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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의 그녀 - 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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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5:09 조회 81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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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대충 청소를 하겠다는 내 계획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남으로써 애시당초 박살나고 말았다.



그런데 그 변수라는 것이 얼마나 거대한 것이었던지, 오히려 지금 나는 죽을둥 살둥 빗자루를 쓸고 있는 중이다.





"야, 너 청소 안해?"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화단을 쓸던 빗자루를 잠시 멈추고는 돌계단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곳엔 내 파트너랍시고 당첨된 여학생 후배가 빗자루를 손에 쥐기만한채 나몰라라 걸터앉아 있었다.



그 건방진 꼬맹이 후배는 이런 내 질문에 봄날 햇살처럼 화사한 미소를 방긋 지으며 말했다.





"더워서 싫어."



"...."





젠장, 그럼 나는 지금 추워서 청소하고있냐?



나는 속으로 툴툴거리며 신경질적으로 화단 돌층계를 빗자루로 틱틱 쓸었다.



청소 시작하고나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않고 돌계단에 앉아만 있는 저 건방진 꼬맹이를 한대 쥐어박기라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나는 애써 꾹꾹 눌러참았다.



물론 생긴건 귀엽게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후, 그 누나 동생만 아니었어도 진짜 콱!"





문제는 저 꼬맹이가 그 누나의 동생이라는 점이었다. 만약 저 꼬맹이에게 잘못 보여서 저 녀석이 자기 언니에게



나에 대한 안좋은 말을 늘어놓는다면 그건 정말 참담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너네 언니 봐서 내가 참는다, 참어. 에휴."





나는 끝없이 궁시렁거리며 속으로 그 유경 누나와 저기 퍼질러 앉아있는 윤아라는 아이에 대해 비교해보았다.



둘은 자매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신비할 정도로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보였다.



언니와 동생 양쪽 다 아직 나와 서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이긴 했지만 이건 더 두고볼 것도 없이



확실한 사실임에 틀림없었다. 자매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뭐... 이쁜 여자라는 건 공통점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저 윤아라는 아이와 그 언니와의 유사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쁘다는 것,



그것 하나 뿐이었다. 하긴, 언니가 그렇게나 아름다운데 그 동생이 못 생겼을 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더 자세히 뜯어보면 심지어 그 "아름다움"에서조차도 둘은 각각의 분명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었다.





언니 쪽은 이 세상 어떤 남자가 보더라도 가슴이 두근거릴만큼 매혹적인 매력을 가졌다.



그것은 한가지의 매력만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움이 아니었기 때문에 딱히 세련미라던지 성숙미라던지



그런 한 단어로 꼬집어서 나타내기가 불가능했지만, 그러한 다양한 매력들이 한데 모여있다는 바로 그 점이



그녀의 가장 강력한 매력이었다. 남자들에게는 제각기 서로 다른 다양한 여자취향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녀라면 남자가 어떤 취향을 갖고있던지간에 상관없이 모조리 매료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 동생 쪽은 누가 보더라도 첫눈에 바로 "귀엽다" 라는 인식을 심어줄만큼 깜찍하게 생겼다.



마치 인형을 보는 듯한 그 귀여운 외모는 남자에게 어필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만 했다.



귀여운 여자를 좋아하는 남성들의 눈에 이 윤아라는 아이는 더없이 매력적인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언니 쪽의 매력은 딱히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그런 겹쳐진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한다면,



동생 쪽은 그 매력을 귀여움이라는 한 마디로 가장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그것은 둘의 차이점이라 부를 만 했다.



누가 더 이쁘냐 라는 질문은 둘째치더라도 그렇게 그 둘은 성격과 매력에서도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뭐 그건 둘 다 이쁘니까 그렇다고 쳐. 그런데 왜 성격은 저렇게 다른거야?"





솔직히 내가 내 주제에 그 자매를 이리저리 분석하여 따지고 들만한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건 정말이지 미스테리였다. 언니 쪽은 완벽한 아름다움에 성격까지 사근사근 친절한 것 같은데,



동생 쪽은 얼굴 하나만 귀엽고 깜찍하지 그에 비해 성격은 완전 시건방이 머리 끝까지 가득 차있으니...



