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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6:57 조회 2,82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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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화장실




진구 형의 노래가 끝날 때가 다 되었고, 나는 혜림이 누나에게서 이대로 떨어지기 싫어 혜림이 누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 나가 있을 테니까 화장실 간다고 하고 나와. 화장실에 있을게.”

“안 돼.”

“기다릴 거야.”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고, 마침 노래가 끝난 진구 형이 내게 물어봤다.


“어디가?”

“소연이한테 전화 좀 해주려구요.”


나는 방에서 나와 화장실로 직행했다. 화장실 안을 서성이다가 거울을 보니 들짐승의 눈을 가진 내가 서있었다. 나는 양의 눈빛으로 탈바꿈을 하고,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혜림이 누나를 기다렸다. 얼마 후에 화장실 문이 열렸고, 모르는 남자가 들어왔다. 그 남자가 소변을 보는 동안 나는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내는 척 하며 나가지 않고 뻐기고 있었다.

남자가 나가고 곧 혜림이 누나가 화장실로 들어왔다. 혜림이 누나는 날 본체만체 하며 양변기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고, 나는 얼른 뒤따라 들어갔다. 혜림이 누나는 들어가자마자 양변기를 잡고 엎드렸다.


“빨리 해.”


신경질적인 혜림이 누나의 목소리가 나로 하여금 오히려 더 범하고 싶게 만들었다. 비록 들어올 때는 신경질적인 말투였지만 나갈 때는 간드러지는 말투로 내게 온갖 아양을 다 떨게 만들고 말리라 의기를 다졌다.

나는 문을 잠그고 혜림이 누나의 치마를 들어 올려 팬티를 내렸다. 혜림이 누나는 팬티가 벗겨지도록 다리를 들어주었고, 나는 혜림이 누나의 팬티를 주머니에 넣고 내 바지 단추를 풀었다. 혜림이 누나의 보지는 이미 보짓물로 얼룩져있어 바로 쑤실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아무런 애무도 없이 내 자지를 잡고 혜림이 누나의 보지로 밀어 넣었다.


“하아……”


나는 빨리 보내야겠다는 일념으로 거세게 허리를 흔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림이 누나는 공중장소라는 것을 의식해서였는지 신음소리를 삼켜내고 있었다. 조금씩 새어나는 소리가 오히려 내게는 더 자극이 되었고, 심한 흥분감에 더욱 세게 허리를 흔들게 되었다. 혜림이 누나도 신음소리는 억지로 참아내려고 하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이 흥분을 더해주는지 보지의 조임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했다.


“네 보지 지금 장난 아냐. 최고야.”

“흐음…… 으음…… 빨리 싸. 음……”

“나 이런 보지 오래 느끼고 싶은데…….”

“으음…… 안 돼. 의심받을 수도 있어. 으음…… 음……”

“이런 데서 하니까 좋다. 그치?”

“으음…… 흐음…… 으응…… 좋아. 흐응……”


한창 섹스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에서 문소리가 들려왔고, 누군가가 들어와서 우리가 들어있는 문에 노크를 했다.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노크를 했고, 빨리 다른 화장실로 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가기는커녕 말소리가 들려왔다.


“혜림이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유리 누나였고, 혜림이 누나는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어.”


얇은 문을 사이에 둔 채로 아는 사람 바로 옆에서 섹스를 한다면 더 흥분이 될 것 같아 나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고, 혜림이 누나는 뒤돌아보며 내게 하지 말라는 눈짓을 보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오래 걸려?”

“어? 어.”

“나 급한데 빨리 나오면 안 돼?”

“급하면 위에 있는 으음…… 화장실 써. 나 오래 걸릴 흐응…… 거 같아.”

“그냥 기다릴게.”


유리 누나는 나와 혜림이 누나가 섹스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 우리를 놀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걸 전혀 모르고 있는 혜림이 누나는 몸을 일으키며 보지에서 내 자지를 빼내었고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 하고 있는 혜림이 누나를 보니 유리 누나가 참 짓궂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 누나도 혜림이 누나를 사지로 몰아넣고 싶은 건 아니었는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었다.


“나 그냥 위로 갈게. 너무 급하네.”

“그럴래? 미안해.”

“아냐.”


화장실 문소리가 나며 유리 누나가 나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혜림이 누나는 내게 다급하게 말했다.


“너 빨리 나가.”

“갔는데 계속 하자.”

“다시 올지도 모르잖아. 와서 같이 들어가자고 기다리면 어떡해. 그니까 오기 전에 빨리 나가.”

“그렇다고 하던 걸 못하게 하냐?”

“지금 그게 중요해? 잘못되면 앞으로 우리 영영 못 할 수도 있어.”


이미 유리 누나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섹스를 계속 이어가고 싶었지만 마음 약한 혜림이 누나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꾹 참고 바지를 입었다.


“그럼 나중에 해줘.”

“알았어. 알았으니까 나가.”


나는 찝찝한 마음을 남겨두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화장실 입구의 코너를 도는 순간 유리 누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유리 누나는 벽에 기대어 서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멍하니 유리 누나를 바라보았다.


“좋았니?”


난 얕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코웃음을 치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누군가가 끼어들지만 않았다면 그랬겠죠.”

“막 나오네?”

“그러게요. 많이 짜증났나 봐요. 누군가의 장난에…….”

“적당히 해. 그러다가 진짜 걸려.”

“알았어요.”

“근데 너 좀 크더라.”

“봤어요?”


“어떻게 보니, 네 꺼 한 번 보자고 문에 매달릴까?”

“근데 어떻게 알아요?”

“아까 너 나랑 부비했잖아.”

“누나는 부끄럽게 왜 그런 얘기를 해요?”

“부끄러운 놈이 그렇게 찔러댔어?”

“몰라요. 전 들어갈 테니까 알아서 들어오세요. 안 들어와도 되구요.”

“삐친 거야? 남자가 소심하기는…….”


