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사정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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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7:19 조회 673회 댓글 0건본문
그 남자의 사정
1.
초인종 소리에 현관문을 열었다. 비에 젖은 채,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옆에 내려놓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아무 연락도 없이 왔다는 것보다도, 그녀가 이렇게 큰 가방을 어떻게 끌고 왔는지가 더 궁금했다. 지금은 쉽게 볼 수도 없는, 그런 가방. 그녀는 늘 그렇듯이 길게 말하지 않았다.
여기서 지내도 되지?
그녀에게 이미 익숙해진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는 나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다. 아니, 내가 그녀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던 것일까? 내가 그녀를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 그녀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녀는 우리의 시작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녀와 나는 같은 대학도 아니었고, 그녀의 친구와 내가 아는 사이도 아니었으며, 내 친구와 그녀가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 그렇게 흐릿한 기억만큼이나, 불분명한 관계. 그랬다.
하아-
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며 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경직되는 그녀의 배. 봉긋한 가슴과 군살 없는 아랫배는 미끈하게 아래까지 이어져있다. 나는 그녀의 가슴을 살며시 잡는다. 아직 유두를 공략할 시점은 아니다. 그녀에게 살짝 입맞춤을 한다. 그녀의 코와 볼에, 그리고 눈꺼풀에도 살짝 입을 갖다댄다.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나의 귀로, 목으로 전해져 온다. 그녀의 귓불을 지그시 깨물고 그녀의 귀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흠칫- 움츠리지만, 싫어하지는 않는다. 다시 그녀에게 입맞춤을 한다. 그녀의 혀가 느껴진다. 혀와 혀가 만나 서로를 확인하고, 천천히 나의 입술은 그녀의 목줄기를 따라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녀의 하얀 목줄기를 따라 어깨, 팔, 손가락까지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그녀는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나는 갑자기 그녀의 은밀한 곳을 터치한다. 갑작스러운 공략에 그녀는 움찔하지만, 이내 나의 손은 그 자리를 떠나 다시 가슴으로 간다. 그녀의 유두를 살며시 쓰다듬는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허리를 살며시 올린다. 깨지기 쉬운 유리를 만지듯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유두를 쓰다듬는다. 분홍빛 젖꼭지에 분홍빛 혀로 부드럽게 인사를 한다. 그녀의 몸이 이미 경직되고 있음이 느껴지지만, 그녀도 역시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입술이 그녀의 가슴을 탐닉하는 동안, 살며시 그녀의 샘을 만져본다. 손가락에 흥건한 물기가 느껴진다. 그 물기를 그녀의 샘 주위에 나누어주듯 골고루 쓰다듬는다. 나의 등을 안고 있던 그녀의 손이 한껏 부풀어 오른 성기를 확인한다. 이제 기다림에 지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에 화답을 하듯 바로 그녀의 질에 나의 성기를 갖다댄다. 그녀는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 옅은 신음을 뱉으며 고개를 뒤로 젖힌다. 하지만, 나의 성기는 입구에서 다시 물러난다.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 대신, 입술을 그녀의 샘에 가져간다. 흥건한 그녀의 물을 확인한다. 혀로 그녀의 돌기를 애무한다. 그녀의 신음소리가 한껏 올라간다. 입술로 살짝 깨문다. 그녀는 내 머리를 잡고, 어깨를 끌어올린다.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녀 위로 올라가 뜨겁게 달구어진 그녀의 문에 삽입을 시도한다. 그녀는 탄성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내지만, 나는 반쯤 삽입하다 다시 뺀다. 하지만, 이런 공략에 번번이 당했던 그녀는 나의 엉덩이를 잡고 끌어당긴다. 이내 못 이기는 척 다시 삽입한다. 이번에는 천천히, 깊게 들어간다. 그녀의 끝이 느껴진다. 그녀는 엉덩이를 수축하며 나를 잡는다. 그녀의 힘이 느껴진다. 성기는 뿌리까지 빨려 들어가고, 그녀 안에서 다시 서로를 느낀다. 그녀의 신음소리가 점점 높아지며 그에 따라 펌핑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그 빠르기는 다시 그녀의 거친 신음 소리를 확장시킨다. 어느 순간, 그녀의 신음소리가 호흡을 고르기 시작하면, 그에 맞추어 다시 펌핑도 속도를 조절한다. 천천히, 조금은 부드럽게, 빠르게, 좀 더 빠르게, 아주 빠르게, 다시, 아주 천천히....
그녀가 집으로 찾아온 후에도 서로 같이 잔적은 몇 번 없었다. 누군가 자고 있으면, 나중에 자는 사람은 그 옆에 누워서 잠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자는 척하며 그녀가 침대에 오르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한참을 지나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말도 없듯이 움직임도 거의 없는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눈을 감은 채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떠봤다. 이미 불은 모두 꺼진 상태였고, 그녀는 창가에 웅크린 채로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몇 시간째 그 자세 그대로 있었을 게 뻔했다. 창 밖에는 소리 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마도 자신이 떠나왔던 날, 그날의 비를 기억하고 있으리라. 하지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녀는 말없이 피식- 웃고 말게 뻔했지만, 혹시라도 말없이 가방을 싸들고 나갈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비가 오는 날 온 사람은, 결국 비가 오는 날 어딘가를 떠난 사람이다. 그렇게, 그녀는 비가 오면 떠날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일어섰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녀가 옷을 입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미안, 깼어?
