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모 - 3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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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05:16 조회 1,631회 댓글 0건본문
‘어머니...’
아줌마를 보고 너무 반가워 어머니라고 부를 뻔했다. 아줌마는 아줌마 연배의 다른 아줌마와 함께 왔는데 텔레비전에서 가끔 보던 대통령 대변인 같은 인상을 줬다. 냉정하지도 흥분하지도 않고 일상의 대화처럼 검사와 이야기를 한다. 박명수 검사는 학교에서 보였던 점잖은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
“재석군..수고 했어..고생했지?”
“...........”
“미성년자를 보호자 동의 없이 이래도 되나요?”
“하하. 재석군이 도둑을 빨리 잡아달라며 자발적으로 협조한 거라...”
아줌마와 함께 있는 여자는 변호사였다. 아줌마의 목적은 나를 대리고 나가는 것이고 나 역시 빨리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뻔뻔하게 말하는 검사를 보니 그냥 나가고 싶지 않다. 처음 보는 변호사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아줌마가 데려온 변호사였다. 내 생각보다 더 많이 아줌마를 믿고 의지했다. 변호사에게 휴대폰을 건네줬다.
“저...이거...”
“뭔데?”
“녹음이요..”
내 생각보다 더 잘 녹음되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녹음한 거라 박명수의 음성이 잡음 없이 들린다. 박명수와 그의 일당들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원래는 인터넷에 올리려고 했는데...”
“...........”
“변호사시라니...드릴게요..”
“...잘했어요...”
변호사를 남겨두고 아줌마와 둘이 먼저 나왔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아줌마가 어떻게 알고 변호사랑 같이 왔는지 궁금했지만 그것 보다 먼저 할 것이 있었다.
“고마워요...”
“그..그래?”
다시 침묵.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많다. 아줌마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이 나를 불편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려워하는 것도 같았다. 물과 기름처럼 아줌마와 나를 둘러싼 공기가 융합하지 못하고 겉돌았다. 무시무시한 골리앗 같은 건물 입구에 두어 걸음 떨어진 상태로 변호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렸지? 가면서 이야기 해..”
“저..진숙아..난 갈 테니까...네가 재석이...집까지 대려다 줘...부탁해..”
“.......알았어..전화 할게..”
현관 앞에서 아줌마는 쓸쓸히 떠나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착착한 심정이 되었다. 근처에서 식당을 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나타나 구해주는 것이 우연의 연속은 아닐 것이고, 그래도 아들이라고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가요..”
“네..”
깔끔한 정장과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 그리고 검정색 뉴 그랜저는 세트처럼 보인다. 안락한 의자에 몸을 묻고 낯설고 힘들었던 하루를 머리 안에서 되뇌었다. 녹음한 것으로 그 검사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 물으려 하는데 변호사 아줌마가 먼저 입을 연다.
“원망해요?”
“.............”
“영숙이도 마음고생 많이 했어..항상 네 주위를 맴돌았지..그 애의 삶을 안다면 이해해 줘야 해요..”
“...어떤 삶이요?”
IMF를 겪으면서 아버지의 부도. 그리고 중풍. 어린 동생들.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가 그대로 나왔다. 그런 것들은 아줌마가 술집에 나가게 된 이유나 몸을 팔은 원인이다. 나를 버린 이유로는 좀 약했다. 동연 누나만 해도 아줌마랑 붕어빵처럼 똑같은 처지였지만 선주를 잘 키우고 있었다.
“재석군 아버지가 재석군을 원했던 모양이에요..”
“아줌마 식당..잘은 기억이 안 나는데...한 5년 쯤 됐죠? 그 전에도 계속 근처에 있었데요?”
“.....아니..그 전에는 독일에...”
“왜요?”
“.........피아노...공부하러..갔었나 봐요..”
“결혼은 안했나요?”
“.....했었는데...”
“그...지배인과요?”
“아니...독일에서...독일 사람하고..지금은 이혼했어요..”
“...............”