나는 유리 누나를 뒤로 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방에는 진구 형과 민기 형이 늘어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곧 유리 누나와 혜림이 누나도 들어왔고, 우리는 조용히 노래를 부르다가 시간이 끝나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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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 형과 유리 누나는 집으로 간다며 갔고, 혜림이 누나는 진구 형이 같이 진구 형네 집에 가자는 걸 거절하고 집으로 간다며 택시를 탔다. 나도 진구 형을 남겨두고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자마자 혜림이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에 가고 있어?]


“어.”


[잠깐 볼래?]


“그럴까? 어디서 볼래?”


[나 지금 백화점 앞에서 내렸어.]


“알았어. 그리로 갈게.”


나는 방향을 돌려 백화점 쪽으로 갔다. 백화점 앞에서 내리니 한쪽 구석에서 혜림이 누나가 날 보고 다가오고 있었다. 나도 혜림이 누나에게로 걸어가 다시금 우리는 상봉하게 되었다. 혜림이 누나와 나는 연인이라도 되는 양 다정스럽게 팔짱을 끼고 걸었다.


“모텔 갈까?”

“아까처럼 해보고 싶지 않아?”

“응?”

“아까 좋았잖아. 짜릿하고…….”

“어디서 해?”


혜림이 누나도 내 제안에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지 눈을 반짝이며 물어보았다. 나는 묵묵히 혜림이 누나를 가까운 공원의 화장실로 이끌었다. 그러나 공원 화장실은 남녀가 나누어져 있는데다가 사람들도 몇몇 있어 둘이서 들어가기에 쉽지 않았다. 그리고 화장실 앞에 있는데도 지린내가 진동을 해 섹스를 할 마음이 들지 않는 곳이었다.

나는 다시 혜림이 누나를 데리고 움직였다. 이번에 생각한 곳은 기차역이었다. 멀티플렉스가 있어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가보니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으나 그 사람들은 우리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나는 혜림이 누나를 앞세워 몰래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칸막이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문을 걸어 잠그고 키스를 나누었다. 기다리는 남자친구가 없어서인지 혜림이 누나는 한결 여유로웠다. 나는 가볍게 혜림이 누나의 가슴을 애무하며 천천히 혜림이 누나를 달궜다. 내 손은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 오늘 수없이 들락날락거렸던 보지로 갔다.

팬티가 아닌 혜림이 누나의 보지털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아까 노래방 화장실에서 섹스를 할 때 내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혜림이 누나의 팬티를 돌려주지 않았었다. 혜림이 누나가 여태 노팬티로 돌아다녔다고 생각하니 야릇해지며 흥분되었다.


“너 계속 노팬티로 다녔던 거야?”

“응.”

“네가 그러고 다녔다고 생각하니까 더 흥분된다.”

“치, 나는 누가 볼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좀 보여주지 그랬어?”

“미쳤어?”

“빨리 넣고 싶다.”

“넣어도 될 거 같아.”


클리토리스를 만지고 있던 내 손을 좀 더 아래로 내려 보지 구멍을 만져보니 보짓물이 조금 흘러나와 있었다.


“오늘 네 보지 마른 적이 있었어?”

“계속 젖어 있었던 거 같아. 다 너 때문이잖아.”

“그래서 싫었어?”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빨리 넣어줘.”


나는 바지와 팬티를 무릎까지 내려 자지를 꺼내 혜림이 누나를 안은 채로 보지에 집어넣었다.


“흐응……”


혜림이 누나의 보지는 내 자지를 꽉꽉 물어왔고, 나는 있는 힘껏 허리를 흔들었다. 혜림이 누나는 내게 푹 안겨 거친 숨을 뿜어내었고 내 귓가로 퍼져오는 혜림이 누나의 숨소리는 내 자지를 더욱 간질이고 있었다.


“우리 이러다가 잡혀 가는 거 아냐?”

“으음…… 나 잡혀가도 좋아. 흐음…… 흐응……”

“그럼 잡아갈 정도로 해볼까?”

“하아…… 으응…… 그렇게 해줘. 흐음……”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혜림이 누나를 돌려세웠다. 혜림이 누나는 알아서 엎드렸고 나는 다시 자지를 보지에 집어넣고 흔들었다.


“가끔 이렇게 밖에서 하는 것도 좋은 거 같아.”

“으응…… 좋아. 흐으……”


공중장소에서 섹스하고 있다는 흥분감 때문이었을까 나는 더 빨리 달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클리토리스를 매만지며 스퍼트를 가했고, 절정에 도달하고 있었다. 혜림이 누나도 더욱 빨라진 나의 움직임에 더욱 가쁜 숨을 내쉬며 호응해주었다.


“나 쌀 거 같아.”

“하아…… 싸. 내 보지에 싸줘. 흐응……”


내 자지에서 정액이 솟구쳤고, 내 움직임이 멈추었음에도 불구하고 혜림이 누나의 거친 숨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다. 나는 혜림이 누나를 일으켜 세워 뜨거운 키스를 퍼부으며 섹스를 마무리했다. 키스를 끝내고 내려다보니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를 타고 내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휴지를 뜯어 혜림이 누나의 다리에 흐르는 정액을 닦아주고, 내 자지도 깨끗이 닦았다.
난 옷을 추슬러 입은 다음 팬티를 꺼내 혜림이 누나에게 주었고, 혜림이 누나는 내게 건네받은 팬티를 입고 옷매무새를 매만졌다.


“근데 진구 형 놔두고 왜 나랑 섹스하러 왔어?”

“네가 흥분시켰으니까 네가 책임져야 되는 거잖아. 나 혼자 진구한테 가서 섹스하면 넌 못 풀잖아.”

“어이구, 예쁘기도 해라. 어떻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깜찍할까.”

“나 착하지?”

“응. 정말, 정말 착하다. 보답으로 다음에 더 열심히 해줄게.”

“지금 말고?”

“또 해?”

“농담이야. 가자.”


화장실에서 나와 우리는 싱글벙글 웃으며 택시를 타러 갔다.


