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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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7:06 조회 741회 댓글 0건본문
속초여행
나는 아침 일찍 차를 끌고 소연이네 집으로 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기다렸다는 듯 한 보따리의 짐을 안고 나오는 소연이였다. 짐들을 건네받아 차에 싣고 소연이도 차 안으로 모셨다.
우리의 목적지는 내가 차를 쓸 수 있다는 얘기를 한 그 날 정해졌었다. 소연이는 속초에 가기를 원했고, 나는 딱히 가고 싶었던 곳이 없었기에 소연이의 뜻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소연이는 반드시 국도를 타고 가야 한다며 내게 국도로 가는 방법을 익혀두라고 신신당부했다. 나는 인터넷을 뒤져 국도로 속초 가는 방법을 달달 외워두었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프린트까지 해두었다.
우리는 산뜻한 기분으로 출발하였다. 룰루랄라 노래를 흥얼거리며 신나게 달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차가 엄청 막혔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차 속에서 소연이와 나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소연이가 속초를 가고 싶어 한 이유와 국도를 고집한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소연이의 어머니는 소연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고, 인제에 있는 산에 묻혔다는 것이다. 또한 소연이는 인제가 속초 가는 길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길이 국도라는 것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소연이의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안타까워 어쩔 줄을 몰랐다. 그 사실을 진작 알았다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이용했을 텐데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막히기까지 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소연이는 내 표정을 보더니 내가 자신을 동정하는 줄 알고 씩씩하게 웃어 보이며 괜찮다고 했고, 그런 소연이를 보니 나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엉금엉금 기어 양평을 지나자 조금씩 정체가 풀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속력을 낼 수 있었다. 나는 지금껏 막혀 있던 길에 분풀이라도 하는 심정으로 마구 밟았다.
우리는 오래지 않아 소연이 어머니의 산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연이 어머니의 산소는 벌초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소연이는 그 앞에 앉아 말을 꺼냈다.
“엄마, 오랜만이야. 입학하고는 처음 왔지? 미안해. 빨리 안 와서……. 대신 이렇게 선물 가져왔잖아. 엄마 딸 남자친구…… 잘 생겼지? 엄마가 좋아할 것 같아서 데려왔어. 이제 나도 다 컸지? 시집가도 될 거 같지 않아?”
소연이는 애한이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아빠 혼자 두고 갈 수는 없겠지? 엄마도 떠났는데 나마저 떠나면 우리 아빠 너무 불쌍하잖아. 지금도 불쌍한데…….”
소연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이었다.
“엄마한테는 정말 미안한데 나…… 아빠가 다른 여자 만나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으면 좋겠어. 아빠가 그럴 수 있게 엄마가 놓아주면 안 돼?”
소연이는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미안해, 엄마. 내가 괜한 말해서…… 걱정하지 마. 내가 끝까지 아빠 곁에 있어줄게.”
나는 소연이 곁으로 가 소연이를 꼭 안아주었다.
“소연아, 넌 너네 아빠 곁에 꼼짝 말고 있어. 내가 네 곁으로 갈 테니까.”
“고마워.”
“어머님, 실례 좀 하겠습니다.”
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연이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키스가 끝나고 소연이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엄마, 미안. 그냥 못 본 척 해줘. 알았지?”
나는 소연이의 어머님께 소연이를 내 여자로 평생 행복하게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자주 찾아뵙겠다고 인사를 드리고 산소에서 내려왔다.
속초까지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속초에 오긴 했지만 별다른 계획은 없었다. 소연이가 속초를 택한 것도 엄마 산소와 가까운 관광지였기 때문이었을 뿐 다른 이유가 없었기에 소연이도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있다거나 가고 싶은 곳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나름대로 오기 전에 속초를 조사했었기 때문에 소연이가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보기를 내주었다.
“그럼 산으로 갈까? 아님 바다로 갈래? 여기 호수도 있다던데……”
“산은 싫은데…… 동해 왔으니까 바다로 가자.”
“그럼 우리 점심 먹어야 하니까 일단 대포항 가서 회 한 접시 먹자. 어때?”
“좋아.”
나는 대포항으로 차를 몰았다. 항구 옆에 주차장이 있어 거기에 주차하고 항구 쪽으로 걸어갔다. 들어서는 길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오징어순대와 새우튀김을 팔고 있었는데 먹음직스러워 절로 군침이 삼켜졌다. 커다란 새우가 튀김옷을 입고 통째로 튀겨져 눈으로 보기에도 바삭바삭하고 고소했다. 소연이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눈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
“새우튀김 맛있겠다. 그치?”
“어, 나 방금 군침 넘어갔어.”
“갈 때 사가자. 응?”
“우리 소연이가 먹고 싶다면 당연히 사야지.”
소연이는 예쁜 미소를 지으며 내 팔에 팔짱을 끼고 따라왔다. 왼편에는 일반적인 건물들에 횟집이 들어서서 늘어서있었고, 오른편에는 작은 집들이 쭉 이어진 채로 바다 위에 띄워져있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집들도 전부 횟집이었지만 소연이는 그리로 갈 마음이 전혀 없어보였다. 그 집들은 조금 지저분해 보여서 그런지 왼편에 있는 횟집의 수족관에만 눈길을 주었다.
횟집 사장님 같은 사람들이 호객행위를 하며 우리의 눈길을 차지하려 했지만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사람은 없었다. 소연이는 물고기에 정신이 팔려 들어갈 생각도 없이 마냥 걸으며 구경하고 있었고, 나는 그저 소연이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갑자기 한 아저씨가 나타나서 소연이의 앞길을 가로막고는 구수한 사투리로 싸게 해줄 테니 들어가자고 했다. 소연이는 날 쳐다보며 결정권을 넘겼다. 난 다른 데도 거기서 거기 일 거라는 생각에 대충 가격을 흥정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고, 바다를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근데 내가 생각했던 바다가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바다를 보며 회를 먹을 수 있다는 글을 봤을 때 떠올린 그림은 탁 트인 바다에 빨간 등대가 하나 서있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근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탁 트인 바다의 느낌이 아니라 일터의 냄새가 물씬 나는 바다였다. 왠지 끼니를 때운 다음 배를 타러 나가거나 부둣가에 앉아 그물을 고쳐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항구에 있는 횟집이라고 해도 항구랑 조금은 떨어져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항구 옆에 붙어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나 이런 바다 말고 시원한 바다 보고 싶어.”
지금 나도 이런 광경이 충분히 당황스러웠지만 티를 내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원래 속초 오면 이런 풍경을 배경으로 회를 먹어야 돼. 시원한 바다가 보이는 곳엔 나중에 가는 거야. 이런 데서 회 먹은 다음에…….”
“그래? 근데 너 여기 와본 적 있어? 되게 잘 안다.”
“와본 건 아니고…… 유명하니까 아는 거지.”
“여기 유명한 곳이야?”
“관광지로 좀 유명해.”
사실 나도 이번에 소연이 때문에 알게 된 곳이라서 유명한지 아닌지는 잘 몰랐다. 인터넷에서 많이 검색되기에 유명한 곳인가 보다하는 생각만 했었을 뿐이다.
“그랬구나. 나 속초 몇 번 와봤는데 여기는 처음 와봤어.”
“그럼 어디 갔었는데?”
“속초 해수욕장이랑 호수 두 군데만 가봤어. 아, 여기 말고 다른 항구도 가봤다. 회 먹으러 항상 거기로 갔었어.”
“아는 곳 있으면 거기로 갈 껄 그랬나?”
“아냐. 새로운 곳도 와봐야지.”
우리가 수다를 떠는 사이 광어, 우럭, 오징어, 멍게가 먹음직스럽게 썰어져 나왔다. 소연이는 젓가락을 집어 들어 우럭 한 점을 입에 넣더니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질세라 우럭 한 점을 내 입 속으로 안내했다. 싱싱한 우럭이 혀끝에 닿으며 시원하고 탱탱한 감촉이 전해졌고,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싶었지만 운전 때문에 참아야 하는 내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연이는 소주를 시키더니 혼자 회에 곁들여서 홀짝홀짝 마셨다.
“소연아, 맛있어?”
“응. 입에서 녹아 없어져.”
“아니, 소주 맛있냐고…….”
“너도 같이 마시면 좋을 텐데…… 아쉽다.”
“그럼 딱 한 잔만 할까?”
“안 돼. 절대!”
“한 잔 정도는 괜찮아. 나 술 쎈 거 알잖아.”
“그래도 안 돼. 음주운전은 절대 안 돼.”
치사하게도 소연이는 왼손으로 소주병을 꼭 쥐고 놓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오른손은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였다. 입에 회를 집어넣기도 하고, 소주잔을 털기도 하고, 뒤이어 나온 매운탕 국물과 밥을 떠 넣느라 정말 쉴 틈이 없었다.
역시 소연이는 엄청나게 잘 먹었다. 소연이 덕분에 우리는 금세 회 한 접시를 비울 수 있었고, 매운탕 냄비의 바닥까지 보려하고 있었다. 게다가 소주 한 병도 혼자서 다 비워냈다. 소연이는 충분히 먹었는지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너무 많이 먹었나?”
“응. 엄청 먹었어. 너 혼자!”
“너…… 소주 안 줬다고 삐친 거야?”
“삐치긴 누가 삐쳤다고 그래?”
“아니면 말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조용히 말해.”
나는 오기로 더 큰 소리로 말했다.
“누가 소리를 질렀다고 그래?”
“쪽팔려. 그만해.”
“쳇, 가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연이는 술이 들어가서 기분이 좋아졌는지 내게 매달려 활짝 웃었고, 애교 섞인 표정을 지으며 코를 찡긋했다. 나는 소연이의 애교에 사르르 녹았다.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스럽고 귀여운 소연이의 애교가 평생 내 발목을 잡을 것 같았다.
소연이는 연신 웃으며 내 팔에 매달려 가슴을 부비며 날 따라왔다. 혼잡한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치이는 게 싫어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주차장까지 한걸음에 내달려 소연이를 태우고 속초 해수욕장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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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여름이 아니니 당연히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까지 한가로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소연이와 나는 말없이 바다냄새를 맡으며, 그리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백사장을 거닐었다.
