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10 #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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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4 01:38 조회 606회 댓글 0건본문
중학교 생활을 나의 인생에서 큰 변화를 주었다.
어쩌면 미현이 엄마에게 성적 호기심을 느꼈던 것은 그저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면서 잊어버렸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중학교 생활을 하면서 나의 성적 취향이나 생각이 굉장히 각인 되 버린
시기였기도 하다.
청소년기에, 사춘기에, 나름 겪지 않을 수 있는 것들을 겪어 버렸으니.
타락하기 좋은 시절에 꽃을 던져주니, 그것을 받지 않는 것이 더 힘든 시기였다.
비록 꽃에는 할미꽃도 있다지만...
그 출발은 아무리 생각해도 잇뽕이 있었다.
500원짜리 닭꼬치로 우정을 쌓게 된 우리는 별 탈 없이 학교 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잇뽕을 제외하더라도 여러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학교에
남자가 적다보니까, 좀 더 끈끈한 우정이 만들어졌던 것 같았다.
반 대항 축구라도 하게 되면, 거의 반 전체가 다 참여해야 했으니.
한 반에 남자가 15-6명 수준이었기 때문에... 더구나 서로들 여자가 많다는 생각에
학기 초의 싸움터는 잊어버리고, 더욱 더 뭉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적 열세로 여자들에게 기가 죽어 날개를 펴지 못했는데,
심지어 1천명이 넘는 2-3학년 선배들이 모두 여자라서 싸움이 끝난 후에는 큰 소리조차
쉽게 내기 힘들었다.
태생이 조용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약간은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성가시고 귀찮은 건 딱 질색인데, 그 중 하나가 관심이었다.
어디 앞에 나서고, 누군가의 시선을 끄는 것은 정말 죽도록 싫었다.
애초에 누구를 이끌 타입도 아니었고,
누구에게 관심을 줄 만한 매력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찮은 싸움으로 인해서 난 학교에서 잇뽕과 유명 인사였다.
등교길에 많은 여선배들이 나를 보고 수군거렸는데, 자기들끼리는 조용히 말한다고 했지만,
내 귀에는 다 들렸다.
돌아이.
쟤가 그 돌아이야? 생긴 건 멀쩡한데... 의자로 내려쳤다는데...
심지어 수업에 들어오는 선생님들마다 나를 돌아이라고 불렀다.
엄연하게 이름 석자가 있음에도, '야 돌아이'라고 나를 불렀는데,
생각해보면 이거야 말로 학교 폭력이 아니던가.
집단으로 개인을 돌아이라고 부르는 것을 용인하고 용납하는 환경이야 말로
집단 폭행과 뭐가 다를까?
당연히 같은 학년의 여자애들도 나를 돌아이라고 불렀다.
다만 같은 학년의 남자들은 그렇게 부르지 못했다.
잇뽕의 한 대를 견뎌 낸 유일인이자, 무려 다 섯대까지 견뎌 낸 나였기에,
그들은 암묵적으로 잇뽕을 학교의 짱, 나를 부짱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잇뽕과 친해진 후, 함께 다녔기 때문에 더더욱 나를 돌아이라고 부를 수 없었지.
그런데 유치하게 무슨 싸움에 서열을 정하는건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내가 원하는 것도 아니고,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학교만을 다니고 싶었는데, 학교 근처만 가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이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지금 생각하면 내성적이었던 내가 이런 관심으로 굉장히 외향적으로 바뀐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귀찮았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지만,
이 상황에서 잇뽕이 닭꼬치를 선물한 나에게 기막힌 똥을 하나 던졌다.
학교 생활을 한 지, 열흘 정도 지났을 무렵,
카리스마가 넘치는 우리 담임 선생님께서는 이제 학급 실장을 뽑아야 한다고 말을 했다.
그녀는 단호하게 이왕이면 공부 잘하는 실장이 좋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의 반 배치고사 성적을 불러줬는데,
정확히 10등부터 1등까지 10명을 차례대로 불렀다.
무려 10등부터 4등까지 남자의 이름을 불리지 않았다.
여초 학교이자, 여성 상위 학교에서 그나마 학생의 본분이라는 공부마저 남자가 더 못하니,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을 무렵,
놀랍게도 3등에서 내 이름이 불렸다.
이건 나도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전혀 배치고사를 잘 봤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별로 관심도 없었고...