“근데 너 토요일에 소연이 만나기로 했어?”

“아직 계획 없는데…… 왜?”

“아…… 그래? 그럼 됐어.”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별 일 아냐. 신경 쓰지 마.”


혜림이 누나가 내 신경을 긁어놓고 부스럼은 털어주지 않으려고 했다. 나는 짜증난 투로 혜림이 누나에게 톡 쏘았다.


“말 안 하면 다음부터 안 해줄 거야!”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럼 여기서 해버린다!”

“그것도 괜찮지.”

“해보자는 거지? 좋아.”


나는 혜림이 누나를 끌어안으며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혜림이 누나는 웃으면서 비명을 지르고는 내게 벗어나려 했다. 난 꽉 끌어안아 못 빠져나가도록 하고 팬티 속까지 손을 넣으려고 했다. 그러자 혜림이 누나가 자지러지듯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얘기 할게. 그만해.”


나는 혜림이 누나의 치마 속에서 손을 빼고 귀를 기울였다.


“말해봐.”

“너…… 지연이랑 아직 안 했어?”

“응……? 응. 왜?”

“그게…… 토요일에 지연이 집이 비는데 날 불렀거든. 둘이 밤새 섹스하기 좋은 기횐데 날 부른 게 이상해서 그랬어. 네가 약속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이야? 진짜 토요일에 집 비어?”

“응.”


혜림이 누나의 말을 듣고 나니 기분이 몹시 상했다. 섹스를 하든 안 하든 나와 함께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기 싫다는데 내가 억지로 잡아먹는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말이라도 꺼내봤어야지 일언반구 없었다는 게 몹시 서운했다.



* * *



대학교 입학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따로 만나자는 연락 따위는 하지 않았던 마녀가 웬일인지 점심을 사주겠다고 학교 근처에서 보자고 했다. 당연히 우리 학교가 아니라 자기네 학교 근처였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라 흔쾌히 약속을 잡았고, 나는 행여나 늦게 나갔다가 귀에 못이 박힐까봐 약속 시간에 정확히 맞춰 나갔지만 이 인간은 어디서 뭉그적거리고 있는지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있었다.

여대 근처라 그런지 볼거리는 많았다. 옷이나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가 즐비했지만 그것들에는 눈길을 줄 여유가 없었다. 그것들을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자들만 보기에도 내 눈은 정신없이 바빴다.

멀찍이서 굉장히 짧은 길이의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늘씬한 몸매의 여자가 걸어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녀가 내게로 다가오고 있는 그 길은 약간 내리막길이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팬티가 보일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애만 태우고 보이지 않아 고개를 바닥에 붙여 올려다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그렇게 그녀의 몸매를 감상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머리를 콕하고 쥐어박았다.


“눈 빠지겠다.”


뒤돌아 볼 것도 없이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이 몇 시야?”

“조금 늦었네. 덕분에 넌 좋은 구경하고 있었잖아.”

“조금 같은 소리하고 있네. 20분 늦었거든?”

“그래? 밥 먹으러 가자.”


미안한 기색이라고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이 뻔뻔한 마녀가 바로 나의 친누나라는 게 참으로 슬펐다. 누나는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앞장서서 걸어갔고, 나는 뒤따라 걸어갔다. 몇 걸음 안 가서 누나는 멈춰서더니 내게 잔소리를 했다.


“야, 옆으로 와서 걸어. 왜 찌질하게 뒤따라 와?”

“네가 먼저 갔잖아.”

“그럼 얼른 따라 붙었어야지. 암튼 뭐 먹을까?”

“고기 먹고 싶어. 꽃등심 사줘.”

“피자 먹어. 화덕 피자 먹고 싶다.”

“그래.”


처음부터 기대도 안 했었다. 어차피 내 의견 따위는 누나에게 중요치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싸우는 것도 지겨워 웬만하면 누나 말을 들어주는 나였다.

우리는 피자가게로 가서 런치세트를 시켜 먹었다. 반쯤 먹었을 때까지도 누나는 내게 히든카드를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잡스런 이야기들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지만 그저 친목을 다지자고 누나가 날 부른 게 절대 아니라는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가십거리를 얘기하며 깔깔 거리고 있는 누나에게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목적이 뭐야?”

“목적은 무슨…….”

“그럼 아무것도 바라는 거 없이 나 밥 사준 거야?”

“그래. 누나가 동생 밥 한번 못 사주니?”

“나중에 딴 말 하지 마.”

“다음 주 토요일에 동아리에서 엠티 가는데 나도 한번 가보고 싶어.”


속셈이 없을 리가 없었다. 그것도 덩치가 아주 큰 것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누나가 원하는 것들을 웬만하면 들어주시지만 절대 허락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외박은 절대, 어떤 경우에도 불가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우리 누나는 2년째 대학생활을 하면서 지금껏 엠티를 단 한 번도 가지 못했었다.

나보다 훨씬 많은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누릴 수 있는 건 모두 누리고 살았지만 단 하나, 내가 누나보다 나은 점은 남자라서 외박이 자유로웠던 것이다. 나는 중, 고등학교 때도 가끔 외박을 했었지만 누나는 넘치는 부모님의 관심 덕에 외박은 꿈도 못 꾸는 딱한 처지인 것이다. 근데 지금 엠티를 가겠다고 내게 협조를 구해오는 것이다.


“고작 이거 사주고?”

“야, 뭐 대단한 거라고 거들먹거려?”

“아유, 그럼 말어.”

“뭐 먹고 싶다고?”

“먹는 건 됐고, 다음 주 토요일이라고 했지? 차 안 가져갈 거 아냐? 그날 내가 쓸게.”

“뭐?”


누나는 무엇보다도 차를 소중히 했다. 대학 와서 과외를 하며 처음으로 돈을 벌었던 누나는 몇 달치 과외비를 고스란히 차를 사는데 쏟아 부었다. 그래봤자 차 가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이었지만 내가 차를 빌려달라고 하면 자기 차는 그냥 차가 아니라 자기의 피땀이라며 빌려주기를 거부했었다.

