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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게임 - 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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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13:43 조회 65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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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게임처음..

처음이란 건 어떤 단어를 가져다 붙여도 참 예쁜 말이다.



첫 사랑, 첫 키스, 첫 연애, 첫 여자 친구..



비록 지수가 내 첫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 1퍼센트 정도 아쉽긴 했지만,

그걸 모두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지수는 나에게 과분한 아이였다.



나의 첫 키스, 첫 연애, 첫 여자 친구..

지수는 나에게 수많은 처음이란 단어를 사용하게 해 준 소중한

나의 첫 여자 친구였다.



“우리 오늘 놀이공원 갈래?”

“수업은???”

“원래 1학년 때는 수업도 좀 째고 그러는거야~~~ 가자~!!!”

“어어어어어~~”



조금은 걱정된 지수의 과거..

지수에게 그런 어두운 부분이 있다거나, 지수가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해서

걱정된 건 아니었다. 그런 부분은 내가 얼마든지 감싸 안아줄 수 있고 보듬어

줄 수 있으니까..



다만 지수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해서 못내 신경 쓰고 나를 예전과 같이

대하기 힘들어 하지 않을까 그게 조금이 걱정이 됐는데,

지수는 다행히 금방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너무나 밝고 긍정적인 내가 좋아하는 지수의 모습으로..



“같이 가~~”

“얼른 와~ 안 그러면 나 먼저 간다”



즉흥적으로 결정 된 지수와의 놀이 공원행..



평소 그리 모범생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문제아와 모범생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모범생에 가까운 나였던지라 이렇게 수업을 째고 놀러 간다는 건 평소

나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물론 지금도 내 의지가 아닌 오로지 지수의 의지대로 거의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것이긴 하지만..



-너 어디냐??? 수업 안 오냐?? 설마..지수랑 같이 쨌냐?? 이것들이~ 지들끼리만!!

-우와...진짜 그런 거?? 대박...실망...흐흑...

-멍청이 만나더니 지수까지 이런...흐음...



놀이 공원행 버스에 올라탄 지 십분도 지나지 않아서 단체 카톡이 난리가 났다.

지수는 그런 친구들의 반응이 재밌는지 그저 웃기만 할 뿐..

나 혼자 안절부절이었다.



“애들 엄청 화난 거 아냐?”

“괜찮을 거야~ 크크..아니면 뭐 내가 소개팅이라도 좀 시켜주지 뭐..”

“그래...에라~ 나도 모르겠다...흐흐..삐지면 어쩔 수 없지 뭐~”



난 아직까지 우리 둘만 이야기도 안 하고 수업을 빼먹고 놀러 간다는 아주 조금은

마음이 걸렸지만, 이미 버스는 출발했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신나게 놀고

오자고 마음을 먹었다.



더군다나 놀이 공원이라면 정말 어릴 때부터 여자 친구가 생기면 꼭 한 번쯤은

가보고 싶던 곳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살면서 놀이공원을 한 번도 못 가보기도 했고..









“생각보다 한가하네~”

“어~ 평일 오전이잖아~ 이렇게 한가할 때 와야지 안 기다리고 신나게 탄다고~

따라와~“

“어? 어어어~~”



난 무작정 내 손을 이끌고 씩씩하게 앞장서 가는 지수를 따라갔고,

고행의 여정이 시작됐다.



그렇다.

지수는 놀이공원 매니아 중 매니아였다.



정말 잠시도 쉬지 않고 그것도 한 눈에 보기만 해도 무서워 보이는

놀이기구만 골라서 타는 지수..



“으아아아아아아악!!!!!!”

“와아~~~ 재밌다!!!”



아마 놀이 공원 안에서 쉴 새 없이 내 목소리가 울려 퍼졌을 것이다.

이까짓 꺼 그냥 타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나....놀이 기구가 이리 무서운 것일 줄이야..



정말 잠시도 쉬지 않고 놀이기구를 타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1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내 목소리는 이제 갓 오후가 됐는데 거의 다 쉬어 있었다.



“허억...허억...이제 그만 타고 좀 쉬자...하아..”

