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12 #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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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4 01:38 조회 667회 댓글 0건본문
최초 학생회의에서 공지했던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학생회장 선거가 시작이 되었다.
후보자 신청 및 등록이 시작되었는데,
정남 선배가 2학년 선배 하나와 팀을 이뤄서 회장과 부회장 선거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 뿐이었다.
단독 후보.
단독 후보였지만, 선거 운동기간도 주어졌고, 정남 선배는 부회장 후보 선배와 함께
각 학년 각 학급을 돌아다니면서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난 이것을 보면서 도통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독 후보였으면, 그냥 무투표 당선시키면 될 일 아닌가?
우리 카리스마 넘치던 담의 말로는 민주적인 절차에서는 단독 후보라도
어느 집단의 대표성과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50%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게 민주주의란다.
아, 씨발.
그 좋은 민주주의에 실장 후보 사퇴는 왜 없었단 말인가?
정남 선배가 선거 운동을 한다고 설치고 다녔기에 평소보다 몇 차례나 나와 마주쳤다.
그녀는 나를 보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전혀 예쁘지 않았다.
웃는 여자가 예쁘다는 말은 다 거짓이었단 말인가.
- 오... 돌아이... 이번에 나 뽑을거지?
돌아이... 돌아이... 지겨워 죽겠다.
내가 조금 인상을 쓰니까, 정남 선배가 깔깔 거리면서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 자식... 나름 귀여운데...
나보다 키가 작은 여자가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기분이 나쁜데,
심지어 예쁘지도 않았다.
미현이 엄마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는 너무나 기분이 좋았는데,
도대체 이 여자는 진짜 여자가 맞긴 한건가.
- 반 친구들에게도 잘 말해줘. 꼭 찬성에 투표하라고...
그 말을 하루에 몇 번이나 듣는지 몰랐다.
볼때마다 같은 말을 하니까, 지겨워 죽겠다. 여자를 떠나서 저런 사람 자체가 딱 질색이었다.
선거 운동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흘러 선거 운동 기간이 끝났고 바로 다음날 전 학생들의 학생회장 선거를 실시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찬성과 반대 표시가 되어 있는 종이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면 그만이었다.
난 반대를 했다.
찬성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다.
정남 선배가 몇번이나 내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이미 그때 결정을 해버렸다.
그리고 선거 결과는 놀랍게도 98% 이상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정남 선배가 학생회장으로 당선되었다.
이거 뭐야? 독재 국가에서나 나올 수 있는 결과 아니던가?
물론, 당선 될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98% 이상의 찬성률은 너무하지 않던가.
납득이 가지 않지만, 그게 선거 결과였다.
정남 선배가 무슨 매력, 아니 마법을 부려서 그런 선거 결과가 나왔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정남 선배의 진 모습을 알 수 없었으니까.
학생회장이 선출이 되고, 또 자연스럽게 학생회의가 열렸다.
이번에는 11반의 부실장이 참여하지 않았다.
남자는 나 혼자였다.
아... 이래서 난 여전히 지금도 여초가 싫다.
형식적인 학생회장과 부회장의 당선 감사 말이 이어졌고,
선거 공약을 지킨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 했다.
나야 빨리 시간만 흘러라 하면서 벽에 걸린 시계만 쳐다 봤는데,
항상 그렇듯이 시계를 보면 시간은 잘 가지 않는다.
그 순간 학생 회장인 정남 선배가 나를 부른다.
- 돌아... 아니... 욕망이 생각은 어때?
모든 시선이 또 나에게로 향했다.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 나야 알 길이 없었다.
- 그래도 유일한 남자니까, 이야기는 듣고 싶은데...
이렇게까지 양성평등을 지킬 필요는 없는데,
쓸데없이 남권을 존중해줬다.
그저 '학생회장님 말에 동의합니다'라는 형식적인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회의를 하고 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았으니.
정남 선배가 내 말을 듣고 빙긋 웃었다.
그리고 다시 회의를 진행한다.
이놈의 학생회의는 한 달에 한 번이나 할 것이지,
아주 시간 날 때마다 회의가 열렸다.
나는 학생회의를 빠지고 싶었지만,
학생회의에 참여할수 있는 유이한 남자 중의 하나였고,
심지어 언제가는 정남선배가 콕 집어서 참가하라고 했기에,
눈치때문이라도 빠질 수가 없었다.
한 번은 부실장 여자애를 보내놓고 학생회의를 빠졌는데,
그 다음날 우리 담임에게 불려가 혼이 났다.
아니, 규정 자체가 한 학급에서 둘 중 하나만 참가하면 되는 것인데,
왜 내가 혼나야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담임은 어떻게 그 사실을 안 것인지?
학생회의, 아니 학생회장의 파워가 이리 셌단 말인가?
아니면, 회장직이 아니라 정남 선배의 입김이 강했단 말인가?
그때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담임에게 혼이 나고 그날 점심쯤에 우리 교실로 정남선배가 찾아왔다.
그녀는 나를 불러냈고, 건물 앞 벤치에 앉힌 후 물었다.
- 어제 무슨 일 있었어?
방긋방긋 웃는 정남선배의 얼굴은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냥 몸이 피곤해서 집에 갔다고 대답을 했는데, 지금은 괜찮냐고 하면서 걱정해준다.
쓸데없는 친절은 사절인데 말이다.
- 담에는 빠지더라도 꼭 누나에게 말해. 알았지?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고, 정남선배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래, 내가 너의 개새끼인가 보다. 마음대로 해라. 체념을 하니, 마음이 한결 나았다.
