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시여.......... -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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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8:02 조회 1,187회 댓글 0건본문
토요일은 평일보다 몆시간 일찍 끝난다.
퇴근하고 나왔는데 아직 해가 중천이다.
애란이를 정문에서 만나 같이 걸어 가는데 헤어지기가 싫었다.
"애란씨.............시간 있어요?............."
"지금요?..............."
"예..............우리 공원에 바람 좀 쐬러 가요..............."
잠시 생각을 하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선뜻 승낙한 그녀가 앞장 서서 걸어 갔다.
그녀의 기분이 좋아 보여 나도 덩달아 마음이 붕 뜨는게 가슴이 설레였다.
ㅇㅇㅇ대공원은 걸어서 가도 될 만큼 그리 멀지 않았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이 들끌었다. 그녀와 나는 누가 보든 연인이라 생각 될 만큼 자연스러웠다.
공원 입구에서 솜 사탕을 하나씩 사서 들고는 공원을 잠시 걷다가 내가 그녀의 손을 잡자
별다른 제지 없이 그냥 내 손을 맞 잡았다.
무척 용기를 내어서 잡았는데 의외로 쉽게 받아주는 그녀가 고마웠다. 그녀는 무척 기분이 좋아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듯 했지만 나한텐 정말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다.
그녀의 손은 다른 손에 든 솜사탕보다 더 부드러웠다.
주변의 경관도 눈에 들어 오지 않았고 오로지 맞잡은 그녀의 손에 만 온 신경이 가고 있었다.
그녀는 솜 사탕을 먹으면서 내 손을 잡고 소녀처럼 좋아했다.
"우~~~~흡...........공기가 정말 좋아요............가까운데 이렇게 좋은데가 있는데........
이런 여유를 느껴보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아이들과 자주 안 나오나요?..................."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만들어졌다.
그녀가 웃을 땐 세상의 모든게 기쁘게 보이지만 그녀가 우울해하자 온 세상이 깜깜해지는 듯 했다.
그녀의 분위기가 그래서 더 물어 보기 민망했다.
"그러고 싶은데.............잘 안되네요...................
내일은 애들 데리고 한번 와야겠어요..............."
그녀의 기분을 풀어 주고 싶었다.
"혹시 자리 하나 나면 저도 끼워 주세요....................."
"글쎄요.................철봉씨가 낄만한 자리가 있을지....................."
그녀는 나를 위아래로 훓어 보면서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내가 아무말 없이 무표정하게 서 있자 그녀가 더 크게 웃었다.
아..........정말 큰 덩치가 싫다............"
중간 쯤 돌다가 매점앞에 있는 파라솔 의자에 앉았다.
"애란씨 음료수 드실래요?....................."
"아뇨..............음~~~~~.....전 아이스크림요................"
"바로 대령합죠................"
난 아이스크림과 캔 맥주를 사서 돌아 왔다.
내 손에 든 캔 맥주를 보더니 그녀가 말했다.
"뭐예요.............맥주 마실줄 알았으면 나도 마실걸.................."
난 두말 않고 다시 매점으로 달려가 캔 맥주를 하나 더 사서 왔다.
다시 파라솔로 왔을 땐 그녀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이뻤다.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혀로 먹는 모습에 내 기둥에 힘이 잔뜩 들어 갔다.
우린 공원을 구경 할 생각을 접고는 그 곳에 앉아서 맥주를 먹다 보니 열개 정도를
먹고 말았다. 물론 대부분은 내가 마셨지만 그녀도 세개쯤 마셨다.
그녀의 얼굴이 술 기운과 지는 석양빛을 받아 발그레하게 달아 올랐다.
"애란씨 술 잘 드시네요...................."
"호호.......그러게요.............저도 놀랐어요..........."
지금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어느덧 해가 완전히 기울어 주변에 그늘이 생겼다.
그녀와 난 말없이 지는 해를 보면서 각자의 생각에 빠졌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지만 이렇게 그녀와 있는 이 순간이 난 너무 좋았다.
그렇게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우리는 그 곳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데이트를 즐겼다.
누가 먼저 일어나자고 말을 못 했다. 무언가 아쉽고 헤어지기 싫어 하는 마음이 분명 통했다.