“나 업어주면 안 돼?”
“여기서?”
“응.”
나는 허리를 숙였고, 소연이는 내 등에 살포시 업혔다. 그냥 걷기에도 불편한 모래사장인데 소연이를 업고 걸으려니 모래가 더욱 거치적거렸다.
“나 무거워?”
“아니.”
“그럼 웃어.”
“웃고 있어. 이렇게…….”
내가 활짝 웃어보이자 소연이는 귀엽다며 뽀뽀를 해주었다. 뽀뽀보다는 내 등에서 내리는 게 더 좋은 선물인데 그걸 몰라주는 소연이였다.
“모래 밟는 게 몸에 좋대.”
“업어주기 힘든 거야?”
“나 요즘 운동하는데 왜 하는 줄 알아?”
“왜?”
“너 업어주려고 하는 거야. 앞으로 한 시간도 더 업어줄 수 있어.”
“정말?”
“근데 너도 모래 한 번 밟아보면 좋을 텐데…….”
“아까 많이 밟았으니까 괜찮아.”
결국 나는 해수욕장 한편에 있는 벤치까지 소연이를 업고 가야했다. 얼른 소연이를 벤치에 내려놓으며 나는 소연이의 옆에 풀썩 주저앉았다.
“아, 여기 좋다. 바다도 잘 보이고……. 정말, 정말 좋구나.”
“날 내려줘서 좋은 게 아니라?”
“너 업고 있는 게 더 좋아. 네 몸 만질 수 있잖아.”
“으이구.”
나는 삐죽거리는 소연이를 한참을 쳐다보았다. 소연이를 위해 몇날 며칠을 고민한 걸 보여줘야할 때가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나는 소연이의 볼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털어내며 말했다.
“여기 뭐 묻었네.”
“아름다움, 이런 말 하려고 그러지?”
“모래 묻었었어.”
소연이는 내가 느끼한 농담을 하는 줄 알고 사전에 막아 무안을 주려 했었나보다. 나는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농담은 절대 하지 않는다, 적어도 소연이에게만큼은. 나는 소연이에게 특별한 사람이어야 하니까.
나는 허리를 숙여 바닥에서 무언가를 찾는 척을 했다.
“뭐해?”
“뭐 좀 찾아.”
“뭐?”
난 바닥에서 모래 한 알을 집어 손바닥에 올려놓고 소연이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뭐? 모래?”
“응. 네 아름다움이 묻어 있는 모래. 함부로 버려두고 갈 순 없잖아.”
“치, 그게 내 볼에 묻었던 건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내 눈에는 잘 보여, 네 아름다움이. 이 모래를 백사장 어디에 던져놔도 난 찾아올 수 있어.”
소연이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내 손바닥 위의 모래를 집더니 모래를 던져버렸다.
“찾아와봐.”
소연이는 나의 느끼한 농담에 면역이 되었는지 예전의 귀여운 반응을 보이기는커녕 이젠 날 갖고 놀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찾을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표정으로 보였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연이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모래사장을 질러 한참을 걸어가 바다 가까이쯤 갔을 때 소연이가 말했다.
“여기까지 날아왔을 리가 없잖아.”
“기다려봐. 이쯤인 거 같아.”
나는 두어 걸음 더 걸어가서 쪼그리고 앉아 모래를 찾는 척 했다.
“여기 없으니까 일어나. 가자.”
나는 준비했던 반지를 손에 쥐고 소연이에게 몸을 돌려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소연이는 의아한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았고, 나는 한 손으로 소연이의 손을 잡아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며 말했다.
“네 아름다움이 묻으면 하찮은 모래도 이렇게 고귀한 보석으로 변해. 하찮은 나도 너의 곁에 있으면서 빛을 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윤호야…….”
소연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거 커플링이니까 항상 끼고 있어야 해.”
소연이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고, 소연이의 볼에는 눈물이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연이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왜 울어? 우리 소연이 아름다움이 씻겨 내려가잖아.”
소연이는 내 가슴을 톡 치며 귀여운 앙탈과 함께 내 품에 폭 안겼다. 나는 소연이의 얼굴을 들어 입을 맞추었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왔지만 우리의 입술을 떨어트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더욱 떨어지지 않으려 열정적으로 서로의 입술을 빨아들이게 만들고 있었다.
* * *
저녁이 되었을 때 나는 많이 지쳐있기도 했고, 배도 무척이나 고팠었다. 계속 쏘다니느라 하루 종일 운전한 탓도 있었지만 한 바퀴 도는데 자전거로 한 시간 가량 걸리는 영랑호를 두 바퀴나 돌았던 게 큰 피로와 허기를 안겨주는 것 같았다.
시장이 만찬인데다가 맛있다고 소문난 생선구이 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더니 허겁지겁 먹어치워 허기는 금세 해결되었지만 피곤한 기색은 감출 수가 없었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나는 크게 기지개부터 켰다.
“많이 피곤해? 이제 갈까?”
“어디? 서울?”
“응. 지금 가도 새벽에 도착할 거 같은데…….”
오늘 나는 엠티를 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어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물론 소연이는 집에 들여보내고 난 집 근처 모텔이나 찜질방에서 자도 되는 것이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멀리까지 나왔는데 소연이와 같이 자고 내일 같이 돌아가고 싶었다.
“좀 피곤한데 어디서 쉬었다 가면 안 될까?”
“시트 눕혀서 눈 좀 붙여.”
“그렇게 자면 더 피곤해. 잠은 제대로 자야 되는 거야.”
“그럼 어디서?”
나는 소연이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모텔…….”
“안 돼.”
“왜? 난 잠깐 눈 붙이고 넌 텔레비전 보고 있음 되잖아.”
“내가 널 어떻게 믿어?”
“네가 날 못 믿으면 누가 믿어줘?”
“넌 아무도 못 믿어.”
“그럼 내 손, 발 다 묶어놔.”
“그래도 안 돼.”
“미이라처럼 칭칭 감아놓을래?”
“잔말 말고 그냥 가.”
“몰라. 네가 뭐라 그래도 지금 난 운전 못 해.”
“알았어. 나 택시 타고 갈게.”
구슬려도 보고 떼도 써보았지만 소연이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내 입이 삐죽 나와 있었지만 소연이의 단호한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소연이를 모텔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음을 비우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로 소연이에게 말했다.
“좋아. 그럼 맥주나 한 잔 하고 가자. 바다 왔는데 바다 보면서 맥주 한 잔은 해야 되지 않겠어?”
“너 술 핑계로 운전 못 하겠다고 하려고 그러지?”
“아니야! 난 술 안 마실 테니까 너 혼자 마셔. 그럼 됐지?”
“음…… 좋아. 넌 한 모금도 마시지 마.”
“알았어.”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내가 취해서 못 갈 거라는 기대 따위는 하지 마. 나 많이 안 마실 거야.”
“이거 왜 이래? 나 깨끗이 포기했어. 맥주 한 잔 하고 집에 갈 거야.”
소연이는 여전히 못 미더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술을 마시는 것까지 거부하지는 않았다. 일단은 성공이었다.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말했다.
“아까 그 새우튀김 사가서 먹을까?”
“아, 맞다. 새우튀김! 어쩐지 뭔가 허전하다 했어.”
“그럼 새우튀김 사러 달려갑니다.”
새우튀김 한 봉투와 한 팩의 맥주 캔을 사서 바다를 마주하고 앉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타고 오는 파도소리가 내게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귀띔해주는 것 같았다.
“분위기는 밤바다만큼 좋은 게 없는 거 같아.”
“너랑 둘이 있으니까 더 좋아.”
“그럼 밤새 같이 있자니까.”
소연이는 내게 얄미운 눈짓을 하며 말했다.
“싫어요. 집에 갈 거예요.”
소연이가 두 캔의 맥주를 마셨을 때 나는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뭐해?”
“바닷물에 발 담가보려고.”
나는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바다로 달려갔다. 내 발을 적시는 바닷물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그러나 나는 절대 내색하지 않고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소연아, 완전 시원해. 너도 와서 담가봐.”
소연이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지만 나는 계속 외쳤다.
“소연아, 사랑해. 여기 와서 내 사랑을 받아줘.”
수차례 더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나서야 소연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연이도 신발과 양말을 벗어 가지런히 놓아두고 바지를 걷어 올리더니 달려왔다. 내 품까지 달려온 소연이를 나는 꽉 껴안아 한 바퀴를 돌린 다음 내려주었다.
“앗, 차가워.”
소연이는 얼른 물 밖으로 나갔고, 나도 재빨리 소연이를 따라 나갔다. 내가 장난스럽게 웃으니 소연이는 아니꼬웠던지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 나는 밀려오는 고통에 정강이를 문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왜?”
“너 일부러 그런 거잖아, 나 놀리려고.”
“아니야. 바다에서 맡는 바다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 백사장에서 느끼는 거랑 차원이 달라. 난 그저 너한테 그런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정말…… 달라?”
“당연하지. 얼마나 다른데…… 다시 들어갈래?”
“싫어. 너무 차갑단 말이야.”
“그럼 내가 업어줄까?”
“응!”
소연이를 업은 나는 바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바닷물이 내 무릎 위까지 올라와 옷을 적신 다음에야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너 옷 젖었어. 어떡해?”
“괜찮아. 냄새는 어때? 시원하지?”
“뭐……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저기 오징어 배 보여?”
“응.”
“오징어들이 저 불빛을 쫓아가잖아.”
“오징어가 불빛을 쫓아가듯 너도 나만 쫓아오겠다고?”
“아니. 나도 저 불빛을 쫓아가려고.”
나는 다시 발을 떼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너 왜 그래? 미쳤어?”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장난치지 마.”
“그럼 내려줄까?”
“싫어! 빨리 돌아가.”
나는 소연이의 말을 무시하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내딛었다. 그러자 소연이는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차가워! 그만해.”
“아, 아파. 놔.”
“그러니까 돌아가.”
