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사랑했습니다 - 1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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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14:05 조회 2,542회 댓글 0건본문
프롤로그에는 3인칭 시점으로 썼는데 지금부터는 1인칭과 3인칭을 섞어서 쓰겠습니다. 거슬리는 부분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면 다음작품부터 참고하겠습니다.
참고로 글의 디테일한 부분들이 현실과는 좀 다르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배경지식이 짧다보니 좀 틀리더라도 이해해주세요~^^;
그녀가 들어서는 순간 내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선생님이라고 보기엔 아직 앳댄 얼굴과 쑥스러운 몸짓, 살짝 웨이브가 들어간 긴머리, 원피스 밑으로 쭉 뻗은 다리와 볼륨있는 가슴라인까지 흠잡을데없는 외모다... 이런 내 시선을 눈치챈걸까, 그녀도 나를 쳐다본다. 순간적으로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화들짝 놀란 나는 재빨리 고개를 창 밖으로 돌렸다. 두근두근두근...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나오지만 그딴 소리는 안중에도 없다. 같이 들어온 담임선생님의 소개로 그녀가 교생이란걸 알았다. 이름은 민수림, 예능쪽으로 유명한 홍익대 학생이란다.
"안녕하세요. 방금 소개받은 민수림입니다. 부족한게 많겠지만 많이 도와주세요." 짧은 인사지만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
"우와아~~~~~~!!!!!!!!!" 교실이 떠나갈듯한 함성이 터져나온다. 그 함성소리에 놀랐는지 그녀는 얼굴까지 붉히며 어쩔줄을 모른다.
"쾅!쾅!쾅"
"이노무 자식들이 뭐가 좋다고 이 난리야~!!"
"헉~!" 우리 노처녀 담임이 열받았나보다. 가뜩이나 미간에 주름이 잡혀 인상이 더러운데 오늘은 주름이 몇개는 더 늘어난거 같다. 순식간에 교실은 쥐죽은듯 조용해진다. 이럴땐 몸사려야지... 그녀도 깜짝 놀랐는지 예쁜 눈이 토끼처럼 커져서 경직되버렸다. 크크 귀엽네~
모두를 얼려버린 담임은 수업을 하라고하며 교실밖으로 나갔다. 담임이 나가자마자 다시 함성이 터져나왔고 이놈 저놈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덕분에 나는 편히 앉아서 그녀의 신상정보를 얻을수 있었다.
나이는 22세, 홍익대 미술학과 재학중, 한달간 교생으로 있을 예정"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애인없음"
애들의 짖궂은 질문이 이어질때마다 그녀는 연신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그게 재밌는지 더 심한 질문들을 던져댔다. 결국 우리학교의 명물인 "대독(대머리 독수리 - 광견, 개패(개처럼 패기)와 더불어 3대 악당)"의 등장으로 겨우 사태는 수습이 되고 수업을 시작할수 있었다.
과연 저런 사람이 한달을 이 사악한 영혼들 틈에서 버틸수 있을까 걱정이다.
지난 시간에 이어 석고데생이다. 몇명씩 둘러앉아 석고상을 놓고 데생을 하는것이다.
민수림 그녀도 겨우 진정이 되서 아이들에게 소묘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교실을 돌며 아이들의 그림을 봐주었다. 가끔 곳잘 그리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조잡한게 훨씬 많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아이들의 순수함이 좋았다. 홍익대 미술과면 미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인데 궂이 교직을 이수하는것도 아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교실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그녀의 발걸음이 창가쪽 가장 뒷자리에 앉은 아이의 뒤에 멈춰섰다. 교실에 들어올때 찰나지만 눈이 마주쳤던 아이.. 곱상한 외모가 인상적이었던 아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아이의 외모가 아니라 스케치북이 그녀의 눈을 사로잡고 있었다. 체계적으로 배운 솜씨는 아니지만, 그 아이의 그림에는 뭐라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들지만 특별함이 느껴졌다. 석고데생에서 무슨 특별한게 있을리도 없는데 이 아이의 그림에서 눈을 뗄수가 없다.
"아.. 언제까지 저기에 서있으시려고 저러지...." 나는 진땀이 나기 시작한다. 벌써 5분이 넘도록 내 뒤에 서있는 그녀의 존재가 내 등을 누르는것 같다. 다른애들에게처럼 뭐라고 말씀을 해주시던지... 한번 돌아볼까..
"선생님~~"
"어? 어..어 그래"
저쪽에서 누군가 선생님을 찾았고 그제서야 그녀는 마법에서 풀린 사람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자리를 옮겼다.
