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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 만난 여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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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7:02 조회 88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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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 만난 여선배




잠결에 소란스러움을 느끼고 부스스 눈을 떠보니 형들이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어디 가세요?”

“라면 좀 사오려고…….”

“같이 가요.”

“됐어. 더 자.”

“아니에요. 같이 가요.”

“괜찮으니까 있어. 너 아침수업이잖아? 씻고 나갈 준비나 하던가.”


진구 형의 배려에 나는 집에 남게 되었다. 그러나 달갑지 않은 배려였다. 혜림이 누나가 씻고 있는지 욕실에서 소리가 들렸고, 지연이 누나는 눈을 부비며 잠을 깨려 하고 있었다. 티셔츠가 살짝 올라가 지연이 누나의 늘씬한 배가 드러나 있었다. 그보다 나는 간밤에 들었던 낯 뜨거운 이야기들 때문에 지연이 누나를 편하게 마주하기 힘들었다.


“아, 피곤하다. 윤호야, 잘 잤어?”

“네.”

“어제 우리 많이 달렸어? 왜 이렇게 찌뿌둥하지?”

“그렇죠.”


간밤의 지연이 누나는 사라지고, 귀여운 지연이 누나가 내게 다정스러운 대화를 건넸다. 그러나 나는 자꾸 간밤의 지연이 누나가 떠올라 대하기가 너무 불편했다. 지연이 누나는 기지개를 켜고 나서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오늘은 전공수업만 있지?”

“네.”

“동기들이랑은 아직도 안 친해?”

“그렇죠.”


지연이 누나와 둘만 있어 숨이 막힐 것만 같던 이 공간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혜림이 누나가 머리카락을 닦으며 욕실에서 나온 것이다. 섹스할 때 욕구를 탐하던 눈빛은 사라지고 상쾌한 눈빛이었다.


“잘 잤니?”

“네. 누나는 개운해 보이네요.”

“개운하네.”

“저 씻어도 되죠? 누나 먼저 씻을래요?”

“아냐. 너 먼저 씻어.”


지연이 누나는 지금 씻기 귀찮은 건지 다시 침대에 드러누우며 내게 양보해주었다. 나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였던지 자꾸 간밤의 일이 떠올라 자지가 솟아 가라앉을 생각을 않고 있었다. 욕실을 나와 보니 선배들은 라면을 먹고 있었다.


“너도 어서 와서 먹어.”


지연이 누나는 자리를 살짝 옮겨 공간을 만들어주며 내게 권했지만 나는 그 자리로 파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두 지연이 누나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을 들었던 사람들이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내게 적대감까지는 아닐지라도 호의를 갖고 있지 않는 것은 분명했다.


“저 지금 나가봐야 될 거 같아요.”

“아직 시간 좀 있잖아. 먹고 가.”

“프린트 할 것도 있고…… 과제 한 거 다시 한 번 봐야 될 거 같아서요.”

“그래? 배고플 텐데……. 빵이라도 사서 들어가. 알았지?”

“네. 그럼 전 가볼게요.”

“나중에 보자.”


지연이 누나만이 인사를 해주었고, 다른 사람들은 슬쩍 손을 들어 잘 가라는 표시를 냈다. 나는 서둘러 가방을 챙겨 나왔다. 앞으로는 이들과의 만남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뜻하지 않게 나의 인간관계가 꼬여 버린 것이다.



* * *



“너 무슨 생각했기에 수업 시간 내내 멍 때렸냐?”


그 어떤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귓가에 맴도는 지연이 누나의 말을 멍하니 듣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애써 그 소리를 막지 않았다. 생생하게 들려오는 지연이 누나의 야릇한 목소리가 내게 짜릿한 흥분을 가져다주었고 나는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래. 근데 넌 어제 어디 갔었냐?”

“어제 동기들이랑 술 마셨어.”

“어떻게?”

“나 어제 들었던 수업에 우리 과 애 하나 있거든…… 걔가 다짜고짜 와서는 마치고 동기들끼리 술 마시기로 했는데 같이 가자는 거야. 그래서 갔지.”

“이야. 우리도 술 마실 동기가 생긴 거냐? 잘 됐다. 진짜.”

“잘 된 것 까진 뭐냐. 마시면 마시는 거고 말면 마는 거지.”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나의 유일한 동기인 재훈이가 한 가닥의 희망을 안고 왔다. 더 이상 선배들과 어울리기는 힘들 것 같았고, 이대로 학교, 집만 오가는 어두운 대학생활을 해야 하는 건가 하는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애들은 어떻디?”

“착한 것 같더라. 재밌는 애도 있고……”

“다음에도 같이 마시자고 하디?”

“너도 한 번 불러서 마시자는 얘기는 나왔었어.”

“진짜?”


“아, 그것보다 이걸 누가 말했는지가 중요해.”

“뭐가 중요한데?”

“너 소연이라고 알아?”

“아니.”


“나도 어제 처음 봤는데 되게 귀여운 애 있어.”

“근데?”

“걔가 그랬어. 다음에 너도 부르자고.”

“그래서?”

“답답아! 그 귀여운 애가 너한테 관심이 있다는 거잖아.”

“설레발치지 마. 걔가 날 언제 봤다고 관심이야.”

“멍청이. 그러니까 관심이 있는 거지. 너 걔 모르지? 근데 걔는 널 알아. 어떻게 알겠어? 관심이 있으니까 눈여겨 본 거 아니겠냐고.”


재훈이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당장 여자를 사귀고 싶은 것도 아니었기에 흥미가 당기진 않았다. 그것보다 골치 아픈 일 때문에 관심을 줄 여력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든가 말든가.”

“시크한 척 하기는…… 네가 차도남이냐? 웃기지도 않아.”

