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 8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13:53 조회 1,765회 댓글 0건본문
## 아침 출근 일에 앞서 가던 화물차의 뒷면에 누군가 먼지를 종이삼아 해 놓은 낙서 때문에 혼자서 킬킬거리며 웃었습니다. 그냥 "똥차"라고 쓰여져 있었을 뿐인데, 슬픈 그 단어가 왜 그렇게 우습던지..
토요일 밤을 거의 뜬 눈으로 지새우고 나는 일요일에 삼촌이 근무하는 대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집에서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 걸 봐서는 숙모는 비행을 가고, 삼촌은 연구실에 나간 게 틀림없었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 유미 누나가 외출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을 봤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삼촌을 왜 유미 누나가 찾아뵈려 하는 지는 뻔했다. 조금 늦긴 했지만, 누나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생부가 누군지 확인하고 싶었을 테고, 그러면 삼촌은 가장 쉽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전날 밤만 하더라도, 나는 어차피 올게 왔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누나도 이제 누나가 처한 환경이 추측 가능한 여러 가지 가정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환경이라는 걸 알게 될 터였다.
사실 삼촌의 연구실을 향해 걸으면서도 내가 하려는 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누군가의 말대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건 아닐까? 하지만, 도저히 지금의 유미 누나한테 더 혹독한 현실을 알게 해 주고 싶지 않았다.
그냥 맡겨진 자식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굳이 그녀가 불륜의 결과이며, 그것도 얼굴도 모르는 이모의 자식이라는 것, 그리고 그 동안 어찌 보면 그녀를 가장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여자의 손에 의해 키워졌다는 걸 알게 하는 게 그때의 그녀에게는 너무도 잔인한 것이었다.
그런 건, 언젠가 누나가 결혼을 하고, 이제 과거와는 완전히 단절될 수 있을 때 알게 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 때까지는 차라리 누군가의 손에 의해 버려진 자식이라고 알고 있는 게 나았다. 나는 마음을 굳혔다.
삼촌은 연구실에 있지 않았고, 열리는 모든 문을 열어본 끝에 장비들이 가득한 실험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미 시간을 많이 허비한 터라, 마음이 급하기 짝이 없었다. 전에 보았던 그 여자와 같이 있었지만, 그녀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웬일이냐? 개강 준비에 바쁠 텐데...”
“얘기 좀 해요, 작은 아빠.”
“잠깐 기다려라. 이것만 처리해 놓고...”
“저 급해요!”
삼촌도 그녀도 놀라서 나를 돌아보았다. 예고 없이 불쑥 찾아와 소리를 지르는 내가 괘씸했겠지만, 그래도 삼촌은 그녀에게 뭔가 지시를 해 놓고는 나를 데리고 연구실로 향했다.
“말 해봐, 임마. 나도 개강준비 때문에 바쁜데... 별일 아니면 죽을 줄 알아.”
“조금 후에 유미 누나가 올 거예요.”
표정이 굳은 삼촌이 담배를 빼어 물었다.
“그 일 때문이냐?”
“네..., 아마 아버지가 누군지 알려고 할 거예요.”
“에휴~~! 결국... 그렇구나.”
삼촌은 혼자서 뭔가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 시간마저 드릴 수가 없었다.
“작은 아빠..!”
“근데 네가 찾아온 이유가 뭐냐?”
“거짓말을 해 주세요.”
“거짓말이라니?”
“작은 누나 생부가 이미 돌아가셨다고요...”
“뭐야, 임마? 그런 걸 어떻게 거짓말을 해?”
삼촌으로서는 당연히 말도 되지 않는 부탁이었다. 내 아빠가, 아니 그의 형이 버젓이 눈을 뜨고 살아계신데, 그 분을 죽여 달라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간절했다. 사실을 알면 유미 누나가 어떻게 나올 지... 끔찍한 상상만 마음 속에 가득 차 있었다.
“안 그럼... 누나 죽어요, 작은 아빠! 작은 아빠 생각만큼 유미 누나 튼튼하지 않다구요. 그러니까 시간을 좀 주세요. 좀 더 나중에 알게... 네?”
“아버지가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데 어떻게 하라고? 나중에 일이 잘못되면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란 말이냐?”
금방이라도 유미 누나가 들어닥칠 것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하기만 했다. 호주머니에서 재크 나이프를 꺼내 그걸 탁자에 올려놓자, 삼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발.. 작은 아빠. 나중 일은 나중 일이고, 도와주시지 않으면 유미 누나 뿐 아니라... 제 송장까지 치워야 할 거예요. 제가 다 책임질게요.”
“이..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가...!”
그런 내가 삼촌에게 얼마나 노여울 지는 잘 알고 있었지만, 내겐 그것 말고는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
“죄송해요! 한 번 만 봐주세요, 작은 아빠. 누나 나중에 시집가서... 애기 낳고 살면... 그때 제가 이야기할게요.”
“똑! 똑! 똑!”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삼촌의 얼굴에도 곤혹스러운 빛이 역력했다. 나를 보더니 칸막이를 가리켰고, 나는 재크 나이프를 챙겨 그 칸막이 뒤로 몸을 숨겼다.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울 때 쓰는 듯한 간이침대가 그 뒤에 놓여 있었다.
“들어오세요.”
“작은 아버지, 저예요, 유미.”
“어서 와라, 어쩐 일이니?”
“잠깐 시간 좀 내 주실 수 있으세요?”
“그래, 앉아라. 요즘 잘 지내지?”
“네. 작은 아빠도 잘 지내시죠?”
“뭐 마실래?”
나는 숨도 크게 쉴 수 없었다. 내가 거기 있다는 걸 들킨다면, 유미 누나가 엄마의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도 알 고 있다는 걸 숨길 수가 없었다. 다행히 옆의 실험실에서 들리는 윙~하는 기계음이 내 호흡소리를 감춰 주었다. 한동안은 그저 안부 정도의 대화가 오가더니 드디어 유미 누나가 용건을 털어 놓았다.
“정숙이라는 분이 누구예요?”
“.....”
“말씀해 주세요, 작은 아버지.”
“알고 있었니?”
“네. 그 분이 엄마한테 보내는 편지를 제가 뜯어 봤어요.”
“너 괜찮니?”
“괜찮아요. 처음엔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작은 아버지도 알고 계셨군요?”
“응, 그래.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될 일이었지.”
“여름 내내 그 분이 누군지 혼자 찾아 봤어요. 근데 알고 보니까 엄마 언니더라구요. 맞죠?”
“그래, 맞아.”
“그렇군요....”
나지막하게 유미 누나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여름방학 동안 학교도서관에서 공부만 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외삼촌이 담배에 불을 붙이는 듯 딸깍 하는 라이터 소리...
