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여친에게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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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4 03:55 조회 579회 댓글 0건본문
그녀는 나보다 연상이었고, 참 우여곡절이 많은 사이였다. 그녀는 10년간 사귀고 있던 남자가 있었고, 내가 그녀가 외롭고 권태를 느낄 때 난대없이 나타나 사귀게 됐다.
사귀는 내내 나만 봐줬음 하는 그 마음에. 그리고 네토라레라고 하는 그 더러운 기분을 떨치지 못하는 마음에 정말 많이 상처를 줬다. 난 소유욕이 어마무시했거든.
하지만, 기존남자를 차버리진 못한 채, 결혼까지 골인하드라. 후. 근데 또 웃긴게, 잘 사나 싶더니만 이혼해버렸어. 그리고서는 우리는 서로 못만났다. 따로따로 행복을 찾아 헤매었지.
그러다 어제 연락이 왔다. 진짜로 엄청 오랜만에. 나는 이미 결혼해서 애도 있는데 뭔 정신으로 연락을 한건가.. 싶다기보단, 애틋한 감정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 연락을 받고 나갔다.
만나서 나는 술을 꼴꼴 빨아댔고, 그녀는 일체 술 안마시더라. 사이다도, 콜라도. 그냥 물만 조금씩 마시면서 간간히 나한테 안주만 집어서 입에 넣어주더라. 괜히 눈물나게.
“그래서 무슨 일로 연락한거야? 결혼해?”
“...결혼은 모르겠고, 나 임신했어.”
어안이 벙벙했다. 그 얘길 나한테 왜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사랑했던, 아니. 실은 아직도 감정이 있을지도 모르는 이 정 때문에 난 만세! 하는 자세를 하며 외쳤다.
“와!! 우리 이쁜이 정말정말 축하해!! 진짜지?”
마치 사귀었을 때처럼.. 이쁜이라고 썼지만,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이대로 그녀가 불행하게 살았다면 그게 내 마음에 너무 상처가 됐을테니까.
그리고 난 또 마셨다. 진짜로 너무 기뻤고, 또 짠했고, 또.. 그 그리움이 사무치지만 바로 옆에 있지만, 이젠 닿으면 안된다는 마음이 너무 시려서 그 빈틈을 메우려 술만 마셔댔다.
그리고 난 기억이 끊겼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내가 눈을 뜬 곳은 우리가 아니 내가 술을 마시던 바도 아니었고, 우리 집도 아니었다. 뭔가 누군가가 펴댔던 짙은 싸구려 담배향기가 베어있는 모텔이었다.
뭔가 싶었고,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꿈 속에서 기분 좋게 한차례 사정했던 것 같은 몽롱함이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모텔.. 그리고 나 혼자 있었다.
아직은 새벽이었기에 일단은 나와서 직장에 갔다. 일단은 나도 유부남인데 알리바이는 있어야지.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미 그녀와 난 따로따로 행복하게 라는 말이 어울렸으니까.
그 망상은 내가 직장에서 짜투리 잠을 깬 후에, 무너져버렸다. 어제 무슨 일 없었지? 조심히 잘 들어갔지? 하고 안부를 물은 후, 그녀의 문자가 와 있었다.
“어제 했는데, 기억 안나?”
멘붕이었다. 아니 임신중이라며 아기한테 해로우면 어떻게 하려고 섹스를 한거야? 아니아니, 잠깐만 애아빠는 따로 있을건데 왜 나하고 그걸 한거지? 아니 잠깐잠깐만.. 그럼 그 느낌 묘했던 거가 그걸 해서?? 난 분명 사정한 거 같은데??
후...
난 지금도 멘붕이다. 그녀는 아까전 문자로 내게 말했다. 아직은 모르지만 조만간 결혼할거라고. 그리고 오랜만에 해서 너무 좋았다고..
난 이 모든 게 꿈이였으면 좋겠다. 이대로 나의 애틋했던 감정이 사라지는 게 지금 너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