“아무튼 다음에 같이 술이나 먹자. 이제 우리도 동기들이랑 좀 어울려야지.”

“네가 웬일이냐? 동기랑 술 먹자는 얘기를 다 하고…….”

“그냥.”


나의 달라진 태도에 재훈이는 의아한 듯 했지만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았다.



* * *



재훈이와 나는 두 명의 동기와 함께 시계탑 아래서 서성이고 있었다. 세 명의 동기가 아직 수업이 끝나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곧 남은 세 명도 합류해 우리는 학교 앞 호프로 자리를 옮겼다. 커다란 호프집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고, 여기저기 게임하는 소리에 왁자지껄했다. 늘 선배들과 조용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나는 색다른 분위기에 마냥 신기했다. 마치 MT를 온 것 같다는 느낌에 설레기까지 했다.


“오늘은 정말 모시기 힘든 윤호도 행차하셨으니 끝까지 달려보자.”


지철이의 말에 나는 머쓱해졌다. 그러나 다른 동기들은 내가 온 것을 환영하는 건지 끝까지 달리자는 말을 환영하는 건지 크게 호응해주었다.

동기들은 집중적으로 나에 대해 간단한 호구조사를 하더니 흥미를 잃었는지 이내 게임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우리는 이런저런 게임을 했고, 게임이 무르익은 만큼 취해갔다.

나는 게임을 하는 동안 지철이가 말한 소연이라는 아이를 내 눈에 조금씩 넣어두고 있었다. 지철이 말 그대로였다. 언뜻 보면 지연이 누나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 아이는 귀엽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외모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연이 누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귀여움 속에 어딘가 모르게 섹시함을 감추고 있는 느낌이었다.


“우리 이미지 게임할까?”


지철이의 말에 모두들 끄덕거렸고, 게임은 시작되었다.


“그럼 나부터 할게. 가장 안 씻을 것 같은 사람? 하나, 둘, 셋!”


다행히 날 찍은 사람은 없었다. 나는 더벅머리를 한 지철이를 찍었고, 다른 동기 셋도 지철이를 찍었다. 그 결과에 동기들은 한 마음이 되어 폭소가 터트렸다. 지철이가 그렇게 더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장 편했기에 찍었을 것이다. 나부터도 그랬으니…….


“너는 왜 네 무덤을 파냐?”

“내가 더러워 보여? 나 매일 씻어!”

“이미지잖아. 이미지.”


지철이는 소맥을 한 잔 들이키고는 눈을 이글거리더니 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럼 가장 깨끗해 보이는 사람은? 하나, 둘 셋.”


이번에는 두 사람이 날 지목했다. 이미지일 뿐이지만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나는 얼굴이 하얗고 피부가 깨끗해 보이는 소연이를 지목했고, 날 지목했던 두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나와 생각이 똑같았다. 소연이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거 좋은 거 맞지?”

“더러워 보이는 것보다는 좋겠지?”


지철이가 툴툴대며 대꾸하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너 마음에 담아뒀구나. 남자가 그것 갖고…… 앞으로 잘 씻으면 되는 거야.”


시은이는 위로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지철이를 달래주었다. 그러는 사이 소연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소맥을 단번에 마셨다. 다 비운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혀를 살짝 내밀었다가 집어넣는 소연이가 꽤나 귀여워 보였다.


“그럼 나 질문할게. 이성친구가 가장 많을 것 같은 사람은?”


이번에는 세 명이 날 지목했고, 내가 가장 많은 지목을 받게 되었다. 이성친구가 많았더라도 썩 기분 좋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실제로 그렇지도 않은데 이렇게 지목을 받게 되니 억울했다. 이성친구라고 해봤자 그나마 가끔 연락하는 동창 서너 명과 고3때 헤어져 친구로 지내고 있는 전 여자친구밖에는 없는데 말이다.


“너네 잘못 본 거야. 나 차도남이야.”


괜한 말에 야유가 쏟아졌고, 나는 무마하고자 얼른 잔을 들어 마셨다. 이제 내가 질문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질문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재훈이를 보자 문득 재훈이를 타깃으로 할 수 있는 질문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 놀았을 것 같은 사람은?”


질문이 끝나자마자 재훈이는 날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고, 예상대로 재훈이의 몰표였다.


“너 이렇게 나왔다 이거지?”


재훈이는 술잔을 비우고 내게 복수하겠다는 눈빛으로 가득 품고 질문을 던졌다.


“이성에게 대쉬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 사람은?”


나와 시연이는 두 명에게서 지목을 받았고, 나머지 세 명은 소연이를 지목했다.


“아냐. 나 인기 없었어.”

“그래? 알았으니까 마셔.”


소연이는 입을 삐죽이고는 맥주잔을 입에 갖다 대려다가 멈추었다.


“흑기사 불러도 돼?”

“물론이지. 불러, 불러.”


지철이는 환호하며 소연이의 제안을 수락했다. 소연이는 나를 포함한 네 명의 남자 동기들을 둘러보았다.


“음…… 윤호야 흑기사 해줘.”

“거절하면 두 잔이지?”


내 대답에 소연이의 표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시은이는 이 상황이 흥미로운 듯 끼어들었다.


“거절하려고? 진짜 차도남이다.”

“아냐. 이리 줘. 마실게.”


나는 소연이에게서 잔을 건네받아 쭉 들이켰다.


“소원! 소원! 소원! 소원!”


모두들 내게 소원을 말하라고 합창을 했지만 나는 딱히 받고 싶은 소원이 없었다.


“킵 하는 건 안 돼?”


지철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게 어딨어. 빨리 말해.”

“좋아. 그럼 춤 춰.”


소연이는 당황해하며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진짜 춤 못 추는데 다른 거 하면 안 돼?”


하기 싫은 기색이 역력해 나는 바꿔주려고 뭘로 바꿀까 생각했지만 시은이 생각은 달랐나보다.