"휴우.... 하마터면 질식할뻔했네.." 나는 겨우 긴 한숨을 내쉴수 있었다. 그때 코끝을 스쳐가는 라벤더 향기.. 그녀의 냄새다. 그녀의 흔적을 쫓아간 내눈에 저쪽에서 뭔가를 열심히 설명을하고 있는 그녀가 보인다. 또 내 영혼이 빠져나가는것같다..
수업이 끝나고 스케치북을 걷어갔다. 서로 자기가 들고 가겠다고 난리다. 나도 그러고싶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그냥 멍하니 그녀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또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차.. 또다시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바보같은놈..
방긋...
어라?? 뭐였지?
분명 그녀가 살짝 미소를 보냈다. 날 보고 웃은건가? 분명히 바보같다고 비웃은걸꺼야... 아씨.... 그녀가 교실을 나갈때까지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그녀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것같고, 그녀의 향기가 코끝에 맴도는것 같다. 이게 사랑일까? 지금까지 수십명의 또래 소녀들과 가끔 고등학생 누나들까지 고백을 해왔지만, 부끄러움 말고는 한번도 이런 감정을 느껴본적이 없었는데...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아~ 이제 그녀를 보려면 1주일을 기다려야하는건가.. 뒹굴뒹굴.. 하아~~~ 이유없이 한숨만 자꾸 터져나온다.
"학교에서 무슨일 있었어?" 일을 마치고 막 씼고 들어온 형이 내 이상한 행동을보고 묻는다.
"아.. 아니. 일은 무슨"
고개를 갸웃했지만, 더 캐묻지않고 형은 식사를 하고 이내 잠이 들었다.
밤새 뒤척이던 나는 다음날 수업시간 내내 비몽사몽인 상태로 있었다.
종례시간.. "이상, 딴길로 새지말고 전부 집으로 곧장 가도록" 항상 똑같은 맨트로 종례를 마무리하고 교실을 나가는 담임. 휴~ 힘든하루네. 가방을 들고 뒷문을 통해 교실밖으로 나가려는데 왠 머리가 창문위로 삐쭉삐쭉 나왔다 사라졌다한다. 뭐지? 다른반 녀식이 친구기다리나? 문을 드르륵 여는데 뭔가 끼는 느낌과함께 "아야~"하는 하이톤의 비명이 들린다. "헉! 뭐야.." 놀라서 문밖으로 나가보니 거기엔 날개잃은 천사가 손가락을 부여잡고 잔뜩 아픈표정과 원망에 찬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컥.... 숨이...." 세상에 왠 여자가 이렇게 귀여운거야....
"죄..죄송합니다!!, 많이 다치셨어요?" 난 어쩔줄 몰라 허둥대며 연신 허리를 굽히며 사죄를 했다.
내 사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매서운 눈으로 날 째려본다. "아이구야.. 이쁜줄만 알았더니 왜 저렇게 무서운거야.. 난 죽었다" 식은땀이 주루룩 흐른다.
"신태우!, 따라와"
"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앞서가는 그녀의 뒤를 졸졸 따랐다.
"응? 근데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명찰도 벌써 윗주머니에 밀어넣었는데?"
그녀가 앞장서 들어간곳은 미술실이었다. 싸한 유성물감 냄새.. 참좋다... 잠시 내 처지도 잊고 미술실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데 "탁!"하고 뭔가 머리를 친다.
눈앞에는 그녀가 입을 앙다문채 허리에 손을 턱하니 올리고 나를 올려보고있다. 애고... 죄지어서 끌려온걸 깜빡했네.. 고개가 푹 수그려진다. "죄송합니다..."
"히히히~ 재밌다~ 너 되게 귀엽다~" 언제 그랬냐는듯이 그녀가 개구장이처럼 웃으며 바짝 얼굴을 갖다댄다.
깜짝 놀란 나는 엉겁결에 한발을 뒤로 물리며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내 이런 반응을 즐기는지 신기하다는듯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요리조리 살핀다. 무슨 새로운 동물이라도 봤나....
"칫.. 어제는 자기도 쩔쩔 맸으면서..."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밖으로 뱉어내지는 못하고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었다.
"너 키가 몇이야?"
"네?"
"키말야. 키가 얼마냐구~"
"178인데요.."
"우아~ 요즘 중학생들은 다 그렇게 크니? 너 얼굴도 잘생기고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겠다~~"
"뭐야 이 선생님..ㅡㅡ;"
"참참, 너 그림 어디서 배웠어?"