이 변호사 아줌마도 웃긴다. 처음에는 신파적으로 끌고 가려고 하더니 이제는 당황해서 더듬거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꼬박꼬박 대답은 잘했다. 나도 당황했다. 내심 아줌마가 지금까지 내 근처를 맴돌며 나만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면서 조금은 기쁘고 흐뭇했었다.
“그래도 어머니잖아..재석군을 낳아준 어머니..”
어머니니까 용서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래서 미웠다.
“변호사님은...성함이?”
“정진숙..”
“어디 정씨세요?”
“경주 정씨인데..왜?”
“시조는 누구세요?”
“음...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니?”
“시조 어른이 없었다면...지금의 변호사님도 없었겠죠? 그럼...변호사님은 시조 어른 이후 모든 조상님들을 애틋하게 생각하고 있나 해서요..”
“..........하지만...어머니는 살아 계시잖아..옆에 있잖아..”
“그래요...살아 있었죠..”
“..............”
“....박명수 검사 일은 어떻게 됐어요?”
“우선 경고만 하고 나왔어요..”
“...........”
뭔가 기대했던 만큼 실망이었다. 같은 법조계라고 감싸주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다. 하지만 이건 증거가 되지 못해요. 디지털 방식이라 조작가능성이 있어서 법원에서 증거로 쓰지 않아요. 더구나 그가 이런 행동을 할 동기도 없고 녹음에는 검사 이름이 거론되지도 않아서..또 전부 입증한다고 해도 경고나 인사이동 정도로 끝나요. 그래도 그를 난처하게는 만들 수 있으니 일단은 가지고 있어 봐요..그가 오늘 같은 일을 한 동기를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려요..”
“...알아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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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다고 우습게보다가 한 대 맞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고 반성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진술들을 보건데 그는 아들을 유난히 편애했고 같이 어울렸다. 어떤 식으로든 아들에게 비밀을 전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린애였다. 그런 애 하나 휘어잡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그 애의 약점도 잡았다. 바로 불륜. 한국사회에서 특히나 싫어하는 죄 아닌 죄가 바로 불륜이다.
‘이제 어떡한다?’
너무 쉽게 생각해 일을 그르쳤다. 뒤늦게 도둑이야기를 듣고 아차 싶었다. 이미 자료가 넘어갔을까봐 조급해졌다. 바로 간통으로 끌고 갔어야 했다. 마음속으로는 간통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어린 것이 유부녀와 놀아나는 것을 보고 화도 나고 멸시했다. 그래서 함부로 대했던 것이 실수였다. 이제는 약점이 잡혀서 직접 움직이기 어렵게 되었다.
원래 그가 개봉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위에서는 종결시킨 사건이다. 특검팀은 해체되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집착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그동안 수사하면서 수집된 자료에 따르면 못해도 1000억 이상이 은닉돼 있었다. 그 돈이면 검사 질 안 해도 그만이었고, 적당히 기름칠하면 승승장구 지검장. 나중에는 총장도 꿈이 아니었다. 또 정계로 진출할 수도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지름길이 될 것이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1000억 전부는 아니더라도 절반만 해도 억 소리 나는 금액이다. 직접 나설 수 없다고 잊어 먹을 수 있는 금액은 절대 아니다.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 분명했다. 액수를 나눌 각오를 한다면 동참시킬만한 인물이 몇몇 있긴 했다. 그 중 가장 만만한 것이 지금 연애중인 수경이였다. 돈을 나누는 일이 생긴다고 해도 결혼하면 결국 내 돈이다.
‘우선적으로...고소부터 하게 만들어야겠지?’
간통은 친고죄라 배우자 이외는 고소를 할 수 없다. 일단 소장이 접수되면 그 사건을 수경이 맡게 손을 쓰면 된다. 그런 연후 수경을 도와주는 척하면서 재석이를 구슬려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것이다.
