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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아주마와 총각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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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9:35 조회 1,68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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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아주마와 총각



“대장님! 신혼여행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내가 신혼여행을 다녀와 지구대로 출근하여 조회를 시작하려는데 모두들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아 모두들 내 결혼식에 참석을 해 주어서 고맙고 오늘 점심은 특별히 내가 살 테니까 모두들 그리 알고 있어!”

“대장님께서 결혼을 하고 나시니까 특별히 더 예뻐진 것 같습니다”


민 형기 순경이 나를 계속 쳐다보면서 말했다.


“응? 내가 더 예뻐져?”

“네 그렇습니다.”

“민 순경 아내도 신혼여행을 갔다가 오니까, 더 예뻐졌다는 말이지”

“뭐 꼭 그런 것은 아니고요 대장님을 보니까 그렇다는 말 이지요.”

“그래? 어쨌든 고마워”

“그런데 이제 대장님이 엄청난 부자 집으로 시집을 갔으니 그 공로가 누구의 공로인지 아십니까?”

“응? 누구의 공로라니?”

“바로 제 공로지 않습니까?”


문 도식 경장이 우쭐하며 생색을 낸다.


“아니 문 경장이 축의금 낸 것 다 적어 났어! 그러니 걱정은 말고 다음에 문 경장 작은 딸 시집을 보낼 때 내가 두 배로 축의금을 할 테니 걱정하지 마!”

“아니 대장님도 참 내가 축의금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고 대장님이 신풍제약 사장님하고 결혼을 하게 된 동기를 제가 만들어 주었지 않습니까?”

“응? 그랬나?”

“그때 대장님 남편이 우리 지구대에 와서 기웃거리는 것이 하도 수상해서 강제로 지구대 안으로 끌고 들어와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결국은 대장님이 엄청난 부자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된 것입니다.”

“아 그랬나?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남편이 하필이면 그때 바보처럼 지구대 안을 기웃거리다가 문 경장에게 들켜서 끌려 들어와 가지고는 내가 왜 결혼을 했는지? 나는 자꾸만 손해를 본 것 같아서 지금 문 경장에게 손해 배상 청구를 하고 싶어!”

“네엣? 손해배상 청구요?”

“그래! 내가 지금 엄청나게 손해를 본 것 같은 기분이야!”

“손해를 보시기는 요 호박이 덩굴채로 대장님께 굴러들어 온 거지요”


문 경장은 무슨 그런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는 듯 나를 보며 말했다.


“문 경장님! 잘못하다간 오늘 점심 밥 값을 몽땅 문 경장님이 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노 성환 순경이 유머가 섞인 말을 문 경장에게 했다.


“응? 내가? 아 참 그렇구나! 대장님! 제가요 지금 확답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분명히 오늘 점심 식사는 대장님이 내시는 거지요”

“아니? 점심 식사비는 아무나 내면 되지 뭐 꼭 야박하게 지금 그렇게 확답을 받아야만 돼? 언제부터 우리 지구대가 이제 막 신혼여행을 갖다 온 신부에게 뜯어 먹는 그런 분위기가 되었나?
오히려 위로하고 대접을 해야지 그러지 말고 문 경장이 그 동안 돈도 많이 모아 둔 것 같은데 그냥 한턱 쏘는 것이 어떨까?”

“네엣? 무슨 그런 일이? 조회 시작하기 전에 분명히 대장님께서 오늘 점심 식사를 대접하신다고 그랬는데 그러십니까?”


내 말에 문 경장은 펄쩍 뛰면서 놀란다.


“문 경장! 문 경장은 내가 성동경찰서 한양지구대에 부임하고 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우리 식구들에게 밥 한 번 안 샀는데 그래 그 동안 모아 둔 돈 다 어쩔 거야?”

“네? 돈을 모으다니요? 딸애 둘이 공부시키는데 돈 다 들어가고요 큰 딸 시집 갈 때에 돈 다 썼습니다”

“응? 그랬구나!”


바로 그때 책상 위에 전화가 ‘따르릉’ 울렸다.

하 영우 경장이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네 성동경찰서 한양 지구대 하 영우 경장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네? 우리 대장님 바꿔달라고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대장님! 전화입니다”

“아 그래”


전화를 받고 보니 우리 시어머니 전화였다.


“네 어머니!”

“대장님! 오늘 점심 식사를 집에서 준비를 했으니 지구대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오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머니!”