“안 돼. 소원 한 번 말했음 끝이야. 그걸로 해야 돼.”


소연이는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호프집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다. 소연이의 귀여운 외모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고 언뜻언뜻 보이던 섹시함이 나오는 게 아닐까 기대했지만 소연이의 말이 맞았다. 소연이가 추는 춤은 춤이라기보다는 율동에 가까웠다. 역시 그런 모습이 소연이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연이는 그냥 귀여운 아이였던 것이다.

몇 번의 질문이 더 오갔고, 나는 두 번의 술을 더 마셔야했다.


“우리 서로의 이미지는 알았으니까 진실게임 한 번 해볼래?”


재훈이의 제안에 소연이는 망설였고, 분위기를 주도하던 지철이도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나머지는 좋다고 했기에 아무 말 않고 있던 소연이와 지철이는 거절할 틈도 없이 참여하게 되었다. 재훈이에게 질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진실게임은 시작되었다. 뻔한 질문과 뻔한 대답이 오갔고 어느덧 지철이의 차례가 되었다.


“자, 그럼 일단 좋아하는 사람 있어?”

“어.”

“우리 과야?”

“어.”

“이 자리에 있어?”


지철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대답했다.


“어.”

“소연이야?”


시은이의 질문에 지철이는 잔을 집어 들었다. 시은이인지 예지인지도 물어보는 바람에 지철이는 두 번 더 술을 마셔야 했다. 비록 지철이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두가 아는 눈치였다. 나도 오늘 술을 마시며 지철이가 소연이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정도였으니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을 텐데 지철이는 밝히지 않았다.

지철이의 차례가 끝나고 내 차례가 되었지만 내게는 흥미로운 대답이 없었기에 금방 넘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연이의 차례가 되었다.


“소연이 너도 기본 질문. 좋아하는 사람 있어?”

“좋아하는 지는 잘 모르겠고 관심 가는 사람은 있어.”


소연이의 대답에 재훈이와 나를 제외한 동기들이 놀라는 눈치였다. 자기네들도 같이 다니면서 전혀 그런 눈치를 채지 못했나보다.


“우리 과야?”

“어.”

“혹시 이 자리에 있어?”


지철이의 눈은 반짝였고, 소연이는 고민에 휩싸인 눈빛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상대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 있어. 이제 그만 물어봐줘.”


소연이는 간절히 부탁했다. 다른 동기들도 이 정도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수확을 거뒀다고 생각했는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진실게임도 끝이 났지만 다른 게임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되었다. 나와 재훈이는 모르는, 다른 동기들끼리 술을 마셨을 때 일어난 에피소드를 곱씹고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가 그리 재밌지도 않았기에 재훈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너 선배들이랑 무슨 일 있어?”

“왜?”

“요즘 좀 뜸해진 거 같아서…….”

“바빠서 그런가보지. 2학년들 과제 많다고 했잖아. 여자친구는 학교 재밌대?”


재훈이와 2년 넘게 만나고 있는 그녀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와서 지방 전문대에 다니고 있다. 언젠가 재훈이가 여자친구의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겠다는 말을 했었다. 물론 그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도 재훈이는 여자친구의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놀기에는 그만이라고 내게 유혹했었다. 그 말에 은근 기대하고 있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맨날 술 먹고 논대. 말로는 술만 먹고 논다고 그러는데 모르지 또.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걱정 되냐? 너 버릴까봐?”

“걱정은 무슨……. 지가 나 버리면 더 좋은 남자 만날 수 있을 거 같아?”


재훈이의 의기양양한 표정에 나는 피식 웃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화장실을 가니 이미 사람이 있는지 문이 잠겨 있었다. 나는 바람이나 쐴 겸 해서 밖으로 나왔다. 가게 옆에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연이의 얼굴이 보였다. 소연이는 내게로 다가오더니 내 옆에 걸터앉았다.


“왜 나와 있어?”

“바람이나 쐴까 해서……. 넌 왜 나왔어?”

“나도 바람이나 쐴까 해서……. 사실 너 나가는 거 보고 나왔어.”

“왜?”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하려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뭐 먹고 싶은데?”

“사줄 거야?”

“사줄게.”

“됐어. 그냥 앉아서 바람이나 쐬자.”

“그러든지…….”


“너…… 아까 진실게임 할 때 지연선배랑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한 말 정말이야?”

“알다시피 지연 누나는 남자친구가 있잖아. 거기서 내가 무슨 사이가 되는 게 웃긴 거지.”

“그럼 아무런 마음도 없는 거야?”

“그냥 친한 선배일 뿐야.”

“지금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 아무도 없는 거야?”


소연이는 취했는지 아까 진실게임할 때 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물어보고 있었다. 난 아까와 똑같이 없다고 하려다가 농담을 던졌다.


“있어. 너!”


내 농담에 소연이는 조그마한 손으로 내 팔을 톡 쳤다.


“뭐야. 장난치지 말고…….”

“오늘 너 보고 반했잖아. 장난 아냐. 네가 젤 좋아.”

“됐어.”


소연이는 계속된 나의 장난에 입을 삐죽거렸다. 귀여운 아이였다.


“그럼 너는 관심 간다는 사람이 누구야?”


소연이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대답했다.


“너!”


난 피식 웃으며 말했다.


“똑같이 따라하냐? 하여튼 어린애 앞에서는 물도 마음대로 못 마신다니까.”

“나도 장난 아냐.”

“알았어, 알았어. 그럼 나도 너 좋아하고 너도 나 좋아하는 거네.”

“넌 장난이잖아.”

“너도 장난이잖아.”


소연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장난 아니야.”


소연이의 말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소연이는 힘들게 말했을 텐데 나는 소연이의 마음을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은 것 같아 괜스레 미안했다. 나는 애써 소연이의 말을 못 들은 체 했다.