따로 보관하고 있던 유재석 자료를 꺼냈다. 30대 여성과 모텔에 들어가고 나오는 사진들을 추려냈다. 상대 여자의 프로필을 확인해 본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여자라 사진을 보면서 수작을 부려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참아라...돈만 챙기면 이런 여자 널렸다..’
부인이 바람난 줄도 모르는 바보 남편의 이력도 봤다. 뜻대로만 움직여 준다면 익명의 편지를 보내는 것이 제일 무난하다. 편지와 사진을 보고 열 받은 남편이 고소를 해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는데, 확률은 반반이었다. 그보다 확실한 것은 만나서 직접 자극을 주면서 설득하고 유도하는 것이다. 한번 실수를 했던 만큼 확실한 길을 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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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하씨?”
“그런데요?”
“서울지검 박명수 검사입니다.”
“.............”
“조용히...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살다보면 인상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예전에 나에게 해를 입혔던 사람을 연상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은 사귀어 보면 성격이나 행동도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되고 결국은 똑같은 짓을 하곤 했다. 물론 100%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검사라고 소개한 박명수 역시 그런 경우였다. 차갑고 이기적인. 뒤통수를 쳤던 예전 친구를 떠올리게 한다. 가능하면 말도 섞기 싫었다. 그러나 검사다. 괜히 주눅이 들면서 그를 따르게 되었다. 우리는 회사 근처의 스타 박스라는 커피전문점에 들어갔다.
“용건이...”
“이런 말 드리기 송구스럽습니다..우선 이 사진들을 봐 주세요..”
“이건...”
“..부인께서..나쁜 녀석의 꼬임에 넘어간 모양이에요..”
아내와 처제 친구가 모텔에 들어가는 사진.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보다 더한 것도 봤는데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검사양반을 보면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래도 살아온 세월이 있어 우선은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이 년을 당장...”
“분개하는 심정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만..잠시 진정하시고..”
“아니 이런 사실을 알고 어떻게 진정합니까?”
“그래도 정준하씨가 직접 나섰다가 자칫 사고라도 나면...차라리 저희에게 맡겨 주세요..”
“..................”
이 자식이 원하는 것이 뭘까? 검사가 할 일없다고 남의 뒤나 캐고 다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과도하게 흥분한 척 하니까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흥분하지 않았다면 부추겼을지도 몰랐다.
“우선 고소장부터 써 주시면..법의 심판을 준엄하게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에 정준하씨 같은 선의의 피하자가 없도록 하는 것이 저희 검사의 일이니 믿고 맡겨 주세요.”
“고소장이요? 간통으로?”
“네..”
냄새가 난다. 박명수가 원하는 것은 고소장이었다. 고소장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다. 고소장 속에서 묻혀 사는 검사가 고소장 써 달라고 찾아올 이유가 없었다.
“그건....전 아내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만한 일로 아내를 고소하고 싶지도 않고 이혼은 더욱 하고 싶지 않습니다. 죄송하지만 다시는 이 문제로 저를 찾지 말아 주세요.”
“.......그...아내의 불륜을...그냥 두시겠다고요?”
“아니요. 아내와 잘 이야기 해 보고..아내에게 기회를 주겠어요.”
“..............”
‘자..이제 어떻게 나오는지 볼까?’
“그럼...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저기..선생님...잠시만..”
“네? 더 하실 말씀이 게신가요?”
정준하씨에서 선생님이 됐다. 생각대로 칼자루는 이쪽이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마치 선심 쓰는 것처럼 생색내는 꼴이라니. 역시 첫인상처럼 더러운 놈이었다.
“사실...이건 정부의 극비사항인데...”
“.............”
“사진속의 남자는 유재석이라고 합니다만. 얼마 전 떠들썩하게 했던 일심회의 핵심 간부의 아들입니다. 저희는 그가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심회라면 전직 대통령과 그의 군부 세력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밝혀진. 예전에는 소문만 무성했던 조직이었다. 일심회 회원이라면 정부의 요직이거나 재개의 거물이 대부분인데 그 중에서도 간부라고 한다. 진정한 고수라면 히든카드를 가지고 있는 법이다. 뭔가 더 토해낼 것이 있다.
