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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분토론 스타킹이냐 레깅스냐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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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8:48 조회 58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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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ㄷ자형태로 배치된 세 개의 책상 중 가운데 자리한 사회자가 인사를 한다.

- 안녕하십니까. 색분토론의 사회자 카라차입니다. 여성의 하의 실종패션이 대세인 요즘입니다. 하지만 날씨가 보통이 아니죠. 이 때 여성의 하의를 책임질 의상으로 스타킹과 레깅스가 있는데요, 과연 가장 좋은 의상은 스타킹이냐, 혹은 레깅스냐에 대하여 오늘 토론해보고자 합니다.

사회자는 자신의 우측에 앉은 이를 가리켰다. 카메라가 그를 향한다. 백발이 성성한 그는 가볍게 목을 숙여 인사했다. 사회자가 그를 소개한다.

- 우선 스타킹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는, 인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감성혼 교수님이 나오셨습니다.

소개를 받은 백발의 노교수는 카메라를 향해 다시 한번 인사를 한다. 사회자는 이번에 좌측에 앉은 이를 소개한다. 젊은 남자였다.

- 레깅스를 착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는, 남자들의 영원한 로망을 담은 잡지죠. 맥삼의 편집장이신 거시기신사님이 나오셨습니다.

소개를 받은 젊은 남자는 선글라스를 살짝 들어올리며 눈인사를 보냈다.

- 소개를 받은 거시기신사입니다. 줄여서 거신이라고 불러주십시요.

- 네, 이렇게 감 교수님과 거 편집장을 모셨습니다. 전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저희 색분토론에 나와주신 것을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오늘 토론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모두발언부터 시작하도록 하죠. 어떻게... 감 교수님 먼저 하시겠습니까?

- 그러죠.

노교수는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곤 자신의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 스타킹은 우선, 전통입니다. 요새 사람들이 너무 전통을 모르고 있어요. 우리의 아름다운 색문화, 인류의 보물, 그런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미래를 개척하며 함께 해야할 가치, 뭐 이런 것들이 스타킹이다, 전 그렇게 보고 있거든요. 무릎 위로 끝나는 치마, 그리고 그 밑으로 뻗어나간 아름다운 여성의 다리를 감싸고 있는 나일론 재질의 검은 스타킹. 이것이야 말로 아름다움의 정점이며 매력의 집합체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 네, 의견 잘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스타킹이다, 이런 말씀이시죠? 이번에는 거 편집장님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죠.

사회자의 좌측에 앉은 거신이 손에 든 펜을 내려놓으며 말을 시작했다.

- 일단 저는 말이죠, 제 의견을 내기 전에 한가지 명확히 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깅스를 말할 때, 이것을 신느냐 혹은 입느냐 이렇게 표현이 가능한데 이것이야 말로 제 주장의 핵심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냐하면... 우리가 양말을 가지고 신는다고 표현하지 입는다고 하지는 않잖아요? 그쵸? 양말을 입는다, 이러면 웃기잖아요. 그렇지만 레깅스는 말이죠, 신는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입는다, 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즉, 레깅스는 여성의 하의를 가리는 의류 중에서 신기도 하고 입기도 하는, 그런 광범위한 영역에 대한 커버링이 가능한 그런 의류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레깅스고, 바로 이것이 혁신이자 패션의 진화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 말씀 잘 들었습니다. 어떻습니까, 교수님. 방금 거 편집장님의 의견을 들으시면서 굉장히 불편한 표정을 지으셨는데요.

- 그렇습니다. 우선 거 편집장님. 저도 맥삼은 아주 잘 보고 있습니다. 편집장님의 글도 그렇지만 지난 화에 실린 아이돌 스타의 보지색은 어떤 색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도 아주 잘 보았습니다. 독자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한, 아주 훌륭한 기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뵙게 되면 이 말을 꼭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 아, 감사합니다. 저 역시 교수님이 좆선일보에 연재하시는 나의 옆집 누나 탐방기 칼럼도 아주 잘 보고 있답니다. 언제 한번 저희 맥삼에도 꼴릿한 글 하나 써주시길 바랍니다.

서로 훈훈한 덕담이 오고 갔으나 눈빛은 매서웠다.