뭐 물론 특이한 취향을 가진 남자라면 그런 건방진 성격도 한 매력으로 받아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천사같이 이쁘면서도 성격도 좋은 언니 쪽이 훨씬 끌린다 이거야.





"야~ 우리 그냥 몰래 들어가면 안될까?"



"야, 야? 야라니!? 이게 진짜!"



"왜 그래?"



"내가 니 친구냐!? 어따대고 반말이야?"



"에이.. 뭘 그런거 가지고 쪼잔하게."





혈압이 목 뒷덜미까지 차오르는 것이 똑똑히 느껴진다.



신이시여, 제가 이걸 정녕 참아야 합니까!





"어쨌든, 우리 그냥 청소 그만하고 몰래 들어가면 안될까? 응?"





건방진 꼬맹이는 내 기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채 생글생글 웃으며 보채기 시작했다.



난 그 웃는 얼굴을 한대 쥐어박고 싶은 충동을 유경 누나를 떠올리며 정말 힘겹게 참아냈다.





"청소 시작할때부터 손 끝도 안 움직이고 앉아만 있던 주제에 마치 힘들다는 것처럼 말한다?"



"그치만 여긴 덥잖아. 교실엔 선풍기도 있는데에."



"그럼 빨리 들어가게 니가 청소 좀 도와주든지. 혼자서 고생하는 내 모습이 안보이냐?"



"칫.. 알았어, 하면 되잖아."





그 녀석은 투덜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치마를 한번 쓱쓱 털고는 빗자루를 집었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이제까지의 패턴으로 봐서는 내 말 따윈 씹고 그냥 계속 앉아있을 줄 알았는데.



화단 반대편에서부터 빗질을 시작하는 그 애의 모습에 나는 잠시 의아했지만 어찌됬건 잘된 일이었다.





그렇게 다시 청소를 시작하려는데, 문득 시선이 좀체 떨어지지 않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빗질을 하느라 허리를 숙인 그 윤아라는 아이의 교복 치마 위로 언뜻 드러나는 몸매가 은근히 시선을



잡아끌었던 것이다.





"자기 언니 닮아서 몸매 하난 좋네.. 뭐, 언니 쪽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숙여진 허리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교복에 약간 손을 봤는지 은근히 살짝 타이트하게 조이는 교복 치마 위로



드러날듯 말듯 하는 엉덩이의 윤곽과 그 밑으로 치마 아래 쭉 뻗은 하얀 다리 한쌍이 시선을



끈끈하게 사로잡았다. 그다지 티를 안나게 교복을 손본 것인지 대충 보면 저것이 손을 댄것인지 안 댄것인지



확실히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멀리서봐도 저 윤아라는 아이의 몸매가 상당히 잘 빠진 몸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 것 같았다.



몸매만큼 성격도 좋으면 오죽이나 좋을까만은.





"그러고보니 그때 생각이 나는구만."





처음 그 유경 누나를 버스에서 보았을 때, 그녀의 미치도록 수려하고 환상적인 그 몸매에 거의 홀리다시피 해서



그녀를 따라 무작정 버스에서 내려 쫓아갔던 그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 때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 그랬던 건지는 아직도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 때 그 결정을 지금은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이렇게 그녀의 이름까지 알게 됬고 다음 번에 자연스럽게 한번 찾아갈 수



있는 기회까지 손에 넣었으니 말이다.





"흐흐, 그 누나 몸매는 정말 말로 표현이 안되지."





쭉쭉 뻗은 키와 더불어 봉긋하게 솟은 가슴과 쏙 들어간 얇은 허리, 그리고 골반에서부터 다시 화려한 곡선을



그리는 탄력 넘쳐보이는 엉덩이와 미끈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수려하고 섹시한 다리.



어느 모델 부럽지 않을 그런 뇌쇄적인 몸매를 우아한 기품 속에 감추고 있기 때문인지



한층 더 아름다워 보이는 자태까지.





토요일에 그녀를 찾아갔을 때 그녀가 내 머리를 잘라주게 된 그 행운의 시간이 아직까지도 가슴을 떨리게 만든다.



