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선녀열전(仙女列傳)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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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7:36 조회 526회 댓글 0건본문
선녀열전(仙女列傳)
6부
충북 제천의 송학산(松鶴山)은 참으로 아름다운 소나무의 산이다.
아름드리 노송은 많지 않지만 간간이 진달래 등 잡목이 섞여 있을 뿐 산 전체가 거의 소나무 일색인
소나무의 산이다.
솔향기 가득한 싱그러운 산길, 푹신한 솔잎을 밟아가며 청산의 푸른 대기에 찌든 삶을 헹궈내는 상쾌함은
송학산을 지나는 이들에게 생기를 준다.
송학산 자락은 주변에 주막집이 여덟 개나 들어설 만큼 길목이 좋은 곳이다.
그러나 막상 멀리서 보는 산세는 부드러운 육산으로, 내면의 단단함을 감추고 있다.
말 그대로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산이다.
제천에서 영월로 뻗은 방향으로 올려다 보이는 송학산은 의젓한 산세지만 세속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진산이다.
들머리 마을인 시곡리 원마루에서 올라 바라보는 송학면 일대의 전망이 아름답다.
남쪽으로 무등산, 왕박산, 갑산, 가창산이 첩첩으로 포개지며 파도치듯 밀려가고 있다.
산 아래 주막에서 선아 아가씨의 일행이 잠시 머무는 동안 그 곳에 머물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로
모여들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출발을 하면 송학산을 넘어갈 수 있으려나?”
“가다가 날이 저물면 산속에서 하룻밤을 자야지”
미주의 말에 옥자가 태평스럽게 대답을 했다.
그러자 옆에서 이들의 말을 들은 장사꾼 한 사람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다.
“아이구! 그러면 큰일이 납니다.”
“네? 큰일이 나다니요?”
옥자가 큰일이 난다고 말을 하는 장사꾼에게 물었다.
“송학산은 아무나 넘어가는 산이 아닙니다. 산속에는 산적들이 항상 웅거를 하고 있어서 예사로 생각을 하고
그 산을 넘어서 가던 사람들은 산적들에게 가지고 있던 재물을 다 빼앗기고 목숨까지 잃는 일이 허다합니다.”
“아니? 그럼 여기에 머물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저 송학산을 안 넘어 가면 어디로 가요?”
장사꾼의 말에 미주가 답답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 물론 송학산을 넘어서 가야지요. 저 송학산을 안전하게 넘어서 가려면 이곳 주막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를 기다리다가 조 대성(趙大成)이라는 검객(劍客)이 이곳에 오면 그 분의 뒤를 따라서 저 송학산을
무사히 넘어서 갑니다. 산적들도 조대성이라는 그 분 앞에서는 감히 달려들지를 못하지요”
“아니 그 분이 누구시길래 산적들도 감히 건드리지를 못한다는 말입니까?”
이번에는 정순이가 무척이나 궁금한지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장사꾼이 대답을 했다.
“조 대성이라는 분은 사람들이 검신(劍神)이라고 부르는 천하제일의 검객입니다. 그러니 송학산 그 사나운
산적들도 이 분이 나타나면 모두 다 숨어버립니다.”
“그러면 그 분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여 저 산을 너머 가게 해 주면 그 댓가를 얼마나 받나요?”
“댓가는 절대로 받지를 않습니다. 다만 저희들이 정성껏 준비를 한 굴비나 인삼을 몇 뿌리 드리면 아주 좋아
하십니다.”
정순이의 물음에 맨 처음 말을 꺼낸 장사꾼이 대답을 했다.
“그래서 이곳 주막에서 사람들이 모여 그 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군요.”
순례가 비로소 이곳 사정을 다 알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그 분이 이곳에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례의 말에 곁에 섰던 남자가 대답을 했다.
“그러면 아무런 염려 할 것도 없겠네. 그 까짓 산적들 때문이라면 저 산을 못 넘어 갈 이유가 하나도 없잖아?”
정희가 미주를 보면서 자신이 있게 말했다.
이러는 동안 주막집 방문이 열리며 온 천지가 환해지는 것 같은 밝은 빛으로 쌓인 예쁜 선아 아가씨가 부채를
든 채로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모두들 지금 막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 같은 아름다운 선아 아가씨를 보려고 모두들 모여들었다.
“옥자하고 미주 네가 앞장을 서거라! 그리고 서진이 너는 뒤에서 짐을 실은 노새들을 지키고 수빈이 너는 송이와
중간에서 앞뒤의 행렬이 잘 진행을 하도록 도우고 정순이 너는 순례와 함께 내 옆에 있고 문숙이 너는 영혜하고
정희와 함께 짐을 실은 노새를 놓치지 말고 잘 끌고 가도록 해라!”
“네 그렇게 하겠나이다.”
선아 아가씨의 입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임무가 내려지자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주막집에 모여 있던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예쁜 선아 아가씨를 쳐다보니 정말로 그녀는 이 땅의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말을 할 수 없는 천상(天上)의 아름다운 선녀(仙女)였다.
이제 이 아름다운 선녀가 저 사나운 산적들이 우글거리는 송학산을 넘어서 가려고 길을 나서니 모두들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에 한 장사꾼이 급하게 자기의 짐을 챙기더니 이들과 함께 가겠다고 뒤에 따라서 붙었다.
