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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게임 -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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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13:43 조회 60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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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게임금요일 저녁에 잠깐 본 게 다니까 실질적으로 데이트로 따지면 거의 5일 만에 만남..

지수는 역시나 변함이 없다. 그대로의 모습..



달라진 건 나였다. 주말여행에서의 지혜의 조언으로 인해 내 마음은 훨씬 더 가벼워져

있었다.



천천히..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내가 서두르지 않아도 지수는 어디 도망가지 않을 테니까 이제는 좀 더 느긋하게

바라보고 천천히 지수를 기다리기로 했다. 나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열 때까지..



“기분 좋아 보이네?”

“어? 그래??”

“여행 재밌었나 보다. 나도 같이 갈 걸”

“그러게. 같이 갔으면 재밌었을 텐데..”

“다음에 같이 가면 되지..아니면 우리 둘이서..”

“둘이서...??”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과 함께 나의 얼굴은 자동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여튼 이놈의 마음이란..티를 내지 않으려 아무리 노력해도 금방 드러나 버린다.



“그렇게 좋아? 상상만 해도...?”

“어어...솔직히 좋아...”

“그럼 이번 주말에 둘이 여행갈까?”

“두..둘이서? 너 근데 주말에 알바 하잖아”

“그거 하루 정도 째면 되지..너랑 여행 가는데 그 정도도 못하겠어?”

“하..하하..나야 좋지만....”



하늘을 나는 기분..그런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난 정말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고 싶었다.

아마도 지금 이런 내 기분도 모두 표정에 드러나겠지...?

그래도 상관없다. 지금의 이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좋으니까..



“그렇게 좋아...?”

“으응....”



빙그레 웃는 지수..역시나 지금 내 표정은 빙구 같겠지..

내 표정이 어떻거나 말거나 난 지수의 사랑스러운 웃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바보 같이 입이 찢어져라 환하게 웃었다.



“요건 며칠 못 봤으니 수고 많았다고 해주는 선물..”



지수의 촉촉한 입술 촉감이 순식간에 내 입술에 닿았다 떨어져 나간다.

언제 느껴도 너무나 부드러운 그 느낌이..



“헤헤...좋아?”

“응..좋지..”



이런 다른 사람들이 모두 보고 있는 카페에서 스스럼없이 입을 맞추는 걸 보면

누가 봐도 영락없는 커플인데..



좋기도 하고 지혜와의 상담으로 어느 정도 풀리기도 했지만 어쨌든 아직까지도

지수의 그 애매모호한 답변은 미스터리였다.



다시 한 번 더 그 대답의 의미를 물어보고 싶을 만큼..



“우와~ 우리 오늘 오랜만에 데이트한다고 너무 신나게 놀았나 봐. 벌써 시간이

10시가 넘었네. 그만 들어가자“

“어어...그래..”



아쉽다. 이렇게 들어가기가..

하지만 내일 오전 수업도 있고, 밀린 과제가 많았기에 지수 말대로 이만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지수도 이렇게 들어가기가 아쉬운지 우리는 평소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천천히

걸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느리게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이런 저런 쓸데없는 잡담을 하며..



“에잇..최대한 천천히 걸었는데 벌써 버스 정류장이네..”

“그러게...하하..”

“오오~ 눈치 채고 있었어? 나 천천히 걷는 거..?”

“어? 어어..그럼..”

“우리 지후 생각보다 눈치 빠른데..?”

“그렇게 눈치 없진 않거든~”

“그런가...? 히힛...”



지수의 장난스런 표정..그래.. 저 표정이 문제였다.

내가 고백을 할 때도 바로 저런 표정이었다.

그래서 지수의 말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한 번만 진지한 얼굴로 대답해줬더라면 내가 맘 편하게 천천히

지수에게 다가갈 수 있을 텐데..



“왜 그리 빤히 봐..? 내가 예뻐서??”

“어? 어어..”

“크크크...야~ 얼굴까지 빨개지면서 그렇게 말하면 진짜 같잖아..농담한 건데..”

“아니~ 진짜 예뻐..너..많이..”

“그래...?”



순간 반짝거리며 빛나는 지수의 눈..

그리고 진지한 표정..



“어....?”



정말 처음으로 보는 것 같다.