전화를 끊고 나자 모두들 궁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 시어머니신데 오늘 점심식사를 우리 집에서 준비를 했다고 모두 데리고 오라네!”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 오랜만에 마음껏 맛있게 먹겠습니다.”

“역시 기다리고 있은 보람이 있습니다.”


내 말에 모두들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지구대는 비워 둘 수가 없으니 섭섭하더라도 몇 사람은 자리를 지키고 있고 두어 사람은 우리 집에 와서 먹을 음식을 가지고 가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대장님! 그럼 제가 지구대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노 순경하고 박 순경이 음식을 가져오면 여기 남아 있는 식구들하고 마음껏 먹도록 하겠습니다.”


하 영우 경장이 자원해서 남겼다고 했다.


“그래? 좋아! 내가 우리 어머니께 부탁하여 특별히 하 경장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보내 주라고 할 게”

“대장님! 감사합니다!”


하 영우 경장이 무척이나 좋아했다.

쉬는 날이라고 자기 집에 가서 쉬고 있는 지구대 식구들도 모두 연락을 해서 함께 데리고 우리 집으로 갔다.


“우와! 이렇게 큰 집에 우리 대장님이 사시는 군요”

“역시 우리 대장님은 복이 엄청 많으신 가 봅니다.”

“역시 부자 집이라 다르네요.”

“난 이 근처 순찰만 돌았지 집안에 들어가 보기는 오늘 처음입니다”


모두들 우리 집을 보고서 입을 벌리고 놀라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대문 벨을 누르자 대문이 열리고 저택 관리인이 나와서 인사를 하며 맞는다.


“어서 오십시오”


넓은 정원을 지나 현관 쪽으로 다가가자 현관문이 열리며 우리 시어머니와 가정부 아줌마 그리고 오늘 음식 준비를 위하여 갑자기 동원이 된 시어머니 친구 분들이 모두 나와서 반가이 맞으며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대장님!”

“대장님! 멋져요!”

“어서 오세요!”

“저희들을 불러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문 도식 경장이 시어머니께 인사를 했다.


“언제나 수고가 많으십니다.”


문 경장의 인사에 우리 시어머니도 정중히 인사를 했다.

지구대 식구들을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가 식탁에 모두 둘러서 앉았다.


“맛있게 드세요”

“마음껏 드세요!”


시어머니 친구 분들이 음식을 갖다 나르며 권했다.


“우와 너무나 많이 차렸네요! 정말 감사 합니다”


성 세정 경장이 놀라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정말 정성스런 대접을 받는 것 같습니다”


늘 별로 말이 없는 전영택 경사도 모처럼 한 마디 했다.

전영택 경사와 성 세정 경장 그리고 민 형기 순경과 진 달권 순경은 오늘 쉬는 날인데도 우리 집에서 초대를 한다는 말에 모두 함께 왔다.


“어머니! 지구대에 남아 지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음식을 좀 보내 주세요!”

“아 참 그렇지 지구대를 지키는 사람도 있지! 아줌마! 음식 좀 별도로 넉넉하게 준비해서 보내야겠어요.”

“그러지요 사모님!”


가정부 아줌마가 대답을 하며 지구대에 보낼 음식을 별도로 챙겨서 큰 그릇에 담았다.

노 성환 순경하고 박 정현 순경이 가정부 아줌마가 정성껏 챙겨 주는 음식 보따리를 들고 지구대로 돌아갔다.

둘이서 들고 가는 음식 보따리를 보니 지구대에 남아서 있는 식구들이 넉넉히 먹어도 남을 만큼 많은 양이었다.

오늘은 쉬는 날!

모처럼 우리 엄마 아빠가 살고 있는 달동네로 갔다.

남편인 철민씨가 좋은 아파트를 한 채 사준다고 했지만 우리 아빠는 극구 사양을 하고는 계속 달동네에서 살겠다고 했다.

이유인즉 그 동안 정이 들은 달동네 사람들과 헤어지기가 싫다는 것이다.

그리고 달동네서 오래도록 살다가 보니 모두가 한 식구처럼 정답고 동네 슈퍼에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한잔 마시는 맛이 너무나 좋다는 것이다.

가끔 함께 사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재미도 좋고 뭐 그 밖에 기타 등등 좋은 것이 많다고 달동네에서 계속 살겠다고 고수했다.

