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둘만의 여행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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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4:48 조회 594회 댓글 0건본문
그녀와 둘이서 일박 이일 여행을 갔다.
유부남, 유부녀가 단 둘이서 여행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당일치기도 아니고 일박이일의 여행이니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
한번씩 만나면 집에 돌아갈 시간을 걱정해야 하고 항상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져야 한다.
얼마 전부터 같이 고로쇠 물을 마시러 가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녀가 그 말을 계속 마음에 넣어두고 있었던지,
하루는 그녀의 여동생이(역시 유부녀임. 나보다 두 살이나 많은..) 애인과 같이 몇 번
고로쇠 물을 먹고 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넷이서 같이 가자고 하길래
그러자고 약속을 했다.
지금이 고로쇠 물을 마실 적기(適期)라 넷이서 엊그제 토요일 오후에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녀의 여동생 애인이 일본출장이 길어져서 약속을 지킬 수가 없게 되었다.
내가 미리 집에다가 국민학교 동창들과 고로쇠 물을 먹으러 간다고 이야기를 해놓은 까닭에
약속을 미루지 못하고 둘이서만 가기로 했다.
(속으로는 오히려 더욱 잘됐다는 생각을 했고..^^)
그녀 역시 자신의 친구들이랑 같이 간다고 미리 집에다가 이야기를 해두고..
하지만, 나나 현숙씨(내 애인)나 예전에 고로쇠 물을 마셔본 경험이 없어서,
토요일 오전에 인터넷을 검색해서 한군데에 전화 예약을 하게 됐는데,
요즈음 고로쇠 물이 나올 적기지만 겨울 가뭄으로 인해 고로쇠 물이 귀하다면서 난색을
표시하길래 억지로 부탁을 해놓았다.
토요일 오후, 회사 일을 마치고 그녀의 아파트 앞으로 그녀를 데리러 간다.
그녀의 남편은 오후 근무라 아직 퇴근할 시간이 아니다.
오늘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기상예보를 들었는데 밖에는 비가 조금씩 내린다.
이런 날씨가 둘이서 여행가기에는 더욱 분위기가 있고 좋을 것 같다.
그녀를 차에 태우고, 차에 있는 CD 플레이어에 경쾌한 음악을 틀고 출발을 한다.
내가 들뜬 음성으로 말한다.
“이제 드디어 출발입니다.”
“정수씨. 가슴이 두근거려 죽겠어요. 이래도 되는지..”
“괜찮아요. 지금까지 이십 년 넘게 가족들을 위해 봉사해 왔는데 이틀 정도는 당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도 돼요.
사실은 나도 가슴이 많이 두근거려요. 당신과 이틀 동안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내 옆에 누워 있는 당신을 생각하면 가슴이 다 짜릿해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하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이거 당신 입으라고 어제 샀는데.. 괜찮아요?”
그녀가 가방에서 봄 스웨터를 하나 꺼낸다.
색깔이 화려한 게 삼십대 남자들이 입을만한 옷이다.
“아주 좋게 보이네요.”
“제거랑 같이 샀어요.”
“당신 거는?”
“지금 입고 있어요. 보여 드려요?”
그녀가 가죽점퍼의 쟈크를 열고 속에 입은 티를 보여준다.
그녀 역시 화려한 색깔의 같은 종류 봄 스웨터를 입고 있다.
말 그대로 커플 티다.
“당신.. 십 년은 젊게 보이는데?”
“아~이.. 농담하시는 거예요?”
“정말이에요.”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게 아주 즐거운 표정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 한쪽 옆에 차를 세운다.
그녀가 의아한 듯 나를 쳐다본다.
“당신이 산 스웨터를 입고 가야겠어요.”
“당신도 참..”
싫지는 않은 얼굴이다. 아니, 뿌듯한 표정이 얼굴에 나타난다.
입은 옷을 벗고 그녀가 산 스웨터를 입는다.
“아유.. 당신 총각 같아요.”
“정말?”
“진짜일까 봐 물어보는 거예요?”
“뭐야? 하하하하!”
“호호호호!”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린다.
지금부터 내일까지는 완벽하게 둘만의 시간이다.
