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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뱅이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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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9:39 조회 61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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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뱅이



"수고했어.자 여기."

"감사합니다!"


나는 신이 나서 일당을 받아들었다. 무슨 일당이냐고? 사실 난 보건대 출신인지라, 나름 의료쪽 사람들하고 약간의 연이 있었다.

덕분에 오늘은 친구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대형약국에서 일일 알바를 하고 일당을 받은것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수당보다 훨씬 높게.


"5만 7천원.."


조금만 더 보태면 6만원이고, 이제 승미누나를 만나러 갈수 있다. 처음 그녀를 본지 며칠이 지났지만, 난 포기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녀를 보아야 한다는 알수 없는 의무감에 젖어 있었다.


"유진아.다음주에 한번더 나올수 있니?"

"네? 아..물론이죠!"

"그래.수고한다.조심해서 들어가렴."

"네!수고하세요 아저씨."


나는 그 어느때보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약국을 빠져나왔다. 그녀를 만나러, 그 거리로 향하는 지금의 발걸음이 너무나 가볍다. 아직은 그런곳에 가기엔 이른시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것은 중요치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잘 없는 지금 시간대에 가면 승미누나를 쉽게 만날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버스는 설레임이 가득했다. 오지 말라고 했는데...가도 될까? 이번에 가서는 전화번호라도 물어볼까? 아니야...그건 너무 섣부른 것일지도 모른다.

분명 다시는 오지 말라고 했었는데...괜시리 부담을 주는 걸 지도 모른다.

혹자들은 나를 보며 한심한 청춘이라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화류계...그저 모든 손님들에게 몸을 주는 그런 여자에게 아까운 청춘을 조금이라도 쏟는것이 우스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승미누나의 미소때문에 우울했던 내 마음은 밝게 피었고, 계속 그녀를 보며 기쁘고 싶었다.

내가 하루 일한 이 돈이, 그녀를 웃게 한다면 얼마든지 내어 줄수 있었다.


"후아.."


그녀가 일하고 있는 골목앞 정류장에서 내린 나는 새삼스레 심호흡을 해보았다. 현금인출기에 들어가 만원을 뽑는 것도 잊지 않았다.

통장 잔고는 생활비를 포함해 불과 몇십만원이 있을 뿐이지만 뿌듯하다.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지금 당장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면, 한번 이라도 그녀를 보는것이 행복했다.

맞다...나는 완전히 미쳐 있었다.

겨울인지라, 초저녁인 지금도 제법 어둑어둑 하다. 그녀가 일하는 곳은 번화가 뒷편에 자리잡은 홍등가. 밝은 곳에 투영되는 그림자처럼, 약간은 모순적인 인간의 군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난 창피하지 않았다. 며칠전 처음 갈때처럼 쭈뼛쭈뼛 들어가지도 않았다. 내가 그래 버리면, 승미누나는 아주 부끄러운 곳에서 일하는 천박한 사람이 되어 버릴 테니까.


"어머머? 벌써온거야 오빠?"


여지없이 호객행위를 하는 그녀들의 음성이 들려왔지만, 저번에 갔을 때 처럼 심야가 아니라서 일까. 그렇게 많이 들려오지는 않았다.

밤이 곧 다른이들의 아침인 그녀들에겐, 지금은 그저 막 출근한 시점이나 다름없을 테니.

조금씩 조금씩. 붉은 등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일하는곳은 이 골목의 끝. 그러니까 길게 드리워진 홍등가 집장촌의 마지막 집이다.

때문에 가는 동안 이제 막 손님맞이할 준비를 끝낸 수많은 여자들의 유혹을 떨치고 가야만 했다. 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다.

내게 있어서 여기 온 목적은 수많은 남자들처럼 하룻밤의 욕정을 해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내 마음속에 하루만에 크게 자리잡아 버린 그녀를 보고싶을 뿐이니까.


"어머. 오빠 우리집 찾아온 거야?"


저번과 마찬가지로, 키가 크고 늘씬했던 그 여자가 화장을 고치다 말고 나를 보며 야하게 웃는다. 내가 기억나지 않는가 보다.

하기야, 나말고 다른 손님들도 있을테고, 그날 밤도 나와 함께 놀지 않았으니까.


"오빠 잘왔어. 어서 들어와."


나는 지난번 만큼은 아니지만, 역시나 쭈뼛거리며 그 가게로 쓰윽 들어갔다. 항상 레파토리는 똑같은 걸까. 그 여자는 또 내게 팔짱을 낀다.


"숏타임이지 오빠?"

"아..저..승미씨를 찾아왔는데요."

"으으응?"


그여자의 눈꼬리가 또 스르륵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그제서야 생각났다는 듯이 손뼉을 딱하고 친다.


"아하~~승미 서방님 이구나아? 피...또 김샜네."


서방님...서방님이라...한번왔을 뿐인데 처음부터 그녀를 지명했어서 나를 굉장한 단골로 착각한 모양이다.

아니, 단골이라기 보다 그저 그녀들의 눈에는 봉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기분은 좋다. 내가 그녀의 서방님이라니.


