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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사다 - 2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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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22:52 조회 80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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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신도시 중심상가 건너편에 내 아파트겸 오피스텔이 있다.

4시에 청소아주머니가 오시는 시간에 맞춰 나와서는 커피를 한잔 마시는 취미가 생겼다.

요즘의 커피숍은 도서관이다. 특히 이곳 스타벅스 송도점은 구석에 책상비슷한 탁자에 콘센트가 구비되어 노트북을 켜놓고 이것저것 검색하며 공부하는 학생들 천지이다.



특히 구석의 몇자리는 경쟁이 치열하다. 자리가 비기만하면 급히 누군가 앉는다.

영화를 보다 중간에 집에서 나와야 했었어서 노트북을 들고 나도 커피숍 도서관에 등록을 하였다.

마침 빈 콘센트 있는 자리를 잽싸게 차지하고는 커피주문을 하러 갔다오니, 내 자리에 누군가 앉아있다.

“거기 제자리 입니다만?”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의자에 놓았어서 안보였나 보다.

살짝 생뚱한 얼굴이 마땅찮은가 보다.

툴툴거리는듯 하더니 자리를 비켜준다.

언듯 챙기는 그녀의 노트북에 입사원서가 언듯 보였다.



그녀 수희를 그렇게 만났다.

키가 168가량? 그런데 몸매는 가냘팠다. 가슴도 작아보이고, 히프는 그럭저럭.

얼굴이 살짝 까무잡잡한것이 인도여자를 연상케한다. 눈이 크고, 눈썹이 두껍게 까맣다.

차분한 모범생 스타일이랄까? 햇빛을 조금 덜 먹은 체육고등학교 미녀 모범생.



4시부터 5시까지 커피숍을 이용하는 날 거의 매일같이 그녀가 있다.

잠시 화장실을 가려고 지나가다 슬쩍 그녀의 노트북을 컨닝하였는데, 거의 1달가까이 마주친 그녀의 노트북은 아직도 입사원서 자기소개서가 열려있다.



거의 1달째만에 그녀가 화장실에 간 사이 그녀의 노트북위에 메모를 남겼다.



“조그만 사무실을 하나 운영하는데, 자기소개서 하나 보내주시겠어요.”

그리고는 핸드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남겼다.



당연히?? 전화가 왔다.

“누구시죠?” 그럴테지 누군지가 가장 궁금하겠지.

“인생에는 3번의 기회가 있다고 합니다. 그 첫 번째 기회가 이번인지 아닌지 시험해보실 용기가 있으시면 절 궁금해하지 마시고, 당신이 앞으로 무슨일을 하는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이 무슨 엉뚱한 말에 쉬이 넘어오기란 쉽지 않지^^;;

“관심없어요” 뚝 전화가 끊긴다.

‘쩝’ 입맛이 쓰다.

다음날 언제나처럼 4시의 스타벅스는 복잡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린다.

받자마자 전화가 툭 끊긴다.

이게 모지? 하는 순간 아뿔싸, 그녀가 내 앞에서 씨익 웃으며 서있다.

“잠시 앉아도 되죠”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가 앉는다. 무척 당돌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잊고 있다.

나만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이 주변사람들을 관찰하고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거의 매일같이 커피숍에서 마주쳤는데, 그녀도 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패가 까발려졌음에도 배팅은 유효하다. 나도 같이 씨익 웃으며,

“이제 내가 누군지 아셨으니, 무슨일을 하는지 말씀드릴까요?”

“아니 그것보다 먼저, 내가 취직자리를 알아보려는걸 어찌 알았나요?”

“그건 노트북으로 하루종일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으면서, 노트북을 열어놓고 자리를 비우는 당신의 무심함을 탓해야지요.”



그녀 역시도 누군가 자기를 엿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과 똑같다.

때로는 과다하게 남을 의식하면서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무심한 것이 사람들의 심리다.

그래서 담배꽁초도 아무대나 버리고, 교통신호도 자기 혼자 위반하며 다니면서, 사람들이 못보았다고 생각한다.

스치고 지나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눈에 띄고 관심을 갖고 바라보면, 쉬이 많은 것들이 보여진다.



“무슨일을 하는 회사이죠”

정식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그녀가 궁금한듯이 물었다.

“회사는 아닙니다. 개인사무실이죠. 주식할줄 아세요?”