“그래~ 배고프니까 점심 먹으러 가자~ 뭐 먹고 싶어?”

“아..아무거나...”



사실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아니 당장 집에 가고픈 그런 마음이었다.

정신이 진짜 완전히 다 빠져나간 그런 느낌..

아마 지금 거울로 내 모습을 본다면 정말 퀭하다는 느낌의 그런 얼굴이 아닐까 싶었다.



“크크크~ 완전 넋이 나갔구만. 알았어~ 오후엔 좀 살살 타자~ 무슨 남자 애가 이렇게

놀이기구를 못 타냐~“

“어어...그러게...”



평소 같으면 발끈해서 잘 탄다고 반박을 했겠지만, 난 정말 조금도 부정할 기력이 없었고

그저 지수가 끌고 가는 곳으로 가서 입으로 뭘 먹었는지 모를 점심을 대충 먹고 나와 쉬었다.



왜냐하면 지수는 또 놀이 기구를 타러 갔으니까..그것도 아주 익스트림해 보이는 것으로..



지금 당장 저 놀이 기구를 탔다가는 얼마 먹지도 않은 점심을 모두 공중에서 토할 것 같아서,

필사적으로 안탄다고 버텨서 난 지상에 머무를 수 있었다.



덕분에 지수는 살짝 삐진 거 같았지만...



“아아아~ 완전 재밌어~!!! 다음에 오면 저거 두 번 타야지..같이 탔으면 좋았을 건데..”

“하...하하..그러게..”

“으휴~~ 재미없는 남친~~ 크크크...이러다 정말 죽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범퍼카나 탈까?아니면 회전 목마?”

“어~ 어어어어!! 그게 좋겠다 그게~~!!”



오늘 와서 놀이 기구 타자고 한 것 중 아마 가장 긍정적인 반응이었을 것이다.

정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니 말이다.



“크크크~ 알았어. 저기 가자. 저거는 탈 수 있겠지?”

“어어~”



눈앞에 보이는 회전목마..

어릴 때 티비 같은 거 보면 놀이 공원 가서 누가 저렇게 재미없는 탄다고 만들어 놨을까?

라고 혼자서 생각하고 했는데..

지금 내 눈에 보이는 회전목마는 정말 나에게 구세주 같이 느껴졌다.

세상에 저렇게 좋은 놀이 기구가 다 있다니....!



“아휴~ 재미없어~”

“왜에~ 좋은데..!!!”



안정적인 승차감..아래위로 적당히 흔들리는 목마..

최고다~!!! 놀이기구는 역시 이래야지..! 암...그렇고말고...!!



난 정말 오늘 와서 가장 크게 그리고 환하게 웃음을 지었고,

지수는 재미없다고 투덜거리다 그런 내 모습에 빵 터져서 몇 번이고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이 모습을 꼭 남겨두겠다고...







“벌써 6시네~ 이제 그만 갈까?”

“어어 그래...”



잠깐의 회전목마..오늘 놀이 공원 중에서 아주 잠깐 정말 행복했었던 순간이었다.

그 후에 이어진 다시 한 번 공포의 놀이기구 타임은 생각만 해도 정말...



난 지금 이 순간 이제 그만 가자는 지수의 그 말이 세상 그 어떤 말보다 가장

좋았고, 가장 듣기 좋은 말이었다.



역시 환상은 환상일 뿐..놀이 공원에 대한 환상은 개뿔..

놀이 공원을 나오며 다시 한 번 놀이 공원에 온다면 성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래 놓고 지수가 오자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또 끌려오겠지만..













놀이 공원을 나와서 간단히 저녁만 먹고 헤어지자는 게 지수와의 쉴 새 없는 수다에

시간 가는 줄 모르다 집에 와보니 어느새 10시..



오늘도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내 모든 일상에 지수가 스며들어 있다는 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아니..살면서 이렇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있었을까 싶다.









그런데 어딘가 허전한 이 기분..

이 묘한 기분은 뭘까...?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명의 이름...민지..



지수와의 공개 연애를 밝히고 나서부터였을까..