"미안해요."

"흥! 됐어! 오빠 미워! 근데.....승미 지금 자는데? 깨워줄까?"

"아..."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다른손님을 받지 않는 이상 만날수 있다고 믿었는데, 아직 자고 있다니....그럼 그녀의 방은 단지 손님을 받기 위한 방이 아니라, 정말 자기 방처럼 숙식하는 거였구나.


"그럼, 오빠가 그냥 가서 승미깨워. 알았지?"

"네?"

"뭐 어때. 단골이면 그정도는 괜찮아. 자 이리와."


키가 큰 그녀가 나를 잡아 이끌더니, 이내 그녀의 방까지 바래다 준다. 아...낯이 익다. 한번왔을 뿐이지만, 그녀의 방은 정말 자주 왔던 사람의 방처럼 낯이 익었다.

똑똑.

나를 바래다 준 그녀가 다시 계단으로 요염하게 올라가는 것을 보며 방문을 두드렸지만, 방안에선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끼이이익.

문을 열자, 특유의 붉은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침대위에 곤히 누워있는 그녀의 실루엣이 보인다.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뛴다.

딸칵.

왜일까. 나는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문을 닫고는 살금살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왠진 모르지만 은연중에 그녀의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싶어서 였겠지.

나는 행여나 그녀가 깰까봐 느릿느릿 두꺼운 파카를 벗어서 한쪽 구석에 두었다.


천사...같다.


나도 모르게 든 생각이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곤히 눈을 감고 있는 그녀는 정말 천사 같았다. 속옷만 입고 자는 것인지 이불 밖으로 나온 다리는 허벅지까지 훤히 보인다.

위로 틀어올렸던 머리칼은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었지만, 워낙 머릿결이 좋기 때문인지 그 마져도 너무나 이뻐 보인다.


"으으음..."


나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결에 손을 대었을때, 누나는 조금씩 뒤척이고 있었다. 그 바람에 머리결에 가려져 있던 그녀의 붉은 입술이 보인다.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하고 삼켰다. 오무린 그 앙증맞은 입술이 마치 입을 맞춰 달라며 내게 조르는것만 같았다.

내 심장뛰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릴지경이었다. 나는 나도모르게 자석에 이끌리듯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살짝 포개어 보았다. 달콤했다.

상큼한 체리에 입술을 대고 있는것처럼, 조금만 입술을 움직이면 내 입안에서 스르르 녹아 버릴것만 같았다.


"으응?"


나는 심장이 멎는 착각을 느꼈다. 나와 누나의 입술이 닿은 채로,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헉!"


나는 입술을 훔친 주제에 적반하장격으로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후다닥 하고 도망쳐 버렸다. 승미누나는 잠이 덜깬 눈으로 눈을 껌벅거리더니 이내 점점 동공이 커지기시작했다.


"너 뭐야!!!"

"누..누나.."


이내 몸을 벌떡 일으킨 그녀는 배게를 집어 들고 나를 내리치려는 모션을 취하더니, 이내 동작이 멈춘채로 나를 빤히 들여다 보았다.


"너...너..."

"나에요 승미누나...유진이..."

"유진...유진이?"


그녀는 가슴부위를 이불로 가린채로, 한참이나 나를 응시하더니만 그제서야 생각났다는듯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너! 언제 온거야?"

"방금요...미안해요."

"여기 오지 말라고 했잖아 이 바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행히 누나는 크게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안심했다는듯 놀란가슴을 부여잡고 후우..하며 심호흡을 한다.


"왜 이렇게 일찍 온거야?"


수없이 생각했던 그 말...난 천천히..그리고 용기내어 대답했다.


"보고싶어서요."


누나가 베시시 웃는다. 내 심장을 멎게 한 바로 그 미소를 다시보게 되어, 내 얼굴도 웃었다.


"이리와 유진아. 시간 아깝잖아."

"시간요?"

"그래. 너 여기 들어온 순간부터 25분 카운트 시작인거 몰라?"

"아...하지만 돈은...."

"괜찮아. 이따가 줘. 이리로 와."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가 손짓하는대로 그녀옆으로 가서 누웠다. 문득 내 팔에 닿는 감촉에 나는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누나..혹시...?"

"왜? 알몸으로 자면 안되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놀라서요."

"바보. 속옷을 입고자면 불편해. 이렇게 자는게 건강에도 좋고."


누나는 능숙하게 내 옷을 벗겨주었다. 내 위에 올라타서 벗겨주는 바람에 그녀의 알몸이 훤히 보인다. 지금 막 자고 일어났는데도...하나도 추하지 않다.

오히려 화장지운 모습이 더 청순하고 이뻤다.


"너어! 영광인줄 알아. 난 누구나 직접이렇게 벗겨주지 않는다구. 어라라? 오늘은 내복 안입었네?"


쿡쿡 거리며 웃는 그녀가 귀엽다. 바지를 벗겨줄때는 나는 살짝 엉덩이를 들어 그녀의 작업이 손쉽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잘 씻고 왔겠지?"