장난기가 하나도 섞이지 않은 지수의 얼굴은..



“왜..?”



가슴이 두근거린다.

왠지 지금 다시 고백하면 성공할 거 같은..

하지만 참아야겠지..

첫 고백을 하고 시간이 너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 고백하는 건 너무 성급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왜 그렇게 마음이 두근대는 얼굴로 보냐고..”

“어..그게...”



지수의 입가에 엷게 미소가 드리운다.

장난스런 웃음이 아닌 진심으로 웃는 얼굴이..



“너..그..하아..아니다..”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두 번째 고백의 말..

난 그 말을 가까스로 참았다.



“어..저 버스 왔다. 나 그만 갈게”

“어? 어어..잘 가”



더 이상 있다간 또 다시 고백을 할 것만 같은 상황에서 버스가 왔고,

난 그대로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타서 창 밖에서 손을 흔드는

지수의 얼굴을 그제야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딘가 살짝 아쉬운 듯한..혹은 실망한 듯한 지수의 얼굴..

내가 잘못 본 것일까?



그리고 그 순간 지수와 난 눈이 마주쳤고, 지수는 다시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힘차게 손을 흔들며 점점 나와 멀어졌다.



‘내가 잘못 본 거겠지..?’



뭔가 찜찜함이 남는 기분.. 하지만 이미 버스는 출발한 상태라서 되돌릴 수 없었고,

난 그 기분을 그대로 안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제는 조금은 익숙해져 버린 문을 살살 닫는 방법..

난 혹시나 민지에게 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릴까봐 조심히 문 끝을 잡아

천천히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1초..10초..1분..

조용하다.

벌써 자는 건가..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는다.



이쯤 되자 내 쪽에서 호기심이 생긴다.

최대한 조심히 문을 닫고 들어왔어도 언제나 내가 들어오고 1분 안이면 민지에게

카톡이 왔기에..



-자냐?



카톡을 보내고 얼마나 지났을까...?

간단히 샤워를 하고 이틀 뒤까지 제출하는 과제를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

난 연락을 한 지 십 분이 넘었다는 생각에 휴대폰을 살폈다.

혹시나 진동으로 되어 있어서 내가 모르는 건 아닌가 싶어서..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 달리 휴대폰엔 한 통의 연락도 없었다.

카톡을 확인하자 안 읽었다는 표시로 1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고..



‘진짜 자나..에이..모르겠다. 자든 말든 무슨 상관이래..’



과제..과제...아...도저히 집중이 안 된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신경이 쓰인다.

한 번 더 연락해 볼까? 그럼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왜?



다시 한 번 더 연락을 해보려고 고민하던 찰나 민지에게 연락이 왔다.



-아니 그냥..오늘은 연락이 없길래..

-흐..기다렸냐?

-야! 내가 뭘 기다려..뭔..혼자 김칫국이야..

-화내긴..난 기다렸냐고 그냥 물어보기만 했거든?

-어..뭐..화낸 거 아니거든! 하여튼 뭐한다고 답장이 이리 늦냐?

-내가 네가 카톡 오면 바로 바로 답해줘야 되냐?

-아니..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너무 늦으니까..

-웃기네...내가 네 여자 친구냐?



할 말이 없다. 민지의 말대로 민지는 내 여자 친구가 아니니까..

근데 왜 그렇게 시시콜콜하게 민지에게 물어댄 것이지..

그냥 우린 친구..아니 계약..그 이상 이하도 아닌데..



‘신경 쓰여 네가...’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민지는 나에게 굉장히 신경 쓰이는 존재였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집에 들어와서 민지에게 연락이 없으면..

계약이랍시고 나를 성가시게 괴롭히지 않으면..

무언가 허전했다.



-아니다. 귀찮게 해서 미안 자라..

-아직 안자냐?

-어..이제 자야지

-건너올래?

-계약?

-어..계약..



건너오라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난 자연스레 민지의 집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익숙하게 민지가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잠이 안 온다고 민지의 옆에서 재워주고 잠이 든 게 이제는 거의

일상처럼 되고 있었던 지라..



“불면증이냐..왜 맨날 잠이 안 온대..그러고 내가 오면 얼마 안 있어서 잘만 자고..”

