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와민수 - 제 21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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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4:54 조회 847회 댓글 0건본문
21화. 황승철의 처제
미나는 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굳이 한국 남자를 만나 한국에서 사는지. 미나의 부모님은
나고야에 정착한 재일 교포였다. 미나는 언니와는 달리 자신을 한국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일본에서 자라 일본에서 컸고 일본에서 적당한 사람을
만나 일본에서 사는 것이 자신의 운명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름도 그냥 일본에서 쓰던 이름을 한국에서도 쓸 작정이었다. 미나는 서울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다. 비행기 창밖으로 서울의 수많은 주택이 내다보였다. 여기도
동경에 못지 않게 복잡한 도시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나는 2등의 우측
좌석에 앉아 있었다. 미나의 옆자리에는 나고야에서부터 같이 탄 젊은 남자가
있었다. 그 하루가와라는 사나이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비행기는
벌써 서울에 도착한 것이다. 왜 서울인줄 알았는가하면 하루가와가 말했다.
"여기서부터가
서울입니다. 언제나 나는 서울에 오면 가슴이 뛰거든요. 이곳은 원시의 욕망이
살아 있은 것 같아서요. 너무 저가 추상적이 되었나요?"
하고 말하여 알게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고야가 좋아요. 나는 나고야에서 떠날 생각은 없으니까요."
라고 미나는 말했다.
미나는 결혼한 언니집에서 앞으로 숙식을 하며 거기서 외국어 학당에 다니기로
되어 있었다. 부모님의 권유로 모국에 대해 무언가를 알고 싶긴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근본적으로 다시 한국에 산다는 것은 또다른 외국에 사는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김포 공항에는 언니 내외가 마중나왔을 것이다.
"언니의 집은 어디입니까?"
"강남이라는데 어딘지 저도 잘 몰라요."
"그럼 꽤 멀군요.
교통이 많이 밀려서..."
"하루가와씨가 살고 계시는 곳과는 거리가 먼가요?"
"지금의 넓은
서울에서는 결코 먼 거리가 아닙니다만,... 혹 생각나시면 전화라도 걸어주십시요."
"예. 나도 전화를 걸고 싶지만, 부끄러워서요."
미나는 하루가와에게
언니의 집 전화 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그는 자신을 실내장식가라고 하면서
미나에게 명함을 주었다.
"그럼 나는 여기서
실례해야 겠읍니다. 덕분에 즐겁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무언가
재미나는 일을 기대하는 씩씩한 걸음으로 한쪽 눈을 찡긋하고는 앞서 갔다.
미나는 고교 2년 때의 가을에 서울에 언니 결혼식 때문에 한번 온 일이 있을
뿐이었다. 그때는 호텔에 투숙했었다. 그리고 서울 구경은 잠깐 부모님과 고궁에
간 것이 전부였다. 미나는 자신의 고향인 나고야를 사랑하고 있어서 서울을
별로 멋있는 곳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동경 못지 않게 번화하고 복잡한
도시라는 그런 추억이 미나의 머리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미나는 여행가방을
찾아 사람들의 뒤를 따라 출구로 향했다. 미나는 짧은 소매의 붉은 벨벳의 원피스
위에 검은 가죽의 반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 부추를 신고 있었다.
출구에서 나서며 미나는 언니 내외의 모습을 먼저 발견했다. 형부의 네모난
턱을 보았고, 이어 언니인 에나의 미나와 비슷한 흰 얼굴을 보았다. 개찰구를
나서자 미나는, "언니." 하고 4, 5 미터 거리를 뛰고 불렀다. 그런데 형부가
언니보다 먼저 미나를 보고 다가왔다. 그리고 미나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와! 멋장이 아가씨군."
형부는 어깨를
살짝 쳤겠지만 미나로서는 아프게 느꼈다. 형부는 언제나 만날때마다 그러했다.
장난삼아 가볍게 쳤겠지만 미나로서는 아팠다. 고등학교에 다닐때 미나는 그러한
형부에 대하여 나고야의 집에서 화를 내며 항의한 일도 있었다. 언니는 미나보다
4세 위였다. 형부는 언니와 동갑이므로 형부도 겨우 네 살 위일 뿐이었다. 형부는
한국의 재벌 건축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유능한 셀러리맨이다. 일본 지점에
파견 나왔을 때 언니를 소개 받아 열렬한 연애 끝에 둘은 결혼했다. 형부가
잘 생긴 것은 미나도 인정했다. 일본의 어느 영화 배우보다도 형부는 더 잘생겼다.