"네에."

"아구..이뻐라.."


누나는 내 이마에 입을 맞춰 주었다. 기분이 뿌듯하다. 나는 왠지 여타의 손님과 다르게, 그녀에게 특별한 존재인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그녀의 꽃잎과 내 중심부가 은근한 마찰을 일으키고 있으니 더더욱 기분이 묘하다.


"나..사실있잖아..."


그녀의 입술이 내 귓가에서 속삭인다. 그녀는 살짝 혀를 내밀어 내 귓볼을 핥아주었다.


"일어나자 마자 할땐 더 흥분해..."


참을수가 없었다.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살짝 어루만졌다. 그것이 아팠는지, 그녀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지만 이내 개의치 않다는 듯 입술로 내 젖꼭지를 애무해 주었다.


"흐으응.."


승미누나는 천천히 허리를 돌리며, 서로의 성기가 맞닿은 마찰을 더욱 더 은근하게 만들고 있었다. 당연히 내 불기둥은 이내 성이나서 그녀의 배를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아아..."


나는 놀라고 말았다. 러브젤을 발라줘야 하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럴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꽃잎에서 애액이 흘러나오며 내 자지를 조금씩 적셔주고 있었다.


"손님하고 이러는건 처음인데.."


그녀는 살며시 중얼 거리더니 내 위에 올라탄 채로 손을 내려 내 자지를 움켜쥔다. 그리고는 살짝 자신의 엉덩이를 들어 보지입구에 맞추는가 싶더니, 이내 능숙하게 허리를 내려 삽입했다.


"흐으으응..."


내 머리에 천둥이 친다. 콘돔없이 삽입하는 느낌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리얼했다.


"누나..코..콘돔은.."

"괜찮아. 바보. 넌 특별히 이렇게 해주는 거니까..."


행복했다. 그녀의 말이 그저 단골만들기를 위한 생색이라도 상관없었다. 적어도 모두에게 이렇게 해주진 않을 테니까.

남들보다 단 한단계라도 내가 더 특별하다면, 그 특별한 존재가 나 외에 더 있다한들 그것은 내게 큰 문제 가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누나와 나는 러브젤이나 콘돔같이 인위적인 물건없이 서로 결합하고 있다는 것일테니.


"흐응..아흥..."


본격적으로 그녀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온몸의 피가 중심부로 쏠리는것만 같다. 너무나 부드러운 이 느낌. 여자의 신비인걸까? 정신이 아득해 지며 그녀의 허리를 나도 모르게 움켜쥐었다.

찰싹..찰싹..

러브젤이 아닌, 순수 그녀의 애액소리가 들려오니 더욱더 흥분이 되었다. 이러려고 온것만은 아니지만, 나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쾌감을 느꼈다.


"니가 해볼래? 그래도 남자니깐."


누나는 나를 보며 중얼거리더니 싱긋 웃어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누나는 내 위에서 내려오더니 옆에 드러누웠다.


"와아.."


아름다웠다. 여자의 몸이 이렇게 이쁠수 있는 거구나. 게다가 누나는 다리를 살짝 벌려 내 허리를 감싸주기 까지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여자위에서 하는건 처음이다.

저번에는 누나가 위에서 리드해서는 나를 사정하게 했었으니까.

승미누나는 배려심이 많은 여자임에 틀림없다. 그것을 감안하고 있었다는듯, 내 팽팽해진 자지를 살짝 움켜쥐더니 자신의 입구로 인도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나는 아주 쉽게 그녀의 안으로 진입할수 있었다. 그리고 느낄수 있다. 누나는 정말로 느끼고 있었다. 손님을 위한 가식적인 신음이 아니라, 정말로 조금씩 느끼는 것 같다.


"유진아...안에다가 싸면 안돼.알았지?"

"알았어요."


나는 그녀의 다리가 내 허리를 감는것을 느끼며,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내가 생각해도 약간은 어설픈 행위였지만, 그래도 나름 조금씩 수월해지는게 느껴진다.


"흐응..아앙...조금 더 세게.."


참을수가 없었다. 이런곳에서 키스를 허용할리 없지만, 난 나도 모르게 승미누나의 입술을 덮쳤다. 행위중에도 누나는 깜짝 놀랐지만 뭐라고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내가 우악스럽게 그녀의 입술안으로 혀를 집어넣었으니까.


"읍..읍!"


허리를 움직이는 그 동안에도 내가 키스를 하니, 그녀는 내 팔을 툭툭 치며 반항을 한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팔이 내 목으로 둘러지는것이 느껴지자, 나도모르게 흐뭇하다.

어설픈 내 키스와는 다르게, 승미누나는 너무나 능숙하게 내 혀를 감아대기 시작했다.


"너어..."


입술을 떼었을때, 그녀가 나를 보며 눈을 흘긴다. 하지만 내가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이는 탓에, 제대로 말을 하진 못했다.


"흐응..아응...다음부터...으응....도둑키스하면 죽을줄 알아...아아앙!"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빌어먹을 내 물건은 내 의지와는 전혀 무관한 생물인지, 벌써부터 힘겨워하며 절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야기 해야할까? 이러다가 미숙한 내가 그녀의 안에 잔뜩 싸버릴것만 같다.


