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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 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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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11:40 조회 1,39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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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미치도록 그리운



그는 매일 꽃을 보내왔다.

회사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보니 생각만큼 짬이 잘 안 난다 했다.

업무차 잠시 나왔다 커피 한잔 마시고 가는 게 고작일 정도였지만 단 하루도 꽃을 빠뜨리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꼭꼭 사랑의 메시지를 끼워 보냈다.

사랑이라기보단 청혼이라 해야 맞을지 모른다.

그가 찾은 첫 만남에서 그 의사를 전해 왔으나 내가 제대로 답을 안 주었기 때문이다.

전화를 걸어와도, 전화를 해도 늘 정중한 목소리... 흔들리지 않는 담당함... 거기다 나무랄 데 없는 매너까지 점점 내가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은 꽃 배달원이 아닌 그의 부하직원이 꽃을 들고 나타났는데 마침 이쪽에 일이 있어 나간다 하니까 꽃 심부름을 시키더라 했다.

물론 그 전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오늘은 꼭 자기가 오려 했는데 마침 이리로 오는 부하가 있어 대신 보낸다고...

나는 그에게 커피를 한잔 대접하며 그의 상관인 하 부장!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단번에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당연 캡이죠! 능력 있죠, 상관에게 공손하죠, 부하에게 인자하죠, 거기다 열정적인 데쉬력... 아마 내년쯤 중역으로 진급하실 거요!"라 했다.



"집에도 가 보셨나요?"

"그럼요. 제가 벌써 부장님을 10년이나 모셨는걸요."

"그럼 너무 잘 아시겠군요?"

"하모요. 좀 부풀리면 부장님 집 숟가락 숫자와 어느 숟가락은 몇 도로 휘어져있나 까지도요. 헤헤..."

"호호호... 김과장님이라 했어요? 참 재미 있으시네요!"

"뭘요... 모처럼 환한 꽃 같으신 분을 뵈니 기분이 업 되어서겠죠..."

"아이 참, 농담도 짓궂게 하셔... 그런데 그 분 집에선 어땠나요?"

"역시 캡이죠. 보면 몰라요? 그런데 사모님께서 너무 일찍 가셔서 그게 참 안타깝죠."

"어떻게 가셨는데요?"

"얘기 안 하셨군요. 자궁암으로 거의 3년을 고생하시다 결국은 하늘나라로..."



이제 더 물어볼 말은 없다.

그도 그걸 아는 양 업무를 핑계 삼아 총총 발길을 돌렸다.

내 가슴은 활활 불붙기 시작했다.

그가 꽃 속에 넣어 온 말이던가?



"그대는 타서 꽃이 되소서! 재는 내가 되겠나이다!"



나는 이미 시뻘건 불꽃이 된 전신을 태우고 있었다.

당장 만나고 싶다고 전화를 넣었다.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를 보며 생선회를 먹고 싶어요!"라고...



그는 좀 늦은 시간이라도 괜찮겠냐고 물어왔다.

오늘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 아마도 좀 늦어질 거 같다며...

나는 밤을 새서라도 기다리겠다 했다.

아들에겐 미안했다.

요즘 아들에게 통 신경을 못 쓴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온통 그 남자에게 정신이 팔려있다 보니까 그런 거라는 걸 나는 안다. 그래서 더욱 미안한 거다.

이래선 안 되지! 나는 가게문을 좀 일찍 닫고 아들을 챙기고 그를 만날 심산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속에서 오늘 그에게 결혼 승낙을 해야지 않겠느냐고 그 생각에만 몰두 해 있었다.

그래서 내릴 곳이 지나치는 것도 모르고 한 정거장 더 간 후 내려 도로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그 중에도 그이 생각만 했다.

뒤에서 달려온 누군가가 날 불끈 안았을 때야 정신을 차렸다.

아들이었다.



"네가 어떻게...?"

"엄마도 참? 요 위가 우리 학교잖아!"

"아- 아 그렇지! 엄마가 갑자기 놀라서 그런가봐..."

"엄마 오늘 고기 먹자? 노래방도 가고...?"

"오늘은 안 돼! 오늘 엄마 친구 만나야 하거든... 그래서 일찍 나온 거거든... ......?"



남자 만난다는 얘긴 할 수 없었다.

그 얘길 어찌 아들에게 하랴?

시무룩해진 아들이 앞질러 걸어갔다.

다소 뛰면서 뒤따라가 팔을 잡고 "대신 맛있는 거 사줄 게"라 했지만 기분이 풀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나는 다소 수다스런 목소리로 피자, 햄버그, 자장면, 핫도그, 스파게티, 떡볶이.... 등등 그가 좋아할 만한 모든 메뉴를 쭉 나열하며 선택하라 아양을 떨었다. 둘이라도 좋다고 했다.