“아파서 손 놓칠 거 같아. 일단 머리카락부터 좀 놔.”
소연이는 살며시 내 머리카락을 놓아주었다. 이때다 싶어 나는 자리에 폭삭 주저앉으며 소연이를 놓아버렸다. 소연이는 허리까지도 채 오지 않는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나는 소연이의 양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일으켜 세워주었다. 소연이는 손으로 얼굴을 닦으며 울먹였다.
“너…… 너 진짜 죽을래?”
“우리 소연이 춥겠다. 빨리 나가자.”
나는 소연이를 번쩍 안아 올려 백사장으로 달려 나갔다. 소연이는 계속 내 가슴팍을 때리며 앙탈을 부렸고, 나는 넉살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다 받아주었다.
“이제 어떡해?”
“그러게. 어떡하지? 이대로 있음 감기 걸릴 거 같은데…….”
소연이가 매서운 눈빛으로 날 쏘아보았지만 나는 무서움보다는 흥분이 앞섰다. 소연이의 시선을 피하려던 내 눈길은 소연이의 가슴으로 내려갔다. 쫙 달라붙은 소연이의 티셔츠 덕분에 소연이의 커다란 가슴은 아름다운 굴곡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내 심장을 마구 두드렸다. 나는 소연이의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씻어야 할 것 같은데 잠깐 모텔이라도 갈래?”
“너 처음부터 작정하고 이런 거지?”
“아니야.”
“내 가슴 말고 내 눈 보고 얘기해.”
나는 음침한 눈으로 소연이의 눈을 쳐다봤다. 소연이의 눈에는 살기가 한가득 담겨있었다. 공포에 정신이 든 나는 맑고 선한 눈빛으로 바꾸고 순수한 투로 말했다.
“씻기만 하고 나오는 거야. 아무 것도 안 하고 딱 씻고 바로 나오는 거야. 그리고 너 씻는 동안에는 난 밖에 나가서 네가 입을 만한 옷 사오는 거지. 어때?”
“너 지금 또 수 쓰는 거 아니지?”
“그럴 리가 있어? 네가 들어봐도 그럴 건더기가 없잖아.”
“씻고 바로 나올 거니까 허튼 짓 할 생각 하지 마.”
“알았어, 알았어. 빨리 가자. 감기 걸리기 전에…….”
아직 완전히 성사된 건 아니었지만 마지막 한 단계만 넘으면 소연이와 하나 될 수 있다는 기분에 들떴다.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소연이와 모텔로 향하는 발걸음을 최대한 빨리 했다.
소연이를 욕실에 들여보내며 나는 옷가지를 사러간다고 하고 밖으로 나왔다. 밤늦은 시간에 옷을 파는 곳이 있을 리도 없겠지만 있다 해도 사갈 이유가 없었다. 옷을 냅다 갖다 바친다면 힘들게 소연이를 모텔 방 안까지 데려온 보람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옷만 주지 않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이 순간 소연이가 선녀이길 간절히 바랐다. 옷 없으니 나랑 섹스하자고 하면 될 테니 말이다. 헛된 희망일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이 세워져 있었던 게 전혀 아니었으므로 나는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모텔 주차장을 서성이며 아무리 골머리를 썩여 봐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옷이 없다고 한다면 오히려 반발을 살 것 같아 여벌로 준비해 둔 반팔 티와 반바지를 차에서 꺼내 방으로 돌아갔다. 소연이는 아직 씻고 있는지 물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컴퓨터 앞 의자에 앉아 다시 생각에 잠겼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그치고 얼마 안 있어 문이 조금 열렸다.
“윤호야.”
“어, 왜?”
“옷 사왔어?”
“옷 파는 데가 없어서……”
나는 욕실로 걸어가 반팔 티와 반바지를 건네주며 말을 이었다.
“일단 이거 입어.”
소연이는 내 손에서 옷가지를 받아 들고는 다시 욕실 문을 닫았다. 뿌연 수증기와 함께 소연이가 욕실 밖으로 나왔고, 나는 소연이의 세세한 부분까지 살펴보았다. 브라를 안 했다는 것은 티셔츠에 도드라진 양 젖꼭지로 쉽게 알 수 있었다. 게다가 팬티 또한 입지 않고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반바지가 밝은 베이지 색 면 재질이었기에 젖은 팬티를 입었다면 물기가 묻어나 티가 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해?”
“아니. 귀여워.”
“네 옷이야?”
“응.”
“아주 작정하고 왔구나.”
“준비성이 철저한 거야.”
“너도 빨리 씻어. 가야지.”
나는 대답하기 싫어 못 들은 체 하고 욕실로 들어갔다. 뿌연 거울을 손으로 닦아내니 물에 젖은 생쥐 한 마리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소연이를 어떻게 해보려고 모든 정신을 쏟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동안 나는 내 상태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 같았고, 몸살이 마구 밀려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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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빨리 뜨거운 물을 틀어 내 몸을 적셨다. 얼어있던 몸이 녹으며 나른함이 몰려왔다. 지금 기분이면 소연이와의 섹스고 뭐고 간에 따뜻한 아랫목에서 눈을 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몸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자 다시 소연이와 어떻게 사랑을 완성할지 고민되기 시작했지만 다 씻을 때까지도 좋은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언제까지 욕실에서 죽치고 앉아있을 수는 없기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나가서 부딪혀보기로 했다.
“꺄악…….”
내 자지를 보고 소연이가 꽤나 많이 놀랐나보다. 침대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소연이는 모텔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더니 이불을 뒤집어썼다.
“너 왜 옷 안 입었어?”
“옷이 없어.”
“그렇다고 그렇게 나와?”
“그럼 어떻게 하냐?”
“수건으로 가리기라도 했어야지!”
“그 방법이 있었구나. 몰랐어.”
“지금이라도 빨리 가려.”
“가렸어.”
소연이는 이불에서 고개를 빠끔히 내밀었다가 다시 비명을 지르고 고개를 집어넣었다.
“너 죽을래?”
“왜?”
“가렸다며!”
“가렸잖아. 가슴……. 난 가슴이 더 소중하단 말이야.”
“너 진짜 나중에 죽을 줄 알아!”
나는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 소연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자, 이제 됐지? 안 보이지?”
“너…… 너…… 지금…… 알몸으로?”
“응.”
“지금 내 허벅지에 닿는 게 네 거기……?”
“응. 내 얼굴 앞에 있는 건 네 가슴?”
이불을 박차고 나간 소연이는 세상에서 가장 징그러운 벌레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 너 거기서 나오지 마. 움직이기만 해봐.”
나는 소연이 말대로 잠자코 소연이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랬더니 소연이는 가방을 챙겨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이불에서 뛰쳐나가 양팔과 양다리를 쫙 벌리고 소연이의 앞을 막아섰다. 소연이는 내 우람한 자지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지 눈을 질끈 감더니 몸을 뒤로 돌려버렸다.
소연이가 한참동안 미동도 않고 있기에 나는 소연이를 뒤에서 살짝 안아주었다. 내 팔을 뿌리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소연이는 그대로 가만히 있었고, 이상하리만큼 차분한 소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나랑 하고 싶어?”
“어. 그래도 네가 싫다는데 할 생각은 없어. 싫으면 안 해도 정말 상관없어. 대신 우리 서로 꼭 껴안고 자는 것만이라도 허락해주면 안 될까?”
“나…… 생각 좀 하고 싶은데…….”
“그래. 생각 좋지. 우린 짐승이 아니니까 생각을 해야…….”
“Shut up!"
어떻게든 분위기를 가라앉히지 않으려고 나불대다가 결국 한 소리를 듣고 말았다. 그 결과로 너무도 기다리기 힘든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고 있었다.
소연이는 어떤 결론을 내릴까? 나는 소연이의 뜻에 온전히 따라야만 하는 것인가? 갖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이 순간이 내게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가혹한 고통에 견디지 못하고 차라리 포기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고 있을 때 소연이의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불 꺼.”
“응? 불 끄라고?”
소연이는 말없이 침대로 걸어갔고, 나는 후다닥 달려가서 불을 껐다. 아직 눈이 어둠에 적응되지 않아 제대로 보이는 게 없어 더듬더듬 거리고 있는데, 희미하게 들려오는 부스럭부스럭 대는 소리가 나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혹시 소연이가 내게서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침과 동시에 나는 형광등 스위치를 찾았다.
“왜 켰어?”
“어……, 아니, 아니야.”
내가 강간범도 아닌데 소연이가 그렇게까지 할 리가 없었다. 고로 나 혼자 쇼를 한 것이었다. 소연이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날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다시금 불을 끄고 나는 침대로 가서 소연이 옆에 누웠다.
힘들게 허락을 얻어내서인지 더욱 긴장이 되고 있었다. 다정한 대화부터 나눠야 하는지 아니면 가벼운 스킨십으로 서서히 불을 지펴야 하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맘 바뀌기 전에 저질러놓고 봐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윤호야.”
“응?”
“나…… 두려워.”
“뭐가 두려워?”
“사실…… 나 처음인데…… 해도 되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어. 확신이 안 서.”
“그럼…… 하지 말자! 그냥 자자,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래도 괜찮아?”
“괜찮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 난 네가 이렇게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고마워. 사랑해.”
“나도 사랑해. 대신 확신이 생기면 지체 없이 말해! 1초라도 늦으면 혼날 줄 알아!”
소연이는 내 팔을 꼬집으며 말했다.
“으이구. 장난꾸러기.”
나는 진심이었는데 소연이는 장난인 줄 알았나보다. 어찌되었건 오늘 소연이와 할 수 없다는 것은 확정이 되었다. 아름다운 소연이를 옆에 두고 그냥 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이 기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기에 빨리 잠이 들어야했다. 천사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악마의 연기가 피어오르기 전에 빨리…….