“....그렇다고...아내와 이혼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세요.”
“국가에 애국하는 일입니다.”
“이보세요.. 대통령이 수천억씩 해먹는 나라에서 애국을 위해 이혼하고 희생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뭔가 생기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
떡밥을 던졌다. 물고 안 물고는 그의 자유다. 나는 손해 볼 것이 없었다. 사실 최근 몰래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을 보고 질투심이 들끓기는 했다. 나에게는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모습. 그리고 이어지는 서비스.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았다. 더불어 너무나 자극적이라 그 영상만 보면서 수십 번의 자위를 했다. 이제는 너무 봐서 외울 정도다. 가장 화가 나는 것은 그 일이 있은 후 아내가 나를 보면서 행복하게 웃는다는 것이었다.
가슴을 꽉 채운 질투심은 두 가지 생각을 만들었다. 하나는 이혼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나를 속이는 아내와 끝까지 살만큼 사랑이 남았는지 회의가 들었다.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모든 것을 덮고 아내에게 충실해지는 것이었다. 질투하고 있는 만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근간이다.
“흠흠...뭘 원하시는지...원하시는 것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해 주시면..최대한..”
“그 정보라는 것이 뭐죠?”
“그건.......”
“........................”
“회수되지 않고 있는 비자금...에 관한 겁니다..”
이건 월척이다. 대박이었다. 이제 보니 이 자식 처음부터 하는 짓이 수상하다. 이정도 문제가 고작 평검사가 처리할 사한일까?
“10%. 회수되는 금액의 10%를 원합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추정 액만 1000억이거늘..”
1000억. 머리 위로 무수히 많은 0들이 떠 다녔다. 박명수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말을 끊어 먹었지만 가장 중요한 말을 이미 들었다.
“이혼까지 하는 마당입니다. 그 정도는...생각해 주셔야죠..”
“개인 돈이 아닙니다. 국가 재원입니다.”
“싫으시면...할 수 없죠..”
“...........5%...”
장사 경험은 없지만 협의를 통해 7.5%로 합의를 봤다. 돈으로 75억이었다. 75억을 준다면 이혼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거라도 해줄 용의가 있었다. 그가 준비해온 고소장을 즐거운 마음으로 작성하고 넘겨줬다.
“그럼..수고해 주세요..”
“....네...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인생역전. 한동안 텔레비전에 나오던 광고처럼 몸은 사무실에 있었지만 마음은 따듯한 남태평양 한가운데 쭉쭉 빵빵한 서양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에메랄드 빛 바다 안을 노닐었다. 얼굴에서 웃음이 지워지지 않았고, 휘파람이 절로 난다.
“자자..오늘 내가 한턱 근사하게 낼 테니까..모두 일찍 일어나죠?”
“정말? 로또라도 됐어?”
“하하하. 되고말고...로또가 따로 있나..어서들 가자고..”
단란하게 마시러 가서 술과 접대비로 400만원 나왔다. 다음날은 친구들과 마시면서 또 그 정도 돈을 지불했고, 그 다음은 고교 동창들과도 마셨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3천만 원을 마신 후였다. 후회도 되었지만 들어올 돈을 생각하며 마음을 추슬렀다.
“박 검사님. 왜 아직도 사건이 진행되지 않는 거죠?”
“그게...아직 증거를 잡지 못했습니다.”
“무슨 증거가 필요한데요? 그 때 사진을 보여주셨잖아요?”
“그 걸로는 간통을 입증할 수 없고요..정사를 나누는 장면이나 정액 같은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해요..”
“...그건...제가 구해 볼 테니까..빨리 추진해 주세요..”
“증거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구속할 수 있어요..”
“알았습니다..”