"....? 학교에서요.."
"응? 학교? 뭐 학원이나 개인교습 받은건 없고?"
"네.. 그냥 수업시간에 배운게 전분데요.."
가만있어도 큰 수림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뭐 이런 괴물이 다있어..."
"정말 그림 배운적이 없단 말이지??" 재차 확인하듯 수림이 물어온다.
"예....."
"세상엔 정말 천재란게 있구나.. 우리 학교에도 천재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걔들은 이애에 비하면 평범 그자체야"
"천중천"이라더니..."
사실 수림이 명문 미대를 다니면서 교직을 선택한건 자신의 재능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때까지만해도 나름 자신도 천재라고 믿었는데 대학에 입학한 후 그 믿음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처음에는 따라잡아 보려고 미친듯이 그림에 매달려도봤지만 갈수록 격차는 벌어져만 가는것 같았다. 교직을 선택한건 어찌보면 현실에 대한 도피였지만, 교생실습 첫날 아직까지 솜톨이 보송보송한 이 어린소년의 그림에서 처음 램브란트의 그림을 봤을때 느꼈던 전율을 느낀것이다. 그녀의 그림을 그리는 재능은 비록 천재라고 하기에는 부족했지만, 그림을 좋아하고 미술을 전공한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어릴때부터 각종 전시회를 돌아다니며 쌓아올린 그림을 보는 눈만큼은 어느 전문가 못지 않았다. 태우의 스케치북을 한장한장 넘길때마다 그녀는 "전율"을 느꼈다. 이건 분명히 천재다..
기교적인 부분에서는 미숙한 부분이 있지만, 표현력이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기술은 가르치면 되지만 감각은 타고나지 않으면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이 소년의 감각은 3년간 최고의 명문대에서 그림을 배운 자신을 이미 뛰어넘고 있었다. 아니 자기가 봤던 누구랑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이애를 가르쳐보고 싶다.. 지금 그녀의 머리에는 온통 그생각 뿐이었다.
"신태우!! 너 그림 정식으로 배워보지 않을래?"
"네. 네?"
갑작스런 제안에 어안이 벙벙하다. 그림이라니.. 분명 난 그림그리는걸 좋아하지만 정식으로 배워보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설혹 그러고싶어도 나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있는 형을 생각하면 차마 그럴수도 없다.
"그..글쎄요.. 별로 생각해본적이 없는데요.."
"왜?왜?왜? 너 진짜 그림에 소질있어~ 정식으로 배우면 너 분명히 굉장할꺼야~ 내가 보증할께~"
그녀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얼굴을 들이밀며 열변을 토한다. 라벤더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내가 아무말도 못하고 당황해하자 그녀는
"왜? 집에서 못하게하셔?"
"아마도 그럴껄요..."
아마도 그럴것이다. 그림을 그리겠다고하면 형은 분명 실망할것이다. 형이 싫어하는 일은 절대 할수없다..
"흐음.... 저기.. 내가 부모님 한번 만나뵈면 안될까? 응?"
"에~~~~~~~~~~~~~~~~~~~~~~~~~~~~~!!!"
"그건 좀.... 곤란한데요...."
"왜? 부모님이 되게 엄하시니?? 야~ 괜찮아~ 내가 이래뵈도 호랑이같은 울 아빠도 녹이는 기술이 있다는거 아니냐~ㅋㅋㅋ"
이여자 생각보다 푼수끼가....
"저.. 부모님 안계시는데요.."
"아... 미..미안해... 난 모르고..."
그녀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다. "풋, 이럴땐 또 귀엽네"
"괜찮아요.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걸요. 그리고 참고로 형이랑 둘이 살아요"
"너 보기보다 남자답구나~ 멋진걸~ 좋아~ 맘에 들었어~ 남자라면 그래야지~ 암~~"
"ㅎ~ 오바하시는거 보이거든요" 사랑스럽다... 겨우 중학생 주제에 성인인 여성에게 이런 생각을 한다는게 우습게 들리겠지만, 그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럼 형을 한번 만나보고싶은데.."
"헉.. 이여자 끈질기다...ㅡㅡ;"
"저기.. 형이 바빠서 학교에 올 시간이..."
"내가 찾아가면 되지~, 당장 가자~"
"예~~???, 그..그건 좀.."
"왜?? 안되니???"