민지는 이제 내가 집에 들어오는 시간에 연락이 없었다.

당연히 귀찮은 일들로 날 부르는 일들도 꽤나 줄어 있었고..



여전히 한 번씩 계약을 들먹이며 잡심부름을 시키긴 했지만 말이다.



역시나 지수가 신경이 쓰여서 그런 것일까..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말이다.



분명히 여전히 계약 관계이지만 이제는 뭔가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운 기분..

그럼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어딘가 이상하다.

마치 늘 있어야 할 곳에 있는 물건이 없는 것처럼..



그리고..

왜 이렇게 궁금한 걸까..

늘 불면증이라고 잠도 잘 못 잔다면서 잠을 잘 자고 있는 건지..



‘자는 걸까....?’



씻고 나오니 이미 11시가 넘은 시간..

난 민지에게 카톡을 보낼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다 그냥 지워버렸다.

괜히 불면증도 있는 사람 자다가 깨워서 또 신경질이나 나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어서..



“아휴 모르겄다...잘 자겠지 뭐...”



나만의 착각일까..

우린 꽤나 서로에 대해 많이 알고 친한 사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멀어진 거 같은 느낌에 분명 서운한 마음도 많이 들긴 했지만..

민지는 날 그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난 복잡한 생각을

떨쳐 버렸다.



어차피 처음부터 우린 정상적이지 않은 무언가 이상한 관계로 얽힌

계약 관계였으니 말이다.



민지가 내 생활에 터치하지 않는다면 나도 더 이상 터치를 하거나 신경을 쓸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어제는 잘 놀다 왔냐?”

“흐흐흐..너무 째려보는 거 아니냐?”

“부러워서 그런다~ 부러워서...누군 여자 친구랑 놀이 공원에서 데이트도 하고 하는데..

난 이 봄날에 이게 무슨 처지인지..“

“힘내라 임마~ 너도 곧 좋은 사람 만나겠지~”

“힘내고 싶은데 힘이 안 난다...미팅이고 고백이고 백전백패인데 힘이 나겠냐..”

“그래도 힘내야지..”



예전의 내 모습도 저랬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도 승희에게 고백하고 까였을 때 내 모습도 저랬겠지..

저렇게 맥 빠진 모습...



남일 같지 않은 그런 민재의 모습에 안쓰러웠지만..

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 상황에서 주변의 위로는 잠시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자기가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가벼운 위로 외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야...그..내가 이런 말 하면 주제 넘는 거 같은데..”

“어~ 하지마”

“이 자식아~ 들어나 보고..”

“크크크...농담이다 뭐?”

“너..그 지혜는 어떠냐?”

“뭐?? 지혜?? 이 자식이 우리 모임 붕괴 시키려고 그러나~ 지금 민지하고도 아직 사이 조금

어색해서 얼굴 보기 힘든데..“

“아 그건 그거고...내가 보기엔 지혜도 참 좋은 앤데..성격도 좋고 귀엽고..”

“누가 그걸 모르냐?”

“그럼?? 뭐가 문젠데?”

“내가 남자치고 눈치가 좀 빠르고 촉이 있는 편인데 말이지..정확히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지혜가 좋아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거 같다 말이지..꽤 예전부터..“

“그래??? 누군데?”

“넌 내 말을 뭘로 듣냐....그게 누군지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고..”

“아아.....”

“하여튼 누가 있어...그래서 뭐 나도 지혜가 충분히 매력적이고 좋은 거 인정하는데 아마

고백하면 백프로 까이겠지....크크크...“

“그럼 민지는...?”

“민지는 임마~ 솔직히 힘들 거라 생각했지만 백 프로 까일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았어..

결국 까였지만..흐흑..“

“크크크..그런 거냐? 어쨌든 힘내고...좋아 하는 사람이 있다니까 궁금하네..”

“뭐~ 너처럼 잘 되면 털어놓으려는 건지 모르겠다만 말 할 때 되면 하겠지..”

“그래..그렇겠지”

“어어~ 내 정신 좀 봐~ 벌써 7시 다 되어가네”

“어디 가~~ 오늘 술 먹자며~~~ 너 때문에 지수랑 약속도 취소했는데!!”

