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의 게임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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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13:43 조회 550회 댓글 0건본문
그녀와의 게임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지수의 얼굴..
“울지 마..”
“안아줘..”
난 말없이 지수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키스해줘..”
난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지수의 입술에 살며시 내 입술을 맞췄다.
그리고 아마도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내가 지수의 입술 안으로 내 혀를 밀어 넣었다.
부드러운 지수의 입술 그리고 혀..
난 지수의 감정이 진정되게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지수의 입술에 내 입을 맞췄다.
“흐음...”
날 조심히 밀치고 내 입술에서 떨어져 나가는 지수의 입술..
그리고 발그레하게 물든 지수의 얼굴..
부끄러운 건가...?
귀엽다..예쁘다..그리고 너무나 사랑스럽다.
“나...나...”
“으응...천천히 말해..”
“흐으음...우리 잘까...?”
“어어...??!”
진심으로 기침이 목에 걸려 사래가 들릴 뻔했다.
얼마 전 민지가 나에게 장난치던 그 대사가 생각나서..
그 말을 그대로 지수도 할 줄이야..
“저..지수야..일단 좀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라앉았어..나 진지해..”
“어...그...하아...”
뭐라 할 말이 없다.
민지와 달랐다. 정말 너무나 진지한 눈빛..
거짓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임 없이 지수의 말대로 자면 될까?
그러면 모든 게 해결 되는 걸까?
지수는 무슨 생각인 걸까...?
머리가 혼란스럽다.
“정말..그럼 모든 게 해결 되는 거야?”
“휴우...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지금은 내 말 들어주면 안 돼?”
“어어. 알았어..”
더 이상은 거절하기 힘들다.
지수가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
그런데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무지 난감하다.
나도 남자인 지라 야동이나 야한 것들을 많이 봤었지만,
실제로 여자와 잠자리를 가져 본 적은 없었기에 지금 이 상황은 무지 당황스러웠다.
보통 잠자리를 가지기 위해서 적당히 분위기 잡으면서,
키스하다가 잠자리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지금처럼 급작스럽게 잠자리 가질까? 하고 시작하는 건 뭔가 굉장히 이상했다.
“어...그...”
“...........”
이런 상황이 난처하긴 지수도 마찬가지인지,
지수는 큰 눈을 그저 꿈뻑 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럴 거면 그런 말이나 꺼내지 말지..
아...난처하다.
“휴우...”
“나..누워? 벗어?”
“어? 어어???”
역시나 직설적인 성격의 지수답다.
날 또 다시 당황시키는 지수..
“그...어..으으음...일단...”
난 일단 지수의 손을 잡고 방으로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
바닥이나 쇼파에서 할 수는 없으니..
지수는 내가 침대에 눕히자 다소곳하게 누워 눈을 초롱초롱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그럼 내가 너무 늑대 같잖아..
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수의 몸 위로 올라갔다.
그리곤 천천히 다시 한 번 지수의 입에 내 입을 맞추며,
처음엔 부드럽게 조금씩 진하게 키스를 나눴다.
조금씩 거칠어지는 지수와 나의 호흡..
난 천천히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지수의 티셔츠 안으로 손을 조심히 밀어 넣었다.
순간 움찔거리는 지수의 몸..
“하지..말까?”
“아...아냐...”
너무나 긴장한 듯한 지수의 표정..
난 순간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너무나 결의에 찬 듯한 지수의 표정을
보고 말릴 수 없겠다 싶어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조금 더 위로 손을
뻗어 보았다.
손끝에 닿는 브래지어의 감촉..
난 조심히 브래지어를 살짝 들어 올리고 그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드디어 손에 닿은 지수의 가슴..
처음으로 느껴보는 여자의 가슴은 정말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그리고 그 순간 터져나오는 갑작스런 지수의 울음..
“흐..흐흑...미..미안...역시 나 안 될 거 같아...미아아안...흐흐흐흑..”
“지..지수야...”
아...이런 당황스런 순간이 있나..
역시 억지로 해선 안 되는 것이였단 생각에 지수를 더 말리지 못했던 나를
뒤늦게 탓하며 난 울고 있는 지수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미안...미안..미안해..네 잘못 아냐..그냥 내가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 그래..미안해..미안해..
지후야...흐흐흑..“
“지..지수야...”
지수는 계속해서 뭐가 그리 미안한 것인지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난 그 미안하다가 뭐가 미안하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너도..너도 내가 싫지..내가 이래서 싫지...그치...?”
“뭐가..말을 해줘야 알지..뭐가 싫어...?으응..? 눈물 좀 그치고 말해 봐..”
“흐으읍...흐...히이이잉....”
그새 얼마나 울었는지 코까지 빨개져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나를 바라보는 지수..
밉기는커녕 난 그런 지수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고 안쓰러웠다.