3등에서 내 이름이 불렸을 때,
잇뽕은 감탄사와 더불어 나를 우러러 쳐다 봤다.
눈빛으로 '너 공부하는 새끼였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와 더불어 우리반 여학생들 대다수의 눈빛은 '저 돌아이가'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이런 분위는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색하고 낯설다. 그리고 싫었다.
2등은 또 여자였다.
그리고 대망의 1등은... 유진이라는 이름이었다.
또 여자구나라고 생각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난 녀석은 놀랍게도 남자였다.
우리반에서 제일 체격이 작았던 녀석, 사실 그다지 특별한 구석이 없는 녀석이었는데,
공부는 발군이었나 보다.
그래,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문제는 나는 실장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담임은 이 10명중에서 실장을 하고 싶은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했고,
여자 두 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이한 나와 유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는데,
담임이 이런 말을 한다.
- 그래도 남자들 중에서 한 명은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별로 관심이 없다.
얼핏 보니까, 유진이는 자리에서 일어날 듯 말 듯 고민하는 것 같았고,
난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번쩍 손을 든 후, 유진이를 추천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공부 1등이라니, 앞으로 잘하겠거니 싶었다.
유진이는 자연스레 실장 후보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투표만 하면 될 것인데,
갑작스레 잇뽕이 손을 들었다.
- 욕망이를 추천합니다.
내가 잇뽕이를 째려봤지만, 녀석은 싱글벙글 웃을 뿐이었다.
실장을 뽑기 위해서 민주적인 절차로 추천을 하고 자발적 지원도 하고,
투표라는 과정을 거치는 건데,
놀랍게도 후보 사퇴의 자유는 없었다.
안 한다고 소리쳤지만, 카리스마 넘치던 담임은 그것을 받아주지 않았다.
후보로써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저 별로 하고 싶지 않으니, 다른 친구들을 뽑아달라며 지원 유세를 한
학교 최초의 후보가 되었고,
이 사실마저 나중에 학교에 알려져서,
돌아이가 돌아이짓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다.
2명의 여자 후보, 또 2명의 남자 후보,
여학생의 총 수는 34-5명, 남학생의 총 수는 15-6명.
보나마나 여자 실장이 나올 확률이 높았던 우리반의 실장 선거는
놀랍게도 20표를 받은 내가 당선이 되었다.
잇뽕의 입김에 남자들의 몰표가 이어졌고,
여학생 중 5-6명이 이탈표가 나에게로 왔으며, 나머지 2명의 여자 후보들은
14-5표로 표가 갈렸다.
당선이 되었는데,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실장이면 나름 책임감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책임감도 싫었고, 무엇보다 말이 실장이지,
따지고 보면 여러 선생들의 심부름을 도맡아서 하는 따가리가 아니던가.
선거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싶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고, 난 우리 학급의 수장인 실장이 되었다.
내가 실장이 된 사실은 학교에 급속도로 퍼졌고,
나를 보는 여러 선생님들이나, 많은 동기 선배들이 돌아이가 실장이 됐다면서 놀라워 했다.
살면서 이렇게 관심을 받을 날이 있을줄은 몰랐는데,
진짜 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동물원 속의 원숭이를 보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 시선이 너무 싫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더 큰 일이 있을지는 그때는 몰랐다.
쉬는 시간에 잇뽕에게 한 마디 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싸움으로 이길 수 없는 녀석이라 아무 말도 못했는데, 내 속을 모르는 녀석은
나에게 다가와 축하한다면서 하교길에 닭꼬치를 쏘라고 했다.
ㅆㅂ
예상대로 실장이 된 후, 모든 선생들의 심부름을 내가 해야 했고,
모든 학교 행사나 일상 생활에서도 내가 앞장 서야 했다.
누구는 못해서 안달이라고 하는데,
나는 진짜 이런 게 싫었다.
아마 실장이 된 후, 그 주 금요일이었을 것이다.
방과 후에 학생회의가 있다고 강당이었던가? 음악실이었던가로 모이라고 했다.
학급에 실장과 부실장이 참여해야 한다고 했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학급에 1명은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부실장이던 여자 애가 나를 보고 말했다.
- 나 일이 있어서 못 가.
이런... 씨발.
학교 끝나면 곧장 집에나 갈 일이지, 무슨 학생회의가 있단 말인가.