어디 가?
담배 사러.
그녀가 나갔다. 나는 방 안을 둘러봤다. 그녀의 가방. 그녀의 가방이 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냉장고를 열었다.
바보같이...
그녀는 내가 언제나 담배를 냉장고에 넣어 둔다는 사실을 잊었다. 생수를 꺼내 마셨다. 목이 말랐다. 비 오는 날은 습기가 많다. 그래서일까? 비 오는 날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갈증을 더 느낀다. 아니, 어쩌면 그런 물리적인 몸의 변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심리적인 변화겠지.
그녀가 돌아왔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비에 젖어있었다.
우산은?
깜빡했어.
담배 냉장고에 있는데.
그녀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아무 말 없이 창가로 가서 웅크리고 앉아 창 밖을 봤다.
방해 돼?
그녀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냐, 자야지.
그녀가 나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녀를 방해하고 있었다. 나는 침대에 눕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진토닉 타줄까?
아무 대답이 없다. 나는 다시 냉장고를 열고 진토닉을 탔다. 그녀는 진하게 마시는 걸 좋아했다. 진하게 탔다.
음악도.
그녀는 창문을 열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열린 창으로 세찬 빗줄기가 파고들었고, 이내 젖은 원피스 위로 그녀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 겹 안에 감춰진 그녀의 허벅지와 잘록한 허리. 그리고 군살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배. 봉긋한 가슴과 돌출된 젖꼭지. 그리고 젖은 저, 긴 머리카락.
2.
나의 몸을 훔쳐보고 있는 그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잠자리를 몇 번이나 한 사이임에도 아직 그에게는 그만큼의 거리가 있었다. 나는 한번도 그를 거부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나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하긴, 그렇다고 해서 내가 먼저 원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것 때문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미 빗물에 젖어있는 마루바닥에 옷을 입은 채 그대로 누웠다. 열린 창으로 비치는 도시의 불빛에 마루바닥의 붉은 자국이 선명히 보였다. 나는 애써 그 붉은 흔적을 외면했다. 빗줄기가 들어와 얼굴을 적셨다. 다행인 것은 이 방이 일반 오피스텔과는 다르게 예전에 작은 Bar를 하던 곳이라 바닥이 마루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비에 젖은 거야 나중에 닦아내면 그만이었다. 나는 얼굴로 비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내가 빗소리를 음미한다는 것을 느낀 듯, 그가 볼륨을 낮췄다.
괜찮아, 그냥 둬.
내가 말하자, 진토닉을 들고 오던 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볼륨을 높였다. Portishead의 Undenied였다. 저 음악...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아니, 어쩌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일지도 몰랐다. 눈을 감은 채 애써 기억을 지워내고 있을 때, 그는 누워있는 내 머리맡에 잔을 내려놓고, 창가에 앉았다. 아마도 비에 젖은 옷을 입은 채 누워있는 나의 몸매는 더욱 도드라져 보였을 것이다. 마루바닥에 퍼져있는 긴 생머리, 코, 입술, 하얀 목, 부드러운 언덕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배, 그 밑으로 약간 벌려진 두 다리, 그리고 그 두 다리의 사이...
베스 기븐스의 고음이 작은 공간을 찢고 있었다. 힘겹게 잇고 있는 추억마저도 조각낼 것만 같았다. 갑자기 그가 그리워졌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 끌어내렸다. 내가 이러는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그는 의아해 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
말하던 나는 순간, 흠칫 놀란다. 언제나 결코 서둘지 않는 그였지만, 이번에는 나의 둔덕을 바로 잡는다. 비록 옷 위였지만. 흥분한 것일까? 그는 바로 치마를 걷어 올린다. 그 밑에는 팬티만 드러나 있을 것이다. 그는 팬티를 내리지 않는 대신, 나의 허벅지를 한 입 깨어 문다. 그리고 그의 한 손은 나의 원피스 속으로 들어온다. 가슴을 더듬는다. 나의 옷은 이미 가슴까지 올라와 있다. 팬티 주위를 탐닉하던 그의 입술이 배꼽으로 올라온다. 배꼽에 그의 침이 흥건하게 찬다. 그의 입술이 천천히 위로 올라온다. 역시 서둘지 않는가, 하는 순간, 그의 또 다른 손이 팬티 위를 더듬는다.
