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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9 # 잇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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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4 01:37 조회 47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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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보던 세상과 어른이 보는 세상은 다르다.

같은 건물을 보더라도 어릴 때는 그렇게 커 보였던 나무가

어른이 되어서 보면 별 게 아니 듯,


몸이 커지고 머리가 커질수록,

세상도 조금씩 작아지는 법이었다.


국민학교 생활 시절에는 학교와 동네가 내 삶의 터진이자,

내가 겪는 사회의 전체였다.


당연히 좁은 사회에서는 만나는 사람들도 한정 될 수 밖에

없었고, 그때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왜 중학교를 가면 동네의 형과 누나들이 달라졌는지를 말이다.


국민학교의 마지막 겨울방학에 키가 부쩍 자랐다.

중학교 입학을 하던 시기에는 165cm까지 자랐는데, 당시의 또래 친구들보다는

확실히 큰 편이었다.


물론, 여전히 미현이 엄마보다는 작은 게 사실이었지만,

눈높이가 많이 비슷해졌고, 무엇보다 키가 큰 만큼 체격도 좋아졌다.

목소리도 걸걸해졌고,


이제는 소년보다 청년 티가 조금씩 나던 시절이었다.


중학교는 집에서 버스로 여섯 일곱 정거장 거리에 있는 학교였는데,

확시히 국민학교보다는 통학시간이 길었다.


등교도 더 일찍해야 했기에 좀 더 부지런하게 준비해야 했고,

통학 시간이 길었던 만큼 더 넓은 사회를 겪어야 했다.


나의 사회적 반경이든, 생활 반경이든 그만큼 넓어진 것은 사실이니까.

그만큼 만나게 되는 사람도 다양하고 더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그때는 깨닫지 못해지만, 그게 다 어른이 되는 과정이었겠지.


내가 다니게 된 중학교는 남들이 흔히 겪을 수 없는 학교였다.

원래는 여중이었는데, 나때부터 남녀공학으로 바뀌었고, 결국 나와 내 남자 동창들은

그 중학교의 남자 1기 입학생이자, 졸업생이 된다.


이 말 즉슨, 2학년과 3학등년 선배들은 모두 여자란 뜻이었다.


사실 국민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선배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냥 5학년 형, 누나, 6학년 형, 누나 였는데,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학교에 선배나 후배가

다니고 있다고 인식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저 같은 학년의 또래의 친구들과 놀고, 싸우고, 공부하고를 반복했으니까.


하지만, 확실히 중학교는 달랐다.

등교하면서 하교까지,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선배들과의 접점이 나름대로 있었고,

한편으로는 꽤나 귀찮고 부담스러운 적도 많았던 것 같았다.


그냥 모르는 척 다니고 싶어도 아는 선배를 보면 인사라도 해야 했으니,

그것도 국민학교와 다르게 존댓말과 더불어 깍듯이 말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야 선배가 모두 여자라고 하면 좋을 것 같지만,

분명 좋은 점도 있겠지만, 굉장히 불편하거나 안 좋은 점도 많았던 것 같았다.


더구나 1년 전까지 여중이었던 학교라,

같은 학년으로 입학한 동창들 중 근 70% 가까이가 여자였다.


내 기억으로는 근 600명 정도 입학을 했는데,

남자들 숫자가 채 200명이 되지 않았으니, 180명? 190명 정도였던가?


여자가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그것도 적당히 있어야지,

압도적으로 남자 숫자가 적은 여초 학교를 다니다 보니까, 굉장히 불편했다.


일단 남자들 기가 죽을 수 밖에 없었고,

여성 상위 시대라는 말이 나오던 시기였는데, 정말 학교 자체가 여성 상위시대였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페미들이 우리 중학교에 다녔으면,

천국 그 이상을 겪었을 것인데... 훗.


입학을 하던 날이 기억난다.

아직 교복을 입지 않았던 우리 1학년들은 2학년과 3학년 선배들의 구경거리였다.

(기억에 교복은 1주일 후 부터 본격적으로 입었던 것으로...)


특히 선배 누나들이 1학년 남학생을 유심히 보면서, 

한쪽에서는 환호를 치고 난리였는데, 그때마다 몇몇 선생님들이 달려가서 주의를 주기도 했다.


낯선 곳에서의 입학식이 끝나고 배정 받은 반의 교실로 들어갔을 때,

그 좁은 교실에 꽉 차 있던 50명정도의 학생들은 어색함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당연히 어색할 수 밖에... 그럼에도 남자들은 더욱 어려운 자리였다.

한 반에 15명이었던가? 16명이었던가? 나머지는 죄다 여자였으니.