"누나..나.."

"얼른빼...괜찮아.."


그녀의 말에 나는 착한 어린이처럼 아쉬움을 뒤로한채로 순순히 몸을 뒤로 빼어, 애액이 잔뜩 묻은 자지를 뽑아 내었고, 누나는 손을 뻗어 내 불기둥을 움켜쥐더니 앞뒤로 흔들었다.


"아앗...."


내 외마디 비명이었다. 그녀의 손의 움직임이 몇회 진행되기도 전에, 나는 하얀 정액을 그녀의 몸위에 뿌려대고 있었다.


"이그으...많이도 싸네..."


아직도 헉헉대는 나와 달리, 승미누나는 몸을 일으켜 티슈를 꺼내들고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닦아내었다. 그리고 잔뜩 젖은채로 축쳐진 내 물건도 정성스레 닦아 주었다.


"그래도 한번 해봤다고 오래하네?"

"아..그게.."


나는 최대한 허둥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섹스만 나누고 가면, 나는 그냥 욕정에 이끌려 온 놈일 뿐일거고, 그녀에게 있어서 여타의 손님과 다를바가 없어진다.


".......자주와도 되요?"


하하하. 멍청한 김유진. 나도 모르게 뱉은 대사란 얼빠지기 그지없다. 승미누나역시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그저 눈부신 알몸을 유지한채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다.


"뭐어?"

"또 오고 싶을거 같아요...오지말라고만 하지 말아요."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그런거 아니에요! 그냥....그냥 오고싶어요. 누나 보러..."


나는 그저 여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내 화법을 탓해야만 했다. 병신같다. 그냥 누나가 좋다고, 좋아한다는 말만 하면 되는데, 그냥 오고싶다는 말만 하고 있다니...게다가 오지말라고만 하지말라니...누가 들어도 찌질해 보일것만 같다.


"유진아."

"...?"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푹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25분이 되었음을 알리는 챠임벨이 울렸고, 그녀는 어느새 속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있었다.


"안오라고는 안할게...그치만."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다음에 나올 그녀의 대사가 무엇일까 내심 긴장하면서.


"여기에 너무 빠져서 자주 오지는 마. 니가...다른 손님같지 않고 귀여워서 하는 말이야."


그녀는 욕실로 향하는 것인지, 수건과 세면도구를 챙기고 있었다.

나는 웃었다. 그것이면 족했기 때문이다. 내가...내가 다른 손님들과 다르다면....내가 오는것이 싫지 않고 기쁘다면...

이렇게 나혼자 병신같은 짝사랑을 한다해도 행복할 것만 같았다.



그 날은 눈이 너무많이 내렸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안다. 눈이 얼마나 싫은지.

하루종일 펑펑 내린눈을 치울때면 욕이 나오지 않을수가 없다. 나는 군대에서 취사병이었다.

덕분에 다른 병사들과는 달리, 취사장 근처만 치우면 되었지만, 인원이 없을땐 취사병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대 연병장을 쓸자마자 다른 병사들의 다음 끼니를 준비하러 뛰어 들어갈땐 진짜 나도모르게 솟구치는 눈물을 참은적도 있다.

하지만 사회에서 보는 눈은 조금 다른거 같았다.

막 아름다워 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흉측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퀘퀘한 자취방 구석 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것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닥 상큼하지 않았다.


누난 뭘 할까?


그냥 유리창 밖으로, 내리는 눈만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그런 장소가 아닌 곳에서 누나를 알게 되었다면, 눈이 온다며 문자를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녀가 흔쾌히 같이 술한잔 하자고 제의하는 행운이 왔을지도 모른다.


아니야...만약 누나가 그곳에 틀어박혀 있지만 않는다면....인기가 많았겠지.


승미누나의 얼굴을 떠올려보았다. 어깨까지 오는 머리를 잘 틀어 올리면, 하얀 목선이 이쁘다. 게다가 흰 피부위에 까만 눈동자, 그리고 날렵한 콧선과 빠알간 입술까지....어느 남자가 봐도 말을 붙여보고 싶을 정도로, 그녀는 이쁘고 섹시했다.


오히려...사회에 있었더라면...나 따윈 상대도 해주지 않았을 거야.


슬프지만 맞는 말이다. 내가 수중에 6만원이 없다면, 그녀는 나를 만날일이 없다. 아니, 애초에 내가 그녀를 만날 자격자체가 없는것이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통장잔고에는 그녀를 만날 돈이 있지만, 이것마져 써버리면 나는 밥을 굶어야 했고, 전기세를 내지 못해 어둠속에 있어야만 했다.


그래도...보러갈까..그래도..


한참을 갈등했다. 그치만 현실에는 이길자가 없는 모양인지, 나는 참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보고싶다는 욕망은 감출수가 없어, 나는 또다시 자켓을 걸쳐입고 뛰쳐나가듯 집을 빠져나왔다.

빵빵!