그녀를 보면 언제나 애뜻하고 이유없이 가슴이 철렁 내려 앉고 아팠다.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우리가 공원을 나왔을 땐 거리가 완전히 캄캄했다.
그녀는 술 기운에 용기가 생겼는지 공원을 나오면서 내 팔짱을 꼈다.
"내가 이래도 될라나?...........아~~~~~~~~~~ 좋다................."
"이제부터 내 팔은 애란씨를 위해 언제든지 비워 두겠습니다."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자 그녀가 온 얼굴로 웃었다.
"그러면 안되요...........철봉씨도 좋은 여자 만나야죠............."
"이미 만난걸요................"
난 술 기운과 좋은 분위기를 틈 타 그녀에게 내 마음을 고백 했다.
"전 철봉씨가 참 좋아요.............그냥 처음 볼 때부터 왠지 낮설지 않고 편했어요..........
계속 그러고 싶어요....................."
이래서 난 이 여자가 좋다.
헤프지 않고 자기를 다스리면서 나에게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어 주는 이 여자가 너무 좋다.
"저도 그랬습니다.........그런데................................."
내가 말을 멈추자 그녀가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눈을 맞췄다.
어떤 말이라도 다 들어줄 것 같은 얼굴이었다.
"말해보세요................"
"떨어져 있으면 그립고 보면 애뜻해지는 내 마음을 나도 어쩔 수가 없네요.............."
난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말았다.
이 말 때문에 그녀와 멀어질 수도 있지만 더 이상 내 마음을 감추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안되요.............난 자격도 없고.........그리고 자신도 없어요..................."
"예 알아요.............그냥 애란씨한테 내 마음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녀가 나를 조용하게 바라 봤다.
그녀의 눈은 많은 말을 했다. 안타까움과 기쁨, 갈등과 또 어떤 기대감까지.........
많은 감정이 담긴 눈으로 나를 봤다.
난 그 눈을 보면서 더 이상 말을 할수 없었다.
그녀의 눈을 보는데 가슴이 아리하게 아파 왔다.
아마 그녀도 내 눈을 보면서 내 감정을 느낀 듯 했다.
우린 말 없이 집으로 걸었다.
그녀의 집 근처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를 정도로 많은 생각을 했다.
"철봉씨.........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예...........저도요..........."
"조심해서 가요................"
"예..........들어가요................"
내가 먼저 돌아 섰다.
그녀의 뒷 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러면 그녀를 보내지 못 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우울해졌다.
다음 날은 어떤 의욕도 안 생겨 하루 종일 방에서 뒹굴었다.
그녀 생각을 안 할려고 해도 어느 순간 내 머리속엔 온통 그녀의 생각으로 가득했다.
"지금 쯤 그녀는 남편과 애들을 데리고 공원을 거닐라나....................."
"젠장.................."
종내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심사가 뒤틀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 났다.
옷을 대충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현관 앞에 십분 가까이 서있었다.
갈 곳이 없었다.
다시 집으로 들어 갈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른 전화를 받았는데 생소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시죠?................"
"조 주임 나 사장인데...............어딘가?..............."
"아....예..........집입니다............."
"잠깐 회사로 올 수 있나?................."
"예........곧 가겠습니다..............."
시발..........돈 몆푼 받은 죄가 있으니 어쩌겠는가
회사에 도착했는데 조용했다. 현장으로 들어가니 사장은 그 곳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어......왔는가?...........남자 직원중에 혼자 사는 사람이 조 주임밖에 없어서
쉬는데 미안하구만..................."
"아닙니다..........그런데 무슨 일로........."
"아....여긴 아니고 집에 할 일이 있는데 여자인 내가 할려니 엄두가 안나서..............
다 끝났으니까 조금만 기다리게................"
"예.................."
이 무슨 화창한 날 벼락치는 소린가.............
"젠장..........팔자에도 없는 노가다나 하게 생겼구만"
사장은 식탁포를 만드는 듯 했다. 사장은 아담한 체격에 곱상한 외모를 지녔지만 성격이 괄괄하고
사장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조금 어려웠다. 얼굴 나이는 속일 순 없지만 그래도 봉제 공장 사장이라
패션 감각도 좋고 몸매도 갸날픈게 보기는 좋았다.
그래도 왠지 어렵고 음흉한 마음을 품을 수 없는 기품이 있었다.