잠깐 고민하던 누나는 내게 협박하는 듯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계속 말했다.


“조심히 몰아. 더럽게 해놓지 말고.”

“알았어. 잘 쓸게. 근데 내가 어떻게 하면 돼?”


누나는 이 문제로 많은 고심을 했었는지 몇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누나랑 나랑 단둘이 놀러가는 걸로 하자거나 엠티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부모님을 설득해달라고 하는 등의 말도 안 되거나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방안들이 대다수였다.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성이 있어보였던 방안이 우리 과랑 누나네 과랑 조인트해서 같이 엠티를 가는 거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었다. 이것도 성공여부는 장담할 수 없었지만 더 좋은 방법이 없었기에 밀어붙이기로 합의했다.

합의도 원만히 끝났고, 식사도 즐겁게 끝나 우리는 가게 밖으로 나왔다.


“커피나 한 잔 할까?”

“수업 없어?”

“아직 멀었어.”


누나는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난 오래 못 있어. 수업 들어가야 돼.”

“알았어.”


우리는 가까운 커피전문점으로 갔고, 가는 길에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진원이 형과 지연이 누나가 마주오고 있었고, 나는 그들을 보고 꾸벅 인사를 했다. 지연이 누나는 내 옆에 있는 우리 누나를 보더니 표정이 굳어지며 어색하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어, 안녕? 이런 데서 다 만나네. 누구……?”

“아, 누나예요.”


지연이 누나의 얼굴은 펴졌지만 이상하게도 진원이 형이 뭔가 어색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원이 형은 흔들리는 눈빛을 애써 지우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누나를 보고 말했다.


“오랜만이네.”

“그래, 오랜만이네. 잘 지내?”

“응.”


누나는 나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얘랑 아는 사이야?”

“어. 학교후배야.”

“그렇구나. 여자친구 심심하겠다. 우리 다음에 만나서 얘기하자.”

“어? 어. 그래. 다음에 보자.”

“내 번호 알지? 옛날 그대로니까 꼭 연락해.”

“어, 그래.”


누나는 진원이 형에게 생긋 웃어주고는 그들을 뒤로 한 채 걸어갔고, 나는 재빠르게 따라가 그들에게 들릴까봐 조용히 누나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알아?”

“고등학교 때 나 좋다고 쫓아다니던 애들 중에 하나야.”

“그래? 완전 잘 나가는 척 해서 조금 나간 줄 알았는데 완전 찌질했네.”

“뭐, 찌질한 정도까지는 아니었고, 그냥 평범했어. 지금처럼…….”

“너 쫓아다닌 거면 찌질한 거 아냐?”


이 정도면 주먹이 올라올 법 하지만 지금은 내가 절대 반지를 끼고 있었기에 차마 때리지 못하고 눈으로만 분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놀리듯 실실 웃어댔고, 누나는 이를 악다물고 억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네 누나가 학교를 휘어잡았다는 걸 잊었나보구나? 네 친구 중에도 나 쫓아다닌 애 있었지, 아마?”

“그랬어? 우리 누나가 그랬단 말야? 왜 나는 같은 학교 다니면서도 몰랐을까?”


실제로 누나는 고등학교 때 우리 학교에서 꽤나 유명했었다. 예쁜 것도 예쁜 거였지만 여우 짓이 몸에 붙어 있었기에 여러 남자의 애를 태웠고, 덕분에 나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여자는 겉만 봐서는 모른다는 걸 누누이 얘기했었지만 그들은 우리 누나의 실체를 받아드리려고 하지 않았었다. 여우에 홀려 앞, 뒤 분간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었다.


“적당히 까불어.”

“네.”


나는 이 정도 선에서는 물러서야 생명을 부지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태도를 바꾸었다. 누나는 나의 굴복에 만족스러웠는지 세우고 있던 발톱을 거두고 내 팔에 팔짱을 끼고 걸었다. 우리는 커피전문점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피자로 느글거리는 속을 달랬다.


“너 아직 그 남자 만나?”

“누구?”

“우리 학교 다닌다던 남자.”

“아니, 안 만나.”

“그럼 지금 아무도 안 만나?”


“만나는 사람 있어.”

“그래? 이번에는 좀 잘 해봐.”

“네 앞가림이나 잘하지?”

“시집이나 갈는지…….”

“죽을래?”

“커피 맛있다.”


우리 누나는 만나는 남자는 정말 많았지만 정작 사귀는 건 한 번도 못 봤다. 사귀냐고 물어보면 일단 만나보는 거라고 말을 했었고, 남자친구 생겼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남자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끊임없이 그렇게 많은 남자들을 바꾸어가며 만나는 걸 보면 말이다.

약속 있다던 지연이 누나를 잠깐 얼굴만 보자고 불러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약속이라고 해봤자 혜림이 누나랑 지연이 누나 집에서 노는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나는 모른 척했다. 아직까지는 내 속셈을 드러내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지연이 누나를 대하면서 지연이 누나의 동태를 살폈다.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 자꾸 시계를 쳐다보는 지연이 누나였다.


“몇 시까지 가야 돼?”

“다섯 시.”

“누구 만나? 혜림이 누나?”

“어? 어.”

“그럼 나도 같이 갈까?”

“안 돼.”

“왜? 같이 놀면 좋잖아.”


지연이 누나의 눈빛이 흔들렸고 목소리 또한 미세하게 떨렸다.


“진원이…… 진원이도 만날 거야. 원래 진원이 만나는데 혜림이도 잠깐 보는 거야.”


혜림이 누나에게 듣기로는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 단둘이서만 논다고 했다. 그런데 지연이 누나는 진원이 형까지 팔아먹으면서 나를 떼어놓으려고 하고 있었다.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잠시 접어두고 다시 지연이 누나에게 미끼를 던졌다.