눈길에 대로변의 차들은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조금만 끼어들어도 짜증섞인 클락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럴때는 버스타는게 오히려 답답하다.

나는 사박사박 거리는 눈의 감촉을 느끼며 계속해서 걸었다.

걷다보니 서글펐고, 서글프니 소주가 마시고 싶었다. 그런데 왜 그녀가 일하는...그 골목까지 가서 마시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우연이라도 그녀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바보같고 한심한 그놈의 희망때문이다.


"소주하나 주세요."


안주를 시킬 돈이 어딨는가. 나는 그녀가 있는 골목이 훤히 보이는 포장마차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늦은 밤이었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손님은 아무도 없다.

내 앞에는 홍합탕하나와 오이몇개, 그리고 소주가 나왔다.


-니가...다른 손님같지 않고 귀여워서 하는 말이야-


예전같으면, 취업에 대한 걱정이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막막함으로 머릿속이 꽉 차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녀...승미누나만이 내 머릿속에 가득하다. 그녀가 꽉 차면서 기쁨은 다시 허무함으로 변해 버린다. 내가 아무리 원한다 해도, 그녀는 내 손이 닿지 않는곳에 있는것만 같다.

쪼르르르..

소주에 술 따르는 소리가 사뭇 애처롭다. 그랬다. 마치 나는 봄바람에 살랑대는 아가씨 마음처럼, 승미누나를 생각하며 행복해 했다가, 다시 완전히 가질수 없는 그녀의 존재를 느끼며 침울해 하는 감정이 반복되고 있었다.


"크아아아!"


소주는 원래 쓴 법인데 왜이리도 단거냐.난...아직 소주가 달다는 것을 느끼기엔..너무 어린 20대인데...








"으으음..."


머리가 아프다.

나는 천천히 떠지지 않는 눈커플을 위로 치켜떴다. 어두운 방...아늑한 침대...붉은 조명....응? 뭐라고?

나는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빨간 하트무늬의 침대, 조그만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은은한 붉은 조명이 깃들어 있는 이 방. 내 방은 아니지만 낯설지 않다. 여기는...


승미누나 방이잖아..


두번 갔을 뿐이지만,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다. 그랬다. 이곳은 승미누나의 방이다. 그런데..어째서...어째서 내가 여기에서 자고 있는거지? 도대체 왜?


"일어났어? 주정뱅이씨?"


문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지금 막 머리를 감고 오는듯, 젖은 머릿결을 수건으로 비비며 나를 바라보는 그녀가 보인다.


"아..."


나시티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그녀가, 장난스레 얼굴을 찡그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왜 여기에 있는거에요?"

"어쭈....필름도 끊기셨어?"


나는 빠르게 어제일을 회상해 보았다. 그래..분명 나는 수중에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소주를 마셨었다. 그리고 혼자 마시는 술인지라 빠르게 취해 버렸겠지.

하지만...하지만 그 이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어제 이리로 온거에요?"

"정확히 말하면 옮겨져서 왔지. 나한테."

"누나한테?"


승미누나가 나에게 천천히 걸어온다. 장난스레 삐죽 내민 입술. 뽀뽀를 해주려는 걸까? 나도모르게 눈을 감았다.


"아야!"


머리가 번쩍한다. 이마를 비비며 눈을 뜨니 내게 꿀밤 한대를 먹인 승미누나의 표정이 보인다.


"너...어제 완전히 취해서 우리가게 앞에서 뻗어 있었어. 도희가 불러서 나가봤더니, 니가 거의 인사불성이 되어 있어서 여기서 재운거야. 알아?"

"아...미안해요.."


창피하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내가 창피해 하자, 누나는 신이나서는 나를 더 쏘아 붙인다.


"그대로 두면 얼어죽을거 같고, 휴대폰에 있는 부모님 번호로 전화하기는 그렇고 해서 재운거라고. 게다가, 여기 관리하는 이모가 얼마나 무서운줄 알아? 이 누나가 여기서 그나마 제일 연장자라서 널 재우는게 가능했던거야."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대가리를 쳐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술쳐먹고 뻗어서는 추태를 부린것이다.

그리고...그녀는 그런것을 다 보며 나를 침대까지 들쳐엎고 왔겠지.

에휴...나는 이제 다신 여기 오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집에서 꾹 참았어야 했다. 그리고 또 아르바이트를 해서 그녀를 보러 왔어야 했다.

괜시리 기분이 뒤숭숭하다고 잘 하지도 못하는 술을 마셔댔으니, 이런 결과가 온 것이겠지.....


"배고프지? 나가자."

"네?"

"나오라고. 세면장은 누나들이 득실득실하니까 세수는 나중에 하고 얼른."


어리둥절한 나와는 달리, 누나는 어느새 청바지를 갈아입고, 나시티 위에 두터운 파카를 걸치고 있었다.

나는 영문도 모른채, 허둥지둥 한쪽에 놓여있는 내 외투를 걸치고 그녀를 따라나섰다.


"아앗...눈부시다.."