그러나 아들은 퉁명하게 "그냥 집에서 밥 먹을래!"라 말하곤 더 빨리 걸어갔다.

작은 내 보폭으론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저쯤 앞서 도망치는 아들이 왠지 야속했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 오늘 중요한 얘길 전하러 가려는데 도무지 도와주지 않는 아들이 미웠다.

그래도 어쩌랴? 내 삶에선 남자보다 아들이 우선 순위인걸...



피자는 시간이 걸린다하여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핫도그 런치세트를 사들고 집으로 들어섰을 때 아들은 제 방 침대에 벌렁 누워 있었다.

무언의 시위였다.

물론 오늘만의 불만이 아닐 것이다.

근래 신경을 써주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오늘 드디어 표출하는 것이리라.

핫도그 세트를 데워 식탁 위에 얹어 넣고... 밥도 반찬들과 함께 꺼내 넣고 아들을 불렀지만 아들은 나오지 않았다.

슬금슬금 화가 나기 시작하고... 화를 내버릴까 한번 더 달래볼까를 고민하고 있는 데 핸드폰이 울렸다.

그 남자였다.

시간을 좀 당겨 나갈 수 있을 거 같다는 말이었다.

아들이 저러니까 반가움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나가지 말아버릴까도 생각했다.

김이 빠져버린 거다.



그 기분으로 아들 방에 다시 들어갔다.

화를 내서 될 일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벌렁 누워있는 아들의 허리에 손을 넣어 일으켜 품에 안으려 했다.

여자인 내가 나보다 훨씬 커버린 그의 무게를 어찌 끌어올리랴...?

아들을 일으킨다는 것이 나마저 눕고 말았다.

하하하... 호호호...

느닷없이 터져 나온 웃음... 칠칠치 못한 내 행동에 대한 웃음이었다.

아니다, 엄마 좀 잘 봐달라는 아양의 웃음이었다.

내 웃음에 아들도 히죽 웃었다.

이만하며 아들의 기분도 반쯤은 풀렸으리... 물론 나만의 생각이었지만.

한참 웃다보니 내 모습이 이상했다.

아들 위에 정면으로 엎어져 있는... 좀 심하게 표현하면 성행위 모습 같기도 했다.

나는 아들이 그런 기분이 안 들게 우선 옆으로 조용히 굴러 내려와 잠시 나란히 누운 뒤 다시 몸을 퉁겨 일어나려 했다.

그런데... 그때 아들이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며 날 불끈 껴안아 버리는 거였다.



"왜 이래, 아들...???"



그 말 밖에 할 다른 말이 없었다.

아들은 한동안 날 꼭 껴안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지금 아들이 뭘 상상할까?는 이미 내 머리 속에 없었다.

어떻게 벗어날까 뿐이었다. 어떻게 달래 놓고 나가야 아들의 불만이 더 이상 커지지 않을까 뿐이었다.

창으로 벌써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내 가게 가까이 왔는지도 모른다.

아들이 내 손을 쥐었다.

순간 짜르르... 전기가 일었다. 그 남자도 아닌데...



"엄마가 지금 바쁘거든...! 정말 시간이 없거든...?"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 손을 그의 바지 위로 덥석 갖다 놓는 거였다.

내가 말을 실수한 모양이다. 아들에게 오해를 일으킬 말이었나 보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채칵채칵 시계바늘 돌아가는 소리가 경마장의 말발굽 소리만큼 빨리 느껴졌다.

늦가을로 접어든 탓에 어둠은 금새 방안을 덮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황혼은 더욱 아름다워지지만 그 길이는 짧은 법이다.

벌써 밤으로 접어든 거다.

점점 짙어지는 어둠 속에 아들을 바라보았을 때 조금은 울 듯한... 이미 울먹이는 듯한 표정이었다.



"씻고 와!"



나의 짧은 그 한 마디에 아들은 벌떡 일어나 신이 나서 뛰어나갔다.

내가 점점 늪을 판다.

스스로 몸부림치며 늪을 점점 넓혀 결국 내 몸이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한다.

연옥(煉獄)에 피어난 연(蓮)처럼 나는 지금 그 늪 속에 구멍 숭숭한 뿌리를 내리고 내 몸이 썩은 자양분을 뽑아 올려 도도한 꽃을 피우는 허망한 망상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

내 영혼이 녹은 위에 돋아난 우담바라를 꿈꾸는 건 아닐까?

써늘한 바람과 함께 아들이 들어와 누웠다.

이미 내 손엔 휴지가 뽑혀져 있고, 날 재촉하는 초침 소리는 태엽의 한계를 넘어서 있었다.