- 별 말씀을요. 다만, 저는 말이죠. 그렇게 독자의 꼴리는 부분을 가장 잘 캐치하시는 거 편집장 같은 분이, 어떻게 스타킹을 두고 레깅스 같은 편협한 의상을, 아, 제 표현이 조금 좋지 않았군요. 편협하다기 보단 어처구니없는, 뭐 이런 정도로 나타낼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 의상을 지지하신다고 하니 무척 슬픕니다. 왜냐하면 레깅스는 말이죠. 너무 많이 가려요. 여성들이 점점 짧은 치마와 슬림한 바지를 입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바로 다리를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여성의 다리야 말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장치인 동시에, 그걸 보는 남자들로 하여금 그 다리 사이에 뛰어들고 싶게 하는, 그런 성적 코드가 담긴 신체 부위라 이 말입니다. 그런데 거 편집장님이 지지하는 레깅스 같은 경우에는요, 보세요. 너무 많이 가리지 않습니까. 저렇게 입을 바에야 그냥 바지를 입어라.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거 편집장님은 이에 대한 반론 가능하십니다.

- 예, 교수님의 의견은요. 뭐랄까요. 이렇게 표현하는게 실례가 된다면 죄송합니다만, 더 적확한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서 말입니다.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자니 생각나는 단어는 딱, 하나입니다. 꼰대. 네, 바로 그거죠. 이미 지나가버린 흐름인 과거에 집착하고 거기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그런 미래지향적인 사고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힘든, 그런 사고방식입니다. 레깅스가 너무 많이 가린다구요? 레깅스를 입을 바에는 그냥 바지를 입으라구요? 교수님의 의견대로라면 바지 중에서 스키니진도 전혀 꼴리지 않는 것이겠네요. 하지만요, 남자들은, 스키니진에도 꼴리는 사람이 분명 있습니다. 레깅스도 마찬가지구요. 요컨대 중요한 것은 다리가 보이느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여성의 다리 라인을 얼마나 아름답게 살리고, 그것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장치를 통해서 성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게 중요하단 말입니다.

노신사는 몹시 불편한 어조로 내뱉듯이 말했다.

- 저 꼰대 아닙니다. 꼰대는 이런 토론에 나오지 않습니다.

방청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사회자도 웃으며 수습했다.

- 아, 역시 초반부터 토론의 열기가 아주 뜨겁습니다. 처음에는 두 분이 서로 덕담을 하시기에 너무 심심한 토론이 되지 않을까 싶은 우려도 있었는데, 각자 지향하시는 바가 명확하니 토론의 열기가 한층 더 가열되겠군요. 이번에는 교수님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 예, 방금 꼰대라고 불린 감성혼입니다.

다시 한번 방청객들 사이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 제가 전통, 가치, 이런 것들을 주장하고 있으니 마치 꼰대처럼 보이겠습니다만, 그건 아주 작은 단어 하나에만 집착하여 전체를 호도하는, 아주 못된 언론기자들의 장난질 같은 소리입니다. 저는 결코 여성의 아름다움을 과거의 유물로 남겨두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지금만 해도 다리가 쭉쭉 뻗은 아가씨를 보면 자지가 꼴리구요, 요즘도 여전히 현역입니다. 어젯밤만 해도 바에서 꼬신 여자 두 명을 데려다가 스타킹 입히고 한 판씩 뛰었습니다. 아주 좋았죠.

거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 잘 하셨습니다. 근데 교수님이 어젯밤 뛰신 원나잇이 지금 우리 토론과 무슨 상관입니까?

- 제가 말하고픈 거는요, 레깅스는 그게 가능하냐는 겁니다. 스타킹은 말입니다. 팬티 스타킹도 있지만 밴드 스타킹이라고 하는, 스타킹을 신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보지를 전혀 가리지 않는, 혁신적인 디자인이 존재하고 있다 이 말입니다. 레깅스가 그게 됩니까? 아, 물론 팬티 스타킹에서 하듯이 보지 부분을 찢고 거길 통해 쑤시는 방법도, 예, 없잖아 있습니다만 손으로 찢을 수 있는 스타킹의 재질과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영 힘이 들어 찢는 건 고사하고 찢어놓은 구멍을 벌리기도 힘든, 레깅스 같은 것이 어떻게 성적 코드를 지향할 수 있느냐 이 말입니다. 저는 그러한 측면에서, 하의 실종의 여성의 하체는 스타킹이 책임져야 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바입니다.

방청객들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공감하는 무리가 꽤 있는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본 거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 하아, 교수님. 기력이 쇠하셔서 레깅스를 찢지 못한다... 뭐, 그런 안타까운 말씀 잘 들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찢을 수 있습니다. 그건 힘의 문제가 아니라 요령의 문제니까요.

- 아니, 요령이고 자시고 일단 재질이...