“이제 들어갈까?”

“먼저 들어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소연이를 혼자 두고 갈 수 없어 다시 앉았다. 우리는 말없이 앉아있었다.


“들어가기 싫으면 좀 걸을래?”

“아니. 그냥 여기 혼자 앉아 있을 테니까 넌 들어가.”


난 소연이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소연이의 손을 꽉 쥐고 걸었다.


“알았어. 갈 테니까 손 좀 놔.”


나는 그래도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우리는 근처를 한 바퀴 돌아 다시 호프집 앞까지 왔다. 그때까지 우리 두 사람은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너무 오래 나와 있었던 것 같아 다시 술자리로 돌아가려고 호프집 문을 열었다.


“잠깐만.”

“왜?”

“이 손잡고 들어갈 거야?”


난 소연이를 내 앞에 세워 양 어깨를 잡고 호프집 안으로 이끌었다. 소연이는 내게 떠밀려 우리 자리까지 갔다. 시은이는 마치 우리만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쏘았다.


“너네 둘이 뭐하고 왔어?”

“아이스크림 먹고 왔어.”


내 대답에 잔뜩 굳어있던 지철이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며 투덜댔다.


“너네끼리만 먹냐? 치사하게……. 우리 자리 옮기기로 했으니까 가자.”


밖으로 나와 어디로 갈지 정하려는데 시은이가 집에 가야한다고 했다. 그러자 소연이도 덩달아 집에 간다고 했고, 파장분위기가 되었다. 그래서 다들 집으로 가기로 해 그 자리에서 흩어지기로 했다.

홍대 앞 밤거리의 여자들은 학교에서 보던 여자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옷 입는 스타일부터가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도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같이 야하다는 것이었다. 섹시코드는 가장 밑바탕에 깔고 각자의 개성에 맞게 코디를 해야하는 것이 그녀들만의 암묵적인 약속 같았다. 간혹 학교에서도 여기의 여자들처럼 과감한 옷을 입고 다니는 여자들이 있긴 했지만 거의 대부분 여학생들은 풋풋하고 수수한 스타일의 옷을 선호하는 듯 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도 이런 곳에 놀러 나올 때면 이런 의상으로 갈아 입고 변신해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지나가는 여자들을 관찰하며 혜림이 누나를 기다린 지 벌써 1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혜림이 누나가 둘이서 만나자고 연락을 했을 때 나는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약속을 잡아버려서 이렇게 지나가는 여자들이나 힐끔거리며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5분쯤 더 기다렸을 때 혜림이 누나를 볼 수 있었다. 화창한 봄날에 어울리는 하얀 티셔츠와 노란색 플레어스커트를 입은 혜림이 누나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뛰어왔다. 나는 썩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을 15분이나 기다려서 봐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느껴 얼굴이 굳어있었다. 혜림이 누나는 그런 내 표정을 보고 미안했는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잘 지냈어?”

“네, 그냥저냥.”

“커피 말고 술이나 마실까?”

“그래요.”


우리는 근처에 조용해 보이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허름한 겉모습에 손님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가니 꽤나 많은 손님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가장자리의 테이블 중에는 빈자리가 없어 우리는 가운데 자리에 앉아 소주와 김치찌개를 시켜놓고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토요일인데 진구 형 안 만나요?”

“집에 내려갔어.”

“진구 형 없다고 심심해서 부르신 건 아닌 거 같고…….”

“천천히 얘기하자. 어때, 넌? 요즘 동기들이랑 어울려 다니는 거 같던데…….”


혜림이 누나가 할 말 있다고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했을 때는 용건만 듣고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막상 만나니 우리는 술을 마시게 되었고, 그래서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것마저도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걸 보니 오늘 밤을 몽땅 혜림이 누나에게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 동기들이 같이 놀자고 해서요.”

“동기들이랑 노는 게 재밌지. 선배들한테 치이는 것 보다야.”

“둘 다 나름대로 재밌어요.”

“네가 지연이 피한다면서?”

“지연이 누나가 그래요?”


“응.”

“누나도 알잖아요. 예전처럼 대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렇겠지. 그래도…….”

“혹시 지연이 누나한테 얘기했어요? 그때 제가 깨어있던 거.”

“아니.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


나도 당연한 대답이 나올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어보게 되었다. 지연이 누나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계속 연락을 하진 못했을 것이다. 지연이 누나가 정말 색녀라서 날 어떻게든 꼬셔서 한 번 하고 버릴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물론 당시 섹스할 때 지연이 누나를 떠올려보면 요부기질을 갖고 있어 가능하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섹스할 때 바뀌는 것은 그 순간뿐일 테니 그 기분에 취해 내게 연락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 테고, 평소 지연이 누나의 성격으로만 봐서는 순진하게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고마워요.”

“고마울 거까지야. 말 하고 싶어도 말 할 수가 없어서 그런 건데.”

“아무튼요.”


혜림이 누나는 소주 한 잔을 들이키더니 다시 자기 잔에 소주를 채우고 또 다시 비웠다. 혜림이 누나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졌고, 날 바라보는 눈빛은 지금부터 나를 부른 용건을 털어놓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진원이 형은 예전부터 나와 지연이 누나 사이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요즘은 그 단계를 넘어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이건 내가 생각해도 당연한 것이었다. 진원이 형이 내색을 했든 안 했든 상식선에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당연한 것을 여태껏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둔한 놈이었던 것이다. 둔한 걸로 친다면 지연이 누나가 한수 위일 수도 있겠다. 진원이 형과 항상 붙어있는데도 그걸 모르고 있었다니 말이다.

민기 형과 유리 누나는 워낙 남의 일에 왈가왈부하는 성격들이 아니라 속마음까지는 모르겠지만 겉보기에는 나와 지연이 누나의 관계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진구 형이었다.