그녀가 있는 가게문을 나서자, 햇살이 내 눈을 찌른다. 허둥지둥 시계를 보니, 무려 오후 두시였다. 나는 한심하게도 지금까지 퍼질러 자다가 일어난 모양이다.


"어이~승미~~새로 생긴 서방님인가봐?"


그 골목길에서 일하는, 다른가게 여자들이 저마다 승미누나에게 말을 붙였다. 모두들 밤에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화장기 없는 얼굴에 편한 차림들이었다.

누나는 그 말에 내 팔에 팔짱을 꼈다.


"그래 이것들아.부럽지? 젊고 탱탱한 서방이라?"


나는 이러저리 뻗친 머리를 꾹꾹 누르며 애써 어색하게 웃어보였고, 누나는 나를 잡아 끌듯이 데리고 걸었다.

골목을 나설때까지, 대부분의 여자들이 승미누나에게 아는척을 했고, 누나는 그때마다 서방님이라며 나를 소개했다.


"어디가는 거에요?"

"그냥 따라와.이 주정뱅이야."


그녀의 핀잔이 싫지 않았다. 창피한건 어쩔수 없지만, 그래도 그녀가 나를 재워준 것이다. 말은 톡톡 쏴 붙여도 돈도 한푼 없던...

그냥 길거리 취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나를 자신의 방에 데려다가 재워준 그녀의 마음씀씀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여긴.."


그녀가 날 데리고 간 곳은 뼈다귀 해장국집이었다. 점심시간도 지나간 지라, 가게안은 한산했고 누나는 해장국 두그릇을 주문했다.


"자..이제 말해봐."

"네?"


누나는 안에 나시티만 입은 탓인지, 파카를 안쪽으로 여미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어제 그렇게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신 이유를 말이야."

"아..."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차마 그녀를 만나러 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속상해서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꺼낼수 없었던 것이다.


"좋아하는 여자한테 실연이라도 당한거야?"

"비슷...해요."

"오오오! 재밌겠다.그 여자가 누군데? 응?"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생글거리는 그녀. 립스틱을 바르지 않아도 반짝반짝 빛나는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그게..."


내가 망설이는 동안, 주문한 음식이 나왔지만 나는 선뜻 수저를 들지도, 입을 열지도 못했다.


"누나가...보고싶은데...갈수 없어서..."


나는 승미누나의 눈을 바라볼수가 없었다. 겨우겨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은 했지만, 왠지 얼굴이 빨개졌을거 같아서 였다.

따악!


"아야...!"


또다시 이마에 오는 통증. 나는 한쪽눈을 감으며 눈앞을 바라보았고, 누나는 나를 때린것으로 추정되는 수저를 들고 장난스레 웃었다.


"어서먹자. 다 식겠다 이 바보야."


도대체 뭐가 바보라는 걸까. 뭐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배에서 밥을 달라며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약간 쓰린 속때문에 얼큰한 국물을 빨리 마시고 싶었다.


"아뜨뜨.."


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장국에 밥을 말아 한입에 넣다가 뜨거워서 허공에 연신 후후 하며 입김을 불어대었고, 승미누나는 그런 내모습을 보며 쿡쿡 거린다.


"안뺏어 먹을테니까 천천히 좀 먹어라. 으휴."


누나는 입에 가득 든 뜨거운 음식물을 뱉지도, 삼키지도 못해서 안절부절 하는 나를 보며 피식 웃더니, 자신의 그릇에 있는 고기덩어리 몇개를 내 그릇안으로 넣어주었다.


"담부터...그렇게 술먹고 뻗으면 죽을줄 알아..."


작고 귀여운 주먹까지 쥐어보이는 그녀. 뜨거운 것을 먹어서가 아니라, 난 그녀 때문에 내 가슴 속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여..여긴 왜 온거에요?"

"왜 싫어?"

"그건 아니지만.."

"내가 재워줬으니까, 넌 오늘 누나랑 놀아줘야 하는 의무가 있어. 해장국도 내가 사준거 알지?"

"네에.."


그치만 싫을리가 있을까. 오히려 내 생애 최고의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너무나 이쁜 누나와 함께 하는 데이트라니......뭐, 데이트라고 까지는 할수 없을지 몰라도, 이렇게 같이 걷는거 자체가 내게는 너무나 설레는 시간이었다.


"아앗! 빗나갔어!"


밥을 먹은후 나를 데리고 근처 유원지로 온 그녀는 공던지를 하다가 맞히지 못하자 방방 뛰며 아쉬워했고,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 한참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이구...애인사이 이신가봐요? 에라~기분이다. 손님도 없는데 한번더 던지세요."

"와! 아저씨 최고!"


승미누나는 아저씨가 공을 하나 더 건내주자 싱글싱글 웃으며 기뻐했다. 저리도 좋을까...하긴, 아무리 좋아도 지금 내 심정만큼 좋을수는 없을 것이다.


"자자! 니가 저거 맞혀봐."

"내가요?"

"응. 넌 남자니까 나보단 잘할거 아니야."


하하하.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앞에 있는 목표물을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그녀가 갖고 싶어하던 것은 바로 작은 오리 인형이었다.