방문을 뚜드리니 아무런 기척이 없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항상 우리 집 식구가 열쇠를 공동으로 두는 장소를 잘 알기에 나는 그 곳에서 열쇠를 찾아 출입문을 열고 부엌을 지나서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 엄마 아빠도 모처럼 회사에서 쉬는 날이라고 해서 찾아왔는데 아마 어디로 잠시 나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우리 엄마 아빠가 돌아 올 때 까지 기다린다며 베개를 가져다가 머리에 베고 누웠다.

그러다가 그만 깜빡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옆방에서 아줌마들이 옥신각신 서로 다투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아니 우현이 엄마! 저 번에 빌려 간 돈 30만원 갚는다는 날짜가 벌써 다 지나갔는데 왜 안 갚아?”

“아 글쎄 좀 기다려야 돈이 나온 다니까”

“뭐 기다려? 내가 왜 기다려?”

“조금만 기다리면 곧 내가 갚아 줄 테니까 기다려 달라고”

“뭐 아니 이 여편네가 돈을 빌려 갈 때 마음하고 지금 마음하고 싹 변했네, 정말 웃기네.”

“뭐 웃겨?”

“그럼 웃기지 지금 우현이 엄마가 하는 태도 안 웃겨?”

“뭐? 말을 해도 곱게 해야지 그 까짓 돈 30만원 그것 갖고 지랄이야?”

“뭐 지랄? 아니 이 여편네가?”


두 아줌마의 옥신각신 다투는 소리가 점점 격렬해 진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서 뜯어 말리는 사람이 없다.

마치 난민 수용소 같이 다닥다닥 붙은 달동네의 집들은 방음처리가 잘 안 되어서 옆방에서 말을 하는 소리가 생생하게 다 들린다.

낮에는 제각기 벌어서 먹고 살기 위해 거의 다 일을 하러나가고 보니 조용한데 밤이 되면 저마다 돌아와서 저녁을 짓느라 달그락 거리고 수돗물 트는 소리가 좔좔 나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온통 시끄럽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한 사람 시끄럽다고 항의를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모두 함께 한 지붕 아래서 살다보니 그저 자연스럽게 익숙하여 져서 그렇게들 살고 있다.


“그래 우현이 엄마! 빌려간 내 돈 언제 줄 거야? 말해 봐!”

“아 글쎄 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래 좋아! 며칠만 더 기다려 주지 그래도 안 갚으면 알지?”

“아 알았다니까! 곧 갚아 준다니까”


나는 옆방에서 떠드는 두 여자의 다투는 소리에 그만 자던 잠이 다 깨어 달아나 버렸다.

방안에 그냥 드러누워서 가만히 있는데 잠시 후 방문을 ‘드르르’ 여는 소리가 나더니 돈을 갚으라고 소리치던 아줌마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어서 우리 옆방에 사는 아줌마가 부엌으로 나와 설거지를 하며 물을 트는 소리가 나고 그릇을 씻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도 났다.

그 와중에 옆방 아줌마의 짜증이 섞인 한탄의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아니 남편이란 작자는 지 여편네가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는데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어디를 나돌아 다니고 있는지 나 원 참”


언젠가 옆방 아줌마가 우리 엄마에게 하던 말이 생각이 났다.


“아이고! 허구한 날 지 여편네는 공장에 다니며 새끼를 먹여 살리고 있는데 아 우리 집 남편이란 작자는 천하태평으로 놀고만 있으니 속이 타고 애간장이 다 녹아나요”


듣고 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옆방 아줌마는 식품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어떤 때는 야간에 출근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러면 그녀의 남편은 친구들을 데려와 밤이 새도록 술을 마시며 떠들어 댔다.

그 시끄러운 소리에 우리 엄마는 텔레비전 소리를 크게 높이고는 했다.

그런 날이면 초등학교 5학년인 옆방의 우현이는 앞 동에 사는 자기 친구가 있는 집으로 피신을 갔다.

뭐 자기 친구의 집으로 가 보아야 다락방에서 함께 잠을 자야하는 처지이지만 그래도 그 난장판에서 시달리는 것 보다야 훨씬 났기 때문이다.

화투를 치면서 “고우~” 하고 외치는 소리!


“바가지~” “광 박 이네!” “피 박 이네!” 하는 소리가 밤새도록 들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시끄러운 소리에 어느 누구도 불편하다고 경찰에 신고를 하는 사람도 없고 옆방에 찾아 와서 나무라는 사람도 없었다.

이곳에 모여 사는 사람들은 저절로 그런 것을 잘도 묵인하는 그런 처지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밤새도록 화투를 치며 놀다가도 옆방 아줌마가 회사에서 돌아 올 시간이 되면 재빨리 모두 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들은 사우나에 가서 목욕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근처에 있는 해장국 집으로 몰려가 아침을 먹고 가까운 곳에 있는 복덕방에 모여서 다시 화투 놀이에 몰두를 한다고 했다.

