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시마 다케오의 여인추억 1 ... - 1부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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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4:34 조회 756회 댓글 0건본문
10. 불량 소녀
그날, 마사오와 다에꼬는 결국 결합할 수 없었다. 의지로는 협력하
는 듯했지만 본능적으로 다에꼬는 피했고 마사오가 그걸 이기려면 많
은 억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오히려 둘 사이의 사랑의 분위
기를 해칠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미 다에꼬의 애무로 기쁨을 얻고 있
었기 때문에 욕망도 그다지 절실하지는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역시 더 이상 나아가는 건 아직 일러."
그렇게 결론내리고 마사오는 이불을 깔자고 했다. 두 사람은 그대로
이불 속에서 껴안았다. 갑자기 가족들이 돌아오면 큰일이 날 텐데도
대담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다에꼬가 깔고 덮고 자던 그 이부자리에
서는 다에꼬의 향기가 났다. 그 향기에 취한 채 마사오는 정신적인 포
근함과 더불어 육체적인 만족의 기쁨을 맛보고 있었다. "이렇게만 있
어도 좋아." 그런 생각 밑바닥엔 이제 다에꼬와 하나가 된 거나 마찬
가지라는 자신이 있었다. 다에꼬는 이제 어떤 것을 요구해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마사오."
다에꼬가 속삭였다.
"나도 마사오의 것을 보고 싶어."
"응. 좋아."
"눈을 감고 있어. 보면 싫어."
마사오는 누워서 눈을 감았다. 상체를 일으킨 다에꼬는 이불을 젖혀
다. 그리고는 곧 다에꼬의 손이 마사오를 만지작거렸다. 처음 쥐었을
때와는 달리 익숙해진 것 같았다. 손놀림에 침밀감이 담겨 있었다. 다
에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틀림없이 놀라움으로 이를 곽 깨물고
있을 것이었다.
문득 다른 감촉이 느껴졌다. 머리를 살짝 기울여 보니 다에꼬는 뺨
을 비비고 있었다. 정말 사랑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아까는 본능적
으로 맞아들이기를 거부했었는데..., 역시 마사오가 사랑스러운 것일
까 ? 처녀의 오묘한 심리였다.
이윽고 다에꼬는 입술을 가져갔다. 마사오는 눈을 감았다. 짜릿한
기분이 전신에 펴졌다. 그렇지만 욕망이 절실히 타오르는 느낌은 없었
다. 오히려 이 상태를 죽 계속하면 좋겟다는 충족감이 마사오를 지해
하고 있었다. 다에꼬의 행동은 조금 전에 마사오가 그녀에게 베풀었던
사랑의 행위에 대한 답례인지도 몰랏다. 다에꼬의 입술이 마사오에게
서 떨어졌다. 다에꼬는 마사오 옆에 누워 두 사람 위에 이불을 덮으며
안겨 왓다.
"어떻게 됐어?"
"왜 저렇게 돼?"
"피가 몰려서 그래."
"이상해. 살아 았는 것 같아."
"그럼, 살아 있는 거지."
"마사오,... 나하고 안 했으니까 다른 여자하고 할 거지?"
"아니. 그런 짓은 하지 않아."
"아닐걸. 마사오도 보통 남자잖아."
다에꼬는 남자의 성에 대해 몇 가지 기본적인 걸 물어 왓다. 마사오
는 정직하게 대답했다.
"난 이제 오늘부터 정신적으로는 처녀가 아니야. 마사오에게 모두 준
거나 마찬가지야." 다에꼬는 그렇게 말했다.
"남이 있는 데서 마사오를 만나가가 두려울 거 같애."
"여태까지 대했던 것처럼 하면 돼."
"난 분명히 얼굴이 빨개질 거야."
"안 그런 척 해야 되."
마사오도 여자의 생리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았다. 마사오에겐 이해
할 수 없는 점이 너무 많았다. 자기 눈으로 확인한 후인데도 여자가
신비스러운 존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더구나 다에꼬 자신도
자신의 몸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
여름 방학이 되었다. 그래도 다에꼬와 매일 만날 수는 없었다. 만나
더라도 아무도 없는 곳으로 두 사람만이 갈 기회는 드물었다. 마사오
는 욕망을 참기가 힘들었다. 상대가 없다면 몰라도 어쨌든 다에꼬가
있는데.... 그건 불합리했다.