사장이 사는 아파트에 도착해 보니 이사하는 집 같았다.
"이사하세요?.................."
"아니 황 과장이 집을 얻어 나갔어..............."
황 과장은 이혼한 사장 동생이었다. 경리일을 보는 사장 동생을 편의상 우리는 황 과장이라 불렀다.
"아 그려셨군요........"
"침대도 옮겨야 하고 큰 짐이 많아서...........도와 주게......."
가구를 다시 옮기고 침대도 큰 방으로 옮기고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을 하는데
돈 좀 있는 여자가 집엔 선풍기 한 대가 전부여서 켜나 마나 였다.
청소까지 끝나고 나자 날이 저물어 밖은 컴컴했다.
"배고프지..........집에 아무것도 없으니......... 조금만 기다리게 음식을 좀 시켜야겠어.........."
"괜찮습니다..........집에 가서 먹으면 됩니다.................."
"무슨 소리야.............먹고 가게........."
막상 일이 끝나고 앉아 있자니 뻘쭘했다.
몸에 선 땀 냄새가 진동을 하고 양말 바닥도 시커매져서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싶은 생각뿐이였다.
"조 주임.............음식 오는 동안 쫌 씻지..............."
헉..........눈치가 장난 아니다.
"아니 괜찮습니다..............집에 가서 하면 됩니다.................."
"젊은 사람이 뭘 그리 가리나...........얼른 씻고 나오게............."
수건까지 챙겨 주면서 화장실로 내모는 사장의 강요에 억지로 들어가 세수만 할려고 마음 먹고 들어가는데
"대충 씻지 말고 아예 목욕까지 하고 나오게.............."
헉..........봉제 공장 사장 말고 아예 작두를 타는게 돈을 더 벌겠다.
매일 회사에서 어려운 사장으로 보다가 이렇게 둘이 같이 일을 하고 나자 사장의 인간적인 면이 보였다.
이것 저것 챙겨 주는 사장을 보자 젖먹이인 나를 팽개치고 자기 살길 찾아간 엄마라는 여자가 떠 올랐다.
옷을 벗어 던지고 찬물을 뒤집어 쓰고는 사장 말대로 목욕을 했다.
내가 사는 방 만한 화장실에서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씻었다.
역시 돈은 있고 봐야 한다.
목욕이 거의 끝났을 때쯤 사장이 문을 두드렸다.
"여기 옷 있으니까 이걸로 갈아 입게...................."
화장실 문을 빼꼼히 열어 보니 옷이 있었다.
옷을 갈아 입고 한 참 고민을 했다.
"시발............. 이대로 나가야하나............. "
한 참 동안 고민을 하는데 사장이 불렀다.
내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자 음식이 왔는지 사장이 열심히 차리고 있었다.
"뭐가 그리 오래 걸리.....................프~하하하하"
사장이 배를 잡고 웃었다.
이해 할 수 있다. 내가 봐도 웃긴다.
티는 완전히 배꼽티에 반바지라고 준 건 완전 삼각 팬티나 다름 없었다.
"하하하...........조카놈이 입던 거라 왠만큼 맞을 줄 알았더니 조 주임 덩치를 생각 못 했네........
이를 어쩌나..........남자 옷은 그것뿐인데.................."
조금 난감 했다.
다행이 식탁이라 억지로 앉았지만 만약 바닥에 앉으라 했으면 분명 반바지는 터져 나갔을 것이다.
식탁 위에는 중국 요리가 먹음직스럽게 펼쳐져 있었다.
"이정도는 다 먹을 수 있겠지?.............."
"허허.........그럼요..............."
사장이 손수 소주를 따라 주었다.
조그만 종이컵을 내밀길래 난 물컵을 들고 받았다.
"하하.......역시 남자라면 그 정도는 되야지..............이거 술이 모자라겠는데................"
"사장님도 한 잔 하시죠.............."
형식적으로 뱉은 말인데 사장이 조그만 종이컵을 내밀었다.
"그럼 오늘은 한 잔만 해 볼까?............."
건배를 하고 난 물컵에 든 소주를 다 마셔 버렸다.
바로 사장이 내 잔을 채워 주고 난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조 주임은 만나는 아가씨 없나?................"
"예 ..........아직.............."
애란이가 생각 났다.
뒤 따라 은희와 경숙이도 떠 오르고 사장 동생도 떠 올랐다.