다행스러운 일은 이렇게 해도 아직까지 화투를 친다고 경찰에서 잡아가지를 않는다는 사실이다.


“경희누님! 계십니까?”


갑자기 웬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옆방에서 들려오자 나는 방바닥에 누워서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처음으로 듣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러자 옆방 부엌문이 ‘드르르’ 열리며 아줌마가 무척이나 반기는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응? 민석이 총각이네!”

“누님이 살고 있는 집을 한참이나 찾았습니다. 여긴 모두가 비슷해서 처음 오면 많이 헷갈릴 것 같습니다”

“응 그래, 여긴 집 구조가 모두 같아서 처음 오면 많이 헷갈리지”


나는 갑자기 나타난 낯선 젊은 남자의 목소리와 무척이나 반기는 듯, 한 옆방 아줌마의 목소리에 은근히 흥미가 돋우어지며 이제 옆방에서 나는 세심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엿듣고 있었다.


“얼른 방으로 들어 와!”

“아 네”


부엌에서 말을 주고받던 두 사람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이제는 두 사람의 말소리가 바로 내 옆에서 하는 것처럼 들렸다.


“아이고 민석이 총각이 나를 찾아 올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네.”

“아니 누님은? 어제 나를 보고 돈 30만원만 빌려 달라고 하시더니 깜박 잊으셨나 봅니다.”

“아 참 그렇지!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여기 돈 가져 왔으니 받으세요! 누님!”

“응? 돈을 직접 가져왔구나! 이렇게 고마울 데가 있나?”

“아니 뭐 돈 30만원을 가지고 그러세요.”

“아니 조금 전에도 이웃에 사는 철수 엄마가 여기에 와서 어떻게나 돈을 갚으라고 독촉을 하든지 겨우 사정을 해서 보냈는데 나중에 찾아가서 돌려주고 와야지”


“그런데 남편 되시는 분은 어디 가셨습니까?”

“아이고 민석이 총각은 그냥 모르는 게 좋아 허구한 날 술 먹고 화투치는 인간인데 알아서 뭐 하게”

“아니 경희 누님은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는데 나 몰라라 하는 남편 분이 영 이해가 안 가네요”

“나도 민석이 총각처럼 그런 생각이 들어”

“그것 참!”

“그런데 민석이 총각! 빌린 돈은 빨리 갚지 못할 것 같은데 어쩌지?”

“네? 경희 누님은 그런 것 신경 쓰시지 마시고 형편이 되는 대로 갚으세요. 형편이 어려우면 안 갚아도 누님 원망은 안하겠습니다.”

“응? 민석이 총각! 돈을 안 갚아도 돼? 에이 그럴 수는 없지 빌려 주는 것만 해도 너무 고마운데 당연히 갚을 테니 그리 알고 있어”

“그저 누님이 알아서 하세요. 저는 이제 그 돈 누님에게 드렸습니다.”

“아이고 민석이 총각은 어쩌면 이렇게도 마음이 착할까?”


옆방 아줌마의 감탄하는 소리가 특히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정말 오랜 만에 들어보는 옆방 아줌마의 행복함이 깃든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석이라는 총각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으며 옆방 아줌마와 어떤 사이인지 그것이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현재로서는 그냥 꾹 참고 계속 엿듣는 수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아줌마! 계세요?’


하고 옆방으로 내가 슬쩍 찾아가서 물어보면 순해빠진 옆방 아줌마가 나를 보고 반기며 온갖 소리를 다할 것이 훤하지만 선뜻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현재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불쑥 나타난 민석이라는 총각과 옆방 아줌마의 관계가 무척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돈 30만원이 별로 많은 금액이 아니지만 민석이라는 총각이 옆방 아줌마에게 빌려 주면서 안 갚아도 된다는 그 말이 왠지 내 마음에 궁금증을 유발하였다.

보통 사이가 아니면 돈을 안 갚아도 된다는 그런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두 사람의 사이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방 아줌마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지 민석이라는 총각을 위하여 점심을 준비하느라 부엌에서 연방 물소리가 나고 프라이팬에 기름이 튀는 소리도 났다.


“누님이 이렇게 음식 만드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저도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납니다.”

“응? 갑자기 결혼이 하고 싶어?”

“네 누님!”