“근데 왜 외가 호적에서 그 분이 지워졌어요?”
“원래... 그 분하고 지금 엄마하고 친 자매가 아니었어. 네 외할아버지가...”
삼촌이 내게 들려줬던 엄마와 정숙이라는 여자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 유미 누나에게 말해 주는 것을 나는 듣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누나의 입에서 결정적인 질문이 튀어나왔다.
“그럼 제 친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예요?”
“그 분은...”
마른 침을 삼키고 싶은 것을 겨우 참고 있었다. 삼촌이 과연 내가 부탁한 대로 해 줄 것인가?
“돌아가셨다. 너 아주 어렸을 때... 나도 사실 그 분에 대해서는 잘 몰라. 그냥 그 정숙이라는 분 남편이라는 것 말고는...”
“제 친어머니가 살기 어려워 저를 동생에게 맡기신 건가요?”
“응, 그래. 그러고는 미국으로 떠나 버렸어. 아직도 생사를 모르지.”
“그럼... 현미 언니하고, 수호는 저 하고는 완전히 다른 핏줄이네요?”
“꼭 그렇지는 않아. 어쨌든 네 외할아버지의 피가 다들 조금씩은 섞였을 테니까. 물론 사촌보다도 더 멀다만...”
“그러네요. 감사합니다, 작은 아버지.”
“유미야.”
“네.”
“마음 굳게 먹어. 지금까지 누구도 너를 형님네 식구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알아요... 감사합니다. 허튼 짓은 하지 않을 게요.”
유미 누나가 돌아가고 칸막이 뒤에서 나온 나를 쳐다보는 삼촌의 눈에는 원망이 서려 있었다.
“죄송해요, 작은 아빠. 드릴 말씀이 없어요.”
“후유~! 네 말대로 하긴 했다만 잘한 건지 아직 확신이 안 선다.”
어쩌면 삼촌의 말대로 나중에 그 거짓말이 생각지도 못한 풍파를 몰고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당장 눈 앞에서 유미 누나가 사라질 지도 모르는데, 먼 미래의 일 따위는 걱정도 하고 싶지 않았다. 유미 누나는 이제 더 이상 출생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테고, 그러면 모든 것이 다 좋았다. 걱정할 게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그 날 노래방에서의 내 몰상식한 행동에 대해서 선미 누나가 아무소리 없이 그냥 넘어간 것은 아마도 눈 앞에서 코피를 줄줄 흘려댔던 동생에게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지는 않아서였을 것이다. 개강해서 첫 주는 어느 대학이나 그렇듯 대충대충 흘러가기 마련이었다. 내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하고의 술자리도 피하고 일찍 귀가하곤 했던 이유는 유미 누나의 귀가 시간이 당겨져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 다음 주부터 성수의 동생 유진에게 뭔가를 가르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 날도 고등학교 때 보았던 참고서를 뒤적거리고 있는데, 선미 누나 전화라며 엄마가 내게 전화기를 가져다 주었다.
“수호냐?”
“응, 나야.”
“지금 잠깐 나와라.”
“어딘데?”
집에 데려다 주는 일은 직장이 같은 광식 군의 일이었기 때문에, 선미 누나가 나를 부를 이유는 뻔했다. 그 날의 내 경우 없는 행동에 대해 집 밖에서 야단을 치려는 것이었다. 사실 남동생이 파렴치한 늑대처럼 누나의 몸을 더듬었으니 야단을 맞아 쌌다. 그래도... 그 날과 같은 노래방에서 나를 부르다니...
웬일인지 누나는 혼자 노래방의 룸을 차지하고 앉아, 맥주를 이미 상당히 마신 상태였다. 게다가 내가 들어가도 노골적으로 화난 표정을 짓지 않는 것 까지도 이상했지만, 이미 그녀의 잔소리를 예상하고 있던 나는 슬며시 누나의 대각선에 놓인 소파에 주저 앉았다.
“마셔라.”
누나가 내게 맥주를 따라 주었다. 그걸 벌컥벌컥 마시자 또 한 잔을 따라 준다.
“천천히 마실게.”
“마셔! 엊그제... 그 날만큼.”
우이씨! 꼭 이럴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누나도 마치 사막을 걷다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람이 물을 마시는 것처럼 맥주를 마셔댔기 때문에 딱히 거부하기도 어려웠다. 그럭저럭 두 병 가까이를 마신 것 같았다.
“매형은?”
“넌 내가 광식 씨하고 밤마다 붙어 다니는 줄 아니?”
“아니었어? 흐흐흐.”
“결혼하면 그럴 테니까 그 전엔 좀 자유시간이 있어야지. 이렇게 내 예쁜 동생하고 술도 한 잔 마시고...”
어쭈!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여우같은 선미 누나의 속을 아는 지라 방심은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누나는 그저 사근사근 웃기만 할 뿐, 그 날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노래할래?”
“노래?”
“노래방에 왔으니 노래를 해야지.”
어리둥절한 내 표정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누나는 노래책에서 노래를 골라 부르기 시작했다. 아마 저번에 누나가 불렀던 노래인 듯... 누나가 그 날하고 다른 건 옷차림 뿐 이었다. 헐렁한 나시는 앞쪽에서 뻗은 두 개의 끈이 목 뒤에서 체결되어 유지되고 있고, 펄렁한 스커트는 허벅지의 절반 정도만을 가리고 있었다. 누나가 벗어 놓은 얇은 마이를 만약 회사에서도 벗고 있었다면, 그 사무실의 남자 직원들 그 날 일은 다 한 거였다.
사실 나로서도 누나의 그런 파격적인 옷차림은 별로 본 적이 없어서, 그녀의 노출된 피부 언저리에 내심 들어올 때부터 눈길이 가던 차였다. 그리고 도무지 브래져 끈은 어디에 있는 지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 누나지만... 진짜 이쁘긴 하다...! 에라, 모르겠다! 얻어 들을 땐 듣더라도...!
누나의 비위를 맞추느라 과장되게 박수를 쳐 주고 나도 노래를 한 곡 불렀다. 그런데 노래를 마치고나자 누나는 표정이 심각하게 변한 채 절반쯤 마시다 만 맥주컵을 손바닥으로 굴리고 있었다.
“수호야!”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그래도 예전의 큰 누나였으면, 물불 안 가리고 큰 소리를 냈을 텐데, 그 정도면 이미 나를 충분히 성인으로 대접해 준 것이었다. 나는 누나의 다음 말에 집중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
“그 날...!”
“.....”
“했던 대로 또 한 번 해보면 안될까?”