“주식? 증권을 말씀하시나요?”

“맞습니다. 증시는 모르셔도 됩니다. 정식으로 회사 취직하기전까지 아르바이트로 다니시면 됩니다. 각종 서류와 거래내역등을 정리해주시면 됩니다.”

그녀가 실망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회사가 아니군요. 개인비서 정도?”

“맞습니다.”



내내 실망이던 그녀는 사무실이 내 오피스텔이라는 말을 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내 호의를 거절하였다.



사실 내가 아무대책없이 불쑥 제안한 것이 사실이다.

그녀가 이뻐서 였을까? 사실 아주 이쁜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정도면 평균이상이다.

사실 나는 평균이하 이지 않은가. 키도 덩치도, 살짝 배도 나온. 생긴것도 별로이고.



한때는 열정을 갖고 회사를 이끌었지만, 요즘은 침체이다. 아무것도 않고 백수질을 하고 있는 놈팡이이지 않은가.

한마디로 아무 믿을 구석이 없는, 열정도 없는, 그런 것이 내 자세에 배여있을 것이다.

이런 내가 아르바이트 하세요. 라고 말하는데, 성큼 그러고마고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문제일듯 하다.



이후로 만나면 씩 미소만 짓는 정도의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또 1달이 지나갔다.



“시급이 얼마라고 하셨죠?”

청소아주머니가 일을 마쳤을 시간이 되었어서 밖으로 나왔는데, 그녀가 따라 나오며 물었다.

“얼마라고 말안했구요. 1만원 드리죠. 9시부터 4시까지 7시간. 토, 일은 쉬시구요”

그녀는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듯하다.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는듯.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청소아주머니와 아는 사이라고 했다.

송도신도시 이 화려한 도시는 외지인들이 점령하였고, 이곳의 조그만 식당이나, 청소 등 잡일은 옥련동 등 송도인근의 동네에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커피숍을 지나치던 청소아주머니와 내가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고는, 청소아주머니에게 슬쩍 지나치듯 날 물어보았다고 했다.

사실 내가 집을 별로 어지럽히지 않는다. 그리고 역시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청소아주머니가 일하는 다른곳의 어떤놈은 심지어 청소를 하는 도중에도 침대위에서 섹스를 하는 장면을 보기도 했다는 것이다.

나는? 청소아주머니가 날 잘못보아도 정말 잘못보았다.

섹스라면 나처럼 지저분하게 하는 변태도 없지 않은가.



청소아주머니가 날 잘못본덕에 수희 그녀의 물음에 아주 성실하고 믿음직한 사람이 되어버려서 아르바이트를 결심한 것이다.

“아르바이트니까, 정식취직하면 떠나는 것을 이해해주실거죠?”



맹세컨대, 그녀를 아르바이트 시켜볼까 생각한것은 결코 그녀와의 섹스를 기대한 것이 아니다.

그 어느날 전화를 받는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안되어 보인 동정심이랄까.

“땡쳤어. 면접에서 망했어” 그러고는 한동안 아무말도 않고 있던 그녀의 어깨가 들썩인다 싶더니 휙 몸을 돌려 화장실로 갔다.

마침 나도 화장실을 갔는데, 나지막히 옆의 여자화장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힘내, 너도 나도 힘내자.”

화장실을 나와 자리로 돌아오는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들어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 명함을 놓아두었던 것이다.



그녀가 내 오피스텔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였다.



“간단히 주식 공부하시구요. 아 너무 깊이 안들어가고 주식프로그램 켰다 껄줄 알기만 하면 되구요. 아주 오래전에 워킹걸이라는 영화가 있었어요. 저도 우연히 유선방송에서 봤는데, 거기보면, 멜라니그리피스라고 나와요. 오래되어 줄거리가 잘 기억이 안나긴 하는데, 멜라니그리피스가 아주 사소한 어떤 일을 주식과 연관시켜 등락을 예측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걸 계기로 그녀의 영특함이 인정받게 되고 출세한다는 이야기죠”

깜빡거리는 그녀의 눈이 유난히 커보였다. 이야기를 이어갔다.