그녀가 두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쳐다본다.. 그 눈을 쳐다보면 차마 그렇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쓸께요.. 야설이 야설답지 않아서 실망하실지 모르겠네요.. 차츰 야설스럽게 변해갈테니 좀 참아주시고 응원해주세요~ㅎㅎ
참고로 글의 디테일한 부분들이 현실과는 좀 다르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배경지식이 짧다보니 좀 틀리더라도 이해해주세요~^^;
그녀가 들어서는 순간 내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선생님이라고 보기엔 아직 앳댄 얼굴과 쑥스러운 몸짓, 살짝 웨이브가 들어간 긴머리, 원피스 밑으로 쭉 뻗은 다리와 볼륨있는 가슴라인까지 흠잡을데없는 외모다... 이런 내 시선을 눈치챈걸까, 그녀도 나를 쳐다본다. 순간적으로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화들짝 놀란 나는 재빨리 고개를 창 밖으로 돌렸다. 두근두근두근...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나오지만 그딴 소리는 안중에도 없다. 같이 들어온 담임선생님의 소개로 그녀가 교생이란걸 알았다. 이름은 민수림, 예능쪽으로 유명한 홍익대 학생이란다.
"안녕하세요. 방금 소개받은 민수림입니다. 부족한게 많겠지만 많이 도와주세요." 짧은 인사지만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
"우와아~~~~~~!!!!!!!!!" 교실이 떠나갈듯한 함성이 터져나온다. 그 함성소리에 놀랐는지 그녀는 얼굴까지 붉히며 어쩔줄을 모른다.
"쾅!쾅!쾅"
"이노무 자식들이 뭐가 좋다고 이 난리야~!!"
"헉~!" 우리 노처녀 담임이 열받았나보다. 가뜩이나 미간에 주름이 잡혀 인상이 더러운데 오늘은 주름이 몇개는 더 늘어난거 같다. 순식간에 교실은 쥐죽은듯 조용해진다. 이럴땐 몸사려야지... 그녀도 깜짝 놀랐는지 예쁜 눈이 토끼처럼 커져서 경직되버렸다. 크크 귀엽네~
모두를 얼려버린 담임은 수업을 하라고하며 교실밖으로 나갔다. 담임이 나가자마자 다시 함성이 터져나왔고 이놈 저놈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덕분에 나는 편히 앉아서 그녀의 신상정보를 얻을수 있었다.
나이는 22세, 홍익대 미술학과 재학중, 한달간 교생으로 있을 예정"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애인없음"
애들의 짖궂은 질문이 이어질때마다 그녀는 연신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그게 재밌는지 더 심한 질문들을 던져댔다. 결국 우리학교의 명물인 "대독(대머리 독수리 - 광견, 개패(개처럼 패기)와 더불어 3대 악당)"의 등장으로 겨우 사태는 수습이 되고 수업을 시작할수 있었다.
과연 저런 사람이 한달을 이 사악한 영혼들 틈에서 버틸수 있을까 걱정이다.
지난 시간에 이어 석고데생이다. 몇명씩 둘러앉아 석고상을 놓고 데생을 하는것이다.
민수림 그녀도 겨우 진정이 되서 아이들에게 소묘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교실을 돌며 아이들의 그림을 봐주었다. 가끔 곳잘 그리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조잡한게 훨씬 많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아이들의 순수함이 좋았다. 홍익대 미술과면 미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인데 궂이 교직을 이수하는것도 아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교실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그녀의 발걸음이 창가쪽 가장 뒷자리에 앉은 아이의 뒤에 멈춰섰다. 교실에 들어올때 찰나지만 눈이 마주쳤던 아이.. 곱상한 외모가 인상적이었던 아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아이의 외모가 아니라 스케치북이 그녀의 눈을 사로잡고 있었다. 체계적으로 배운 솜씨는 아니지만, 그 아이의 그림에는 뭐라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들지만 특별함이 느껴졌다. 석고데생에서 무슨 특별한게 있을리도 없는데 이 아이의 그림에서 눈을 뗄수가 없다.
"아.. 언제까지 저기에 서있으시려고 저러지...." 나는 진땀이 나기 시작한다. 벌써 5분이 넘도록 내 뒤에 서있는 그녀의 존재가 내 등을 누르는것 같다. 다른애들에게처럼 뭐라고 말씀을 해주시던지... 한번 돌아볼까..
"선생님~~"
"어? 어..어 그래"
저쪽에서 누군가 선생님을 찾았고 그제서야 그녀는 마법에서 풀린 사람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자리를 옮겼다.