으잉? 저게 무슨 말인가? 누나의 진의를 의심하며 나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얼핏 목 언저리가 붉어진 것도 같았다.
“아이~, 야! 뭘 그렇게 이상하게 쳐다 보니?”
“그 날 춤춘 거 말야?”
“으응.”
“사실 그날 내가 술을 좀 마셔서...!”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뭐... 어렵지 않아.”
당연히 해줄 수 있었다. 나로서는 내 과거의 불결한 행동에 대해 누나의 입에서 낱낱이 잘잘못이 가려지는 것보다는 그저 얼싸안고 춤이나 추다 가는 것이 백 번 나았다. 게다가... 흐흐흐... 다시 더듬어 달라니...
아닌게 아니라 그 날의 선미 누나는 평소와는 무척이나 달랐다. 누나가 평상시에 잘 미적거리지 않는 이유는 급한 성질 탓이기도 했지만, 자신 없는 일은 좀체로 벌이지 않는 치밀한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날 만큼은 느린 반주를 스스로 켜 놓고도, 그저 얌전히 자리에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이었다.
뭔가 좀... 꿀리는 데가 있구나.. 김 선미 씨!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 손을 내밀자 선미 누나는 그제서야 마지 못해 응하는 척, 그 손을 잡고 끌려 나왔다.
하지만 나 역시도 그런 어색한 분위기에서 주접을 떨 수는 없었다. 전형적인 아줌마, 아저씨들의 자세로 한 손을 마주 잡고 다른 손을 허리에 겨우 닿을 만큼 올려놓은 채, 음악에 맞춘답시고 몸을 빙빙 돌리고는 있었지만 퇴행성 관절염이라도 걸린 듯, 몸이 뻣뻣하기만 했다.
선미 누나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그 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어이없게도 그런 그녀가 귀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뻘쭘한 자세는 그녀 역시 견디기 힘든 것 같았다. 갑자기 눈을 치뜨더니 한 번 더 내게 경고를 했다.
“너.. 진짜 이상한 생각하면 안 돼!”
“참 내, 누가 뭐랬나?”
“그 날은.. 이렇게 안 했잖아.”
묘한 기분이었다. 나랑 그저 춤을 추고 싶었던 건 아닌 게 분명했다. 그 날의 난폭한 추행을 다시 경험해 보고 싶은 걸까? 설마...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이 여자가? 그러고 보니 그 날 나와 춤을 추던 막바지의 선미 누나의 모습이 기억났다. 포기한 듯 숨만 쌕쌕거리던 누나... 그건 화를 참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뭘 어떻게 해 달라고?”
“아이 정말!”
누나의 표정이 싸늘해 지더니, 내게서 손을 뗐다. 나를 쏘아보는 눈초리... 역시 그것이 전형적인 선미 누나의 모습이었다. 평상시에는 오금이 저리게 했던 그 모습이 그 날 따라 얼마나 귀엽게 보이던지...
“너 정말 몰라? 바보야? 관두자!”
돌아서서 소파로 돌아가려는 누나의 손목을 쥐고 잡아당겼다. 그 풀에 쓰러질 듯 내 가슴에 안기는 누나..
“어맛!”
“뭘 원하지, 아가씨?”
“놔, 임마!”
막 움직이려는 두 손의 손목을 쥐고 그녀의 몸 뒤로 돌려, 허리 뒤에서 한 손으로 한꺼번에 쥐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칼이 풍성한 그녀의 뒤통수를 당겨 내 목에 붙였다. 풍성한 누나의 젖가슴이 내 가슴에 닿아 뭉클하게 짓눌리는 탄력이 얇은 천 몇 장을 타고 전해졌다. 이런 브래져도 안 했네... 내 박력 있는 행동에 스스로 반해 고추가 스멀스멀 고개를 쳐들었다.
그 날처럼 해달라고?... 흐흐흐. 당연히 해 주지! 누나가 무엇 때문에 내게 그런 의외의 요구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콧대 높은 선미 누나의 몸을 마음대로 주물러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몸에 전율이 일었다. 허리 뒤에서 제압되어 있던 손목을 놓아주고 그걸 다시 내 목에 감도록 했더니, 성의가 없어 보이면서도, 그 팔은 풀지 않았다.
음악은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이제는 스텝이라고는 없었다. 그저 플로어 한 가운데 부둥켜안고 서서 서로의 목적에 열중하고 있었다. 허락받은 내 손은 누나의 등을 눌러 그녀의 풍성한 유방을 더욱 납작하게 일그러뜨리고, 다른 손은 허리 아래로 내려가 엉덩이 살을 움켜 쥐었다.
팬티를 안 입은 건 아닐 거야.. 절대.. 마치 고무공 같은 탄력이 있는 그 살덩어리를 움켜 쥐며 운동장 같은 엉덩이를 헤매는 사이, 손가락 끝에 고랑의 사이에서 빠져 나오는 끈의 감촉이 만져졌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귀쪽으로 올라갔다. 하긴.. 이런 차림에 팬티라인마저 보인다면, 그건 고문이다. 그러니 끈 팬티는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였다. 남자 직원들이 일을 안하면 그 만큼 실적이 떨어질 테니까... 그래도 그런 속옷을 선택하다니, 과연 신세대의 캐리어우먼이기는 했다.
누나는 그저 진찰을 받는 환자처럼 내 목에 매달려 가만히 내 손찌검을 느끼고만 있었다. 싫증날 만큼 엉덩이를 주물러본 나는 이제 다른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이런 것도 봐 주려나? 손을 슬그머니 허벅지 아래로 떨어뜨려 매끄러운 허벅지의 감촉을 타고 슬며시 끌어올렸다.
“더... ”
“응?”
“더.. 사납게 해봐.”
으윽! 순식간에 욕정이 치밀어 올랐다. 해변에서 봤던 선미 누나와 광식 군의 정사 장면이 기억났다. 누나가 점잖은 섹스를 좋아해서 그렇게만 한 건 아니었구나. 지난번의 내 난폭한 행동이 누나에게 어떤 형태든 성적인 자극을 준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나를 다시 한 번 불러낸 것이다.
어깨 뒤에 놓았던 다른 손마저 스커트 아래에 동원하여, 누나의 엉덩이 맨살을 밀가루 반죽을 하듯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그 야릇한 감촉에 정신이 없으면서도 내 영리한 머리는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만약, 선미누나가 그런 경험을 또 해보고 싶었던 거라면, 역시 나 말고는 부탁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광식 씨? 어림도 없다. 섣불리 그런 요구를 했다가는 날짜 받아놓은 것마저 무효가 될 수 있었다. 다른 남자? 제 아무리 친해도 호락호락 누나의 요구만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욕심을 차리려 들겠지... 그러니 누나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나 뿐이었다. 통제가 가능한데다, 비밀 유지에도 딱이니까... 언제든 좋을 때까지 놓아두었다가, ‘그만!’하면 멈출 것이고, 안 멈추면 따귀를 올리면 될 테니까.