언니의 결혼 사진을 본 친구들이 언니가 영화배우와 결혼했냐고 물었을 정도
였다. 결혼한 언니는 이제 예전처럼 청순한 느낌은 없어지고 농염해졌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여자로 더욱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남자를 알게되면 그렇게 되는 것일까'
미나는 짧은 시간 동안 그런 생각을 했다.
"미나는 예뻐졌구나.
그런데 그 모습이 뭐냐. 멋을 부리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그런데 언니가 화장을 한 미나를 처음 본다는 듯이 말했다.
"뭐가 어때서
그래 됐어. 멋있는 걸. 이제부터는 우리나라 남자도 소개받고 또 여러 곳에
다니면서 구경도 해야지. 미나는 인기가 대단할거야."
라고 말하며 형부가 미나의 팔을 잡았다.
"난 이제 어린애가 아니에요. 어른이에요. 그렇게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하고 미나가 말했다.
그러자 형부는 미나의 팔을 잡았던 손을 놓으며,
"아! 참 그렇지."
하고 중얼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 붉어진 형부의 얼굴을 미나는 정말 잘 생긴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미나가 싫어하는 것은 보디빌딩으로 다듬어진 남자의 육체이다. 기분이 나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다. 큰 체격이었으나 자연스러운
남성미를 갖고 있었다. 세 사람은 공항에서 집에 들어오는 중간에서 식사하기로
했다. 언니 내외 사이에는 아직 애기가 없었다.
"왜 아기가 없어요?"
"글세. 네 형부에게 물어 봐라."
언니의 얼굴이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괜한 것을 물어 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나도
결혼해서 바로 애를 갖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어머니가 관심이 많아 물어 본
것 뿐이었다.
"미나의 인기는
대단하겠는 걸. 남자들은 모두 미나만 보고 있단말야. 그만큼 미나는 미인이야."
형부는 미나의
귓가에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그런 형부의 팔을 언니는 잡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것은 습관적인 것 같았다. 미나는 왜그런지 가슴이 고동치는 것을 느꼈다.
언니 내외 사이에는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미나로서는 자극적인 것으로
보였다.
"나 같은 것은 미인축에 들지도 못해요."
미나는 말했지만
형부의 말이 기분은 좋았다.
"사람들이 언니를
자꾸만 보는걸요, 뭐 그럴때는 형부도 기분이 좋죠?"
"왜. 여보 당신이 섹시한 여자라면 싫어?"
에나는 그때까지
동생과 남편의 대화를 듣지 못했는지, "뭐요?" 하고 말했다. 에나의 눈동자는
미나와 비슷했다. 그러나 에나의 눈은 더욱 요염해 보였고 섹시했다. 황승철은
에나의 팔을 잡고 음식점에 들어섰다. 초밥을 좋아하는 미나를 위해 형부가
일식집을 골랐다. 한국에 와서 처음 간 곳이 일식점이란 것이 우스웠다. 마주
앉은 형부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눈가에 미소까지 띄우며 이따금
미나와 에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러면 자연히 미나도 에나도 미소를 띄우게
된다. 그러나 대개 한국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음식점에 앉아 있었다. 서울이라고는
하지만 일본과 다를 것이 없다고 미나는 생각했다. 이곳은 무뚝뚝한 느낌의
얼굴이 더 많아 보였다. 그것에 비하면 그녀의 형부는 멋있는 남자라고 할 수
있었다. 언니와 형부는 뭔가 속삭이고 있었다. 무엇이 재미 있는지 남편의 등을
친다. 에나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무슨 말을 형부가 했는지 미나로서는 상상도
못했지만 틀림없이 음란한 말을 했을 것이라고 미나는 생각했다.
"미나의 목덜미는
정말 멋있어. 목이란 속일수 없는거야. 살결도 섬세하고 말야. 목을 보면 알수
있거든 미나도 에나도 목은 정말 예뻐. 가늘고 길며 그리고 목젖도 작아서 연애를
하거나 결혼하면 무척 행복해 질거야."
"그게 무슨 뜻이죠?"