“그래? 그럼 내가 좋은 아가씨 하나 소개 시켜 줄 테니까 결혼을 해 봐!”

“됐습니다. 세상에 누님 같은 여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응? 민석이 총각은 아직 여자를 잘 볼 줄 모르나 보네. 나 같은 여자가 좋다는 걸 보니”

“경희 누님이 어때서 그러십니까? 제가 보기에는 최고인데”

“응? 내가 최고야?”

“네”

“에이 아니지 나 같은 아줌마가 뭐가 좋아? 민석이 총각도 참”


옆방 아줌마는 내심 민석이라는 총각이 하는 말이 속으로는 좋으면서도 겉으로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을 들으니 서로가 좋아하는 마음이 교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팍 하고 들었다.


“민석이 총각! 저기 밥상 좀 펴 줄래?”

“아 네”


점심밥이 차려지는지 방안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고 이윽고 두 사람이 점심을 먹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벽에 걸린 시간을 보니 12시 50분 이었다.





“축하 합니다! 임신입니다!”

“네 정말 입니까?”

“그럼요 태아도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 출산을 하실 때 까지 평안하게 몸조리만 잘 하시면 되겠습니다.”


깜짝 놀라는 나를 보면서 오미란 산부인과 원장이 나를 보면서 말했다.

천호미즈여성병원을 나와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제약회사로 향했다.

회사의 정문에 있는 수위실에서 수위가 나와 경례를 하며 회사 안으로 내차를 통과 시켰다.

본사 정문 앞으로 가니 연락을 받은 남편과 직원들이 나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내가 타고 온 제네시스(Genesis) 승용차를 현관 앞에 멈추자 남편이 차 문을 열면서 말했다.


“미경씨! 어서 오십시오!”


밤에 잠자리 이불 속에서만 나를 올라타고 마음대로 하지 일단 밖으로 나오면 깍듯이 “미경씨!” 하고 존대어로 대하는 남편이다.


“많이 기다렸어? 철민씨!”

“네 좀 오래 기다렸습니다.”

“그냥 사장실에 있지 왜 나왔어요!”

“미경씨가 오신다는데 당연히 마중을 나와야지요!”

“응? 당연히 마중을?”

“그럼요 미경씨가 오시는데요.”


서로가 말을 주고받으며 본관 안으로 들어갔다.

회사의 직원들이 모두 내 결혼식에 참석을 하여 내 얼굴을 익히 다 아는 지라 회사에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려고 모두 모여 들었다.

갑작스런 나의 출현으로 회사 안이 약간 분주하고 소란스러워진 것 같았다.

경찰 제복을 입은 나를 보는 많은 직원들의 시선을 멀리한 채 복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서 있는데 여자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인사를 했다.


“어머! 사모님! 안녕하세요!”

“응 그래 그 동안 잘 지냈지!”

“사모님! 반가워요!”

“응 그래”

“사모님! 안녕하셨어요!”

“그래 그 동안 잘 지냈어!”

“사모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응 그래”

“사모님! 만나서 너무 반가워요”

“그래 그 동안 잘 지냈지?”


모두들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서 하는 인사에 나는 늘 경찰관으로서 하는 말투로 그들의 인사를 받았다.

엘리베이터가 와서 문이 열리자 남편과 여자 직원 몇 명만 나와 함께 타고 나머지는 다음 차례를 기다렸다.

여자 직원들이 홀린 듯이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지금은 오로지 남편에게 내가 임신한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사장실을 향해 걸어서 가는데 복도로 나와 서 있던 직원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고는 저희들 끼리 쑥덕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정말 대단하신 사모님이시네”

“사장님이 꼼짝도 못하고 아직까지 존댓말을 쓰고 계신다던데”

“성동경찰서 한양 지구대 대장님이시라고 하던데”

“출세를 했네요. 나이가 아직 스무 여덟 살이라고 들었는데”

“머리가 천재라고 하더니”

“종로경찰서 정보과에 있을 때에는 여자 제갈량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하던데 새파란 어린 나이에 벌써 경감이라니”

“저 어깨를 봐 무궁화가 두 개야!”


사장실 안으로 들어가 남편과 소파에 마주보고 앉았다.

남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철민씨! 놀랐지! 갑자기 내가 온다고 해서”


나는 늘 하던 말투가 저절로 흘러서 나왔다.


“미경씨가 회사에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는 업무를 멈추고 직원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맞으면 되는데 모두들 나와서 맞으니 좋으면서도 약간은 부담이 되는 것 같네”

“미경씨가 모처럼 우리 회사에 오시는데 당연히 영접을 해야지요.”