그러자 또 다른 장사꾼도 자기의 짐을 챙기며 말했다.
“저런 예쁜 선녀님과 함께 가다가 설사 산적들에게 잡혀서 죽더라도 나는 아무런 여한이 없겠네.”
“하긴 무서운 산적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저렇게 송학산을 넘어서 가려고 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러는 것 같은데 우리도 그냥 한번 저들의 뒤를 슬슬 따라서 가 보세”
여태껏 잠잠히 주막집 기둥 옆에 서 있던 남자도 자기 짐을 챙기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함께 산을 넘어서 가는 것이 안전할 것 같네 여기서 며칠을 더 기다리는 것 보다는 저 아름다운
선녀님을 따라서 가면 산적들도 우리들에게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고 오로지 저 예쁜 선녀님에게 눈독을
들일 것이 틀림이 없을 것이니 이참에 모두 다 함께 저 송학산을 넘어가도록 하세”
오랫동안 이 길목을 오가며 장사를 하던 나이가 지긋한 장사꾼도 자기의 짐 보따리를 챙기며 말했다.
이렇게 하여 선아 아가씨의 일행 뒤에는 주막에서 머물고 있던 모든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모두 뒤따라 붙어서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송학산 산속 길로 접어서 들자 하늘을 가리고 있는 울창한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영혜와 정희와 문숙 낭자가 이끌고 가는 노새의 목에서 짤랑거리는 방울 소리가 고요한 숲속에 크게 울려 퍼졌다.
“노새의 목에서 저렇게 방울 소리가 크게 짤랑거리니 산적들이 듣고 좋아 하겠는데”
“자네 말을 듣고 보니 그게 참 염려가 되네. 이런 험한 산을 넘으려면 노새 목에 방울을 떼고 몰고 가면 안전할
텐데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 그려”
“그럼 지금이라도 저 노새를 몰고 가는 낭자들에게 이야기를 해서 노새의 목에서 나는 방울을 떼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럼 성준이 자네가 가서 그녀들에게 말을 해 보게”
“그럴까요? 그럼 내가 가서 말을 하고 오겠습니다.”
장사꾼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성준이라는 장사꾼이 문숙 낭자에게 급하게 달려가 말을 했다.
“저어 낭자! 여기에는 산적들이 바글거리는데 저 노새의 목에서 나는 짤랑거리는 방울 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혹시 저 방울 소리를 듣고 산적들이 몰려올까 봐 갑자기 염려가 되어서 하는 말입니다.”
“네엣? 노새의 목에 달린 방울을 떼요? 그까짓 산적들이 무서워서 말인가요? 그런 이유라면 아무 염려를
안 하셔도 돼요”
성준이라는 장사꾼의 말에 문숙 낭자는 무슨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느냐는 듯이 일축을 해버렸다.
이런 담대한 그녀의 모습에 성준이라는 장사꾼은 속으로 너무나 놀라왔지만 겉으로는 아무 내색을 하지 못하고
장사꾼들의 행렬로 다시 돌아와 함께 가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말을 했다.
“그것 참 정말로 놀라운 여자들입니다. 도무지 산적들을 겁을 내지 않아요.”
“무엇이? 산적들을 전혀 무서워하지를 않더란 말이지?”
“네 전혀 무서워하지를 않았습니다.”
“하아~ 그것 참 놀라운 일이네”
“그러게 말입니다 세상에 무슨 저런 간이 큰 여자들이 다 있더란 말입니까?”
“정말로 놀랍구만 나중에 산적들이 벌떼같이 몰려오면 그때는 어쩌는지 두고 보세”
“어쩌기는 이 사람아! 산적 놈들이 저 여자들을 보면 이게 웬 떡이냐? 하고는 덜렁 안고 달아들 나겠지 뭐 그러면
우리는 이 송학산 재를 편안하게 무사히 잘 너머 가는 거지 뭐”
“아 그렇게 되는군요.”
“저 여자들이 산적들을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만나놓으니 그런 거지 이제 곧 산적들을 만나면 울고불고 야단이
날거야 아마”
“그런데 앞서 가시는 예쁜 선녀님이 산적 놈들에게 봉변을 당하실 까봐 무척이나 염려가 됩니다요.”
“에끼 이 사람! 아무리 산적들이라 해도 저렇게 예쁜 선녀님을 감히 어쩌겠는가? 아무래도 두목 놈이 자기 마누라를 삼으려고 다른 놈들이 손끝 하나도 대지를 못하도록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냥 이 송학산 재를 무사히 잘 넘어서 가는 거지”
뒤에서 선아 아가씨를 따라가는 나그네와 장사꾼들이 서로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러는 동안에 송학산 중턱에 까지 왔다.
송학산 중턱에는 널따란 평지가 있고 드문드문 큰 소나무가 군데군데 서 있었다.
선아 아가씨는 산 중턱에서 잠시 쉬어서 가자며 자기의 행렬을 정렬 시키고 부채를 든 채 구부러진 큰 소나무에
기대어 하얀 구름이 떠서 가는 맑은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뒤를 따라서 오던 나그네들과 장사꾼들도 봇짐을 내려다 놓고 군데군데 몇 명씩 모여 앉아서 피곤한 다리를 쉬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숲속에서 험악한 살기를 뛴 산적 놈들이 하나 둘씩 나오더니 이들 일행을 가로 막았다.