“그래? 아쉽네. 오늘따라 왠지 너랑 밤새 놀고 싶었는데…….”

“다음에…… 다음에 놀자.”

“어디로 가야 돼?”

“여기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어.”

“그럼 천천히 가도 되겠네.”

“한 15분 후에 일어나면 돼.”


지연이 누나는 내 얘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15분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연이 누나의 불량한 태도를 눈감아주었다.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나를 지연이 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왜?”

“너 갈 때 됐잖아. 데려다줄게.”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1분, 1초가 흐르는 것까지 다 세고 있었으면서도 능청스럽게 연기를 펼쳐 보이는 지연이 누나였다. 그런 지연이 누나의 거짓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소로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지연이 누나와 나 사이에 지연이 누나가 만들어 놓은 얇은 유리벽을 산산이 깨트릴 시간을 기다리면서…….

우리는 커피전문점에서 나왔고, 나는 지연이 누나에게 물어보았다.


“어디로 가? 데려다줄게.”


지연이 누나는 입을 열려다가 멈칫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냐. 혼자 갈게. 진원이 마주칠 수도 있잖아. 넌 그냥 여기서 가.”

“그래? 알았어.”


나는 지하철역으로 내려갔고, 내가 계단을 밟는 걸 보자마자 지연이 누나는 발길을 돌려 걸어갔다. 혜림이 누나에게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혜림이 누나가 지연이 누나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 다음 같이 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는 것이었는데 나도 그 마트로 갈 작정이었다.

지하철역에서 다시 올라온 나는 택시를 타고 근처 대형마트로 이동했다. 혜림이 누나에게 마트에 도착하면 연락을 달라고 조치를 취해놓고 마트 구경을 하고 있었다. 전자제품 코너로 간 나는 소파에 앉아 3D TV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3D TV보다 일반 LED TV에 더 눈길이 갔다. 내 방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브라운관 TV는 폐기처분하고 벽에다가 LED TV 한 대 걸어놓으면 비디오게임을 더 실감나고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방에 어울릴만한 TV를 둘러보고 있는데 혜림이 누나에게서 마트 안으로 들어왔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전자제품 코너에서 나와 그녀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고개를 휙휙 돌리며 마트 구석구석을 두루두루 살펴보았다. 마침내 내 눈에 포착된 그녀들은 해산물 코너에 서서 새우를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그녀들 뒤에 선 나는 지연이 누나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진원이 형 여자친구 아니세요?”


지연이 누나는 날 보더니 화들짝 놀랐고 아무 말 없이 멍하니 날 쳐다보고만 있었다.


“진원이 형이랑은 같이 안 왔나 봐요?”


지연이 누나는 상황파악이 됐는지 혜림이 누나를 쏘아보았다. 혜림이 누나는 내 뒤로 숨으면서 말했다.


“내가 일부러 말한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까 실수로……. 미안해, 지연아.”

“그럼 그랬다고 나한테 말해줬어야지.”


나는 나의 정보원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지연아, 넌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응? 뭘?”

“혜림이 누나랑 밤새 논다는 거?”

“그야…….”


할 말이 없는지 말을 잇지 못하던 지연이 누나가 도리어 내게 큰소리쳤다.


“너도 나 놔두고 엠티 갔잖아.”

“난 말 하고 갔어.”

“이건 꼭 말해야 할 필요가 없는 일이잖아.”

“그럼 거짓말은 왜 했어?”


“무슨 거짓말?”

“진원이 형이랑 만난다며?”

“네가 따라오려고 그러니까 그랬지.”

“좀 따라와서 같이 놀면 안 되냐?”


지연이 누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넌 항상 그런 식이야. 너만 생각하지. 혜림이가 불편하거나 마음 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나랑 둘이 놀겠다고 왔는데 너 있으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그리고 둘 사이에 끼어있는 나는 어떨 것 같아? 넌 그런 생각들은 안 하지?”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더니 지연이 누나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꾸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이렇게 나올 줄 알고 미리 연습이라도 한 것 같았다. 이러다가는 사과받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천하의 나쁜 놈이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딱히 반박할 말도 없었고 이런 식으로 더 대화를 나누다가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내 마음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더 이상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어 몸으로 표출될 것 같은 상태에 이르렀을 때 혜림이 누나가 중재에 나섰다.


“왜들 그래? 이렇게 된 거 그냥 셋이서 재밌게 놀자. 난 윤호 안 불편해. 윤호야, 너도 나 안 불편하지? 응?”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


“네.”

“지연아, 봤지? 우리 서로 안 불편하고 친하니까 너도 우리 신경 쓸 거 없이 맘 편하게 놀아도 돼. 마음 풀고 그냥 놀자. 응? 응?”

“됐어. 쟤 가라 그래.”

“왜 그래? 그러지 말고 그냥 같이 놀아. 내가 윤호랑 같이 놀고 싶어서 그래. 날 봐서 같이 놀자.”


지연이 누나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을 하더니 혜림이 누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혜림이 누나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고, 이번에는 혜림이 누나가 지연이 누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뭐야? 사람 앞에 두고 둘이서…….”

“신경 꺼.”

“아냐, 아무것도…….”


지연이 누나는 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못마땅한지 톡톡거렸고, 혜림이 누나는 행여나 또 나랑 지연이 누나 사이에 다툼이 일어날까봐 걱정이 됐는지 얼른 막아섰다. 혜림이 누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짜증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


“뭔데 숨겨? 당당하게 말해.”


혜림이 누나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이해해달라는 눈짓을 보내며 말했다.


“윤호야, 잠깐만 여기 있을래? 우리 얘기 좀 하고 올게.”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는 내게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밀담을 나누었다. 내용이 무엇이건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고, 지연이 누나에 대해 생겼던 불신의 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괜히 지연이 누나 놀라게 해주려고 했다가 내 마음만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는 꼴이었다.

이야기가 끝났는지 지연이 누나가 앞장서서 내게 다가와 말했다.