악마를 잠재우려고 나는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러내는 건 오히려 소연이였다. 소연이는 내 어깨를 베고 내 품에 안겨 와서는 꼭 안아달라고 속삭였다. 눈물이 핑 돌만큼 혀를 꽉 깨물어 색욕을 물리치고 나서 소연이를 끌어안아주었다. 소연이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쓸어내리니 청초한 향기가 아늑하게 퍼져 올랐다. 소연이에게 취해 몽롱해지려는데 내 입술이 뭉클했다. 소연이의 향기만 맡아도 내 자지는 주체하지 못하고 난리를 치고 있었는데 소연이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치자 이때다 싶었는지 꼿꼿이 서서 굳어버렸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내 자지가 소연이의 몸을 찌를 것 같았다. 사랑하는 여자의 순결을 지켜주는 신사다운 나의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었다. 나는 몸에 잔뜩 힘을 주어 그대로 굳혀 움직이지 않도록 했다. 내 모습이 이상했는지 소연이가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보았다.
“갑자기 왜 그래?”
“뭘?”
“뭔가 어색한 거 같은데? 긴장한 거 같기도 하고.”
“긴장할 게 뭐 있어?”
소연이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띠며 몸을 일으키더니 내 몸 위로 올라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나는 소연이를 막아낼 겨를도 없었다. 소연이가 내 자지 바로 위에 앉은 것은 아니었지만 절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귀두 끝이 소연이의 엉덩이에 살짝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소연이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두었다가는 소연이가 내 자지의 감촉을 느끼는 건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른 소연이의 양 팔을 잡고 옆으로 밀쳤다. 소연이를 내 몸 위에서 끌어내려던 내 행동은 소연이의 저항에 부딪히며 소연이를 뒤로 밀어내는 꼴이 되었다. 소연이는 단단한 내 자지에 올라타게 되었고, 그 순간 소연이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는 깨끗이 지워졌다. 어쩔 줄 몰라 하며 헛기침만 내뱉는 소연이를 나는 차마 바라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소연이는 내 몸에서 내려와 조용히 침대에 다시 누웠다. 소연이에게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나란 인간은 섹스만 생각하는 놈으로 생각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소연아, 그게…….”
“…….”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날 위해 계속 참고 있던 거였어?”
“어……? 어, 그렇지.”
“우리…… 하자.”
“응?”
“해. 나 맘 바뀌기 전에…….”
“그래, 그래. 하자. 빨리……. 그래 빨리 하자.”
갑작스러운 허락에 나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그러다가 기껏 한다는 게 소연이가 입고 있는 티셔츠를 잡아 올리려는 것이었다.
“천천히…….”
나는 깊은 숨을 내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 천천히. Calm down."
수줍음에 얼굴을 붉히고 있는 소연이를 보니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소연이를 따뜻하게 끌어안아 뜨거운 키스로 얼어있는 소연이의 몸을 조금씩 녹였다. 내 손도 소연이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긴장을 풀어주고 있었다. 웅크렸던 소연이의 몸은 점점 나른해져가고 있었지만 젖꼭지는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더 이상 단단해질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나는 손길을 젖꼭지에서 보지로 돌렸다. 어른이 된 소연이의 보지를 이 세상에서 내가 처음으로 만질 수 있게 된 남자라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소연이의 보지를 진짜 어른이 될 수 있게 해주려면 이 정도 긴장쯤은 이겨내야 했다.
내 손은 바지로 들어가 소연이의 보지털을 덮었다. 푹신푹신한 느낌이 들 정도로 풍성한 숱을 자랑하는 보지털이였다.
“너 보지털 되게 많다.”
소연이는 부끄러웠는지 내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더 놀렸다가는 겨우 얻은 기회가 날아갈 것 같아 다시 소연이의 보지에 집중했다. 보지털을 쿠션삼아 손바닥에 받치고 손가락으로 천천히 보짓살을 훑어나갔다.
고개를 들어 소연이를 보니 소연이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좋은데 표현을 안 하는 건지 좋지 않은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아 나는 더욱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뿐만 아니라 티셔츠를 걷어 올려 예쁘게 부풀어있는 소연이의 가슴을 입에 넣었다. 내 손가락과 혀의 놀림에 소연이의 보지에서는 금방 보짓물이 흘러나왔지만 그때까지도 소연이의 입은 앙 다물어져 있었다. 기분이 좋아지며 흥분이 되었을 때 보짓물이 나오는 게 내 상식인데 소연이를 보니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소연아, 어때? 괜찮아?”
소연이의 눈은 힘없이 가늘게 떠졌고, 입 또한 열렸다고 하기 힘들 정도로 양 입술이 미세하게 떨어지며 대답했다.
“으응. 괜찮아.”
“계속할까?”
소연이는 다시 눈을 감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나는 보지가 보짓물로 뒤범벅이 될 때까지 어루만졌다. 소연이의 보짓물로 축축해진 내 손을 빼서 바지를 벗겨 버리고는 내 몸을 소연이의 몸 위에 덮어버렸다. 내 자지는 소연이 보지 어딘가를 찌르고 있었고, 내 눈은 소연이의 입술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내 뜨거운 눈길에 소연이는 눈을 감고 내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감싸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내 입술이 소연이의 입술과 붙었고, 혀로 소연이와 교감을 나누는데 집중하면서도 한 손으로는 자지를 잡고 소연이의 보지에 부비고 있었다. 귀두에도 소연이의 보짓물이 흥건히 묻어났고, 이제는 소연이의 보지 속을 느껴보고 싶었다. 나는 소연이의 보지구멍에 자지 끝을 맞춘 다음 살짝 밀어 넣었다. 밖으로 나와 내 혀와 놀던 소연이의 혀가 집으로 돌아가더니 문이 닫혔고, 몸에도 잔뜩 힘이 들어갔다. 소연이의 표정에도 한껏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역력히 드러나있었다.
아주 약간 더 밀어 넣었는데 무언가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바로 처녀막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떨려왔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교차하며 심장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처녀막이 내 심장을 두드렸으니 난 자지로 처녀막을 두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지를 보지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소연이는 짧은 비명과 함께 내 몸을 밀쳐냈다. 나는 소연이 옆으로 나가떨어졌고, 그래서 내 자지는 소연이 보지에 3 분의 1도 못 들어가 보고 쫓겨 나온 것이다.
“소연아, 괜찮아?”
소연이는 대답도 않은 채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소연이의 몸을 쓰다듬으며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잘록하게 쏙 들어간 허리, 내 자지가 사이에 들어간다면 꼭 끼우고 놓지 않을 것 같은 커다란 엉덩이가 만들어내는 모양새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런 와중에도 소연이의 고운 실루엣에 감탄을 하고 있는 나였던 것이다.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소연이를 보며 자책을 하고는 소연이를 마주하고 누워 소연이의 눈이 내 눈을 바라봐주기를 기다렸다. 눈가에 그려졌던 주름이 서서히 옅어지더니 이내 소연이의 촉촉한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많이 아파?”
“어떡하지? 나 못 할 거 같아.”
“안 해도 되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어.”
“곧 괜찮아질 거야. 이리 와. 안아줄게.”
“그냥 이대로 있을래.”
“그럴래?”
소연이의 눈동자는 눈꺼풀에 의해 다시금 가려졌다. 소연이가 걱정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긴장이 풀리며 졸음이 몰려왔다.
* * *
짙은 어둠이 여전히 방 안을 뒤덮고 있었다. 침대 밖으로 나와 핸드폰을 보니 겨우 두 시를 넘기고 있었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한 모금 들이키고 있는데 소연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좀 줘.”
내가 생수를 내밀자 소연이는 일어나 앉아 받아들어 마셨다. 소연이에게 다시 건네받아 냉장고에 넣으며 말했다.
“설마 안 잤어?”
“아니. 지금 깼어.”
나는 침대에 누워 소연이의 가슴을 만졌다. 소연이의 말캉한 가슴을 내 맘대로 만질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고마웠다.
“좀 괜찮아?”
“괜찮은 거 같아.”
“그럼…….”
“싫어.”
“괜찮다며?”
“아냐. 아직 좀 욱신거려.”
“그래도 많이 아프지는 않잖아.”
“그렇다고 할 만 하지는 않아.”
나는 일어나 앉아 소연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할 만 한지 안 한지 한 번만 해보자.”
소연이는 도끼눈을 뜨고 날 노려보았다. 나는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소연이의 다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소연이도 결국 내게 다리를 벌려주는 걸 보니 할 마음이 있었던 것이 확실했다.
나는 소연이의 보지를 내려다보았지만 안 그래도 어두운데다가 무성한 털에 가려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손 끝의 감각만으로 털 숲에 숨어있는 클리토리스를 찾아 인사를 건네었다. 아직은 내 손길이 수줍은지 클리토리스는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있었다. 내 손이 삼고초려의 자세로 끊임없이 방문하자 그제야 조금씩 얼굴을 내미는 클리토리스였다.
내 자지가 들어가는데 더욱 수월하도록 소연이의 보짓물을 잔뜩 흘리게 할 셈이었다. 경험상 보지를 빨아주는 것이 보짓물을 쏟아내기 가장 쉬운 방법이었지만 첫 경험인 소연이였기에 거부감을 느낄까봐 차마 행할 수는 없었다. 오직 손을 이용해 보지와 가슴을 자극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정성스럽게 애무를 한 덕분인지 만족스러울 정도의 보짓물이 흘러나와 보지를 적시고 있었지만 그때까지도 소연이의 입에서 그럴싸한 신음소리가 단 한 번 나오지 않았다. 소연이의 입에서 신음소리를 흘리게 하고 말 거라는 오기가 생기며 자지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보지구멍에 내 자지를 맞추고는 서서히 집어넣었다. 소연이는 잔뜩 긴장했는지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으로 침대 시트를 꽉 부여잡고 있었다.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소연이는 또 한 번 나를 밀쳐냈다.
“나 도저히 못 하겠어. 아직 너무 아파.”
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냥 자자.”
“미안해.”
나는 소연이의 옆에 누워 눈을 감고 말했다.
“아냐. 괜찮아.”