그녀가 머리를 감겨줄 때 언뜻 훔쳐본 섹시한 쇄골과 가슴의 라인이 주말 내내 눈 앞에서 아른거렸었다.



솔직히 그것 때문에 어제 초저녁부터 딸딸이에 열중해야했다. 어깨를 다쳤기 때문에 평소하곤 반대손으로



쳐야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녀의 나신을 상상하며 정액을 사정하는 순간 그 상상이 가져다준 아찔한 짜릿함이라니.



정말이지 그런 여인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남자라면 이 세상에 태어난 보람을 톡톡히 느낄 수 있으리라.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눈 앞에선 그녀의 여동생이 빗질을 하고 있는데 나는 그 여동생 앞에서



그녀의 언니를 가지고 이런 상상을 한다는 상황 자체가 야릇했던 것이다. 아랫도리에 점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아, 지금 서면 곤란한데.."





주책맞게 고개를 서서히 드는 자지가 원망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상상이 너무 자극적인걸 어쩌란 말인가.



하지만 난 정말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었는지 그 와중에도 그 윤아라는 아이의 몸매까지 힐끗거리며



훔쳐보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무르익지는 않은 느낌 때문인지, 언니만큼 죽여주는 몸매까지는 아니었어도



그녀도 확실히 잘 빠진 몸매였다.





아담한 키에 알맞으면서 인형같은 얼굴과도 잘 어울리는 조화를 이루는 적절한 밸런스의 라인.



귀여운 매력을 잘 살려준다고 해야할까.



나중에 자기 언니만큼의 나이가 되면 어떻게 될지는 또 모르는 일이었지만 지금 저 상태로도



충분히 매력있어보였다.





교복 상의 위로 적당히 솟은 가슴이며 허리선에 자꾸만 시선을 두느라 흘끗거리며 본다는 것이 어느새



티가 날 정도로 쳐다보고 있었나보다. 빗질을 하던 그 아이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뭘 그렇게 쳐다봐?"



"내, 내가 언제."



"풋. 쳐다봤으면서 아닌 척 하긴. 이쁜 건 알아가지고~"





그 애가 히죽 웃으며 짖궃은 눈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그 모습이 무지 귀여웠다.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에 속으로 뜨끔 했지만 그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는건 내 자존심을 버리는 짓이었다.





"도대체 니가 어딜 봐서 이쁘단거야?"



"방금 전까지 힐끗거렸잖아?"



"청소 잘하고 있나 본거야. 착각하지 마."





그 애의 몸매를 이리저리 훔쳐보느라 아까의 상상으로 섰던 자지가 아직까지 진정되지 않고 있었지만



나는 애써 태연하게 양심을 완벽하게 속이는 거짓말로 응수했다.





"칫, 재미없긴. 근데 이름이 뭐였더라?"



"나? 조성재. 왜?"



"아항~ 성재?"



"거 이왕이면 "선배"까지 좀 붙이지 그러셔?"





쏘아붙이는 내 핀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녀석은 자신을 톡톡 가르켰다.





"난 윤아야. 송윤아."





벌써 알고 있거든?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어제 그녀와의 대화에서 얼핏 들은 그 이름을 난 기억하고 있었다.





"근데 다친덴 좀 괜찮어?"



"빨리도 물어보네. 안 괜찮아."



"풋, 칠칠맞게시리 어떻게 그런데 멍하게 서있다가 다치고 그래?"



"...."





너네 언니 구경하려다 그랬다, 왜?





"물론 내 잘못도 아주 쪼금 있긴 하지만. 요만큼."





그 녀석은 엄지와 검지를 닿을듯 말듯 겹쳐보이며 헤헤 웃었다.



나도 대충의 상황은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뻔뻔한 모습에 절로 코웃음이 나왔다.





"웃기시네. 그건 99 퍼센트 니 잘못이야."



"에이, 왜 그래~ 언니한텐 괜찮다 그랬으면서."



"너네 언니랑 너랑 같냐?"



"뭐가 다른데?"



"너네 언닌 이쁘고 넌 메주처럼 생겼어."



