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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 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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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13:55 조회 2,34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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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나흘 놀았더니, 일이 밀려 정신이 없군요. 기다리시는 분들께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신성한 학교의 화장실에서 딸딸이를 친 것이 처음이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하루 종일 화면에서 보았던 성수 새엄마의 잔영이 가시지를 않았다. 강의 중에도 그 기묘한 육체의 꿈틀거림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좀체로 수그러들지 않는 아랫도리를 달래다 지친 나는 강의가 끝나자 염치없이도, 내가 나온 고등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난희 누나를 못 본 지가 꽤 되었으니, 그 동안은 모르는 척 하다가 이제 와서 뻔뻔스럽게 그녀 앞에 얼굴을 디밀기는 낯부끄러웠지만, 섹스가 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분식점은 그대로였다. 안으로 덜컥 들어가지 못하고, 분식점 앞에 서서 안쪽을 기웃거려 보았다. 욕구에 못 이겨 거기까지 가긴 갔지만, 사실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분명 수업 시간인대도 불구하고, 내 후배인 듯한 여자애들 서넛이 앉아 열심히 입 속에 떡볶이 나부랑이를 넣고 있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나름대로 나도 유명했으니, 거기서 얼쩡거리다 후배나, 선생님 눈에 띄면 변명을 하기가 참 옹색했다.



그냥 갈까...?



하지만 오전의 배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뭔가 기대하며, 고개를 바짝 세우고 있는 아랫도리 때문에 포기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 나올 생각으로, 어렵게 분식점의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입구에서 보이지 않는 구석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난희 누나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뭐 드실 건가?”



첫 눈에 그가 난희 누나의 남편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빼빼 마른 체구에 검붉게 그을린 얼굴이 그가 사무실에 앉아 편히 일하는 직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해 주었다. 분명 6개월에 한번쯤 온다는 그 남편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자 이유 없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김밥 하나 주세요.”



가장 빨리 나올 수 있는 메뉴를 골라 시킨 건, 학생들이 바글거릴 저녁 시간 이전에 재빨리 먹어치우고 자리를 뜨려는 생각에서였다. 또한 남편이 있는 앞에서 난희 누나와 얼굴을 마주하는 난처한 상황도 피하고 싶었다. 그 시간에 젊은 녀석이 고등학교 앞에 있는 분식점에서 김밥 같은 거나 시켜 먹고 있는 건 아무래도 어색했던지, 다른 테이블에 앉은 여학생들이나 그 남자나 가끔 나를 힐끗거리며 쳐다보는 게, 무척이나 불편했다.



그래서 허겁지겁 접시를 비우고, 분식점을 나와 버스정류장을 향해 걷는데, 시장을 보고 오는 지 비닐봉투 몇 개를 손에 들고 걸어오던 난희 누나와 마주쳤다. 나를 보자 휘둥그레지는 그녀의 두 눈.



“동생?”

“누님.”



“어머, 어쩜! 맞네. 세상에 이게 얼마만이야?”

“잘 있었어요, 누님?”



“어엉,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나를 기다렸다던 그녀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건 표정에 쓰여 있었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그녀도 나도 우리가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떡해. 가게에 신랑이 있어...”

“알아요. 그냥 잘 계시는지 인사나 하려고 들렀어요.”



“호호, 거짓말!”

“들어가 보세요, 누님. 전 다음에 들를게요.”



“동생, 나 따라올래?”



어떻게 그 짧은 순간에 그런 생각을 했을까? 대학 교육까지 받은 나와 비교해도, 순발력에서는 그녀가 한 수 위였다. 분식점 옆의 골목으로 나를 밀어 넣은 그녀는 잠시 주변의 눈치를 살핀 후, 나를 따라 들어오더니 벽에 난 철문을 열쇠로 열었다. 분식점에 딸린 내실의 마당 쯤인 듯,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동생, 잠깐 저기 있으면 안 돼?”



화장실이라고 문패가 달린 작은 문을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마도 분식점의 손님을 위한 것인 듯 했다. 이렇게까지 구차할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의 모습이 다시 철문 밖으로 사라지자 나는 한 평 남짓한 그 공간으로 몸을 숨겼다. 한쪽에 좌변기가 있고, 문 옆 모서리에 세면기가 달린 작은 화장실...