“정윤호, 너 혜림이랑 둘이 장보고 와. 난 먼저 집에 가있을 테니까.”

“왜?”


지연이 누나는 대답도 않은 채 돌아서 걸어갔고, 나는 붙잡으려고 따라가려다가 오히려 내가 붙잡히고 말았다. 혜림이 누나는 날 붙잡고 지연이 누나를 보내주라는 눈짓을 보내며 말했다.


“지연이 집 지금 청소 하나도 안 해서 엄청 더럽대. 그래서 치워야 된다니까 그냥 먼저 가라고 해.”

“고작 그것 때문이야?”

“고작이라니. 여자들은 그런 거에 민감해.”

“그렇다고 저렇게 휑하니 돌아서 가냐?”

“마음 넓은 네가 이해해줘. 우리도 빨리 장보고 가야지?”


마음이 석연치 않았지만 물증도 없고, 이거다 하는 심증도 없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뭐 사야 되는데?”

“새우랑 스파게티 면이랑 와인만 사면된다고 했어.”


혜림이 누나는 날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새우랑 스파게티 면, 그리고 와인 두 병을 골라 카트에 담았다.


“두 병이 다야?”

“집에 양주랑 맥주 있다고 했어.”

“그래? 그럼 이제 갈까?”


혜림이 누나는 핸드폰을 보더니 머뭇거렸다.


“왜?”

“좀 이른 거 같아서…….”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데?”

“십분 정도? 근데…… 유리도 온대.”

“유리 누나는 갑자기 왜?”

“원래 오는 거였는데 내가 잘못알고 있었나봐.”

“유리 누나는 내가 지연이랑 사귀는 거 모르잖아?”

“이렇게 된 거 지연이가 말하겠대.”

“…… 그래?”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발생해버렸다. 유리 누나라면 내가 혜림이 누나와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데, 지연이 누나와 내가 사귀고 있다는 사실마저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두렵기도 하면서 흥미롭기도 했다. 시원한 유리 누나의 성격상 굳이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모른 척 넘어갈 수 있을 것도 같았고, 화끈하게 다 까발려버리고 상황을 깨끗이 정리시켜 줄지도 몰랐다. 전자라면 현재 상황에서 달라질 게 하나 없겠지만 후자라면 내가 가진 모든 걸 순식간에 잃을 수도 있었다.

또 하나, 혜림이 누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지난 번 일로 자신이 알던 혜림이 누나가 아닌 다른 모습의 혜림이 누나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랐던 것 같았는데, 내가 지연이 누나와 사귀고 있는 걸 알면서도 혜림이 누나가 나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유리 누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빨리 보고 싶었다.

그리고 지연이 누나가 양다리였다는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냥 그러려니 할지 아니면 이마저도 놀라워 할지 유리 누나의 반응을 보면 지연이 누나의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불안하고 조마조마한 상황에서도 이렇게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호기심이 솟구치는 이유는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리 누나에 대한 믿음덕분이었다. 그렇더라도 긴장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크게 숨을 내쉬어 봐도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왜? 긴장 돼? 긴장 하지 마. 유리는 그렇게 신경 안 쓸 거야.”

“그렇겠지?”


혜림이 누나의 핸드폰이 울렸고, 혜림이 누나는 문자를 확인하며 말했다.


“어. 신경 안 써. 지연이가 이제 와도 된대. 가자.”

“어, 가자…… 가.”


쿵쾅거리는 내 가슴은 지연이 누나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멈출 줄을 몰랐다. 집에 들어갔을 때 지연이 누나는 날 본척만척하며 여전히 냉랭한 반응을 보였고, 혜림이 누나는 그런 우리 둘 사이를 보기 힘들었는지 지연이 누나를 붙잡고 말했다.


“너 윤호랑 화해 안 하면 나 집에 갈 거야.”

“우리가 언제 싸웠다고 화해를 해?”

“화해를 하든지 용서를 하든지 어쨌든 둘이 저 방에 들어가. 그리고 너희 서로를 보면서 웃을 수 있을 때까지 나오지 마.”

“우리 아무렇지도 않다니까. 빨리 요리나 하자.”

“나 간다?”

“알았어, 알았어. 화해하면 되잖아. 정윤호, 미안해.”


지연이 누나는 건성으로 사과를 했고, 나도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래.”


혜림이 누나는 우리의 태도에 화가 났는지 가방을 챙기며 말했다.


“나 갈래.”

“아니야, 혜림아. 제대로 할게.”


지연이 누나의 말에 혜림이 누나는 움직임을 멈추고는 똑 부러지게 말했다.


“저 방에 들어가. 그리고 완전히 풀릴 때까지 나오지 마.”

“그냥 여기서 할게.”

“내가 꼭 봐야 돼? 둘이 해결해. 싫음 나 가고…….”


지연이 누나는 내 손목을 잡고 방으로 이끌었다. 방에 들어서자 지연이 누나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는 혹시나 목소리가 새어나갈까 싶은지 조용히 말했다.


“분위기 망치지 말고 일단 휴전협정 맺자.”

“알았어.”

“그럼 웃어.”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자연스럽게 좀 웃어봐.”


이번에는 입꼬리를 살짝만 움직였다. 지연이 누나는 이번에도 내 표정이 만족스럽지 않은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좀 잘 할 수 없어?”

“난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나 잘 해.”


지연이 누나가 갑자기 내 허리를 끌어안더니 은근하게 날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자신의 얼굴을 살며시 내 얼굴 가까이로 가져오며 살포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 가슴은 두근거렸고, 순간 나는 긴장하여 숨도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얼른 내 몸에서 지연이 누나를 밀쳐내며 말했다.


“왜 이래?”

“이렇게…… 이렇게 좀 해보란 말이야.”


날 갖고 싶다고 말하던 그 눈빛이, 내게 모든 걸 허락한다던 그 미소가 모두 연기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이 여우한테 당했다고 생각하자 얼굴이 화끈거리며 짜증이 났다. 복수심에 불타고 있던 나는 지연이 누나의 손목을 잡아 당겨 안으며 말했다.