“원래 어려서부터 불면증은 있었어..”

“그래..?”

“어..왜 네가 오면 잠이 잘 오는지 같은 바보 같은 질문은 그만 하고..”

“그게 왜 바보 같냐?”

“그럼..내가 널 좋아한다는 그런 대답이라도 기대 하는 거야?”



가깝다. 지나치게...

조금만 더 가까이 오면 입술이 닿을 정도로 민지의 얼굴은 내 얼굴 가까이

다가와 있었고..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말해 봐..그런 거야? 그런 착각을 하고 있는 거..?”



민지의 입가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웃는 건가..아니면 비웃는 건가..?

도무지 모르겠다. 감정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아이다 보니..



“차..착각은 무슨..난 김칫국 같은 거 안 마시거든! 그냥..그냥 궁금했을 뿐이야..

왜 내가 오면 잘 자는지..“

“그러면서 왜 목소리는 떨리는 건데...?”



확실하다. 확실히 지금 민지는 웃고 있었다.

비웃음이 아니다.



왜 웃는 걸까? 날 테스트 하는 건가? 아니면 장난치려고 하는 건가?

도무지 민지의 의중을 알 수가 없다.



“저..네..네가 너무 가까이 있어서..”

“가까이 가면 안 돼...?”



더욱 가까이 다가온 민지의 얼굴..

민지의 눈, 코, 입이 너무나 선명하게 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입술만 내밀면 바로 민지의 입술에 닿을 거리..



“어...하아..하아...”

“왜 숨이 이렇게 거친 건데..나랑 자고 싶어...?”

“허억...!!”



나도 모르게 거친 숨소리가 튀어 나왔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발언이었기에..

마치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에 내 입은 절로 벌어졌고,

내가 지금 얼마나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난 민지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크크크크..순진하긴..이러니까 널 놀리는 게 재밌는 거야..”

“노..놀린 거라고???”

“어어~ 장난 친 거라고, 그러니까 그만 정신 차리셔..그런 바보 같은 표정 짓지 말고..”

“이..아오...!!”



진심으로 욕이 나올 뻔 했다. 분명 민재나 다른 남자 녀석들이 나에게 이런 장난을

쳤다면 100% 욕을 했을 것이다.



“크크크~ 화났냐?”

“하아...진짜..넌..아오..나 건너간다. 그만 자라”

“야!”

“왜?!”

“진짜 화났어?”

“화 안 났거든..!! 걱정하지 말고 자라고..”



화...화가 안 났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테지..

아주 조금은 화가 났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픈 이유는

민지의 입에서 나온 바로 그 말..나랑 자고 싶어? 라는 그 말에

아주 잠깐이지만 내 마음이 설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 사실을 그 마음을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다.

내가 지금 좋아하고 있는 건 지수였기에..

그런 생각을.. 마음을 잠시라도 했다는 것에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지금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잘 자라..”

“어어..너도...”









돌아온 집 안..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민지의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아오..망할 기집애..왜 그런 장난을 쳐서..사람 마음을...!!”



주먹으로 이불을 내려치고 싶다. 마음껏 펑펑..

하지만 그러면 민지에게 다시 연락이 오겠지..너 때문에 잠 깼다고..

그럼 난 다시 민지는 계약을 들먹이며 날 다시 자기 방으로 부를 것이고..

난 다시 민지의 방으로....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저 지금은 속으로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식히는 수밖에..



‘그래..이번 주말에 지수랑 같이 여행 가기로 했으니까..거기서 쐐기를 확실히 박고

사귀는 사이로 인정받으면 끝나는 거야. 그럼 방금 잠시 설렌 마음 같은 건 아무 것도

아닌 거야...‘



















드디어 기다리던 주말..

꿈만 같은 지수와의 둘만의 여행..



오늘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모른다.

정말 주변의 연애 고수들에게 다 물어서 여자 친구와 처음 여행 같을 때의 팁이란 팁은

모조리 다 모으고 습득해서 준비하고 또 준비했다.



이제 단 둘만의 즐거운 시간만 보내면 되는 것..!



“그렇게 좋아?”

“어 좋지..넌 안 좋아?”

“나두 좋아...”