공으로 맞혀서 선반에서 그 인형이 떨어지면, 상품으로 딸수 있는 그런 시스템인 모양이었다.

나름 동네야구에서 에이스였던 나지만, 그녀가 보고 있으니 왠지 긴장이 되었다. 비록 돈은 없지만, 그녀가 원하면 무엇이든 훔쳐서라도 주고만 싶었다.

나는 흡사 메이져리그 마운드에 올라온 마무리 투수처럼 진지하게 인형을 노려본후 힘차게 공을 집어 던졌다.


"와아- 맞혔다!"


다행히도 내 공은 고대로 오리인형의 머리부분에 직격했고, 아저씨는 인자하게 웃으며 인형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 그녀에게 건냈다.


"오우와! 너 제법이잖아!"


나는 웃었다. 그녀가 좋아하는데, 내가 웃지 않을리 없다.


"근데...일하는 곳에 안들어가봐도 되요?"

"응. 맨날 거기 붙어 있는데 뭘. 잠시 나와서 놀아도 돼."

"근데..지금 어디가는거에요?"

"따뜻한 코코아 마시러."


겨울, 그것도 평일의 유원지는 너무나 한산했다. 그녀는 유원지 한쪽에 자리잡힌 분위기 있는 커피숍을 향해 나를 끌고 걸어갔다. 내 팔에 팔짱을 낀 그녀의 팔 느낌이 너무나 좋다.


"어서오세요, 두분이신가요?"


역시나 커피숍 안도 한산하기 그지없다. 점원은 창가쪽이 보이는 구석진 자리로 우릴 안내했고, 우리는 간단한 차를 주문하고는 앉았다.


"으아~~그래도 간만에 바람쐬니까 좋다."

"항상...거기에만 있는 건가요?"

"응. 지하에 있는 누나방, 그리고 가게근처. 한동안은 요 두군데를 벗어난 적이 없어.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

"가끔 나와도 된다면서요. 친구들이랑 놀면 되잖아요."

"친구라....여긴 내 친구가 없어. 누나 친구들은 대부분 강원도에 있거든."

"강원도요?"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문한 코코아와 커피가 나왔고, 누나는 품안을 뒤적여 담배를 하나 꺼내물었다.

그래서 였구나. 누나가 오늘 하루종일 사소한 것에 즐거워 했던 이유가.

그제서야 나는 처음 누나를 봤을때,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 다니면서 공부열심히 하라고 했을 그때에 표정이 외로워 보였던 이유를 알수 있었다. 그리운 것이다.

학교에 다니면서 또래들과 이야기하고, 무리지어 모여다니는 소소한 일들이. 유리방에 갇혀 지내는 누나에겐 너무나 얻고 싶은 사소한 행복이었을지 모른다.


"오늘 누나랑 놀아줘서 고마워."

"아뇨...누나가 재워줬잖아요."

"그것도 그렇네. 이 주정뱅이 녀석."


누나는 손가락으로 내 코를 꼬집어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숙인탓에 두터운 그녀의 점퍼안으로 뽀얀 가슴골이 훤히 보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꼬집히는 그 순간까지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쭈!너 내 가슴 훔쳐봤지?"

"아..아니에요."

"보고싶어?"

"네?"


그녀는 장난스럽게 베시시 웃는다. 나는 네!라고 대답할 뻔한것을 겨우 참아내었다. 내가 우물쭈물대고 있자, 승미누나는 주위를 살짝 둘러보더니, 점퍼지퍼를 내리고는 살짝 나시티를 밑으로 내려주었다.


"헉!"


나는 들고 있던 커피잔을 놓칠뻔했다. 젖꼭지 까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뽀얀 가슴이 대부분 보였기 때문이었다. 내 반응이 뭐가 그리 재밌는지, 누나는 깔깔대며 웃었다.


"아참. 내 정신좀봐. 빨리 마셔야겠다. 누나 오늘 영양제 맞아야 하거든."

"영양제?"

"응."


영양제라는 말에 나는 눈을 번쩍 하고 떴다. 비록 보건전문대지만, 나름 의약품에 대해서는 일반인들보다는 많이 알고 있는 나였기 때문이었다.


"무슨 영양제요?"

"누나 일한번 하고 나면 온몸에 힘이 없어. 거기서 일하는 애들 다 주사맞고 그래. 링거로 맞기도 하고.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쯤 주사 놔주는 언니를 부르는데, 그게 오늘이거든."

"근데...그 사람부르는건 돈 많이 들지 않아요?"

"별수 없잖아. 일일이 병원가긴 번거롭구, 그렇다고 우리가 직접 약사다가 주사할수도 없고."

"제가 하면 되요!"

"뭐어? 니가? 할줄은 알아?"

"네. 할줄 알아요."


내 말에 승미누나는 피식 웃으며 코코아 잔을 입술에 갖다 대었다.


"아서라. 선무당이 사람잡는거 몰라?"

"아니에요. 저...의료보건쪽 학교 나왔어요. 아...나온건 아니지만.. 실습도 꽤 해서 할수 있어요."