3분도 되지 않아 철문이 열렸다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화장실을 향해 오는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아마 남편에게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핑계를 댔을 것이다. 그러니 시간이 많지 않았다. 들어오자마자 난희 누나는 내 얼굴을 힐끗 보고 미소를 짓더니, 곧장 내 바지의 벨트에 손을 대는 것이었다.



“누님, 잠깐만....”

“시간 없어! 너무했어, 세상에. 한 번도 안 오고...”



그녀는 좌변기 위에 걸터 앉고 나는 그녀 앞에 서서 벽을 손으로 짚었다. 익숙한 손놀림에 의해 내 바지와 팬티가 허벅지까지 벗겨지고, 뻣뻣해진 기둥이 덜렁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 좋아라. 이걸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누가 오면 어떡해요, 누님?”



“아무도 안 와. 열쇠는 나한테만 있고, 문을 잠궜어...!”



그녀의 모든 신경이 내 사타구니에 쏠려 있는 것 같았다. 내 기둥을 쥐는 그녀의 손길에는 전혀 주저하는 기색이 없었다. 마치 그 동안의 기다림을 표출하듯 강하게 쥐어오는 그 손길이 짜르르 쾌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녀를 말리기에는 내 욕심도 이미 불붙고 있었다.



누나의 남편은...? 바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의 주방에 조금 전에 본 누나의 남편이 있을 터였다. 6개월 만에 보는 아내가, 바로 옆에서 다른 사내의 성기를 매만지고 있는 걸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그 생각을 하자, 오히려 묘한 흥분이 꿈틀거리며 피어올랐다. 난희 누나의 불고 뜨거운 입술 사이로, 그보다 더 뜨거운 내 귀두가 사라지더니, 황홀한 감촉에 의한 쾌감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그런 부도덕함이 난희 누나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는 이유는 대부분 사랑해서일 것이다. 선미 누나와 광식 군처럼... TV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눈물겹게 맺어지는 커플들... 한 오 년쯤 지나면, 여자는 난희 누나처럼, 남자는 작은 아빠처럼 변해 있지 않을까?



“음... 쩝!...쩝!”



난희 누나는 마치 굶은 아기가 젖을 탐하듯 게걸스럽게 자지를 빨고 있었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이마에 땀까지 송글송글 맺혔지만, 그게 노동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는 듯 했다. 나도 손을 그녀의 브이넥 위쪽으로 집어넣어 브래져를 위쪽으로 벗긴 다음, 덜렁거리는 젖무덤을 손으로 움켜 쥐었다. 뭉클뭉클한 감촉... 단단한 젖꼭지!



“아....! 하고 싶어... 넣어 줘.”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손발이 척척 맞았다. 난희 누나는 변기의 뒤에 세워진 물통의 뚜껑에 이마가 닿을 듯 허리를 구부렸고, 나는 팔랑팔랑한 그녀의 스커트를 허리 위쪽으로 들춰 올렸다. 보라색 그녀의 팬티는 이미 그 중심이 촉촉이 젖어 원래의 색깔을 잃고 있었다. 그 위쪽을 지고 귤 껍질을 벗기듯 아래로 잡아 당겼다.



하얀 마늘쪽을 두개 붙여 놓은 것 같은 탐스러운 엉덩이...! 그녀의 팬티를 발목까지 벗겨 내리고, 나도 바지를 발목까지 내려 무릎의 활동 영역을 확보했다. 그녀가 엉덩이를 뒤로 내밀자 마늘쪽 사이의 틈이 더욱 벌어지며, 갈색 구멍이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귀여워, 누님.”

“어서... 아으 미치겠어.”



뭐 어때? 이 여자는 섹스를 원한다...! 남편이 충실하던 하지 않던 그건 문제되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남편이 변강쇠라 해도 이 여자는 다른 남자와의 섹스를 원할 것이다. 상대가 고등학생이든 할아버지든... 이 여자에게는 그런 기준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가 기준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 여자는 잘못되어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죽어서 절대로 지옥 같은 데는 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고? 큭큭큭....!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고 떳떳이 탐하든, 이혼을 하지 않고 몰래 탐하든... 그 결과가 서로 뭐가 다른가?