이렇게 되면 소연이는 첫 경험을 한 것일까, 안 한 것일까? 나는 소연이의 첫 남자가 된 것일까, 아닐까? 비록 오늘은 답을 못 내렸지만 조만간에 반드시 분명한 답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나는 아침 일찍 차를 끌고 소연이네 집으로 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기다렸다는 듯 한 보따리의 짐을 안고 나오는 소연이였다. 짐들을 건네받아 차에 싣고 소연이도 차 안으로 모셨다.
우리의 목적지는 내가 차를 쓸 수 있다는 얘기를 한 그 날 정해졌었다. 소연이는 속초에 가기를 원했고, 나는 딱히 가고 싶었던 곳이 없었기에 소연이의 뜻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소연이는 반드시 국도를 타고 가야 한다며 내게 국도로 가는 방법을 익혀두라고 신신당부했다. 나는 인터넷을 뒤져 국도로 속초 가는 방법을 달달 외워두었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프린트까지 해두었다.
우리는 산뜻한 기분으로 출발하였다. 룰루랄라 노래를 흥얼거리며 신나게 달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차가 엄청 막혔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차 속에서 소연이와 나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소연이가 속초를 가고 싶어 한 이유와 국도를 고집한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소연이의 어머니는 소연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고, 인제에 있는 산에 묻혔다는 것이다. 또한 소연이는 인제가 속초 가는 길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길이 국도라는 것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소연이의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안타까워 어쩔 줄을 몰랐다. 그 사실을 진작 알았다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이용했을 텐데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막히기까지 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소연이는 내 표정을 보더니 내가 자신을 동정하는 줄 알고 씩씩하게 웃어 보이며 괜찮다고 했고, 그런 소연이를 보니 나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엉금엉금 기어 양평을 지나자 조금씩 정체가 풀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속력을 낼 수 있었다. 나는 지금껏 막혀 있던 길에 분풀이라도 하는 심정으로 마구 밟았다.
우리는 오래지 않아 소연이 어머니의 산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연이 어머니의 산소는 벌초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소연이는 그 앞에 앉아 말을 꺼냈다.
“엄마, 오랜만이야. 입학하고는 처음 왔지? 미안해. 빨리 안 와서……. 대신 이렇게 선물 가져왔잖아. 엄마 딸 남자친구…… 잘 생겼지? 엄마가 좋아할 것 같아서 데려왔어. 이제 나도 다 컸지? 시집가도 될 거 같지 않아?”
소연이는 애한이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아빠 혼자 두고 갈 수는 없겠지? 엄마도 떠났는데 나마저 떠나면 우리 아빠 너무 불쌍하잖아. 지금도 불쌍한데…….”
소연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이었다.
“엄마한테는 정말 미안한데 나…… 아빠가 다른 여자 만나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으면 좋겠어. 아빠가 그럴 수 있게 엄마가 놓아주면 안 돼?”
소연이는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미안해, 엄마. 내가 괜한 말해서…… 걱정하지 마. 내가 끝까지 아빠 곁에 있어줄게.”
나는 소연이 곁으로 가 소연이를 꼭 안아주었다.
“소연아, 넌 너네 아빠 곁에 꼼짝 말고 있어. 내가 네 곁으로 갈 테니까.”
“고마워.”
“어머님, 실례 좀 하겠습니다.”
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연이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키스가 끝나고 소연이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엄마, 미안. 그냥 못 본 척 해줘. 알았지?”
나는 소연이의 어머님께 소연이를 내 여자로 평생 행복하게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자주 찾아뵙겠다고 인사를 드리고 산소에서 내려왔다.
속초까지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속초에 오긴 했지만 별다른 계획은 없었다. 소연이가 속초를 택한 것도 엄마 산소와 가까운 관광지였기 때문이었을 뿐 다른 이유가 없었기에 소연이도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있다거나 가고 싶은 곳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나름대로 오기 전에 속초를 조사했었기 때문에 소연이가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보기를 내주었다.
“그럼 산으로 갈까? 아님 바다로 갈래? 여기 호수도 있다던데……”
“산은 싫은데…… 동해 왔으니까 바다로 가자.”
“그럼 우리 점심 먹어야 하니까 일단 대포항 가서 회 한 접시 먹자. 어때?”
“좋아.”
나는 대포항으로 차를 몰았다. 항구 옆에 주차장이 있어 거기에 주차하고 항구 쪽으로 걸어갔다. 들어서는 길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오징어순대와 새우튀김을 팔고 있었는데 먹음직스러워 절로 군침이 삼켜졌다. 커다란 새우가 튀김옷을 입고 통째로 튀겨져 눈으로 보기에도 바삭바삭하고 고소했다. 소연이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눈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
“새우튀김 맛있겠다. 그치?”
“어, 나 방금 군침 넘어갔어.”
“갈 때 사가자. 응?”
“우리 소연이가 먹고 싶다면 당연히 사야지.”
소연이는 예쁜 미소를 지으며 내 팔에 팔짱을 끼고 따라왔다. 왼편에는 일반적인 건물들에 횟집이 들어서서 늘어서있었고, 오른편에는 작은 집들이 쭉 이어진 채로 바다 위에 띄워져있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집들도 전부 횟집이었지만 소연이는 그리로 갈 마음이 전혀 없어보였다. 그 집들은 조금 지저분해 보여서 그런지 왼편에 있는 횟집의 수족관에만 눈길을 주었다.
횟집 사장님 같은 사람들이 호객행위를 하며 우리의 눈길을 차지하려 했지만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사람은 없었다. 소연이는 물고기에 정신이 팔려 들어갈 생각도 없이 마냥 걸으며 구경하고 있었고, 나는 그저 소연이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갑자기 한 아저씨가 나타나서 소연이의 앞길을 가로막고는 구수한 사투리로 싸게 해줄 테니 들어가자고 했다. 소연이는 날 쳐다보며 결정권을 넘겼다. 난 다른 데도 거기서 거기 일 거라는 생각에 대충 가격을 흥정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고, 바다를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근데 내가 생각했던 바다가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바다를 보며 회를 먹을 수 있다는 글을 봤을 때 떠올린 그림은 탁 트인 바다에 빨간 등대가 하나 서있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근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탁 트인 바다의 느낌이 아니라 일터의 냄새가 물씬 나는 바다였다. 왠지 끼니를 때운 다음 배를 타러 나가거나 부둣가에 앉아 그물을 고쳐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항구에 있는 횟집이라고 해도 항구랑 조금은 떨어져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항구 옆에 붙어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나 이런 바다 말고 시원한 바다 보고 싶어.”
지금 나도 이런 광경이 충분히 당황스러웠지만 티를 내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원래 속초 오면 이런 풍경을 배경으로 회를 먹어야 돼. 시원한 바다가 보이는 곳엔 나중에 가는 거야. 이런 데서 회 먹은 다음에…….”
“그래? 근데 너 여기 와본 적 있어? 되게 잘 안다.”
“와본 건 아니고…… 유명하니까 아는 거지.”
“여기 유명한 곳이야?”
“관광지로 좀 유명해.”
사실 나도 이번에 소연이 때문에 알게 된 곳이라서 유명한지 아닌지는 잘 몰랐다. 인터넷에서 많이 검색되기에 유명한 곳인가 보다하는 생각만 했었을 뿐이다.
“그랬구나. 나 속초 몇 번 와봤는데 여기는 처음 와봤어.”
“그럼 어디 갔었는데?”
“속초 해수욕장이랑 호수 두 군데만 가봤어. 아, 여기 말고 다른 항구도 가봤다. 회 먹으러 항상 거기로 갔었어.”
“아는 곳 있으면 거기로 갈 껄 그랬나?”
“아냐. 새로운 곳도 와봐야지.”
우리가 수다를 떠는 사이 광어, 우럭, 오징어, 멍게가 먹음직스럽게 썰어져 나왔다. 소연이는 젓가락을 집어 들어 우럭 한 점을 입에 넣더니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질세라 우럭 한 점을 내 입 속으로 안내했다. 싱싱한 우럭이 혀끝에 닿으며 시원하고 탱탱한 감촉이 전해졌고,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싶었지만 운전 때문에 참아야 하는 내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연이는 소주를 시키더니 혼자 회에 곁들여서 홀짝홀짝 마셨다.
“소연아, 맛있어?”
“응. 입에서 녹아 없어져.”
“아니, 소주 맛있냐고…….”
“너도 같이 마시면 좋을 텐데…… 아쉽다.”
“그럼 딱 한 잔만 할까?”
“안 돼. 절대!”
“한 잔 정도는 괜찮아. 나 술 쎈 거 알잖아.”
“그래도 안 돼. 음주운전은 절대 안 돼.”
치사하게도 소연이는 왼손으로 소주병을 꼭 쥐고 놓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오른손은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였다. 입에 회를 집어넣기도 하고, 소주잔을 털기도 하고, 뒤이어 나온 매운탕 국물과 밥을 떠 넣느라 정말 쉴 틈이 없었다.
역시 소연이는 엄청나게 잘 먹었다. 소연이 덕분에 우리는 금세 회 한 접시를 비울 수 있었고, 매운탕 냄비의 바닥까지 보려하고 있었다. 게다가 소주 한 병도 혼자서 다 비워냈다. 소연이는 충분히 먹었는지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너무 많이 먹었나?”
“응. 엄청 먹었어. 너 혼자!”
“너…… 소주 안 줬다고 삐친 거야?”
“삐치긴 누가 삐쳤다고 그래?”
“아니면 말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조용히 말해.”
나는 오기로 더 큰 소리로 말했다.
“누가 소리를 질렀다고 그래?”
“쪽팔려. 그만해.”
“쳇, 가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연이는 술이 들어가서 기분이 좋아졌는지 내게 매달려 활짝 웃었고, 애교 섞인 표정을 지으며 코를 찡긋했다. 나는 소연이의 애교에 사르르 녹았다.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스럽고 귀여운 소연이의 애교가 평생 내 발목을 잡을 것 같았다.
소연이는 연신 웃으며 내 팔에 매달려 가슴을 부비며 날 따라왔다. 혼잡한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치이는 게 싫어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주차장까지 한걸음에 내달려 소연이를 태우고 속초 해수욕장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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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여름이 아니니 당연히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까지 한가로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소연이와 나는 말없이 바다냄새를 맡으며, 그리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백사장을 거닐었다.