“다..다른 남자들은 그랬어..내가 스킨쉽에 기겁을 하니까..날 처음엔 좋아하다가 결국
다 헤어졌어...이해를 못 하겠다고..“
“그래서...”
“너도 그럴 거잖아. 너도 남자잖아. 나랑 하고 싶을 거 아냐..”
“아마도 하고 싶겠지..그런데 참을 수 있어..”
“참을 수 있다고?”
“어...너가 싫다면 참을 수 있어. 사랑하는데 있어서 섹스가 필수는 아니잖아..”
“정말...그렇게 생각해...?”
“으응. 정말..”
난 지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 말이 진심이란 걸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못 한다는 건 힘든 일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싫다면 충분히 그 정도는 참아줄 수 있다고 생각되었기에..
“너...그..고자는 아니지...?”
“어어...???푸핫..!!”
갑작스런 지수의 말에 난 정말 웃음이 튀어나왔다.
역시 지수인가.. 이 상황에서 고자라는 소리를 하다니..
“아니...남자들은 다 하고 싶어 하던데..그걸 참을 수 있다는 게 이해가 안 가서..”
“아까도 말했잖아.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참을 수 있다고..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정말....?”
지수의 울먹이며 심각하던 표정이 마침내 웃는 표정으로 바뀐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웃는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이지수의 모습으로..
“웃어..웃으니까 예쁘잖아...”
“헤헤...고마워...”
“그나저나 난 네가 더 이해가 안 간다..”
“뭐가...??”
“키스나 팔짱, 안기는 건 그렇게 스스럼없이 하던 녀석이 스킨쉽을 싫어한다니까..”
“아......”
급작스럽게 지수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진다.
“내가 괜한 걸 물었나 보네..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궁금해...?”
“어..궁금은 하지. 이유가 있을 거 같으니까..근데 기억하기 싫은 일이라면 말 안 해도 돼”
“아니..말할게..우리 이제 사귀는 사이잖아”
“어????”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잘못들은 것이 아닌지..
“어...저..그..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 거 맞아??”
“뭐가..? 아..으응...우리 사귀는 거잖아. 아냐?”
“그...그럼 내 고백 받아준 거...?”
“으응...”
지수의 볼이 발그레하게 붉어진다.
난 너무나 사랑스러운 지수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지후야 좀만 살살..나 숨 막혀..”
“어? 어어”
난 지수가 숨 막히다는 말에 깜짝 놀라 지수를 품에서 살짝 놓아 주었다.
그 순간 얼굴을 빼꼼히 내 밀고 나를 바라보는 지수..너무나 사랑스럽다.
난 지수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그런 내 모습에 배시시 아이처럼 웃는 지수..
“화 안 낼 거야? 바보 같다고 뭐라고 안 할 거야..?”
“무슨...? 아아...”
난 지수의 말에 아까 그 이야기를 털어 놓으려는구나 하는 생각에
지수가 마음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휴우...알았어..그럼 말할게...나 실은 어릴 때 좋아하던 교회 오빠가 있었어”
“응”
“내가 초등학생 때였는데...그 오빠는 중학생이었거든. 나랑 세 살 차이 나는데..얼굴도 잘
생겼고 인기도 엄청 많았어..정말 다른 애들도 많이 좋아했거든“
“으응”
“나도 당연히 그 오빠 혼자 짝사랑했고..근데 애들 소문이란 게 그렇잖아. 나랑 친하던 애가
말을 한 거야. 내가 그 오빠 좋아한다고...결국 그 오빠 귀에도 들어간 거지“
“어어 그래서..”
“그러니까 나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너가 나 좋아하냐고..무지 부끄럽긴 했는데 좋다 그랬지..
그러니까 그 오빠가 그럼 우리 집 놀러 올래? 이러는 거야..그래서 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따라갔지..“
싸한 기분..어째 예감이 좋지 않다.
내 미간은 나도 모르게 살짝 찡그러졌고, 난 이야기에 집중하며 이젠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그리곤...휴우...”
지수는 지금 생각해도 좋지 않은 기억인지 연신 심호흡을 몇 번을 했다.
그리고 눈가에 맺힌 눈물...
더 이상 이야기를 들어도 되는 걸까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지수가 먼저 털어 놓고 싶어한 이야기..
내가 먼저 끊을 순 없었다. 지수가 그만 이야기 한다면 모를까..
“천천히 이야기 해..물 좀 마시고..”
“으응...”
지수는 내가 건네 준 물을 마시고 조금 안정이 됐는지 아까보다 좋아진 표정으로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오빠를 따라 갔는데 집에 아무도 없더라고..다 나갔다고..그리곤 오빠 방으로
데려가서 침대에서 재밌는 놀이 하자고..“
말끝을 흐리는 지수..그와 동시에 난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말았다.
그 다음 이야기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길 바라며..