“흐으음....!”



점막이 기둥을 빽빽하게 조여 왔다. 허리를 밀면 그녀의 분홍색 조갯살이 기둥을 따라 깊숙이 함몰되었다가, 다시 빼면 아쉽다는 듯 기둥을 긁으며 따라 나왔다. 허연 거품을 기둥에 바르며... 질컥거리는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건 무척이나 아쉬웠다. 신음 소리를 죽이기 위해 난희 누나는 자신의 입을 스스로 막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나는 서두르고 있었고, 그녀도 순식간에 달아 올랐다. 그녀에게도 그런 위험천만한 상황이 더 짜릿했던 걸까? 질컥, 질컥하는 마찰음과 함께, 응응거리는 그녀의 신음이 방음 처리가 되지 않은 화장실 전체를 울렸다. 누군가 그 소리를 듣고 올 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이미 내게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쾌감만을 탐하기 위해, 엉덩이 살을 뭉텅뭉텅 손아귀에 쥐고, 본능적으로 허리를 더 빠르게 쳐올렸다.



“으읏~!”

“흐음...! 흐음~~~~! 아...! 하아~~~!”



불기둥을 통과하는 진동과 함께 통렬한 쾌감이 몰려왔다. 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 보짓살만 있는 힘껏 조여 대고 있는 여자의 모습은 내 눈에 도착할 때까지는 난희 누나였지만, 머릿속에서는 큰 누나로, 성수의 새엄마로, 그리고 작은 엄마로 수없이 바뀌었다. 뭐 어때.... 그래도 큰 일 나지 않아. 세상에 나뭇잎 하나 팔랑거리는 정도의 영향도 끼치지 못해....!



“난희야!”



걸걸한 사내의 음성...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호흡이 저절로 멈췄다. 남편이 바로 앞까지 도착해 있는대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하는 난희 누나...



“응.. 왜요?”

“아직 멀었어? 손님이 새로 왔는데...”



“금방 갈게요.”



남자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더니,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내게 거짓말을 한 난희 누나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야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마지막 순간의 난희 누나의 교성은 들었을 것 같았다.



“열쇠가 하나 뿐이라더니...!”

“호호, 미안해. 그래야 안심할 거 같아서...”



“괜찮은 거예요?”

“응. 괜찮아. 변비가 있었다 하지 뭐!”



어쩌면 난희 누나의 남편은 아내의 외도를 최소한 짐작은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희 누나도 남편이 눈치 채고 있다는 걸 알고 있고...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조심성이 없을 리가 없었다.



“알아챘을 것 같은데...”

“알아도 상관없어. 신랑도 마찬가지지 뭐.”



쯔쯔...! 도대체 서로 같이 사는 이유가 뭘까? 손님이 왔다는데도 그녀는 화장실에서 나가고 싶은 생각이 그다지 없는 것 같았다. 애액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내 자지를 물에 적신 휴지로 닦아 주더니, 얼굴을 내 사타구니에 대고 뺨 위에 기둥을 굴리는 것이었다.



“아...! 이걸 못보고 어떻게 참을까?”

“또 올까, 누님?”



“정말이지? 꼭이야. 응?”

“나 뭐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

“내가 만약에 누님 친동생이나 친조카였어도... 누님이 나랑 섹스 했을까?”



“아이 참... 그런 질문이 어디 있어?”

“그냥 대답해 봐요. 솔직하게...”



“아마...음... 했을 것 같아. 호호호...! 그럼 더 좋았겠다. 같이 있어도 딴 사람 눈치 안 봐도 되고...”



‘난희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흐흐흐흐...! 누나나 작은 엄마가 난희 누나 같다면...! 현실성이 없는 생각이지만,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뭐...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지 말자. 인생은 즐거운 거야.