“증권가 찌라시를 생각하면 되요. 최근에 그런 비슷한 영화가 있었는데, 보러갈 사람이 없어서 못보았구요. 아주 사소한 어떤일을 계기로 주식의 변화가 발생할수 있으므로, 그런것들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장님. 말 놓으세요”

그녀가 내 말을 잘 안듣고 있었다. 갑자기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서 조금 당황했던 것일까. 아니면 눈을 깜빡이는 그녀의 큰 눈이 빤히 날 쳐다보는 것에 당황한 것일까.

나도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그냥 자료 정리하는 일 하면서, 주로는 인터넷 보면서 특이한점 있으면 나한테 말해주고, 내가 궁금한 것이 있어 물어보면 검색해서 알려주는 일을 하면 되는거”

말을 놓은것도 아니고 높인것도 아니다.



오피스텔은 독립된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곳이다.

내가 주로 잠을 자는 곳을 중심으로 거실과 조리공간이 있고, 문을 열고 나가면 조그만 거실과 작은방이 있는. 그 곳에서 수희가 일을하고 난 안에 있다. 물론 밖으로 나가려면 수희가 있는 곳을 거쳐서 나가야 한다.



사실 나는 근처의 여자, 특히 같은 공간안에 있는 여자에게는 데쉬를 하지 않는다. 만일 나중에라도 어긋나면 서로 마주보기 찜찜할 뿐아니라, 나의 독특한 섹스취향이 소문이 날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긋나지 않더라도 제3자와 같이하는 자리가 아주 불편하기 때문이다.

혜자와 같이하던 동창모임에서 이미 경험했던 것이다.

내가 어디서 별난섹스를 하던간에 아무도 모를 것이고, 내 주변에선 아주 성실하고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좋은 것이다.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처럼.



수희를 취하려고 한것은 순전히 오기때문이었다고 보면 맞다.



찬수가 놀러왔다.

무심코 벌컥 문을 열었다가 낯선여자가 있어서 내 오피스텔이 아닌줄 알고

“죄송합니다”하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것이다.

“승미는 어쩌고 쟤랑 같이사냐” 짓궂게 웃으며 나지막히 소근거린다.

“알바야. 아무 생각없이 잠시 있으라고 한거야”

“남녀가 오피스텔에 같이 있으면 당연히 그리로 가는거지”

“대꼬. 갑자기 연락도 없이 어인일?”

갑자기 찬수가 깊이 한숨을 쉰다.

“주연이 바람피나봐”

“그리 사이가 좋더니 어찌 된일이냐?”

“요새 대학이 긴축재정이야. 조교를 없애고 있어. 나도 조만간 짤릴거야”

어디 조교수 자리라도 나서, 그나마 조그만 희망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찬수 이놈은 착하기만 해서 남의 어려운 사정에만 관심있고 정작 자신의 문제에는 둔감하더니 드디어? 자기머리 못깍는 중놈의 신세가 되려는 참인거다.

찬수가 그리 말하며, 부러운 눈으로 덧붙인다.

“넌 운도 좋지. 회사 망해먹었는데도 이렇게 떵떵거리며 사는걸 보니”

“주연이 바람피는건 확실해? 승미한테 떠보라고 할까?”

“확실해. 요샌 핸드폰을 안보여줘. 가끔은 전화오는데 내 앞에선 받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섹스하자고 하면 피곤하다고 안해”

“그렇다고 다 바람핀다고 하긴 그렇잖아”



이 세상 믿을게 없다고 기어이 눈에 눈물이 글썽해지는 것을 보니 오늘 단단히 얻어먹으려고 작정하고 온 모양이다.



“그런데 쟤는 이름이 모야”

“너는 이 와중에 쟤 이름이 궁금하냐”

“이뻐서 그래. 주연이 떠나버리면 대체할 여자가 필요하자나”

“미친놈. 금세 눈물이 글썽하더니. 신경꺼라. 잠시 알바하다가 취직하면 떠날거야”

생각해보니 내가 수희에 대해서 아는게 별로 없다.

몇일전 커피숍에서 웬 남자랑 같이 있는것을 보긴했는데, 나이가 비슷해 보이고 학생인듯한 것이 복학생?

그러고 보니 내가 커피숍에 갔을때, 나를 소개시켜주지도 않았을뿐더러, 내가 살짝 옆을 지나갈때는 하던 대화를 멈추고 잠시 다른곳을 쳐다보는 척하지 않았던가.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수희가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일단 네 여친을 믿어. 결정적인 증거를 얻지 못한 이상. 그간의 세월을 믿어. 혹 잠시 바람핀다고 해도 너가 끝까지 사랑해주면 다시 돌아올거야”

정말일까? 그렇게 이야기 하는 내 말이 스스로 공허해지는 느낌이다.