“진구랑 진원이랑 친한 거 같지?”

“네.”

“진원이는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진구는 아니야. 우리가 이렇게 어울리게 된 건 나랑 지연이, 그리고 유리가 친해서야.”

“네.”


“일단 유리는 접어두고 진구가 나랑 사귀게 된 것부터 말하자면…… 진구가 지연이를 좋아했기 때문이야.”

“네? 그게 무슨……?”

“나도 나중에야 눈치 챘지만…… 사실이야. 원래 내가 진구를 좋아했었어. 그래서 내가 고백했는데도 진구는 계속 거절했었지. 그러다가 지연이가 진원이랑 사귀고 얼마 안 되어서 나랑 진구랑 사귀게 됐어.”

“그래서요?”

“처음에는 좋아하던 진구랑 사귀게 되어서 좋았지.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알게 됐어. 지연이랑 함께 있을 때면 진구가 지연이만 쳐다보고 있다는 걸. 그땐 조금 질투나긴 했지만 지연이가 예쁘니까 눈이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어.”


혜림이 누나는 술잔을 계속 비워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어느 날 진구랑 자는데 잠꼬대로 지연이 이름을 부르는 거야. 이후에 몇 번이나 더 그랬고, 술에 엄청 취해 섹스할 때면 지연이 이름을 부르면서 섹스를 했어.”


기가 막히는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고 그 여자를 만나기 위해 여자의 친구와 사귄다. 여자의 친구는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헤어지지 않는다. 막장 드라마가 현실에서도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었다.


“근데 왜 안 헤어지세요?”


혜림이 누나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며 촉촉해 지는 거 같았다.


“그래도 나…… 진구가 좋으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었고, 당장에 집어치우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혜림이 누나는 정말 진심으로 진구 형을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혜림이 누나의 진심에 더 이상 막장드라마는 없었다. 사랑하는 방법이 다른 또 하나의 사랑 이야기일 뿐이었다.


“아무튼 진구는 진원이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너에 대해 질투심 때문에 널 싫어하고 있을 거야.”

“근데 이 얘기를 왜 저한테 해주시는 거예요?”

“너 앞으로 지연이 안 볼 거야?”

“그러려고 했어요.”

“지연이랑 얘기했는데 이제 확실히 알겠대, 자기 마음을.”

“어떤 마음요?”

“지연이는 널 좋아한대. 넌 어때?”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그날 이후 썼던 수많은 가상 시나리오 중에 속해 있는 하나의 시나리오였으니 말이다. 다만, 이 이야기를 전해 주는 사람은 시나리오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인물이라 미처 대답을 따로 생각해 놓은 것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지연이 누나가 내게 이런 말을 했을 때 대답하려고 준비했던 말들을 혜림이 누나에게 했다.


“저는 음…… 처음에는 관심이 갔는데 지금은 좋은 선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너도 좋아하잖아. 이것저것 재느라 솔직하지 못한 거 아냐?”


나는 아니라고 단호하게 끊어 얘기할 수 없었다. 혜림이 누나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이야기를 계속 했다.


“네 생각이 옳을 수도 있어. 네가 지연이랑 사귀면 파장은 클 거야. 선배의 여자를 뺏은 놈으로 찍힐 테고, 지연이는 후배랑 놀아난 애로 보이겠지. 근데 이미 지연이는 그런 것들 감수할 생각인 가봐. 진원이랑 헤어질 생각하고 있어.”

“제 맘도 모르면서요?”

“지연이는 확신하고 있었어. 며칠 전까지는……. 요 근래 네가 피하니까 당황해하고 있긴 하지만.”

“그럼 이대로 있으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겠네요.”

“아니, 네 맘이 어떻든 지연이는 헤어지려고 해.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진원이를 만날 수 없대.”

“그럼 저더러 어떻게 하라고 이런 얘기 해주는 거예요?”


혜림이 누나는 잔을 비우고 또 한 병의 소주를 시켰다. 한 시간의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둘이서 세 병의 소주를 비웠다.


“지연이랑 사겨.”

“네?”

“대신 몰래…… 그리고 지연이가 양다리로 있게 해줘. 이번 학기 끝나면 진구랑 진원이 군대 가니까 그때까지면 돼.”


나는 태풍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싶은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지만, 뒤에서 몰래 뒤통수치는 일 따위는 생각해본 적도 없고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굳이 누군가가 나서서 태풍을 일으킨다고 하더라도 나는 가장 안전한 곳으로 가서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생각이었는데…… 수많은 대안 중에 가장 최악의 대안을 혜림이 누나가 내게 권하고 있었다.


“제가 왜요? 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아요.”

“제발 그렇게 해줘. 부탁할게.”

“누나가 저한테 이럴 필요는 없잖아요.”

“나…… 두려워. 지연이가 진원이랑 헤어지고 너랑 사귀면 진구가 떠나버릴 것 같아.”

“저랑 지연이 누나가 사귄다고 해서 누나랑 지연이 누나가 절교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럼 남자친구가 달라진 것 뿐 진구 형에게 상황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요.”

“아니. 진구는 지연이가 진원이를 안 좋아한다고 확신하고 있어. 그래서 기다렸던 거야.”

“누나 바보예요? 그런 걸 다 알면서 왜 만나요?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사랑이 어딨어요?”


혜림이 누나의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마침내 쏟아져 내렸다.


“알아. 나도 이런 내가 싫어. 그래도 안 되는 걸 어떡해.”