조심스레 자리에 앉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는데,

같은 반 여학생들은 여전히 풋내가 가득했다. 이미 미현이 엄마의 나체를 본 후로는 또래의

성숙하지 않는 모습에 별 감흥이 없었으니.


그런데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친구가 있었다. 

얼굴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남자답게 생겼는데, 또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섭게 생겼고,

서 있을때 보았지만 키는 나보다 10cm 이상 커보였다.


그리고 체격은 마치 운동선수마냥 다부진 모습이었는데,

속으로 어떻게 저런 녀석이 14살이지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나이를 속였던가?

몇 년 꿇었던가?

저런 놈이 나랑 동갑이라고?


입학식 할 때 보니까, 원래 여중이었는지, 지나칠 정도로 여자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어쩌면 당연하게도 우리반 담임 역시 여 선생이었다.


아담한 키에 단발머리 스타일에 예쁘장하게 생긴 여선생이었는데,

나이는 20대 중반? 후반 정도로 굉장히 젊어 보였다. 


무언가 연약해 보이는 여선생이었지만,

우리들 향해 첫 한 마디는 매우 단호하고 날카로웠다.


- 내 말 잘 들어라!


약간은 놀라웠다.

미현이 엄마에 비하면 최소 대 여섯살에서 많게는 열 살정도까지 어려 보이는 여자가

더구나 키도 작고 체격도 작은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 치고는 굉장히 힘이 느껴졌다.


국민학교 때도 느껴보지 못한 이 긴장감,

역시 중학교란 다른 세계인건가?


이왕이면 부드러운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는데,

지금으로 따지면 굉장한 걸크러쉬 느낌이 났으니.


그건 그렇고 새로운 중학교 생활이 시작되면서 여초 학교 답게,

여학생들은 금방 친해지기 시작했다.


숫자가 적은 남자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기 바빴는데,

태생적으로 요놈의 수컷들은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치려는 놈들이었다.


안녕, 안녕, 나도 누구라고 해, 우리 친하게 지내자.


이러면 될 것을... 그저 서로의 눈치만 보고,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결국 중학생활 3일차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기억으로는 한 반에 50명씩 12반까지 있었던 것 같은데,

학교 생활 3일차에 돌입하면서 아주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쉬는 시간마다 원터치로 싸우는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 발군은 우리반에 동갑이라 믿기지 않았던 그 녀석이었다. 


긍정적으로는 남자다운 모습이지만,

부정적으로는 졸라 무섭게 생긴 녀석 말이다.


녀석의 이름은 영석이었다.

그리고 녀석의 싸움은 싸움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모든 싸움을 단 한 방에 끝내고 있었다.


180cm에 육박해 보이는 키와 딱 벌어진 어깨,

그리고 팔을 걷어 올렸을 때 보여지는 탄탄한 근육들,

애초에 녀석은 체육중에 갔어야 할 만큼 피지컬이 탁월했다.


여러마리의 하이에나가 있어도 숫사자 한 마리에 당할 수 없듯이,

영석이는 모든 싸움을 이겨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싸움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 참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정작 무섭게 생긴 영석이는 누구에게도 먼저 시비를 걸지 않았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불나방들이 짚을 뒤집어 쓰고 불 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어리석음에 눈이 먼 고추쟁이들이 영석이에게 먼저 시비를 걸고 싸움이

발생했는데, 심하게 말하면 미친놈들인가 싶었다.


그 미친놈들은 영석이를 때려 눕히지 않는 이상,

학교의 짱이 될 수 없다는 일종의 사명감까지 가지면서 덤벼들었다.


그런데 정작 영석이는 짱이라는 타이틀과 싸움이라는 결투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후에 알게 되지만, 날라리 짓도 하지만, 

나름 학업에 충실하면서 겉으로는 모범생 역할을 충실히 행하려던 녀석이었으니.


나는 개인적으로 싸움을 싫어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맞으면 존나게 아프기 때문인데, 굳이 싸울 이유도 없거니와,

갈등이 발생하면 말로 푸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련한 몇몇 놈들은 '짱'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어서,

누구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그 자리를 위해서 젓가락 같은 몸으로 

남들 허벅지만한 팔뚝을 가진 영석이에게 덤벼들었으니,


오호 통재라.

이런 모질한 새끼들.


싸움은 근 3일만에 끝났다.

다시 말하지만 싸움이 싸움이 아니었다.


영석이의 주먹 한 방은 모든 상대들을 정신을 놓게 하거나,

결사의 의지를 꺾어버릴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더 이상 영석이에게 시비를 걸 바보같은 놈도 없었고,

영석이 역시 더 이상 싸우고 싶어하지 않았다.