"뭐어?"





미간을 찌푸리는 그 아이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통쾌함을 느꼈다.



나는 내친 김에 좀 더 놀려주기로 마음먹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너하고 너네 언니랑 성격이 왜 그렇게 천지차이야?"



"무, 무슨 뜻이야?"



"너네 언닌 천사같은데 넌 완전 선머슴 같잖... 우왁!"





난 말을 하다 말고 허공을 가르는 빗자루를 피해 급히 고개를 숙였다.





"야,야! 무슨 짓이야? 위험하게!"



"시끄러! 이리와, 죽었어!"





그 녀석은 빗자루를 쥔 손을 붕붕 휘둘러대었고 나는 잽싸게 그것을 피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무슨 놈의 빗자루를 그냥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목검 다루듯 찔러온다.



남들 눈엔 귀엽게 생긴 애가 휘두르는 빗자루가 무서우면 얼마나 무섭겠냐고 하겠지만



직접 피하고 있는 나로서는 빗자루 끝이 매서우리만치 날카롭게 찔러들어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엄청 무섭다.





"야, 니가 무슨 검도녀야!? 목검 가지고 다니고, 빗자루로 사람 죽이려들고!"



"그래, 잘 알고있네! 일루와!"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꼬맹이에게 빗자루로 얻어맞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손에 든 쓰레받기로



내려치는 빗자루를 힘겹게 방어하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19 년 살면서 이런 희한한 계집애는 처음이다, 정말!

























만난지 겨우 이틀째만에 죽이네 살리네 티격태격하는 사이가 된 그 괴상한 계집애와의 힘겨웠던 청소를 겨우



마치고 삭신이 쑤시는 몸뚱이를 끌고 교실로 돌아왔다.



이로써 그녀의 동생에게 잘 보여서 점수 좀 따놓겠다는 계획마저 깡그리 박살난 셈이었다.





"자매가 어떻게 그 정도로 다를까? 쳇."





세계 8대 불가사의의 탄생을 보는 기분이었다.



청소 자체도 피곤했지만 빗자루 세례를 얻어맞는 고생이 더 컸다.





난 어떻게 된건지 옆에서 귀찮게 물어보는 친구 녀석의 말을 씹고는 교무실로 다시 내려갔다.



어제 다친 어깨의 물리치료를 받으려면 조퇴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지금 노처녀 담임에게 조퇴를 받으러가는 건 내가 생각해도 그야말로 자살 행위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설마 병원간다는데 안 보내주진 않겠지.

































"빌어먹을 노처녀 같으니."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로 안 보내줄 줄이야!



그래도 완전히 안 보내주는 것은 아니고 외출 처리를 끊었기 때문에 저녁 식사 시간이 시작하자마자



밥도 못먹고 바로 병원으로 튀어와야했다. 쪼잔하긴! 그러니까 시집을 못가지!



게다가 그마저도 야자 시간에 맞춰서 다시 들어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라.





"학생이 다쳤다는데 조퇴 한번을 안해주냐, 젠장."





물리치료를 받고나서 병원에서 나오니 시간이 꽤 늦어있었다.



택시를 타도 겨우 시간에 맞출까 말까인데 택시 탈 돈 따위가 있을 턱이 없었다.



난 어차피 제 시간에 맞춰 들어가기는 글렀다싶어 짜증 반 체념 반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외과 입구의 정문에 다다랐을 때 순간 내 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문득 어제 그녀와 함께 바로 여기, 이 정문에서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조만간 꼭 한번 와달라고 말하던 그녀의 모습도.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명함을 빼어본다.





"...."





제길, 어째서 이 근처에만 오면 그 미용실에 가고 싶어지는걸까.

























"어제하고 다를게 없구만."





버스 정류장에서 오른편 지하철 입구 부근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우측으로 5분거리.



이젠 아예 줄줄 외울 지경이었다.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데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걸 잘 알면서도, 발걸음이 자꾸 저절로 떨어지고 있었다.



엊그제도, 그저께도, 어제도, 오늘도, 정말 달라진 것이 없는 한심한 짓거리다.





