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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키웠던 소 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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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4 01:58 조회 30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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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 주인을 알아본다. 할아버지댁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나는 소 곁에서 수년을 보냈다. 그래서 안다.
어느 날 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할아버지가 부산을 떠시기에 내가 어디가시느냐 물었다. 할아버지는 장이 선 날이니 오늘 소를 팔러 간다고 하셨다. 
-소..소를 팔아요???
그야말로 나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머리를 뭘로 세게 맞은듯 모든 사고가 멈췄다. 잠시 패닉의 시간이 지나고 내 눈이 향하는 곳은 소가 있는 외양간이었다. 소는 자신이 오늘 팔린다는걸 알기라도 하는지 매일 양껏 먹던 여물도 입에 대지 않고있었다. 크고 맑은 눈망울의 끄트머리로는 물기가 계속 흘러내렸는데, 꼭 소가 우는것만 같았다.
-아...왜 팔아요...으엥
나는 떼를썼다. 할 수있는게 없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소를 안팔 수 있을까. 할아버지도 축처진어깨를 하고선 소를 끌고나왔다. 소는 그 크고 맑은 눈망울에 원망을 담는 대신 문앞에서 울먹거리는 내 머리카락을 두세번 핥아주었다. 그렇게 소는 장날 시장으로 터덜터덜 팔려갔다.
소가 사라진 외양간을 내내 지켜보며 오전과 오후시간을 보냈다. 상실감. 7살남짓한 어린놈이 견디기엔 터무니없이 큰 상실감이었다. 이제 더이상 소에게 여물을 줄 수도 없고 그 까글한 혓바닥의 감촉도 느끼지 못할것이다. 소가 핥고간 내머리카락을 다시 만져봤다. 그건 소 나름의 작별인사였을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난 하루종일 슬퍼했다.
할아버지가 다시 돌아오신건 저녁7시즈음이었다. 소를 팔았으면 필시 큰 돈을 받으셨을텐데, 이상하게도 할아버지 어깨에는 영 힘이 없으셨다. 나갈때 축쳐졌던 어깨가 저녁에도 그대로였다. 나는 할아버지한테 소에 대해 묻지 않았다. 내 나름의 불만표시이자 항변이었다. 나를 보는둥 마는둥 지나친 할아버지는 차려진 저녁상을 보고 말없이 저녁을 드셨다. 내 기억으로는 당시 할아버지는 단한마디도 안하셨다.
밤열시쯤이었나... 나는 열려있는 외양간문을 닫고 내방에 들어와 누웠다. 지금쯤 소는 다른 아저씨가 데리고 갔겠지 라는 생각이 날 매우 슬프게 만들었다.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베갯잎에 눈물이 모여 축축해져서야 그 날 나는 잠이 들었다.
아침은 눈깜빡후에 돌아온다.아침에 일어난 나는 습관적으로 방문을 열고 외양간쪽을 바라봤다. 그건 내 어린시절의 습관이었다. 하지만 문을열면서 아...이제 없지 라는 생각이 금세 떠올랐다. 그렇게 잔뜩 실망한채로 문을 다시 닫으려는 찰나였다.
내 눈은 소의크고 맑은 눈과 마주쳐있었다. 꿈인가? 분명어제 시장으로 팔려갔는데.. 뭐지?? 나는 놀라서 내복차림그대로 신발도 신지 못하고 소에게로 다가갔다. 분명 어제의, 우리가 키우던 소였다. 내가 손을 소의 머리로 가져가자 으레 그랬던것처럼 소는 내손을 핥았다. 소 혀 특유의 뻣뻣한 느낌이 날 기분좋은 현실로 데려다놨다. 그건 현실이었다.
이후에 듣게된 바. 할아버지는 소를 장에 내어놓고 돌아오는내내 소가 눈에 밟혀 견딜수가 없었다고 말씀하셨다. 십년도 넘게 기른놈이 주인손을 떠난다고 눈에 눈물만 그렁그렁해서 당신을 쳐다보는데 여간 정떼기가 어려우셨단다.
밤 열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고서도 그 놈의 주렁주렁한 눈망울이 마음으로 삼킬수가 없어 그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시 데려오셨다고 했다.
평생키우기로 했다고 하시면서...
할아버지는 그 이후에도 소를 각별히 신경쓴다거나 더 좋은 음식들을 골라준다거나 하는 애정을 쏟으시진 않았다. 다만 아주 가끔 내가 소와 놀고있을때 오셔서 뿔과 뿔사이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고 가시는게 다였다.
특이했던건 내가 소를 쓰다듬을땐 소는 혀로 마중을 나왔는데 할아버지가 소를 쓰다듬을때면 소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는것....
지금에와서야 깨닫기를 아마도 그건, 오랜 시간을 함께보낸 소와 할아버지만의 특별한 교감이 아니었나....싶다.
그런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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