‘흡-’
갑작스러운 공격에 순간 긴장한다. 그의 손이 팬티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천천히 내 입구에서 서성인다. 망설이는 손짓과는 다르다. 다시 놀리고 있는 것이다. 그의 혀가 내 입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그의 머리를 잡고 그의 위로 올라선다. 엉겁결에 그의 손이 팬티에서 빠진다. 그가 런닝을 벗는다. 나는 그의 바지를 내린다. 그리고 그의 기둥을 잡는다. 이미 후끈 달아올라있는 그의 기둥을 내 입 안으로 넣고는 천천히, 그의 기둥을 애무한다. 깊이 몇 번을 빨아준다. 그의 엉덩이가 경직된다. 나의 혀는 커다란 기둥을 정성스럽게 닦는다. 그리고 그 밑의 방울 주머니까지도. 그가 일어서서 나의 허리를 잡는다. 나는 그의 손에 이끌려 거꾸로 뉘어지면서도 그의 기둥을 입에서 떼지 않는다. 이내 그의 혀가 내 안으로 들어선다. 나의 작은 돌기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성기를 그의 입 안으로 밀어붙인다. 그가 내 안으로 바람을 넣는다...
몇 시야?
잠에서 깨자마자 처음 한 말은 시간을 묻는 거였다. 시커먼 먹구름이 여전히 세찬 빗줄기를 내뿜고 있었기 때문에 하늘을 봐서는 시간을 짐작할 수 없었다.
7시.
7시? 아침?
아니, 저녁.
저녁...인가? 그와 함께 새벽 내내 몇 차례나 절정을 넘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여기에 온 후로는 처음이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평소와는 좀 달랐다. 그도 나도. 옆을 보니, 그도 나처럼 맨 몸으로 마루바닥에 누워있었다. 비와 땀으로 미끈거리던 그의 감촉이 아직도 손에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비 때문이었을까? 하는데, 그가 천천히 일어나 음악을 튼다. 다시 Portishead의 Undenied가 흘렀다. 저 음악... 그랬다. 저 음악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혹시 그도 저 음악 때문에 그렇게 흥분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도 저 음악을 기억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잠재의식 속에 묻혀있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일까?
3.
끼이익-
누군가 Bar의 낡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비 오는 소리가 들렸다가, 문이 닫히면서 Bar 안은 다시 Portishead의 Undenied에 파묻혔다. 베스 기븐스의 날카로운 고음이 Bar 안에 울리고 있었다.
정말 자살하기 좋은 목소리야.
이미 술에 취한 여자는 자신의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시끄러워.
남자가 말했다. 풋- 여자는 웃으며 술잔을 입가에 가져갔다.
사람들이 내뱉는 소리가 시끄러워.
당신도 내뱉고 있잖아.
그래...
남자는 모든 대화는 소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몰이해를 이해로 가져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몰이해를 감추기 위한, 마치, 내가 너를 이해한다는, 혹은 이해할 수 있다는 광고, 혹은 유혹에 불과한 것이 대화가 아니던가? 실제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하고, 광고를 보고, 영화를 보고, 소설을 보고, 또 그것들에 대해서 다시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하는가? 하지만, 역시 그 대화들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서로의 벽을 확인할 뿐이었다. 벽. 어차피 벽을 느낄 뿐이라면, 굳이 이해하려는 시도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하긴 당신 침묵 때문에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건지도 몰라. 사랑스러워. 나를 귀찮게 하지 않으니까.
......
나 여기서 해보고 싶어.
여자는 남자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았다. 여자는 남자의 힘을 거부한 채 더 중앙으로 가려고 했지만, 무의미한 짓이었다. 이미 남자의 손은 여자의 손을 자신의 두툼한 곳으로 가져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깔깔깔- 여자는 큰 소리로 웃었다.
말은 의심하지만, 몸은 의심하지 않는다, 이건가?
최소한 속일 수는 없으니까.
그럼, 지금 나는 어떨 거 같애?
여자는 남자를 유혹하듯 바라봤다. 남자는 아무 망설임 없이, 여자의 짧은 치마 안으로 손을 넣었다. 여자는 다시 풋- 하고 웃었지만, 살며시 자신의 다리를 벌려주었다. 주위의 사람들이 남자와 여자를 보며 수군대고 있었지만, 남자의 손은 여자의 치마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여자의 허벅지가 뜨거워지고 팬티가 젖었다.
젖었군.
남자는 손을 빼려고 했다.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았다.
여기서 해 줘.
남자는 가만히 여자를 봤다.
날 시험하는군.
만져봐. 몸은 속이지 않잖아.
.....
남자는 여자의 치마를 올리며 팬티를 벗겼다. 여자는 웃으며 앉아있는 남자의 위로 올라섰다. 그 상태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혀를 탐닉했다. 주위의 시선은 이들에게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남자는 여자의 하얀 블라우스 단추를 입으로 뜯어내며 여자의 가슴을 찾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허리띠를 풀렀다. Bar 주인이 와서 그들을 제지하려 했지만, 남자는 Bar 주인의 얼굴을 가격했다. 주인은 코피를 쏟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손님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그 Bar에서 나가기 시작했다. 주인도 뒷걸음질치며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Bar에는 두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방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자 위에 앉아있던 여자는 바닥에 발을 대고 살짝 일어났다. 그러자 남자가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함께 내렸다. 남자의 발기된 성기가 보였다. 여자는 서두르지 않고, 남자의 성기를 자신의 질로 쓰다듬었다. 남자의 엉덩이가 움찔했지만, 남자도 서두르지 않았다. 남자는 한 손으로는 여자의 등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여자의 돌기를 자극했다. 여자는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한 손으로는 남자의 목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남자의 성기를 잡았다.