마지막 싸움마저 영석이의 한 방으로 끝났을 때,

거의 모든 싸움을 구경했던 내 머리에는 한 단어가 떠올랐다.


잇뽕.


김두한의 별명이었던, 잇뽕.

분명 영석이 녀석의 싸움은 잇뽕 그 자체였다.


영석이가 싸움을 끝내고 자리에 돌아갔을 때,

난 녀석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잇뽕'을 중얼거렸다.


어쩌면 칭찬이었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한 남자로서의 감탄이었을지도 몰랐다.


나는 영석이만큼의 힘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마치 미현이 엄마의 말을 왜곡해서 들었던 것처럼,

세상은 그저 쉽게 쉽게 흐르지 않았다.


막 싸움을 끝낸 터라 아직은 씩씩 거리던 영석이는 내 중얼거림을 

'니뽕'으로 알아 들었나 보다.


아직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 영석인 나의 말을 오해했고,

그대로 나에게 덤벼들었다.


안 그래도 덩치가 산만한 녀석이 덤벼들자, 

난 이게 무슨일인지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한방을 얻어 맞았다.


아악... 씨바... 졸라 아프네.


욕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아니, 영석이의 단 한 방에 그냥 쓰러져야 했다.


평화를 추구하던 나는 갑작스레 비자발적으로 싸움터의 주인공이 되었고,

놀랍게도 영석이의 한 방을 맞고 유일하게 버틴 전사가 아닌 전사가 되었다.


내가 주먹 한 방을 맞고 버티자, 오히려 당황한 건 영석이었다.

그리고 그 당황을 감추기 위해서 더 불같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처음 볼때부터 동갑인 것이 의심 될 정도로,

탁월한 피지컬과 파워를 겸비한 영석이었는데,


나와 싸움이 되었겠는가?


당연히 내가 질 수 밖에 없었지만, 

난 무려 그 후로 4번의 주먹을 더 맞으면서, 총 5번의 주먹을 견뎌 낸,

나름 기록을 깨면서 기록을 경신하는 패배자가 되었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학교 생활에서 벌어졌던,

지난 3일간의 잇뽕 전설은 뜻밖의 싸움에서 깨져버렸고, 잇뽕을 견뎌 낸 나는 

잇뽕 전설을 깬 또 하나의 전설이 되었다 -_-;


눈을 뜬 곳은 양호실이었고, 

이미 학교는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여중이었던 학교에서 남학생들이 들어오자마자 

학교를 엄청난 싸움터로 만들어버렸으니.


입 안은 다 터져버렸고, 

볼은 피멍이 들어 있었다.


이래서 내가 싸움을 싫어한다.

맞으면 졸라게 아프니까.


말로 대화하고 물리적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맞고 물러 날 내가 아니었다.


애초에 싸울 생각도 없었는데, 나로서는 굉장히 억울했기에,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오기와 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점심 시간 무렵에 도시락을 까먹고 있던 녀석에게 다가가,

그대로 의자를 들어서 내려 쳐버렸다.


학교는 비상 사태가 되었고, 

다음날부터 우리 부모님을 포함한 여러 학부모들이 학교에 

불려오기 시작했다.


모든 싸움의 발단부터 진위 파악이 시작되었고,

나는 얼마나 많은 반성문을 썼는지 몰랐다.


그리고 잇뽕 영석이와 나는 모든 선생님과 3학년 선배들에게까지

이름이 알려졌는데, 그들 다수는 나를 돌아이라고 불렀다.


학교에서 나름 사건이 마무리 되었고,

부모님들 간에도 나름 합의가 되었을 무렵에 참 신기하게도,

막상 싸움을 했던 숫커들은 서로 친구라 부르며 친하게 지내기 시작했다.


안녕, 반갑다 친구야라는 과정이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고,

학부모까지 불려와야 끝날 수 있었는데,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곧 숫컷이 아니던가.


잇뽕과 나는 며칠 뒤부터 꽤나 친해지기 시작했다.


과정은 이랬다.


하교길에 닭꼬치를 하나 사먹고 있었는데,

내 옆을 잇뽕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너도 먹을래'라는 말에 잇뽕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당시 500원짜리 닭꼬치 하나를 사주면서 잇뽕과 나는 중학교 3년간 함께 붙어다니는

친구가 될 수 있다.


주는 게 있으면 받아야 할 것이 있듯이,

닭꼬치라는 우정을 선물 한 나에게 잇뽕은 며칠 뒤에 똥을 던져주는데,

그 똥의 나비효과는 어마어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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