찌는 듯한 오후였다. 마사오는 다에꼬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가족
들이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해도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었다.
맞은편에서 한 여학생이 걸어오고 있었다. 다에꼬네 근처에 사는 니
꾸라 후미에라는 소녀로 거리가 좀 먼 사립 여고에 기차로 통학하는
애였다. 눈에 뛸 정도로 화려하고 놀기를 좋아해서 이미 남학생들과
깊게 사귄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물론 착실한 여학생인 다에꼬의 친구
는 아니었다. 마사오와는 서로 얼굴을 알고 있는 정도였다. 말을 한
적도 없고 길에서 마주쳐도 모르는 체했다. 불량 소녀와 사귀려면 우
선 자신이 불량 중학생과 친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려면 담배도 피우
고 학교 수없도 빼먹으며 그들처럼 외모에 신경을 써야 했다. 마사오
는 보통때처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나치려 했다.
"잠깐."
후미에가 멈춰서서 말을 걸어왔다. 아무리 연약한 여학생이라도 혼
자일 때는 어른 같은 법이었다. 물론 여럿이 모이면 남학생을 놀리기
도 하지만 남학생과 단 둘이 만났을 때 여학생이 먼저 말을 건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후미에가 먼저 말을 걸어 왔으므로 마사오
는 놀라서 멈춰섰다.
"나?"
"그래. 너."
후미에가 다가왔다. 화장을 한 얼굴이었고 입술은 새빨갛게 칠해져
있었다.
"어디 가?"
잘 아는 사이 같은 친숙한 말투여싿.짜지고 보면 마사오와 후미에
는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마사오가 어디를 가든 상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마사오는 상냥하게 대답했다.
"저기."
"급한 일이야?"
"아니, 그렇진 않아."
"그러면 우리 집에 갈래?"
"너 날 알아?"
"어머?"
후미에는 곱게 웃었다.
"그럼 알고말고 전부터 너를 사귀고 싶었거든. 지금 집에는 아무도
없어. 와서 음악이라도 듣지 않을래?"
정중하게 거절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불량아와 친하게 사귀는
여학생과는 이렇게 서서 얘기하는 것조차도 꺼름칙한 일이었다. 괜히
사람들의 오해를 살 뿐 아니라 이 애와 사귀고 있는 다른 남학생이나
마을 청년에게서 공연히 해를 당하게 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 번의 유혹에 선뜻 응하면 가벼운 아이로 생각될 것이었다.
"아니, 다음에 가지."
"왜?"
후미에는 더욱 더 다가왔다. 요염한 눈빛이었다.
"싫어? 난 모처럼 용기를 내서 말한 건데."
후미에의 등 뒤로 길게 이어진 길이 강렬한 햇볕을 하얗게 튕겨올리
고 있었다. 바람은 전혀 없었고, 후미에의 얼굴엔 담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렇지만...."
"가자, 응?"
후미에는 더욱 다가와서 마사오를 올려다보았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다. 애처로왔다. 더 이상 거부하면 자존심에 상처를 줄 것만 같았다.
"그러면 잠깐 동안 만이야."
"좋아."
둘은 나란히 걸었다. 마사오는 왠지 자신의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
운 것 같았다. 소꼽친구인 다에꼬와 걸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곤혹스
러웠다. 남이 보면 곤란해질 것 같았다.
"훨씬 전부터 너랑 친구가 되고 싶었어. 내 이름 모르지?"
"알아."
"정말?"
"너는 오까모또 애인이잖아?"
오까모또는 반은 다르지만 같은 학년 남학생이어싿. 불량배 패거리
의 두목격이었다.후미에는 틀림없이 오까모또의 여자가 되었을 것이다.
"아, 그 애. 단지 친구일 뿐이야. 소문 따위는 밎지 마. 이 동네 사
람들 참 못됐어. 조금만 사귀면 곧 이상한 소문을 내거든. 그래서 시
골은 싫어."
마사오가 알기로 오까모또는 자기가 사귀고 있는 여학생과 단지 친
구로만 그칠 리가 없는 녀석이었다. 그러나 마사오는 캐묻지 않았다.