못 참겠어.
여자는 남자의 성기를 자신의 질 안으로 삽입했다. 남자는 여자의 허리를 잡고, 여자의 움직임을 도와줬다. 한 바퀴 다 돌은 CD에서는 다시 Portishead의 Undenied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자는 자살하기 좋은 음악을 들으며 섹스를 한다는 것이 더한 자극을 주는 것 같았다. 베스 기븐스의 목소리가 절정을 향해 가면서 더욱 그들의 몸짓도 격렬해졌다. 의자의 삐걱임 소리가 더욱 요란해졌다. 남자는 여자 뒤의 탁자를 발로 차, 여자의 움직임이 더욱 수월해지도록 했다. 여자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지프에 탄 사람처럼, 혹은 급물살에서 래프팅을 하는 사람처럼, 남자 위에서 요동을 쳤다. 그들의 신음소리와 베스 기븐스의 고음과 의자의 삐걱임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자살하기 좋은 목소리라고? 그래, 죽자, 죽어! 죽어~!!!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여자의 몸 안에 사정을 하는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얼굴 위로 피가 튀었다.
꺅~!!!
주방에 들어갔던 주인이 칼을 가지고 나와 남자의 목을 찌른 것이었다. 경동맥을 찔린 듯 피가 분수처럼 솟으며 여자의 온 몸을 피로 물들였다. 주인은 여자가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남자의 머리를 의자로 내려쳤다. 남자는 묘한 미소를 지은 채 여자를 보며 쓰러졌다. 여자는 흐느끼며 칼에 찔린 남자의 목을 손수건으로 막았다. 하지만 손수건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여자는 자신의 블라우스를 벗어 남자의 목을 막았다. 팬티를 벗은 채 짧은 치마만을 입고 있던 여자가 블라우스마저 벗자, 여자는 거의 나체로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주인은 흐느끼는 여자의 다리를 벌렸지만, 여자는 저항하다가 자신의 손이 남자의 목에서 떨어질까 봐 아무 저항도 하지 못했다. 주인은 자신의 바지를 내리고 여자에게 삽입을 시도했다. 이미 피로 물든 두 사람이 부딪힐 때마다 각자의 몸 위에 묻어 있던 피는 아래로 흘러내려 이미 붉게 젖은 마루바닥에 떨어졌다. 여자는 남자의 목을 감싼 채 흐느끼고만 있었다. 이내, 주인이 여자의 몸 안에 사정을 하자, 붉게 물든 마루바닥에 하얀 정액이 떨어져 내렸다. 주인은 킬킬 웃으며 여자의 질에 입을 갖다댔다. 검은 숲, 붉은 피, 하얀 정액이 어우러져 있었다. 주인은 여자의 질에 칼을 갖다 대고 있었다. 여자는 눈을 질끈 감았다.
4.
여자가 눈을 떴을 때, 남자는 옷을 입고 있었다.
어디 가?
바닥 좀 새로 칠하게 페인트 사오려고.
그래, CD도 하나 사자. 좀 밝은 노래로.
Potishead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질렸어.
남자가 나가자 여자는 피에 물든 바닥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손가락에는 피가 묻어나지 않았다. 여자는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다. 비가 그치고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그때, 우리를 풍기문란으로 신고했던 손님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혹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1분만 늦게 왔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피식- 여자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바로 그 순간 도착한 경찰 덕분에 자신은 살 수 있었고, 남자는 급히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의사는 기적이라고 했다. 경동맥이 찔린 상태에서 살아 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고 했다. 하지만, 남자는 심한 충격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의자에 뒷머리를 맞아서인지 기억을 잃었다고 했다. 부분기억상실증. 다른 모든 기억은 하지만, 여자와 관련된 모든 일은 기억할 수 없다고 했다. 기억상실증이란, 자신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몸이 방어차원에서 무의식으로 밀어 넣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무의식 속으로 기억들을 집어넣었다고는 해도, 역시 완전히 기억을 삭제하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남자가 퇴원 후, 비어있던 이 Bar를 사서 오피스텔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이나, 모르는 척 접근한 여자를 쉽게 받아들였던 것이나, 또, 절대 사정을 하지 못하는 것도 모두 남자의 무의식이 작용했을 것이었다.
하필이면 사정하는 순간에 칼을 맞다니.
여자는 기지개를 폈다. 모두 지나간 일이었다. 이제 새로운 시작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내일 바닥도 새로 칠하고, 음악도 바꾸고 나면, 어쩌면, 남자도 이제 다시 사정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 끝 -
1.