거친 내 손에 의해 누나의 엉덩이는 양 쪽이 분리될 듯 벌어졌다가, 다시 오무려지기를 반복했다. 이미 최대한의 경도까지 굳어버린 내 자지는 누나의 몸 속으로 파고 드려는 듯, 그녀의 아랫배 깊숙이 묻혀, 행복에 겨운 용트림을 하고 있었다.
쌕쌕거리는 낯익은 누나의 호흡소리는 확실히 그녀가 뭔가를 느끼고 있다는 걸 말해 주고 있었고, 더욱 용기를 얻은 나는 그 깊은 고랑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끝에 걸리는 가느다란 끈을 고리처럼 말아 당겼다.
“으윽....!”
그 끈을 당겨 한쪽 엉덩이의 최대 융기를 통과시켰다. 절반쯤은 드러나 있을 누나의 보지를 상상하자 머리가 아찔해 왔다. 한쪽 손이 그 끈을 제압하고 있는 동안 다른 손은 과감하게 고랑 속으로 파고 들었다. 손 끝에 뒤쪽의 구멍이 걸릴 찰라,
“그만..이제, 그만!”
그만이라고? 누나가 엉덩이를 뒤로 쑥 빼자 내 두 손은 목표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다가 다시 누나의 어깨로 향했다. 누나는 내 목을 감았던 팔을 풀고, 한 손으로는 스커트 자락을 내리고, 다른 손으로는 조금 전에 내가 이탈시켜 놓았던 속옷을 제자리로 돌려 놓으려 뒤 쪽으로 돌렸다. 손아귀에 힘을 주고 누나를 돌리자, 그녀의 몸이 비틀거리며 회전하더니, 이제는 등이 내 가슴에 놓였다.
“야아~~!”
저런...! 목소리가 감겨 있었다. 누나의 허리를 두 팔로 감고, 길다란 목줄기에 뺨을 비비면서 속삭였다.
“조금만 더 하자, 누나. 절대 딴 생각 하지 않을게.”
“아이...”
어쩌면 누나도 그 약속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허리에 있던 두 손을 올려 가슴의 융기 위를 그대로 덮었다.
“으음...”
얇은 나시의 질감 아래로 풍성한 유방의 말랑말랑한 탄력이 느껴지자 나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 섬세하고 부드럽게 쓰다듬는 건 애초에 고려하지 않았다. 누나가 원하는 대로, 그리고 내 본능이 시키는 대로 그저 거칠고 억세게 움켜 쥐었다. 눈 앞에 리본처럼 매어진 나시의 끈을 이빨로 당겨 풀어버리고 그녀의 맨 가슴을 쥐고 싶은 욕구가 간절했다.
엉덩이 사이에 파묻인 내 자지에 누나가 주기적으로 압박을 가해 더 미칠 지경이었다. 누나도 아마 그 볼륨감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 같았다. 만져달라고 해 볼까? 못할 거 없지. 그 때까지 허공에서 놀고 있던 누나의 손 중의 하나를 잡아 내 사타구니와 누나의 엉덩이 사이 틈으로 유도했다. 누나의 손은 힘없이 따라왔고 내가 유도한 대로 넓게 펴져 기둥을 가로질렀다.
‘으읏!’ 다시 한 번 짜릿한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누나의 아랫배를 눌러 당기며 사타구니로 손바닥을 압박했다. 나도 얇은 반바지를 입고 나올걸. 그랬다면 불끈거리는 기둥의 견고함을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을 텐데... 내 사타구니와 자신의 엉덩이 사이에서 그 손바닥은 그저 수동적으로 펴져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짜릿한 정복감이 머리 끝가지 치솟고 있었다.
아랫배를 압박하는 내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는 걸 누나도 알 터였다. 아니 어쩌면, 유방을 주물러대는 내 손길이 너무 거칠어 미처 신경을 못 쓰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누나의 감시 태만을 틈탄 내 손은 손바닥으로 둔덕의 탄력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스커트 자락을 걷어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되었다고 생각되는 순간 갑작스럽게 손을 아래로 내려 둔덕 아래의 음부를 덮었다.
“야아! 그만! 그만 해!”
누나가 몸을 비틀었지만, 내 손은 누나의 움직임에 맞춰 치근덕거리며 따라가고 있었다.
“그만하라니까, 새끼가! 죽을래?”
이상하다, 여자는 이쯤 되면 그냥 끝까지 따라온다고 했는데... 누나가 내 품을 벗어났지만 그 이전에 잠깐 동안 손가락 끝에 축축한 무언가를 느낀 것 같았다. 그리고 팬티와 음부 사이에 뭔가가 있어 서로 분리되어 미끄러지는 감촉도... 몸을 돌린 누나가 새침하게 내 얼굴을 노려보았다. 뭐라 독설을 퍼붓겠지만 나는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너무 서둘렀나?
“어유, 진짜 징그러워.”
“참 나, 그럼 나한테 이런 거 왜 시킨 거야?”
“이럴 줄 몰랐어. 휴, 더워라.”
“괜히 공부하고 있는 사람 불러가지고...”
소파로 돌아가 맥주를 들이켰다. 거기서 멈춰버린 누나가 얄미웠지만, 사실 놔뒀다면 위험하긴 했다. 만약 조금 후에 누나가 나를 말렸더라면 그렇게 호락호락 놔주지는 안았을 테니까... 누나는 이제는 완전히 상기된 얼굴을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순진한 면도 있는데...! 하지만 금새 본색을 드러냈다.
“너! 오늘 일 누구한테 이야기하면 죽어! 알지?”
“어련하려구.”
“똑바로 대답해!”
“알았어! 네네~! 명심하겠습니다.”
만약 그녀가 선미 누나가 아니라 유미 누나였다면, 내 자지를 애무해 달라고 염치없는 부탁을 했을 게 틀림없었다. 안되면 그 날의 일을 폭로하겠다고 귀여운 협박도 하면서...! 하지만, 선미 누나한테 그 따위 소리를 씨부렁거렸다간... 으흐흐...! 사실, 어렸을 때는 유미 누나도, 나도 선미 누나에게 엄청 맞고 자랐다. 그리고 어렸을 때 형성된 복종적인 상하 관계는 폭력이 없어진 그 때까지도 유지되고 있었다.