머리로는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 따위는 위로할 가치도 없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가슴은 혜림이 누나의 진심어린 사랑에 동감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 차가운 도시 남자가 되기에는 부족한가보다. 마음 약한 가슴에 이끌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혜림이 누나 옆으로 갔다. 혜림이 누나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살짝 안아주자 누나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참았던 울음을 크게 터트렸다. 한참을 울다 겨우 진정한 혜림이 누나는 내 어깨에서 얼굴을 떼고는 소주를 들이켰다.


“미안. 추한 꼴 보여서…….”

“지연이 누나한테는 이런 말 했어요?”

“아니. 네가 좋다고 하면 하려고 했지.”

“하지 마요.”

“어떻게 하려고? 말 안 해주면 납득하지 못할 텐데…….”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누나는 아무 말도 하지 마요.”


별 다른 수가 있어서 말린 건 아니었다. 그러나 혜림이 누나에게 맡기면 나를 정말 낭떠러지로 몰아버릴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에 뜯어 말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다섯 병의 소주를 비운 다음에야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땐 이미 혜림이 누나가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다. 제대로 서지도 못해 내 품에 푹 안겨 해롱대고 있어 집에 보낼 수가 없었다. 진구 형은 집에 내려갔다고 했으니 전화할 수도 없었고, 혜림이 누나의 집도 모르니 데려다 줄 수 있는 노릇도 아니었고 정말 큰일이었다. 혜림이 누나를 모텔로 데려가는 수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혜림이 누나를 부축해서 끌다시피 해서 모텔로 데려갔다.

나는 부축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혜림이 누나의 가슴을 만지게 되었는데 혜림이 누나는 이미 정신이 나가 내 손길따위는 개의치 않고 그저 휘청대고 있을 뿐이었다. 혜림이 누나의 가슴은 그리 크진 않았지만 그래도 통통한 살을 만지는 것이 아니라 여자 가슴 특유의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그 감촉이 좋아 대놓고 가슴을 움켜쥐고 부축했다.

겨우 모텔에 도착해 침대에 눕히고 보니 내 자지가 발딱 서 있었다. 누워있는 혜림이 누나를 덮칠까 생각도 해봤지만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로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가 땀 때문에 찝찝해진 몸과 마음을 샤워를 통해 말끔히 지워냈다. 시원한 물줄기로 씻어내니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깨끗해지는지 혜림이 누나를 보며 솟아올랐던 자지가 안정을 되찾았다. 개운하게 씻은 나는 혜림이 누나를 의식하지 않고 알몸으로 욕실에서 나왔다.


샤워를 하는 동안 가라앉아 있던 내 자지는 혜림이 누나를 보자 서서히 발기하기 시작했다. 혜림이 누나의 플레어스커트는 엉덩이까지 올라가 매끈한 다리가 다 드러나 있어 흥분시키기에는 안성맞춤인 자태였다. 난 혜림이 누나 곁으로 다가가 정강이를 쓰다듬었다. 혜림이 누나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내 손은 점점 위로 올라갔다.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를 쓰다듬던 내 손은 팬티 위를 덮고 있는 스커트를 허리 위로 올려버렸다.

하얀 팬티 옆으로 삐져나온 털들이 보였다. 나는 팬티 위를 쓰다듬어 보았다. 까칠한 털의 느낌이 손에 전해졌고, 나는 손을 내려 보지구멍이 있는 곳을 문질러 보았다. 보지구멍을 양쪽으로 감싸고 있는 통통한 살이 손에 느껴졌다. 난 그 살들을 살살 눌러보기도 하고 양쪽 살 사이에 보지구멍이 있는 곳을 꾹꾹 찔러보기도 했다.

이미 나는 성추행을 저질러버렸다. 하지만 이것으로 그만둔다면 나만 아는 성추행으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마음속에 있는 불씨는 점점 더 크게 타오르고 있었다. 혜림이 누나를 범하고 싶었다.

혜림이 누나는 예쁜 얼굴이 아닌, 아니 평범하기 그지없는 얼굴이었기에 혜림이 누나를 상대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날 밤에 그런 일을 겪고 나서 처음으로 대면한 오늘도 그런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서 이렇게 흐트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하고 싶었다.

강간까지는 모르겠지만 성추행의 끝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손을 움직였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보지를 만졌다. 손에 따뜻한 기운이 감지되었고 부드러운 보짓살이 느껴졌다. 그러나 팬티의 압박이 불편해 손을 뺐다.


이걸로 끝내려고 뺀 건 아니었다. 이왕 마음먹은 건데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두 손으로 혜림이 누나의 팬티를 잡았다. 서서히 내리는데 엉덩이에 걸렸다. 살살 움직여봤지만 잘 벗겨지지 않았다. 한 번에 힘을 줘서 내리면 벗겨질까 싶어 힘을 줘 봤지만 조금 더 벗겨졌을 뿐이었다. 좀 더 힘을 줘서 내리려고 잡아당기는 순간 혜림이 누나가 뒤척이며 팬티는 무릎까지 쑥 벗겨졌다. 나는 그 상태로 멈춘 채로 혜림이 누나의 동태를 살폈다. 다행히도 깬 건 아니었다.

잔뜩 얼어있던 몸에 긴장이 풀리면서 혜림이 누나의 보지털이 눈에 들어왔다. 털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지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난 무릎에 걸쳐진 팬티를 마저 벗기고 혜림이 누나의 다리를 벌렸다. 드디어 혜림이 누나의 보지가 눈에 들어왔다. 옅은 갈색을 띠고 있는 보짓살을 보니 섹스의 맛을 아는 보지 같았다.

나는 보지에 손을 갖다 대 문지르기 시작했다. 보지 전체를 문지르던 내 손은 엄지손가락 하나로 클리토리스를 비볐다. 자극을 받은 클리토리스는 조금 커졌고, 그 모습에 자극받은 나는 더욱 정성스레 문질렀다.