“나 업어주면 안 돼?”
“여기서?”
“응.”
나는 허리를 숙였고, 소연이는 내 등에 살포시 업혔다. 그냥 걷기에도 불편한 모래사장인데 소연이를 업고 걸으려니 모래가 더욱 거치적거렸다.
“나 무거워?”
“아니.”
“그럼 웃어.”
“웃고 있어. 이렇게…….”
내가 활짝 웃어보이자 소연이는 귀엽다며 뽀뽀를 해주었다. 뽀뽀보다는 내 등에서 내리는 게 더 좋은 선물인데 그걸 몰라주는 소연이였다.
“모래 밟는 게 몸에 좋대.”
“업어주기 힘든 거야?”
“나 요즘 운동하는데 왜 하는 줄 알아?”
“왜?”
“너 업어주려고 하는 거야. 앞으로 한 시간도 더 업어줄 수 있어.”
“정말?”
“근데 너도 모래 한 번 밟아보면 좋을 텐데…….”
“아까 많이 밟았으니까 괜찮아.”
결국 나는 해수욕장 한편에 있는 벤치까지 소연이를 업고 가야했다. 얼른 소연이를 벤치에 내려놓으며 나는 소연이의 옆에 풀썩 주저앉았다.
“아, 여기 좋다. 바다도 잘 보이고……. 정말, 정말 좋구나.”
“날 내려줘서 좋은 게 아니라?”
“너 업고 있는 게 더 좋아. 네 몸 만질 수 있잖아.”
“으이구.”
나는 삐죽거리는 소연이를 한참을 쳐다보았다. 소연이를 위해 몇날 며칠을 고민한 걸 보여줘야할 때가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나는 소연이의 볼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털어내며 말했다.
“여기 뭐 묻었네.”
“아름다움, 이런 말 하려고 그러지?”
“모래 묻었었어.”
소연이는 내가 느끼한 농담을 하는 줄 알고 사전에 막아 무안을 주려 했었나보다. 나는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농담은 절대 하지 않는다, 적어도 소연이에게만큼은. 나는 소연이에게 특별한 사람이어야 하니까.
나는 허리를 숙여 바닥에서 무언가를 찾는 척을 했다.
“뭐해?”
“뭐 좀 찾아.”
“뭐?”
난 바닥에서 모래 한 알을 집어 손바닥에 올려놓고 소연이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뭐? 모래?”
“응. 네 아름다움이 묻어 있는 모래. 함부로 버려두고 갈 순 없잖아.”
“치, 그게 내 볼에 묻었던 건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내 눈에는 잘 보여, 네 아름다움이. 이 모래를 백사장 어디에 던져놔도 난 찾아올 수 있어.”
소연이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내 손바닥 위의 모래를 집더니 모래를 던져버렸다.
“찾아와봐.”
소연이는 나의 느끼한 농담에 면역이 되었는지 예전의 귀여운 반응을 보이기는커녕 이젠 날 갖고 놀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찾을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표정으로 보였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연이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모래사장을 질러 한참을 걸어가 바다 가까이쯤 갔을 때 소연이가 말했다.
“여기까지 날아왔을 리가 없잖아.”
“기다려봐. 이쯤인 거 같아.”
나는 두어 걸음 더 걸어가서 쪼그리고 앉아 모래를 찾는 척 했다.
“여기 없으니까 일어나. 가자.”
나는 준비했던 반지를 손에 쥐고 소연이에게 몸을 돌려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소연이는 의아한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았고, 나는 한 손으로 소연이의 손을 잡아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며 말했다.
“네 아름다움이 묻으면 하찮은 모래도 이렇게 고귀한 보석으로 변해. 하찮은 나도 너의 곁에 있으면서 빛을 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윤호야…….”
소연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거 커플링이니까 항상 끼고 있어야 해.”
소연이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고, 소연이의 볼에는 눈물이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연이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왜 울어? 우리 소연이 아름다움이 씻겨 내려가잖아.”
소연이는 내 가슴을 톡 치며 귀여운 앙탈과 함께 내 품에 폭 안겼다. 나는 소연이의 얼굴을 들어 입을 맞추었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왔지만 우리의 입술을 떨어트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더욱 떨어지지 않으려 열정적으로 서로의 입술을 빨아들이게 만들고 있었다.
* * *
저녁이 되었을 때 나는 많이 지쳐있기도 했고, 배도 무척이나 고팠었다. 계속 쏘다니느라 하루 종일 운전한 탓도 있었지만 한 바퀴 도는데 자전거로 한 시간 가량 걸리는 영랑호를 두 바퀴나 돌았던 게 큰 피로와 허기를 안겨주는 것 같았다.
시장이 만찬인데다가 맛있다고 소문난 생선구이 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더니 허겁지겁 먹어치워 허기는 금세 해결되었지만 피곤한 기색은 감출 수가 없었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나는 크게 기지개부터 켰다.
“많이 피곤해? 이제 갈까?”
“어디? 서울?”
“응. 지금 가도 새벽에 도착할 거 같은데…….”
오늘 나는 엠티를 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어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물론 소연이는 집에 들여보내고 난 집 근처 모텔이나 찜질방에서 자도 되는 것이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멀리까지 나왔는데 소연이와 같이 자고 내일 같이 돌아가고 싶었다.
“좀 피곤한데 어디서 쉬었다 가면 안 될까?”
“시트 눕혀서 눈 좀 붙여.”
“그렇게 자면 더 피곤해. 잠은 제대로 자야 되는 거야.”
“그럼 어디서?”
나는 소연이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모텔…….”
“안 돼.”
“왜? 난 잠깐 눈 붙이고 넌 텔레비전 보고 있음 되잖아.”
“내가 널 어떻게 믿어?”
“네가 날 못 믿으면 누가 믿어줘?”
“넌 아무도 못 믿어.”
“그럼 내 손, 발 다 묶어놔.”
“그래도 안 돼.”
“미이라처럼 칭칭 감아놓을래?”
“잔말 말고 그냥 가.”
“몰라. 네가 뭐라 그래도 지금 난 운전 못 해.”
“알았어. 나 택시 타고 갈게.”
구슬려도 보고 떼도 써보았지만 소연이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내 입이 삐죽 나와 있었지만 소연이의 단호한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소연이를 모텔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음을 비우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로 소연이에게 말했다.
“좋아. 그럼 맥주나 한 잔 하고 가자. 바다 왔는데 바다 보면서 맥주 한 잔은 해야 되지 않겠어?”
“너 술 핑계로 운전 못 하겠다고 하려고 그러지?”
“아니야! 난 술 안 마실 테니까 너 혼자 마셔. 그럼 됐지?”
“음…… 좋아. 넌 한 모금도 마시지 마.”
“알았어.”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내가 취해서 못 갈 거라는 기대 따위는 하지 마. 나 많이 안 마실 거야.”
“이거 왜 이래? 나 깨끗이 포기했어. 맥주 한 잔 하고 집에 갈 거야.”
소연이는 여전히 못 미더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술을 마시는 것까지 거부하지는 않았다. 일단은 성공이었다.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말했다.
“아까 그 새우튀김 사가서 먹을까?”
“아, 맞다. 새우튀김! 어쩐지 뭔가 허전하다 했어.”
“그럼 새우튀김 사러 달려갑니다.”
새우튀김 한 봉투와 한 팩의 맥주 캔을 사서 바다를 마주하고 앉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타고 오는 파도소리가 내게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귀띔해주는 것 같았다.
“분위기는 밤바다만큼 좋은 게 없는 거 같아.”
“너랑 둘이 있으니까 더 좋아.”
“그럼 밤새 같이 있자니까.”
소연이는 내게 얄미운 눈짓을 하며 말했다.
“싫어요. 집에 갈 거예요.”
소연이가 두 캔의 맥주를 마셨을 때 나는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뭐해?”
“바닷물에 발 담가보려고.”
나는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바다로 달려갔다. 내 발을 적시는 바닷물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그러나 나는 절대 내색하지 않고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소연아, 완전 시원해. 너도 와서 담가봐.”
소연이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지만 나는 계속 외쳤다.
“소연아, 사랑해. 여기 와서 내 사랑을 받아줘.”
수차례 더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나서야 소연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연이도 신발과 양말을 벗어 가지런히 놓아두고 바지를 걷어 올리더니 달려왔다. 내 품까지 달려온 소연이를 나는 꽉 껴안아 한 바퀴를 돌린 다음 내려주었다.
“앗, 차가워.”
소연이는 얼른 물 밖으로 나갔고, 나도 재빨리 소연이를 따라 나갔다. 내가 장난스럽게 웃으니 소연이는 아니꼬웠던지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 나는 밀려오는 고통에 정강이를 문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왜?”
“너 일부러 그런 거잖아, 나 놀리려고.”
“아니야. 바다에서 맡는 바다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 백사장에서 느끼는 거랑 차원이 달라. 난 그저 너한테 그런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정말…… 달라?”
“당연하지. 얼마나 다른데…… 다시 들어갈래?”
“싫어. 너무 차갑단 말이야.”
“그럼 내가 업어줄까?”
“응!”
소연이를 업은 나는 바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바닷물이 내 무릎 위까지 올라와 옷을 적신 다음에야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너 옷 젖었어. 어떡해?”
“괜찮아. 냄새는 어때? 시원하지?”
“뭐……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저기 오징어 배 보여?”
“응.”
“오징어들이 저 불빛을 쫓아가잖아.”
“오징어가 불빛을 쫓아가듯 너도 나만 쫓아오겠다고?”
“아니. 나도 저 불빛을 쫓아가려고.”
나는 다시 발을 떼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너 왜 그래? 미쳤어?”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장난치지 마.”
“그럼 내려줄까?”
“싫어! 빨리 돌아가.”
나는 소연이의 말을 무시하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내딛었다. 그러자 소연이는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차가워! 그만해.”
“아, 아파. 놔.”
“그러니까 돌아가.”