“그리곤..내 몸을 막...막...더듬는데..어렸어도 이건 너무 아닌 거 같은 거야..그래서
그만 하라고..싫다고..막 울면서 그러는데..오빠가 막 때리면서 화내는 거야. 그래서
너무 무서워서 그냥 아무 말도 못하고 엉엉 울었어..오빠가 내 옷 다 벗길 때까지..“
지금도 그 순간이 생각나는지 이야기를 하며 몸이 파르르 떨리는 지수..
그리고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이 또르르 지수의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더는 듣고 있기 너무나 힘든 이야기..
난 말없이 지수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얼마나 울면서 소리를 쳤는지 몰라..정말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근데 누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다행히 신고가 들어와서 당하기 전에
그 집에서 나올 수 있었어...“
“그 자식은...?”
“그냥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넘어갔어. 다들 좋게좋게 넘어가자는 분위기고..
그 애 부모님은 우리 동네에서 잘 살았거든. 그래서 어차피 여자애 그런 소문나서
좋을 게 뭐 있냐고 좋게 넘어가자고 해서 그냥 사과만 받고 넘어갔어..뭐...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 집은 이사 했고..내가 그 동네에 살기 너무 힘들어 했으니까..
자꾸만 그 오빠 생각나서...“
“개자식...!!”
끓어오르는 분노..난 있는 힘껏 주먹을 쥐고 벽을 쾅 소리가 나게 쳤다.
눈앞에 그 자식이 있다면 이렇게 있는 힘껏 때리고 싶다는 생각에..
“지..지후야..괜찮아..!!”
깜짝 놀라 커다란 눈이 더욱 더 커져서 나를 바라보는 지수..
난 주먹이 얼얼하고 찌릿한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지수에게
웃어 보였다.
“이 정도쯤이야 뭐..하하...그 자식 눈앞에 있었으면 이렇게 한 방 날려 버릴 건데..”
“됐어..다 지난 일인데 뭐..”
“뭐가 지난 일이야...넌 그럼 용서한 거야?”
“별 도리가 없잖아..지금 와서..”
“하아..진짜 돈 있는 놈이 최고구나..돈이면 다...”
입맛이 씁쓸하다. 어린애한테 그런 짓을 하고도 고작 사과 하나 정도로 끝이 나다니..
“그러고 나서 남자랑 스킨쉽 하는 게 한동안 너무나 두려웠어. 정말 살짝 내 몸에
손을 대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나다 이러다 정말
내가 너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내가 스킨쉽을
해보기도 했는데...키스 그 이상으로는 안 되는 거야 도저히..“
“아...그래서....”
이제야 모든 의문이 풀린 듯하다.
지나치게 스킨쉽을 자연스럽고 적극적으로 하던 모습..
내 고백에도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모습으로 답하던 모습..
그 모든 게 이런 힘든 과거였단 사실에 내 마음 한 구석은 찌릿한 통증과 함께 아려왔다.
“미안 난 그런 것도 모르고..내 맘도 몰라준다고 보채고..”
“아냐..내가 아무 말도 안 했는걸...”
“그래도...많이 힘들었을 텐데...그런 고백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털어놔줘서 고마워..”
“히잉....또 눈물 날라 그런다...”
지수는 다시 한 번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고, 난 그런 지수를 말없이 다시 꼭 품에
안았다.
한참을..그렇게 또 한참을...
지수의 그 상처가 하루 빨리 아물 수 있길 바라며..
더 이상은 울지 않길 바라며...
항상 웃을 수 있길...
얼마나 그렇게 서로를 꼭 안고 있었을까..
지수가 고개를 살짝 들고 나를 올려다본다.
“근데 언제 대답해줄 거야?”
“무슨 대답?”
“이런 나라도...받아줄 거야...?”
난 대답 대신 웃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럼...이렇게 예쁜 걸..이렇게 사랑스러운 걸...내가 많이 사랑해줄게..상처 받았던 거
다 아물고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더 많이 그렇게 사랑해줄게..“
“지후야...”
부드럽게 내 입술에 와 닿는 지수의 입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입술을 마주치고 부드럽게 그리고 점점 진하게
서로의 입술과 혀를 탐하며 진하게 키스를 나눴다.
한참을...밤에서 새벽이 될 때까지...
지수가 내 품에서 잠이 들어 새록새록 숨소리를 낼 때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 마주치고 있던 입술을 떼고 잠든 지수의 얼굴을
그저 난 한참을 바라보았다.
‘사랑해 정말 많이...이젠 항상 내가 웃게 해줄게..’
난 잠든 지수의 입술에 다시 한 번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추고는
지수의 조그만 손을 꼭 거머쥐었다.
친구들이 들으면 미친놈이라고..정신 나간 놈이라고 욕하겠지만..
정말 말 그대로 손만 잡고 잘 수 있게 지수의 손을 한 번 더 그렇게 힘을 주어
꼭 거머쥐었다.