그 날 밤엔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미 누나를 떠올리며 딸딸이를 쳤다. 그날 보여준 선미 누나의 행동은 내가 그녀의 높은 벽을 넘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아마 내가 나중에... 예전 같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을 것이다.
토요일 밤을 거의 뜬 눈으로 지새우고 나는 일요일에 삼촌이 근무하는 대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집에서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 걸 봐서는 숙모는 비행을 가고, 삼촌은 연구실에 나간 게 틀림없었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 유미 누나가 외출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을 봤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삼촌을 왜 유미 누나가 찾아뵈려 하는 지는 뻔했다. 조금 늦긴 했지만, 누나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생부가 누군지 확인하고 싶었을 테고, 그러면 삼촌은 가장 쉽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전날 밤만 하더라도, 나는 어차피 올게 왔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누나도 이제 누나가 처한 환경이 추측 가능한 여러 가지 가정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환경이라는 걸 알게 될 터였다.
사실 삼촌의 연구실을 향해 걸으면서도 내가 하려는 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누군가의 말대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건 아닐까? 하지만, 도저히 지금의 유미 누나한테 더 혹독한 현실을 알게 해 주고 싶지 않았다.
그냥 맡겨진 자식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굳이 그녀가 불륜의 결과이며, 그것도 얼굴도 모르는 이모의 자식이라는 것, 그리고 그 동안 어찌 보면 그녀를 가장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여자의 손에 의해 키워졌다는 걸 알게 하는 게 그때의 그녀에게는 너무도 잔인한 것이었다.
그런 건, 언젠가 누나가 결혼을 하고, 이제 과거와는 완전히 단절될 수 있을 때 알게 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 때까지는 차라리 누군가의 손에 의해 버려진 자식이라고 알고 있는 게 나았다. 나는 마음을 굳혔다.
삼촌은 연구실에 있지 않았고, 열리는 모든 문을 열어본 끝에 장비들이 가득한 실험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미 시간을 많이 허비한 터라, 마음이 급하기 짝이 없었다. 전에 보았던 그 여자와 같이 있었지만, 그녀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웬일이냐? 개강 준비에 바쁠 텐데...”
“얘기 좀 해요, 작은 아빠.”
“잠깐 기다려라. 이것만 처리해 놓고...”
“저 급해요!”
삼촌도 그녀도 놀라서 나를 돌아보았다. 예고 없이 불쑥 찾아와 소리를 지르는 내가 괘씸했겠지만, 그래도 삼촌은 그녀에게 뭔가 지시를 해 놓고는 나를 데리고 연구실로 향했다.
“말 해봐, 임마. 나도 개강준비 때문에 바쁜데... 별일 아니면 죽을 줄 알아.”
“조금 후에 유미 누나가 올 거예요.”
표정이 굳은 삼촌이 담배를 빼어 물었다.
“그 일 때문이냐?”
“네..., 아마 아버지가 누군지 알려고 할 거예요.”
“에휴~~! 결국... 그렇구나.”
삼촌은 혼자서 뭔가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 시간마저 드릴 수가 없었다.
“작은 아빠..!”
“근데 네가 찾아온 이유가 뭐냐?”
“거짓말을 해 주세요.”
“거짓말이라니?”
“작은 누나 생부가 이미 돌아가셨다고요...”
“뭐야, 임마? 그런 걸 어떻게 거짓말을 해?”
삼촌으로서는 당연히 말도 되지 않는 부탁이었다. 내 아빠가, 아니 그의 형이 버젓이 눈을 뜨고 살아계신데, 그 분을 죽여 달라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간절했다. 사실을 알면 유미 누나가 어떻게 나올 지... 끔찍한 상상만 마음 속에 가득 차 있었다.
“안 그럼... 누나 죽어요, 작은 아빠! 작은 아빠 생각만큼 유미 누나 튼튼하지 않다구요. 그러니까 시간을 좀 주세요. 좀 더 나중에 알게... 네?”
“아버지가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데 어떻게 하라고? 나중에 일이 잘못되면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란 말이냐?”
금방이라도 유미 누나가 들어닥칠 것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하기만 했다. 호주머니에서 재크 나이프를 꺼내 그걸 탁자에 올려놓자, 삼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발.. 작은 아빠. 나중 일은 나중 일이고, 도와주시지 않으면 유미 누나 뿐 아니라... 제 송장까지 치워야 할 거예요. 제가 다 책임질게요.”
“이..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가...!”
그런 내가 삼촌에게 얼마나 노여울 지는 잘 알고 있었지만, 내겐 그것 말고는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
“죄송해요! 한 번 만 봐주세요, 작은 아빠. 누나 나중에 시집가서... 애기 낳고 살면... 그때 제가 이야기할게요.”
“똑! 똑! 똑!”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삼촌의 얼굴에도 곤혹스러운 빛이 역력했다. 나를 보더니 칸막이를 가리켰고, 나는 재크 나이프를 챙겨 그 칸막이 뒤로 몸을 숨겼다.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울 때 쓰는 듯한 간이침대가 그 뒤에 놓여 있었다.
“들어오세요.”
“작은 아버지, 저예요, 유미.”
“어서 와라, 어쩐 일이니?”
“잠깐 시간 좀 내 주실 수 있으세요?”
“그래, 앉아라. 요즘 잘 지내지?”
“네. 작은 아빠도 잘 지내시죠?”
“뭐 마실래?”
나는 숨도 크게 쉴 수 없었다. 내가 거기 있다는 걸 들킨다면, 유미 누나가 엄마의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도 알 고 있다는 걸 숨길 수가 없었다. 다행히 옆의 실험실에서 들리는 윙~하는 기계음이 내 호흡소리를 감춰 주었다. 한동안은 그저 안부 정도의 대화가 오가더니 드디어 유미 누나가 용건을 털어 놓았다.
“정숙이라는 분이 누구예요?”
“.....”
“말씀해 주세요, 작은 아버지.”
“알고 있었니?”
“네. 그 분이 엄마한테 보내는 편지를 제가 뜯어 봤어요.”
“너 괜찮니?”
“괜찮아요. 처음엔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작은 아버지도 알고 계셨군요?”
“응, 그래.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될 일이었지.”
“여름 내내 그 분이 누군지 혼자 찾아 봤어요. 근데 알고 보니까 엄마 언니더라구요. 맞죠?”
“그래, 맞아.”
“그렇군요....”
나지막하게 유미 누나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여름방학 동안 학교도서관에서 공부만 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외삼촌이 담배에 불을 붙이는 듯 딸깍 하는 라이터 소리...
“근데 왜 외가 호적에서 그 분이 지워졌어요?”