순식간 백 오륙 십 명으로 불어난 산적들이 선아 아가씨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되자 드디어 찾아 올 것이 왔다는 듯 나그네들과 장사꾼들이 저마다 봇짐을 챙기며 틈을 보아 달아날
궁리를 하였다.
“맹녀님! 정말로 산적 놈들이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옥자가 선아 아가씨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물었다.
“옥자 네가 먼저 나가서 저 놈들을 혼을 내어 주어라!”
부채를 들고 큰 소나무에 기대어 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선아 아가씨가 자기 앞으로 와서 묻는 옥자에게 말했다.
그러자 옥자가 겁이라고는 전혀 없이 큰 칼을 들고 산적들 앞으로 썩 나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야! 누구든지 나하고 한 번 싸워 볼 놈이 있으면 나와 봐라!”
그러자 산적들은 자기들의 험악한 기세에 도망을 칠 줄 알았는데 전혀 뜻밖에도 도망은커녕 큰 칼을 들고 여자
하나가 나와서 큰 소리를 지르니 기가 막히는지 한참 동안을 저희들 끼리 쑥덕거리더니 그 중에 한 놈이 나서며
말을 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을 모른다더니 어디서 계집년이 나와서 지랄이야!”
“뭐야! 이 새끼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뭐? 지랄?”
그만 화가 머리 꼭대기 까지 난 옥자가 마주 나오는 산적 놈에게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자 산적 놈은 이런 그녀의
행동을 아주 우습게보며 그냥 재미삼아 칼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
그러나 매사에 돌다리도 뚜드리며 건너서 가라는 속담을 무식해서 몰랐는지 그냥 예사로 옥자의 칼을 조심하지
않고 마주 대하다가 오후 햇살에 그녀의 칼이 번쩍하자 산적 놈의 목이 그대로 날아갔다.
그 순간
산적 놈들과 여차하면 도망을 치려던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너무나 놀라 입을 짝 벌리고 할 말을 잊었다.
“아니 이 새끼들이 감히 어디라고 떼거리로 몰려서 산속에서 도적질을 하며 지랄이야!”
산적 한 놈의 목을 자른 옥자가 기세가 등등하여 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산적들이 우물쭈물하며 당황하더니 산적 놈들 뒤에서 큰 덩치를 지닌 한 놈이 칼을 들고 나오며 소리를
질렀다.
“어이! 제법 칼을 쓰는 것을 보니 나하고 딱 맞붙어 볼만 하네”
태산 같은 덩치에 큰 칼을 어깨에 메고 자랑스럽게 나왔다.
“응? 그래? 그럼 우리 한번 붙어 봐!”
옥자가 신바람이 나서 마주쳐 나가며 말했다.
그리하여 송학산 중턱에서 두 사람이 칼을 마주쳐 부딪치며 싸움이 붙었다.
이들의 싸우는 모습을 예쁜 선아 아가씨는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어이 내가 누군 줄 아느냐? 내가 바로 그 유명한 송학산 박동태다!”
“뭐? 박 동태? 에라 이 자식아! 이름부터 고쳐라! 동태가 뭐냐?”
덩치 큰 산적 놈의 말에 옥자가 비아냥거리며 그의 칼을 뿌리치면서 밀어 내었다.
둘이서 옥신각신하며 서로 싸우기를 한 시간이 넘도록 싸웠지만 좀처럼 승부가 나지를 않는다.
“야! 박 동태! 우리 좀 쉬었다가 다시 싸우자!”
옥자가 계속 무섭게 칼을 내리치며 상대방 산적 놈에게 말했다.
“응? 그래? 좋아 좀 쉬었다가 다시 싸우자!”
산적 놈도 땀을 뻘뻘 흘리며 좀 쉬고 싶은지 쾌히 허락을 하더니 뒤로 물러섰다.
“옥자야! 상대가 좀 버겁냐? 내가 대신 나가 싸워 줄까?”
싸우다가 지쳐 쉬면서 물을 꼴깍 꼴깍 마시고 있는 옥자를 보고 미주가 다가가서 물었다.
“아니야 잠시 쉬었다 나가서 박 동태 저 새끼를 아주 작살을 내어 놓을 테니 미주 너는 좀 기다리고 있어 봐!”
미주의 말에 옥자는 괜히 자기의 싸움에 끼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산적들이 나타나자 무척이나 겁에 질리고 달아날 궁리만 하던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옥자 낭자가 너무나
용감하게 산적 놈들과 잘 싸우자 이제는 마치 좋은 구경을 하는 사람들처럼 저희들끼리 한쪽에 모여서 과연
누가 이길까? 하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저 낭자가 저 정도로 잘 싸우면 저기 계시는 예쁜 선녀님은 얼마나 무공(武功)이 높을까?”
“그러게 말이야 아마도 검신(劍神)이라고 소문난 조 대성(趙大成) 검객(劍客)하고 만나면 서로 막상막하겠는데”
“자기가 데리고 다니는 여자들이 저 정도로 잘 싸우는데 아름다운 저 선녀님이야 말로 말을 하나마나 실력이
엄청나겠지”
“어쨌든 오늘 산적 놈들이 아주 혼이 나는구만”
“그래서 이 산을 올라올 때 짤랑거리는 노새의 목에 달린 방울을 떼라고 말을 하니 아무 염려를 할 것이 없다고
저 여자들이 큰 소리를 쳤구만”
“좌우지간 놀라운 여자들이야!”
