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의 그녀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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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5:08 조회 753회 댓글 0건본문
뜻밖의 사고란 항상 그런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살다보면,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는 사고라는 것 때문에 당황하는 일이 반드시 생긴다.
"......"
반사신경이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던 것 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것은 실로 섬뜩한 경험이었다.
만약 반사적으로 고개를 틀어 머리에 직격으로 떨어지는 것을 피하지 않았더라면...!
"으윽."
왼쪽 어깨에서 일어난 극심한 통증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엄습해왔다.
머리로 떨어지는 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지만 대신 한쪽 어깨에 정통으로 내리꽂혔던 것이다.
눈 앞이 핑 돌아가며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둔탁한 충격이었다.
이걸 머리로 받았더라면 아마 지금쯤 황천길에 떠돌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은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취한, 무의식적으로 나온 회피 본능이었다.
"고, 골로 갈 뻔 했다. 고개를 꺾는 것이 조금만 늦었다면..."
순간 간담이 서늘해지며 온 몸에 소름이 오싹 돋았다.
치명상을 피했다는 안도감보다는 갑자기 난데없이 허공에서 이런 둔탁한 물체가 떨어져내린 이 상황이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워서 어안이 벙벙했다.
"으윽...! 젠장."
부딪힌 어깨가 부서질 듯이 욱신거렸다.
제기랄, 설마 탈골은 아니겠지?
어깨 근육과 팔을 움직여보니 다행스럽게도 어렵사리 움직이긴 했지만 뼈마디가 더럽게 아팠다.
통증이 가시지 않는 어깨를 부여잡고 고개를 휙 들어 건물 위를 올려다보았다.
"제기랄! 도대체 누구야!?"
이런 위험한 물건을 건물 위에서부터 떨어뜨린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는 몰라도,
절대로 가만두지 않으리라 나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까딱했다간 나이 스물도 안되서 저승행 티켓을 끊을 뻔 했던 것이다!
"어떤 놈이야!? 가만 안 둘..."
"죄, 죄송합니다! 많이 다치셨나요?"
허공에다 무작정 고래고래 고함을 치던 나는 도중에 바로 곁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이 괴상한 물건을 저 위에서 떨어뜨린 장본인 같았다.
제길, 그래, 어디 어떤 사람인지 얼굴 한번 보자!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 엉?"
버럭 화를 내면서 돌아본 나는...
미처 하려던 말을 다 끝맺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일순간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입 밖으로 튀어나오던 고함소리가 거짓말처럼 다시 목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건 환상인가, 신기루인가, 아니면 꿈인가.
"저,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병원으로..."
옥상에서 한걸음에 뛰어내려왔는지 숨이 흐트러져 있는 듯 했고,
당황했기 때문인지 목소리도 심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것은 비록 단 한번의 만남이었음에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새겨져있는 그 아름다운 음율의 목소리였다.
"그녀..."
도저히 믿을 순 없었지만...
눈 앞에는 내가 아까 전까지만 해도 머릿 속으로 그리고 있었던 천사같이 아름다운 여인이
창백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상완골과 극상근을 포함해서 구와관절에 타박상을 입으셨습니다. 견갑근의 인대 부분에도 충격이 있었군요.
심각한 충격은 아닌 걸로 보이지만 어쨌든 머리를 피해갔다는 점이 다행입니다."
"......"
인근 병원에서 엑스 레이를 찍고 진찰을 받은 나는 이어지는 의사의 설명에
안도인지 탄식인지 모를 한숨을 푹 쉬었다.
"물리치료를 받으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의사의 말에 허탈하게 대답하고는 터벅터벅 진료실을 걸어나오니 아까부터 입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던 여인이 다가와서 고개를 숙였다.
"저기... 죄송해요, 정말.. 제가 실수로.."
"하, 하하...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뭐..."
누군지 몰라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다짐 따위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이것은 운명의 장난인가,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내가 더럽게 운이 없는 놈일 뿐인가.
