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의 고백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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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00:45 조회 883회 댓글 0건본문
잠자리에서 눈을 뜬 나는 순간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신랑을 힘껏 밀어 냈다.
신랑은 "깨갱" 하며 튕겨져 나가 방구석에 쪼그리고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정신을 수습하고 보니, 실수였다.
개를 키워 본 적도 없는 내 머리 밑에 개의 다리가 있었으니.
잠결에 기겁을 했고 신랑도 그 만큼 쇼크를 받은 듯 했다.
나는 네 발로 엎드려 신랑을 바라보았다.
신랑은 꽁지를 내리고 "낑낑" 대고만 있었다.
아침부터 신랑을 그렇게 놀래키다니 내가 죽일 년이었다.
무릎걸음으로 다가가니 신랑은 나를 외면했다.
앞발을 뻗어 머리를 쓸어 주고 등, 허리, 엉덩이를 쓸어주며
애교를 떨었다.
"죄송 해여. 제가 아직 적응 되지 못해서 서방님을 놀래게 했나 봐 여.
구래도 우린 부부 쟎아여. 못 난 마누라 "팔자려니 이해 하세여."
내 말을 알아듣는지. 마음이 누그러졌는지. 신랑은 혀로 내 뒷다리 허벅지를
핥고 있었다.
개의 혓바닥은 사람의 것보다 보드랍고 착착 감기는 맛이 있었다.
한 참 동안 나는 쓸고 신랑은 핥는 행위가 진행 되었다.
"앞으로 적응 되면 잘 해 드릴게여. 진짜 암캐들 보다 잘 해 드릴게여"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말 못하는 짐승이 주인의 명령으로
동족도 아닌 나와 혼례를 치루었는데 마누라라는 동물이 아침부터
발악을 해 댔으니 얼마나 놀래고 속상하실까. 본인의 뜻은 아니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부딪혀 가야 하는 건 신랑이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둘이 미워하고 싸워 봤자 득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해결해 줄 동물도 없고 하소연 들어줄 짐승도 없는 것이다.
어쨌든 둘이 끌어안고 풀어 가야할 숙제였다.
부부 싸움? 크~ 그것은 나에게 곧 죽음이다.
제대로 물리면 반항도 못하고 숨이 끊어질지도 모른다.
신랑은 착했다. 내가 그 지랄을 했으면 부덕하다고 난리 부르스를
쳤어야 옳거늘 아량으로 포용해 주심이 나는 너무도 고마웠다.
진하게 키스라고 나누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가 앞발을 거두니까 신랑도 혀를 거두었다.
나는 내 볼을 신랑의 볼에 잠시 부비고 헝클어진 털을
앞발로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네발로 기어 주방으로 갔다. 혼례를 치르고 합방을 해서인지
벌거벗고 기어가도 부끄럽지 않다. 신랑 앞에서 내숭 떨게 무에 있는가.
모자라는 것도 둘의 팔자고 넘치는 것도 둘이 안고 가야할 숙제였다.
천지신명이 둘의 언약을 알고 계시고 부부 언약을 지켜보셨는데
나와 케리는 지켜야 도리다. 여주인님을 천지신명이라 하는 건 아니다.
여주인과는 주종의 관계만 끊어내면 그만이지만, 하늘에게 맹세를 번복하면
죄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은 국에 따뜻한 밥을 말아 두 그릇을 상에 올렸다.
신랑은 어느새 이불위에 앉아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상을 신랑 앞에 대령 했다.
"오늘 아침만 이렇게 드세여. 저녁에 서방님 식사꺼리 장만해 올께여."
신랑은 멍멍 짖었다. 이해 한다는 뜻이리라.
마주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신랑은 입으로 핥아 먹고
나는 숟가락으로 떠먹는 진풍경이었지만, 행복 했다.
사실, 혼자 일 때는 아침을 먹는 일이 거의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혼자 밥 차려 먹는 것도 서글프고 꼼지락 대다 보면 일 나가야 했다.