초인종 소리에 현관문을 열었다. 비에 젖은 채,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옆에 내려놓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아무 연락도 없이 왔다는 것보다도, 그녀가 이렇게 큰 가방을 어떻게 끌고 왔는지가 더 궁금했다. 지금은 쉽게 볼 수도 없는, 그런 가방. 그녀는 늘 그렇듯이 길게 말하지 않았다.
여기서 지내도 되지?
그녀에게 이미 익숙해진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는 나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다. 아니, 내가 그녀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던 것일까? 내가 그녀를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 그녀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녀는 우리의 시작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녀와 나는 같은 대학도 아니었고, 그녀의 친구와 내가 아는 사이도 아니었으며, 내 친구와 그녀가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 그렇게 흐릿한 기억만큼이나, 불분명한 관계. 그랬다.
하아-
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며 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경직되는 그녀의 배. 봉긋한 가슴과 군살 없는 아랫배는 미끈하게 아래까지 이어져있다. 나는 그녀의 가슴을 살며시 잡는다. 아직 유두를 공략할 시점은 아니다. 그녀에게 살짝 입맞춤을 한다. 그녀의 코와 볼에, 그리고 눈꺼풀에도 살짝 입을 갖다댄다.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나의 귀로, 목으로 전해져 온다. 그녀의 귓불을 지그시 깨물고 그녀의 귀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흠칫- 움츠리지만, 싫어하지는 않는다. 다시 그녀에게 입맞춤을 한다. 그녀의 혀가 느껴진다. 혀와 혀가 만나 서로를 확인하고, 천천히 나의 입술은 그녀의 목줄기를 따라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녀의 하얀 목줄기를 따라 어깨, 팔, 손가락까지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그녀는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나는 갑자기 그녀의 은밀한 곳을 터치한다. 갑작스러운 공략에 그녀는 움찔하지만, 이내 나의 손은 그 자리를 떠나 다시 가슴으로 간다. 그녀의 유두를 살며시 쓰다듬는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허리를 살며시 올린다. 깨지기 쉬운 유리를 만지듯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유두를 쓰다듬는다. 분홍빛 젖꼭지에 분홍빛 혀로 부드럽게 인사를 한다. 그녀의 몸이 이미 경직되고 있음이 느껴지지만, 그녀도 역시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입술이 그녀의 가슴을 탐닉하는 동안, 살며시 그녀의 샘을 만져본다. 손가락에 흥건한 물기가 느껴진다. 그 물기를 그녀의 샘 주위에 나누어주듯 골고루 쓰다듬는다. 나의 등을 안고 있던 그녀의 손이 한껏 부풀어 오른 성기를 확인한다. 이제 기다림에 지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에 화답을 하듯 바로 그녀의 질에 나의 성기를 갖다댄다. 그녀는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 옅은 신음을 뱉으며 고개를 뒤로 젖힌다. 하지만, 나의 성기는 입구에서 다시 물러난다.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 대신, 입술을 그녀의 샘에 가져간다. 흥건한 그녀의 물을 확인한다. 혀로 그녀의 돌기를 애무한다. 그녀의 신음소리가 한껏 올라간다. 입술로 살짝 깨문다. 그녀는 내 머리를 잡고, 어깨를 끌어올린다.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녀 위로 올라가 뜨겁게 달구어진 그녀의 문에 삽입을 시도한다. 그녀는 탄성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내지만, 나는 반쯤 삽입하다 다시 뺀다. 하지만, 이런 공략에 번번이 당했던 그녀는 나의 엉덩이를 잡고 끌어당긴다. 이내 못 이기는 척 다시 삽입한다. 이번에는 천천히, 깊게 들어간다. 그녀의 끝이 느껴진다. 그녀는 엉덩이를 수축하며 나를 잡는다. 그녀의 힘이 느껴진다. 성기는 뿌리까지 빨려 들어가고, 그녀 안에서 다시 서로를 느낀다. 그녀의 신음소리가 점점 높아지며 그에 따라 펌핑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그 빠르기는 다시 그녀의 거친 신음 소리를 확장시킨다. 어느 순간, 그녀의 신음소리가 호흡을 고르기 시작하면, 그에 맞추어 다시 펌핑도 속도를 조절한다. 천천히, 조금은 부드럽게, 빠르게, 좀 더 빠르게, 아주 빠르게, 다시, 아주 천천히....
그녀가 집으로 찾아온 후에도 서로 같이 잔적은 몇 번 없었다. 누군가 자고 있으면, 나중에 자는 사람은 그 옆에 누워서 잠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자는 척하며 그녀가 침대에 오르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한참을 지나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말도 없듯이 움직임도 거의 없는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눈을 감은 채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떠봤다. 이미 불은 모두 꺼진 상태였고, 그녀는 창가에 웅크린 채로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몇 시간째 그 자세 그대로 있었을 게 뻔했다. 창 밖에는 소리 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마도 자신이 떠나왔던 날, 그날의 비를 기억하고 있으리라. 하지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녀는 말없이 피식- 웃고 말게 뻔했지만, 혹시라도 말없이 가방을 싸들고 나갈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비가 오는 날 온 사람은, 결국 비가 오는 날 어딘가를 떠난 사람이다. 그렇게, 그녀는 비가 오면 떠날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일어섰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녀가 옷을 입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미안, 깼어?