고개를 깊이 숙이며 사과에 사과를 연신 거듭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그저 어설프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아직 이 상황이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연락처를 주시면 제가 치료비를..."
"아, 아니에요. 그럴 필요까지야."
"그래도.. 너무 죄송해서.."
막말로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래. 당장 치료비를 물어내." 이런 식으로 말했겠지만..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서 계속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모습에 오히려 이젠 내가 다 곤란할 지경이다.
순간 마음 속에서 이걸 기회로 연락처를 얻어내 그녀에게 접근해보자는 유혹이 고개를 들었지만,
고작 이런 일로 치료비를 요구하는 쪼잔한 남자로 보이기 싫다는 생각은 그 유혹을 간신히 막아주었다.
"그런데... 날 기억은 하고 있을까 모르겠네."
그저 단 한번의 짧은 만남. 그것도 단순히 직원과 손님 간의 만남이었을 뿐이었다.
불과 어제의 일이었지만, 나는 그녀가 날 기억하지 못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말을 꺼내보았다.
"저기.. 혹시 저 기억 안나세요?"
"...네?"
보석같이 매력적인 그 눈망울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하는 그녀.
"어제 미용실에서 잠깐 뵌 것 같은데.."
나는 뒷 말을 흐리며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이런...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쩐지 막연한 실망감이 들어 못내 씁쓸했다.
하지만 그녀는 잠시 곰곰히 내 얼굴을 살펴보는 듯 하더니, 이내 손바닥을 마주 부딪히며...
"아, 그 학생분!"
"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 다행이다. 기억해줬구나.
"언니, 어떻게 됬어?"
예기치못한 사고로 마음이 뒤숭숭해진 탓인지, 병원 정문을 걸어나오는 동안 그녀가 바로 곁에 있었음에도
변변찮은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그저 걷기만 해야했다.
그렇게 병원 문을 빠져나오니, 건물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 소녀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여인이라기보다는 소녀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법한 앳되고 귀여운 얼굴의 소녀였다.
"귀, 귀엽다."
누구라도 이 소녀를 처음 보는 사람은 귀엽다 라는 느낌부터 받을 것 같았다.
동글동글하고 작은 얼굴에 크고 초롱초롱한 맑은 눈. 아담한 키와 묶어내린 검은 생머리.
마치 인형처럼 깜찍하고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였다. 나이는 암만 높게 잡아도 나보다 많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귀여운 아이가 갑자기 이쪽으로 다가오니 순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아이가 내가 아닌 내 옆에 서 있는 "그녀"에게 다가온 것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으응.. 어깨를 다치셨대."
"많이?"
"글쎄.."
뒷 말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피는 그녀. 나는 속으로 그녀와 눈 앞의 이 여자아이가 어떤 관계인지 생각해보았다.
답은 쉽게 나왔다. 여자아이의 입에서 나온 "언니" 라는 말 하나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여동생이 있다고 했었지? 그럼 이 아이가?"
미용실에서 그녀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린 나는 그녀가 말했던 동생이 눈 앞의 이 아이일거라 확신했다.
그렇다면 이 여자애가 나와 같은 학교의 2 학년 후배란 말인가?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나는 힐끗 그 여자아이의 외모를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얼굴을 봐도, 아담한 키를 봐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봐도 역시 아름답다는 말보단 귀엽고 깜찍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 그런 아이였다. 정말이지 인형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얘가.. 나랑 같은 학교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어색하기도 하고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서있었더니 그녀가 동생을 부추겼다.
"윤아야. 너도 어서 사과드려."
"에..? 나, 나도?"
"어서."
그녀가 짐짓 엄하게 재촉하자 그 여자아이는 머뭇머뭇거리더니 어색하게 내게 사과를 건넸다.
"우... 미안."
..... 어쩐지 말이 좀 짧다.