“그럼 정말로 놀라운 일이네”
옥자가 쉬고 있다가 칼을 들고 나가며 소리를 쳤다.
“야! 박 동태! 이제 그만큼 쉬었으면 어서 나와라! 이제 우리 어서 결판을 내야지!”
“아 그렇지! 이번에 진짜로 결판을 내어 보자!”
박 동태라는 산적 놈도 칼을 들고 다시 나오며 소리쳤다.
그리하여 둘이서 다시 칼을 맞부딪치며 싸움이 시작되었다.
박동태가 땀을 뻘뻘 흘리며 힘껏 칼을 내리치며 기선을 제압하려고 해 보지만 옥자가 재빠르게 미꾸라지처럼
교묘하게 빠져서 나간다.
처음에 험악스럽게 혈기가 등등하게 나오던 산적 놈들도 이제는 모두다 제 자리에 주저앉아서 여자 하나를
처치하지 못해서 땀을 뻘뻘 흘리는 박 동태를 보면서 모두가 난감하고 찹찹한 심정들이 되었다.
그전에 멋도 모르고 장사꾼들을 이끌고 이 산을 넘어서 가던 조 대성 검객에게 달려서 들었다가 모두가 개 작살이
날 번한 이후에 오늘 또 다시 예쁜 선녀를 보고 두목 놈이 혹하여 얼른 사로잡아 가려다가 그만 큰 낭패를 보게
되었다.
산적 두목인 손 달곤 이가 선아 아가씨를 바라보니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하얀 옷을 입고 겉에는 눈이 현란하도록 선명한 빨간색 겉옷을 걸쳐서 입고 있었다.
그리고 큰 소나무에 등을 기대고 하얀 부채를 든 채로 자기 수하인 박 동태와 싸우고 있는 여자를 지켜보며 생각에 잠겨서 있었다.
손 달곤 이는 이런 너무나 아름다운 선아 아가씨를 난생 처음으로 보자 그만 아랫도리 좆이 크게 일어서면서
당장에 예쁜 그녀를 마구 올라타고 싶은 욕망이 폭포수처럼 힘차게 온몸을 감쌌다.
손 달곤 이가 산적 질을 하면서 숱하게 아녀자들을 잡아다가 겁탈을 하고 재미를 보았지만 아직까지 아니 평생에 오늘 처음으로 보는 저런 예쁜 여자를 일찍이 만나 보지를 못했다.
그러다가 천재일우로 오늘 너무나 뜻밖에 방금 하늘에서 내려 온 것 같은 절세의 미녀를 만나게 되자 그만 온 몸이 흥분으로 일어났다.
‘세상에 어쩌면 저렇게나 아름다운 미인이 있었더란 말인가?’
손 달곤 이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지금의 마음은 그냥 저 예쁜 미녀와 한 번만 관계를 맺고 죽으라면 얼른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저러나 자기 부하인 박 동태가 하녀 같은 여자에게 땀을 뻘뻘 흘리며 감당을 못해 비실비실 밀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만 화가 머리 꼭대기 까지 났다.
“야 이 자식아! 이제 그만 싸우고 그냥 들어 와!”
모두들 앞에 드디어 정체를 드러내며 소리를 질러대는 자기들의 두목 손 달곤 이의 말에 박 동태는 ‘이때가 기회다’ 하고는 얼른 물러났다.
두목인 손 달곤 이는 지금까지 자율적인 방법으로 싸움을 진행을 하던 방법을 바꾸어 자기가 직접 선두에 나서며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야! 태수야! 이번에 네가 나가서 아주 저 년을 작살을 내어 버려라!”
자기 뒤에서 쉬고 있는 오른 팔 같은 한 태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두목의 말에 벌떡 일어난 한 태수는 큰 철퇴 방망이를 어깨에 메고 싸움터로 어슬렁어슬렁 걸어서 나갔다.
“미주야! 이제 네가 나가서 싸우고 옥자는 들어오게 해라!”
여태껏 싸움판을 지켜만 보고 있던 선아 아가씨도 얼른 옥자를 들어오게 하고 미주를 보고 나가서 싸우게 했다.
그러자 미주는 마치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이 큰 창을 들고 한 태수에게 다가갔다.
“이제야 몸 좀 풀어 보겠네! 옥자 너는 이제 가서 좀 쉬어라!”
미주의 말에 옥자는 박 동태를 어찌 하지를 못하고 들어오려니 무척이나 아쉬움이 남는지 자꾸만 뒤를 돌아다
보았다.
한 태수가 큰 철퇴 방망이를 팔랑개비처럼 휘두르며 미주에게 달려서 들자 미주는 슬쩍 옆으로 비키며 날카로운
큰 창날로 한 태수의 허리를 공격해 들어갔다.
깜짝 놀란 한 태수는 급하게 철퇴를 휘둘러서 자기의 옆구리가 찔릴 찰라 겨우 피했다.
그냥 예사로 여자라고 깔보다가 까딱 잘못했으면 한 태수의 모가지가 달랑 날아갈 번 하였다.
손 달곤 이가 판세를 살펴서 보니 이번에 나와서 한 태수와 맞붙은 년은 키도 크고 힘도 엄청나게 세고 창을
휘두르며 공격을 하는 모습을 보니 보통 내기가 아니었다.