어디 가?
담배 사러.
그녀가 나갔다. 나는 방 안을 둘러봤다. 그녀의 가방. 그녀의 가방이 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냉장고를 열었다.
바보같이...
그녀는 내가 언제나 담배를 냉장고에 넣어 둔다는 사실을 잊었다. 생수를 꺼내 마셨다. 목이 말랐다. 비 오는 날은 습기가 많다. 그래서일까? 비 오는 날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갈증을 더 느낀다. 아니, 어쩌면 그런 물리적인 몸의 변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심리적인 변화겠지.
그녀가 돌아왔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비에 젖어있었다.
우산은?
깜빡했어.
담배 냉장고에 있는데.
그녀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아무 말 없이 창가로 가서 웅크리고 앉아 창 밖을 봤다.
방해 돼?
그녀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냐, 자야지.
그녀가 나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녀를 방해하고 있었다. 나는 침대에 눕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진토닉 타줄까?
아무 대답이 없다. 나는 다시 냉장고를 열고 진토닉을 탔다. 그녀는 진하게 마시는 걸 좋아했다. 진하게 탔다.
음악도.
그녀는 창문을 열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열린 창으로 세찬 빗줄기가 파고들었고, 이내 젖은 원피스 위로 그녀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 겹 안에 감춰진 그녀의 허벅지와 잘록한 허리. 그리고 군살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배. 봉긋한 가슴과 돌출된 젖꼭지. 그리고 젖은 저, 긴 머리카락.
2.
나의 몸을 훔쳐보고 있는 그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잠자리를 몇 번이나 한 사이임에도 아직 그에게는 그만큼의 거리가 있었다. 나는 한번도 그를 거부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나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하긴, 그렇다고 해서 내가 먼저 원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것 때문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미 빗물에 젖어있는 마루바닥에 옷을 입은 채 그대로 누웠다. 열린 창으로 비치는 도시의 불빛에 마루바닥의 붉은 자국이 선명히 보였다. 나는 애써 그 붉은 흔적을 외면했다. 빗줄기가 들어와 얼굴을 적셨다. 다행인 것은 이 방이 일반 오피스텔과는 다르게 예전에 작은 Bar를 하던 곳이라 바닥이 마루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비에 젖은 거야 나중에 닦아내면 그만이었다. 나는 얼굴로 비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내가 빗소리를 음미한다는 것을 느낀 듯, 그가 볼륨을 낮췄다.
괜찮아, 그냥 둬.
내가 말하자, 진토닉을 들고 오던 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볼륨을 높였다. Portishead의 Undenied였다. 저 음악...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아니, 어쩌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일지도 몰랐다. 눈을 감은 채 애써 기억을 지워내고 있을 때, 그는 누워있는 내 머리맡에 잔을 내려놓고, 창가에 앉았다. 아마도 비에 젖은 옷을 입은 채 누워있는 나의 몸매는 더욱 도드라져 보였을 것이다. 마루바닥에 퍼져있는 긴 생머리, 코, 입술, 하얀 목, 부드러운 언덕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배, 그 밑으로 약간 벌려진 두 다리, 그리고 그 두 다리의 사이...
베스 기븐스의 고음이 작은 공간을 찢고 있었다. 힘겹게 잇고 있는 추억마저도 조각낼 것만 같았다. 갑자기 그가 그리워졌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 끌어내렸다. 내가 이러는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그는 의아해 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
말하던 나는 순간, 흠칫 놀란다. 언제나 결코 서둘지 않는 그였지만, 이번에는 나의 둔덕을 바로 잡는다. 비록 옷 위였지만. 흥분한 것일까? 그는 바로 치마를 걷어 올린다. 그 밑에는 팬티만 드러나 있을 것이다. 그는 팬티를 내리지 않는 대신, 나의 허벅지를 한 입 깨어 문다. 그리고 그의 한 손은 나의 원피스 속으로 들어온다. 가슴을 더듬는다. 나의 옷은 이미 가슴까지 올라와 있다. 팬티 주위를 탐닉하던 그의 입술이 배꼽으로 올라온다. 배꼽에 그의 침이 흥건하게 찬다. 그의 입술이 천천히 위로 올라온다. 역시 서둘지 않는가, 하는 순간, 그의 또 다른 손이 팬티 위를 더듬는다.