나는 손을 떼고 보지에 얼굴을 묻었다. 자극을 가하던 클리토리스를 혀로 한 번 찔러준 다음 이리저리 굴려대며 핥아보았다. 그러다가 보지구멍으로 옮겨 보짓살을 핥기도 하고, 구멍 안쪽으로 혀를 찔러보기도 했다.

보지에서 얼굴을 뺀 나는 손가락 하나를 보지 안에 푹 집어넣었다. 손가락 하나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보지는 쉽게 집어삼켰다. 보지 안에는 애액이 흘러나와 부드러웠다. 나는 바로 손가락 하나를 더 집어넣었다. 두 개의 손가락은 보지를 들락날락 거렸고, 그에 따라 애액도 더 흘러 나와 손가락이 더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난 더 이상 앞뒤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보지에 자지를 담그고 싶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혜림이 누나 위로 올라간 나는 서서히 자지를 집어넣었다. 보지는 쉽게 내 자지를 받아들였고, 나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안에는 보지에서 나는 질꺽질꺽거리는 소리와 살끼리 부딪히는 마찰음만이 존재했다. 그리고 가끔씩 흘러나오는 혜림이 누나의 신음소리도 있었다. 한참을 그 소리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혜림이 누나가 눈을 떴다. 누나는 내 얼굴을 확인했는지 깜짝 놀라며 날 밀어내려고 했다.


“너 뭐야? 뭐하는 짓이야?”


나는 일단 허리 움직임을 멈추고, 혜림이 누나의 두 손목을 잡아 침대위로 눌러 못 움직이게 했다.


“안 놔. 빨리 놔.”

“왜 이래요? 누나. 누나가 해달라고 해서 해준 거잖아요.”

“뭐야? 몰라. 빨리 이거 놓고 내려와.”

“해달라고 매달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래요?”


너무나도 당당한 나의 말투에 혜림이 누나는 진짜 자신이 그랬다고 생각하는지 목소리가 누그러들었다.


“정말 그랬어? 미안해. 내가 많이 취했었나봐. 내가 잘못했으니까 내려와 줘.”

“지금 어떻게 그만해요? 조금만 기다려줘요.”


나는 이 정도면 나중에라도 혜림이 누나에게서 다른 말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제발, 윤호야. 아음…… 아……”

“어차피 한 거 그냥 마무리해요.”

“아…… 안되는데…… 하아……”

“이번 한번만요.”

“하아…… 하…… 이번만이야. 하아……”

“알았어요. 대신 누나도 즐겨요.”

“알았어. 하아…… 하…… 하악……”


나는 혜림이 누나의 손을 풀어주고 편한 자세를 잡은 다음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혜림이 누나는 손이 자유로워졌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발이 움직여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혜림이 누나의 적극적인 자세에 나는 힘을 얻었고, 그렇게 얻은 힘을 다시 혜림이 누나에게 쏟아 부었다.


“하아…… 너 잘한다. 하아……”

“누나도 잘해요.”

“하…… 나 날 거 같아. 하아……”

“날게 해줄게요.”


난 허리를 좀 더 빠르게 움직였다.


“학…… 하악…… 학…… 학…… 나 뜬다. 하아아……”


혜림이 누나의 두 팔은 거세게 내 몸을 꽉 끌어안더니 그대로 멈춰버렸다. 곧 주기적으로 혜림이 누나의 몸은 움찔움찔했고, 보지가 내 자지를 꽉 물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 와중에도 나는 허리를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이내 나도 절정에 올라 보지에 정액을 쏟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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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로 혜림이 누나의 몸 위로 엎어져 숨을 고르고 있었다. 숨이 진정되고 나는 혜림이 누나의 보지에서 자지를 빼냈다.


“하아……”


나는 혜림이 누나의 옆에 누워 혜림이 누나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정리해주었다.


“미안해요. 아깐 도저히 뺄 수 없었어요.”

“괜찮아. 내가 자초한 일인데 뭘.”


나는 뜨끔했지만 이대로 모른 척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욕구를 해소하고 나니 혜림이 누나에 대한 죄책감이 마구 밀려왔다. 힘든 사랑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혜림이 누나를 범하다니 나는 짐승 같은 놈이었다.


“근데 남자들은 다 그래?”

“뭐가요?”

“너 나한테 관심 없었잖아. 근데도 섹스하고 싶어?”

“아까 해달라고 투정부릴 때 너무 귀여워 보였어요. 그래서 거절할 수 없었죠.”

“그렇다고 해줘? 참, 남자들이란…….”

"아무한테나 다 그런 건 아니에요. 누나니까 한 거지.“

“치……. 됐어. 지연이는 이런 변태 바람둥이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누나도 좋아해놓고는 이제 와서…….”

“웃기지마. 내가 언제? 네가 불쌍해서 그냥 냅 둔 거지.”


나는 혜림이 누나에 보지에 손을 갖다 댔다. 그러자 혜림이 누나는 깜짝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이렇게 축축한데도 안 좋았다고요?”

“그거 네가 싼 거야.”


나는 클리토리스를 살살 문질렀다.


“야, 손 안 떼?”

“솔직히 말하면 뗄 게요. 좋았잖아요?”

“안 좋았어!”


혜림이 누나는 내 손을 잡고 치우려고 했고, 난 힘을 주어 버텼다. 혜림이 누나가 두 손을 동원해 치우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래서 나는 완전히 제압하려고 혜림이 누나 위로 올라가 손목을 잡아 침대위로 눌러버렸다. 단지 내 자지가 보지에 삽입만 안 되어있을 뿐 아까와 자세가 똑같았다.


“놔. 진짜 혼날 줄 알아?”


그러는 사이 발기된 내 자지는 혜림이 누나의 보지를 찌르고 있었다.


“너 벌써 섰어?”

“누나가 거짓말하니까 발끈한 거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서?”