얼른 고개를 흔들어 사장 동생은 지웠다.
"장가 가게 되면 내가 큰 살림 하나 해줄테니 서둘러서 찾아 보게.............."
"예......감사합니다..................."
"조 주임.....아니 철봉이가 자식같아서 하는 말이야............."
시비도 안 간 노처녀 사장이 별 말을 다 한다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울컥 올라 왔다.
그런데 사장의 눈빛은 진짜 인것 같았다.
괜히 날 버린 엄마 생각이 다시 났다.
"저도 사장님을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런 말도 하다니...........닭살이 돋았다.
"그래.......한 잔 더하고 음식 식으니까 어서 먹게.............."
"예..................."
술이 들어 가면서 긴장이 풀리자 조금 여유를 찾은 나는 사장과 여러 얘기를 하면서 술을 들이 켰다.
사장은 말과 달리 가끔 건배를 해 주면서 홀짝 홀짝 마신 술이 제법 되자 화장실을 갔다.
한 참만에 나타난 사장은 그새 집에서 입는 옷으로 갈아 입고는 나타났다.
씻었는지 얼굴도 뽀샤시 해져 있었다.
약간 풍성한 치마에 상체는 타이트한 반팔을 입었는데 그 모습이 잘 어울렸다. 술이 왠수다.
그 모습에 나도 몰래 기둥이 일어 서는데 가뜩이나 조이는 반바지를 입어 거북한 상황에서 더
죽을 맛이였다.
다시 마주 앉아 술과 음식을 먹는데 이미 내 머리속엔 사장의 알몸만 떠 올랐다.
사장이 묻는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머리속으론 딴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시발.......확 덮쳐!.........어짜피 하고 나면 말은 못 할테고 둘 밖에 없으니 이보다
좋은 조건이 어디 있나..................."
마음속으로 갈등을 하고 있는데 사장이 다시 일어 섰다.
"중국 음식은 기름끼가 많아서 영...............김치가 어디 있더라.................."
허리를 숙여 냉장고 속을 들여다 보는 사장의 뒷 모습에 난 잠시 이성을 잃었다.
지금은 몰랐지만 이 한 번의 실수로 너무나 큰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퇴근하고 나왔는데 아직 해가 중천이다.
애란이를 정문에서 만나 같이 걸어 가는데 헤어지기가 싫었다.
"애란씨.............시간 있어요?............."
"지금요?..............."
"예..............우리 공원에 바람 좀 쐬러 가요..............."
잠시 생각을 하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선뜻 승낙한 그녀가 앞장 서서 걸어 갔다.
그녀의 기분이 좋아 보여 나도 덩달아 마음이 붕 뜨는게 가슴이 설레였다.
ㅇㅇㅇ대공원은 걸어서 가도 될 만큼 그리 멀지 않았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이 들끌었다. 그녀와 나는 누가 보든 연인이라 생각 될 만큼 자연스러웠다.
공원 입구에서 솜 사탕을 하나씩 사서 들고는 공원을 잠시 걷다가 내가 그녀의 손을 잡자
별다른 제지 없이 그냥 내 손을 맞 잡았다.
무척 용기를 내어서 잡았는데 의외로 쉽게 받아주는 그녀가 고마웠다. 그녀는 무척 기분이 좋아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듯 했지만 나한텐 정말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다.
그녀의 손은 다른 손에 든 솜사탕보다 더 부드러웠다.
주변의 경관도 눈에 들어 오지 않았고 오로지 맞잡은 그녀의 손에 만 온 신경이 가고 있었다.
그녀는 솜 사탕을 먹으면서 내 손을 잡고 소녀처럼 좋아했다.
"우~~~~흡...........공기가 정말 좋아요............가까운데 이렇게 좋은데가 있는데........
이런 여유를 느껴보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아이들과 자주 안 나오나요?..................."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만들어졌다.
그녀가 웃을 땐 세상의 모든게 기쁘게 보이지만 그녀가 우울해하자 온 세상이 깜깜해지는 듯 했다.
그녀의 분위기가 그래서 더 물어 보기 민망했다.
"그러고 싶은데.............잘 안되네요...................
내일은 애들 데리고 한번 와야겠어요..............."
그녀의 기분을 풀어 주고 싶었다.