지수의 마음이 이젠 편안해 지길 바라며..
공식적인 커플이 된 지수와의 여행..
난 여행을 갔다 오자마자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 사이를 털어놓았다.
덕분에 지수의 얼굴은 부끄러움에 빨갛게 물들어 버렸고,
민재와 지혜는 예상했다는 반응...민지는 언제나 그렇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축하한다는
감정이 전혀 섞이지 않은 말투로 우리를 축하해줬다.
“그게 축하해주는 사람 말투냐?”
“어어~ 엄청 축하해주는 거거든”
“아아...말을 말자”
“어~ 넌 말 안하는 게 좋은 거야. 말 하면 확~ 깨거든. 그런 의미로 지수가 참 대단해.
저런 바보 멍청이 밥통을 구제했다는 점에서 말이야“
“크크크크”
“푸하하”
민지의 말에 민재와 지혜는 웃음이 빵 터졌고, 나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나를 바보로
만든 민지를 뚫어질 듯이 노려보았다. 물론 그런다고 콧방귀도 안 뀔 민지지만..
“아오..저걸...하아..”
“크크 됐어~ 민지가 장난 친 걸 가지고..어머 내 정신 좀 봐~ 나 오늘 약속 있는데..
미안 나 먼저 들어갈게~ 지후야 내일 봐“
“어어~”
“야야~~~ 이것들이! 이젠 대 놓고~~!!”
나가기 전 지수는 나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하고 사라졌고, 덕분에 난 친구들의 부러움과
시기 어린 시선의 눈초리를 잔뜩 받아야만 했다.
“좋냐? 좋아? 아주 좋아주는 구만”
“흐흐..이해 좀 해주라. 나 첫 연애라니까..”
“그래~ 누군 좋겄다...아휴...난 그만 갈란다”
“가게?”
“어~ 가야지. 지혜 넌 안 가?”
“나도 그만 가야지”
아직까지 어색한 민지와 민재의 사이..
민재는 가기 전 어색하게 민지와 눈인사를 하고는 나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지혜와 함께 먼저 가버렸다.
“나도 가련다”
“같이 가. 어차피 같은 방향이잖아”
“누가 뭐래..”
“까칠하긴...”
난 먼저 일어서서 나가는 민지를 따라 늘 그렇듯이 같은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왠일로 버스 안에서 한 마디 말도 없는 민지..
원래 자기 기분 좋으면 이런 저런 소리를 떠들다가,
기분 안 좋은 날은 한 마디 말도 없긴 했지만 오늘은 딱히 기분이 안 좋아 보이지도
않았는데 아무 말이 없어 무언가 이상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나로선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집까지 오는 동안 우리는 한 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민지는 들어가기 전 나에게 짧은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려 했다.
“안녕 내일 보자”
“야”
“어?”
“화났냐??”
“뭔 소리래..너랑 나랑 싸웠냐?”
“아니..”
“근데 뭔 화냐? 싸워야 내는 게 화지..그래 안 그래?”
“어..뭐..그렇지...?”
“그러니까 너가 바보 멍청이 밥통인거야..안녕”
“야야야야!!!”
하지만 이미 자기 할 말만 하고 쏙 들어가 버리는 민지..
난 그저 분노를 속으로 삭이며 씩씩대면서 집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아오~~~~~이웃집에 어떻게 저런 녀석이 살아서~~!”
난 으레 그렇듯 민지에게 당한 화를 풀기 위해 신나게 베개를 두들겼다.
당연히 베개에 민지의 얼굴을 떠올리며..
정말 남자라면 신나게 두들겨 팼을 수도..
그 순간 들려오는 카톡 소리..100% 민지일 것이다.
항상 이렇게 시끄럽게 굴면 바로 날아오니까..
-시끄러
역시나 예상대로다.
-너가 열 받게 했잖아~~
-층간소음이라고 들어봤냐? 옆집소음으로 신고한다
-신고 해라 해~~
-호오...? 안 무섭다 이거야..그럼 이건 어때?
-뭐...뭐....?
-지수가 내가 네 옆집에 사는 거 아냐? 우리가 계약 관계라는 것도..?
-야...야..갑자기 거기서 지수 얘기를 왜...
순간 등 뒤로 식은땀이 한 방울 주르륵 흘러내린다.
역시나 악마 같은 녀석..
한 번씩 착한 척 하는 그 모습은 본 모습이 아닌 것이다.
어쩌다가 내 옆에 저런 녀석이 이사를 와서..
-하...하하...그..미안..내가 조용히 할게..잘못했다
-진즉에 그렇게 나올 것이지. 할 일 없으면 과제나 해. 그러다 F 맞지 말고.
-어...어어...
말을 해도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하는지..
마치 진짜 F를 맞길 바라는 말투다.
하지만 어찌하리..저 빌어먹을 녀석과 난 계약 관계인데..