오까모또의 이름을 꺼내어 자기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나타
낸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후미에의 집은 흙담으로 둘러싸인 구식 무가의 집이었다. 현관문은
열려진 채 그대로였다.
"곧 돌아올 거라서 빗장을 걸지 않았어. 자, 올라와."
"식구들은 어디 갔지?"
"아침부터 외출했어. 혼자 무턱 지루했어."
후미에가 매실주를 담아가지고 들어와서는 말했다.
"넌 나를 분명히 오해한 것 같아."
"....."
정원에서 매미가 울고 있었다. 정원의 맞은편으로는 옆짚의 흰 담이
둘러서 있었다.
"네가 생각하는 만큼 난 불량한 애가 아냐. 그러니까 이제부터 나랑
사귀는 게 어때?"
후미에는 말을 잘 했다. 머리가 나쁘다거나 아주 막돼먹은 아이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마사오는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마사오는 한
시간쯤 이야기 상대를 해 주다가 아쉬워하는 후미에를 남겨두고 그 집
을 나섰다. "더 놀다가면 좋을 텐데." 현관까지 마중나온 후미에는 손
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마사오가 손을 잡자 자기 한쪽손을 마사오
의 손등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
그 길로 마사오는 다에꼬의 집으로 갔다. 다에꼬는 집에 있었다.
"양재 연습을 하고 있었어."
다에꼬는 방에 흩어져 있는 종이들을 치워 마사오가 앉을 자리를 만
들었다. 집 안에는 다에꼬의 어머니가 있었으므로 노골적인 애정 표시
를 할 수는 없었다. 마사오는 그대로 앉으며 후미에의 집에 끌려갔다
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뭐? 후미에 집에?"
다에꼬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마사오가 이야기를 끝내기도 전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장 그만둬. 이건 질투가 아니야. 그런 애와 사귀는 건 위험해.
두번 다시 따라가지 마."
"응.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다에꼬는 다가앉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둘이 뭘 했어?"
"하긴 ? 그냥, 헤어질 때 악수나 했을 뿐이야."
"뭐, 악수? 싫어, 그런 거."
다에꼬가 벌떡 일어서 나가더니 수건을 적셔 왔다.
"자, 손 내밀어."
그리고는 정성껏 마사오의 손을 닦았다.
"악수뿐이었지?"
반짝이는 눈으로 마사오를 쳐다보았다. 예상 밖으로 다에꼬는 신경쓰고
있었다.
"물로, 그것뿐이야. 그 애는 여자고 난 남자야. 그 애가 이상한 짓
을 할 리가 없잖아."
"여자고 남자니까 더욱 그렇지! 정말 한 시간 동안 아무일도 없었어?"
"아무 일도 없었다니까."
마사오는 다에꼬를 겨안으며 재빨리 키스했다.
"정말이지? 이제 가지 않는다고 약속해."
"가지 않을께."
날씨가 더웠으므로 방문은 열려져 있었다. 언제 다에꼬의 어머니가
들어오실지 모르기 때문에 재빨리 키스하는 것 이상은 할 수가 없었
다. 이렇게 놀러올 때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만나면 몸으로 만지고 싶었다. 마사오가 자기의 그런 뜻
을 전하자 다에꼬는 정색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도중에 말이 끊겨도 의심을 받아."
"그러면 산택하러 가자."
"곧 해가 질 텐데?"
"저녁이 되면 좋잖아?"
"응. 무슨 구실을 만들어야지."
오후 여섯 시가 막 넘고 있었다. 다에꼬는 문구점에 갔다가 돌아오
는 길에 산택을 좀 하고 오겠다고 말하고는 마사오와 함께 집을 나섰
다. 다에꼬는 정말 문방구에 들렀다. 마사오도 함께 가게에 들어갔다.
손님이 있었는데 뒤돌아보니 후미에였다. 후미에는 마사오를 보자
웃음을 지으려다 다에꼬를 보더니 곧 표정이 굳어졌다. 다에꼬에게 정
직하게 말하길 잘 했다고 생각하며 마사오는 후미에에게 말했다.
"아까 고마웠어."
"아냐."
짧게 대답하고 후미에는 여전히 굳어진 얼굴로 그대로 나가 버렸다.
마사오와 다에꼬가 친하다는 것은 그녀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
을 것이다. 다에꼬가 마사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분나쁜가 봐."