“아파서 손 놓칠 거 같아. 일단 머리카락부터 좀 놔.”
소연이는 살며시 내 머리카락을 놓아주었다. 이때다 싶어 나는 자리에 폭삭 주저앉으며 소연이를 놓아버렸다. 소연이는 허리까지도 채 오지 않는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나는 소연이의 양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일으켜 세워주었다. 소연이는 손으로 얼굴을 닦으며 울먹였다.
“너…… 너 진짜 죽을래?”
“우리 소연이 춥겠다. 빨리 나가자.”
나는 소연이를 번쩍 안아 올려 백사장으로 달려 나갔다. 소연이는 계속 내 가슴팍을 때리며 앙탈을 부렸고, 나는 넉살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다 받아주었다.
“이제 어떡해?”
“그러게. 어떡하지? 이대로 있음 감기 걸릴 거 같은데…….”
소연이가 매서운 눈빛으로 날 쏘아보았지만 나는 무서움보다는 흥분이 앞섰다. 소연이의 시선을 피하려던 내 눈길은 소연이의 가슴으로 내려갔다. 쫙 달라붙은 소연이의 티셔츠 덕분에 소연이의 커다란 가슴은 아름다운 굴곡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내 심장을 마구 두드렸다. 나는 소연이의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씻어야 할 것 같은데 잠깐 모텔이라도 갈래?”
“너 처음부터 작정하고 이런 거지?”
“아니야.”
“내 가슴 말고 내 눈 보고 얘기해.”
나는 음침한 눈으로 소연이의 눈을 쳐다봤다. 소연이의 눈에는 살기가 한가득 담겨있었다. 공포에 정신이 든 나는 맑고 선한 눈빛으로 바꾸고 순수한 투로 말했다.
“씻기만 하고 나오는 거야. 아무 것도 안 하고 딱 씻고 바로 나오는 거야. 그리고 너 씻는 동안에는 난 밖에 나가서 네가 입을 만한 옷 사오는 거지. 어때?”
“너 지금 또 수 쓰는 거 아니지?”
“그럴 리가 있어? 네가 들어봐도 그럴 건더기가 없잖아.”
“씻고 바로 나올 거니까 허튼 짓 할 생각 하지 마.”
“알았어, 알았어. 빨리 가자. 감기 걸리기 전에…….”
아직 완전히 성사된 건 아니었지만 마지막 한 단계만 넘으면 소연이와 하나 될 수 있다는 기분에 들떴다.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소연이와 모텔로 향하는 발걸음을 최대한 빨리 했다.
소연이를 욕실에 들여보내며 나는 옷가지를 사러간다고 하고 밖으로 나왔다. 밤늦은 시간에 옷을 파는 곳이 있을 리도 없겠지만 있다 해도 사갈 이유가 없었다. 옷을 냅다 갖다 바친다면 힘들게 소연이를 모텔 방 안까지 데려온 보람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옷만 주지 않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이 순간 소연이가 선녀이길 간절히 바랐다. 옷 없으니 나랑 섹스하자고 하면 될 테니 말이다. 헛된 희망일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이 세워져 있었던 게 전혀 아니었으므로 나는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모텔 주차장을 서성이며 아무리 골머리를 썩여 봐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옷이 없다고 한다면 오히려 반발을 살 것 같아 여벌로 준비해 둔 반팔 티와 반바지를 차에서 꺼내 방으로 돌아갔다. 소연이는 아직 씻고 있는지 물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컴퓨터 앞 의자에 앉아 다시 생각에 잠겼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그치고 얼마 안 있어 문이 조금 열렸다.
“윤호야.”
“어, 왜?”
“옷 사왔어?”
“옷 파는 데가 없어서……”
나는 욕실로 걸어가 반팔 티와 반바지를 건네주며 말을 이었다.
“일단 이거 입어.”
소연이는 내 손에서 옷가지를 받아 들고는 다시 욕실 문을 닫았다. 뿌연 수증기와 함께 소연이가 욕실 밖으로 나왔고, 나는 소연이의 세세한 부분까지 살펴보았다. 브라를 안 했다는 것은 티셔츠에 도드라진 양 젖꼭지로 쉽게 알 수 있었다. 게다가 팬티 또한 입지 않고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반바지가 밝은 베이지 색 면 재질이었기에 젖은 팬티를 입었다면 물기가 묻어나 티가 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해?”
“아니. 귀여워.”
“네 옷이야?”
“응.”
“아주 작정하고 왔구나.”
“준비성이 철저한 거야.”
“너도 빨리 씻어. 가야지.”
나는 대답하기 싫어 못 들은 체 하고 욕실로 들어갔다. 뿌연 거울을 손으로 닦아내니 물에 젖은 생쥐 한 마리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소연이를 어떻게 해보려고 모든 정신을 쏟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동안 나는 내 상태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 같았고, 몸살이 마구 밀려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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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빨리 뜨거운 물을 틀어 내 몸을 적셨다. 얼어있던 몸이 녹으며 나른함이 몰려왔다. 지금 기분이면 소연이와의 섹스고 뭐고 간에 따뜻한 아랫목에서 눈을 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몸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자 다시 소연이와 어떻게 사랑을 완성할지 고민되기 시작했지만 다 씻을 때까지도 좋은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언제까지 욕실에서 죽치고 앉아있을 수는 없기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나가서 부딪혀보기로 했다.
“꺄악…….”
내 자지를 보고 소연이가 꽤나 많이 놀랐나보다. 침대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소연이는 모텔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더니 이불을 뒤집어썼다.
“너 왜 옷 안 입었어?”
“옷이 없어.”
“그렇다고 그렇게 나와?”
“그럼 어떻게 하냐?”
“수건으로 가리기라도 했어야지!”
“그 방법이 있었구나. 몰랐어.”
“지금이라도 빨리 가려.”
“가렸어.”
소연이는 이불에서 고개를 빠끔히 내밀었다가 다시 비명을 지르고 고개를 집어넣었다.
“너 죽을래?”
“왜?”
“가렸다며!”
“가렸잖아. 가슴……. 난 가슴이 더 소중하단 말이야.”
“너 진짜 나중에 죽을 줄 알아!”
나는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 소연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자, 이제 됐지? 안 보이지?”
“너…… 너…… 지금…… 알몸으로?”
“응.”
“지금 내 허벅지에 닿는 게 네 거기……?”
“응. 내 얼굴 앞에 있는 건 네 가슴?”
이불을 박차고 나간 소연이는 세상에서 가장 징그러운 벌레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 너 거기서 나오지 마. 움직이기만 해봐.”
나는 소연이 말대로 잠자코 소연이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랬더니 소연이는 가방을 챙겨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이불에서 뛰쳐나가 양팔과 양다리를 쫙 벌리고 소연이의 앞을 막아섰다. 소연이는 내 우람한 자지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지 눈을 질끈 감더니 몸을 뒤로 돌려버렸다.
소연이가 한참동안 미동도 않고 있기에 나는 소연이를 뒤에서 살짝 안아주었다. 내 팔을 뿌리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소연이는 그대로 가만히 있었고, 이상하리만큼 차분한 소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나랑 하고 싶어?”
“어. 그래도 네가 싫다는데 할 생각은 없어. 싫으면 안 해도 정말 상관없어. 대신 우리 서로 꼭 껴안고 자는 것만이라도 허락해주면 안 될까?”
“나…… 생각 좀 하고 싶은데…….”
“그래. 생각 좋지. 우린 짐승이 아니니까 생각을 해야…….”
“Shut up!"
어떻게든 분위기를 가라앉히지 않으려고 나불대다가 결국 한 소리를 듣고 말았다. 그 결과로 너무도 기다리기 힘든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고 있었다.
소연이는 어떤 결론을 내릴까? 나는 소연이의 뜻에 온전히 따라야만 하는 것인가? 갖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이 순간이 내게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가혹한 고통에 견디지 못하고 차라리 포기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고 있을 때 소연이의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불 꺼.”
“응? 불 끄라고?”
소연이는 말없이 침대로 걸어갔고, 나는 후다닥 달려가서 불을 껐다. 아직 눈이 어둠에 적응되지 않아 제대로 보이는 게 없어 더듬더듬 거리고 있는데, 희미하게 들려오는 부스럭부스럭 대는 소리가 나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혹시 소연이가 내게서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침과 동시에 나는 형광등 스위치를 찾았다.
“왜 켰어?”
“어……, 아니, 아니야.”
내가 강간범도 아닌데 소연이가 그렇게까지 할 리가 없었다. 고로 나 혼자 쇼를 한 것이었다. 소연이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날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다시금 불을 끄고 나는 침대로 가서 소연이 옆에 누웠다.
힘들게 허락을 얻어내서인지 더욱 긴장이 되고 있었다. 다정한 대화부터 나눠야 하는지 아니면 가벼운 스킨십으로 서서히 불을 지펴야 하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맘 바뀌기 전에 저질러놓고 봐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윤호야.”
“응?”
“나…… 두려워.”
“뭐가 두려워?”
“사실…… 나 처음인데…… 해도 되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어. 확신이 안 서.”
“그럼…… 하지 말자! 그냥 자자,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래도 괜찮아?”
“괜찮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 난 네가 이렇게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고마워. 사랑해.”
“나도 사랑해. 대신 확신이 생기면 지체 없이 말해! 1초라도 늦으면 혼날 줄 알아!”
소연이는 내 팔을 꼬집으며 말했다.
“으이구. 장난꾸러기.”
나는 진심이었는데 소연이는 장난인 줄 알았나보다. 어찌되었건 오늘 소연이와 할 수 없다는 것은 확정이 되었다. 아름다운 소연이를 옆에 두고 그냥 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이 기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기에 빨리 잠이 들어야했다. 천사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악마의 연기가 피어오르기 전에 빨리…….