“원래... 그 분하고 지금 엄마하고 친 자매가 아니었어. 네 외할아버지가...”
삼촌이 내게 들려줬던 엄마와 정숙이라는 여자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 유미 누나에게 말해 주는 것을 나는 듣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누나의 입에서 결정적인 질문이 튀어나왔다.
“그럼 제 친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예요?”
“그 분은...”
마른 침을 삼키고 싶은 것을 겨우 참고 있었다. 삼촌이 과연 내가 부탁한 대로 해 줄 것인가?
“돌아가셨다. 너 아주 어렸을 때... 나도 사실 그 분에 대해서는 잘 몰라. 그냥 그 정숙이라는 분 남편이라는 것 말고는...”
“제 친어머니가 살기 어려워 저를 동생에게 맡기신 건가요?”
“응, 그래. 그러고는 미국으로 떠나 버렸어. 아직도 생사를 모르지.”
“그럼... 현미 언니하고, 수호는 저 하고는 완전히 다른 핏줄이네요?”
“꼭 그렇지는 않아. 어쨌든 네 외할아버지의 피가 다들 조금씩은 섞였을 테니까. 물론 사촌보다도 더 멀다만...”
“그러네요. 감사합니다, 작은 아버지.”
“유미야.”
“네.”
“마음 굳게 먹어. 지금까지 누구도 너를 형님네 식구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알아요... 감사합니다. 허튼 짓은 하지 않을 게요.”
유미 누나가 돌아가고 칸막이 뒤에서 나온 나를 쳐다보는 삼촌의 눈에는 원망이 서려 있었다.
“죄송해요, 작은 아빠. 드릴 말씀이 없어요.”
“후유~! 네 말대로 하긴 했다만 잘한 건지 아직 확신이 안 선다.”
어쩌면 삼촌의 말대로 나중에 그 거짓말이 생각지도 못한 풍파를 몰고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당장 눈 앞에서 유미 누나가 사라질 지도 모르는데, 먼 미래의 일 따위는 걱정도 하고 싶지 않았다. 유미 누나는 이제 더 이상 출생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테고, 그러면 모든 것이 다 좋았다. 걱정할 게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그 날 노래방에서의 내 몰상식한 행동에 대해서 선미 누나가 아무소리 없이 그냥 넘어간 것은 아마도 눈 앞에서 코피를 줄줄 흘려댔던 동생에게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지는 않아서였을 것이다. 개강해서 첫 주는 어느 대학이나 그렇듯 대충대충 흘러가기 마련이었다. 내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하고의 술자리도 피하고 일찍 귀가하곤 했던 이유는 유미 누나의 귀가 시간이 당겨져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 다음 주부터 성수의 동생 유진에게 뭔가를 가르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 날도 고등학교 때 보았던 참고서를 뒤적거리고 있는데, 선미 누나 전화라며 엄마가 내게 전화기를 가져다 주었다.
“수호냐?”
“응, 나야.”
“지금 잠깐 나와라.”
“어딘데?”
집에 데려다 주는 일은 직장이 같은 광식 군의 일이었기 때문에, 선미 누나가 나를 부를 이유는 뻔했다. 그 날의 내 경우 없는 행동에 대해 집 밖에서 야단을 치려는 것이었다. 사실 남동생이 파렴치한 늑대처럼 누나의 몸을 더듬었으니 야단을 맞아 쌌다. 그래도... 그 날과 같은 노래방에서 나를 부르다니...
웬일인지 누나는 혼자 노래방의 룸을 차지하고 앉아, 맥주를 이미 상당히 마신 상태였다. 게다가 내가 들어가도 노골적으로 화난 표정을 짓지 않는 것 까지도 이상했지만, 이미 그녀의 잔소리를 예상하고 있던 나는 슬며시 누나의 대각선에 놓인 소파에 주저 앉았다.
“마셔라.”
누나가 내게 맥주를 따라 주었다. 그걸 벌컥벌컥 마시자 또 한 잔을 따라 준다.
“천천히 마실게.”
“마셔! 엊그제... 그 날만큼.”
우이씨! 꼭 이럴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누나도 마치 사막을 걷다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람이 물을 마시는 것처럼 맥주를 마셔댔기 때문에 딱히 거부하기도 어려웠다. 그럭저럭 두 병 가까이를 마신 것 같았다.
“매형은?”
“넌 내가 광식 씨하고 밤마다 붙어 다니는 줄 아니?”
“아니었어? 흐흐흐.”
“결혼하면 그럴 테니까 그 전엔 좀 자유시간이 있어야지. 이렇게 내 예쁜 동생하고 술도 한 잔 마시고...”
어쭈!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여우같은 선미 누나의 속을 아는 지라 방심은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누나는 그저 사근사근 웃기만 할 뿐, 그 날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노래할래?”
“노래?”
“노래방에 왔으니 노래를 해야지.”
어리둥절한 내 표정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누나는 노래책에서 노래를 골라 부르기 시작했다. 아마 저번에 누나가 불렀던 노래인 듯... 누나가 그 날하고 다른 건 옷차림 뿐 이었다. 헐렁한 나시는 앞쪽에서 뻗은 두 개의 끈이 목 뒤에서 체결되어 유지되고 있고, 펄렁한 스커트는 허벅지의 절반 정도만을 가리고 있었다. 누나가 벗어 놓은 얇은 마이를 만약 회사에서도 벗고 있었다면, 그 사무실의 남자 직원들 그 날 일은 다 한 거였다.
사실 나로서도 누나의 그런 파격적인 옷차림은 별로 본 적이 없어서, 그녀의 노출된 피부 언저리에 내심 들어올 때부터 눈길이 가던 차였다. 그리고 도무지 브래져 끈은 어디에 있는 지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 누나지만... 진짜 이쁘긴 하다...! 에라, 모르겠다! 얻어 들을 땐 듣더라도...!
누나의 비위를 맞추느라 과장되게 박수를 쳐 주고 나도 노래를 한 곡 불렀다. 그런데 노래를 마치고나자 누나는 표정이 심각하게 변한 채 절반쯤 마시다 만 맥주컵을 손바닥으로 굴리고 있었다.
“수호야!”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그래도 예전의 큰 누나였으면, 물불 안 가리고 큰 소리를 냈을 텐데, 그 정도면 이미 나를 충분히 성인으로 대접해 준 것이었다. 나는 누나의 다음 말에 집중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
“그 날...!”
“.....”
“했던 대로 또 한 번 해보면 안될까?”
으잉? 저게 무슨 말인가? 누나의 진의를 의심하며 나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얼핏 목 언저리가 붉어진 것도 같았다.
“아이~, 야! 뭘 그렇게 이상하게 쳐다 보니?”