"혹시 자리 하나 나면 저도 끼워 주세요....................."
"글쎄요.................철봉씨가 낄만한 자리가 있을지....................."
그녀는 나를 위아래로 훓어 보면서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내가 아무말 없이 무표정하게 서 있자 그녀가 더 크게 웃었다.
아..........정말 큰 덩치가 싫다............"
중간 쯤 돌다가 매점앞에 있는 파라솔 의자에 앉았다.
"애란씨 음료수 드실래요?....................."
"아뇨..............음~~~~~.....전 아이스크림요................"
"바로 대령합죠................"
난 아이스크림과 캔 맥주를 사서 돌아 왔다.
내 손에 든 캔 맥주를 보더니 그녀가 말했다.
"뭐예요.............맥주 마실줄 알았으면 나도 마실걸.................."
난 두말 않고 다시 매점으로 달려가 캔 맥주를 하나 더 사서 왔다.
다시 파라솔로 왔을 땐 그녀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이뻤다.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혀로 먹는 모습에 내 기둥에 힘이 잔뜩 들어 갔다.
우린 공원을 구경 할 생각을 접고는 그 곳에 앉아서 맥주를 먹다 보니 열개 정도를
먹고 말았다. 물론 대부분은 내가 마셨지만 그녀도 세개쯤 마셨다.
그녀의 얼굴이 술 기운과 지는 석양빛을 받아 발그레하게 달아 올랐다.
"애란씨 술 잘 드시네요...................."
"호호.......그러게요.............저도 놀랐어요..........."
지금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어느덧 해가 완전히 기울어 주변에 그늘이 생겼다.
그녀와 난 말없이 지는 해를 보면서 각자의 생각에 빠졌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지만 이렇게 그녀와 있는 이 순간이 난 너무 좋았다.
그렇게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우리는 그 곳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데이트를 즐겼다.
누가 먼저 일어나자고 말을 못 했다. 무언가 아쉽고 헤어지기 싫어 하는 마음이 분명 통했다.
그녀를 보면 언제나 애뜻하고 이유없이 가슴이 철렁 내려 앉고 아팠다.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우리가 공원을 나왔을 땐 거리가 완전히 캄캄했다.
그녀는 술 기운에 용기가 생겼는지 공원을 나오면서 내 팔짱을 꼈다.
"내가 이래도 될라나?...........아~~~~~~~~~~ 좋다................."
"이제부터 내 팔은 애란씨를 위해 언제든지 비워 두겠습니다."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자 그녀가 온 얼굴로 웃었다.
"그러면 안되요...........철봉씨도 좋은 여자 만나야죠............."
"이미 만난걸요................"
난 술 기운과 좋은 분위기를 틈 타 그녀에게 내 마음을 고백 했다.
"전 철봉씨가 참 좋아요.............그냥 처음 볼 때부터 왠지 낮설지 않고 편했어요..........
계속 그러고 싶어요....................."
이래서 난 이 여자가 좋다.
헤프지 않고 자기를 다스리면서 나에게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어 주는 이 여자가 너무 좋다.
"저도 그랬습니다.........그런데................................."
내가 말을 멈추자 그녀가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눈을 맞췄다.
어떤 말이라도 다 들어줄 것 같은 얼굴이었다.
"말해보세요................"
"떨어져 있으면 그립고 보면 애뜻해지는 내 마음을 나도 어쩔 수가 없네요.............."
난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말았다.
이 말 때문에 그녀와 멀어질 수도 있지만 더 이상 내 마음을 감추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안되요.............난 자격도 없고.........그리고 자신도 없어요..................."
"예 알아요.............그냥 애란씨한테 내 마음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녀가 나를 조용하게 바라 봤다.
그녀의 눈은 많은 말을 했다. 안타까움과 기쁨, 갈등과 또 어떤 기대감까지.........
많은 감정이 담긴 눈으로 나를 봤다.
난 그 눈을 보면서 더 이상 말을 할수 없었다.
그녀의 눈을 보는데 가슴이 아리하게 아파 왔다.
아마 그녀도 내 눈을 보면서 내 감정을 느낀 듯 했다.
우린 말 없이 집으로 걸었다.
그녀의 집 근처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를 정도로 많은 생각을 했다.
"철봉씨.........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예...........저도요..........."