목이 예쁘다는
것과 행복과 어떻게 연결되어지는지 미나로서는 잘 알수가 없었다. 그러나 대답을
하기전에 언니 에나가 눈을 껌벅였다.미나는 술을 못마시지만, 에나는 잘마셔
형부와 둘이서 청주의 대부분을 마셨다. 미나는 처음 두잔은 맛이 있었지만,
그다음엔 마실 기분이 나질 않았다. 청주는 미나의 혈행을 좋게하여 그녀의
육체는 전과는 달리 다소 분망한 감정을 주었다. 에나는 동생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남편에게 아양을 떨며, 이상한 눈짓을 하기도 했다. 미나는 앞으로 계속
이런 꼴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좀 질투심같은 것이 솟아 올라 자꾸 우울해
지는 것이었다. 두사람이 마주 보는 시선에는 정열의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두 부부로부터 외면하고 싶은 미나의 심정에는 거의 무의식적인 어떤
욕망 비슷한 것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갑자기 지금까지의
생활에서 한 옥타브가 상승된 어른의 분위기라는 것을 느끼고 미나는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집에 들어 온 것은 10시가 넘어서였다. 원룸 형식의 집이었지만
집안 구조가 반 이층으로 되어 있어 이층 한쪽 벽기둥 뒤 쪽으로 커텐을 쳐
자리를 펴면 최소 한도의 프라이버시는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미나 먼저 목욕하고
먼저 자거라. 오늘밤만은 네 이부자리를 깔아 주겠지만 내일부터는 자신이 깔아야
해."
라고 언니가 말했다.
그러한 언니도 형부도 술 탓인지 눈 언저리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미나는 상당히
피곤했기 때문에 잠이 올 것 같았다. 그런데도 무엇 때문에 흥분되었는지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미나는 2층에서 언니 내외는 아래층에서
잔다. 그녀는 화장실에 가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옷이라도 입어야 했다. 미나는 나고야의 자기 집에서도 언제나 상반신은 벗고
잠을 잤다. 그러한 스타일이 가장 기분좋다는 것을 알게 된것은 고교 1년 때였다.
그때까지 그녀는 얇은 잠옷만 걸치고 잠을 잤다. 잠옷을 입으면 어른이 된 것같은
감각이 생기는데 그런 감각도 상반신을 벗고 잘때의 기분에 비하면 어린애 속임수
같은 것임을 알았다. 미나는 언제나 얇은 옷을 입었고 겨울에도 두터운 모포나
이불은 덥지 않았다. 가슴 위에는 시이트 감촉이 있었다. 시이트와 시이트 사이에는
그녀의 벌거벗은 육체가 있었다. 시이트는 언제나 육체의 어딘가에 닿는 건조된
감촉을 느끼게 해 주어 그것이 그녀로서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특히 젖꼭지의
감촉이 기분이 좋았다. 이따금 미나는 자신의 젖꼭지가 유난히 불쑥 튀어 나왔음을
느끼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이날밤에도 그러했다. 확실히 언니와 형부의 사이는
부러울 만큼 좋은 것 같았다. 그러나 부부 사이가 좋다고 해서 그것이 이상한
일이겠는가?
"나는 아무래도 바보인가봐."
미나는 혼자 중얼거려
보았다. 잠옷 바람으로 미나는 계단을 내려갔다. 소리나지 않게 조심하며 내려갔다.
그녀는 이러한 일에는 자신이 았었다. 고양이처럼 걸어가는 일 말이다. 미나는
용변이 급하여 화장실에 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기분전환이라고나 할는지.
아뭏든 그러한 목적을 위한 행위라는 편이 좋다. 그러면 자신의 침실에 가서
편히 잠을 잘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미나는 처음에 그목소리가 어디서나는지
몰라서 흠짓 하고 제 자리에 우뚝 서 버렸다. 그 목소리는 '아이 싫어. 싫어.
싫어.'하는 것 같았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이 집안에 여자라고는 미나와 에나밖에는
없을 것이다. 계속하여 '에나, 사랑하는 에나' 라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를
들었을 때 미나는 모든것을 이해 하였다. 그곳은 역시 커튼으로 가려진 언니
내외의 침실 앞이었기 때문이다. 언니의 목소리는 평소의 그녀의 목소리와는
매우 다른 묘하게 동물적이고, 어린애답고, 바닥이 좀 탁한 느낌이었다.