내 손이 가자 아들 스스로 바지를 내렸다.

팬티도 내리고... 손에 잡기 좋게 그의 몸 자세도 움직여주었다.

적극적인 협조라 해야 할까? 이미 한번 거친 순서를 잘 따른다 해야 할까?

어쨌든 아들에게나 나에게나 난 이미 기계에 지나지 않았다.



아들의 눈이 내려보고 있었다.

저번처럼 가릴까 하다가 오히려 빨리 끝나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버려 두었다.

그러나 이미 아들은 몸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시간을 끄는 법을 섭렵하고 있는 듯 했고, 강도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등 내가 생각하는 거보다 훨씬 노련해져 있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초침소리는 점점 커져만 가고 에워싼 어둠도 그 만큼 두꺼워져 가고...

이러다 상황이 끝나기도 전에 또 핸드폰소리를 들어야할 거 같았다.

그런다면 시간만 더 지연될 것이 너무 자명하다.

내 맘이 급해졌다.

하는 수 없었다. 보다 강한 자극을 주는 외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우선 저번처럼 상체로 그의 가슴에 벽을 만들었다.

그리고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한 뒤 얼굴을 내렸다.

내리고... 내리고... 또 내리고... 끝이 닿을 때까지 내렸다.

순간 아들의 허리가 하늘로 휘어졌다.

쭉 편 발가락이 오그라들고 허벅지 살이 바들바들 떨리면서 긴장과 수축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이윽고 뜨거운 물세례가 은하철도의 터널을 향해 몇 번이고 이어졌다.



얼마나 지난 걸까?

그가 스르르 몸을 떨었다. 한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바쁜 엄마에 대한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이제 가라고... 이제 가도 된다고... 엄마를 용서할 거라고...!

내가 갑자기 밀려오는 잠에 대한 욕구를 털며 현관문을 나섰을 때 참았던 벨이 울렸다.

잘 참아 주었다, 벨아!

예상대로 가게 앞이란다.

곧 가겠다 대꾸하고, 마침 아파트로 들어오는 택시를 불러 세웠다.

택시엔 언니가 타고 있었다.

왜 도로 오느냐 하니까 정전이라 했다. 이미 예고된 정전으로 밤 내내란다. 그걸 모르고 나갔다 돌아온다 했다.

어디 가느냐 묻길래 그를 만나러 간다 했다.

"마음은 있으면서..."하며 쿡 찌른 뒤 "잘 해봐!"며 택시 안으로 날 밀어 넣었다.



그가 날 데리고 간 곳은 바다가 훤히 보이는 해변가의 횟집이었다.

바다를 보자 다소 막혔던 마음이 뚫리는 거 같았으나 내가 원했던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밤이어서이기도 했지만 오늘따라 바다가 너무 잠잠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표정도 오늘따라 너무 과묵해 보였다.

회가 나올 때까지 나는 한 마디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사실 오늘 그를 만나면 많은 수다를 떨고 싶었다.

수다라기보다 아양이란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르지만 그간 가슴속에 쌓아온 말을 모조리 토해내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회가 날라져 오고 술이 한 두 잔 들어가고

결국 그가 먼저 말을 꺼냈는데...

그의 표정으로 보아선 내가 할 말을 이미 다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손 여사! 내가 요즘 손 여사에게 너무 큰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소!"



표정 못지 않게 너무 무거운 말이었다.

무슨 죄를 짓고 있다는 걸까?

도대체 어떤 죄를 짓고 있다는 건지... 그는 다음 말을 좀처럼 잇지 않았다.

술만 연거푸 비우던 그가 느닷없이 건배 제의를 했다.

무얼 건배하자는 걸까?

혹시 결혼 승낙을...? 그도 나도 요원하기만 한 재혼을...?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잔에 부딪히며 그의 입에서 나올 말에 주목했다.



"못난 저, 하진봉과 꽃처럼 예쁜 손명순 여사의 건강과... 우리 만남과... 길이 남을 추억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건배를 하긴 했지만 왠지 씁쓸했다.

왠지 슬펐다.

그의 말속에 스민 슬픔을 여자의 육감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잘못 된 듯 했다.

건배 후에도 그는 연거푸 술을 마셨다.

술만 마셨다. 내가 안주를 집어 들이밀자 마지못해 입으로 받아 꾸역꾸역 씹었다.

다그쳐 묻고 싶었다.

뭔가 따져야할 것만도 같았다.

그러나 과묵하게 닫힌 입술을 보자 용기가 나지 않았다.

우리 관계를 파멸시킬 정도의 엄청난 고백을 털어놓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거다.

순전히 육감이었다.

그 육감이 덮고 있는 폭발성이 무서웠다.



"간혹... 간혹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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