6부
충북 제천의 송학산(松鶴山)은 참으로 아름다운 소나무의 산이다.
아름드리 노송은 많지 않지만 간간이 진달래 등 잡목이 섞여 있을 뿐 산 전체가 거의 소나무 일색인
소나무의 산이다.
솔향기 가득한 싱그러운 산길, 푹신한 솔잎을 밟아가며 청산의 푸른 대기에 찌든 삶을 헹궈내는 상쾌함은
송학산을 지나는 이들에게 생기를 준다.
송학산 자락은 주변에 주막집이 여덟 개나 들어설 만큼 길목이 좋은 곳이다.
그러나 막상 멀리서 보는 산세는 부드러운 육산으로, 내면의 단단함을 감추고 있다.
말 그대로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산이다.
제천에서 영월로 뻗은 방향으로 올려다 보이는 송학산은 의젓한 산세지만 세속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진산이다.
들머리 마을인 시곡리 원마루에서 올라 바라보는 송학면 일대의 전망이 아름답다.
남쪽으로 무등산, 왕박산, 갑산, 가창산이 첩첩으로 포개지며 파도치듯 밀려가고 있다.
산 아래 주막에서 선아 아가씨의 일행이 잠시 머무는 동안 그 곳에 머물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로
모여들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출발을 하면 송학산을 넘어갈 수 있으려나?”
“가다가 날이 저물면 산속에서 하룻밤을 자야지”
미주의 말에 옥자가 태평스럽게 대답을 했다.
그러자 옆에서 이들의 말을 들은 장사꾼 한 사람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다.
“아이구! 그러면 큰일이 납니다.”
“네? 큰일이 나다니요?”
옥자가 큰일이 난다고 말을 하는 장사꾼에게 물었다.
“송학산은 아무나 넘어가는 산이 아닙니다. 산속에는 산적들이 항상 웅거를 하고 있어서 예사로 생각을 하고
그 산을 넘어서 가던 사람들은 산적들에게 가지고 있던 재물을 다 빼앗기고 목숨까지 잃는 일이 허다합니다.”
“아니? 그럼 여기에 머물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저 송학산을 안 넘어 가면 어디로 가요?”
장사꾼의 말에 미주가 답답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 물론 송학산을 넘어서 가야지요. 저 송학산을 안전하게 넘어서 가려면 이곳 주막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를 기다리다가 조 대성(趙大成)이라는 검객(劍客)이 이곳에 오면 그 분의 뒤를 따라서 저 송학산을
무사히 넘어서 갑니다. 산적들도 조대성이라는 그 분 앞에서는 감히 달려들지를 못하지요”
“아니 그 분이 누구시길래 산적들도 감히 건드리지를 못한다는 말입니까?”
이번에는 정순이가 무척이나 궁금한지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장사꾼이 대답을 했다.
“조 대성이라는 분은 사람들이 검신(劍神)이라고 부르는 천하제일의 검객입니다. 그러니 송학산 그 사나운
산적들도 이 분이 나타나면 모두 다 숨어버립니다.”
“그러면 그 분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여 저 산을 너머 가게 해 주면 그 댓가를 얼마나 받나요?”
“댓가는 절대로 받지를 않습니다. 다만 저희들이 정성껏 준비를 한 굴비나 인삼을 몇 뿌리 드리면 아주 좋아
하십니다.”
정순이의 물음에 맨 처음 말을 꺼낸 장사꾼이 대답을 했다.
“그래서 이곳 주막에서 사람들이 모여 그 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군요.”
순례가 비로소 이곳 사정을 다 알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그 분이 이곳에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례의 말에 곁에 섰던 남자가 대답을 했다.
“그러면 아무런 염려 할 것도 없겠네. 그 까짓 산적들 때문이라면 저 산을 못 넘어 갈 이유가 하나도 없잖아?”
정희가 미주를 보면서 자신이 있게 말했다.
이러는 동안 주막집 방문이 열리며 온 천지가 환해지는 것 같은 밝은 빛으로 쌓인 예쁜 선아 아가씨가 부채를
든 채로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모두들 지금 막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 같은 아름다운 선아 아가씨를 보려고 모두들 모여들었다.
“옥자하고 미주 네가 앞장을 서거라! 그리고 서진이 너는 뒤에서 짐을 실은 노새들을 지키고 수빈이 너는 송이와
중간에서 앞뒤의 행렬이 잘 진행을 하도록 도우고 정순이 너는 순례와 함께 내 옆에 있고 문숙이 너는 영혜하고
정희와 함께 짐을 실은 노새를 놓치지 말고 잘 끌고 가도록 해라!”
“네 그렇게 하겠나이다.”
선아 아가씨의 입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임무가 내려지자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주막집에 모여 있던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예쁜 선아 아가씨를 쳐다보니 정말로 그녀는 이 땅의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말을 할 수 없는 천상(天上)의 아름다운 선녀(仙女)였다.
이제 이 아름다운 선녀가 저 사나운 산적들이 우글거리는 송학산을 넘어서 가려고 길을 나서니 모두들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에 한 장사꾼이 급하게 자기의 짐을 챙기더니 이들과 함께 가겠다고 뒤에 따라서 붙었다.
그러자 또 다른 장사꾼도 자기의 짐을 챙기며 말했다.