어느덧 출발한 기차..그리고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랑스러운 모습의 지수는 날 보며

웃고 있었고, 정말 시간이 이대로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가면 즐겁게 해줄 거야?”

“어~ 당연하지..”

“기대하고 있는다? 헤헤..”

“어..기대해...”



조금의 부담.. 하지만 만반의 준비를 다 마쳤기에 그리 걱정은 되지 않았다.

데이트 코스부터 늦은 밤 진행 될 프로포즈까지..











2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 기차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우린 미리 나와 있는 펜션 주인의

차를 타고 30분을 더 달려 산골 깊숙이 위치한 펜션에 도착했다.



“우와~ 공기 좋다..”

“그러게~ 지난주에 갔던 곳만큼 좋은 거 같네..”

“나 없는데도 좋았나 보네~ 계속 그 이야기 하는 거 보니까..”

“하..하하..아니 그냥 그렇단 얘기지..네 생각 얼마나 많이 했는데...”

“그래...?”

“그럼...”

“알았어~ 그런 걸로 하지 모..”



지수는 살짝 삐진 듯이 귀엽게 입술을 내밀고는 펜션 안으로 먼저 들어갔고,

난 지수를 따라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안도 예쁘다~ 사진 많이 찍어 가야겠다. 바깥 풍경도 예쁘고”

“그래..그러자~”

“점심은 네가 할 거야? 아님 내가 할까?”

“내가 할게”

“오오~ 기대 되는데?”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이미 지난 주 여행으로 어느 정도 검증된 나의 요리 실력..

사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바빠서 혼자서 밥을 해 먹는 일이 많아서 나름 요리를

잘한다고 자부하긴 했지만, 남 앞에서 요리를 한 적은 없어서 조금 자신은 없었는데

지난 주 여행으로 확실히 자신감이 생겼고 그로 인해 여행 처음부터 지수에게 점수를

따고 싶었다.



“그럼 난 짐 정리 좀 하고 있을게”

“어어..”



지수가 짐 정리를 하는 동안 시작된 나의 요리..

친구들과 있을 때랑 지수와 있을 때랑 또 달라서 조금 더 긴장이 되긴 했지만, 난 최대한

천천히 기억해둔 레시피대로 요리를 진행했다. 지수를 실망시킬 순 없으니까..



그렇게 요리에 집중을 하며 마무리를 향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순간,

지수가 내 뒤에서 와락 안겼다.



“흐음..냄새 좋은데..”

“어?...어어...”



갑작스런 지수의 백허그..

그리고 내 몸에 살짝 느껴지는 지수의 말캉한 가슴 감촉..

미친 듯이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어..저..지수야 나 이거 좀만 마무리 하고..”

“왜에..나 이러고 있고 싶은데..싫어..?”

“아니..싫을 리가..조..좋아...”



머리가 새하얗다. 요리에 전혀 집중이 되지 않는다.

내 신경은 온통 나를 뒤에서 안고 있는 지수에게로 향했고..



아무 생각 없이 간을 하기 위해 움직이는 내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헤헤..그만 안고 놔줘야겠다..우리 지후 손 떨리는 거 봐..이러다가 완전 소금범벅 먹겠네..”

“어? 어어..”



그제야 나의 품에서 떨어져 나간 지수..

그리고 눈앞에 들어온 숟가락 위에 잔뜩 퍼져 있는 소금..



정말 지수가 놓지 않았다면 이 많은 소금을 그대로 음식에 넣을 뻔 했다.



순간 이마에서 식은땀이 한 줄기 주르륵 흘러내린다.

점수를 따고자 내가 요리 한다고 한 건데 처음부터 점수를 까먹을 뻔 하다니..



“나 손 발만 씻고 올 테니까 맛있게 마무리 잘 해주세용~”

“어..그래..”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는 심장의 두근거림..

그리고 내 등에 남아 있는 지수의 따뜻한 체온..향기..그 말캉한 촉감..



아마 조금만 더 지수가 날 알고 있었다면 내가 먼저 이성을 잃고

지수에게 덤벼들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순간이었다.



어쨌든 그런 엄청난 일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어나지 않았고,

난 무사히 요리를 마치고 지수에게 엄청 맛있다는 극찬을 들었다.

엄지손가락을 몇 번이나 들어 올리면서..