"싫어요, 싫어. 싫어. 아 안돼요 여보 싫다니까!"
에나의 목소리는
완전히 흥분된 목소리였다. 그리고 헐덕이는 듯 하고 다음엔 또 형부가
"에나 알겠어? 내 정열을 알아 주겠느냐 말야."
라는 말이 귀가
밝은 미나는 알아 들을 수 있었다. 미나는 귀를 기울였다. 보통 가정집처럼
침실의 문이 꼭 닫을 수 있은 집이라면 미나는 언니 내외의 속삭임을 못들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집은 구조가 원룸으로 되어 있는데다가 커튼마저
왜 그런지 약 3cm 가량 열려 있었다. 그 열린 사이로 둘의 모습이 희미하게나마
미나의 눈에 보였다. 형부가 무슨 말인가 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미나는 듣지 못했다. 그러자 언니의 목소리가 한층 날카롭게 들렸다.
"그곳이에요. 그곳."
하는 소리를 미나는
들었다. 미나는 왜그런지 자신의 육체가 뜨거워짐을 느꼈다. 오른손은 계단의
난간을 잡고 기대고 있었다. 언니의 목소리로 '아아 좀더 힘껏' 하고 쥐어짜듯한
목소리가 계속 되더니 다음엔 그 목소리가 흐느끼는 것 같았고 싫어, 안돼요
등의 말대신 반대로 긍정적인 감동을 나타내는 날카로운 언니의 목소리가 언니의
입에서 나오게 되었다. 형부의 거치른 숨소리와 언니의 거치른 숨소리가 교차되고
언니의 흐느끼듯한 목소리가 계속되어 그 말소리 중에서 언니가 한 말이 미나의
육체를 짜릿하게 만들었다. 언니의 말은 극히 노골적인 것으로 형부의 남성을
다른 남자의 크기와 비교하여 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남편과 다른
남자의 몸을 비교하여 남편에게 말할 수 있는지 미나는 언니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말을 들었을 때 형부의 신음 소리가 더 커지는 것을 미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미나는 떨리는 걸음걸이로 계단을 올라 자기방으로 돌아 갔다.
미나는 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굳이 한국 남자를 만나 한국에서 사는지. 미나의 부모님은
나고야에 정착한 재일 교포였다. 미나는 언니와는 달리 자신을 한국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일본에서 자라 일본에서 컸고 일본에서 적당한 사람을
만나 일본에서 사는 것이 자신의 운명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름도 그냥 일본에서 쓰던 이름을 한국에서도 쓸 작정이었다. 미나는 서울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다. 비행기 창밖으로 서울의 수많은 주택이 내다보였다. 여기도
동경에 못지 않게 복잡한 도시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나는 2등의 우측
좌석에 앉아 있었다. 미나의 옆자리에는 나고야에서부터 같이 탄 젊은 남자가
있었다. 그 하루가와라는 사나이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비행기는
벌써 서울에 도착한 것이다. 왜 서울인줄 알았는가하면 하루가와가 말했다.
"여기서부터가
서울입니다. 언제나 나는 서울에 오면 가슴이 뛰거든요. 이곳은 원시의 욕망이
살아 있은 것 같아서요. 너무 저가 추상적이 되었나요?"
하고 말하여 알게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고야가 좋아요. 나는 나고야에서 떠날 생각은 없으니까요."
라고 미나는 말했다.
미나는 결혼한 언니집에서 앞으로 숙식을 하며 거기서 외국어 학당에 다니기로
되어 있었다. 부모님의 권유로 모국에 대해 무언가를 알고 싶긴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근본적으로 다시 한국에 산다는 것은 또다른 외국에 사는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김포 공항에는 언니 내외가 마중나왔을 것이다.
"언니의 집은 어디입니까?"
"강남이라는데 어딘지 저도 잘 몰라요."
"그럼 꽤 멀군요.
교통이 많이 밀려서..."
"하루가와씨가 살고 계시는 곳과는 거리가 먼가요?"
"지금의 넓은
서울에서는 결코 먼 거리가 아닙니다만,... 혹 생각나시면 전화라도 걸어주십시요."
"예. 나도 전화를 걸고 싶지만, 부끄러워서요."