"휴우.... 하마터면 질식할뻔했네.." 나는 겨우 긴 한숨을 내쉴수 있었다. 그때 코끝을 스쳐가는 라벤더 향기.. 그녀의 냄새다. 그녀의 흔적을 쫓아간 내눈에 저쪽에서 뭔가를 열심히 설명을하고 있는 그녀가 보인다. 또 내 영혼이 빠져나가는것같다..
수업이 끝나고 스케치북을 걷어갔다. 서로 자기가 들고 가겠다고 난리다. 나도 그러고싶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그냥 멍하니 그녀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또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차.. 또다시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바보같은놈..
방긋...
어라?? 뭐였지?
분명 그녀가 살짝 미소를 보냈다. 날 보고 웃은건가? 분명히 바보같다고 비웃은걸꺼야... 아씨.... 그녀가 교실을 나갈때까지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그녀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것같고, 그녀의 향기가 코끝에 맴도는것 같다. 이게 사랑일까? 지금까지 수십명의 또래 소녀들과 가끔 고등학생 누나들까지 고백을 해왔지만, 부끄러움 말고는 한번도 이런 감정을 느껴본적이 없었는데...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아~ 이제 그녀를 보려면 1주일을 기다려야하는건가.. 뒹굴뒹굴.. 하아~~~ 이유없이 한숨만 자꾸 터져나온다.
"학교에서 무슨일 있었어?" 일을 마치고 막 씼고 들어온 형이 내 이상한 행동을보고 묻는다.
"아.. 아니. 일은 무슨"
고개를 갸웃했지만, 더 캐묻지않고 형은 식사를 하고 이내 잠이 들었다.
밤새 뒤척이던 나는 다음날 수업시간 내내 비몽사몽인 상태로 있었다.
종례시간.. "이상, 딴길로 새지말고 전부 집으로 곧장 가도록" 항상 똑같은 맨트로 종례를 마무리하고 교실을 나가는 담임. 휴~ 힘든하루네. 가방을 들고 뒷문을 통해 교실밖으로 나가려는데 왠 머리가 창문위로 삐쭉삐쭉 나왔다 사라졌다한다. 뭐지? 다른반 녀식이 친구기다리나? 문을 드르륵 여는데 뭔가 끼는 느낌과함께 "아야~"하는 하이톤의 비명이 들린다. "헉! 뭐야.." 놀라서 문밖으로 나가보니 거기엔 날개잃은 천사가 손가락을 부여잡고 잔뜩 아픈표정과 원망에 찬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컥.... 숨이...." 세상에 왠 여자가 이렇게 귀여운거야....
"죄..죄송합니다!!, 많이 다치셨어요?" 난 어쩔줄 몰라 허둥대며 연신 허리를 굽히며 사죄를 했다.
내 사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매서운 눈으로 날 째려본다. "아이구야.. 이쁜줄만 알았더니 왜 저렇게 무서운거야.. 난 죽었다" 식은땀이 주루룩 흐른다.
"신태우!, 따라와"
"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앞서가는 그녀의 뒤를 졸졸 따랐다.
"응? 근데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명찰도 벌써 윗주머니에 밀어넣었는데?"
그녀가 앞장서 들어간곳은 미술실이었다. 싸한 유성물감 냄새.. 참좋다... 잠시 내 처지도 잊고 미술실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데 "탁!"하고 뭔가 머리를 친다.
눈앞에는 그녀가 입을 앙다문채 허리에 손을 턱하니 올리고 나를 올려보고있다. 애고... 죄지어서 끌려온걸 깜빡했네.. 고개가 푹 수그려진다. "죄송합니다..."
"히히히~ 재밌다~ 너 되게 귀엽다~" 언제 그랬냐는듯이 그녀가 개구장이처럼 웃으며 바짝 얼굴을 갖다댄다.
깜짝 놀란 나는 엉겁결에 한발을 뒤로 물리며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내 이런 반응을 즐기는지 신기하다는듯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요리조리 살핀다. 무슨 새로운 동물이라도 봤나....
"칫.. 어제는 자기도 쩔쩔 맸으면서..."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밖으로 뱉어내지는 못하고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었다.
"너 키가 몇이야?"
"네?"
"키말야. 키가 얼마냐구~"
"178인데요.."
"우아~ 요즘 중학생들은 다 그렇게 크니? 너 얼굴도 잘생기고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겠다~~"
"뭐야 이 선생님..ㅡㅡ;"
"참참, 너 그림 어디서 배웠어?"
"....? 학교에서요.."