그저 서둘러 이 관계가 끝나기만을 바랄뿐..
“울지 마..”
“안아줘..”
난 말없이 지수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키스해줘..”
난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지수의 입술에 살며시 내 입술을 맞췄다.
그리고 아마도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내가 지수의 입술 안으로 내 혀를 밀어 넣었다.
부드러운 지수의 입술 그리고 혀..
난 지수의 감정이 진정되게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지수의 입술에 내 입을 맞췄다.
“흐음...”
날 조심히 밀치고 내 입술에서 떨어져 나가는 지수의 입술..
그리고 발그레하게 물든 지수의 얼굴..
부끄러운 건가...?
귀엽다..예쁘다..그리고 너무나 사랑스럽다.
“나...나...”
“으응...천천히 말해..”
“흐으음...우리 잘까...?”
“어어...??!”
진심으로 기침이 목에 걸려 사래가 들릴 뻔했다.
얼마 전 민지가 나에게 장난치던 그 대사가 생각나서..
그 말을 그대로 지수도 할 줄이야..
“저..지수야..일단 좀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라앉았어..나 진지해..”
“어...그...하아...”
뭐라 할 말이 없다.
민지와 달랐다. 정말 너무나 진지한 눈빛..
거짓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임 없이 지수의 말대로 자면 될까?
그러면 모든 게 해결 되는 걸까?
지수는 무슨 생각인 걸까...?
머리가 혼란스럽다.
“정말..그럼 모든 게 해결 되는 거야?”
“휴우...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지금은 내 말 들어주면 안 돼?”
“어어. 알았어..”
더 이상은 거절하기 힘들다.
지수가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
그런데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무지 난감하다.
나도 남자인 지라 야동이나 야한 것들을 많이 봤었지만,
실제로 여자와 잠자리를 가져 본 적은 없었기에 지금 이 상황은 무지 당황스러웠다.
보통 잠자리를 가지기 위해서 적당히 분위기 잡으면서,
키스하다가 잠자리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지금처럼 급작스럽게 잠자리 가질까? 하고 시작하는 건 뭔가 굉장히 이상했다.
“어...그...”
“...........”
이런 상황이 난처하긴 지수도 마찬가지인지,
지수는 큰 눈을 그저 꿈뻑 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럴 거면 그런 말이나 꺼내지 말지..
아...난처하다.
“휴우...”
“나..누워? 벗어?”
“어? 어어???”
역시나 직설적인 성격의 지수답다.
날 또 다시 당황시키는 지수..
“그...어..으으음...일단...”
난 일단 지수의 손을 잡고 방으로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
바닥이나 쇼파에서 할 수는 없으니..
지수는 내가 침대에 눕히자 다소곳하게 누워 눈을 초롱초롱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그럼 내가 너무 늑대 같잖아..
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수의 몸 위로 올라갔다.
그리곤 천천히 다시 한 번 지수의 입에 내 입을 맞추며,
처음엔 부드럽게 조금씩 진하게 키스를 나눴다.
조금씩 거칠어지는 지수와 나의 호흡..
난 천천히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지수의 티셔츠 안으로 손을 조심히 밀어 넣었다.
순간 움찔거리는 지수의 몸..
“하지..말까?”
“아...아냐...”
너무나 긴장한 듯한 지수의 표정..
난 순간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너무나 결의에 찬 듯한 지수의 표정을
보고 말릴 수 없겠다 싶어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조금 더 위로 손을
뻗어 보았다.
손끝에 닿는 브래지어의 감촉..
난 조심히 브래지어를 살짝 들어 올리고 그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드디어 손에 닿은 지수의 가슴..
처음으로 느껴보는 여자의 가슴은 정말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그리고 그 순간 터져나오는 갑작스런 지수의 울음..
“흐..흐흑...미..미안...역시 나 안 될 거 같아...미아아안...흐흐흐흑..”
“지..지수야...”
아...이런 당황스런 순간이 있나..
역시 억지로 해선 안 되는 것이였단 생각에 지수를 더 말리지 못했던 나를
뒤늦게 탓하며 난 울고 있는 지수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미안...미안..미안해..네 잘못 아냐..그냥 내가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 그래..미안해..미안해..
지후야...흐흐흑..“
“지..지수야...”
지수는 계속해서 뭐가 그리 미안한 것인지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난 그 미안하다가 뭐가 미안하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너도..너도 내가 싫지..내가 이래서 싫지...그치...?”
“뭐가..말을 해줘야 알지..뭐가 싫어...?으응..? 눈물 좀 그치고 말해 봐..”
“흐으읍...흐...히이이잉....”
그새 얼마나 울었는지 코까지 빨개져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나를 바라보는 지수..
밉기는커녕 난 그런 지수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고 안쓰러웠다.