"조심해서 가요................"
"예..........들어가요................"
내가 먼저 돌아 섰다.
그녀의 뒷 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러면 그녀를 보내지 못 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우울해졌다.
다음 날은 어떤 의욕도 안 생겨 하루 종일 방에서 뒹굴었다.
그녀 생각을 안 할려고 해도 어느 순간 내 머리속엔 온통 그녀의 생각으로 가득했다.
"지금 쯤 그녀는 남편과 애들을 데리고 공원을 거닐라나....................."
"젠장.................."
종내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심사가 뒤틀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 났다.
옷을 대충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현관 앞에 십분 가까이 서있었다.
갈 곳이 없었다.
다시 집으로 들어 갈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른 전화를 받았는데 생소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시죠?................"
"조 주임 나 사장인데...............어딘가?..............."
"아....예..........집입니다............."
"잠깐 회사로 올 수 있나?................."
"예........곧 가겠습니다..............."
시발..........돈 몆푼 받은 죄가 있으니 어쩌겠는가
회사에 도착했는데 조용했다. 현장으로 들어가니 사장은 그 곳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어......왔는가?...........남자 직원중에 혼자 사는 사람이 조 주임밖에 없어서
쉬는데 미안하구만..................."
"아닙니다..........그런데 무슨 일로........."
"아....여긴 아니고 집에 할 일이 있는데 여자인 내가 할려니 엄두가 안나서..............
다 끝났으니까 조금만 기다리게................"
"예.................."
이 무슨 화창한 날 벼락치는 소린가.............
"젠장..........팔자에도 없는 노가다나 하게 생겼구만"
사장은 식탁포를 만드는 듯 했다. 사장은 아담한 체격에 곱상한 외모를 지녔지만 성격이 괄괄하고
사장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조금 어려웠다. 얼굴 나이는 속일 순 없지만 그래도 봉제 공장 사장이라
패션 감각도 좋고 몸매도 갸날픈게 보기는 좋았다.
그래도 왠지 어렵고 음흉한 마음을 품을 수 없는 기품이 있었다.
사장이 사는 아파트에 도착해 보니 이사하는 집 같았다.
"이사하세요?.................."
"아니 황 과장이 집을 얻어 나갔어..............."
황 과장은 이혼한 사장 동생이었다. 경리일을 보는 사장 동생을 편의상 우리는 황 과장이라 불렀다.
"아 그려셨군요........"
"침대도 옮겨야 하고 큰 짐이 많아서...........도와 주게......."
가구를 다시 옮기고 침대도 큰 방으로 옮기고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을 하는데
돈 좀 있는 여자가 집엔 선풍기 한 대가 전부여서 켜나 마나 였다.
청소까지 끝나고 나자 날이 저물어 밖은 컴컴했다.
"배고프지..........집에 아무것도 없으니......... 조금만 기다리게 음식을 좀 시켜야겠어.........."
"괜찮습니다..........집에 가서 먹으면 됩니다.................."
"무슨 소리야.............먹고 가게........."
막상 일이 끝나고 앉아 있자니 뻘쭘했다.
몸에 선 땀 냄새가 진동을 하고 양말 바닥도 시커매져서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싶은 생각뿐이였다.
"조 주임.............음식 오는 동안 쫌 씻지..............."
헉..........눈치가 장난 아니다.
"아니 괜찮습니다..............집에 가서 하면 됩니다.................."
"젊은 사람이 뭘 그리 가리나...........얼른 씻고 나오게............."
수건까지 챙겨 주면서 화장실로 내모는 사장의 강요에 억지로 들어가 세수만 할려고 마음 먹고 들어가는데
"대충 씻지 말고 아예 목욕까지 하고 나오게.............."
헉..........봉제 공장 사장 말고 아예 작두를 타는게 돈을 더 벌겠다.
매일 회사에서 어려운 사장으로 보다가 이렇게 둘이 같이 일을 하고 나자 사장의 인간적인 면이 보였다.
이것 저것 챙겨 주는 사장을 보자 젖먹이인 나를 팽개치고 자기 살길 찾아간 엄마라는 여자가 떠 올랐다.
옷을 벗어 던지고 찬물을 뒤집어 쓰고는 사장 말대로 목욕을 했다.
내가 사는 방 만한 화장실에서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씻었다.