학생들끼리 모여서 무슨 성과를 내겠다고 회의를 한 단 말인가.
내가 이럴 주 알았다.
이렇게 귀찮은 것 투성이, 진짜로 하기 싫었는데...
모든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 다 집에 가는데,
나 혼자 터벅터벅 학생회의 장소로 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학생회의에 참여 한 약 50명 정도 되어 보이는 학급 간부들은
죄다 여자였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고추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등장했을 때, 모든 여선배와 여자 동기들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씨발. 도망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이런 생각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한 녀석이 들어왔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학생회의 참여 한 유이한 고추 중 하나였다.
많은 여자들을 보면서 당황한 건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눈치를 봐가면서 녀석과 자리를 잡았고,
녀석에게 다가가 정체를 물었다.
- 나 11반 부실장이야.
이로써 나는 내가 이 학교의 유일한, 최초의 남자 실장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타이틀을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색한 분위기에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키가 보통이고 별로 예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여자 하나가 단상에 섰다.
- 다들 왔지? 내 이름은 김정남이고, 작년에 부회장이었어. 반갑다.
당당한 여성이었다.
대충봐도 그녀가 3학년을 이끄는 리더라고 알 수 있었다.
부회장 출신이라니...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그런데 여자 이름이 김정남이가 뭐란 말인가.
북쪽의 정일이 아들도 아니고, 차라리 촌스러워도 정순이라는 이름이 낫지,
여자에게 김정남이라니, 정남이 선배 아버지도 참 센스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 무렵,
- 어... 거기 네가 2반의 돌아이야?
정남 선배가 웃으면서 나를 지목했고, 모든 여자들이 나를 보며 웃기 시작한다.
- 조용 조용. 반갑다. 이름이 욕망이라고?
이래서 나는 지금도 여자는 좋아도 여초는 싫다.
3학년 선배의 농담에 수십명의 여자가 나를 쳐다 보았고, 도저히 기를 필 상황도 아니었다.
힘겹게 '네'라는 대답을 했는데, 정남 선배는 무엇이 좋은 웃기만 한다.
이날은 정남 선배가 임시로 학생회의를 주재했고,
실질 주제는 다음 주에 학생회의 선거를 한다고 하니, 학급의 간부격인 실장과 부실장은
나름 숙지를 잘하라라고 했다.
2학년 선배들에게는 부회장 출마 자격이 있으니,
출마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잘 공지하라고 했다.
학교로 놓고 보면 중요한 내용일 수 있으나,
그저 나에게는 시시한 내용일 뿐이었다. 학생 회장 및 부회장 뽑는데 뭐 어쩌라고?
- 이왕 이렇게 모였으니까, 서로 자기 소개 좀 하자. 이름은 알고 지내면 좋잖아. 선후배끼리...
별 짓을 다한다고 생각했다.
3학년 선배부터 가볍게 자기 소개를 시작했고, 나머지는 박수를 치고,
별 의미도 없는 형식적인 행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도 형식적으로 '2반 실장 욕망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정도로
끝내려고 했는데, 이놈의 정남이 선배가 또 끼어든다.
- 욕망이 너는 안해도 되겠네... 벌써 학교 명물이던데 뭐..
평범하고 싶었다. 보통 사람이고 싶었다.
그저 남들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고 싶었다.
그런데 형식적인 자기소개도 정남 선배때문에 특별해져버렸다.
아... 이년... 도대체 뭘까?
그날 학생회의 이후,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고개가 절로 아파왔다.
나를 알아보는 여자 선배들이 늘어났고,
그만큼 하루에 수십 번 인사를 해야 했다.
씨발, 아무리 뜯어봐도 미현이 엄마처럼 매력적인 여자 선배가 없었다.
차라리 내 마음에 드는 여자 선배라도 있다면, 기분이라도 좋을 것인데...
- 안녕? 욕망아?
아... 이번에는 정남 선배다.
웃으면서 다가오는 정남선배의 얼굴은 분명 예쁘지 않았다.
또한 몸을 보더라도 미현이 엄마처럼 성숙한 모습도 없었다.
매력이 없었다.
그런데 미소를 짓는다.
젠장, 이 여자 귀찮다.
그런데 왜 이렇게 귀찮게 하는 거야?
그땐 몰랐다.
정남 선배의 진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