"글쎄."
후미에의 태도를 마사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날, 마사오와 다에꼬는 결국 결합할 수 없었다. 의지로는 협력하
는 듯했지만 본능적으로 다에꼬는 피했고 마사오가 그걸 이기려면 많
은 억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오히려 둘 사이의 사랑의 분위
기를 해칠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미 다에꼬의 애무로 기쁨을 얻고 있
었기 때문에 욕망도 그다지 절실하지는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역시 더 이상 나아가는 건 아직 일러."
그렇게 결론내리고 마사오는 이불을 깔자고 했다. 두 사람은 그대로
이불 속에서 껴안았다. 갑자기 가족들이 돌아오면 큰일이 날 텐데도
대담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다에꼬가 깔고 덮고 자던 그 이부자리에
서는 다에꼬의 향기가 났다. 그 향기에 취한 채 마사오는 정신적인 포
근함과 더불어 육체적인 만족의 기쁨을 맛보고 있었다. "이렇게만 있
어도 좋아." 그런 생각 밑바닥엔 이제 다에꼬와 하나가 된 거나 마찬
가지라는 자신이 있었다. 다에꼬는 이제 어떤 것을 요구해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마사오."
다에꼬가 속삭였다.
"나도 마사오의 것을 보고 싶어."
"응. 좋아."
"눈을 감고 있어. 보면 싫어."
마사오는 누워서 눈을 감았다. 상체를 일으킨 다에꼬는 이불을 젖혀
다. 그리고는 곧 다에꼬의 손이 마사오를 만지작거렸다. 처음 쥐었을
때와는 달리 익숙해진 것 같았다. 손놀림에 침밀감이 담겨 있었다. 다
에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틀림없이 놀라움으로 이를 곽 깨물고
있을 것이었다.
문득 다른 감촉이 느껴졌다. 머리를 살짝 기울여 보니 다에꼬는 뺨
을 비비고 있었다. 정말 사랑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아까는 본능적
으로 맞아들이기를 거부했었는데..., 역시 마사오가 사랑스러운 것일
까 ? 처녀의 오묘한 심리였다.
이윽고 다에꼬는 입술을 가져갔다. 마사오는 눈을 감았다. 짜릿한
기분이 전신에 펴졌다. 그렇지만 욕망이 절실히 타오르는 느낌은 없었
다. 오히려 이 상태를 죽 계속하면 좋겟다는 충족감이 마사오를 지해
하고 있었다. 다에꼬의 행동은 조금 전에 마사오가 그녀에게 베풀었던
사랑의 행위에 대한 답례인지도 몰랏다. 다에꼬의 입술이 마사오에게
서 떨어졌다. 다에꼬는 마사오 옆에 누워 두 사람 위에 이불을 덮으며
안겨 왓다.
"어떻게 됐어?"
"왜 저렇게 돼?"
"피가 몰려서 그래."
"이상해. 살아 았는 것 같아."
"그럼, 살아 있는 거지."
"마사오,... 나하고 안 했으니까 다른 여자하고 할 거지?"
"아니. 그런 짓은 하지 않아."
"아닐걸. 마사오도 보통 남자잖아."
다에꼬는 남자의 성에 대해 몇 가지 기본적인 걸 물어 왓다. 마사오
는 정직하게 대답했다.
"난 이제 오늘부터 정신적으로는 처녀가 아니야. 마사오에게 모두 준
거나 마찬가지야." 다에꼬는 그렇게 말했다.
"남이 있는 데서 마사오를 만나가가 두려울 거 같애."
"여태까지 대했던 것처럼 하면 돼."
"난 분명히 얼굴이 빨개질 거야."
"안 그런 척 해야 되."
마사오도 여자의 생리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았다. 마사오에겐 이해
할 수 없는 점이 너무 많았다. 자기 눈으로 확인한 후인데도 여자가
신비스러운 존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더구나 다에꼬 자신도
자신의 몸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
여름 방학이 되었다. 그래도 다에꼬와 매일 만날 수는 없었다. 만나
더라도 아무도 없는 곳으로 두 사람만이 갈 기회는 드물었다. 마사오
는 욕망을 참기가 힘들었다. 상대가 없다면 몰라도 어쨌든 다에꼬가
있는데.... 그건 불합리했다.