미나는 하루가와에게
언니의 집 전화 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그는 자신을 실내장식가라고 하면서
미나에게 명함을 주었다.
"그럼 나는 여기서
실례해야 겠읍니다. 덕분에 즐겁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무언가
재미나는 일을 기대하는 씩씩한 걸음으로 한쪽 눈을 찡긋하고는 앞서 갔다.
미나는 고교 2년 때의 가을에 서울에 언니 결혼식 때문에 한번 온 일이 있을
뿐이었다. 그때는 호텔에 투숙했었다. 그리고 서울 구경은 잠깐 부모님과 고궁에
간 것이 전부였다. 미나는 자신의 고향인 나고야를 사랑하고 있어서 서울을
별로 멋있는 곳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동경 못지 않게 번화하고 복잡한
도시라는 그런 추억이 미나의 머리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미나는 여행가방을
찾아 사람들의 뒤를 따라 출구로 향했다. 미나는 짧은 소매의 붉은 벨벳의 원피스
위에 검은 가죽의 반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 부추를 신고 있었다.
출구에서 나서며 미나는 언니 내외의 모습을 먼저 발견했다. 형부의 네모난
턱을 보았고, 이어 언니인 에나의 미나와 비슷한 흰 얼굴을 보았다. 개찰구를
나서자 미나는, "언니." 하고 4, 5 미터 거리를 뛰고 불렀다. 그런데 형부가
언니보다 먼저 미나를 보고 다가왔다. 그리고 미나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와! 멋장이 아가씨군."
형부는 어깨를
살짝 쳤겠지만 미나로서는 아프게 느꼈다. 형부는 언제나 만날때마다 그러했다.
장난삼아 가볍게 쳤겠지만 미나로서는 아팠다. 고등학교에 다닐때 미나는 그러한
형부에 대하여 나고야의 집에서 화를 내며 항의한 일도 있었다. 언니는 미나보다
4세 위였다. 형부는 언니와 동갑이므로 형부도 겨우 네 살 위일 뿐이었다. 형부는
한국의 재벌 건축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유능한 셀러리맨이다. 일본 지점에
파견 나왔을 때 언니를 소개 받아 열렬한 연애 끝에 둘은 결혼했다. 형부가
잘 생긴 것은 미나도 인정했다. 일본의 어느 영화 배우보다도 형부는 더 잘생겼다.
언니의 결혼 사진을 본 친구들이 언니가 영화배우와 결혼했냐고 물었을 정도
였다. 결혼한 언니는 이제 예전처럼 청순한 느낌은 없어지고 농염해졌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여자로 더욱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남자를 알게되면 그렇게 되는 것일까'
미나는 짧은 시간 동안 그런 생각을 했다.
"미나는 예뻐졌구나.
그런데 그 모습이 뭐냐. 멋을 부리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그런데 언니가 화장을 한 미나를 처음 본다는 듯이 말했다.
"뭐가 어때서
그래 됐어. 멋있는 걸. 이제부터는 우리나라 남자도 소개받고 또 여러 곳에
다니면서 구경도 해야지. 미나는 인기가 대단할거야."
라고 말하며 형부가 미나의 팔을 잡았다.
"난 이제 어린애가 아니에요. 어른이에요. 그렇게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하고 미나가 말했다.
그러자 형부는 미나의 팔을 잡았던 손을 놓으며,
"아! 참 그렇지."
하고 중얼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 붉어진 형부의 얼굴을 미나는 정말 잘 생긴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미나가 싫어하는 것은 보디빌딩으로 다듬어진 남자의 육체이다. 기분이 나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다. 큰 체격이었으나 자연스러운
남성미를 갖고 있었다. 세 사람은 공항에서 집에 들어오는 중간에서 식사하기로
했다. 언니 내외 사이에는 아직 애기가 없었다.
"왜 아기가 없어요?"
"글세. 네 형부에게 물어 봐라."
언니의 얼굴이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괜한 것을 물어 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나도
결혼해서 바로 애를 갖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어머니가 관심이 많아 물어 본
것 뿐이었다.
"미나의 인기는
대단하겠는 걸. 남자들은 모두 미나만 보고 있단말야. 그만큼 미나는 미인이야."
형부는 미나의
귓가에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그런 형부의 팔을 언니는 잡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것은 습관적인 것 같았다. 미나는 왜그런지 가슴이 고동치는 것을 느꼈다.