그 시간까지는 집에 돌아갈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오후 다섯 시 반에 부산을 출발한 까닭에 하동을 지나 지리산 초입에 도착하니
저녁 아홉 시가 다 되어간다.
지리산에 관광차 또는 내 차에 마누라를 태워서 서너 번 와 본적이 있지만,
지리를 확실히 익히지는 못했다.
뱀사골에 있는 민박집에 예약을 해 놓은 관계로 뱀사골을 찾느라 지리산 옆의 도로를
표지판만 보고 가는데 뱀사골이라고 써놓은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밖에는 비가 제법 내린다.
도로 옆에 슈퍼가 하나 보이길래 차를 갖다 대고 뱀사골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화엄사 쪽으로 가서 노고단을 넘어가라고 한다.
전에 여름에 마누라랑 왔을 때 노고단을 넘어가 본 경험이 있어서 그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옆에서 현숙이가 걱정스러운 듯 한마디 한다.
“정말 지금 이 시간에 노고단을 넘어가려고 그래요?”
“전에도 한번 넘어가봤는데 괜찮을 거요.”
“그래도 비가 오고 밤도 깊었는데..”
“한번 가 봅시다.”
차를 돌려 이십 분 정도 가니 노고단의 표지판이 보여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비가 오는데다 안개까지 자욱해 차가 올라갈수록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신을 잔뜩 집중해서 앞을 보며 굴곡이 심한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도로에는 빗물에 쓸려 나온 토사인지 허연 게 보이고 점점 안개가 짙어진다.
도로에는 내 차뿐이다.
옆엔 현숙이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아무 소리를 하지 않고 앉아 있다.
거의 노고단 정상까지 올라와 휴게소가 있는 곳까지 오니 휴게소가 완전히 소등이 되어
사람의 인기척이 없다.
시야가 너무 흐려 휴게소에서 위로 올라가는 도로를 찾을 수 없어 잠시 차를 대고
차에서 내려 도로를 살피는데, 지금까지 토사라고 생각했던 게 눈이었다.
그리고, 눈이 바람에 흩날려 바로 앞의 오 미터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서늘해진다. 지금까지 눈이 있는 도로를 올라왔단 말인가?
마침 그때 휴게소 있는 쪽에서 여자 하나가 쫓아 나와 뛰어가더니 도로 옆에 주차해 있던
짚차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시동을 걸어 아래로 내려간다.
대충 올라가는 도로를 짐작하고 차에 타는데 현숙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다.
“왜 그래요?”
“저기.. 나중에 이야기 할게요.”
다시 도로를 따라 위로 올라간다.
점점 도로에 눈이 많이 있고 바퀴가 미끄러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 더 이상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차를 돌린다.
그리고는 차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조심스럽게 도로를 따라 내려온다.
한참을 잔뜩 긴장해서 내려 오니, 도로에 눈이 점차 보이지 않고 차의 속도를 조금 올린다.
도로를 거의 다 내려 왔을 때 현숙이가 말을 한다.
“저기,, 정수씨.”
“왜요?”
“아까는 당신이 놀랄 것 같아 말을 하지 않았는데, 아까 그 여자 귀신 아닐까요?”
“설마?”
“안 그러면 그 시간에 아무도 없는 곳에 왜 여자가 있어요?
그것도 왜 급하게 쫓아가요?”
정말 그런가?
“그런데 왜 우리를 두고 그냥 갔을까? 그것도 차까지 운전해서..”
“글쎄요…”
“당신이나 나나 기가 센 사람이라 그냥 간 게 아닐까?”
그녀는 용띠고 나는 봉황(닭)띠다.
“그럴까요?”
“그건 그렇고 예약한 곳에 찾아가기는 어렵고 적당한 곳에 숙소를 정하지요?”
“그렇게 해요?”
도로를 따라 가다 보니, 모텔이 하나 보이고 ‘고로쇠 물 판매’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인다.
입구에 차를 대고 같이 차에서 내린다. 시계를 보니 어느 새 밤 열 한시가 다 되어간다.
“배도 고픈데 어디서 식사하고 들어가지요?”
이리 저리 둘러보니 옛날식으로 지은 그럴듯한 곳이 보여 살펴보니, 술도 팔고 음식도 파는
카페이다.