“그래 어쨌든 철민씨를 만나보고 싶어서 왔는데”

“그런데 미경씨! 어쩐 일로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남편이 갑작스런 나의 방문이 궁금한지 그 이유를 물었다.

나는 여 비서가 가져온 찻잔을 바라보며 먼저 말을 꺼냈다.


“철민씨! 나 임신 했어!”

“네? 정말입니까? 미경씨!”


남편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래 철민씨! 정말이라니까!”

“미경씨! 정말 감사합니다!”


남편이 일어나 내 손을 덥석 잡으며 고마움의 인사를 했다.


“우리 아기도 잘 자라고 있다고 오미란 원장님이 말했어!”

“정말 우리 집에 경사가 났습니다. 미경씨!”


그러더니 남편이 기쁨을 억제하지 못하고 재빨리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께 전화를 해서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

얼마 후 남편과 회사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본사 건물 현관으로 나와 세워 둔 내 차에 올랐다.

차에 키를 꼽고 운전석 창문을 내리자 남편이 말했다.


“미경씨! 정말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남편의 말에 잠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다가 차의 키를 돌려서 시동을 걸었다.

지금 내가 타고 다니는 제네시스(Genesis) 고급 승용차는 우리 시어머니께서 사 주신 차이다

영애 이모가 타고 다니다가 그랜저로 바꾸면서 나에게 준 뉴SM5를 내가 타고 다니는 것을 본 우리 시어머니께서 내 결혼 기념 선물로 제네시스(Genesis) 이 차를 사 주었다.

지구대로 곧 바로 가려다가 나를 낳아 주시고 길러주신 우리 엄마 아빠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달동네로 향했다.

그래서 우리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돼지 삼겹살을 시장에서 듬뿍 사가지고 가면서 상추와 그 외에도 함께 먹을 채소도 많이 샀다.

언제 보아도 감회가 새로운 달동네 우리 집으로 들어서니 마음이 포근하고 좋았다.

언제나 놓아두는 장소에서 열쇠를 꺼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부엌에 있는 냉장고에 오늘 시장을 보아 온 것들을 챙겨서 넣고는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내가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좋아 할 우리 엄마 아빠를 생각하며 방안에 이불을 깔고 편안히 누웠다.


‘아 그래서 내가 요즘 먹는 것이 많이 댕기고 잠이 많이 오는 이유가 바로 임신을 했기 때문이었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함박 같은 웃음을 웃으며 좋아하실 우리 아빠와 엄마의 얼굴을 떠 올리며 행복감에 가득 젖어 있었다.

갑자기 저절로 눈이 감기며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잠을 잤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옆방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깼다.


“하 하 학~ 하 아 아 아 학~ 하 아 학~ ”


방바닥이 “쿵쿵” 울리는 소리도 나고 남자와 여자의 숨 가쁜 호흡 소리도 크게 들려서 왔다.

나는 순간적으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 아 으~ 자~ 자~ 잠 깐 만~ 텔 레 비 전 켜~ 고~ ”


옆방 아줌마의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더니 텔레비전 소리가 나고 이어서 함께 섞여서 나오는 옆방 아줌마의 신음소리!

나는 갑자기 가슴이 쿵쿵 뛰면서 더욱 세심하게 귀를 기울였다.

지금 그 민석이라는 총각하고 옆방 아줌마가 둘이서 붙어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


“하 아 핫~ 하 응~ 하 응~ 아 후 후~ ”


옆방 아줌마의 신음 소리가 더욱 거칠어져 가고 있었다.


“하 아 핫~ 아~ 아~ 안 돼~ 요~ 하 핫~ ”


연방 내어지르는 옆방 아줌마의 신음 소리는 점점 고조를 높이며 방안에 틀어놓은 텔레비전 소리와 함께 조화를 이루어 나가고 있었다.


“하 아 핫~ 크 으 ~ 하 아~ 하 아~앙~ ”

“아~ 우우우~ 헉~ 헉~ 헉~ 아~ 누~ 님~ ”


옆방 아줌마와 민석이라는 총각이 드디어 둘이 붙어서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것도 세상천지에 환한 대낮에 말이다.

참 남녀의 관계란 나이 장소 직업 그 모든 것을 초월하여 이루어진다.

