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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처시하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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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6:34 조회 75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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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나이 사십이면 불혹이라고 하였는데...

내 나이 마흔이 다 되기 전에 무언가 이루고 싶었다.
부하 직원 중에 똘똘한 애들 셋을 빼 돌려서 석달을 준비한 끝에 창업을 하였다.
그리고 석달 동안은 회사를 다니면서 밤낮으로 투잡을 하였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
밤에는 내 회사에서 일하고...
월급 받은 돈을 세명의 직원 월급으로 고스란히 박아 넣었다.
그리고 드디어 사표를 내고 바로 사장자리에 취임했다.
다시 석달이 지나자 카드돌려막기에 한계가 왔다.
매달 500만원식 적자가 났으니 6개월간 벌써 삼천만원이다.
사무실 임대료며, 인테리어 비, 운영비 등....
될듯될듯하며 감질만 나는 투자유치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마누라 몰래 아파트 등기권리증을 가져다 은행에 담보대출을 했다.
그리고, 다시 6개월을 그렇게 버티면서 이제 서서히 마흔살이 되어가는 중이다.

일년이 지나자 조금 일이 진척되는듯하여 신규직원으 공채로 뽑았다.
벌써 20명 규모의 중소기업이 되어 있었다.
낼 모레면 곧 투자유치나 오더수주가 될것만 같은 분위기에,
다시 은행에서 대출을 최대한 뽑았다.
시가 오억짜리 아파트에 4억을 대출하였다.
이제 한방이면 모든게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삼개월 후, 남자는 서울 구치소 미결수 감방에 가 있었다.
결국 부도를 막지 못하고 사기죄로 고소당해 재판을 받았다.
판사의 판결요지는,
"초범인데다, 고의성이 없이 사업상 발생한 사건이므로 정상을 참작하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포함."

결국 풀려나왔지만,
교도소 문앞에서 두부를 한입 베어무는 순간, 지난 삼년의 세월이 삼십년 처럼 느껴졌다.
결국 집을 팔았지만, 남은돈 5천만원....
올망졸망한 애들 둘을 데리고 변두리 단간방 전세르 얻어 이사를 했다.
이사 비용도 없어 친구에게 1톤 트럭을 빌려서 5번이나 직접 실어 날랐다.
쇼파며, 장롱이며, 침대같이 비싸고 부피가 큰 가구는 친척들, 친구들, 이웃...아무나 닥치는 대로 가져가라 했다.

그리고, 집행유예 기간동안 정말로 우무일도 하기 싫었다.
2년동안 백수생활을 하는 동안
아내가 가장노릇을 하기위해 취업을 했다.
취업이라기 보다 돈벌이에 나선 것이다.
2년동안 보험, 2년동안 기획부동산, 2년동안 카드...이렇게 큰애가 고등학교 졸업하기까지 6년동안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었다.

남자는 매일 밥하고 설겆이 하고 청소하고, 애들 학교보내고 마누라 출근하고 나면,
10시쯤 피씨를 켜고 인크루트나 잡파인드를 뒤적거리다가
심심하면 이것저것 써핑을 하면서 집반에 쳐박혀서 소일했다.

아내가 힘든날은 저녁 시간이 악몽이다.
팔다리 주물러 주고,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 고스란히 잔소리로 다 들어주어야 하고,
또 잠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기분좋게 흥분할수 있도록 온갖 기교를 다 부려 주어야 한다.

하지만 아내가 기분 좋은 날은 금일봉 용돈을 받을수 있기때문에 차츰 백수생활에 익숙해져갔다.

10년넘게 주부생활을 하다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아내는 모든것이 힘들었지만, 어쩔수 없었다.
남자가 다 말아 먹었기 때문에...
과거 생각을 못하고, 혹은 과거 남자가 했던 행동들을 하나하나 따라하기 시작했다.
회식에서 술에 취해 들어오고,
애들한테 큰소리 치고,
심지어 애들 보는 앞에서 남자를 구박하고 면박주고 무시하고....
남자가 불쌍하였지만, 그보다 더 미운감정이 앞섰다.
친구들은 이제 자리를 잡고 안정된 생활을 누리며 골프나 치러 다니고 해외여행 다니고 하는 판인데..
매일 보따리 가방을 둘러메고 이곳 저곳 잇람 저사람 만나 계약을 해야하는 신세가 고달팠다.
이 모든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남자가 뒤집어 썼다.

아내는 처음엔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밖으로 나갔지만, 이제 익숙해 지고 나니, 돈만 벌어다 주면 무척 편하다는걸 깨달았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세파에 물들기 시작했다.

남자는 이러한 아내의 변화를 눅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과거 자신이 해왔던 행적들, 그 모든 과정을 아내가 답습하고 있는걸 보면서 안타깝지만 어쩔도리가 없었다.
이제 아내는 돈맛을 알게 되었다.
그저 돈이 다라는 식의 인생관 같은 것까지 가족들을 향해 늘어 놓기도 하고,
그렇게도 상냥하고 이쁘던 아내는 변해 버렸다.

결국 엄처시하에서 살게된 남자는 아내를 골탕좀 먹여야 겠다는 생각을 품게된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아내가 좀 된통 당하고 들어오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물론 돈 같은 걸 사기 당하면 손해니까 육체적으로 약간의 폭행 같은걸 꿈꾸었다.

그 마음이 통해서 였는지, 아내는 이미 모종의 고통스런 날들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었다.
남자에게 다른 것은 다 말할수 있지만, 이번 일은 도저히 말할수가 없다.
분명히 이렇게 말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돈좀 번다고 까불락 거리다가 잘 당했다. 쌤통이다.."

하지만, 여러차례 고통스런 나날이 지속되면서 도저히 견디기 힘든 상태가 되어 남자에게 두손 들고 항복을 하였다.

남자는 아내가 더이상 돈ㄴ버는 일에 지쳤다면서 이제 나가서 돈 좀 벌어오라고 하자
그날 저녁부터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한달 후 썩어빠진 다마스를 한대 샀다.
벼룩시장을 뒤져서 일을 찾아 낮에는 납품일을 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했다.
매달 꼬박꼬박 생활비를 가져다 주었다.

1년이 지나자 아내는 다소 여유로와 졌는지, 아니면 좀이 쑤셨는지 다시 일을 다니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서로 대화가 조금씩 통했다.
좌절도 겪어보고 사회생활도 해보고, 대인관계도 가져본지라 남자의 세계를 약간은 이해하는 듯 했다.
그리고, 우연하고 적절한 기회에 1년전의 일에 대해 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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