그렇게 시작된 순조로운 여행의 첫 시작..

난 기분 좋게 지수에게 점수를 따면서 왠지 이번 여행에서 지수와

잘 될 수 있을 거 같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직까진 순전히 나 혼자만의 느낌이었지만..



“우리 산책할까? 여기 나무가 많아서 걷기만 해도 힐링 될 거 같고..참 좋을 거 같은데..”

“으응~ 나도 좋아”



난 지수의 손을 잡고 펜션을 나와 근처의 산책로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아무런 말없이 그저 걷기만...



정말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이 이런 사람인 것일까..

말 한 마디 없이 손을 잡고 그저 걷기만 하는데도 참 좋았다.

그저 이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이렇게 함께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손으로 전해지는 지수의 따뜻한 체온..

지수도 아마 내 체온을 느끼고 있겠지...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산책로를 따라 걷고, 근처의 관광명소를 찾아다니며 구경하고

해가 다 지고 나서야 다시 펜션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저녁준비는 지수가..난 옆에서 지수가 하는 걸 도와주었다.



“우리 이러니까 무슨 부부 같지 않아?”

“어? 부부??”

“어..신혼 부부..아닌가? 나 혼자 착각인가?”

“하..하하..아니 좀 그런 거 같긴 해..”



신혼부부라..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지수와 결혼을 하고 이렇게 여행을 오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지..



“너무 노골적으로 좋아하는 거 아냐? 너 얼굴 빨개졌어..크크..”

“하..하하..그랬나...”



하여튼 이놈의 감정처리 안 되는 얼굴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우리는 나의 서포트와 지수의 나쁘지 않은 요리 실력으로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 겸 펜션 앞에서 잠시 산책을 하고 들어왔다.



이제는 내 시나리오대로 고백만이 남은 차례..



지수가 먼저 샤워를 하러 들어간 사이,

난 펜션 안에 불을 모두 끄고 준비해 둔 초를 켜고 작은 케이크와 샴페인을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후 지수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지수가 나오면 바로 고백을 하고..지수의 승낙을 받을 수 있길 바라며..







얼마나 기다렸을까..시계를 보니 고작 십 분이 조금 넘게 지나 있었다.

근데 그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그리고 그 순간 욕실 문이 열리며 지수가 나왔다.



“어...”

“지수야..”

“지후야..뭐야 이게..다..”



지수는 정말 예상도 못했는지 깜짝 놀라 살짝 눈에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

역시 서프라이즈하게 해야 감동적으로 먹히는 것인가...! 라는 생각과 함께

조언을 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난 지수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나 그러고 나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봤는데..그래도 네가 참 좋은 거 같아..”

“..........”

“널..사랑하는 거 같다고..우리 사귈까...?”



잠시의 침묵..그리고 심하게 흔들리는 지수의 눈빛..

왈칵 쏟아지는 눈물..



“지..지수야.....”



지수는 내 품에 안겨 펑펑 대성통곡을 하며 울고 있었다.



당황스러운 상황.. 감동 코드로 인해 조금 울 수도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울 줄은 몰랐기에 난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 그저 지수를 품에 안고 다독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지수야 왜 그래..진정 좀 해...”



식은땀이 흐른다. 혹시 내가 뭘 잘못한 것인가?

난 분명 내 시나리오에 맞춰 전혀 문제없이 진행했는데 뭐가 문제인 것일까...



멍해지는 머리..정말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너무나 당황하고 있던 그 순간..한참을 울던 지수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눈으로..



“너..내가 정말 그렇게 좋아...?”

“어..으응..그럼...정말이지..”

“내가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런 사람...? 너가 어떤 사람인데...”



갑작스러운 지수의 말..당황스러웠다. 몹시도..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지수는 어떤 사람인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니..조금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분명히 들어야 했다. 지수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지수가 어떤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내 마음은 변치 않는다고 난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말해...줘..난 상관없으니까...”

“히잉...바보..바보....”



지수의 눈에 맺혀있던 그렁그렁한 눈물이 다시 뺨을 타고 흘러내리며,

지수가 다시 나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난 그런 지수를 꼭 안으며 다시 한 번 확신했다.

지수가 어떤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난 사랑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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