‘흡-’
갑작스러운 공격에 순간 긴장한다. 그의 손이 팬티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천천히 내 입구에서 서성인다. 망설이는 손짓과는 다르다. 다시 놀리고 있는 것이다. 그의 혀가 내 입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그의 머리를 잡고 그의 위로 올라선다. 엉겁결에 그의 손이 팬티에서 빠진다. 그가 런닝을 벗는다. 나는 그의 바지를 내린다. 그리고 그의 기둥을 잡는다. 이미 후끈 달아올라있는 그의 기둥을 내 입 안으로 넣고는 천천히, 그의 기둥을 애무한다. 깊이 몇 번을 빨아준다. 그의 엉덩이가 경직된다. 나의 혀는 커다란 기둥을 정성스럽게 닦는다. 그리고 그 밑의 방울 주머니까지도. 그가 일어서서 나의 허리를 잡는다. 나는 그의 손에 이끌려 거꾸로 뉘어지면서도 그의 기둥을 입에서 떼지 않는다. 이내 그의 혀가 내 안으로 들어선다. 나의 작은 돌기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성기를 그의 입 안으로 밀어붙인다. 그가 내 안으로 바람을 넣는다...
몇 시야?
잠에서 깨자마자 처음 한 말은 시간을 묻는 거였다. 시커먼 먹구름이 여전히 세찬 빗줄기를 내뿜고 있었기 때문에 하늘을 봐서는 시간을 짐작할 수 없었다.
7시.
7시? 아침?
아니, 저녁.
저녁...인가? 그와 함께 새벽 내내 몇 차례나 절정을 넘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여기에 온 후로는 처음이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평소와는 좀 달랐다. 그도 나도. 옆을 보니, 그도 나처럼 맨 몸으로 마루바닥에 누워있었다. 비와 땀으로 미끈거리던 그의 감촉이 아직도 손에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비 때문이었을까? 하는데, 그가 천천히 일어나 음악을 튼다. 다시 Portishead의 Undenied가 흘렀다. 저 음악... 그랬다. 저 음악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혹시 그도 저 음악 때문에 그렇게 흥분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도 저 음악을 기억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잠재의식 속에 묻혀있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일까?
3.
끼이익-
누군가 Bar의 낡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비 오는 소리가 들렸다가, 문이 닫히면서 Bar 안은 다시 Portishead의 Undenied에 파묻혔다. 베스 기븐스의 날카로운 고음이 Bar 안에 울리고 있었다.
정말 자살하기 좋은 목소리야.
이미 술에 취한 여자는 자신의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시끄러워.
남자가 말했다. 풋- 여자는 웃으며 술잔을 입가에 가져갔다.
사람들이 내뱉는 소리가 시끄러워.
당신도 내뱉고 있잖아.
그래...
남자는 모든 대화는 소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몰이해를 이해로 가져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몰이해를 감추기 위한, 마치, 내가 너를 이해한다는, 혹은 이해할 수 있다는 광고, 혹은 유혹에 불과한 것이 대화가 아니던가? 실제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하고, 광고를 보고, 영화를 보고, 소설을 보고, 또 그것들에 대해서 다시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하는가? 하지만, 역시 그 대화들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서로의 벽을 확인할 뿐이었다. 벽. 어차피 벽을 느낄 뿐이라면, 굳이 이해하려는 시도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하긴 당신 침묵 때문에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건지도 몰라. 사랑스러워. 나를 귀찮게 하지 않으니까.
......
나 여기서 해보고 싶어.
여자는 남자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았다. 여자는 남자의 힘을 거부한 채 더 중앙으로 가려고 했지만, 무의미한 짓이었다. 이미 남자의 손은 여자의 손을 자신의 두툼한 곳으로 가져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깔깔깔- 여자는 큰 소리로 웃었다.
말은 의심하지만, 몸은 의심하지 않는다, 이건가?
최소한 속일 수는 없으니까.
그럼, 지금 나는 어떨 거 같애?
여자는 남자를 유혹하듯 바라봤다. 남자는 아무 망설임 없이, 여자의 짧은 치마 안으로 손을 넣었다. 여자는 다시 풋- 하고 웃었지만, 살며시 자신의 다리를 벌려주었다. 주위의 사람들이 남자와 여자를 보며 수군대고 있었지만, 남자의 손은 여자의 치마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여자의 허벅지가 뜨거워지고 팬티가 젖었다.
젖었군.
남자는 손을 빼려고 했다.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았다.
여기서 해 줘.
남자는 가만히 여자를 봤다.
날 시험하는군.
만져봐. 몸은 속이지 않잖아.
.....
남자는 여자의 치마를 올리며 팬티를 벗겼다. 여자는 웃으며 앉아있는 남자의 위로 올라섰다. 그 상태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혀를 탐닉했다. 주위의 시선은 이들에게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남자는 여자의 하얀 블라우스 단추를 입으로 뜯어내며 여자의 가슴을 찾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허리띠를 풀렀다. Bar 주인이 와서 그들을 제지하려 했지만, 남자는 Bar 주인의 얼굴을 가격했다. 주인은 코피를 쏟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손님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그 Bar에서 나가기 시작했다. 주인도 뒷걸음질치며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Bar에는 두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방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자 위에 앉아있던 여자는 바닥에 발을 대고 살짝 일어났다. 그러자 남자가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함께 내렸다. 남자의 발기된 성기가 보였다. 여자는 서두르지 않고, 남자의 성기를 자신의 질로 쓰다듬었다. 남자의 엉덩이가 움찔했지만, 남자도 서두르지 않았다. 남자는 한 손으로는 여자의 등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여자의 돌기를 자극했다. 여자는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한 손으로는 남자의 목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남자의 성기를 잡았다.