"뭐 어차피 늦은거.. 멀리서 눈치 못채게 얼굴이나 한번 보고가자."





어제와 토씨 하나 안틀리고 똑같은 생각.



어제도 그 생각으로 갔다가 멋지게 어깨에 부상을 입었지만 말이다.





서서히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골목길에 접어들어 몇 걸음 걷다보니 금새 멀리서도 금방 눈에 들어오는 유리벽의 미용실이 보였다.



ML 헤어라인.





나는 어제처럼 미용실과 바로 옆 건물의 사이로 몰래 들어갔다.



미용실의 벽은 유리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숨어서 몰래 보지 않으면 자칫 들킬 위험이 있었다.



그러고보면 내가 왜 이런 스토커같은 짓을 하는지도 스스로 잘 이해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머리 자른지 이틀만에 또 미용실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난 건물 사이로 들어가 혹시나 싶어 고개를 들어 미용실의 옥상을 보았다.



설마 어제처럼 그런 재수없는 일을 또 당하지는 않겠지.



안전을 확인한 나는 미용실 벽 유리의 끄트머리에서 안에서는 보이지 않게 숨어 미용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우선 그녀가 있나 없나 그것부터 봐야겠지.





"그런데 어째... 안 보이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그녀의 모습은 또 보이지 않았다.



어제 일이야 내가 유리창을 들여다보는 동안 그녀는 옥상에 있었으니 그렇다쳐도 오늘은 왜 또 안보이는걸까?



혹시 오늘도 옥상에 있는 건 아니겠지?





또다시 실망과 허무함이 마음 속 구석구석으로 번져나갔지만 난 혹시 모를 기대 때문에인지 그 자리를 금새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때였다. 건물 사이 골목 안쪽에서 희미하게 말소리가 들려온 것은.





"응? 무슨 소리지?"





미용실과 옆 건물의 사이 골목, 내가 서있는 곳보다 더 깊은 안쪽에서 희미하지만 말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순간 흠칫 놀라고 말았지만 나는 곧 진정하고 골목 안 쪽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건물 사이의 이 골목은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건물 뒤쪽의 맞은편으로 통하는 샛길이었기 때문에



여차하면 들켜도 길을 지나가는 행인인 척 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가 줘. 그리고 다시는 오지마."





"ㄱ" 자 모양으로 되어있는 골목길의 입구 부근에 서있었던 나는 휘어진 골목 안쪽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져서 굽이진 부분 끝자락에 서서 골목 안을 흘끗 들여다보았다.



물론 언제라도 자연스럽게 길을 걷던 사람 행세를 할 준비를 하고.





"하하,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무하는거 아니야?"



"서로 보는 일 이제 없었으면 좋겠어."





남자의 목소리와 여인의 목소리가 섞여나오고 있었다.



벽에 기대고 고개만 빼꼼 내밀어 흘끗 그 남녀가 누구인지 확인한 순간, 내 눈이 크게 부릅떠졌다.





".....그녀잖아?"





남녀의 목소리 중 여인의 것은 다름아닌 바로 내가 찾던 "그녀"의 것이었다.



그녀는 내가 몸을 감추고있는 방향에서 반대쪽으로 등을 돌리고 서있었지만 그 뒷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알아볼 수가 있었다.





"매정하구만. 난 자주 보고 싶은데 말이야."



"다시는 오지마. 여기 내가 일하는 곳이야."





그것은 분명 내가 알고있는 그녀의 그 아름다운 목소리였지만, 지금 그녀의 목소리는 내가 들었던



그 사근사근하고 친절한 목소리가 아니라 냉정하고 차가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무뚝뚝한



음성이었다. 심지어 나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일종의 냉랭한 한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들키지않게 조심해서 이번엔 남자 쪽을 살펴보았다.



도대체 저 남자는 누구길래 그녀에게서 저런 차가운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일까?





"나도 니가 일하는 곳까지 찾아오고 싶진 않았어. 얼굴 보기가 워낙 힘들지만 않았어도 안 그랬을걸?



가끔 집에 좀 들어오지 그래?"



"상관 마. 내 집은 이제 따로 있어."