도대체 언제봤다고 반말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짐작이 맞다면 나보다 1살 어릴텐데.
"...괜찮아요."
그래도 나까지 덩달아서 반말로 받아칠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으음... 제길, 귀여워서 봐준다.
"휴.. 죄송해요. 제 동생인데 철이 없어서.."
"하, 하하. 아니에요."
그녀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다시 꾸벅 숙였다.
나는 그저 어설프게 웃었지만, 그녀의 말을 통해서 이 여자아이가 그녀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뭐야.. 왜 나한테 그래~"
그 여자아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조그맣게 투덜거렸다.
흐음. 언니랑 동생이랑 성격이 참 다르구나.
"저기.. 역시 제가 치료비를 부담해드리고 싶은데.."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병원을 나와 이만 집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그녀는 한사코 잡아세웠다.
어쩐지 오늘따라 나 답지도 않은 사양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어쩌랴, 미인에게 쪼잔한 모습을 보이기는 싫은걸.
"그래도 아무 것도 안해드리려니 너무 죄송하네요.."
뭐 사실 위험하긴 했지만.. 그녀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렇게 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오히려 그녀와 이렇게 사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어떻게보면 약간 기분이 좋기까지 했다.
으음... 나란 놈도 미인 앞에서는 어지간히 한심하구나.
"그렇다고 이런 기회를 놓치기도 아까운데.."
어쩐지 문득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그녀와 좀 더 친해질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정 그러시면 저 다음에 미용실 갈 때 머리나 한번 잘라주세요."
"...네?"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녀.
난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참아내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 제가 그 미용실에 또 갈거거든요. 다음에 가면 누나가 한번 이쁘게 잘라주세요."
나는 은근슬쩍 그녀를 부르는 호칭을 "누나" 라고 불러보았다.
비록 내 자신도 놀랄 정도로 그것을 서로 의식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은연 중에 그렇게 부른 것이기는
했지만 사실 그 시도를 하는 데에는 마음 속으로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꺼낸 나의 말에 그녀는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내 말의 뜻을 곧 이해했는지,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말요?"
"하하.. 그럼요."
마치 천사를 보는 듯이 황홀한 그 웃음이 이 상황에서도 내 넋을 사로잡았다.
"정말 그 정도로 될까요?"
"많이 다친 것도 아닌데 뭘 그러세요. 충분해요."
그녀를 마주 대하는 내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말을 하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뛰었지만 나는 용케도 내가 할 말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면 저야 감사할 따름이죠.. 죄송하기도 하고.."
"하하, 죄송하실 것 없어요."
"언제든지 와주세요. 제가 무료로 해드릴게요."
"네? 무료요..? 그러실 것 까지야.."
"그 정도도 안해드리면 죄송해서 어떡해요. 조만간 꼭 와주세요. 그리고 이거.."
그녀는 내게 조그마한 명함 하나를 건넸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은 나는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엔 미용실의 이름이 크게 적혀있었다.
"그거.. 미용실에서 쓰는 제 명함이에요. 그거 보시고 다음에 오실때 꼭 저 찾아주세요."
나는 명함을 뒤로 뒤집어보았다.
그곳엔 그녀의 이름 세글자가 가지런히 쓰여있어 내 시선을 곧장 사로잡았다.
[ML 헤어라인 - 송유경]
송유경...
나는 마음 속으로 그 이름을 몇 번이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처음으로 알게 된 그녀의 이름 세글자를 가슴 깊이 새겨두려는 듯.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가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눈이 부시도록 매혹적인 미소였다.
나는 이 아름다운 웃음을 조만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알 수 없는 기대감이 가슴 속에서 벅차올랐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어쩌면 오늘은 운 없는 하루가 아닐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것은 하늘이 내려주신 행운의 기회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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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따끈한겨울입니다.
할 일이 너무 많네요.. 자주 **에 들르지 못해 답답합니다.
슬슬 가을이 오고 있네요. 여러분,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