“저기로 가봐요.”
같이 도로를 건너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 가니 다른 손님들은 아무도 없고 주인남자가
우리를 맞는다.
“지금 음식이 돼요?”
“글쎄.. 어려울 것 같은데요.”
안쪽에서 부인인듯한 여자가 나오더니
“지금 식사준비 됩니다. 저기로 가서 앉으세요.”
내부 시설이 참 운치있고 분위기가 있게 되어있다.
한쪽에는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노래방기기와 마이크가 있고..
좌석이 고급으로 보이는 아주 푹신한 소파와 탁자도 원목을 통째로 깎아서 만든 것 같이
되어 있다.
자리에 앉으니 피곤했던 몸이 다 풀리는 것 같다.
“뭘로 해드릴까요?”
주인남자가 우릴 보고 묻는다.
메뉴를 보니 술과 같이 먹을려면 오리 훈제구이가 적당할 것 같아 그걸 시키고
술이 적당한 게 없어 망서리고 있으니, 주인남자가 금술을 드셔보라고 권한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앞에 앉아있는 현숙이를 보고 있노라니, 정말 예쁘게 보인다.
나이가 나보다 다섯 살이 많은 오십 셋이지만, 오히려 나보다 더 어리게 보인다.
“오늘.. 당신이 참 예쁘게 보여요.”
“당신이 날 좋게 보니까 그렇지요.”
“그게 아니고 정말 예뻐요. 누가 봐도 나보다 더 어리게 보겠어요.”
마침 주인남자가 음식을 가지고 와서 식탁에 차린다.
내가 주인남자에게 묻는다.
“우리 와이프 참 예쁘지요?”
“정말 예쁘시네요. 두 분이 다 멋있네요.”
“거봐요. 당신이 예쁘다잖아요?”
“참.. 그렇게 이야길 하는데 안 예쁘다고 할 사람이 어딨어요?”
“하!하!하!하!”
“호!호!호!호!”
주인남자와 나, 그리고 현숙이가 동시에 웃는다.
“참! 주인 아저씨. 고로쇠 물을 구할 수 있어요?”
“우리 집에 몇 통 있었는데 다 팔리고 없어요.”
“다른데서 구해줄 수 없어요?”
“한번 알아볼게요.”
같이 술을 따라 마신다.
밤은 점점 이슥해지고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낮선 곳에서 분위기 좋은 카페에
둘이 마주앉아 정담을 나누며 오리 훈제구이를 안주로 술을 마신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이렇게 행복한 시간들을 가질 수 있는데..
어느 새 금술 한 병을 비우고 한 병을 더 시킨다.
주인남자가 술을 가지고 오더니 한군데에 고로쇠 물이 있다며 가지고 오겠다고 한다.
그래 주시면 고맙겠다고 사례를 한다.
가지고 온 금술 한 병을 마저 비울 즈음에 주인남자가 고로쇠 물 한 통을 갖다 놓는다.
모두 얼마냐고 물으니 십 이만 원 이란다.
생각보다 싸다.
계산을 하는데 어디 숙소를 정해 놓았냐고 묻길래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아주 좋은 곳이 있는데 소개를 해주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더니 전화를 걸어 방을 잡는다.
정말 고맙다고 다시 한번 사례를 하고 주인남자가 일러준 모텔로 간다.
모텔의 프런트에서 고로쇠 물을 마실 테니까 준비를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고로쇠 물통을 들고 정해준 모텔방으로 들어선다.
이제 우리 두 사람만의 공간이다.
내가 옥조에다 뜨거운 물을 받는다.
잠시 후, 노크소리가 들려 문을 여니, 주인여자가 고로쇠 물을 따라서 마실 수 있는
그릇과 컵, 그리고 오징어와 땅콩을 갖다 준다.
“피곤하지요? 먼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와요.”
“나보다는 정수씨가 더 피곤하잖아요? 내내 운전을 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난 남자잖아요? 아직도 펄펄해요.”
현숙이가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간다.
현숙의 알몸을 언제 봐도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탱탱하다.
예전에 댄스를 해서 그런가?
내 마누라는 나와 나이가 동갑이지만, 다섯 살이나 많은 현숙이보다 더 피부에 탄력이 없다.