“다..다른 남자들은 그랬어..내가 스킨쉽에 기겁을 하니까..날 처음엔 좋아하다가 결국
다 헤어졌어...이해를 못 하겠다고..“
“그래서...”
“너도 그럴 거잖아. 너도 남자잖아. 나랑 하고 싶을 거 아냐..”
“아마도 하고 싶겠지..그런데 참을 수 있어..”
“참을 수 있다고?”
“어...너가 싫다면 참을 수 있어. 사랑하는데 있어서 섹스가 필수는 아니잖아..”
“정말...그렇게 생각해...?”
“으응. 정말..”
난 지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 말이 진심이란 걸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못 한다는 건 힘든 일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싫다면 충분히 그 정도는 참아줄 수 있다고 생각되었기에..
“너...그..고자는 아니지...?”
“어어...???푸핫..!!”
갑작스런 지수의 말에 난 정말 웃음이 튀어나왔다.
역시 지수인가.. 이 상황에서 고자라는 소리를 하다니..
“아니...남자들은 다 하고 싶어 하던데..그걸 참을 수 있다는 게 이해가 안 가서..”
“아까도 말했잖아.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참을 수 있다고..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정말....?”
지수의 울먹이며 심각하던 표정이 마침내 웃는 표정으로 바뀐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웃는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이지수의 모습으로..
“웃어..웃으니까 예쁘잖아...”
“헤헤...고마워...”
“그나저나 난 네가 더 이해가 안 간다..”
“뭐가...??”
“키스나 팔짱, 안기는 건 그렇게 스스럼없이 하던 녀석이 스킨쉽을 싫어한다니까..”
“아......”
급작스럽게 지수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진다.
“내가 괜한 걸 물었나 보네..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궁금해...?”
“어..궁금은 하지. 이유가 있을 거 같으니까..근데 기억하기 싫은 일이라면 말 안 해도 돼”
“아니..말할게..우리 이제 사귀는 사이잖아”
“어????”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잘못들은 것이 아닌지..
“어...저..그..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 거 맞아??”
“뭐가..? 아..으응...우리 사귀는 거잖아. 아냐?”
“그...그럼 내 고백 받아준 거...?”
“으응...”
지수의 볼이 발그레하게 붉어진다.
난 너무나 사랑스러운 지수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지후야 좀만 살살..나 숨 막혀..”
“어? 어어”
난 지수가 숨 막히다는 말에 깜짝 놀라 지수를 품에서 살짝 놓아 주었다.
그 순간 얼굴을 빼꼼히 내 밀고 나를 바라보는 지수..너무나 사랑스럽다.
난 지수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그런 내 모습에 배시시 아이처럼 웃는 지수..
“화 안 낼 거야? 바보 같다고 뭐라고 안 할 거야..?”
“무슨...? 아아...”
난 지수의 말에 아까 그 이야기를 털어 놓으려는구나 하는 생각에
지수가 마음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휴우...알았어..그럼 말할게...나 실은 어릴 때 좋아하던 교회 오빠가 있었어”
“응”
“내가 초등학생 때였는데...그 오빠는 중학생이었거든. 나랑 세 살 차이 나는데..얼굴도 잘
생겼고 인기도 엄청 많았어..정말 다른 애들도 많이 좋아했거든“
“으응”
“나도 당연히 그 오빠 혼자 짝사랑했고..근데 애들 소문이란 게 그렇잖아. 나랑 친하던 애가
말을 한 거야. 내가 그 오빠 좋아한다고...결국 그 오빠 귀에도 들어간 거지“
“어어 그래서..”
“그러니까 나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너가 나 좋아하냐고..무지 부끄럽긴 했는데 좋다 그랬지..
그러니까 그 오빠가 그럼 우리 집 놀러 올래? 이러는 거야..그래서 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따라갔지..“
싸한 기분..어째 예감이 좋지 않다.
내 미간은 나도 모르게 살짝 찡그러졌고, 난 이야기에 집중하며 이젠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그리곤...휴우...”
지수는 지금 생각해도 좋지 않은 기억인지 연신 심호흡을 몇 번을 했다.
그리고 눈가에 맺힌 눈물...
더 이상 이야기를 들어도 되는 걸까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지수가 먼저 털어 놓고 싶어한 이야기..
내가 먼저 끊을 순 없었다. 지수가 그만 이야기 한다면 모를까..
“천천히 이야기 해..물 좀 마시고..”
“으응...”
지수는 내가 건네 준 물을 마시고 조금 안정이 됐는지 아까보다 좋아진 표정으로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오빠를 따라 갔는데 집에 아무도 없더라고..다 나갔다고..그리곤 오빠 방으로
데려가서 침대에서 재밌는 놀이 하자고..“
말끝을 흐리는 지수..그와 동시에 난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말았다.
그 다음 이야기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길 바라며..