"어머...정말?"

"그럼요."


나는 신이나서 말을 이었고, 승미누나는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눈치였다. 내가 초조하게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잔을 빙빙 돌리기도 하고, 손잡이를 만지작 거리기도 하더니, 이윽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유진아. 누나랑 같이 갈래?"

"진짜 잘할수 있는거지? 언니 서방 믿어도 되는거야?"

"그렇다니까 기지배. 빨리 일루와봐."


지나가는 길에 가끔 알바를 하는 그 친구네 아버지의 약국에서 영양제와 주사기를 구입한 나는, 누나가 일하는 곳으로 다시 들어갈수 있었고, 누나의 홍보에 의해 아슬아슬한 복장을 입은 여자들이 내 앞으로 줄을 섰다.


"아프지 않게 놔줘용 오빠~"


나는 어디에 시선을 둬야할지 몰랐다. 하나같이 아슬아슬한 복장들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키가 큰 그 누님(이름이도희라고했다)과 승미누나를 제외하고도 가게에 대여섯명이 더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어쭈우~제법이잖아!"


누나는 내가 기특하다는 듯이 엉덩이를 토닥여 주었고, 빨개진 내 얼굴을 보며 아가씨들이 깔깔 거리며 웃는다.

링거가 아닌 영양제 주사 인지라, 승미누나를 제외하고 모두에게 주사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아 선생님 저도 부탁해요~"


승미누나는 해맑게 웃으며 내게 팔을 내밀었고, 나는 다른 아가씨들보다 더욱더 꼼꼼하게 소독을 하고 그녀에게 영양제를 놓아 주었다.


"유진이 너...여기 취직할래?"

"취직요?"

"응.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맞곤 해. 뭐 잘 안맞으면 이주일? 그때마다 주사놔주는 언니한테 몇만원씩 주거든. 넌 한 2만원만 받아도 이익아닐까? 게다가 여기에 아가씨가 몇명인데~ 누나가 다른가게에도 홍보해줄게."

"정말요?"


뛸듯이 기뻤다. 내게도 이제 승미누나를 자주 볼수 있는 명분이자 기회가 생긴것이다. 게다가 누나는 긴밤을 끊는 손님이 없거나, 혹은 그 업소를 관리하는 이모라는 사람이 없을때는 자신의 방에 재워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자 여기 오늘 수고비."


그녀가 내민 봉투에는, 무려 12만원이나 되는 돈이 들어 있었다.


"너..너무 많아요. 그냥 주사만 놔준건데."

"치. 바보야 누가 내가 다 주는거라고 했어? 아까 맞은 애들한테 누나가 2만원씩 삥뜯은거야. 받아둬."

"하지만..."

"괜찮데두 그러네."


왠지 받기가 싫었다. 차라리 돈 대신 나를 한번더 안아주거나 입맞춰 줬음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 마음을 어느정도 읽힌걸까? 그녀는 장난스레 웃는다.


"너...설마 돈대신 누나랑 한번더 자고싶다 이런생각한거 아니지?"

"아..아니에요...그런게.."


내가 또 어쩔줄 몰라하자, 승미누나는 피식웃으며 살짝 내 귀에 속삭였다.


"걱정마...가끔 해줄게. 알았지?"


아아...오늘은 진정 너무나 행복한 날이다. 용기를 내어 그녀의 자그마한 어깨를 감싸 안아주고 싶었지만, 나는 꾹 눌러 참았다.


"음..그러고 보니까 배고프다."

"아..누나 아까 많이 먹지도 않아서 그래요."

"괜찮아. 근처에 맨날 시켜먹는 식당있어."

"시켜먹어요? 매일?"

"사실 작은 주방이 있긴한데. 여기애들이 게을러터졌는데 누가 밥을 하겠니? 그냥 시켜먹고 마는거지."

"제가 할게요!"

"뭐어?"


승미누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씩 웃었다.


"저..취사병 출신이에요. 요리 꽤 잘한다구요."

"야..너..."

"주방이 어딘데요? 왼쪽으로 가면 되죠?"


그녀가 말릴틈도 없이, 나는 웃으며 작은 쪽문뒤의 주방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좋았다. 조금이나마, 그녀에게 무언가 해줄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행복하다.

주방은 비록 작았지만, 냉장고도 있었고, 그외 기본적인 조리기구는 갖춰져 있었다.


이렇게..이렇게 라도 누나에게 도움이 될수 있다면..


나는 웃었다. 분명 행운의 여신은 내 편임에 틀림없다. 그녀의 방에서 술이 깨었을 때만해도, 다시는 그녀를 볼 낯이 없을줄만 알았다.

하지만...난 이제 누나를 자주 볼수 있는 핑계거리가 생긴것이었다. 계속해서 나를 본다면, 그녀도 내게 조금은 마음을 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나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그렇게. 승미누나를 비롯한 그녀들의 가게에서,내 의무병을 겸한 취사병 생활은 시작되었다.




좋은 하루 되시고~리플 추천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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