찌는 듯한 오후였다. 마사오는 다에꼬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가족
들이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해도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었다.
맞은편에서 한 여학생이 걸어오고 있었다. 다에꼬네 근처에 사는 니
꾸라 후미에라는 소녀로 거리가 좀 먼 사립 여고에 기차로 통학하는
애였다. 눈에 뛸 정도로 화려하고 놀기를 좋아해서 이미 남학생들과
깊게 사귄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물론 착실한 여학생인 다에꼬의 친구
는 아니었다. 마사오와는 서로 얼굴을 알고 있는 정도였다. 말을 한
적도 없고 길에서 마주쳐도 모르는 체했다. 불량 소녀와 사귀려면 우
선 자신이 불량 중학생과 친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려면 담배도 피우
고 학교 수없도 빼먹으며 그들처럼 외모에 신경을 써야 했다. 마사오
는 보통때처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나치려 했다.
"잠깐."
후미에가 멈춰서서 말을 걸어왔다. 아무리 연약한 여학생이라도 혼
자일 때는 어른 같은 법이었다. 물론 여럿이 모이면 남학생을 놀리기
도 하지만 남학생과 단 둘이 만났을 때 여학생이 먼저 말을 건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후미에가 먼저 말을 걸어 왔으므로 마사오
는 놀라서 멈춰섰다.
"나?"
"그래. 너."
후미에가 다가왔다. 화장을 한 얼굴이었고 입술은 새빨갛게 칠해져
있었다.
"어디 가?"
잘 아는 사이 같은 친숙한 말투여싿.짜지고 보면 마사오와 후미에
는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마사오가 어디를 가든 상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마사오는 상냥하게 대답했다.
"저기."
"급한 일이야?"
"아니, 그렇진 않아."
"그러면 우리 집에 갈래?"
"너 날 알아?"
"어머?"
후미에는 곱게 웃었다.
"그럼 알고말고 전부터 너를 사귀고 싶었거든. 지금 집에는 아무도
없어. 와서 음악이라도 듣지 않을래?"
정중하게 거절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불량아와 친하게 사귀는
여학생과는 이렇게 서서 얘기하는 것조차도 꺼름칙한 일이었다. 괜히
사람들의 오해를 살 뿐 아니라 이 애와 사귀고 있는 다른 남학생이나
마을 청년에게서 공연히 해를 당하게 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 번의 유혹에 선뜻 응하면 가벼운 아이로 생각될 것이었다.
"아니, 다음에 가지."
"왜?"
후미에는 더욱 더 다가왔다. 요염한 눈빛이었다.
"싫어? 난 모처럼 용기를 내서 말한 건데."
후미에의 등 뒤로 길게 이어진 길이 강렬한 햇볕을 하얗게 튕겨올리
고 있었다. 바람은 전혀 없었고, 후미에의 얼굴엔 담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렇지만...."
"가자, 응?"
후미에는 더욱 다가와서 마사오를 올려다보았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다. 애처로왔다. 더 이상 거부하면 자존심에 상처를 줄 것만 같았다.
"그러면 잠깐 동안 만이야."
"좋아."
둘은 나란히 걸었다. 마사오는 왠지 자신의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
운 것 같았다. 소꼽친구인 다에꼬와 걸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곤혹스
러웠다. 남이 보면 곤란해질 것 같았다.
"훨씬 전부터 너랑 친구가 되고 싶었어. 내 이름 모르지?"
"알아."
"정말?"
"너는 오까모또 애인이잖아?"
오까모또는 반은 다르지만 같은 학년 남학생이어싿. 불량배 패거리
의 두목격이었다.후미에는 틀림없이 오까모또의 여자가 되었을 것이다.
"아, 그 애. 단지 친구일 뿐이야. 소문 따위는 밎지 마. 이 동네 사
람들 참 못됐어. 조금만 사귀면 곧 이상한 소문을 내거든. 그래서 시
골은 싫어."
마사오가 알기로 오까모또는 자기가 사귀고 있는 여학생과 단지 친
구로만 그칠 리가 없는 녀석이었다. 그러나 마사오는 캐묻지 않았다.
오까모또의 이름을 꺼내어 자기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나타
낸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후미에의 집은 흙담으로 둘러싸인 구식 무가의 집이었다. 현관문은
열려진 채 그대로였다.