- 교수님, 제 말 아직 안 끝났습니다. 요컨대 교수님의 의견은 이거 아닙니까? 입은 상태에서 플레이 가능하냐. 물론 가능합니다. 레깅스는 보지를 가리기 때문에 그걸로는 안된다? 그게 아니면 찢기 힘들기 때문에 안된다? 그런 식으로 치면 말이죠, 바지를 입은 여자랑은 대체 어떻게 하시는 겁니까? 바지도 보지를 가리기 때문에 안된다고 하시렵니까? 레깅스도 못 찢는 분이니 바지는 더더욱 말도 안 되겠지요.

- 바지는 벗기면 되는 거 아닙니까, 벗기면.

감 교수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하자 거신은 손가락으로 딱 가리키며 외쳤다.

- 제말이요! 바지를 벗기고 박을 줄 아는 분이 왜 레깅스를 못 벗기는 겁니까? 몸에 착 달라붙어 있는 그 레깅스 끄트머리에, 손가락을 사악 이렇게 넣어가지고 끄집어 내릴 때의 촉감, 이걸 생각해보십시요. 혹은 급하게 박아야 되는데 바로 벗겨지지 않을때 돌돌 말듯이 벗겨내는 그런 맛이, 레깅스에는 있다 이말입니다. 어차피 섹스란 벗어야 하는 거고, 애초에 저는 레깅스가 스타킹 같은 하위 등급의 의류가 아닌, 복합적 요소를 가진 그런 의상임을 말씀드렸습니다.

감 교수가 격분했다.

- 스타킹이 하위 등급의 의류라니! 지금 말 다했소? 감히 스타킹을 얕잡아 보다니...

사회자가 긴급히 진화에 나섰다.

- 교수님 진정하시구요, 거 편집장님도 상대방의 페티쉬를 깎아내리는 발언은 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거 편집장은 자신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했다.

- 아, 제가 조금 흥분했군요. 죄송합니다.

- 크흠.

노교수는 몹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 아까도 저한테 뭐 꼰대니 어쨌느니 하시는데, 지금 들어보니 거 편집장님이야 말로 진정한 꼰대가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나이도 젊은 분이 말이죠. 아직까지 아침마다 텐트를 치고 일어날 분이 저런 판에 박힌 낡은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기까지 합니다. 일단 남성이 가지는 페티쉬라는 게 뭡니까. 여성과의 섹스? 단지 그것만을 상정한 꼴릿요소입니까? 아니죠. 그게 다라면 그냥 벗겨놓고 박으면 그만이지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스타킹이니 레깅스니, 하면서 싸울 필요가 전혀 없는 겁니다. 남자로 하여금 불타오르게 하는 것, 그것이 페티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을 벗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여성의 매력을 더하는 요소가 무엇인가. 덧셈이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벗겨서 매력인 시절은 이미 갔습니다. 일단 걸그룹을 보십시요. 그냥 벗겨서 매력지수가 올라가는 거라면 그냥 홀딱 벗겨서 무대에 세우면 그만입니다. 거 편집장님 같이 생각이 좁은 분들이 기획을 하던 시절에는 말이죠, 그저 점점 짧아지고 줄어들고 막 이랬습니다. 걸그룹들의 옷이요.

감 교수의 발언이 길어지자 사회자가 제지했다.

- 교수님, 발언 시간이...

- 아, 내가 이것만 좀 더 이야기합시다. 하지만 지금은요, 거기에 덧셈을 하기 시작합니다. 짧은 치마 밑으로 살짝살짝 드러나는 호박팬티, 혹은 허벅지를 가로지르며 그어져 있는 검은 선, 바로 가터벨트. 이런 요소야 말로 진정한 페티쉬다, 그걸 제가 말합니다. 스타킹은 바로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사회자가 무어라 더 제지하기 전에 교수의 발언은 끝났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편집장의 반박이 이어졌다.

- 교수님이 페티쉬, 페티쉬 하시니까, 저도 좋은 예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은 전통적인 페티쉬의 달인이시니 하나 여쭙도록 하죠. 레이스 어떻습니까? 좋아하십니까?

- 당연히 좋아하지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 그러면요, 밴드스타킹의 끄트머리에만 달린 레이스가 아니라, 다리의 중간중간에 망사와 혹은 레이스가 삽입되어 있는, 그런 스타킹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 밴드스타킹의 허벅지 부분에 레이스와 리본이 달린 디자인은 많이 보았지만... 중간은 좀 힘들겠지요.

그러자 편집장이 테이블을 탁 내려치며 말했다.