“이렇게 다정하게?”

“그게 다정한 표정이야?”

“그럼 이건 어때?”


나는 거칠게 지연이 누나의 입술을 덮쳤다. 분풀이라도 하는 기세로 지연이 누나의 입술과 혀를 난폭하게 다루고 있는 내 혀였다. 지연이 누나의 혀도 지지 않고 내 입술과 혀를 살짝살짝 깨물며 앙칼진 키스로 대응했다. 나는 지연이 누나의 입술에서 내 입술을 떼고 지연이 누나를 노려보았다. 우리의 눈빛에는 무서울 정도로 매서운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이번에는 지연이 누나가 먼저 내 입술을 덮쳤고, 서로를 잡아먹을 것 같은 뜨거운 키스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녹이고 있었다. 우리의 키스는 조금씩 부드러워졌고 달콤해지고 있었다. 내 손은 지연이 누나의 가슴을 어루만졌고, 지연이 누나는 날 꼭 끌어안았다.
화해의 키스도 잠시 내 입술에서 지연이 누나의 입술이 떨어지더니 작고 귀여운 입술이 움직였다.


“혜림이 기다리겠다. 그만하고 나가자.”


난 아쉬움이 남았지만 지연이 누나의 뜻에 따랐다. 방에서 나가니 혜림이 누나는 부엌에서 요리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연이 누나도 얼른 부엌으로 가 혜림이 누나와 함께 요리를 준비했다.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는 새우크림스파게티를 만들겠다고 부엌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지연이 누나와 화해하고 나자 다시금 유리 누나에 대한 걱정이 되었다.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유리 누나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생각하며 유리 누나가 오기를 손에 땀을 쥐며 기다렸다.

생각에 잠겨 있어 듣지 못했는데 초인종소리가 울렸었나보다. 지연이 누나가 내게 현관문을 열어주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지연이 누나의 목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갔다. 현관문의 열림 버튼을 누르자마자 유리 누나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


“야, 박지연! 너 갑자기…….”


유리 누나는 날 보고는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


“너 왜 여기 있어?”

“어서 와요. 저녁 다 되어 가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너 왜 여기 있냐고?”


유리 누나의 말을 들었는지 지연이 누나가 날 대신해 대답해주었다.


“내가 불렀어.”

“얘는 왜?”

“일단 앉아서 기다려. 저녁 먹으면서 얘기해줄게.”


나는 소파로 돌아가 앉았고, 뒤따라 유리 누나도 소파에 앉으며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혹시 혜림이 때문이야?”

“아니에요. 곧 알게 될 테니 숨 좀 돌리고 기다려요.”


유리 누나는 꺼림칙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유리 누나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스파게티가 완성이 되고 저녁식사를 위해 모두가 식탁에 둘러앉았다. 나랑 지연이 누나가 나란히 앉았고, 혜림이 누나와 유리 누나가 맞은편에 나란히 앉았다. 유리 누나는 자리배치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는지 갸우뚱하며 지연이 누나와 날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각자의 앞에는 하얀 크림소스에 면과 새우가 잘 버무려져 있었고, 그 위에 파슬리가루가 뿌려져 먹음직스러웠다. 일단 먹고 보자는 생각으로 포크를 집으려 할 때 지연이 누나가 손뼉을 치며 신난 듯 말했다.


“와인이 빠지면 안 되겠지?”


지연이 누나가 옆에 있던 와인과 와인 오프너를 내게 건네주었다. 가족끼리 두어 번 와인을 마신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와인 개봉은 아버지의 몫이었기에 나는 단 한 번도 와인 개봉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가 와인을 열 때도 눈여겨보지 않아서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대충 기억을 더듬어 스크류를 와인 입구에 꽂으려했다. 지연이 누나는 내 손목을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


“칼로 알루미늄 캡부터 잘라서 벗겨내.”


나는 전혀 숙달되지 않은 실력으로 알루미늄 캡을 벗겨내고 있었다. 그런 내가 답답했던지 유리 누나가 나섰다.


“이리 줘. 내가 열게.”

무시당한 거 같아서 자존심이 조금 상했지만 괜히 오기로 계속 하다가 더 큰 망신을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순순히 내주었다. 유리 누나는 능수능란하게 와인 코르크를 빼내었고, 각자의 잔에 따라주었다.

지연이 누나가 잔을 들어 사랑과 우정을 위한 건배를 제의했고, 우리는 서로의 잔에 잔을 부딪쳤다. 난 어떤 사람을 떠올리며 사랑을 위한 건배를 해야 하는지 혼돈스러웠다. 지연이 누나일까, 소연이일까, 아니면 혜림이 누나일까, 누구 한 사람을 꼽을 수가 없었다.


“자, 이제 얘기해. 윤호는 왜 이 자리에 있어야 돼?”


유리 누나는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버거웠는지 아까 듣지 못한 대답을 빨리 해주길 요구했다. 이에 지연이 누나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유리야, 정식으로 소개할게. 내 남자친구야.”

“뭐?”


유리 누나는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는지 내게 삿대질을 하며 말을 이으려했다.


“너…… 너…….”


하지만 뒷얘기는 더 이상 이을 수 없었는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유리 누나는 내게서 시선을 거두고 지연이 누나를 쳐다보았다.


“진원이는?”

“헤어질 거야.”

“좋아. 넌 됐고…….”


지연이 누나의 문제는 별다른 말없이 시원하게 넘어갔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서 헷갈렸다. 지연이 누나라면 다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경황이 없어서 빨리빨리 듣고 정리를 하고 싶어 일단 넘긴 것일까. 아무튼 다음 타깃은 혜림이 누나였다.


“그럼 넌 알고 있었어?”


혜림이 누나는 조금 미안한 기색을 보이며 대답했다.


“어쩌다보니 알게 됐어.”

“그런데도…….”