"그래, 가출했다 이거야? 그렇담 내가 오빠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안그래?"





굽이진 골목 입구 쪽에서 몸을 숨기고 그 대화를 엿듣던 나는 순간 놀란 나머지 그 남자를 보기 위해



나도모르게 골목 안쪽으로 튀어나가고 싶은 것을 간신히 억눌러 참았다.





오빠, 분명히 오빠라고 말했다. 그녀의...?





"그렇게 뻔뻔한 소릴 하면서...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지?"



"크큭, 내가 틀린 말 한건 아니지 않나?"



"나쁜 자식..."





그녀의 냉랭한 목소리에 은은한 분노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화낼 것 같지 않던 천사같은 그녀가 그렇게 분노하는 모습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는 뭔가 더 말하려는 듯 잠시 주저하다가, 이내 매몰차게 몸을 홱 돌렸다.





"당장 가버려. 다신 나타나지 마. 특히 윤아 앞에는 절대로."



"하핫, 그러고보니 우리 귀여운 막내 동생이 있었지. 그 애는 요즘 어때? 너만큼 이쁘게 컸나?"



"경고했어. 내 동생 앞에 절대 나타나지 마! 가만 두지 않을테니까."





듣는 사람이 다 오싹해질 정도로 차갑게 쏘아붙인 그녀는 등을 돌리고는 찬바람이 불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골목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 바람에 하염없이 그 대화를 엿듣고 있던 나는 갑자기 그녀가 이쪽으로 다가오자



심장이 떨어질 것처럼 놀라 잠시 엄청나게 당황했다.



원래 계획대로 골목 반대편으로 지나가는 사람인 척 하며 빠져나가려고해도 그녀와 마주친다면 그녀가



날 알아볼 수도 있었다. 애초에 말소리를 엿듣기 전엔 골목 안쪽의 사람이 그녀임에는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생각을 고쳐먹고는 골목 반대편 대신 내가 들어왔던 골목 입구로 냅다 잽싸게 몸을 날렸다.



그리고 천만다행으로, 그녀가 "ㄱ" 자의 골목 굽이를 돌기 전에 입구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휴우... 간 떨어질 뻔 했네."





입구로 빠져나와 미용실 옆 건물 쪽으로 몸을 숨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바로 다음 순간, 그녀가 내가 나온 골목 입구에서 걸어나왔다.



그녀는 표정이 차갑게 굳어진 채, 재빠른 걸음으로 서둘러 미용실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많이 화났나보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너무너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데 또 바로 그 다음 순간, 골목 안에서 이번엔 그 남자가 걸어나왔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그 남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여기저기 찢어진 청바지에 구겨진 티셔츠를 대충 걸쳐입은, 째진 눈이 조금은 날카롭게 생긴 인상의 남자였다.



나이는 20대 중후반 쯤 될까... 솔직히 전체적으로 기분 나쁘게 생긴 남자였다.





난 미용실 옆 건물 대리석 안쪽에 기대어 있었기 때문에 남자는 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 남자가 킬킬 웃으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흐,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구만."





남자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그녀의 미용실을 한번 쓱 돌아보더니 킥킥 웃으며



길거리를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의 인파 속에 섞여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나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어쩐지 알 수 없는 기분 나쁜 느낌에 인상을 찡그렸다.





저 남자... 어쩐지 더럽게 재수없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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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따끈한겨울입니다.



태풍이 한바탕 기승을 부렸는데 다들 별 일 없으신지요?



한차례 더 온다는 말이 있던데 여러분 모두 꼭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야설치고 만족할 만큼 뜨거운(?) 장면을 많이 넣지못해 죄송합니다.. 스토리 전개가 느리게 느껴지실 수



있겠지만 섣불리 무리하게 진행시켰다가 되려 어색해질 수가 있어서 차근차근 써나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글재주가 없어서 최대한 빠른 진행을 시도하고있지만 마음처럼 잘 안되네요 ㅠ.ㅠ 죄송할 뿐입니다.



많이 지루하시겠지만 언제나 읽어주시는 분들과, 또 쪽지로 격려해주시는 분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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