“저런 예쁜 선녀님과 함께 가다가 설사 산적들에게 잡혀서 죽더라도 나는 아무런 여한이 없겠네.”
“하긴 무서운 산적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저렇게 송학산을 넘어서 가려고 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러는 것 같은데 우리도 그냥 한번 저들의 뒤를 슬슬 따라서 가 보세”
여태껏 잠잠히 주막집 기둥 옆에 서 있던 남자도 자기 짐을 챙기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함께 산을 넘어서 가는 것이 안전할 것 같네 여기서 며칠을 더 기다리는 것 보다는 저 아름다운
선녀님을 따라서 가면 산적들도 우리들에게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고 오로지 저 예쁜 선녀님에게 눈독을
들일 것이 틀림이 없을 것이니 이참에 모두 다 함께 저 송학산을 넘어가도록 하세”
오랫동안 이 길목을 오가며 장사를 하던 나이가 지긋한 장사꾼도 자기의 짐 보따리를 챙기며 말했다.
이렇게 하여 선아 아가씨의 일행 뒤에는 주막에서 머물고 있던 모든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모두 뒤따라 붙어서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송학산 산속 길로 접어서 들자 하늘을 가리고 있는 울창한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영혜와 정희와 문숙 낭자가 이끌고 가는 노새의 목에서 짤랑거리는 방울 소리가 고요한 숲속에 크게 울려 퍼졌다.
“노새의 목에서 저렇게 방울 소리가 크게 짤랑거리니 산적들이 듣고 좋아 하겠는데”
“자네 말을 듣고 보니 그게 참 염려가 되네. 이런 험한 산을 넘으려면 노새 목에 방울을 떼고 몰고 가면 안전할
텐데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 그려”
“그럼 지금이라도 저 노새를 몰고 가는 낭자들에게 이야기를 해서 노새의 목에서 나는 방울을 떼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럼 성준이 자네가 가서 그녀들에게 말을 해 보게”
“그럴까요? 그럼 내가 가서 말을 하고 오겠습니다.”
장사꾼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성준이라는 장사꾼이 문숙 낭자에게 급하게 달려가 말을 했다.
“저어 낭자! 여기에는 산적들이 바글거리는데 저 노새의 목에서 나는 짤랑거리는 방울 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혹시 저 방울 소리를 듣고 산적들이 몰려올까 봐 갑자기 염려가 되어서 하는 말입니다.”
“네엣? 노새의 목에 달린 방울을 떼요? 그까짓 산적들이 무서워서 말인가요? 그런 이유라면 아무 염려를
안 하셔도 돼요”
성준이라는 장사꾼의 말에 문숙 낭자는 무슨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느냐는 듯이 일축을 해버렸다.
이런 담대한 그녀의 모습에 성준이라는 장사꾼은 속으로 너무나 놀라왔지만 겉으로는 아무 내색을 하지 못하고
장사꾼들의 행렬로 다시 돌아와 함께 가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말을 했다.
“그것 참 정말로 놀라운 여자들입니다. 도무지 산적들을 겁을 내지 않아요.”
“무엇이? 산적들을 전혀 무서워하지를 않더란 말이지?”
“네 전혀 무서워하지를 않았습니다.”
“하아~ 그것 참 놀라운 일이네”
“그러게 말입니다 세상에 무슨 저런 간이 큰 여자들이 다 있더란 말입니까?”
“정말로 놀랍구만 나중에 산적들이 벌떼같이 몰려오면 그때는 어쩌는지 두고 보세”
“어쩌기는 이 사람아! 산적 놈들이 저 여자들을 보면 이게 웬 떡이냐? 하고는 덜렁 안고 달아들 나겠지 뭐 그러면
우리는 이 송학산 재를 편안하게 무사히 잘 너머 가는 거지 뭐”
“아 그렇게 되는군요.”
“저 여자들이 산적들을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만나놓으니 그런 거지 이제 곧 산적들을 만나면 울고불고 야단이
날거야 아마”
“그런데 앞서 가시는 예쁜 선녀님이 산적 놈들에게 봉변을 당하실 까봐 무척이나 염려가 됩니다요.”
“에끼 이 사람! 아무리 산적들이라 해도 저렇게 예쁜 선녀님을 감히 어쩌겠는가? 아무래도 두목 놈이 자기 마누라를 삼으려고 다른 놈들이 손끝 하나도 대지를 못하도록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냥 이 송학산 재를 무사히 잘 넘어서 가는 거지”
뒤에서 선아 아가씨를 따라가는 나그네와 장사꾼들이 서로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러는 동안에 송학산 중턱에 까지 왔다.
송학산 중턱에는 널따란 평지가 있고 드문드문 큰 소나무가 군데군데 서 있었다.
선아 아가씨는 산 중턱에서 잠시 쉬어서 가자며 자기의 행렬을 정렬 시키고 부채를 든 채 구부러진 큰 소나무에
기대어 하얀 구름이 떠서 가는 맑은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뒤를 따라서 오던 나그네들과 장사꾼들도 봇짐을 내려다 놓고 군데군데 몇 명씩 모여 앉아서 피곤한 다리를 쉬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숲속에서 험악한 살기를 뛴 산적 놈들이 하나 둘씩 나오더니 이들 일행을 가로 막았다.