역시 돈은 있고 봐야 한다.
목욕이 거의 끝났을 때쯤 사장이 문을 두드렸다.
"여기 옷 있으니까 이걸로 갈아 입게...................."
화장실 문을 빼꼼히 열어 보니 옷이 있었다.
옷을 갈아 입고 한 참 고민을 했다.
"시발............. 이대로 나가야하나............. "
한 참 동안 고민을 하는데 사장이 불렀다.
내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자 음식이 왔는지 사장이 열심히 차리고 있었다.
"뭐가 그리 오래 걸리.....................프~하하하하"
사장이 배를 잡고 웃었다.
이해 할 수 있다. 내가 봐도 웃긴다.
티는 완전히 배꼽티에 반바지라고 준 건 완전 삼각 팬티나 다름 없었다.
"하하하...........조카놈이 입던 거라 왠만큼 맞을 줄 알았더니 조 주임 덩치를 생각 못 했네........
이를 어쩌나..........남자 옷은 그것뿐인데.................."
조금 난감 했다.
다행이 식탁이라 억지로 앉았지만 만약 바닥에 앉으라 했으면 분명 반바지는 터져 나갔을 것이다.
식탁 위에는 중국 요리가 먹음직스럽게 펼쳐져 있었다.
"이정도는 다 먹을 수 있겠지?.............."
"허허.........그럼요..............."
사장이 손수 소주를 따라 주었다.
조그만 종이컵을 내밀길래 난 물컵을 들고 받았다.
"하하.......역시 남자라면 그 정도는 되야지..............이거 술이 모자라겠는데................"
"사장님도 한 잔 하시죠.............."
형식적으로 뱉은 말인데 사장이 조그만 종이컵을 내밀었다.
"그럼 오늘은 한 잔만 해 볼까?............."
건배를 하고 난 물컵에 든 소주를 다 마셔 버렸다.
바로 사장이 내 잔을 채워 주고 난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조 주임은 만나는 아가씨 없나?................"
"예 ..........아직.............."
애란이가 생각 났다.
뒤 따라 은희와 경숙이도 떠 오르고 사장 동생도 떠 올랐다.
얼른 고개를 흔들어 사장 동생은 지웠다.
"장가 가게 되면 내가 큰 살림 하나 해줄테니 서둘러서 찾아 보게.............."
"예......감사합니다..................."
"조 주임.....아니 철봉이가 자식같아서 하는 말이야............."
시비도 안 간 노처녀 사장이 별 말을 다 한다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울컥 올라 왔다.
그런데 사장의 눈빛은 진짜 인것 같았다.
괜히 날 버린 엄마 생각이 다시 났다.
"저도 사장님을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런 말도 하다니...........닭살이 돋았다.
"그래.......한 잔 더하고 음식 식으니까 어서 먹게.............."
"예..................."
술이 들어 가면서 긴장이 풀리자 조금 여유를 찾은 나는 사장과 여러 얘기를 하면서 술을 들이 켰다.
사장은 말과 달리 가끔 건배를 해 주면서 홀짝 홀짝 마신 술이 제법 되자 화장실을 갔다.
한 참만에 나타난 사장은 그새 집에서 입는 옷으로 갈아 입고는 나타났다.
씻었는지 얼굴도 뽀샤시 해져 있었다.
약간 풍성한 치마에 상체는 타이트한 반팔을 입었는데 그 모습이 잘 어울렸다. 술이 왠수다.
그 모습에 나도 몰래 기둥이 일어 서는데 가뜩이나 조이는 반바지를 입어 거북한 상황에서 더
죽을 맛이였다.
다시 마주 앉아 술과 음식을 먹는데 이미 내 머리속엔 사장의 알몸만 떠 올랐다.
사장이 묻는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머리속으론 딴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시발.......확 덮쳐!.........어짜피 하고 나면 말은 못 할테고 둘 밖에 없으니 이보다
좋은 조건이 어디 있나..................."
마음속으로 갈등을 하고 있는데 사장이 다시 일어 섰다.
"중국 음식은 기름끼가 많아서 영...............김치가 어디 있더라.................."
허리를 숙여 냉장고 속을 들여다 보는 사장의 뒷 모습에 난 잠시 이성을 잃었다.
지금은 몰랐지만 이 한 번의 실수로 너무나 큰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