카드 값을 아내 몰래 해결하자니 여기저기서 삐거덕 거렸다. 연락이 없기에 잘 되고 있는 줄 알았더니 그런 간단한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새벽에 작은방으로 가서 문제의 영상을 시디에 복사했다. 마음으로 이혼하려고 정하고 나니까 그동안 싸였던 불만이 종종 폭발했다. 아내도 급격히 냉랭해지면서 이제는 각방까지 썼다. 사실상 별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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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라 애들은 잠시 풀어져서 교실이 산만한 시기였다. 수업 종은 예전에 울렸는데 선생님이 오시지 않았다. 반장으로서 교무실에 갔다 와야 했지만 애들의 요구로 10분 뒤에 가려고 했다.
드르륵...
“유재석이 누구야?”
“전데요..”
“같이 좀 가야겠다..”
“어딜요?”
“가보면 알아..”
운동 좀 했을 법한 건장한 아저씨 둘이 양쪽에 팔을 끼고 끌다시피 해서 데려갔다. 아저씨 옆에는 가면마녀가 있었는데 나를 보는 시선이 차갑기 그지없이 말도 건네지 못했다. 그렇게 끌려나온 밖에는 경찰차가 서 있다. 뒷자리에 밀어 넣기 무섭게 차는 출발하고 그대로 경찰서로 직행했다.
“아........”
“............”
시장통보다 소란스러운 경찰서 안에는 보라누나가 있었다. 경찰차 안에서 ‘미린다의 원칙’이라는 묵비권과 변호사 선임권리 같은 것들을 불러주고는 간통에 의해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듣는 즉시 저번에 저장해 두었던 변호사 아줌마에게 전화를 했다. 아줌마는 알았다며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만 했다.
“미안...”
“아니에요...오히려..제가..”
“흑흑...”
“누나...아직은...울지 마세요...잘 해결될 거예요..”
“이것들이..여기가 어디라고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연애질이야!”
“뭐가 연애질이라는 거죠? 서로 위로도 못해주나요?”
경찰의 짜증 섞인 소리에 반응한 것은 우리가 아니었다. 구두소리를 울리면서 당당하게 변호사 아줌마가 걸어오면서 받아쳤다. 그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다. 간통으로 잡혀와 좁은 의자에 앉아 내 여자하나 지켜주지 못하는 나와 너무나 대비되어 스스로 자괴감이 든다.
“누구?”
“정진숙 변호사입니다. 유재석군 변호를 맡았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네...일단 여기 앉으시죠?”
“아니요. 앉을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여기 공탁명령서와 영수증이요..”
“음...좋습니다. 데리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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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거야?”
“공탁금 2000만원 걸고 불구속 공판으로 가기로 결정됐어..”
“...어째서?”
“변호사가 좀만 능력 있어도 그 정도는 해..그리고 유재석인가? 미성년자라며? 교육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야. 기본권을 침해할 수는 없잖아..”
“음...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
“당신이 준 증거가 워낙 확실하니..지는 일은 없을 거야..걱정하지 마..”
검사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안에서도 여러 갈래의 업무가 있었고 간통은 내 분야가 아니었다. 불구속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또 실수를 했는지 알고 당황해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확실한 거지? 그럼...얼마나 걸릴까?”
“뭘 그렇게 조급해 해? 당신답지 않게..1심 판결까지는 4달 정도? 끝까지 항소하면 1년 좀 더 걸리겠지..그런데 이 일이 당신과 무슨 상관이야?”
“응...그 남편이랑 아는 사이야..”
“그래...그건 그렇고 한잔 할까?”
“음...그러지 뭐..”
“무슨 대답이 그래? 싫어?”
“아니~ 좋지..”
술 마시고 있을 처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술 생각도 있었고 담당검사를 맡아준 수경이에게도 신경 써야 한다. 정준하처럼 따지고 들면 한목 띄어줄려고 했는데 수경은 별말 없이 사건을 맡아 줬다. 원래 자기 일이고 하니 크게 의아해 하지 않았다.