“친오빠는 아니고 유진이 오빠 친구인데, 그 녀석이 군대 가면서 유진이를 저에게 부탁하고 갔거든요...”



유진의 담임 선생님은 처음에는 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 보더니, 결국 유진의 새엄마와 통화를 하고 난 후에야 내 말을 믿어주었다. 아마도 내게 전권을 위임한다는 새엄마의 말을 들었을 터였다. 마흔은 훌쩍 넘은 나이인 그녀는 여자라는 관점에서 보기에는 적절치 않았지만, 사려가 깊어 보이는 얼굴은 누가 봐도 훌륭한 교사라는 걸 인정할 수 있는 이미지를 풍겼다.



그녀의 입장에서도 유진은 골칫거리였다. 학교에서도 할 만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더니, 내가 학교에 찾아 가면 유진을 인계해 달라는 내 부탁을 선선히 들어 주었다. 내 경고를 무시하고 땡땡이를 쳐버린 그 못된 계집애에게 본때를 보여줄 참이었다. 학교에서 집까지 밀착 마크!



그러려면 학교와 선생님을 우군으로 만드는 건 필수였다. 선생님의 호출을 받고 교무실로 온 유진은 나를 보자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이내 뾰로통한 표정으로 변했다.



“가방 챙겨서 내려 와. 집에 가자.”



교정을 벗어날 때까지는 아무 말 없이 내 뒤를 따라오던 유진의 발걸음이 교문을 벗어나자마자 딱 멈췄다.



“무슨 짓이예요?”

“무슨 짓은... 널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 가려는 거지.”



“당신이 뭔데 학교가지 쫓아와요? 쪽 팔리게...!”

“오빠라고 부르랬잖아. 얼른 따라 와. 더 쪽팔리기 전에.”



“허 참, 기가 막혀!”



미적거리는 그 애에게 다가가 머리통을 한대 쥐어박았다. ‘아야!’하고 비명을 지르더니, 표독스럽게 나를 노려봤지만 내 얼굴도 험악하게 굳어있다는 걸 확인하자 더 이상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한 번만 더 개기면 손바닥으로 때릴 거야, 가자.”



그 애의 집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한 번 했다. 뻔뻔스럽게 나가는 거다. 어차피 유진의 새엄마도 그 비디오 사건에 대해서는 그다지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으니까... 문을 열어주는 새엄마의 표정은 예전과 전혀 다름이 없었다. 유진도 그녀를 본체만체 하고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저... 어머니!”



방으로 들어가려던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순간적으로 화면 속에서 나를 쳐다보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식은 밥 있으면 한 덩이 주세요. 저녁을 못 먹어서...”



그녀가 나에 대해 나쁜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 확인할 수 있었다. 식탁에 음식을 푸짐하게 쌓아 놓을 뿐 아니라, 식사 후에는 과일까지 내어 주었으니까. 어떻게든 유진의 새엄마와의 관계도 좀더 친밀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또 그녀가 유진에게 엄마 노릇을 조금이라도 하게 만들어야 했다.



“잘 먹었습니다.”



그래도 시큰둥하게 고개만 끄덕이는 그녀... 차차 좋아질 거라 믿고 유진의 방으로 들어갔다.



“앉아라. 공부 얼마나 잘하나 확인해 보자.”



성적이 딱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성수 수준이라는 걸 확인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투정부리는 유진을 협박해가며 기어이 두 시간을 채웠다. 절대 빼먹는 법은 없다는 걸 가르쳐 줄 셈이었다. 두 시간 내내 찌푸린 표정으로 지긋지긋해 하던 유진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뭐 하니?”

“약속 있어요.”



“이 밤중에 나가겠다고?”

“남이야! 옷 갈아 입는 거 보고 있을 거예요?”



하긴 공부 시간 외에는 내 영역이 아니었다. 그것은 엄연히 부모의 통제 영역이었다. 그렇게 나가면 새벽에 들어올 게 뻔했지만, 나보다 먼저 집을 나가버리는 그 애를 붙잡을 이유가 없었다. 역시 나와 보지도 않는 유진이 새엄마의 방문을 노크하고 일부러 큰 소리로 인사를 챙겼다.