순식간 백 오륙 십 명으로 불어난 산적들이 선아 아가씨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되자 드디어 찾아 올 것이 왔다는 듯 나그네들과 장사꾼들이 저마다 봇짐을 챙기며 틈을 보아 달아날
궁리를 하였다.
“맹녀님! 정말로 산적 놈들이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옥자가 선아 아가씨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물었다.
“옥자 네가 먼저 나가서 저 놈들을 혼을 내어 주어라!”
부채를 들고 큰 소나무에 기대어 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선아 아가씨가 자기 앞으로 와서 묻는 옥자에게 말했다.
그러자 옥자가 겁이라고는 전혀 없이 큰 칼을 들고 산적들 앞으로 썩 나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야! 누구든지 나하고 한 번 싸워 볼 놈이 있으면 나와 봐라!”
그러자 산적들은 자기들의 험악한 기세에 도망을 칠 줄 알았는데 전혀 뜻밖에도 도망은커녕 큰 칼을 들고 여자
하나가 나와서 큰 소리를 지르니 기가 막히는지 한참 동안을 저희들 끼리 쑥덕거리더니 그 중에 한 놈이 나서며
말을 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을 모른다더니 어디서 계집년이 나와서 지랄이야!”
“뭐야! 이 새끼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뭐? 지랄?”
그만 화가 머리 꼭대기 까지 난 옥자가 마주 나오는 산적 놈에게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자 산적 놈은 이런 그녀의
행동을 아주 우습게보며 그냥 재미삼아 칼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
그러나 매사에 돌다리도 뚜드리며 건너서 가라는 속담을 무식해서 몰랐는지 그냥 예사로 옥자의 칼을 조심하지
않고 마주 대하다가 오후 햇살에 그녀의 칼이 번쩍하자 산적 놈의 목이 그대로 날아갔다.
그 순간
산적 놈들과 여차하면 도망을 치려던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너무나 놀라 입을 짝 벌리고 할 말을 잊었다.
“아니 이 새끼들이 감히 어디라고 떼거리로 몰려서 산속에서 도적질을 하며 지랄이야!”
산적 한 놈의 목을 자른 옥자가 기세가 등등하여 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산적들이 우물쭈물하며 당황하더니 산적 놈들 뒤에서 큰 덩치를 지닌 한 놈이 칼을 들고 나오며 소리를
질렀다.
“어이! 제법 칼을 쓰는 것을 보니 나하고 딱 맞붙어 볼만 하네”
태산 같은 덩치에 큰 칼을 어깨에 메고 자랑스럽게 나왔다.
“응? 그래? 그럼 우리 한번 붙어 봐!”
옥자가 신바람이 나서 마주쳐 나가며 말했다.
그리하여 송학산 중턱에서 두 사람이 칼을 마주쳐 부딪치며 싸움이 붙었다.
이들의 싸우는 모습을 예쁜 선아 아가씨는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어이 내가 누군 줄 아느냐? 내가 바로 그 유명한 송학산 박동태다!”
“뭐? 박 동태? 에라 이 자식아! 이름부터 고쳐라! 동태가 뭐냐?”
덩치 큰 산적 놈의 말에 옥자가 비아냥거리며 그의 칼을 뿌리치면서 밀어 내었다.
둘이서 옥신각신하며 서로 싸우기를 한 시간이 넘도록 싸웠지만 좀처럼 승부가 나지를 않는다.
“야! 박 동태! 우리 좀 쉬었다가 다시 싸우자!”
옥자가 계속 무섭게 칼을 내리치며 상대방 산적 놈에게 말했다.
“응? 그래? 좋아 좀 쉬었다가 다시 싸우자!”
산적 놈도 땀을 뻘뻘 흘리며 좀 쉬고 싶은지 쾌히 허락을 하더니 뒤로 물러섰다.
“옥자야! 상대가 좀 버겁냐? 내가 대신 나가 싸워 줄까?”
싸우다가 지쳐 쉬면서 물을 꼴깍 꼴깍 마시고 있는 옥자를 보고 미주가 다가가서 물었다.
“아니야 잠시 쉬었다 나가서 박 동태 저 새끼를 아주 작살을 내어 놓을 테니 미주 너는 좀 기다리고 있어 봐!”
미주의 말에 옥자는 괜히 자기의 싸움에 끼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산적들이 나타나자 무척이나 겁에 질리고 달아날 궁리만 하던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옥자 낭자가 너무나
용감하게 산적 놈들과 잘 싸우자 이제는 마치 좋은 구경을 하는 사람들처럼 저희들끼리 한쪽에 모여서 과연
누가 이길까? 하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저 낭자가 저 정도로 잘 싸우면 저기 계시는 예쁜 선녀님은 얼마나 무공(武功)이 높을까?”
“그러게 말이야 아마도 검신(劍神)이라고 소문난 조 대성(趙大成) 검객(劍客)하고 만나면 서로 막상막하겠는데”
“자기가 데리고 다니는 여자들이 저 정도로 잘 싸우는데 아름다운 저 선녀님이야 말로 말을 하나마나 실력이
엄청나겠지”
“어쨌든 오늘 산적 놈들이 아주 혼이 나는구만”
“그래서 이 산을 올라올 때 짤랑거리는 노새의 목에 달린 방울을 떼라고 말을 하니 아무 염려를 할 것이 없다고
저 여자들이 큰 소리를 쳤구만”
“좌우지간 놀라운 여자들이야!”