지검 앞에 자주 가는 ‘바’ 로 갔다. 분위기도 괜찮고 법조계 인사들이 많이 와 정보도 교환할 수 있는 장소로 애용되는 곳이었다. 수경은 테이블에 앉지 않고 바텐더가 있는 기다란 바에 앉았다. 가볍게 마시자는 의미다.
“그 증거자료...당신도 봤어?”
“아니..왜?”
“으응..그냥..”
“왜 그러는데?”
“별거 아냐...그 보다..오늘 밤 어때?”
“웬일이야? 네가 먼저 그런 말을 하고..”
“여자도 때로는 하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야..뭘 그렇게 따져? 사람 무안하게..”
“하하. 이거...무서운데? 그럼 갈까?”
“응...”
1시간도 안돼서 일어서는 폼이 처음부터 그 말을 하기 힘들어 술의 분위기를 빌리기 위해서 왔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사귄지 2년이 되도록 이런 적은 없었다. 두 사람 차가 모두 근처에 있었지만 술도 한잔 했고 택시를 타고 자주 가는 호텔로 갔다.
“음...이런 거 싫어했잖아?”
“쭙...”
샤워하고 침대에 들어가자 이불 안으로 숨어들더니 성기를 빨아준다. 이불을 꼭 뒤집어쓰고 얼굴과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지만 경험으로 입 안에서 빨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도도하게 굴던 그녀가 자기 사타구니 안에서 물건을 빨아준다고 생각하니 미치도록 짜릿했다.
“아아...좋은데?”
불현듯 누군가에게 어떤 일을 당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안하던 행동을 하는 것도 그렇고 직업여성 못지않은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의심은 의심이고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심한 사정감에 당황했다.
“으음...싸겠어..그만..”
“쭙..쭙...”
나이가 30을 넘어가면서 예전 같지 않다. 한번 사정하고 나면 2~30분은 있어야 발기가 된다. 그런 사정은 그녀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빨아 당겼다.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 안에다 정액을 토해냈다. 음문에 하는 것 못지않은 만족감에 침대에 뻗어 버렸다.
“음...끝내줬어..”
“윽...비려...”
수경은 먹어 보려고 하다가 끝내 휴지에 뱉어냈다. 이어서 욕실로 가서 입을 닦고 왔다. 먹어 줬으면 더 좋았을 것도 같고, 먹지 못하는 모습에서 안심도 되고 했다. 능숙한 여자는 밖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아내는. 아내가 될 여자는 순진한 채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있어 줬으면 좋겠다.
“당신 무슨 일 있지?”
“아니..별일 없는데..”
‘수상해...’
평**면 다시 발기할 때까지 30분은 기다리거나 한번 끝나면 나가자고 하던 그녀가 휴지로 성기를 닦아 내고는 다시 핥기 시작했다. 그리고 5분도 안돼서 세웠다. 말을 타는 자세로 내 위로 올라온다. 지금까지 그녀와는 정상 체위 이외는 해본 적이 없었다.
“음....”
출렁이는 가슴과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그녀의 율동에 따라 흔들렸다. 과격한 몸놀림에 성기가 빠져나갔다가 엉덩이에 눌려 부러질 것처럼 아프다. 수경이 흥분하면 할수록 빠지는 횟수는 늘어나고 그 때문에 끝까지 가지 못하고 짜증만 났다.
“안되겠어..당신이 위로 와죠..”
“그래..”
바로 누운 수경은 다리를 활짝 벌리고 나를 기다렸다. 손으로 음문을 잡아 보일정도로 벌리고 어서 들어오라는 눈빛을 보낸다. 안에 집어넣기는 하는데 마음속에 찝찝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아아...빨리...더 빨리..”
“음...”
의심은 의심을 낳고, 하나하나의 행동에 일일이 신경이 간다. 관계 중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던 그녀의 재촉 역시 가슴에 불씨를 당겼다. 평소보다 과격하게 밖아 넣는데도 그녀는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빨리 만을 요구했다. 내 페이스를 잃고 금방 한계에 부딪혔다.