점심은 가게에서 시켜먹고 저녁은 사먹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다음날 아침은 또 거르고.
집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드믈었다. 귀챦으니까.
짐승이지만 신랑이 있어 밥을 차려 주어야 하고 같이 먹어야 하고.
짐승이지만, 같이 먹을 존재가 있다는 게 좋다. 외롭지 않다.
신랑을 "짐승" "짐승" 하다가 신명님이나 주인님의 노여움을
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신랑 앞에서는 같은 짐승이 되어야 하고
나는 철저한 암캐로 거듭나야 한다는 각오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는데 신랑이 뒤에 와서 종아리를
핥아 주고 있었다. 놀라서 비켰더니 신랑은 잠시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이러면 안 돼. 하며 나를 꾸짖었다. 신랑의 호의를 거절하는 건 마누라의
도리가 아니라고 스스로 반성했다.
다시 신랑의 혀가 종아리에 착착 감기는데 싫지 않았다.
서방님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생각했다.
설거지를 끝내고 벽을 향해 꿇어앉았다.
그리고 큰 소리로 혼인 서약서를 낭독했다.
<혼인 서약서>
서로를 알지 못하는 케리와 주리가 외로움의 벽을 허물고자
새로운 가족이 되어 평생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힘과 의지가 되어
줄 것을 천지신명께 맹세하며 혼례의 예를 다해 서약하려 합니다.
먼저 우리는 짐승의 본능으로 상대를 챙길 것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요구하는 것을 절대 거부하지 않을 것을
맹세 합니다.
하나, 세상에 믿을 것은 둘 뿐이라는 전제하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 하겠습니다.
둘, 자기 생각을 올바르게 전하고,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상대방을 유심히 살피겠습니다.
셋, 주리는 케리를 섬김에 있어서 거짓 행동은 하지 않겠습니다.
넷, 주리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순순히 사과하는 용기를 익히겠습니다.
다섯, 서로는 항상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암캐, 수캐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여섯, 서로를 이해하고 보탬이 되도록 늘 공부하고 준비 하겠습니다.
일곱,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케리와 주리는 항상 함께 행동 하겠습니다.
여덟, 혹시 떨어져 있을 때는 서로에게 수시로 안부를 전하겠습니다.
아홉, 주인님이 찍어 주시는 둘의 사진은 앨범으로 영원히 간직 하겠습니다.
열, 서로의 관계를 존중하며, 사랑이 변치 않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열하나, 자신의 건강을 돌보며, 서로의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아프거나 지쳤을 때 빨리 회복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열둘, 길거리나 도축장의 개들도 내 형제 친척임을 명심하고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표시 하겠습니다.
열셋, 둘 사이에 새끼가 생기면 부끄러워하지 않고 건강하게 잘 키우겠습니다.
열넷, 잠자리에선 언제나 홀랑 벗을 것이며 하나의 이불, 하나의 베게만 사용하겠습니다.
열다섯, 식사는 항상 둘이 같은 시간, 같은 밥상에서 하겠습니다.
열여섯, 생활에 필요한 경비는 주리가 감당할 것이며
케리는 정신적인 지주로서 주리를 관리하고 다스릴 것입니다.
신랑도 벽에 붙어 있는 혼인 서약서를 응시하고 있었다. 혀를 쭉 배 물공.
작은 바람에도 마음 흔들리고 짧은 기다림에도 조바심 내는 부족한 존재입니다.
당신을 바라보며 세상이 외롭지 않은 곳임을 배우겠습니다.
당신을 통해 제가 더 크게 세상을 사랑해야 할 존재임을 깨닫겠습니다.
상처가 없는 것은 살아있지 않은 것이며, 우리의 상처는 생명의 징표입니다.
이제, 그 상처를 사랑하기 위해서 당신과 함께 합니다.
사랑이 감옥이 되지 않도록 깨어있는 당신과 나이기를 기도 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오늘 우리의 약속을 들을 것입니다.