그나저나 소리는 들리는데 직접적인 현장을 볼 수가 없으니 그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우 으 음~ 아~ 하 우~ 흐 으~ 흑~ 흑~ 으 우~ ”

“아 욱~ 욱~ 욱~ 욱~ 누~ 님~ 아 너 무~ 좋아~ ”

옆방 아줌마와 민석이라는 총각이 붙어서 불륜을 저지르며 내어지르는 소리가 대단 하였다.

텔레비전 소리에 섞여서 나는 것이 오히려 더 내 귀를 자극 시켰다.

한참 옆방에서 나는 남녀의 신음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갑자기 내 사타구니가 근질근질 하며 두 다리가 저절로 벌어졌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거부를 하며 참았지만 옆방에서 계속 들려오는 남녀의 쾌감에 넘치는 신음 소리는 나를 저절로 흥분을 시켰다.

옆방 아줌마와 민석이라는 총각의 불륜은 나에게 성적인 야릇한 호기심과 흥분을 일으키고 있었다.


“우 으 음~ 아 하 우~ 아~ 흐 으~ 흐 으 욱~ ”

“학~ 학~ 헉~ 헉~ 아~ 욱~ 누님~ 이~ 조~ 아~ ”


옆방 아줌마의 고조된 신음 소리에 민석이라는 총각의 기분이 좋은 씩씩거림이 나에게 무척이나 야릇한 흥분을 자아내고 있었다.


“하 아 아 항~ 하 아 핫~ 아 흐 흐~ 조 아 아~ 하 아 하~ ”

“퍼억! 퍼억! 퍼억! 헉 헉 헉 헉!!!!”

“흐 응~ 흐 욱~ 하 아 아~ 아 아 아~ 욱~ 욱~ ”

“아 하 학!! 아 아 너 무 조 아 욱~ 욱 으 으~ ”


옆방 아줌마와 민석이라는 총각이 쾌감의 절정을 향해서 달리고 있었다.


“아 우 우 우~ 욱 으 응~ 하 아 하아~ 하 으 으 욱 우 우 우~ ”

“허 어 헉!! 헉 헉 헉 헉! 찌 익! 찌익! 찍! 헉! 헉!”

“흐 으 흥~ 으 윽!! 우 우 욱!! 흐 으 욱! 하 아~ 학!! 학!!”

“허 어 헉! 헉! 헉! 누 님~ 허 어 억! 헉!”

“아~ 몰~ 올~ 라~ 아~ 몰~ 라~ 몰~ 라~ 아~ 앙~ ”


옆방 아줌마와 민석이라는 총각이 저지르는 불륜의 하이라이트가 파도처럼 밀려서 왔다.

오후 4시가 지나서야 옆방 아줌마와 일을 저지른 민석이라는 총각이 옆방에서 나갔다.

잠시 후 옆방 아줌마는 기분이 좋은지 흥얼거리며 빨래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그녀의 모습에서 남녀의 성적인 관계가 영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서 채우지 못한 성적인 욕구를 민석이라는 총각에게서 가득히 채운 옆방 아줌마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빨래를 하며 집안 청소를 했다.

나는 방안에 누워서 오늘 뜻밖에도 옆방에서 일어난 갑작스런 일에 마음이 산란해 졌다.

옆방 아줌마의 불륜을 알게 된 나는 앞으로 이 사실을 어떻게 해야 될지 괜히 염려가 되었다.

옆방 아줌마는 순간적으로 자기 옆방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긴 집안이 온통 조용하니 옆방 아줌마는 자기 옆방에 누가 있는지 전혀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호기심이 많은 애들은 다 학교에 가고 생각지도 못한 내가 자기의 옆방에서 젊은 총각과 저지른 불륜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그녀는 전혀 알지를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왜 옆방에서 일어난 일에 대하여 신경을 써야하는지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혹시나 아니 행여나 옆방 아줌마의 불륜으로 인해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 같아서 그러는 것이다.