"응? 학교? 뭐 학원이나 개인교습 받은건 없고?"
"네.. 그냥 수업시간에 배운게 전분데요.."
가만있어도 큰 수림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뭐 이런 괴물이 다있어..."
"정말 그림 배운적이 없단 말이지??" 재차 확인하듯 수림이 물어온다.
"예....."
"세상엔 정말 천재란게 있구나.. 우리 학교에도 천재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걔들은 이애에 비하면 평범 그자체야"
"천중천"이라더니..."
사실 수림이 명문 미대를 다니면서 교직을 선택한건 자신의 재능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때까지만해도 나름 자신도 천재라고 믿었는데 대학에 입학한 후 그 믿음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처음에는 따라잡아 보려고 미친듯이 그림에 매달려도봤지만 갈수록 격차는 벌어져만 가는것 같았다. 교직을 선택한건 어찌보면 현실에 대한 도피였지만, 교생실습 첫날 아직까지 솜톨이 보송보송한 이 어린소년의 그림에서 처음 램브란트의 그림을 봤을때 느꼈던 전율을 느낀것이다. 그녀의 그림을 그리는 재능은 비록 천재라고 하기에는 부족했지만, 그림을 좋아하고 미술을 전공한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어릴때부터 각종 전시회를 돌아다니며 쌓아올린 그림을 보는 눈만큼은 어느 전문가 못지 않았다. 태우의 스케치북을 한장한장 넘길때마다 그녀는 "전율"을 느꼈다. 이건 분명히 천재다..
기교적인 부분에서는 미숙한 부분이 있지만, 표현력이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기술은 가르치면 되지만 감각은 타고나지 않으면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이 소년의 감각은 3년간 최고의 명문대에서 그림을 배운 자신을 이미 뛰어넘고 있었다. 아니 자기가 봤던 누구랑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이애를 가르쳐보고 싶다.. 지금 그녀의 머리에는 온통 그생각 뿐이었다.
"신태우!! 너 그림 정식으로 배워보지 않을래?"
"네. 네?"
갑작스런 제안에 어안이 벙벙하다. 그림이라니.. 분명 난 그림그리는걸 좋아하지만 정식으로 배워보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설혹 그러고싶어도 나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있는 형을 생각하면 차마 그럴수도 없다.
"그..글쎄요.. 별로 생각해본적이 없는데요.."
"왜?왜?왜? 너 진짜 그림에 소질있어~ 정식으로 배우면 너 분명히 굉장할꺼야~ 내가 보증할께~"
그녀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얼굴을 들이밀며 열변을 토한다. 라벤더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내가 아무말도 못하고 당황해하자 그녀는
"왜? 집에서 못하게하셔?"
"아마도 그럴껄요..."
아마도 그럴것이다. 그림을 그리겠다고하면 형은 분명 실망할것이다. 형이 싫어하는 일은 절대 할수없다..
"흐음.... 저기.. 내가 부모님 한번 만나뵈면 안될까? 응?"
"에~~~~~~~~~~~~~~~~~~~~~~~~~~~~~!!!"
"그건 좀.... 곤란한데요...."
"왜? 부모님이 되게 엄하시니?? 야~ 괜찮아~ 내가 이래뵈도 호랑이같은 울 아빠도 녹이는 기술이 있다는거 아니냐~ㅋㅋㅋ"
이여자 생각보다 푼수끼가....
"저.. 부모님 안계시는데요.."
"아... 미..미안해... 난 모르고..."
그녀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다. "풋, 이럴땐 또 귀엽네"
"괜찮아요.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걸요. 그리고 참고로 형이랑 둘이 살아요"
"너 보기보다 남자답구나~ 멋진걸~ 좋아~ 맘에 들었어~ 남자라면 그래야지~ 암~~"
"ㅎ~ 오바하시는거 보이거든요" 사랑스럽다... 겨우 중학생 주제에 성인인 여성에게 이런 생각을 한다는게 우습게 들리겠지만, 그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럼 형을 한번 만나보고싶은데.."
"헉.. 이여자 끈질기다...ㅡㅡ;"
"저기.. 형이 바빠서 학교에 올 시간이..."
"내가 찾아가면 되지~, 당장 가자~"
"예~~???, 그..그건 좀.."
"왜?? 안되니???"
그녀가 두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쳐다본다.. 그 눈을 쳐다보면 차마 그렇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쓸께요.. 야설이 야설답지 않아서 실망하실지 모르겠네요.. 차츰 야설스럽게 변해갈테니 좀 참아주시고 응원해주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