“돌아갈게요,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



방문이 열리더니,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혼자서 술을 마셨는지, 약간은 벌개진 두 볼이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었다. 그녀의 제의는 의외였다.



“차 한 잔 하고 갈래요?”



아마도 누군가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았다. 나한테는 커피를 한 잔 타 주더니 그녀 자신을 위해서는 절반쯤 마시다 만 양주병과 컵을 내왔다. 그런 식으로 그 동안 혼자서 홀짝거리곤 해 온 것이 분명했다. 내심 비디오테이프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었었지만, 한 잔을 꿀꺽 삼킨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 테이프 궁금하지 않아요?”



입술 밖으로 커피가 다시 흘러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눌러 막았다. 그녀는 나를 보지 않고, 빈 술잔에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안주 드세요. 그러시다 속 망쳐요.”

“그런 걱정 해주는 사람... 참 오랜만이네.”



“사실은... 그게 왜 성수한테 있는지 궁금하긴 해요.”

“성수는 날 내보내려고 참 애 많이 썼어요. 지금은 내가 집에 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성수가 찍은 건가요?”

“참 깜찍한 짓을 했지. 가방 안에 넣고서 버젓이 화장대 위에 올려놨더군요. 날 화나게 하려고 그런 거겠죠.”



“알고 계셨네요?”

“그걸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 했어요. 저도 그 때는 화가 나 있었죠. 그래서 일부러 그런 장면을 연기해 줬어요.”



“뭐 하나 여쭤 봐도 될까요?”

“뭔데요?”



“성수 아버지하고... 왜 결혼 하셨어요?”



그녀가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술을 한 잔 따라 마셨다.



“성수는... 내가 제 아버지 재산을 노리고 결혼했다고 했을 거예요.”

“그렇게 말 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생각은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왜 그이하고 결혼한 것 같아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하는 그 질문에 그다지 대답할 말이 없었다. 사실 나도 성수와 같은 생각이었다.



“잘 모르겠어요.”

“사랑해서... 였다고 말하면 믿어 주려나? 호호호.”



그녀가 웃는 모습은 그 때가 처음이었지만, 그 웃음은 무척이나 자조적이었다. 그 웃음 때문에 그녀의 말은 더 진실성이 있어 보였다. 사랑했을 테지.



“믿을게요.”

“사랑하는 여자 있어요?”



“네.”

“그 사랑이... 얼마나 갈 것 같아요? 검은 머리.. 파 뿌리 되도록?”



나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유미 누나에 대한 내 사랑... 얼마나 가겠냐고? 아마 제대로 시작도 못할 터였다. 그냥 내 가슴만 들끓게 하다가 제풀에 지쳐 사라지겠지? 내 반응에는 상관없다는 듯 그녀가 계속 말을 이었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그녀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것 같았다.



“사랑하는 줄 알았지. 그 때는... 저는 그이의 비서였고, 그이는 내가 아는 남자 중에 제일 멋졌죠. 그래서 절 좋아하던 그 많은 남자들 다 뿌리치고 유부남인 그이하고 사겼어요. 그이가 나 때문에 이혼할 리는 없었으니까, 미래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고...”



“.....”



“그런데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성수의 친엄마가 왜 죽었는지, 그 이유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았어요. 결혼하자고 그 이가 말하기 전부터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죠.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까...”



결혼 생활이 지긋지긋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가로 젓는 그녀의 제스쳐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성수 친구 중에... 수호 씨 같은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남의 방에서 몰래 비디오나 훔쳐보는 그런 사람이요? 하하하!”



“다음에도... 이렇게 가끔 내 얘기 상대 해 줄래요?”

“그럴게요, 어머니. 그냥 말 놓으시고, 수호야 하고 부르시면 돼요.”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요.”



원래 내가 미인에겐 점수를 더 후하게 주곤 했지만, 예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나쁜 여자는 분명히 아니었다. 성수도 유진이도 나쁜 녀석들은 아니니까... 다 좋은 사람들인데 왜 사이가 그럴까?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 요구하고 싶은 것이 무척 많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한 것 자체가 처음이라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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