송도신도시의 술집들은 너무 깨끗해서 싫다고, 막걸리 분위기 나는 송도유원지쪽에서 술을 먹자는 찬수에 이끌려 한잔이면 만땅인 주량의 나는 은근히 귀찮았다.

그날 술에 쩔어 집으로가는 택시를 잡아주고 돌아오는 길에 언듯, 수희가 남자친구와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을 보았다.

대학조교인 막걸리분위기의 찬수에겐 어울리지만, 수희같은 젊은이들이 이곳을 자주오진 않는다. 이곳을 젊은이들이 찾는 이유는 송도신도시에는 없는 것. 바로 모텔밀집지역이라는.

꼭 껴안고 자정이 다되어 술을 먹은거 같지도 않은 자세로 택시를 타는 것은 비록 모텔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것은 아니지만 달리 생각할 것이 없는듯 했다.



“저번에 본 그 친구 애인인가” 다음날 지나는 척하며 물어보았다.

“아니요 그냥 친구예요”

꼭 껴안고 있던데, 라는 말이 입에 간질거린다.



“도청장치를 샀다. 주연에게 가방을 사주면서 가방밑에 봉해서 넣었다”

찬수가 몇일 지나 전화를 해왔다.

“너 그러다 들키면 정말 헤어지는거 알지”

“내가 일이 안돼. 다음주에 교수 면접있는데. 이런 심정이면 또 탈락이야. 일단 그거 설치해놓으니까 맘이 편해지는거 있지”

문득 나도 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디서 샀냐. 나도 하나 구해줘라”



수희의 가방은 낡았다. 막 졸업하고 취직자리 알아보는 여자에게 아무리 가방이 일상용품이라해도 쉽게 막 구입할수 있는것은 아니리라.



찬수에게서 받은 택배를 열어보니 조그만 자석같은 것이 가방의 한구석에 넣고선 봉해놓으면 특별히 가방을 뒤짚고 샅샅히 뒤지지 않는이상 들키진 않을것 같은 크기다.

더불어 같이온 조그만 무전기 같은 것이 수신장치인 모양이다.



느닷없이 가방을 선물하는 내게 수희는 거의 감격수준이다. 명품가방을 싫다고 말할 여자가 누가 있겠는가?

“감사해요. 그런데 이거 왜? 선물하시는거죠” 무언가 찜찜한 말투가 있긴했지만.



퇴근을 시키고 한참지나 수신기를 켜보았다.

살짝 잡음이 있긴하지만 주의 깊게 들으면 못알아 들을 정도는 아니다.

‘기가막혀 못생기고 키도 작고, 배도 나온 주제에 날 어찌보고’

‘가방하나 선물해주곤 희미하게 웃는게 완전, 주제파악하라고 쏘아붙이려다 참았다’

드문드문 들리는 소리가 가관이다.

‘이 가방 가짜 아닌지 확인해봐야할까’

남자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어찌 들으면 수희의 독백같은 분위기다. 그것도 블랙코메디의 쌍욕하는 여주인공처럼.

‘알았어. 곧 취직하면 나올거니까 걱정하지마. 내가 설마 그런 놈 거들떠나 볼줄 아니’



하긴 옆에 없을때는 누구 욕을 못하냐. 더구나 느닷없이 가방을 선물받고서 그것을 돌려주기엔 너무 아까와 남친한테 돌려서 말하는 것일수도 있고.

사실 그런것이 아니어도, 당사자 없는데서 그사람 욕을 한다는 것이 큰 죄는 아니지 않은가, 그런짓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문제는 그것을 엿들은 것이 죄이고, 엿들은 놈이 잘못인거다. 듣는데서 하면 사단이 날 이야기를 킥킥대며 뒤에서 수근대며 말하는일은 늘상 있는일 아닌가.

그래도 부아가 치미는 것은 어쩔수 없다.

무언가 동정심 같은 것으로 잠시 일 거들어주다가 정식으로 취직할때까지 있으라고 했던 내 선의가 무색해진다.