“그 날 춤춘 거 말야?”
“으응.”
“사실 그날 내가 술을 좀 마셔서...!”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뭐... 어렵지 않아.”
당연히 해줄 수 있었다. 나로서는 내 과거의 불결한 행동에 대해 누나의 입에서 낱낱이 잘잘못이 가려지는 것보다는 그저 얼싸안고 춤이나 추다 가는 것이 백 번 나았다. 게다가... 흐흐흐... 다시 더듬어 달라니...
아닌게 아니라 그 날의 선미 누나는 평소와는 무척이나 달랐다. 누나가 평상시에 잘 미적거리지 않는 이유는 급한 성질 탓이기도 했지만, 자신 없는 일은 좀체로 벌이지 않는 치밀한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날 만큼은 느린 반주를 스스로 켜 놓고도, 그저 얌전히 자리에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이었다.
뭔가 좀... 꿀리는 데가 있구나.. 김 선미 씨!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 손을 내밀자 선미 누나는 그제서야 마지 못해 응하는 척, 그 손을 잡고 끌려 나왔다.
하지만 나 역시도 그런 어색한 분위기에서 주접을 떨 수는 없었다. 전형적인 아줌마, 아저씨들의 자세로 한 손을 마주 잡고 다른 손을 허리에 겨우 닿을 만큼 올려놓은 채, 음악에 맞춘답시고 몸을 빙빙 돌리고는 있었지만 퇴행성 관절염이라도 걸린 듯, 몸이 뻣뻣하기만 했다.
선미 누나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그 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어이없게도 그런 그녀가 귀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뻘쭘한 자세는 그녀 역시 견디기 힘든 것 같았다. 갑자기 눈을 치뜨더니 한 번 더 내게 경고를 했다.
“너.. 진짜 이상한 생각하면 안 돼!”
“참 내, 누가 뭐랬나?”
“그 날은.. 이렇게 안 했잖아.”
묘한 기분이었다. 나랑 그저 춤을 추고 싶었던 건 아닌 게 분명했다. 그 날의 난폭한 추행을 다시 경험해 보고 싶은 걸까? 설마...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이 여자가? 그러고 보니 그 날 나와 춤을 추던 막바지의 선미 누나의 모습이 기억났다. 포기한 듯 숨만 쌕쌕거리던 누나... 그건 화를 참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뭘 어떻게 해 달라고?”
“아이 정말!”
누나의 표정이 싸늘해 지더니, 내게서 손을 뗐다. 나를 쏘아보는 눈초리... 역시 그것이 전형적인 선미 누나의 모습이었다. 평상시에는 오금이 저리게 했던 그 모습이 그 날 따라 얼마나 귀엽게 보이던지...
“너 정말 몰라? 바보야? 관두자!”
돌아서서 소파로 돌아가려는 누나의 손목을 쥐고 잡아당겼다. 그 풀에 쓰러질 듯 내 가슴에 안기는 누나..
“어맛!”
“뭘 원하지, 아가씨?”
“놔, 임마!”
막 움직이려는 두 손의 손목을 쥐고 그녀의 몸 뒤로 돌려, 허리 뒤에서 한 손으로 한꺼번에 쥐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칼이 풍성한 그녀의 뒤통수를 당겨 내 목에 붙였다. 풍성한 누나의 젖가슴이 내 가슴에 닿아 뭉클하게 짓눌리는 탄력이 얇은 천 몇 장을 타고 전해졌다. 이런 브래져도 안 했네... 내 박력 있는 행동에 스스로 반해 고추가 스멀스멀 고개를 쳐들었다.
그 날처럼 해달라고?... 흐흐흐. 당연히 해 주지! 누나가 무엇 때문에 내게 그런 의외의 요구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콧대 높은 선미 누나의 몸을 마음대로 주물러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몸에 전율이 일었다. 허리 뒤에서 제압되어 있던 손목을 놓아주고 그걸 다시 내 목에 감도록 했더니, 성의가 없어 보이면서도, 그 팔은 풀지 않았다.
음악은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이제는 스텝이라고는 없었다. 그저 플로어 한 가운데 부둥켜안고 서서 서로의 목적에 열중하고 있었다. 허락받은 내 손은 누나의 등을 눌러 그녀의 풍성한 유방을 더욱 납작하게 일그러뜨리고, 다른 손은 허리 아래로 내려가 엉덩이 살을 움켜 쥐었다.
팬티를 안 입은 건 아닐 거야.. 절대.. 마치 고무공 같은 탄력이 있는 그 살덩어리를 움켜 쥐며 운동장 같은 엉덩이를 헤매는 사이, 손가락 끝에 고랑의 사이에서 빠져 나오는 끈의 감촉이 만져졌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귀쪽으로 올라갔다. 하긴.. 이런 차림에 팬티라인마저 보인다면, 그건 고문이다. 그러니 끈 팬티는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였다. 남자 직원들이 일을 안하면 그 만큼 실적이 떨어질 테니까... 그래도 그런 속옷을 선택하다니, 과연 신세대의 캐리어우먼이기는 했다.
누나는 그저 진찰을 받는 환자처럼 내 목에 매달려 가만히 내 손찌검을 느끼고만 있었다. 싫증날 만큼 엉덩이를 주물러본 나는 이제 다른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이런 것도 봐 주려나? 손을 슬그머니 허벅지 아래로 떨어뜨려 매끄러운 허벅지의 감촉을 타고 슬며시 끌어올렸다.
“더... ”
“응?”
“더.. 사납게 해봐.”
으윽! 순식간에 욕정이 치밀어 올랐다. 해변에서 봤던 선미 누나와 광식 군의 정사 장면이 기억났다. 누나가 점잖은 섹스를 좋아해서 그렇게만 한 건 아니었구나. 지난번의 내 난폭한 행동이 누나에게 어떤 형태든 성적인 자극을 준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나를 다시 한 번 불러낸 것이다.
어깨 뒤에 놓았던 다른 손마저 스커트 아래에 동원하여, 누나의 엉덩이 맨살을 밀가루 반죽을 하듯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그 야릇한 감촉에 정신이 없으면서도 내 영리한 머리는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만약, 선미누나가 그런 경험을 또 해보고 싶었던 거라면, 역시 나 말고는 부탁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광식 씨? 어림도 없다. 섣불리 그런 요구를 했다가는 날짜 받아놓은 것마저 무효가 될 수 있었다. 다른 남자? 제 아무리 친해도 호락호락 누나의 요구만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욕심을 차리려 들겠지... 그러니 누나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나 뿐이었다. 통제가 가능한데다, 비밀 유지에도 딱이니까... 언제든 좋을 때까지 놓아두었다가, ‘그만!’하면 멈출 것이고, 안 멈추면 따귀를 올리면 될 테니까.