나름 바쁘게 지내다 보니, 4월초가 되었다.
평소에는 잇뽕과 함께 하교를 하는데,
그놈의 실장직 때문에 1시간 정도 학교에서 담임을 도울 일이 있었다.
담임이 매력적인 부분은 있었지만,
그래도 하교 후까지 함께 있고 싶지는 않았다.
무슨 일을 돕긴 했는데,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하교 시간이 늦어졌음이 기억날 뿐...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버스 정류장까지는 조금 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잇뽕 및 친구들과 자주 놀게 되는 작은 공원이 있었다.
거기를 가로 질러 가야 했는데,
아뿔싸, 인근 학교의 양아치 몇명에게 잡혔다.
마치 친구인 것처럼 한 녀석이 어깨 동무를 했고, 두 세놈 정도가 그 뒤를 따랐다.
- 야... 돈 있냐?
아주 고전적이고 흔한 양아치들의 수법이었다.
나보다 1-2살 정도 많아 보였지만, 숫자가 숫자인지라 덤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맞는 걸 싫어한다.
아프니까, 청춘, 아니, 아프니까 항복이다.
잇뽕이라도 있었으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한 학년 , 두 학년 위라도 잇뽕을 보고 덤비지는 않을테니, 어지간한 고등학생도 잇뽕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다행인지, 아닌지 알 길은 없지만,
내 주머니에는 돈이 없었다.
돈이 없다고 말을 하자, 그들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한다.
-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한 대씩이다.
역시나 창의성이란 전혀 없는 양아치들이었다.
돈 천원이라도 있었으면 그냥 주면 끝날 것 같은데, 돈이 없는 걸 어떡하란 말인가.
곤경에 처한 나는 구세주를 찾기 위해서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들려오는 건 양아치의 협박이었다.
- 새끼가 어디서...
오늘은 여기서 몇 대를 맞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잇뽕의 주먹만큼은 아프지 않겠지라며 나름 긍정적인 생각을 해보지만,
그래도 꽤나 아플 것이다.
내가 돈이 없다고 다시 말하자,
그들은 내 주머니와 가방을 뒤지려고 한다.
그래 마음껏 뒤져라. 진짜 없는 걸 어떡해.
그때였다.
- 야.. 이 새끼들아!
날카로우면서 무거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구세주인가. 나를 구해주려고 하늘에서 손을 내미는건가.
백마탄 왕자, 아니, 백마탄 공주, 아니 하녀라도 좋았다.
제발 날 좀 도와 줄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남 선배였다.
양아치들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다가오는 사람은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정남 선배였다.
백마 탄 선배였던가?
아니지, 이거 미친년 아닌가.
도대체 무슨 기세로 이 자리에 끼어든단 말인가.
10대 여자 하나가 나타나봤자 어떻게 해결 될 문제가 아닌데 말이다.
차라리 근처의 어른을 하나 붙잡아 오는게 더 현명한 선택인데 말이다.
- 야... 너희들 그만두지 못해!
너무나 당당하다. 그리고 두려움이 없었다.
나를 괴로히던 양아치도 갑자기 등장한 그녀의 모습에 어이없어 한다.
- 이 미친년이...
제 1의 양아치가 미쳤다 그리오.
- 이 씨발년이...
제 2의 양아치가 씨발이라 그리오.
- 좆같은년이
제 3의 양아치가 좆같다 그리오.
- 어이없네.
제 4의 양아치가 어이없다 그리오.
양아치들의 욕설과 비아냥이 이어졌지만,
정남선배는 전혀 굴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비밀병기라도 있는건가?
- 야 이 새끼들아... 내가 누군지 알아?
정남 선배는 자신을 강조한다. 내가 아주 대단한 사람인데, 너희들이 실수하고 있으니,
빨리 꺼져라는 뜻을 양아치들에게 전달한 것이었다.
하지만, 양아치들의 반응은,
제 1의 양아치는 모른다 그리오.
제 2의 양아치는 모른다 그리오.
제 3의 양아치는 모른다 그리고.
제 4의 양아치는 더더욱 모른다 그리오.
비웃음이 남발했지만, 정남 선배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 내가 K 중학교에 김정남이다.
차라리 김정일의 진짜 아들이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버림을 받았든 말든 어찌됐든 김정일 아들이면 조금 겁을 줄 수는 있을 것이지만,
놀랍게도 정남 선배는 머리가 긴 여자였다. 생물학적으로도...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양아치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최소 2명 정도는 정남 선배를 알고 있는 것 같았고, 그때서야 교복 가슴에 달린 명찰을 본 후,
정남 선배의 말이 진짜임을 알아 챈 것 같았다.
- 야... 그냥 가자.
한 양아치가 자리를 벗어나자고 제안을 했고,
나머지들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놔두고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뭐야? 정남 선배?
이 여자의 정체는 학생회장 뿐만이 아니었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나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정남 선배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 놀랬지? 괜찮니? 다친 데는 없고?
놀라지도 않았고, 괜찮았으면, 다친데도 없었다.
그저 양아치를 말로 이겨낸 정남 선배가 신기 할 뿐이었다.
- 집에 갈 때는 친구들이랑 같이 다녀야지.
그저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 없었다.
정남 선배는 나를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준 후에야 자신이 가야할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여전히 머릿속에서는 정남 선배의 정체에 대한 생각이 맴돌았다.
그렇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이날 만큼은 조금은 정남 선배가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렇다고 예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