그간 감추어져 있던 욕정과 열정이 불끈 발기되는 느낌이다.

경쟁 회사에서 미행하여 신고한, 속칭 여대생 포주사건으로 혜자와 내가 잡혀갔었다.

다행히 명단을 철저히 감춘 혜자 덕분에 몇 명만 들통나고 사건은 축소되었다.

집행유예로 나오기까지 4달이 걸렸고, 그사이 회사는 망했다.

다행이라면, 단골중의 하나였던 대기업후계자가 자신을 보호해주어 고맙다고, 회사를 인수해주었다. 기술력도 경쟁력도 있던 잘나가던 회사가 헐값으로 처분되어 허망했다.

더불어 그가 몰래 내부공모중인 주식을 사두라고 한 것이 대박이 났던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키운 회사가 부도가 났는데, 허망한건 그가 사두라고 한 주식이 내 평생의 회사 매출보다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온것이다.

그때 이후 이곳 송도신도시에서 심심풀이식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암울하고 무기력한 나날들이었는데, 오늘 부지불식간에 자지가 발기하며 피가 끓었다.



작전시작이다. 오랜만에 배팅을 할 기회가 생긴것이다.



“지난주에 개봉한 영화인데, 같이 보러갈 사람이 없다. 오늘 근무는 영화감상으로 대체하자”

“점심 먹으러 가자. 커넬워크로”

회사 상사가 가자는데, 뒤에서 욕을하던 어떻든 일단 가야하는거 아닌가.



“이거 뮤지컬 티켓인데, 남친이랑 둘이가”

“이런거 줘도 될까? 송소신도시 이번에 새로 오픈한 특급호텔 조식포함 일박숙식권인데, 줄까말까? 남친이라면 애매한데?”

수희는 얼굴도 별로 붉히지 않고 잽싸게 받아갔다.



밤에 남친과 돌아다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낮에 수희와 돌아다니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다.



틈틈이 선물도 사주었다.

“지난번에 인터넷 검색해서 알려준 것을 참고로 분석해서 주식을 샀더니 조금 올랐네”

가방, 신발, 옷가지, 화장품 등등 명품으로 사주었다. 사실 그녀의 분석이 정확한 것은 사실이었고, 덕분에 주식이 오르는 것도 맞다.

그렇지만, 그것은 철저히 자본의 승리라고 봐야한다. 조금 내릴참이면 돈지랄로 하락을 방지하며 산다. 가끔은 별일아닌일에 전재산을 걸고 모험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그녀의 분석이 최소한 허무맹랑하지는 않아, 나름 “점심값”은 건지는 것이었다.



어느날 보니 수희 그녀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이 내 손길이 닿은 제품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몸만 빼고. 아 팬티랑 브라도 사주진 않았다. 그렇지만 브라랑 팬티는 내 사전에 없는 품목이라.



건축이 얼마안남아 아직 분양이 되지 않은 아파트를 보러갔다. 낮에 수희와

“신혼부부가 살기엔 너무 넓은 곳이지요” 눈치없는 모델하우스 부장이 말한다.

모라 말해야 하나 고민인데.

“부부 아니구요. 회장님이 얻어달라고 해서 회사 상사와 같이 온거예요”

툭 내 옆구리를 치면서 말하는 것을 보니, 자기딴에는 그럴듯한 변명이라고 생각하나보다.



‘그래그래 어떻게 변하나 보자’

승부욕이 치민다.

물론 먼저 패를 내밀고 판을 끝낼수도 있었지만, 조금 오래 갖고 놀고 싶었다. 잘근잘근 씹어주마..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지금 그 작전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자동차 대리점도 갔다.

“요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차가 어떤거죠” 이것저것 둘러보는데 수희가 괜히 신나한다.



몇일후 아르바이트가 2달째 되어 월급을 주는 날이다.





퇴근을 앞두고 수희를 불렀다.



“운전면허 있니”

장롱면허라고 한다.

“몇일전 너가 갖고 싶다고 지나가며 말한 차 계약서다. 전화만 하면 내일 온다”



“이거 저번에 본 아파트 계약서. 3개월후면 들어가 살수 있는데, 너 준다”

무슨말인지 잘 못알아 듣는다.



“이건 체크카드 매달 한 장씩 들어간다. 너가 쓰라고 주는거다”

그 액수를 보고 수희가 부르르떤다.