악마를 잠재우려고 나는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러내는 건 오히려 소연이였다. 소연이는 내 어깨를 베고 내 품에 안겨 와서는 꼭 안아달라고 속삭였다. 눈물이 핑 돌만큼 혀를 꽉 깨물어 색욕을 물리치고 나서 소연이를 끌어안아주었다. 소연이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쓸어내리니 청초한 향기가 아늑하게 퍼져 올랐다. 소연이에게 취해 몽롱해지려는데 내 입술이 뭉클했다. 소연이의 향기만 맡아도 내 자지는 주체하지 못하고 난리를 치고 있었는데 소연이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치자 이때다 싶었는지 꼿꼿이 서서 굳어버렸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내 자지가 소연이의 몸을 찌를 것 같았다. 사랑하는 여자의 순결을 지켜주는 신사다운 나의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었다. 나는 몸에 잔뜩 힘을 주어 그대로 굳혀 움직이지 않도록 했다. 내 모습이 이상했는지 소연이가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보았다.
“갑자기 왜 그래?”
“뭘?”
“뭔가 어색한 거 같은데? 긴장한 거 같기도 하고.”
“긴장할 게 뭐 있어?”
소연이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띠며 몸을 일으키더니 내 몸 위로 올라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나는 소연이를 막아낼 겨를도 없었다. 소연이가 내 자지 바로 위에 앉은 것은 아니었지만 절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귀두 끝이 소연이의 엉덩이에 살짝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소연이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두었다가는 소연이가 내 자지의 감촉을 느끼는 건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른 소연이의 양 팔을 잡고 옆으로 밀쳤다. 소연이를 내 몸 위에서 끌어내려던 내 행동은 소연이의 저항에 부딪히며 소연이를 뒤로 밀어내는 꼴이 되었다. 소연이는 단단한 내 자지에 올라타게 되었고, 그 순간 소연이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는 깨끗이 지워졌다. 어쩔 줄 몰라 하며 헛기침만 내뱉는 소연이를 나는 차마 바라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소연이는 내 몸에서 내려와 조용히 침대에 다시 누웠다. 소연이에게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나란 인간은 섹스만 생각하는 놈으로 생각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소연아, 그게…….”
“…….”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날 위해 계속 참고 있던 거였어?”
“어……? 어, 그렇지.”
“우리…… 하자.”
“응?”
“해. 나 맘 바뀌기 전에…….”
“그래, 그래. 하자. 빨리……. 그래 빨리 하자.”
갑작스러운 허락에 나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그러다가 기껏 한다는 게 소연이가 입고 있는 티셔츠를 잡아 올리려는 것이었다.
“천천히…….”
나는 깊은 숨을 내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 천천히. Calm down."
수줍음에 얼굴을 붉히고 있는 소연이를 보니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소연이를 따뜻하게 끌어안아 뜨거운 키스로 얼어있는 소연이의 몸을 조금씩 녹였다. 내 손도 소연이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긴장을 풀어주고 있었다. 웅크렸던 소연이의 몸은 점점 나른해져가고 있었지만 젖꼭지는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더 이상 단단해질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나는 손길을 젖꼭지에서 보지로 돌렸다. 어른이 된 소연이의 보지를 이 세상에서 내가 처음으로 만질 수 있게 된 남자라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소연이의 보지를 진짜 어른이 될 수 있게 해주려면 이 정도 긴장쯤은 이겨내야 했다.
내 손은 바지로 들어가 소연이의 보지털을 덮었다. 푹신푹신한 느낌이 들 정도로 풍성한 숱을 자랑하는 보지털이였다.
“너 보지털 되게 많다.”
소연이는 부끄러웠는지 내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더 놀렸다가는 겨우 얻은 기회가 날아갈 것 같아 다시 소연이의 보지에 집중했다. 보지털을 쿠션삼아 손바닥에 받치고 손가락으로 천천히 보짓살을 훑어나갔다.
고개를 들어 소연이를 보니 소연이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좋은데 표현을 안 하는 건지 좋지 않은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아 나는 더욱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뿐만 아니라 티셔츠를 걷어 올려 예쁘게 부풀어있는 소연이의 가슴을 입에 넣었다. 내 손가락과 혀의 놀림에 소연이의 보지에서는 금방 보짓물이 흘러나왔지만 그때까지도 소연이의 입은 앙 다물어져 있었다. 기분이 좋아지며 흥분이 되었을 때 보짓물이 나오는 게 내 상식인데 소연이를 보니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소연아, 어때? 괜찮아?”
소연이의 눈은 힘없이 가늘게 떠졌고, 입 또한 열렸다고 하기 힘들 정도로 양 입술이 미세하게 떨어지며 대답했다.
“으응. 괜찮아.”
“계속할까?”
소연이는 다시 눈을 감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나는 보지가 보짓물로 뒤범벅이 될 때까지 어루만졌다. 소연이의 보짓물로 축축해진 내 손을 빼서 바지를 벗겨 버리고는 내 몸을 소연이의 몸 위에 덮어버렸다. 내 자지는 소연이 보지 어딘가를 찌르고 있었고, 내 눈은 소연이의 입술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내 뜨거운 눈길에 소연이는 눈을 감고 내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감싸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내 입술이 소연이의 입술과 붙었고, 혀로 소연이와 교감을 나누는데 집중하면서도 한 손으로는 자지를 잡고 소연이의 보지에 부비고 있었다. 귀두에도 소연이의 보짓물이 흥건히 묻어났고, 이제는 소연이의 보지 속을 느껴보고 싶었다. 나는 소연이의 보지구멍에 자지 끝을 맞춘 다음 살짝 밀어 넣었다. 밖으로 나와 내 혀와 놀던 소연이의 혀가 집으로 돌아가더니 문이 닫혔고, 몸에도 잔뜩 힘이 들어갔다. 소연이의 표정에도 한껏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역력히 드러나있었다.
아주 약간 더 밀어 넣었는데 무언가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바로 처녀막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떨려왔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교차하며 심장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처녀막이 내 심장을 두드렸으니 난 자지로 처녀막을 두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지를 보지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소연이는 짧은 비명과 함께 내 몸을 밀쳐냈다. 나는 소연이 옆으로 나가떨어졌고, 그래서 내 자지는 소연이 보지에 3 분의 1도 못 들어가 보고 쫓겨 나온 것이다.
“소연아, 괜찮아?”
소연이는 대답도 않은 채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소연이의 몸을 쓰다듬으며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잘록하게 쏙 들어간 허리, 내 자지가 사이에 들어간다면 꼭 끼우고 놓지 않을 것 같은 커다란 엉덩이가 만들어내는 모양새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런 와중에도 소연이의 고운 실루엣에 감탄을 하고 있는 나였던 것이다.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소연이를 보며 자책을 하고는 소연이를 마주하고 누워 소연이의 눈이 내 눈을 바라봐주기를 기다렸다. 눈가에 그려졌던 주름이 서서히 옅어지더니 이내 소연이의 촉촉한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많이 아파?”
“어떡하지? 나 못 할 거 같아.”
“안 해도 되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어.”
“곧 괜찮아질 거야. 이리 와. 안아줄게.”
“그냥 이대로 있을래.”
“그럴래?”
소연이의 눈동자는 눈꺼풀에 의해 다시금 가려졌다. 소연이가 걱정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긴장이 풀리며 졸음이 몰려왔다.
* * *
짙은 어둠이 여전히 방 안을 뒤덮고 있었다. 침대 밖으로 나와 핸드폰을 보니 겨우 두 시를 넘기고 있었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한 모금 들이키고 있는데 소연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좀 줘.”
내가 생수를 내밀자 소연이는 일어나 앉아 받아들어 마셨다. 소연이에게 다시 건네받아 냉장고에 넣으며 말했다.
“설마 안 잤어?”
“아니. 지금 깼어.”
나는 침대에 누워 소연이의 가슴을 만졌다. 소연이의 말캉한 가슴을 내 맘대로 만질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고마웠다.
“좀 괜찮아?”
“괜찮은 거 같아.”
“그럼…….”
“싫어.”
“괜찮다며?”
“아냐. 아직 좀 욱신거려.”
“그래도 많이 아프지는 않잖아.”
“그렇다고 할 만 하지는 않아.”
나는 일어나 앉아 소연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할 만 한지 안 한지 한 번만 해보자.”
소연이는 도끼눈을 뜨고 날 노려보았다. 나는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소연이의 다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소연이도 결국 내게 다리를 벌려주는 걸 보니 할 마음이 있었던 것이 확실했다.
나는 소연이의 보지를 내려다보았지만 안 그래도 어두운데다가 무성한 털에 가려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손 끝의 감각만으로 털 숲에 숨어있는 클리토리스를 찾아 인사를 건네었다. 아직은 내 손길이 수줍은지 클리토리스는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있었다. 내 손이 삼고초려의 자세로 끊임없이 방문하자 그제야 조금씩 얼굴을 내미는 클리토리스였다.
내 자지가 들어가는데 더욱 수월하도록 소연이의 보짓물을 잔뜩 흘리게 할 셈이었다. 경험상 보지를 빨아주는 것이 보짓물을 쏟아내기 가장 쉬운 방법이었지만 첫 경험인 소연이였기에 거부감을 느낄까봐 차마 행할 수는 없었다. 오직 손을 이용해 보지와 가슴을 자극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정성스럽게 애무를 한 덕분인지 만족스러울 정도의 보짓물이 흘러나와 보지를 적시고 있었지만 그때까지도 소연이의 입에서 그럴싸한 신음소리가 단 한 번 나오지 않았다. 소연이의 입에서 신음소리를 흘리게 하고 말 거라는 오기가 생기며 자지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보지구멍에 내 자지를 맞추고는 서서히 집어넣었다. 소연이는 잔뜩 긴장했는지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으로 침대 시트를 꽉 부여잡고 있었다.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소연이는 또 한 번 나를 밀쳐냈다.
“나 도저히 못 하겠어. 아직 너무 아파.”
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냥 자자.”
“미안해.”
나는 소연이의 옆에 누워 눈을 감고 말했다.
“아냐. 괜찮아.”
이렇게 되면 소연이는 첫 경험을 한 것일까, 안 한 것일까? 나는 소연이의 첫 남자가 된 것일까, 아닐까? 비록 오늘은 답을 못 내렸지만 조만간에 반드시 분명한 답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