못 참겠어.
여자는 남자의 성기를 자신의 질 안으로 삽입했다. 남자는 여자의 허리를 잡고, 여자의 움직임을 도와줬다. 한 바퀴 다 돌은 CD에서는 다시 Portishead의 Undenied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자는 자살하기 좋은 음악을 들으며 섹스를 한다는 것이 더한 자극을 주는 것 같았다. 베스 기븐스의 목소리가 절정을 향해 가면서 더욱 그들의 몸짓도 격렬해졌다. 의자의 삐걱임 소리가 더욱 요란해졌다. 남자는 여자 뒤의 탁자를 발로 차, 여자의 움직임이 더욱 수월해지도록 했다. 여자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지프에 탄 사람처럼, 혹은 급물살에서 래프팅을 하는 사람처럼, 남자 위에서 요동을 쳤다. 그들의 신음소리와 베스 기븐스의 고음과 의자의 삐걱임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자살하기 좋은 목소리라고? 그래, 죽자, 죽어! 죽어~!!!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여자의 몸 안에 사정을 하는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얼굴 위로 피가 튀었다.
꺅~!!!
주방에 들어갔던 주인이 칼을 가지고 나와 남자의 목을 찌른 것이었다. 경동맥을 찔린 듯 피가 분수처럼 솟으며 여자의 온 몸을 피로 물들였다. 주인은 여자가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남자의 머리를 의자로 내려쳤다. 남자는 묘한 미소를 지은 채 여자를 보며 쓰러졌다. 여자는 흐느끼며 칼에 찔린 남자의 목을 손수건으로 막았다. 하지만 손수건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여자는 자신의 블라우스를 벗어 남자의 목을 막았다. 팬티를 벗은 채 짧은 치마만을 입고 있던 여자가 블라우스마저 벗자, 여자는 거의 나체로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주인은 흐느끼는 여자의 다리를 벌렸지만, 여자는 저항하다가 자신의 손이 남자의 목에서 떨어질까 봐 아무 저항도 하지 못했다. 주인은 자신의 바지를 내리고 여자에게 삽입을 시도했다. 이미 피로 물든 두 사람이 부딪힐 때마다 각자의 몸 위에 묻어 있던 피는 아래로 흘러내려 이미 붉게 젖은 마루바닥에 떨어졌다. 여자는 남자의 목을 감싼 채 흐느끼고만 있었다. 이내, 주인이 여자의 몸 안에 사정을 하자, 붉게 물든 마루바닥에 하얀 정액이 떨어져 내렸다. 주인은 킬킬 웃으며 여자의 질에 입을 갖다댔다. 검은 숲, 붉은 피, 하얀 정액이 어우러져 있었다. 주인은 여자의 질에 칼을 갖다 대고 있었다. 여자는 눈을 질끈 감았다.
4.
여자가 눈을 떴을 때, 남자는 옷을 입고 있었다.
어디 가?
바닥 좀 새로 칠하게 페인트 사오려고.
그래, CD도 하나 사자. 좀 밝은 노래로.
Potishead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질렸어.
남자가 나가자 여자는 피에 물든 바닥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손가락에는 피가 묻어나지 않았다. 여자는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다. 비가 그치고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그때, 우리를 풍기문란으로 신고했던 손님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혹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1분만 늦게 왔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피식- 여자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바로 그 순간 도착한 경찰 덕분에 자신은 살 수 있었고, 남자는 급히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의사는 기적이라고 했다. 경동맥이 찔린 상태에서 살아 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고 했다. 하지만, 남자는 심한 충격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의자에 뒷머리를 맞아서인지 기억을 잃었다고 했다. 부분기억상실증. 다른 모든 기억은 하지만, 여자와 관련된 모든 일은 기억할 수 없다고 했다. 기억상실증이란, 자신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몸이 방어차원에서 무의식으로 밀어 넣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무의식 속으로 기억들을 집어넣었다고는 해도, 역시 완전히 기억을 삭제하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남자가 퇴원 후, 비어있던 이 Bar를 사서 오피스텔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이나, 모르는 척 접근한 여자를 쉽게 받아들였던 것이나, 또, 절대 사정을 하지 못하는 것도 모두 남자의 무의식이 작용했을 것이었다.
하필이면 사정하는 순간에 칼을 맞다니.
여자는 기지개를 폈다. 모두 지나간 일이었다. 이제 새로운 시작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내일 바닥도 새로 칠하고, 음악도 바꾸고 나면, 어쩌면, 남자도 이제 다시 사정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