이 높고,
그 시기는 빠르게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지. 그런데 은영이를 놓고 싶지는 않고... 그냥 이대로 사고를 확 쳐버릴까?
결정을 해야 했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은영이와 끝을 내던가, 아니면 모든 걸 다 떠안을 각오로 은영
이를 내 여자로 만들던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 한다고 답이 나올까?
그래서... 난 하늘에 묻기로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