“크크크크크크~~ 미안 오늘 미팅 잡힌 거 깜빡했다. 다시 지수 만나러 가든가~ 나 간다~~!”

“아 놔...저거.....”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민재..

허탈함이 밀려온다.



오랜만에 남자 둘이서 진하게 술이나 한 잔 하자고 그렇게 꼬셔대서

먼저 잡혀 있던 지수와의 약속도 취소하고 나온 건데..



멍하니 민재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 난 곧장 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미안한데 이미 친구들이랑 보고 있다는 대답..



“아..민재 이 자식...”



민재 때문에 완전히 꼬여버린 저녁 스케쥴..

난 말 그대로 붕 떠버린 상태나 됐고..



딱히 일찍 집에 가고 싶지도 않고, 할 일도 없었기에 뭘 할까 생각을 하다

문득 도서관이 떠올랐다.



평소 할 일 없으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펴 놓고 자는 게 거의 생활화가

되고 있었기에..



“그래~ 학생인데 공부를 해야지 오랜만에 공부나 좀 해볼까~~”



간만에 내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이 공부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말이다.



무언가 뜨끔하고 찔리는 거 보니 아직 내 양심이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천천히 학교를 두리번거리며 도착한 도서관 앞..

그런데 어딘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주 익숙한 그런 목소리..



“관심 없다는데 왜 자꾸 달라는 건데요?”

“연락처 하나 주기가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니잖아?”



난 곧장 익숙한 목소리가 나는 도서관 앞 카페의 테라스로 다가갔고,

그 곳엔 익숙한 목소리의 정체가 있었다.



“어..민지..”



그리고 민지의 앞에 서 있는 한 남자..

그 남자는 민지의 손을 붙들고 있었고, 민지는 예의 그 시크하고 도도한 표정으로

얼굴에 짜증이 잔득 묻어 있었다.



‘뭔 상황이지...’



남의 일에 함부로 끼어드는 건 좋지 않은 것이고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난 우선 상황을 살폈다.



혹시나 남자가 민지에게 해코지를 한다면 그래도 아는 사이인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으니..



“이야기 끝났으면 이 손 좀 놓을래요? 나 그만 가야되니까”

“어딜 자꾸 간대...연락처 좀..”

“아..!! 아프다구요..!”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가려는 민지의 손을 남자가 다시 거세게 붙잡는다.

그리고 찡그려지는 민지의 얼굴..



더 이상은 보고 있어서 될 상황이 아닌 거 같다.



“저기요”



내 말에 남자가 째려본다.

아마도 뭐야 저 자식은 뭐 그런 뜻이겠지..



“어..제가 끼어들 자리가 아닌 거 같긴 한데..”

“그럼 빠져”

“아니, 말을 끝까지 들으라구요. 그렇기 한데 이 여자애가 아는 애라서 그냥 가기 좀 그렇네요”

“뭔 사인데? 네가 얘 남친이라도 되냐?”

“어..그건 아닌데...”

“그럼 빠져”

“그건 아닌데...그렇다고 이렇게 싫다는 사람 계속 붙들고 있는 건 예의가 아니죠..”



난 민지의 팔목을 붙잡고 있는 남자의 손을 잡아 조심히 힘을 줬다.

그런데 내가 힘을 주자 더 세게 힘을 주는 남자의 손..

순간 민지의 인상이 잔뜩 찡그려진다.



“아..아프다고...!!!”

“아프다잖아. 이 새끼야!!”



민지의 말에 순간 난 화가 울컥 났고,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확 줘서 남자의 손을 민지의

팔목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허공에 붕 하고 뜨는 느낌..

어..이 느낌은 뭐지....??!



“이 새끼가 뭔데 끼어들어서 짜증나게...!”

“아아...아아아아아!!!”



순간 팔목에 밀려오는 엄청난 통증..

내가 남자의 손을 잡아서 민지의 팔목에서 떼어내는 순간, 남자가 내 팔목을 잡고 그대로

반대로 돌려버린 것이다. 그 순간 내 팔목은 꺽인 것이고..