언니 내외 사이에는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미나로서는 자극적인 것으로
보였다.
"나 같은 것은 미인축에 들지도 못해요."
미나는 말했지만
형부의 말이 기분은 좋았다.
"사람들이 언니를
자꾸만 보는걸요, 뭐 그럴때는 형부도 기분이 좋죠?"
"왜. 여보 당신이 섹시한 여자라면 싫어?"
에나는 그때까지
동생과 남편의 대화를 듣지 못했는지, "뭐요?" 하고 말했다. 에나의 눈동자는
미나와 비슷했다. 그러나 에나의 눈은 더욱 요염해 보였고 섹시했다. 황승철은
에나의 팔을 잡고 음식점에 들어섰다. 초밥을 좋아하는 미나를 위해 형부가
일식집을 골랐다. 한국에 와서 처음 간 곳이 일식점이란 것이 우스웠다. 마주
앉은 형부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눈가에 미소까지 띄우며 이따금
미나와 에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러면 자연히 미나도 에나도 미소를 띄우게
된다. 그러나 대개 한국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음식점에 앉아 있었다. 서울이라고는
하지만 일본과 다를 것이 없다고 미나는 생각했다. 이곳은 무뚝뚝한 느낌의
얼굴이 더 많아 보였다. 그것에 비하면 그녀의 형부는 멋있는 남자라고 할 수
있었다. 언니와 형부는 뭔가 속삭이고 있었다. 무엇이 재미 있는지 남편의 등을
친다. 에나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무슨 말을 형부가 했는지 미나로서는 상상도
못했지만 틀림없이 음란한 말을 했을 것이라고 미나는 생각했다.
"미나의 목덜미는
정말 멋있어. 목이란 속일수 없는거야. 살결도 섬세하고 말야. 목을 보면 알수
있거든 미나도 에나도 목은 정말 예뻐. 가늘고 길며 그리고 목젖도 작아서 연애를
하거나 결혼하면 무척 행복해 질거야."
"그게 무슨 뜻이죠?"
목이 예쁘다는
것과 행복과 어떻게 연결되어지는지 미나로서는 잘 알수가 없었다. 그러나 대답을
하기전에 언니 에나가 눈을 껌벅였다.미나는 술을 못마시지만, 에나는 잘마셔
형부와 둘이서 청주의 대부분을 마셨다. 미나는 처음 두잔은 맛이 있었지만,
그다음엔 마실 기분이 나질 않았다. 청주는 미나의 혈행을 좋게하여 그녀의
육체는 전과는 달리 다소 분망한 감정을 주었다. 에나는 동생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남편에게 아양을 떨며, 이상한 눈짓을 하기도 했다. 미나는 앞으로 계속
이런 꼴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좀 질투심같은 것이 솟아 올라 자꾸 우울해
지는 것이었다. 두사람이 마주 보는 시선에는 정열의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두 부부로부터 외면하고 싶은 미나의 심정에는 거의 무의식적인 어떤
욕망 비슷한 것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갑자기 지금까지의
생활에서 한 옥타브가 상승된 어른의 분위기라는 것을 느끼고 미나는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집에 들어 온 것은 10시가 넘어서였다. 원룸 형식의 집이었지만
집안 구조가 반 이층으로 되어 있어 이층 한쪽 벽기둥 뒤 쪽으로 커텐을 쳐
자리를 펴면 최소 한도의 프라이버시는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미나 먼저 목욕하고
먼저 자거라. 오늘밤만은 네 이부자리를 깔아 주겠지만 내일부터는 자신이 깔아야
해."
라고 언니가 말했다.
그러한 언니도 형부도 술 탓인지 눈 언저리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미나는 상당히
피곤했기 때문에 잠이 올 것 같았다. 그런데도 무엇 때문에 흥분되었는지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미나는 2층에서 언니 내외는 아래층에서
잔다. 그녀는 화장실에 가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옷이라도 입어야 했다. 미나는 나고야의 자기 집에서도 언제나 상반신은 벗고
잠을 잤다. 그러한 스타일이 가장 기분좋다는 것을 알게 된것은 고교 1년 때였다.