“그리곤..내 몸을 막...막...더듬는데..어렸어도 이건 너무 아닌 거 같은 거야..그래서
그만 하라고..싫다고..막 울면서 그러는데..오빠가 막 때리면서 화내는 거야. 그래서
너무 무서워서 그냥 아무 말도 못하고 엉엉 울었어..오빠가 내 옷 다 벗길 때까지..“
지금도 그 순간이 생각나는지 이야기를 하며 몸이 파르르 떨리는 지수..
그리고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이 또르르 지수의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더는 듣고 있기 너무나 힘든 이야기..
난 말없이 지수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얼마나 울면서 소리를 쳤는지 몰라..정말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근데 누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다행히 신고가 들어와서 당하기 전에
그 집에서 나올 수 있었어...“
“그 자식은...?”
“그냥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넘어갔어. 다들 좋게좋게 넘어가자는 분위기고..
그 애 부모님은 우리 동네에서 잘 살았거든. 그래서 어차피 여자애 그런 소문나서
좋을 게 뭐 있냐고 좋게 넘어가자고 해서 그냥 사과만 받고 넘어갔어..뭐...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 집은 이사 했고..내가 그 동네에 살기 너무 힘들어 했으니까..
자꾸만 그 오빠 생각나서...“
“개자식...!!”
끓어오르는 분노..난 있는 힘껏 주먹을 쥐고 벽을 쾅 소리가 나게 쳤다.
눈앞에 그 자식이 있다면 이렇게 있는 힘껏 때리고 싶다는 생각에..
“지..지후야..괜찮아..!!”
깜짝 놀라 커다란 눈이 더욱 더 커져서 나를 바라보는 지수..
난 주먹이 얼얼하고 찌릿한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지수에게
웃어 보였다.
“이 정도쯤이야 뭐..하하...그 자식 눈앞에 있었으면 이렇게 한 방 날려 버릴 건데..”
“됐어..다 지난 일인데 뭐..”
“뭐가 지난 일이야...넌 그럼 용서한 거야?”
“별 도리가 없잖아..지금 와서..”
“하아..진짜 돈 있는 놈이 최고구나..돈이면 다...”
입맛이 씁쓸하다. 어린애한테 그런 짓을 하고도 고작 사과 하나 정도로 끝이 나다니..
“그러고 나서 남자랑 스킨쉽 하는 게 한동안 너무나 두려웠어. 정말 살짝 내 몸에
손을 대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나다 이러다 정말
내가 너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내가 스킨쉽을
해보기도 했는데...키스 그 이상으로는 안 되는 거야 도저히..“
“아...그래서....”
이제야 모든 의문이 풀린 듯하다.
지나치게 스킨쉽을 자연스럽고 적극적으로 하던 모습..
내 고백에도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모습으로 답하던 모습..
그 모든 게 이런 힘든 과거였단 사실에 내 마음 한 구석은 찌릿한 통증과 함께 아려왔다.
“미안 난 그런 것도 모르고..내 맘도 몰라준다고 보채고..”
“아냐..내가 아무 말도 안 했는걸...”
“그래도...많이 힘들었을 텐데...그런 고백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털어놔줘서 고마워..”
“히잉....또 눈물 날라 그런다...”
지수는 다시 한 번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고, 난 그런 지수를 말없이 다시 꼭 품에
안았다.
한참을..그렇게 또 한참을...
지수의 그 상처가 하루 빨리 아물 수 있길 바라며..
더 이상은 울지 않길 바라며...
항상 웃을 수 있길...
얼마나 그렇게 서로를 꼭 안고 있었을까..
지수가 고개를 살짝 들고 나를 올려다본다.
“근데 언제 대답해줄 거야?”
“무슨 대답?”
“이런 나라도...받아줄 거야...?”
난 대답 대신 웃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럼...이렇게 예쁜 걸..이렇게 사랑스러운 걸...내가 많이 사랑해줄게..상처 받았던 거
다 아물고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더 많이 그렇게 사랑해줄게..“
“지후야...”
부드럽게 내 입술에 와 닿는 지수의 입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입술을 마주치고 부드럽게 그리고 점점 진하게
서로의 입술과 혀를 탐하며 진하게 키스를 나눴다.
한참을...밤에서 새벽이 될 때까지...
지수가 내 품에서 잠이 들어 새록새록 숨소리를 낼 때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 마주치고 있던 입술을 떼고 잠든 지수의 얼굴을
그저 난 한참을 바라보았다.
‘사랑해 정말 많이...이젠 항상 내가 웃게 해줄게..’
난 잠든 지수의 입술에 다시 한 번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추고는
지수의 조그만 손을 꼭 거머쥐었다.
친구들이 들으면 미친놈이라고..정신 나간 놈이라고 욕하겠지만..
정말 말 그대로 손만 잡고 잘 수 있게 지수의 손을 한 번 더 그렇게 힘을 주어
꼭 거머쥐었다.
지수의 마음이 이젠 편안해 지길 바라며..