"곧 돌아올 거라서 빗장을 걸지 않았어. 자, 올라와."
"식구들은 어디 갔지?"
"아침부터 외출했어. 혼자 무턱 지루했어."
후미에가 매실주를 담아가지고 들어와서는 말했다.
"넌 나를 분명히 오해한 것 같아."
"....."
정원에서 매미가 울고 있었다. 정원의 맞은편으로는 옆짚의 흰 담이
둘러서 있었다.
"네가 생각하는 만큼 난 불량한 애가 아냐. 그러니까 이제부터 나랑
사귀는 게 어때?"
후미에는 말을 잘 했다. 머리가 나쁘다거나 아주 막돼먹은 아이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마사오는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마사오는 한
시간쯤 이야기 상대를 해 주다가 아쉬워하는 후미에를 남겨두고 그 집
을 나섰다. "더 놀다가면 좋을 텐데." 현관까지 마중나온 후미에는 손
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마사오가 손을 잡자 자기 한쪽손을 마사오
의 손등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
그 길로 마사오는 다에꼬의 집으로 갔다. 다에꼬는 집에 있었다.
"양재 연습을 하고 있었어."
다에꼬는 방에 흩어져 있는 종이들을 치워 마사오가 앉을 자리를 만
들었다. 집 안에는 다에꼬의 어머니가 있었으므로 노골적인 애정 표시
를 할 수는 없었다. 마사오는 그대로 앉으며 후미에의 집에 끌려갔다
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뭐? 후미에 집에?"
다에꼬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마사오가 이야기를 끝내기도 전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장 그만둬. 이건 질투가 아니야. 그런 애와 사귀는 건 위험해.
두번 다시 따라가지 마."
"응.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다에꼬는 다가앉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둘이 뭘 했어?"
"하긴 ? 그냥, 헤어질 때 악수나 했을 뿐이야."
"뭐, 악수? 싫어, 그런 거."
다에꼬가 벌떡 일어서 나가더니 수건을 적셔 왔다.
"자, 손 내밀어."
그리고는 정성껏 마사오의 손을 닦았다.
"악수뿐이었지?"
반짝이는 눈으로 마사오를 쳐다보았다. 예상 밖으로 다에꼬는 신경쓰고
있었다.
"물로, 그것뿐이야. 그 애는 여자고 난 남자야. 그 애가 이상한 짓
을 할 리가 없잖아."
"여자고 남자니까 더욱 그렇지! 정말 한 시간 동안 아무일도 없었어?"
"아무 일도 없었다니까."
마사오는 다에꼬를 겨안으며 재빨리 키스했다.
"정말이지? 이제 가지 않는다고 약속해."
"가지 않을께."
날씨가 더웠으므로 방문은 열려져 있었다. 언제 다에꼬의 어머니가
들어오실지 모르기 때문에 재빨리 키스하는 것 이상은 할 수가 없었
다. 이렇게 놀러올 때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만나면 몸으로 만지고 싶었다. 마사오가 자기의 그런 뜻
을 전하자 다에꼬는 정색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도중에 말이 끊겨도 의심을 받아."
"그러면 산택하러 가자."
"곧 해가 질 텐데?"
"저녁이 되면 좋잖아?"
"응. 무슨 구실을 만들어야지."
오후 여섯 시가 막 넘고 있었다. 다에꼬는 문구점에 갔다가 돌아오
는 길에 산택을 좀 하고 오겠다고 말하고는 마사오와 함께 집을 나섰
다. 다에꼬는 정말 문방구에 들렀다. 마사오도 함께 가게에 들어갔다.
손님이 있었는데 뒤돌아보니 후미에였다. 후미에는 마사오를 보자
웃음을 지으려다 다에꼬를 보더니 곧 표정이 굳어졌다. 다에꼬에게 정
직하게 말하길 잘 했다고 생각하며 마사오는 후미에에게 말했다.
"아까 고마웠어."
"아냐."
짧게 대답하고 후미에는 여전히 굳어진 얼굴로 그대로 나가 버렸다.
마사오와 다에꼬가 친하다는 것은 그녀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
을 것이다. 다에꼬가 마사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분나쁜가 봐."
"글쎄."
후미에의 태도를 마사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