당신이 홀로일 때 당신의 그림자가 되겠습니다.
충심과 성심으로 섬기고 사랑 하겠습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아도 우리가 하나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땅에서의 인연 하늘까지 이어지도록 사랑하겠습니다.
2007년 05월 08일 함 주리.
서약서를 낭독하고 둘은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래! 그렇게 사는 거야. 어쩔 수 없지 않아? 서방님도
나 밖에 믿을 곳이 없을 텐데. 내가 챙겨 줘야지 어쩌겠어."
하는 생각이 들면서 케리가 한없이 측은해 보이기도 했다.
8시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는 출근을 서둘렀다.
10시는 돼야 가게 문을 여는데 왠지 혼자이고 싶었고
자유롭고 싶었다. 주인님의 지시는 없었지만,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면티에 무릎을 가려주는 치마. 누드 샌달.
물론 팬티와 브라도 셋트로 착용했다.
손님들이 군침 삼키는 차림새는 아니었다.
신랑 앞에 굻어 앉아 턱에 흐르는 침을 닦아 주며 말 했다.
"서방니임. 마누라 돈 벌어 올께요오. 심심해도 참고 계세여."
신랑은 말없이 고개를 푸욱 숙였다.
문을 잠 궈 놓고 출근을 했다.
가게 문을 열고 청소를 하고 있는데 땅을 보러 온 여자가 있었다.
아침부터 바빠졌다. 일찍 나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점심때가 되자 전화가 울었다.
네 번째 손님이 밥 사겠다는 연락이었다. 오늘 무지 바빠서
가게를 비울 수 없다고 사양 했다.
그리고 혼자 자장면을 시켜 먹었다. 식사는 같은 밥상에서 함께 하랬는데.
주인님이 머리에 일타를 가했다. 배고플 때 서방님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10분이나 달려가서 같이 밥 먹고 올 순 없었다.
오늘 다라 손님이 많은데. 언제 들이 닥칠지 모르는데....
재수 좋은 날은 열심히 해야 벌이가 되는 것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서방님이 이해하지 않겠어?"
"마누라 돈 버는데 한 끼 굶어 줄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스스로 합리화 시켰다.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후에도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바쁜 중에 다섯 번째 손님.
영감님이 찾아 왔다. 상냥하게 인사하며 맞았더니 손에 든 작은 상자를
내 밀었다. "맞을 런지 몰러. 크거나 작으면 얘기 혀. 바꿔다 줄 텡께."
그리곤 휭 하니 가 버렸다. 나는 북새통에 상자를 열어 볼 시간이 없어
책상 서랍 속에 넣어 두었다.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다.
"무엇 일까?"
"딸 같은 년이 살려고 바둥대는 게 이뻐 보였나?"
"어저께 노팬티 보고 흑심을 품 었나"
생각이 잠시 스쳐 갔지만, 깊이 생각 할 여유가 없었다.
오후 3시쯤. 좀 조용한 가 싶었는데 폰이 울었다.
뚜껑을 열자마자 여자가 욕설을 퍼 부었다.
주인님이었다. 7번과 8번. 15번을 어겼다는 호통이었다.
일곱,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케리와 주리는 항상 함께 행동 하겠습니다.
여덟, 혹시 떨어져 있을 때는 서로에게 수시로 안부를 전하겠습니다.
열다섯, 식사는 항상 둘이 같은 시간, 같은 밥상에서 하겠습니다.
나는 머리 속이 하예지고 몸이 굳어 입이 열리지 않았다.
죄송합니다만 연발 했다. 벌칙은 나중에 줄 테니까 지금 즉시
4번을 실천하라고 명령하며 폰은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넷, 주리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순순히 사과하는 용기를 익히겠습니다.
애견 센타에 가서 서방님의 물건을 구매하라는 지시와 함께.
나는 메일로 날라 온 서방님의 필요 물품을 메모하고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줄달음질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