유방도 더 처졌고…
유부남, 유부녀가 단 둘이서 여행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당일치기도 아니고 일박이일의 여행이니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
한번씩 만나면 집에 돌아갈 시간을 걱정해야 하고 항상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져야 한다.
얼마 전부터 같이 고로쇠 물을 마시러 가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녀가 그 말을 계속 마음에 넣어두고 있었던지,
하루는 그녀의 여동생이(역시 유부녀임. 나보다 두 살이나 많은..) 애인과 같이 몇 번
고로쇠 물을 먹고 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넷이서 같이 가자고 하길래
그러자고 약속을 했다.
지금이 고로쇠 물을 마실 적기(適期)라 넷이서 엊그제 토요일 오후에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녀의 여동생 애인이 일본출장이 길어져서 약속을 지킬 수가 없게 되었다.
내가 미리 집에다가 국민학교 동창들과 고로쇠 물을 먹으러 간다고 이야기를 해놓은 까닭에
약속을 미루지 못하고 둘이서만 가기로 했다.
(속으로는 오히려 더욱 잘됐다는 생각을 했고..^^)
그녀 역시 자신의 친구들이랑 같이 간다고 미리 집에다가 이야기를 해두고..
하지만, 나나 현숙씨(내 애인)나 예전에 고로쇠 물을 마셔본 경험이 없어서,
토요일 오전에 인터넷을 검색해서 한군데에 전화 예약을 하게 됐는데,
요즈음 고로쇠 물이 나올 적기지만 겨울 가뭄으로 인해 고로쇠 물이 귀하다면서 난색을
표시하길래 억지로 부탁을 해놓았다.
토요일 오후, 회사 일을 마치고 그녀의 아파트 앞으로 그녀를 데리러 간다.
그녀의 남편은 오후 근무라 아직 퇴근할 시간이 아니다.
오늘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기상예보를 들었는데 밖에는 비가 조금씩 내린다.
이런 날씨가 둘이서 여행가기에는 더욱 분위기가 있고 좋을 것 같다.
그녀를 차에 태우고, 차에 있는 CD 플레이어에 경쾌한 음악을 틀고 출발을 한다.
내가 들뜬 음성으로 말한다.
“이제 드디어 출발입니다.”
“정수씨. 가슴이 두근거려 죽겠어요. 이래도 되는지..”
“괜찮아요. 지금까지 이십 년 넘게 가족들을 위해 봉사해 왔는데 이틀 정도는 당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도 돼요.
사실은 나도 가슴이 많이 두근거려요. 당신과 이틀 동안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내 옆에 누워 있는 당신을 생각하면 가슴이 다 짜릿해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하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이거 당신 입으라고 어제 샀는데.. 괜찮아요?”
그녀가 가방에서 봄 스웨터를 하나 꺼낸다.
색깔이 화려한 게 삼십대 남자들이 입을만한 옷이다.
“아주 좋게 보이네요.”
“제거랑 같이 샀어요.”
“당신 거는?”
“지금 입고 있어요. 보여 드려요?”
그녀가 가죽점퍼의 쟈크를 열고 속에 입은 티를 보여준다.
그녀 역시 화려한 색깔의 같은 종류 봄 스웨터를 입고 있다.
말 그대로 커플 티다.
“당신.. 십 년은 젊게 보이는데?”
“아~이.. 농담하시는 거예요?”
“정말이에요.”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게 아주 즐거운 표정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 한쪽 옆에 차를 세운다.
그녀가 의아한 듯 나를 쳐다본다.
“당신이 산 스웨터를 입고 가야겠어요.”
“당신도 참..”
싫지는 않은 얼굴이다. 아니, 뿌듯한 표정이 얼굴에 나타난다.
입은 옷을 벗고 그녀가 산 스웨터를 입는다.
“아유.. 당신 총각 같아요.”
“정말?”
“진짜일까 봐 물어보는 거예요?”
“뭐야? 하하하하!”
“호호호호!”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린다.
지금부터 내일까지는 완벽하게 둘만의 시간이다.
그 시간까지는 집에 돌아갈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오후 다섯 시 반에 부산을 출발한 까닭에 하동을 지나 지리산 초입에 도착하니
저녁 아홉 시가 다 되어간다.