“야야야야!! 놔..아아악!!”

“그러게 끼어들긴 왜 끼어들..허어어억..!!”



갑자기 들려오는 남자의 신음소리..

난 눈앞에 상황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민지의 키보다 최소 20센치는 더 큰 듯한 남자의 얼굴에 민지의 발이 꽂혔고,

남자의 얼굴엔 선명히 민지의 운동화 자국이 선명해 새겨졌다.



갑작스런 민지의 공격에 남자의 힘이 풀리며 내 팔목을 잡고 있던 손이 풀어졌고,

그 순간 민지는 남자의 팔목을 잡아 허리 뒤로 꺾어버렸다.



“야! 선배고 뭐고 어차피 우리 학과 선배도 아닌데 한 번만 더 귀찮게 하면 죽는다”

“아아아아아!!! 알았어!! 이거 좀 이거 좀!!!!!”



급기야 남자의 눈엔 눈물까지 맺혔고, 남자는 프로 레슬링의 한 장면처럼 다급하게

바닥을 손으로 두들겼다.



“더 귀찮게 안 할 거지?”

“아아아악!! 알았다고~~ 안 그런다고!!!”



남자의 두 번째 대답까지 듣고 나서야 비로소 남자의 팔목을 놓아주는 민지..



“가자”

“어?? 어어어!!”



난 아직까지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안 되서 멍하게 있다 민지의 재촉에

그제야 민지를 따라 황급히 자리에서 벗어났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

난 민지에게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늘 너무나 무서운 장면을 봐버렸기에..



‘이건 뭐..보통 솜씨가 아니야..완전 무술 유단자 수준인데..만약 나한테 저런다면...?’



난 순간 아까 그 남자가 당하던 모습에 나를 대입시켜 보았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뭐하냐? 춥냐?”

“어? 어..아니..”

“내릴 때 다 됐거든~ 계속 그렇게 멍 때리고 있을 거냐? 그렇게 자주 멍 때리는 것도

병이다 병...멍한 모습이 좋아서 지수는 반한 건가...“

“야~!! 갑자기 왜 인신공격을..!!”

“시끄러 안 내리면 나 혼자 내린다”

“야야~ 같이 가”



반갑다. 왠지 모르게..

이렇게 민지와 수다를 떠는 게 얼마만이지 모르겠다.



우리는 예전처럼 티격태격하며 집까지 가는 동안

계속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수다를 떨다 어느새 도착한 민지의 집 앞..



“야..”

“어...?”

“근데 오늘 왜 도와줬냐..?”

“그..그냥..친구니까..”

“그래? 뭐...그렇구나..”

“어? 어...뭐...그렇지..”

“잘 들어가라”

“그래..”



내가 말을 잘못했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민지의 표정이 어딘가 묘하다.

기분이 나쁜 건 아닌 거 같지만 좋은 것도 아닌 거 같은..



“뭐...모르겠다. 어쨌든 잘 해결 됐으니..그 이상한 놈은..”



그리고 그 순간 울려대는 휴대폰 벨소리..

낯익은 이름..



“여보세요..”

“어. 나야 잘 지냈어..?”

“나야 뭐 잘 지냈지. 너는?”

“나도 뭐..근데 어쩐 일이야?”

“아..다른 게 아니라 나 잠깐 볼 일이 있어서 서울에 내일 가는데 잠깐 볼래?”

“내일?”

“어어..바쁘면 됐고..”

“아냐 보자. 저녁쯤 시간 될 거 같은데...언제 내려 가냐?”

“내일 모레쯤 갈 거 같아”

“그럼 저녁쯤 봐도 되겠네”

“그래..알았어. 그럼 내일 내가 연락할게”

“그래. 내일 보자...”



거의 두 달만의 연락인가..

오랜만에 승희에게서 온 연락에 내 마음은 싱숭생숭했다.



내일이면 본다니..

뭔가 얼떨떨하다. 우리의 끝이 너무나 어색했기에..

이렇게 빨리 다시 보게 될 줄은 생각을 못 했기에..



아마도 오늘 밤은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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