“이 세가지를 그냥 주진 않겠지”

수희가 무심코 고개를 끄덕인다. 여전히 황망한 표정이다.



“너한테 주는 조건을 말할텐데. 듣고 싶으면 말하고, 듣고 싶지 않으면 없던일로 하고”



꿀꺽 침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사장님. 이거 저 왜주는거죠?” 무척 당황한 표정이다.

“그러니까 그걸 말하려는 참인데, 들을준비가 되어 있냐고 물어보는거자나”

“잠깐 잠깐만요. 지금 이 세가지를 절 준다는 거죠. 차, 아파트, 그리고 체크카드”

“응”

“이 세가지, 특히 아파트는 시가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것이 큰 충격인가보다.

“2년. 2년후에는 네 명의로 바꿔준다는 증서가 여기있고”

준비한 서류를 내민다.



“차는 네 이름으로 등기할거고, 체크카드는 월급 개념이니까 매달 확인하면 될테고. 2년. 2년만 봉사하면 아파트가 네것이 되는거다”



체크카드의 액수가 더 놀란 표정이다. 하긴 아파트는 돈으로 환산하기엔 구름잡는 느낌일거고, 당장 내 수중에 두둑히 들어올 체크카드의 액수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이리라.



꿀꺽 침을 삼키고, 발개진 얼굴을 감싸쥐고는, 한숨을 쉬듯이 말한다.

“제가 해야하는 것이 뭔가요?” 상기된 표정이다. 귀까지 발개져 있다.



“자 이건 노예계약서. 2년간 내 노예로 지낸다는 계약서”

쓱 내미는 종이에 선명히 써있는 노예계약서라는 글자를 바라보는 수희의 얼굴에 미소인지 울음인지 알수없는 표정이 만들어진다.



“네가 해야할 주요내용을 말해줄게. 24시간 내가 손내밀면 닿는곳에 있을것. 집은 토요일 오후에 가서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는 것으로, 나랑 있을때는 언제 어디서든 노팬티 노브라에 치마. 단둘이 있는 실내에선 올누드에 개목걸이랑 개줄을 하고 있을것. 차안이 실내인지 아닌지는 그때그때 내가 결정한다. 가끔 아니 자주 회초리나 혁띠등으로 맞기도 하고, 오줌을 먹어야 해. 그 밖에 내가 하자는 것은 하면 되고, 하라면 하면 되. 더 물어볼 것이 있으면 하고”

수희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울그락불그락하는 것이 볼만하다.



“읽어보고 서명하면 되는데, 아. 지금하지 말고 이 책상에 놓아둘테니, 내일아침에 출근해서 결정하면 되”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세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지금 그것들을 찢어버리고 오늘 월급 갖고가서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둘째는 내일 아침에 아무일도 없듯이 지금처럼 아르바이트만 해도 되. 세 번째는 노예계약서에 서명하면 되는데, 아르바이트만 할거면 내일 바지를 입고 오고, 노예를 할 생각이면 노팬티로 치마입고 와서 치마를 올려서 아래를 보여주면서 서명을 하면 되, 그럼 세가지 선물이 다 네것이 되는거지”

그렇게 말하고는 오피스텔을 나왔다.

그녀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 것은, 내일아침이면 밝혀질 것이다.



찬수에게 전화를 했다.

“도청장치는 잘 작동되냐. 바람피는건지 아닌지 확인되었고?”

찬수의 목소리가 들떠있다. 아니 울고 있는듯하다.

“주연이 갸가 나 교수로 임명시켜달라고 총장을 만나고 있었던 거 있지”



둘사이는 교내에서도 손꼽히는 잉꼬커플이었다.

총장이 찬수를 교수로 임용하는 조건으로 ‘하룻밤’을 요구했다고 했다.



어제 찬수는 부교수로 임용되었다.

“도청장치 없애버리고, 평생 주연을 위해 몸바쳐라. 총장건은 절대로 아는척 하지 말고”



송도신도시를 경제자유구역 이라고 부른다. 개인의 경제활동을 위한 자유는 어디까지가 허용되어야 하는 건지. 우리의 젊은이들이 취직이라는 미끼로, 회사에 노예계약서를 던지는 것은 아닌지.

노예계약서에 수희가 서명을 할건지. 바람이 차가와 진다. 이제 곧 겨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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