지리산에 관광차 또는 내 차에 마누라를 태워서 서너 번 와 본적이 있지만,
지리를 확실히 익히지는 못했다.
뱀사골에 있는 민박집에 예약을 해 놓은 관계로 뱀사골을 찾느라 지리산 옆의 도로를
표지판만 보고 가는데 뱀사골이라고 써놓은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밖에는 비가 제법 내린다.
도로 옆에 슈퍼가 하나 보이길래 차를 갖다 대고 뱀사골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화엄사 쪽으로 가서 노고단을 넘어가라고 한다.
전에 여름에 마누라랑 왔을 때 노고단을 넘어가 본 경험이 있어서 그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옆에서 현숙이가 걱정스러운 듯 한마디 한다.
“정말 지금 이 시간에 노고단을 넘어가려고 그래요?”
“전에도 한번 넘어가봤는데 괜찮을 거요.”
“그래도 비가 오고 밤도 깊었는데..”
“한번 가 봅시다.”
차를 돌려 이십 분 정도 가니 노고단의 표지판이 보여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비가 오는데다 안개까지 자욱해 차가 올라갈수록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신을 잔뜩 집중해서 앞을 보며 굴곡이 심한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도로에는 빗물에 쓸려 나온 토사인지 허연 게 보이고 점점 안개가 짙어진다.
도로에는 내 차뿐이다.
옆엔 현숙이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아무 소리를 하지 않고 앉아 있다.
거의 노고단 정상까지 올라와 휴게소가 있는 곳까지 오니 휴게소가 완전히 소등이 되어
사람의 인기척이 없다.
시야가 너무 흐려 휴게소에서 위로 올라가는 도로를 찾을 수 없어 잠시 차를 대고
차에서 내려 도로를 살피는데, 지금까지 토사라고 생각했던 게 눈이었다.
그리고, 눈이 바람에 흩날려 바로 앞의 오 미터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서늘해진다. 지금까지 눈이 있는 도로를 올라왔단 말인가?
마침 그때 휴게소 있는 쪽에서 여자 하나가 쫓아 나와 뛰어가더니 도로 옆에 주차해 있던
짚차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시동을 걸어 아래로 내려간다.
대충 올라가는 도로를 짐작하고 차에 타는데 현숙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다.
“왜 그래요?”
“저기.. 나중에 이야기 할게요.”
다시 도로를 따라 위로 올라간다.
점점 도로에 눈이 많이 있고 바퀴가 미끄러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 더 이상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차를 돌린다.
그리고는 차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조심스럽게 도로를 따라 내려온다.
한참을 잔뜩 긴장해서 내려 오니, 도로에 눈이 점차 보이지 않고 차의 속도를 조금 올린다.
도로를 거의 다 내려 왔을 때 현숙이가 말을 한다.
“저기,, 정수씨.”
“왜요?”
“아까는 당신이 놀랄 것 같아 말을 하지 않았는데, 아까 그 여자 귀신 아닐까요?”
“설마?”
“안 그러면 그 시간에 아무도 없는 곳에 왜 여자가 있어요?
그것도 왜 급하게 쫓아가요?”
정말 그런가?
“그런데 왜 우리를 두고 그냥 갔을까? 그것도 차까지 운전해서..”
“글쎄요…”
“당신이나 나나 기가 센 사람이라 그냥 간 게 아닐까?”
그녀는 용띠고 나는 봉황(닭)띠다.
“그럴까요?”
“그건 그렇고 예약한 곳에 찾아가기는 어렵고 적당한 곳에 숙소를 정하지요?”
“그렇게 해요?”
도로를 따라 가다 보니, 모텔이 하나 보이고 ‘고로쇠 물 판매’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인다.
입구에 차를 대고 같이 차에서 내린다. 시계를 보니 어느 새 밤 열 한시가 다 되어간다.
“배도 고픈데 어디서 식사하고 들어가지요?”
이리 저리 둘러보니 옛날식으로 지은 그럴듯한 곳이 보여 살펴보니, 술도 팔고 음식도 파는
카페이다.
“저기로 가봐요.”