“우린 아직 한창때잖아요. 진구 형도 그럴 거 아녜요.”

“진구는 안 그래. 한 번 하고나면 잘 안 서.”

“에이, 설마.”


“진짜야. 내가 너한테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니. 아무튼 이제 내려와.”

“아까 좋았다고 얘기해요.”

“좋았어, 좋았어.”

“그럼 한 번 더 해요.”

“아까 한번만이라고 했잖아.”


나는 대답대신 자지를 찔러 넣었다. 좀 전까지 있었던 구멍이라 그런지 자지가 한 번에 잘 찾아 들어갔다.


“아……. 하지 마. 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혜림이 누나의 두 발은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손목을 놓고 자세를 잡은 다음 허리를 움직였다.


“하아…… 아…… 하아……”

“누나, 정말 좋아요.”

“하아…… 나도 정말 좋아. 하아……”


나는 힘차게 흔들던 허리를 멈추고는 자지를 보지에서 빼냈다. 혜림이 누나는 다시 자지맛을 느끼고 싶은지 다리로 허리를 압박했지만 나는 그대로 일어나며 혜림이 누나의 다리를 풀었다.


“왜? 계속 해줘.”

“잠깐 일어나 봐요.”


나는 혜림이 누나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었고, 바로 티셔츠를 걷어 올렸다. 혜림이 누나는 팔을 머리 위로 뻗어 벗겨지기 쉽게 해주었고, 티셔츠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브라로 받치고 있는 가슴이 드러났다. 나는 혜림이 누나를 안으며 브라를 벗겨내었고, 내 앞에 작지만 봉긋하게 솟아 오른 가슴이 나타났다. 젖꼭지는 보지색과 비슷한 옅은 갈색을 띠고 있었다.

난 그대로 젖꼭지를 베어 물었다. 그리고 손으로 혜림이 누나의 등을 받치며 천천히 침대에 눕혔다. 입에 넣을 때부터 단단해져있던 젖꼭지는 내 혀가 자극하자 기쁜 듯 움직였다.


“하아…… 너 애무도 잘한다. 진짜 바람둥이 같아. 하아…… 하……”

“누나가 잘 느끼니까 더 잘해지는 거 같아요.”

“이렇게 잘하는데 못 느낄 수가 없지. 하아……”


나는 입으로는 계속 젖꼭지를 자극하며 두 손으로는 스커트를 벗기려 지퍼를 찾았다. 혜림이 누나도 내 의도를 눈치 챘는지 엉덩이를 들어주었다. 나는 얼른 지퍼를 내리고 스커트를 아래로 내려 벗겨버렸다. 이제야 우리는 알몸으로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나는 젖꼭지를 놓아주고 침대에 앉았다. 혜림이 누나의 몸매가 한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작긴 하지만 늘씬하고 예쁜 몸매였다.


“그만 봐. 부끄러워.”

“뭐가 부끄러워요. 이렇게 예쁜 몸매를 갖고 있으면서……. 나라면 더 봐주길 바라겠구만.”


혜림이 누나는 싫지 않은지 피식 웃었다.


“아부하지 마.”

“진짜 예뻐요. 자, 이제 다시 할까요?”

“응. 빨리 해줘.”

“뒤로 하게 엎드려 봐요.”


혜림이 누나는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엎드렸다. 그러자 항문과 보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보지가 반짝거려요. 예뻐요.”

“그만 보고 빨리 넣어줘.”


난 혜림이 누나의 보지로 다가가 허리를 잡고 자지를 보지에 잘 조준해 밀어 넣었다.


“하아…… 빨리 흔들어줘.”


나는 허리를 세차게 흔들며 말했다.


“나도 누나가 흔들어달라고 했을 때 흔들어 주니까 누나도 내가 대달라고 할 때 대줘야 돼요,”

“하아…… 알았어. 하아…… 좀 더 세게. 하악……”


여자란 동물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그래도 가끔은 혜림이 누나의 보지를 탐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네 보지 죽인다. 진짜 쫄깃해.”

“하아…… 네 자지도 죽여. 진짜 단단해. 하악……”


혜림이 누나의 늘씬한 뒤태를 보니 내 자지가 더욱 불끈불끈 솟는 거 같았다.


“하아…… 쌀 거 같아? 네 자지가 갑자기 더 커졌어. 하아……”

“아니, 아직 안 싸.”

“하…… 하아…… 그래. 싸지 말고 좀 더 해줘. 하아……”


난 혜림이 누나의 몸을 잡고 일으키고는 내 몸을 서서히 뉘였다. 혜림이 누나는 바로 방아찧기를 시작하였다. 혜림이 누나의 고개는 뒤로 젖혀졌고, 손은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혜림이 누나가 지쳐하는 것 같아 혜림이 누나를 침대 위에 눕히고 혜림이 누나의 다리를 들어 올려 내 어깨에 걸쳐놓고 위에서 내리 찍었다.


“학…… 내 보지가 너무 좋대. 하악……”

“그래. 네 보지랑 내 자지가 좋으라고 하는 거니까.”

“하악…… 그만, 그만. 하악…… 하악……”


난 더 세게 허리를 흔들었고 혜림이 누나는 거의 자지러지고 있었다. 나는 곧 절정을 맞아 보지에 깊이 박고 정액을 뿜어냈다.


“하아…… 하아…… 하아……”


나는 혜림이 누나 옆에 누워 꼭 안아주었다. 혜림이 누나는 아직 섹스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여전히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젖꼭지를 만지작거렸다.


“이제 자자.”

“그래. 자자. 근데 너 아까부터 반말한다?”

“내가 그랬어? 몰랐네.”

“지금도 하잖아.”

“몰라. 일단 자.”


나는 다시 혜림이 누나를 꼭 안아주었고, 혜림이 누나는 그것에 대해서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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