- 바로 그겁니다. 스타킹은요, 무려 백년도 된 소재를 가지고 만든 의류입니다. 나일론이죠. 전통 어쩌구 하시기전에 현실을 보세요. 어떻게 백년 전 소재를 가지고 지금도 의류를 만들 수 있습니까? 그렇게 한정되어 있는 소재에서 뽑아낼 수 있는 모에요소는 이미 다 뽑아내고도 남았습니다. 레깅스는요, 스판이라고 하는 최신 재질이 베이스입니다. 거기에 면도 섞일 수 있구요, 기모도 들어갑니다. 언제까지 여성들이 추운 겨울에 다리를 드러내기 위해서 스타킹의 빈약한 보온성능에 기대어 벌벌 떨어야 합니까? 그런 여자들이 다리를 잘 벌려줄 것 같습니까?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도 힘든데요. 여성의 다리가 더 잘 움직일 수 있기 위해서라도, 레깅스야 말로 대안이며 환상적인 의류다,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 스타킹도 보온성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언제적 나일론입니까? 개선도 많이 되고 있습니다. 말을 너무 심하게 하시는데...

- 길에 나가서 물어보십시요? 스타킹 입은 여자들에게 춥냐, 안 춥냐 물어보시라 이말입니다. 지금이 영하 몇 도인데!

- 아, 그러니까 추우니까 어디 빨리 들어가자, 뭐 이런 식으로도 넘어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원래 인간은 상황에 적응하는 동물입니다.

사회자가 정리를 위해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 토론이 한층 가열되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시청자 의견을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스타킹을 지지하는 시청자와 전화 연결을 해보도록 하죠. 여보세요?

스튜디오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전화로 연결되어 있어 음질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 네, 여보세요.

사회자가 묻는다.

-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예, 저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을 지역기반으로 구두닦이를 하고 있는 최신중이라고 합니다.

- 네, 최신중 씨. 스타킹을 지지하신다고요?

- 아, 예. 구두닦이를 하는 놈이다 보니까요. 아무래도 사람들 다리를 항상 보게 됩니다. 손님으로는 주로 남자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여자분도 없지는 않거든요. 그러면 제가 자리를 딱 잡고 앉아서 이렇게 있으면 여자분이 앞에 앉으셔서 다리를 올려놓지요. 구두를 닦으면서 다리를 보고 있으면.... 우와아아아앙~ 스타킹이 아주 그냥, 이~뻐! 막 이렇습니다. 그런데 레깅스는 뭐, 그냥 그렇습니다.

-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특별히 스타킹을 선호하시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 아까 감 교수님이 말씀하신대로 비춰보인다는 점? 저도 거기에 한표 던지겠습니다.

- 네, 의견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다음 분 연결해보도록 하죠. 이번에는 레깅스를 선호하는 분입니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또 다른 전화가 연결되었다.

- 네, 여보세요. 저는 레깅스를, 어? 이거 잘 나오나?

- 자기 소개를 먼저 해주시죠.

- 아, 예에. 저는 서울 모처의 학교에서 선생질을 하고 있는 최 아무개입니다.

- 네에, 본명을 밝히지 않으시는 군요?

- 예. 아무래도 제가 하는 일이 일이다보니...

- 네, 시청자님께서는 레깅스를 지지하신다구요?

- 제가 하는 일이 선생질이다보니까요, 애들이 스타킹을 신고 다니는 광경을 많이 보는데요, 그걸 볼 때마다 아래가 껄떡껄떡.... 이거 이래가지고 너무 꼴려서 도무지 수업을 못 하겠습니다. 차라리 레깅스를 입고 있다면 마음의 안정이라도 될텐데요.

감 교수가 껄껄 웃는다. 거 편집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사회자는 좀 당황해하며 전화연결을 한 이에게 묻는다.

- 저기, 시청자님? 시청자님은 레깅스 지지하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네, 그러니까 전 레깅스를 지지하는데요. 그 이유가 스타킹은 너무 꼴리잖아요. 그걸 보고 있으면 막 찢고 싶고... 가서 핥고 싶고... 이러다보니 제가 아무래도 생활에 곤란이...

감 교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테이블을 팡팡 내려치며 신나게 웃었다. 거 편집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회자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 이거! 제대로 패널 구성이 된 겁니까? 이건 뭔가 음모가 있습니다!

사회자는 재빨리 전화연결을 끊고 거 편집장을 진정시켰다. 그는 정면의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 지금까지 색분토론, 스타킹이냐, 레깅스냐를 시청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리며, 오늘의 토론은 여기까지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시청자 게시판으로도 많은 의견 올라오고 있다고 하니, 그쪽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다음 이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요.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악수를 하는 가운데 엔딩 시그날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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