거친 내 손에 의해 누나의 엉덩이는 양 쪽이 분리될 듯 벌어졌다가, 다시 오무려지기를 반복했다. 이미 최대한의 경도까지 굳어버린 내 자지는 누나의 몸 속으로 파고 드려는 듯, 그녀의 아랫배 깊숙이 묻혀, 행복에 겨운 용트림을 하고 있었다.
쌕쌕거리는 낯익은 누나의 호흡소리는 확실히 그녀가 뭔가를 느끼고 있다는 걸 말해 주고 있었고, 더욱 용기를 얻은 나는 그 깊은 고랑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끝에 걸리는 가느다란 끈을 고리처럼 말아 당겼다.
“으윽....!”
그 끈을 당겨 한쪽 엉덩이의 최대 융기를 통과시켰다. 절반쯤은 드러나 있을 누나의 보지를 상상하자 머리가 아찔해 왔다. 한쪽 손이 그 끈을 제압하고 있는 동안 다른 손은 과감하게 고랑 속으로 파고 들었다. 손 끝에 뒤쪽의 구멍이 걸릴 찰라,
“그만..이제, 그만!”
그만이라고? 누나가 엉덩이를 뒤로 쑥 빼자 내 두 손은 목표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다가 다시 누나의 어깨로 향했다. 누나는 내 목을 감았던 팔을 풀고, 한 손으로는 스커트 자락을 내리고, 다른 손으로는 조금 전에 내가 이탈시켜 놓았던 속옷을 제자리로 돌려 놓으려 뒤 쪽으로 돌렸다. 손아귀에 힘을 주고 누나를 돌리자, 그녀의 몸이 비틀거리며 회전하더니, 이제는 등이 내 가슴에 놓였다.
“야아~~!”
저런...! 목소리가 감겨 있었다. 누나의 허리를 두 팔로 감고, 길다란 목줄기에 뺨을 비비면서 속삭였다.
“조금만 더 하자, 누나. 절대 딴 생각 하지 않을게.”
“아이...”
어쩌면 누나도 그 약속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허리에 있던 두 손을 올려 가슴의 융기 위를 그대로 덮었다.
“으음...”
얇은 나시의 질감 아래로 풍성한 유방의 말랑말랑한 탄력이 느껴지자 나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 섬세하고 부드럽게 쓰다듬는 건 애초에 고려하지 않았다. 누나가 원하는 대로, 그리고 내 본능이 시키는 대로 그저 거칠고 억세게 움켜 쥐었다. 눈 앞에 리본처럼 매어진 나시의 끈을 이빨로 당겨 풀어버리고 그녀의 맨 가슴을 쥐고 싶은 욕구가 간절했다.
엉덩이 사이에 파묻인 내 자지에 누나가 주기적으로 압박을 가해 더 미칠 지경이었다. 누나도 아마 그 볼륨감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 같았다. 만져달라고 해 볼까? 못할 거 없지. 그 때까지 허공에서 놀고 있던 누나의 손 중의 하나를 잡아 내 사타구니와 누나의 엉덩이 사이 틈으로 유도했다. 누나의 손은 힘없이 따라왔고 내가 유도한 대로 넓게 펴져 기둥을 가로질렀다.
‘으읏!’ 다시 한 번 짜릿한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누나의 아랫배를 눌러 당기며 사타구니로 손바닥을 압박했다. 나도 얇은 반바지를 입고 나올걸. 그랬다면 불끈거리는 기둥의 견고함을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을 텐데... 내 사타구니와 자신의 엉덩이 사이에서 그 손바닥은 그저 수동적으로 펴져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짜릿한 정복감이 머리 끝가지 치솟고 있었다.
아랫배를 압박하는 내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는 걸 누나도 알 터였다. 아니 어쩌면, 유방을 주물러대는 내 손길이 너무 거칠어 미처 신경을 못 쓰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누나의 감시 태만을 틈탄 내 손은 손바닥으로 둔덕의 탄력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스커트 자락을 걷어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되었다고 생각되는 순간 갑작스럽게 손을 아래로 내려 둔덕 아래의 음부를 덮었다.
“야아! 그만! 그만 해!”
누나가 몸을 비틀었지만, 내 손은 누나의 움직임에 맞춰 치근덕거리며 따라가고 있었다.
“그만하라니까, 새끼가! 죽을래?”
이상하다, 여자는 이쯤 되면 그냥 끝까지 따라온다고 했는데... 누나가 내 품을 벗어났지만 그 이전에 잠깐 동안 손가락 끝에 축축한 무언가를 느낀 것 같았다. 그리고 팬티와 음부 사이에 뭔가가 있어 서로 분리되어 미끄러지는 감촉도... 몸을 돌린 누나가 새침하게 내 얼굴을 노려보았다. 뭐라 독설을 퍼붓겠지만 나는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너무 서둘렀나?
“어유, 진짜 징그러워.”
“참 나, 그럼 나한테 이런 거 왜 시킨 거야?”
“이럴 줄 몰랐어. 휴, 더워라.”
“괜히 공부하고 있는 사람 불러가지고...”
소파로 돌아가 맥주를 들이켰다. 거기서 멈춰버린 누나가 얄미웠지만, 사실 놔뒀다면 위험하긴 했다. 만약 조금 후에 누나가 나를 말렸더라면 그렇게 호락호락 놔주지는 안았을 테니까... 누나는 이제는 완전히 상기된 얼굴을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순진한 면도 있는데...! 하지만 금새 본색을 드러냈다.
“너! 오늘 일 누구한테 이야기하면 죽어! 알지?”
“어련하려구.”
“똑바로 대답해!”
“알았어! 네네~! 명심하겠습니다.”
만약 그녀가 선미 누나가 아니라 유미 누나였다면, 내 자지를 애무해 달라고 염치없는 부탁을 했을 게 틀림없었다. 안되면 그 날의 일을 폭로하겠다고 귀여운 협박도 하면서...! 하지만, 선미 누나한테 그 따위 소리를 씨부렁거렸다간... 으흐흐...! 사실, 어렸을 때는 유미 누나도, 나도 선미 누나에게 엄청 맞고 자랐다. 그리고 어렸을 때 형성된 복종적인 상하 관계는 폭력이 없어진 그 때까지도 유지되고 있었다.
그 날 밤엔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미 누나를 떠올리며 딸딸이를 쳤다. 그날 보여준 선미 누나의 행동은 내가 그녀의 높은 벽을 넘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아마 내가 나중에... 예전 같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