같이 도로를 건너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 가니 다른 손님들은 아무도 없고 주인남자가
우리를 맞는다.
“지금 음식이 돼요?”
“글쎄.. 어려울 것 같은데요.”
안쪽에서 부인인듯한 여자가 나오더니
“지금 식사준비 됩니다. 저기로 가서 앉으세요.”
내부 시설이 참 운치있고 분위기가 있게 되어있다.
한쪽에는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노래방기기와 마이크가 있고..
좌석이 고급으로 보이는 아주 푹신한 소파와 탁자도 원목을 통째로 깎아서 만든 것 같이
되어 있다.
자리에 앉으니 피곤했던 몸이 다 풀리는 것 같다.
“뭘로 해드릴까요?”
주인남자가 우릴 보고 묻는다.
메뉴를 보니 술과 같이 먹을려면 오리 훈제구이가 적당할 것 같아 그걸 시키고
술이 적당한 게 없어 망서리고 있으니, 주인남자가 금술을 드셔보라고 권한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앞에 앉아있는 현숙이를 보고 있노라니, 정말 예쁘게 보인다.
나이가 나보다 다섯 살이 많은 오십 셋이지만, 오히려 나보다 더 어리게 보인다.
“오늘.. 당신이 참 예쁘게 보여요.”
“당신이 날 좋게 보니까 그렇지요.”
“그게 아니고 정말 예뻐요. 누가 봐도 나보다 더 어리게 보겠어요.”
마침 주인남자가 음식을 가지고 와서 식탁에 차린다.
내가 주인남자에게 묻는다.
“우리 와이프 참 예쁘지요?”
“정말 예쁘시네요. 두 분이 다 멋있네요.”
“거봐요. 당신이 예쁘다잖아요?”
“참.. 그렇게 이야길 하는데 안 예쁘다고 할 사람이 어딨어요?”
“하!하!하!하!”
“호!호!호!호!”
주인남자와 나, 그리고 현숙이가 동시에 웃는다.
“참! 주인 아저씨. 고로쇠 물을 구할 수 있어요?”
“우리 집에 몇 통 있었는데 다 팔리고 없어요.”
“다른데서 구해줄 수 없어요?”
“한번 알아볼게요.”
같이 술을 따라 마신다.
밤은 점점 이슥해지고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낮선 곳에서 분위기 좋은 카페에
둘이 마주앉아 정담을 나누며 오리 훈제구이를 안주로 술을 마신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이렇게 행복한 시간들을 가질 수 있는데..
어느 새 금술 한 병을 비우고 한 병을 더 시킨다.
주인남자가 술을 가지고 오더니 한군데에 고로쇠 물이 있다며 가지고 오겠다고 한다.
그래 주시면 고맙겠다고 사례를 한다.
가지고 온 금술 한 병을 마저 비울 즈음에 주인남자가 고로쇠 물 한 통을 갖다 놓는다.
모두 얼마냐고 물으니 십 이만 원 이란다.
생각보다 싸다.
계산을 하는데 어디 숙소를 정해 놓았냐고 묻길래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아주 좋은 곳이 있는데 소개를 해주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더니 전화를 걸어 방을 잡는다.
정말 고맙다고 다시 한번 사례를 하고 주인남자가 일러준 모텔로 간다.
모텔의 프런트에서 고로쇠 물을 마실 테니까 준비를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고로쇠 물통을 들고 정해준 모텔방으로 들어선다.
이제 우리 두 사람만의 공간이다.
내가 옥조에다 뜨거운 물을 받는다.
잠시 후, 노크소리가 들려 문을 여니, 주인여자가 고로쇠 물을 따라서 마실 수 있는
그릇과 컵, 그리고 오징어와 땅콩을 갖다 준다.
“피곤하지요? 먼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와요.”
“나보다는 정수씨가 더 피곤하잖아요? 내내 운전을 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난 남자잖아요? 아직도 펄펄해요.”
현숙이가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간다.
현숙의 알몸을 언제 봐도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탱탱하다.
예전에 댄스를 해서 그런가?
내 마누라는 나와 나이가 동갑이지만, 다섯 살이나 많은 현숙이보다 더 피부에 탄력이 없다.
유방도 더 처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