“헉..헉...싸겠어..안에 싸도 되는 날이야?”
“좀만..좀만 더..”
“헉..헉...으윽...싼다...”
“아아....”
두 번째 사정인데 첫 번째보다 빨리 끝났다. 그만큼 빨리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너무 빨리 끝났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쩐지 수경의 신음에 아쉬움이 묻어났다고 느꼈다.
“헉..헉....좋았어?”
“.....응....”
“무슨 일이야? 너 평소랑 틀려..”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진짜? 믿어도 돼?”
“...........시디..그 때문인가 봐..됐지? 더 이상 의심하면 화낸다..”
“...내일 나도 보여줘 봐..”
“맘대로 해..”
오전에 시디를 가져다주기를 기다렸는데 소식이 없어 결국 사무관을 보내 받아왔다. 시디가 아니라 디브이디였다. 4.7GB가 꽉 차 있었다. 영화처럼 선명한 화질은 아니다. 오래된 흑백영화 같은 화질이었다.
“.............”
수경이 왜 그렇게 발정이 났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영상이 2시간 넘도록 계속되었다. 이건 편집된 영상이다. 2시간을 꽉 채운 행위도 그렇고 간혹 장소가 바뀌는 모습도 연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2시간을 저렇게 움직인다면 틀림없이 남녀 모두 허물이 벗겨져 아플 것이다.
‘수경이 이게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영상은 영화도 아니고 실제 사실도 아닌 그 중간적인 형태를 보였다. 수경이처럼 잘 모르는 여자가 보면 진짜라고 믿을 우려도 있었다. 그럴 경우 나와의 관계와 비교하게 될 것이고 다른 남자에 대한 호기심도 생길 것이다. 결국은 직접 확인해 보려고 할 수도 있다.
‘젠장...’
아내감으로 수경이 만한 여자도 없는데 불안해졌다.
‘그런데...저 여자는 누구야?’
여자는 두 명이 나왔다. 그의 아내는 그냥 사진으로 봐도 미인이었지만 음란한 표정으로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끝내주게 좋았다. 같이 있는 여자 역시 고무공 같은 탄력과 모델 같은 몸매가 안 좋은 화질에도 알 수 있을 정도였고 마구 휘어버리는 허리 놀림이 침이 떨어지는 것도 모를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한번 박았으면 소원이 없겠다..’
이것만 봐도 유재석은 사회악이 분명해졌다. 사회에서 경리시켜야 많은 건전한 남성들이 안심하고 사회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꼭 쳐 넣으리라고 새롭게 다짐했다.
‘우선 돈부터 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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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월이 2틀 남았네요. 고민이에요. 흔히 읽으시는 분들은 제가 마음대로 글을 쓴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인물의 성격을 설정하면 때로는 내 의지와 다르게 사건이 이어져요. 그걸 수습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 사건이 필요하고 글이 길어져요. 이제 1월 안에 결론을 내는 것은 불가능해 졌는데, 방법이 없네요. 31일까지 38회 올리고 잠정 중단하겠습니다.
2. 엄마의 유골단지도 도난당한거냐는 질문을 받고 너무 놀라서 심장이 땅에 떨어졌어요. 그 생각을 못했네요. 그 단지 나중에 쓰려고 아껴뒀던 건데. 도배지까지 들쳐낸 마당에 그게 남아 있다는 것은 모순이고. 방법을 찾아 봐야겠죠.
3. 정형돈이 나왔는지 모르는 분이 계시네요. 흠.... 어색한 형돈이라서 그래요. 존재감이 없네요.
4. 검사라는 직업을 나쁘게 묘사했습니다. 그건 주인공 이외의 남자는 배경일 뿐이라는 처음의 원칙을 기억해 주시고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5. 다시 말씀 드리지만 2부는 절대. 절대로 없습니다. 처음 2~300 페이지 단편이라고 소개했던 것이 현재 600페이지에요. 600장 종이가 머리를 누르는 압박도 힘겨워지고 있어요.