그때까지 그녀는 얇은 잠옷만 걸치고 잠을 잤다. 잠옷을 입으면 어른이 된 것같은
감각이 생기는데 그런 감각도 상반신을 벗고 잘때의 기분에 비하면 어린애 속임수
같은 것임을 알았다. 미나는 언제나 얇은 옷을 입었고 겨울에도 두터운 모포나
이불은 덥지 않았다. 가슴 위에는 시이트 감촉이 있었다. 시이트와 시이트 사이에는
그녀의 벌거벗은 육체가 있었다. 시이트는 언제나 육체의 어딘가에 닿는 건조된
감촉을 느끼게 해 주어 그것이 그녀로서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특히 젖꼭지의
감촉이 기분이 좋았다. 이따금 미나는 자신의 젖꼭지가 유난히 불쑥 튀어 나왔음을
느끼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이날밤에도 그러했다. 확실히 언니와 형부의 사이는
부러울 만큼 좋은 것 같았다. 그러나 부부 사이가 좋다고 해서 그것이 이상한
일이겠는가?
"나는 아무래도 바보인가봐."
미나는 혼자 중얼거려
보았다. 잠옷 바람으로 미나는 계단을 내려갔다. 소리나지 않게 조심하며 내려갔다.
그녀는 이러한 일에는 자신이 았었다. 고양이처럼 걸어가는 일 말이다. 미나는
용변이 급하여 화장실에 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기분전환이라고나 할는지.
아뭏든 그러한 목적을 위한 행위라는 편이 좋다. 그러면 자신의 침실에 가서
편히 잠을 잘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미나는 처음에 그목소리가 어디서나는지
몰라서 흠짓 하고 제 자리에 우뚝 서 버렸다. 그 목소리는 '아이 싫어. 싫어.
싫어.'하는 것 같았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이 집안에 여자라고는 미나와 에나밖에는
없을 것이다. 계속하여 '에나, 사랑하는 에나' 라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를
들었을 때 미나는 모든것을 이해 하였다. 그곳은 역시 커튼으로 가려진 언니
내외의 침실 앞이었기 때문이다. 언니의 목소리는 평소의 그녀의 목소리와는
매우 다른 묘하게 동물적이고, 어린애답고, 바닥이 좀 탁한 느낌이었다.
"싫어요, 싫어. 싫어. 아 안돼요 여보 싫다니까!"
에나의 목소리는
완전히 흥분된 목소리였다. 그리고 헐덕이는 듯 하고 다음엔 또 형부가
"에나 알겠어? 내 정열을 알아 주겠느냐 말야."
라는 말이 귀가
밝은 미나는 알아 들을 수 있었다. 미나는 귀를 기울였다. 보통 가정집처럼
침실의 문이 꼭 닫을 수 있은 집이라면 미나는 언니 내외의 속삭임을 못들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집은 구조가 원룸으로 되어 있는데다가 커튼마저
왜 그런지 약 3cm 가량 열려 있었다. 그 열린 사이로 둘의 모습이 희미하게나마
미나의 눈에 보였다. 형부가 무슨 말인가 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미나는 듣지 못했다. 그러자 언니의 목소리가 한층 날카롭게 들렸다.
"그곳이에요. 그곳."
하는 소리를 미나는
들었다. 미나는 왜그런지 자신의 육체가 뜨거워짐을 느꼈다. 오른손은 계단의
난간을 잡고 기대고 있었다. 언니의 목소리로 '아아 좀더 힘껏' 하고 쥐어짜듯한
목소리가 계속 되더니 다음엔 그 목소리가 흐느끼는 것 같았고 싫어, 안돼요
등의 말대신 반대로 긍정적인 감동을 나타내는 날카로운 언니의 목소리가 언니의
입에서 나오게 되었다. 형부의 거치른 숨소리와 언니의 거치른 숨소리가 교차되고
언니의 흐느끼듯한 목소리가 계속되어 그 말소리 중에서 언니가 한 말이 미나의
육체를 짜릿하게 만들었다. 언니의 말은 극히 노골적인 것으로 형부의 남성을
다른 남자의 크기와 비교하여 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남편과 다른
남자의 몸을 비교하여 남편에게 말할 수 있는지 미나는 언니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말을 들었을 때 형부의 신음 소리가 더 커지는 것을 미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미나는 떨리는 걸음걸이로 계단을 올라 자기방으로 돌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