“그럼 정말로 놀라운 일이네”
옥자가 쉬고 있다가 칼을 들고 나가며 소리를 쳤다.
“야! 박 동태! 이제 그만큼 쉬었으면 어서 나와라! 이제 우리 어서 결판을 내야지!”
“아 그렇지! 이번에 진짜로 결판을 내어 보자!”
박 동태라는 산적 놈도 칼을 들고 다시 나오며 소리쳤다.
그리하여 둘이서 다시 칼을 맞부딪치며 싸움이 시작되었다.
박동태가 땀을 뻘뻘 흘리며 힘껏 칼을 내리치며 기선을 제압하려고 해 보지만 옥자가 재빠르게 미꾸라지처럼
교묘하게 빠져서 나간다.
처음에 험악스럽게 혈기가 등등하게 나오던 산적 놈들도 이제는 모두다 제 자리에 주저앉아서 여자 하나를
처치하지 못해서 땀을 뻘뻘 흘리는 박 동태를 보면서 모두가 난감하고 찹찹한 심정들이 되었다.
그전에 멋도 모르고 장사꾼들을 이끌고 이 산을 넘어서 가던 조 대성 검객에게 달려서 들었다가 모두가 개 작살이
날 번한 이후에 오늘 또 다시 예쁜 선녀를 보고 두목 놈이 혹하여 얼른 사로잡아 가려다가 그만 큰 낭패를 보게
되었다.
산적 두목인 손 달곤 이가 선아 아가씨를 바라보니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하얀 옷을 입고 겉에는 눈이 현란하도록 선명한 빨간색 겉옷을 걸쳐서 입고 있었다.
그리고 큰 소나무에 등을 기대고 하얀 부채를 든 채로 자기 수하인 박 동태와 싸우고 있는 여자를 지켜보며 생각에 잠겨서 있었다.
손 달곤 이는 이런 너무나 아름다운 선아 아가씨를 난생 처음으로 보자 그만 아랫도리 좆이 크게 일어서면서
당장에 예쁜 그녀를 마구 올라타고 싶은 욕망이 폭포수처럼 힘차게 온몸을 감쌌다.
손 달곤 이가 산적 질을 하면서 숱하게 아녀자들을 잡아다가 겁탈을 하고 재미를 보았지만 아직까지 아니 평생에 오늘 처음으로 보는 저런 예쁜 여자를 일찍이 만나 보지를 못했다.
그러다가 천재일우로 오늘 너무나 뜻밖에 방금 하늘에서 내려 온 것 같은 절세의 미녀를 만나게 되자 그만 온 몸이 흥분으로 일어났다.
‘세상에 어쩌면 저렇게나 아름다운 미인이 있었더란 말인가?’
손 달곤 이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지금의 마음은 그냥 저 예쁜 미녀와 한 번만 관계를 맺고 죽으라면 얼른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저러나 자기 부하인 박 동태가 하녀 같은 여자에게 땀을 뻘뻘 흘리며 감당을 못해 비실비실 밀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만 화가 머리 꼭대기 까지 났다.
“야 이 자식아! 이제 그만 싸우고 그냥 들어 와!”
모두들 앞에 드디어 정체를 드러내며 소리를 질러대는 자기들의 두목 손 달곤 이의 말에 박 동태는 ‘이때가 기회다’ 하고는 얼른 물러났다.
두목인 손 달곤 이는 지금까지 자율적인 방법으로 싸움을 진행을 하던 방법을 바꾸어 자기가 직접 선두에 나서며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야! 태수야! 이번에 네가 나가서 아주 저 년을 작살을 내어 버려라!”
자기 뒤에서 쉬고 있는 오른 팔 같은 한 태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두목의 말에 벌떡 일어난 한 태수는 큰 철퇴 방망이를 어깨에 메고 싸움터로 어슬렁어슬렁 걸어서 나갔다.
“미주야! 이제 네가 나가서 싸우고 옥자는 들어오게 해라!”
여태껏 싸움판을 지켜만 보고 있던 선아 아가씨도 얼른 옥자를 들어오게 하고 미주를 보고 나가서 싸우게 했다.
그러자 미주는 마치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이 큰 창을 들고 한 태수에게 다가갔다.
“이제야 몸 좀 풀어 보겠네! 옥자 너는 이제 가서 좀 쉬어라!”
미주의 말에 옥자는 박 동태를 어찌 하지를 못하고 들어오려니 무척이나 아쉬움이 남는지 자꾸만 뒤를 돌아다
보았다.
한 태수가 큰 철퇴 방망이를 팔랑개비처럼 휘두르며 미주에게 달려서 들자 미주는 슬쩍 옆으로 비키며 날카로운
큰 창날로 한 태수의 허리를 공격해 들어갔다.
깜짝 놀란 한 태수는 급하게 철퇴를 휘둘러서 자기의 옆구리가 찔릴 찰라 겨우 피했다.
그냥 예사로 여자라고 깔보다가 까딱 잘못했으면 한 태수의 모가지가 달랑 날아갈 번 하였다.
손 달곤 이가 판세를 살펴서 보니 이번에 나와서 한 태수와 맞붙은 년은 키도 크고 힘도 엄청나게 세고 창을
휘두르며 공격을 하는 모습을 보니 보통 내기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