공식적인 커플이 된 지수와의 여행..
난 여행을 갔다 오자마자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 사이를 털어놓았다.
덕분에 지수의 얼굴은 부끄러움에 빨갛게 물들어 버렸고,
민재와 지혜는 예상했다는 반응...민지는 언제나 그렇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축하한다는
감정이 전혀 섞이지 않은 말투로 우리를 축하해줬다.
“그게 축하해주는 사람 말투냐?”
“어어~ 엄청 축하해주는 거거든”
“아아...말을 말자”
“어~ 넌 말 안하는 게 좋은 거야. 말 하면 확~ 깨거든. 그런 의미로 지수가 참 대단해.
저런 바보 멍청이 밥통을 구제했다는 점에서 말이야“
“크크크크”
“푸하하”
민지의 말에 민재와 지혜는 웃음이 빵 터졌고, 나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나를 바보로
만든 민지를 뚫어질 듯이 노려보았다. 물론 그런다고 콧방귀도 안 뀔 민지지만..
“아오..저걸...하아..”
“크크 됐어~ 민지가 장난 친 걸 가지고..어머 내 정신 좀 봐~ 나 오늘 약속 있는데..
미안 나 먼저 들어갈게~ 지후야 내일 봐“
“어어~”
“야야~~~ 이것들이! 이젠 대 놓고~~!!”
나가기 전 지수는 나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하고 사라졌고, 덕분에 난 친구들의 부러움과
시기 어린 시선의 눈초리를 잔뜩 받아야만 했다.
“좋냐? 좋아? 아주 좋아주는 구만”
“흐흐..이해 좀 해주라. 나 첫 연애라니까..”
“그래~ 누군 좋겄다...아휴...난 그만 갈란다”
“가게?”
“어~ 가야지. 지혜 넌 안 가?”
“나도 그만 가야지”
아직까지 어색한 민지와 민재의 사이..
민재는 가기 전 어색하게 민지와 눈인사를 하고는 나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지혜와 함께 먼저 가버렸다.
“나도 가련다”
“같이 가. 어차피 같은 방향이잖아”
“누가 뭐래..”
“까칠하긴...”
난 먼저 일어서서 나가는 민지를 따라 늘 그렇듯이 같은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왠일로 버스 안에서 한 마디 말도 없는 민지..
원래 자기 기분 좋으면 이런 저런 소리를 떠들다가,
기분 안 좋은 날은 한 마디 말도 없긴 했지만 오늘은 딱히 기분이 안 좋아 보이지도
않았는데 아무 말이 없어 무언가 이상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나로선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집까지 오는 동안 우리는 한 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민지는 들어가기 전 나에게 짧은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려 했다.
“안녕 내일 보자”
“야”
“어?”
“화났냐??”
“뭔 소리래..너랑 나랑 싸웠냐?”
“아니..”
“근데 뭔 화냐? 싸워야 내는 게 화지..그래 안 그래?”
“어..뭐..그렇지...?”
“그러니까 너가 바보 멍청이 밥통인거야..안녕”
“야야야야!!!”
하지만 이미 자기 할 말만 하고 쏙 들어가 버리는 민지..
난 그저 분노를 속으로 삭이며 씩씩대면서 집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아오~~~~~이웃집에 어떻게 저런 녀석이 살아서~~!”
난 으레 그렇듯 민지에게 당한 화를 풀기 위해 신나게 베개를 두들겼다.
당연히 베개에 민지의 얼굴을 떠올리며..
정말 남자라면 신나게 두들겨 팼을 수도..
그 순간 들려오는 카톡 소리..100% 민지일 것이다.
항상 이렇게 시끄럽게 굴면 바로 날아오니까..
-시끄러
역시나 예상대로다.
-너가 열 받게 했잖아~~
-층간소음이라고 들어봤냐? 옆집소음으로 신고한다
-신고 해라 해~~
-호오...? 안 무섭다 이거야..그럼 이건 어때?
-뭐...뭐....?
-지수가 내가 네 옆집에 사는 거 아냐? 우리가 계약 관계라는 것도..?
-야...야..갑자기 거기서 지수 얘기를 왜...
순간 등 뒤로 식은땀이 한 방울 주르륵 흘러내린다.
역시나 악마 같은 녀석..
한 번씩 착한 척 하는 그 모습은 본 모습이 아닌 것이다.
어쩌다가 내 옆에 저런 녀석이 이사를 와서..
-하...하하...그..미안..내가 조용히 할게..잘못했다
-진즉에 그렇게 나올 것이지. 할 일 없으면 과제나 해. 그러다 F 맞지 말고.
-어...어어...
말을 해도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하는지..
마치 진짜 F를 맞길 바라는 말투다.
하지만 어찌하리..저 빌어먹을 녀석과 난 계약 관계인데..
그저 서둘러 이 관계가 끝나기만을 바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