유리 누나는 홱 고개를 돌려 나를 쏘아보았다. 나는 뜨끔했고, 유리 누나의 입에서 어떤 말이 흘러나올지 몰라 불안해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여전히 날 노려보던 유리 누나는 짧은 정적을 깨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너 소연이랑 사귄다며?”


다행히도 혜림이 누나에 대한 얘기가 아니었다. 나는 안도하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말하자면 그건 눈속임용이죠.”

“누구? 진원이 속이려고?”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소연이는 네가 이용하고 있단 걸 알아?”

“모르죠.”

“너 정말 나쁜…….”


유리 누나는 내게 욕을 퍼부으려는 것 같았으나 지연이 누나를 흘깃 보더니 멈추고는 푹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됐다. 파스타나 먹자.”


그제야 지연이 누나와 혜림이 누나는 포크를 집어 들어 파스타를 맛보기 시작했다. 나는 한순간 긴장이 풀리며 바짝 말라있는 입안을 축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잔에 있던 와인을 한 번에 들이켰지만 타오르던 갈증은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나는 와인을 한 잔 더 따라 마셨다. 지연이 누나는 그런 내가 걱정이 되는지 내 허벅지를 살짝 두드리며 말했다.


“천천히 마셔.”


유리 누나는 지연이 누나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내가 아니꼬운지 톡 쏘았다.


“속이 많이 타나본데 내비 둬. 안 그래, 윤호야?”

“네, 뭐…… 맛있네요. 이거…….”


난 유리 누나를 콕 쥐어박아 버리고 싶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현실에서는 유리 누나에게 억지로 미소 지어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 유리 누나는 날 흘기며 포크로 파스타를 말았다. 나도 포크로 그릇을 콕 찍어 파스타를 말아 입안으로 가져다 넣었다. 여태 내가 먹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입에 넣자마자 지연이 누나는 내게 물어왔다.


“어때? 맛있어?”

“응. 되게 고소하고 부드럽다. 맛있어.”

“다행이다. 네 입맛에 안 맞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유리 누나가 툭하면 날 노려보는 바람에 파스타가 어디로 들어갔는지도 모른 채 한 그릇을 비웠다. 식사를 끝낸 우리는 대충 식탁을 정리하고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팬티 위를 가만히 덮고 있던 내 손은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비록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에 눌려 자유롭지 못해 많은 움직임을 가할 수는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팬티 속으로 파고들고 싶었지만 그 정도의 여유까지는 없었기에 팬티 위로 보지 구멍을 꾹꾹 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감질나는 손맛도 여기서 끝낼 수밖에 없었다.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지연이 누나가 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진원이 형이 화장실을 간다며 일어섰고, 그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내 지연이 누나가 집에 가야겠다며 일어서며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기고 있었다. 혹시나 지나가는 눈길에 내 손의 향방을 눈치 챌 수도 있을 것 같아 혜림이 누나의 다리 사이에서 얼른 내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이렇게 간다고 일어서면 잡을 법도 한데 아까부터 가라앉아 있던 지연이 누나의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누구 하나 잡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이대로 지연이 누나를 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갑자기 왜요? 진원이 형한테라도 말하고 가야죠.”

“나가면서 말할 거야. 그럼 놀다가. 나 먼저 갈게.”


지연이 누나는 휑하니 돌아서 나갔고, 나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 나가볼까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었지만 괜히 따라 나갔다가 선배들에게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았고, 진원이 형이 지연이 누나를 데려다준다고 나설 것 같아서 괜한 짓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연이 누나가 가고나자 민기 형은 지연이 누나가 앉아있던 자리로 옮겨 앉았다. 지연이 누나의 얼굴이 보여야 할 곳에서 민기 형의 얼굴이 보여서 마음이 상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진구 형의 마음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진구 형의 마음이 침울해졌다는 것이 확연하게 얼굴에 드러나 보였다. 내가 봐도 마음이 안 좋은데 혜림이 누나는 늘 이런 모습을 보며 지금껏 지내왔다니 참으로 안쓰러웠다.

안쓰러운 혜림이 누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고자 나는 지연이 누나와의 냉전체제를 오늘부로 종결짓겠다는 생각을 단념하고 혜림이 누나와의 동맹체제를 더욱 굳건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혜림이 누나에게 사절단을 보냈다. 혜림이 누나는 아까 내 손이 팬티까지 덮쳤던 것을 잊었는지 사절단에 대한 의례적인 환영의 표시로 다리를 벌려주었다.

혜림이 누나가 방심한 틈을 타 내 손은 단번에 팬티까지 입성했다. 혜림이 누나가 다리를 벌려준 건 적당한 격식을 차린 건 줄 알았지만 그게 진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손이 팬티를 건드리는 순간 혜림이 누나의 다리는 오므려들었지만 아까처럼 굳건히 걸어 닫은 것이 아니라 내 손이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주고 다리를 오므렸던 것이다.
혜림이 누나의 마음을 움직인 게 지연이 누나를 향한 질투심 때문인지 진구 형과의 사랑 없는 만남에 대한 상실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혜림이 누나가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므로 난 철저히 이용당해 주고 싶었다.

내 손은 팬티 위로 보지를 맘껏 주무르고 찌르고 쓰다듬었다. 난 살짝 팬티를 옆으로 밀쳐낸 다음 보지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가했다. 손가락에 보짓물을 잔뜩 묻혀 클리토리스를 비롯하여 보지 곳곳에 펴 발랐고, 혜림이 누나는 부드러운 자극에 기분이 좋은지 호흡이 조금 가빠졌다.

보지의 외부만을 자극하던 내 손가락이 혜림이 누나의 보지구멍으로 들어가려고 움직였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손가락이 보지구멍 깊은 곳까지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겨우 손가락 한마디 반 정도 들어갈 수 있었고, 나는 거기서 만족하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미끈거리는 보지구멍 안에서 빙글빙글 돌던 내 손가락은 잔뜩 보짓물만 묻힌 채로 다시 나와 보지 전체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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