남의 사생활을 관섭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공동구역에서 좋지 못한 소문이 난다면 당사자인 옆방 아줌마도 물론이려니와 괜히 우리 엄마까지 이런 곳에서 도저히 살수가
없다며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우리 아빠에게 졸라 될 것이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가난한 서민들이 이사를 한번 한다는 것이 그리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어려운 살림살이에 시달리던 옆방 아줌마가 자기를 좋아하는 민석이 라는 총각하고 뜻밖에 불륜을 저질렀다고 하지만 그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세상살이의 틈새에서 잠깐 바람을 쏘인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뭐 너그럽게 이해를 할 수가 있지만 혹시라도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속담처럼 이번 한번 만이 아니고 계속 두 사람이 불륜의 관계를 맺다가 남편이나 자기 아들 우현이에게 들킨다면 그 수모와 어려움을 어떻게 할까? 하는 염려와 걱정스러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당장 옆방 아줌마의 불륜을 모른 채 하고 덮어두기로 하였다.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고 혼자서 아등바등 사는 옆방 아줌마가 불쌍하기도 하고 매일 가정형편을 나 몰라라 하고 나돌아 다니는 남편이라는 사람이 나에게도 별로 좋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옆방 아줌마는 내가 아무런 기척도 없이 조용히 있자 아무도 없다고 생각을 했는지 아주 천하 태평스럽게 빨래도 하고 집안 청소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불륜의 성적인 만족감이 옆방 아줌마에게 저렇게 좋은 것인지 나는 영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아직은 성적인 관계라면 유일하게 남편과 하는 것 밖에는 모르는 나로서는 불륜이라는 것이 전혀 상상이 되지를 않았다.

사실 내가 그 동안 남편과 성적인 관계를 해 오면서도 남편 한 사람만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 반에서도 벌써 남자와 잠을 자고 다닌다는 소문이 난 친구들도 있었다.

심지어 원조교제를 했다는 학생도 있다는 소문이 학교 안에 은밀하게 돌고 있었다.

나는 그런 소문을 들을 때 마다 괜히 여자로서 수치감을 느꼈으며 어쩌다 그랬다는 친구들을 교정에서 만나면 멸시를 하며 외면을 했다.


“미경이 왔구나!”


출입문의 열쇠가 풀려서 있는 것을 보고는 단번에 우리 엄마는 내가 왔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응 나 왔어요!”


내가 반갑게 대답을 하자 우리 아빠도 좋아하면서 말했다.


“그래 온다고 전화를 했으면 네가 좋아하는 파인애플을 많이 사 가지고 올 텐데 그냥 바삐 집으로 왔구나!”

“응 참 아빠도 파인애플은 우리 집에도 많이 있는데”


나는 그런 것은 아무 염려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아참 지구대로 돌아가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 없네요. 오늘 내가 너무 밖에 나와 시간을 많이 보냈네. 잠시 엄마 아빠에게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그래? 어서 말해 봐!”


우리 엄마가 궁금해 하면서 물었다.


“엄마 아빠 기뻐해 주세요! 저 임신 했어요!”


내가 자랑스러움이 가득히 배어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경아! 그게 정말이냐? 너무 기쁜 일이구나!”

“여보! 우리 미경이가 임신을 했다니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내 말에 우리 아빠 엄마는 깜짝 놀라더니 이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지구대로 들어서니 모두들 기다리고 있다가 물었다.


“대장님! 별일 없었습니까?”


하 영우 경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응 별일 없어! 많이 기다렸지! 자 이제 퇴근들 하고 오늘 당직이 누구야?”


나는 아무 걱정 말라는 듯 말을 하며 물었다.


“대장님! 저 하고 성 세정 경장하고 오 순경하고 진 순경 하고 오늘 밤 당직이고요 순찰은 전 순경하고 문 순경하고 차 순경하고 정 순경이 돕니다.”


함 진수 경사가 나를 보며 차분하게 대답을 했다.


“응 그래? 요즘 밤에 취객들이 거리에 많이 나돌아 다닌다는데 혹시 불상사가 나지 않도록 잘 보살펴서 보고 그리고 다들 몸조심들 하고”

“네 대장님!”


모두들 믿음직스럽게 대답을 했다.

내가 이곳에 근무를 하는 동안 내 수하에 있는 지구대 직원들이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잘못하여 문제가 발생하면 상부로부터 엄청난 질책과 그리고 내가 진급을 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이 생긴다.


“자 그러면 모두들 퇴근을 하지!”

“네 대장님!”


집으로 돌아오니 우리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그리고 남편이 나와 나를 맞으며 무척이나 반가워한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우리 시어머니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 철민이에게 들었지만 그래도 직접 다시 한 번 더 듣고 싶은데 말해 봐요 대장님!”

“응? 어머니도 참 그래요 저 임신 했어요 아버님! 어머니!”


나는 미소를 빙그레 지으며 크게 말했다.

그러자 우리 시어머니 시아버지 남편이 나를 보고 격려의 말을 했다.


“정말 장하십니다!”

“우리 집에 경사입니다”

“미경씨! 감사합니다.”


모두의 격려를 받으니 마치 나는 날아갈 듯, 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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